갈등 - 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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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갈등(9)


한강의 지류가 바뀌어 태백산에서 시작된 물 줄기는 잠실을 지나 노량진과 안양천까지를 상류로 분류하고 멀리 안면도를 지나 중국의 황하 근처에 이르는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고 있다. 강폭만 3킬로가 넘고 수심이 백미터나 될 정도로 지반이 융기하면서 한강의 전체 지류를 합쳐 3만킬로에 이르는 세계의 젖줄로 바뀐지 벌써 일백오십년이다.

그동안 국회의사당 자리와 빽빽하던 아파트 숲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온통 뽕나무로 울창한 숲을 이루며 물새들의 보금자리로 탈바꿈해 있었다.

세계적인 유물들은 홀로그램으로 저장되어 일반인에게 공개된 만큼 도서관이나 박물관의 역할은 원본을 철저하게 외부인의 접근으로부터 차단하는 일이 전부였다.

6백년전의 섹스 스캔들은 지금과 어떻게 달랐을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한 김에 순간 이동장치를 이용하여 한강 상류에 자리잡은 여의도 중앙도서관에 도착했다.

중앙도서관 앞에는 홍체인식시스템과 지문인식시스템이 오래된 현관문에 상징적으로 설치되어 있지만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구형 보안장치들이다.

출입문에는 홀로그램으로 된 경비원이 출입자의 신분확인을 위해 상냥한 얼굴로 인사를 하며 적외선을 통해 출입자의 유전자샘플을 자동 채취하고 있었다. 출입이 허가 되지 않은 사람이 무단으로 침입한다면 몇 발자국 떨어지기도 전에 근육이 마비되어 무기력한 상태로 떨어지고, 출입목적 여하에 따라 죄의 경중이 결정된다.

순간이동장치로 출입문에 도착한 내 몸에 순간적으로 빛이 쏘아지더니 자동문이 활짝 열렸다. 도서관장이 뛰어나오며 영접한다. 순간적으로 홀로그램 보다 못생긴 실물들이 로비에 북적거리는게 여간 귀찮고 가관이 아니다.

"이봐, 관장님. 홀로그램만 멋지게 만들게 아니라 직원들도 좀 골라 뽑아보셔요."
"요즘 애들이 직장에 얽매여 살지 않잖아요. 이 정도 인물 구하기도 힘든거 아시면서..."
"허긴, 드넓은 반도를 순간이동장치로 돌아다니며 관광만 해도 수십년이 걸릴 판이니 누가 배부른데 직장에 매여살겠어. 문제구먼."
"복지정책을 후퇴시켜야 할껍니다. 안 그러면 몇 년 후엔 모두 원시인이 될 지경이라니까요."
"그 정돈가?"
"의무적으로 전자책을 읽도록 하고는 있지만 권수만 챙기고 골치아픈 전문서적을 거들떠 보질 않으니 누가 힘든일 하겠어요?"
"음, 현장의 목소리가 정말 중요하군.
난 편하면 더 공부하고 싶던데, 요즘 애들은 안그렇단 말이지?"
"저기 전광판을 한번 보세요.
위성으로 전자책 읽히는 상황이 모두 파악되고 있지만 어디 책 펼친 사람 숫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요.
그저 전자책 칩만 의무적으로 받아다 놓고는 그 칩에다 화투그림 판박이 붙혀서 고스톱치는 사람들 때문에 파손량이 엄청 나 다니까요."
"관장, 그런 상황이 왜 한번도 대통령궁에 보고되지 않았었지?"
"문화장관실에 보고서를 칩으로 만들어서 매번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래? 문화장관이 보고서 칩을 책인줄 알고 화투짝 만들어서 씹어 먹었나 보군."
"그런데, 어일 일로 행차 하셨는지요?"
"응, 조선실록 원본 좀 있나? 어우동에 관한 부분이 있는 성종실록 본 말일세."
"어휴, 해석본을 읽으시지요?"
"아냐, 원본으로 읽고 싶어."
"지하 보관소에 있는데, 가져다 드릴까요?"
"내가 가서 보면 되지 뭐. 안내하게!"

도서관장을 앞세워 지하 27층에 보관된 조선실록 원본을 보기 위해 고속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했다.
삼엄한 경계가 복도에 펼쳐졌다.
눈에 보이는 것은 없지만 침입자는 한 발자국도 더 이동할 수가 없을 것이다.
곳곳에 설치된 근육마비용 레이저가 거미줄 망을 형성하고 있다.
복도를 한 참 지나 2751호 서고문을 열었다. 육중한 철재문이 열리자 빼곡한 장서들이 눈에 들어왔다.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는 서고 속에서 한권의 묵직한 책뭉치를 끄집어 냈다.

"관장, 오래된 문화재라고 먼지까지 쌓여서 쓰겠나? 가끔 환기 좀 시키고 청정을 유지시키게."
"죄송합니다. 일손이 워낙 부족해서..."
"대부분 기계와 홀로그램이 일하잖나. 쓸데없이 코구멍이나 후비지 말고 관장이 직접 챙기게. 이 물건들이 모두 인류의 자산이란걸 잊어선 안되네."

내가 읽기를 원하는 페이지를 찾아 관장이 내밀었다.
"이 부분이 성종실록인데 어울우동이라고 표기 되어있네요."
"그래, 어우동이라고도 하지. 혼자 읽다가 나갈테니 관장은 바쁜데 올라가게."
"알겠습니다." 바짝 긴장한 관장도 내가 어울우동 부분을 살펴보자 피식 웃으며 서고를 빠져 나간다.

어우동은 집안 좋은 사대부 여성으로, 승문원 지사 박윤창의 딸이다. 그녀는 일찍 종친이었던 태강수 이동에게 시잡갔는데, 정욕이 남달랐던 여성이었다. 어느 날, 남편 동이 은장 공인을 집에 청해다 은그릇을 만들게 했는데, 어우동이 그를 보고 반하여 여종으로 꾸미고 나가 수작질하자 남편이 눈치채고 쫓아냈다. 이후로 어우동이 친정집에 가서 홀로 앉아 한숨만 짓고 있었는데 한 여종이 찾아와, "사람의 한 생이 얼마나 길다고 이렇게 한숨만 짓고 있습니까? 한성부 도리로 있던 오종년이라는 사람이 얼굴도 태강수보다 훨씬 낫고 천한 출신도 아니니 배필을 삼을 만합니다. 주인께서 만약 생각만 있다면 제가 힘써보겠습니다." 라며 어우동을 부추겼다. 그 여종이 오종년을 데리고 오자 어우동이 맞아들여 간통하고는 이날로 한 지아비에 속하지 않는 자유로운 여자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유색들과 난잡한 관계를 가졌다. 어우동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마음에 드는 사람과는 즉시 그 자리에서 본능적인 행동을 하였고, 특히 근친 상간도 마다하지 않았다.

"흠, 재미있는 사건이었군. 각하를 모시고 이 시대로 시간여행이나 다녀올까?"
"아냐, 이왕이면 어우동을 우리 시대로 잠시 데려와서 얼굴만 보고 돌려 보내야겠는걸.."

도서관을 나선 나는 순간이동기를 타고 집무실로 돌아오자 마자 비서 노우연을 불렀다.
"노비서, 자네 조선 성종때로 시간여행장치를 타고 가서 어우동이라는 여자를 대통령 집무실 뒷편에 있는 후원 안가로 모셔오게."
"그 여자를 무슨 일로 호출하시는 건지..."
"아, 대통령께서 자유분망하게 성생활을 즐기던 선각자분을 직접 보고 싶다하시네."
"법으로 금지된 일인데..."
"그 시대에 가서 간섭하면 헌법의 금지조항에 걸리지만, 이 시대로 모시고 오는 것은 법적 조항에 명시된 것이 없으니 큰 탈이 없을껄세. 걱정말고 어서 다녀나 와."
"몇일동안 구인하실건가요?"
"이번엔 시간을 동결 시키게. 쥐도 새도 모르게 말이야."
"시행하겠습니다." 노우연 비서관은 비실비실 집무실을 빠져 나갔다.
"노 비서관, 이왕이면 사형 당하기 1분전에 시간을 정지 시켜서 모셔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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