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빨유]미니를 입으면 빨리 걷게 되는 이유 - 2부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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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날씨도 많이 따뜻해졌네요^^

이번화에서는 앞으로의 전개 방향을 많이 고민했었어요~
학창시절때 경험담을 가져왔는데 어떤 것이 더 좋을까 생각했었죠~
선생들에게 안 좋은 경험을 당했던 내 경험을 넣을지 학교 친구들에게 어떤 일로 계기가 되어 학교에서 걸레취급 받았던 제 친구 얘기를 넣을지...

무튼 끝까지 관심있게 봐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116.



막상 다음 버스를 타니 의외로 사람이 적었다. 직전 버스가 매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좌석 번호 상관없이 맨 뒷자리 바로 앞에 앉도록 이끈 이 남자는 아까 전부터 날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한 번의 섹스로 날 거리낌없이 대하는 것 같아 서울 도착할 때 까지 시달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야~ 사람들이 볼 것 같애...]
자리에 앉자마자 내 목에 팔을 두르더니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내 가슴을 만졌다.

[얼씨구?]

난 의자 앞으로 엉덩이를 쭉 미끄러뜨리며 상체를 최대한 낮췄다. 자연스레 어깨에 걸쳐진 손은 가슴을 빠져나갔고 난 의자에 거의 누운 채 다리는 접어올려 의자 끝에 발꿈치로 신발을 신은 채 몸을 받쳤다.

[볼 사람도 없어~ 오바 떨지마... 게다가 어차피 걸레년 보는 건데 뭐... 사람들도 무덤덤할걸? 크큭~]

[흥! 아니거든요~ 그리고 말끝마다 자꾸 그럴래?]

[왜? 걸레보고 걸레라 그래서 이러는 거야? 후후~]

[......]

[알았어~ 미안해~~?]

[빈정대지마! 그렇게 히죽거려서 기분 안 풀려!]

[그럼 기분 풀리게 해줄까?]

[또 장난 칠거지?]

[거참... 속고만 살았나? 싫음 말고~]
이 남자는 툴툴대더니 돌아앉아 버렸다.

/치~/

[티켓 검사할게요~ 크흠..]

[...!! 깜짝이야...]
앉아있는 내 옆으로 언제 다가왔는지 누군가 통로에 서서 날 내려다 보고 있었다.

[잠시만요...]
표를 찾기위해 허둥거리자 통로에 선 남자가 한 마디 건넨다.

[천천히 하세요~]
난 발에 힘을 주어 의자에 누워있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통로에 있던 남자의 시선을 따라갔다.

/아차.../
그제서야 내 엉덩이에 불편하게 끼어 있는 바지 느낌이 들었다. 앉은채로 상체를 낮추다보니 안 그래도 짧은 핫팬츠 밖으로 내 다리가 최대로 나가있었다.

[야... 뭐해? 표 나한테 있어... 여기요...]
내가 몸을 추스리기도 전에 옆에서 표를 내밀었다.

[네~ 여습니다...]
표를 찢고는 아쉬운 듯 혀로 윗입술을 핥고는 돌아서 나갔다.

[크큭... 잠깐만... 어디보자~]
몸을 일으키려는 내 어깨를 잡더니 얼굴을 의자 밑으로 수그렸다.

[야!! 뭐하는 거야...]

[크크크~ 저녀석 존나 꼴렸겠는데? 완전 달덩이다 씨발~ 이런 바지입고 그렇게 앉아갖고~ 게다가 니 보지에서 물 나와서 그 부분은 더 진하게 변했엉~]
의자 위에 누운 상태로 난 옴짝달싹 못하고 엉덩이 밑에서 내 상태를 말해주는 얘기를 듣고 있어야했다.

[그만해!]

[누가봐도 니가 보지에서 물 나온 줄 알겠다...]

[아씨! 그만해!!]
난 몸을 받치고 있던 발을 내렸다.

[악!]
갑자기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난 몸을 일으켜 의자에 제대로 앉아 옆을 쳐다보니 손으로 턱을 부여잡고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무슨 일이야?]

[......]

[괜...찮아?]
그 순간 눈에 빛이 번쩍했다.
찰싹.
이후에 귀에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고, 거의 동시에 내 뺨에서 고통이 올라왔다.

[썅년이? 미쳤냐?]
손을 떼고 말하는 남자의 입에서 상당한 양의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미안...내가 잘못했어!!]
그 자리에서 반사적으로 바닥으로 내려와 무릎을 꿇고는 욱신거리는 오른쪽 뺨에 손도 대지 못한채 난 잘못했다고 빌었다.

[뭐하는 거야... 저쪽으로 꺼져...]

[으응? 뭐라고?]

[씨발년아... 꺼지라고...]

[어...어떻게 하면 될까?]

[아... 씨발...]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옆을 지나쳐 중간쯤 되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털썩 앉는 것을 곁눈질로 훔쳐봤다.

[......]
그래도 난 꼼짝 못한채 예전의 기억에 갇혀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출발합니다~ 자리에 앉으세요...]
차안에서 마이크로 방송이 나오는 그제서야 난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았다.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몸은 기억하는구나... 훌쩍 커버려도 내 몸은 내 몸이었어.../

난 차창에 비친 나를 만져보며 한편으로는 안도감과 한편으로는 걱정이 밀려왔다.

[복수를 하려면... 이런 나약함이 각인된 몸부터 버려야겠어... 예전의 난 필요없으니까...!]





117.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나 역시 잘 모르겠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살짝 들긴 했다.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그 남자는 나와 떨어져서 여행을 했고 나 보다 앞서서 내리고 난 후에는 바로 사라져버렸다.

/... 화가 많이 났나? 아까 피가 많이 나던데.../

걱정이 들어 아까 저장해주었던 번호로 문자를 쓰려 슬라이드를 밀어 올렸다.

[대물주인이 뭐야...]
통화내역 제일 위에 적혀있는 이름을 보니 이름은 적어놓지는 않고 별명처럼 써둔 걸 확인했다.

/하긴.../
내 머릿속으로 꺼떡이던 물건이 스쳐지나갔다.

/왠지 이 별명 볼 때마다, 아니 핸드폰 열 때마다 그 물건이 생각 날 것 같애.../

[괜찮아요?병원안가봐도되요?]
난 문자를 쓰면서 지하철을 기다렸다.

[외선순환, 외선순환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보내기 전에 열차가 들어온다는 멘트에잠깐 고개를 들어 스크린도어를 보니 비치는 내 모습이 점점 사라져갔다.

/이게 아닌가??/
난 얼른 전송 버튼을 누르지 않고 바로 슬라이드를 내리고는 도착한 지하철에 올라탔다. 지하철 내부는 퇴근시간이랑 겹쳐져서 상당히 복잡했다.

/어휴... 손잡이도 못 잡겠네... 참... 집에 가는 길에 교복을 찾아갈까? 어차피 가는 길인데.../
난 내일 학교갈 생각을 하며 만원 지하철을 올라타서 한 손에다 지갑이랑 핸드폰을 쥐고 몸 앞에다 딱 붙였다.
지하철이 출발하고 멈출 때마다 몸은 앞뒤로 흔들렸다. 게다가 옆에 있던 중년의 땅딸막한 아저씨는 손잡이를 잡고 있음에도 옆에 있는 호리호리한 모습을 가진 비슷한 연배의 아저씨와 얘기를 하느라 휘청휘청하는 바람에 난 더 신경이 쓰였다. 비켜설 곳도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지하철이라 아저씨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아저씨의 불룩한 몸이 맞닿았고 숨쉴 때마다 내 엉덩이는 오르락내리락하는 불룩한 배를 느꼈고 내쉬는 공기는 내 어깨와 팔에 와닿았다.

/불룩한 이 아저씨들은 어떨까?/
내 머릿속 생각은 내 상황과는 상관없는지 학교 생각에 교장이 떠올랐고, 떠오른 생각은 순식간에 또 옆에서 날 밀쳐대고 있는 아저씨를 향해 옮겨갔다.
옆에 있는 아저씨의 자지가 바지 지퍼를 열고 툭 튀어 나오는 상상이 시작됐다.

/미쳤어... 진짜... 정신차려~ 지금 교장은 복수의 대상이야.../
에어컨이 돌아가는 지하철 내부였지만 화끈거리는 내 볼은 식히지 못했다.

[거참... 아가씨... 좀 잘 서있어봐... 왜 이렇게 자꾸 밀어대?]
내 옆에 서 있던 그 아저씨가 갑자기 날 보면서 뭐라고 하셨다.

[네?]
순간 옆에 있는 아저씨를 생각하던 내게 말을 걸어와 깜짝 놀랐다.

[자꾸 아저씨한테 기대고 그러지마~ 허허... 힘들어~]

[네?]
/지가 기대와 놓고선.../

끼히.
갑자기 지하철이 방향을 트는지 쇳소리와 함께 몸이 오른쪽으로 밀려나는 느낌이 들었다.

[앗...]
난 중심을 잃고는 아저씨의 팔뚝을 잡아야했다.

[어어..? 이 아가씨가...]
내가 기댄 아저씨도 함께 휘청이자 내 왼쪽 겨드랑이에 뭔가가 들어와 내 팔뚝을 잡더니 나를 반대쪽으로 당겨 주었다.

[죄송해요... 감사합니다...]
중심을 되찾은 난 먼저 기댄 아저씨에게 사과를 드리고 날 잡아준 사람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리로 와서 손잡이 잡아요...]
내 팔을 여전히 잡은 채 두 사람 사이에 틈을 살짝 만들어 날 자신들의 중앙에 세우고는 자신의 손잡이를 양보했다.

[괜찮아요... 아저씨는요?]

[난 키가커서... 이미 잡고 있잖아?]
어쩔 수 없이 손잡이를 잡고 올려다보니 양보한 아저씨는 철제 봉을 잡고 있었다.

[잘 잡아 아가씨...]
배가 불룩한 아저씨는 내 뒤에서 자리를 잡으려 했다.
내 뒤로 오자 순간 불안감을 느낀 난 내 몸을 호리호리한 아저씨 쪽으로 돌리려 했다.

[감사합니다... 읏!]
아직 제대로 몸을 돌리지 못했는데 역에 도착하는지 내 몸은 앞으로 튀어나가려 했다.

[힐 신으니까 중심을 못잡지...]
키 큰 아저씨가 속삭이며 내 왼쪽 허리를 강하게 잡아주어 내 몸은 더이상 앞으로 쏠리지 않았다.

앞쪽의 문이 열리자 난 내리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내리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내린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순간 불룩한 아저씨의 얼굴에 잠깐 미소가 비친 것과 동시에 다음 열차를 타라는 안내방송을 무시한 채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아저씨는 내 앞으로 최대한 밀착해 들어왔다.
덕분에 내 뒤에 있는 아저씨와의 약간의 틈마저 사라졌다.

불과 일분사이에 난 두 남자 사이에서 완벽히 샌드위치가 되어버렸다.

내 앞에 있는 불룩한 아저씨가 더 신경이 쓰여 아까부터 내 왼쪽 골반 맨살에 얹힌 손을 신경쓰지도 못했다.

잡으라고 양보한 손잡이를 잡느라 오른 팔을 뻗어야했는데 내 앞에 밀착해서 숨쉬는 아저씨의 얼굴이 내 겨드랑이에 위치해 있어서 내쉬고 들이쉬는 공기가 겨드랑이에 와 닿았다. 온 몸에는 소름이 돋아 올랐고, 오히려 손잡이가 더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팔을 최대한 구부리려 했지만 구부리려면 몸을 기울여야 했는데 몸 자체가 끼어있는 터라 그마저도 힘들었고, 상황을 타계하려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뒤로는 내 힙 위에 느껴지는 자지의 불룩함, 앞으로는 허벅지에 느껴지는 불룩함이 내 몸을 더 힘들게 했다.
땀이 나기 시작했다.

다음 역까지의 도착시간이 영겁같이 느끼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그 때 앞에 있던 아저씨가 스륵 눈을 감았다.

/아... 씨발 ... 여기서 왜 눈을 감아!/

땀까지 송글송글 나는 상황인데 내 앞에서 눈을 감고 숨을 쉰다는 상황이 너무나 불쾌했다.

/내 냄새를 맡고 있는 거 아냐?/

덜컹.
그 순간 덜컹거린 지하철 때문에 모든 사람이 한 번의 파도를 탔다.
우연의 일치였는지 덜컹거린 그 순간 앞에 있던 아저씨는 숨을 들이쉬었고 눈을 감은 얼굴은 내 겨드랑이에 부딪혔다.

[흐읍~]
앞에 서 있는 아저씨의 코가 내 겨드랑이에 비벼지며 들이쉬는 공기가 내 겨드랑이를 타고 사라졌다.

[하읏!!]
난 깜짝 놀라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그와 동시에 앞에 있는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내 눈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한 손을 들어 자신의 코 앞에 가져가 막더니 숨을 여러 번 더 들이켰다.

찌릿.

[아가씨~ 겨드랑이 한 번 빨아줬다고 신음소리를 내면 어떡해?]
내 귓가에 뒤에 서 있던 아저씨의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왼쪽 허리에 있던 손이 내 배로 옮겨갔다. 날 붙잡는가 싶더니 내 힙으로 강하게 압박을 해왔다. 아까보다 더 불룩해진 물건이 내 엉덩이 사이에서 미세하게 비벼지는 느낌이 들었다.

[크큭... 얘 장난 아니구만...]
앞에 서 있던 아저씨가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입모양은 똑똑히 읽을 수 있었다.

[아흣!]
내 안쪽 허벅지가 쓸어올려지는 느낌이 들면서 난 또 다시 얕은 신음소리를 냈다.

고개를 돌려 지하철 차창을 보니 없어져갔던 내 모습이 다시 비치기 시작했다.

/이게 나구나.../
난 불쾌감을 놓아버리고 쾌감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아가씨, 대학교 몇 학년이야? 후후...]

[하응... 고3요...]

[이번역은 성수, 성수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

[크흠...]

내 배 위에 있던 손이 스르륵 떨어졌다. 자연스레 내 주위로 공간이 생겼고 난 비틀거렸다.

/뭐야... 앞으로는 고등학생이라고 하면 안될까봐.../

난 두 사람 사이를 빠져나와 지하철에서 내렸다.



집에 가는 길에 교복점에 잠깐 들렀다.

[아! 어서와요~ 수아학생!]
아저씨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어머어머~ 그 치수를 가진 학생이 이 학생이구나~ 얼굴은 귀엽게 생겼네~ 인기 많겠어...호호~]
상호명이 적혀있는 벽 뒤에서 여자 분이 한 분 나오시더니 나를 보고 칭찬을 하셨다.

걸음걸이와 일거수일투족이 굉장히 품위가 있어보이는 자태를 볼 수 있었지만, 딱 붙은 옷 위로 드러난 실루엣은 길에서 볼 수 있는 여느 중년의 여성들과는 달랐다. 얼기설기한 느낌의 흰색 가디건 사이로 보이는 팔뚝은 나랑 별반 차이가 없이 탄탄해 보였고, 검은색 롱나시는 스판 재질임이 무색할 정도로 가슴을 받치지 못해 터질 듯이 앞으로 나와있었다. 자연스레 가슴은 반 이상 나시 밖으로 나와 있었고, 모아진 가슴골은 같은 여자가 봐도 아찔했다. 나시 끝은 허벅지까지 내려와 있었지만 풍만한 엉덩이로 인해 뒷부분은 엉덩이 밑까지 올라가 있었다.

이런 여자분에게 칭찬을 받는 것이 얼떨떨했지만 이젠 이런 반응이 좀 익숙해진 것 같았다.

/...여기가 인기 있는 이유를 알겠어...훗~/

영욱이가 다른 곳을 가고 싶지 않아하면서 아쉬워하는 표정이 기억났다.

[내일 개학인데 언제 오려나 했는데 저녁에 와줘서 고마워~]

[이이는... 낼 오전에 또 일찍 열면 되지~]

[나도 피곤할 때가 있잖어~]

[하여튼~ 울 남편 골골대서 어떡해... 학생~ 이리로 와서 이거 내가 수선한 거니까 자~ 입어봐요~]
미소를 활짝 지으며 옷을 한 번 조심스레 털어 건네주셨다. 털 때 으레 그 풍만한 가슴이 출렁였다.

[저번에 왔을 때, 아줌... 언니가 약속이 있으셔서 아저씨가 재주셨어요~]
매장 안쪽으로 따라 들어와 옷을 건네 받아 들며 말을 꺼냈는데 나도 모르게 호칭을 언니로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말을 이어갔다.

[응? 응~ 그랬었어~? 호호~ 어디보자~]
약간 당황한 표정을 숨긴 언니는 내게 교복을 입혀 주었다.

반팔 상의와 치마를 입었다. 나시를 벗고 입어보라는 말에 난 브래지어만 한 상태로 블라우스를 입었고 치마를 입고는 핫팬츠를 끌러 치마 밑으로 떨어 뜨렸다.

길이는 살짝 짧아 팔을 움직이니 상의 밑으로 맨살이 드러났고 치마는 A라인 스커트처럼 엉덩이를 타이트하게 감싸며 허벅지 중간까지 떨어졌다. 흰색바탕에 붉은 계열의 포인트가 들어간 상의와 파란색 바탕에 흰색 체크무늬는 나름 잘 어울렸다.

[어머~ 예쁘다 얘~ 교복 모델보다 낫다~ 호호~]

[과찬이세요~]
근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정말 내 눈에도 교복이 예뻐보였기 때문이었다.

거울을 보며 이리저리 몸을 돌려보던 중 바닥에 떨어진 내 핫팬츠를 주워 반으로 개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잠깐 멈칫하더니 내 바지를 얼굴로 가져가는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잠...잠시만요...]
내가 몸을 얼른 돌려 손에서 바지를 뺏어 들었지만 이미 언니는 날 보고 배시시 웃었다.

[학생... 인기 많구나~ 호호~]
내 턱을 쓰다듬으며 반달 모양의 눈매로 웃었다.

[... 네... 감사합니다...]
난 뭔가 따질듯이 다가갔지만 뭔가 모를 아우라에 주춤했다.
난 다시 핫팬츠를 입고는 치마와 블라우스를 벗었다.

[호호~ 자주 놀러오렴~ 옷이나 스타킹이나 종종 필요할 거야~]
속삭이듯이 내게 무언가 말을 건넸다.

[네?]

[오빠? 얘 계산해줘~]
무슨 말인가 싶어 물었지만 갑자기 아저씨를 부르자 난 입고 있던 나시를 얼른 입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선금 오만 원 냈지? 십팔만 원 더 주면 돼~]
아저씨는 하품을 했는지 눈물을 닦으며 계산해 주었다.

[네... 여기요...]
난 머뭇거리다가 카드를 내밀었다.

/내가 오늘 오전에 그 바쁜 와중에도 돈을 입금한 이유가 이거 였지... 만약 교장이 준 돈으로 계산했다면 기분이 더 더러웠을거야.../

야속하게도 내 맘을 모르는 계산기는 5초도 안 되어 영수증을 토해냈다.

[교복 잘 맞았지? 만약에 문제 있으면 언제든지 오렴~ 공짜로 수선해줄게~ 참, 그리고 울 와이프가 이것도 주라고 하더라~ 잘가~]
손을 흔들며 배웅해주는 아저씨였다.

봉투 안을 열어보니 학생용 검은색 구두였다.

[이걸 왜요?]

[글쎄다~ 학생이 마음에 들었나봐~ 가끔 저럴 때 있더라구...]

[아, 네...]
난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었지만 인사를 하려고 뒤를 살폈다. 하지만 천천히 매장을 나갈 때까지 안을 기웃기웃해도 그 언니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이건 그렇고 아깐 무슨 말이었지?/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굉장히 호의를 받은 것 같았지만 난 떨떠름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118.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어제의 느낌이 몸 안에 남아 있어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났을 때 거울을 보니 내 부스스한 얼굴이 보였다.

/이게 다른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평범한 것일텐데 말야.../

[뭐 오늘 아침도 날 볼 수 있어서 좋다~]
거울에 비친 날 보며 싱긋 웃어주었다.


/잘 하고 있겠지?/
갑자기 현성이가 생각났지만 고개를 흔들어 얼른 지웠다.

늦은 여름이었지만 아침 햇살은 여전히 따가웠다.
일찍 일어난 덕분에 난 천천히 샤워를 하고 나왔다. 그저께부터 난리도 아니었던 내 아랫도리를 위해 밑물도 오래 시간을 들여 씻어냈다.
씻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손을 코로 가져가 냄새를 맡아봤고, 질 세정제도 마지막에 사용했다.

/오늘불금인데뭐하냐?한잔할래?/
/한번만나주라뭐든지다사줄게/

[에휴...]
난 저장되어있지도 않는 번호로 연락온 문자를 모조리 지우고는 머리를 말렸다.

교복을 거울 옆에 걸어둔 뒤 간단하게 크림을 바르고 아이라이너를 간단히 그렸다.

/그러고보니... 그 언니 참 신기한 사람이다... 그런 외모와 아우라를 가지고 있으면서 교복 수선을 하고 계시네?/
물끄러미 교복을 쳐다보니 어제 느꼈던 위화감 같은 감정이 다시 올라왔다.

[후우...]
/이제 난 27살... 선물인지 저주인지 모르겠지만 주위 사람은 여전히 고등학생으로 보고 있고... 이제 진짜 고등학생으로 다시 돌아가는 거네.../

10년이었다.

그 끔찍한 기억들...
여전히 곰팡이처럼 그 칠흑 같은 기억은 몸 구석구석 남아있는 듯 했다.

하지만 십 년간의 빛이 그 어두운 사념에서 한 뼘의 싹을 틔울 수 있게 했다.

/내가 만약 올림피아드 상을 받지 않았다면... 내가 발견해 낸 그 유전자가 효용성이 없었다면.../
가끔씩은 흙바람이 불듯 사념 속에 휩쓸릴때면 내가 십 년 동안 이렇게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과연 나를 정말 사랑해서 그랬을까라고 내 자신에 대한 혐오에 빠질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십 년동안의 격려는 내게 두 번째 삶을 허락해 주었다.

[첫 단추를 잘 끼웠는진 모르겠지만...]
거울에 비친 내 가슴을 두 손으로 한 번 모았다가 놓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속옷을 꺼내 입고는 걸린 교복을 천천히 입었다.
/예전에는 스타킹을 신었던 것 같은데.../

[햇빛 뜨거운 거봐...]
난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스타킹을 옆으로 치우고는 발목양말을 신었다. 아직 책은 없었기 때문에 가방은 따로 챙기지 않았다.
신발을 신으러 현관으로 나왔는데 현관에 놓아둔 구두가 눈에 띄어 한참동안 쳐다보았다.

[......]
뭔가 찝찝한 느낌이 계속 남아 구두를 다시 가져다주든지, 제 값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웨지힐 캔버스화를 신고 구두를 쇼핑백에 다시 넣어서 집을 나왔다.
그리고 집 앞에서 현관 유리문에 비친 나를 보면서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아봤다.

기분이 색달랐다.
한 손에는 구두가 든 쇼핑백을 흔들면서 난 마을버스가 있는 곳까지 천천히 걸었다.

띠링.
/야!학교오냐?같이등교하자~ -민기/

/넌어딘데?/

/교복집앞~/

/벌써?/

/벌써라니...너교복찾아야되잖아?/

/어제저녁에찾았어/

/아진짜?아쉽네...내가제일먼저교복입은모습볼수있었는데.../

/에게게...^^;;/

/무튼얼른와.../

마침 버스가 오길래 난 슬라이드를 닫고는 버스에 올라탔다.

[야야야...씨발...쟤 누구냐? 연작고에 저런 애가 있었어?]
북적이는 마을버스라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는데 한참을 지루하게 가던 중 내 뒤로 뭔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존나 쩌는데? 저 정도면 내가 모를리가 없는데 왜 처음보지? 전학왔나봐...]

[쉿~ 목소리 너무커...씨발~ 쟤 교복 안에 암것도 안 입었네? 옆구리로 맨살보여...]

/앗차.../
그런데 막상 손잡이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내가 듣고 있다는 걸 알거 아냐.../

[어디어디? 야~ 그리고 저거 안에 초록색인가 연두색 브라아냐? 다 비친다~ 와... 저년 완전 골 때리네...]

/...아씨... 쪽팔려... 아무 생각없이 입었는데.../

[야~ 누군지 알아봐봐~ 니 친구 중에 연작고 있잖아...]

[알았어~ 교복에 명찰 있나볼게~]

복잡한 버스 안에서 내 등 뒤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내 왼쪽 뒤에서 뭔가가 넘겨다 보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

[뭐예요?]
난 내 뒤에서 내 가슴을 내려다보고 있는 남학생을 발견하고는 일부러 더 짜증을 묻혀 쏘아붙였다.

[아... 죄송합니다... 헤헤~ 창밖을 쳐다봤는데 갑자기 그 쪽이 넘 예쁘신데 첨 보는거 같아서~ 이름을 좀 알고 싶어서요...]
겸연쩍은 웃음을 흘리며 횡설수설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 직접 물어보면 되지 왜 남의 가슴은 쳐다보고 그래요?]
쐐기를 박았다.

[가,가슴을 본게 아니고... 명찰 보려고 한 건데...]

[자... 보시다시피 명찰이 없는데 계속 쳐다본 건 뭐예요?]

[아... 명찰이 안 보이길래 다른데 있나해서... 무튼 실례했습니다...]

/이름 물어보려고 왔다며?/
그냥 서둘러 자기자리로 가버리는 남학생을 보고 피식 웃어버렸다.

[야! 이름 알아...어?]
여전히 속삭이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아니... 명찰 없... 얼마나 쏘아붙..던지... 존... 도도해 ...발년...]


[쩝...할 수... 교복... 새 것... 보이고 명찰도 없... 전학생이겠... 전학... 있는지 알아보라... 하지뭐~]

[그건 그렇고~ 저년 가슴이...]

[다음은 연작고등학교 입니다...]
난 내 뒤로 따가운 시선을 받는 걸 느끼며 학교앞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여~ 왔냐?]
민기였다.

[어~ 안녕!]

[왜 이렇게 우울해 보이냐?]

[아니다! 학교가자~]

[교복 잘 어울리네~]

[아웅... 고마워...]

[근데 교복집 아저씨 되게 아슬아슬하게 수선한 것 같애~ 평소엔 그냥 입더라도 등교할 땐 학주한테 걸릴 수도 있으니까 치마 살짝 내려입어~]

[알겠어...!! 아!! 너 혹시 그 교복집 언니, 아니 아줌마 잘 알아?]

[어? 어... 참, 그 분 봤어?]

[응~ 그 집이 인기있다고 했지? 이유 알것 같던데? 후후...]

[그러냐? 하긴 뭐~ 날 포함해서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장난아녀~ 육덕천사, 현모색처 또는 줄여서 색처 등등으로 불리지~]

[현모색처? 근데 등등은 또 뭐야~ 호호호~]

[그 정도는 여자애들도 아는 별명이고 다른 건 좀 야한 별명이라 남자들 사이에서만 쓰거든~]

[넌 왜 그렇게 잘 알아? 킥킥~]

[모르는 게 이상한건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우리학교 교복 공동구매 할 때도 현모색처 교복집에서 사업권 따냈는데 색처가 이사장을 몰래 만났다는 얘기도 있더라구~]

[치... 그런 가십을 누가 믿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충분히 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무튼... 혹시 너도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남편한테 하는 거 보면 현모양처 같은데 색기 넘치는 카리스마에다가 부드러운 자태 때문에 남자애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끊이지 않지~ 가끔 장난을 심하게쳐도 화 안내고 친절하게 대해주시구~]

[... 그 언니 좋아하냐? 크큭...]

[뭐래... 걍 내 이상형과 비슷하달까...]

[좋아하는 거 맞구만!]

[웃기지마~ 근데 쇼핑백에 든 거는 실내화야?]

[아니? 아 맞다! 교복집 들렀어야 했는데... 아~ 멍청해...]

[어차피 오늘 오전에 문 안열었더라... 니가 어제 교복찾아가서 그런가 했어~]

[아~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근데 실내화도 필요해?]

[당연하지! 으이그 등신아... 마지막 문구점 지났는데!]
민기는 내 손을 잡더니 날 반대로 잡아 끌었다.

[천천히 가~ 이것 좀 놓고~]

[들렀다가면 지각할 것 같으니까 그러지...]

[그럼 먼저 가~ 난 실내화 사서 갈게~]

[아... 그럼 점심시간 전에 연락해~ 같이 밥먹자~]
잠깐 고민하는 듯 싶던 민기는 스프린트 선수처럼 튀어나갔다.

[알겠으니까 얼른 가~]
/치~ 엄청 빠르네.../

난 천천히 문구점을 향해 걸었다.

[어서와요~ 학생~ 어? 처음 보는 학생인데?]

[실내화 주세요...]

[삼선 슬리퍼지? 분홍색 줄까 하늘색 줄까?]

[아무거나 주세요~]

[사이즈는?]

[230이요]

[잠깐만...]

예전 생각이 났다.
슬리퍼는 신지 않았었다.
초등학생이 신던 하얀색 실내화.

/그것 때문에도 놀림을 많이 받았었는데.../

[칠천원이예요 학생~]

[그리고 연습장 이거랑 볼펜 이거이거...]

[구천 팔백원이예요~]

난 말없이 만 원을 내밀었고 동전 두 개를 거슬러 받았다.

[학생 지각하겠는데 괜찮겠어?]

[안녕히 계세요~]
검은 비닐봉지를 함께 쥐고 난 학교를 향해 걸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내 옆을 지나쳐갔다.
남자여자 구분없이.
가끔은 소리도 지르면서...
그런데 지나치는 모두가 날 돌아봤다.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
놀란 표정.
흥미로운 표정.

/예전에는 훨씬 멀었었는데.../
심리적인 거리였을까 아님 다리가 길어져서일까 생각외로 금방 도착했다.

[야! 거기 빨리 안튀어와?]
누군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나?/

두리번거리며 난 교문으로 다가갔다.

아까 날 지나쳐 뛰어간 애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남자애들은 오리걸음을 하고 있고 여자애들은 가방을 머리 위로 들고 서있었다.

[어이 학생! 빨리 안 와? 어라? 명찰도 없네?]

나인듯 싶었다.

[헐... 쟤 누구야?]

[쟤 죽었다 오늘~]

[학생! 이름이 뭐야?]
우악스럽게 생긴 남자선생님이 내 이름을 물어봤다.

[신수아...예요~]

[지각인데 천천히 걸어오고... 학교 다니기 싫으냐?]

[...뭐 어차피 헐레벌떡 뛰었던 애들도 다 저렇게 있는데요 뭐...]

[골 때리는 년이네... 일단 좀 있다가 보자... 너도 저기가서 가방들고 서 있어!!]

[......]
난 대꾸없이 여자애들이 서 있는 곳으로 가서 가방을 들고 서있었다.

[오~ 썅년... 한 성질 하는데? 주위에서 못 봤었는데 전학왔나봐?]
내 옆에서 말 소리가 들렸다.

/아까처럼 이거 들고 서있으면 보일텐데.../

[야... 내 말 안들리냐?]
내가 다른 생각을 하느라 미처 반응을 하지 않자 옆에서 바로 으르렁대는 듯 했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사자머리처럼 펌을 해서 껄렁껄렁하게 학다리를 짚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 패거리인 듯 보이는 친구들이 같이 껌을 씹으며 날 쳐다보고 있었다.

/...서보영.../
그 때나 지금이나 이런 애들은 언제나 있어왔다. 그러나 단 하나 달라진 건 나였다.

[몇 학년이니?]
난 싱긋 웃으며 되물었다.

[어,어쭈... 나보고 실실 쪼개는 것 좀 보소... 얘들아~ 얘 좀 모자라는 거 아니니?]
웃는 나 때문에 살짝 당황했는지 눈은 날 계속 쳐다보면서 고개만 옆으로 돌려 말하는 내용을 뒤에 있는 애들에게 전하려고 했다.

/에휴... 내가 학교 돌아온 건 내가 또다른 서보영이 되어서 애들한테 복수하는게 아니었잖아.../

[후... 뭐~ 너네가 몇학년이든 상관없어... 오랜만에 학교왔거든... 나 조용히 학교 다니고 싶어... 도와줘 알았지?]
난 살짝 머금었던 웃음기를 빼고는 귓속말로 한 마디 덧붙여 말했다.

[...알겠어...]

[야야야... 쟤 뭐래?]

[아~ 그냥 친하게 지내쟤~]

[뭐냐~ 존나 웃기지도 않네...]

[거기 조용 안하냐?? 누가 벌 받고 있는데 떠들래, 엉?!!]

[......]

[......]
말없이 다시 팔을 올려 들었다.
교복 상의 아래로 찝찝한 공기가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아침이지만 뜨거운 햇살에 조금씩 땀이 나서 그런 듯 했다.

[남학생들 얼추 다 들어온 거 같으니까 한 마디만 할거야! 여학생들은 다들 손 내리고...]

[아후... 팔 아퍼...]
[아이씨...]

[지각, 하지마라~ 다음주에도 선생님이 지켜볼거다! 다음주에 늦으면 선생님이 명찰 압수할거야! 명찰 압수당하면 알지? 교무실에 와서 선생님들 다 보는 앞에서 망신 당하고 돌려받을 줄 알어!! 다른 애들한테도 전해! 해산!!]

나도 아픈 팔을 빙글빙글 돌리며 건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신수아! 넌 임마 어딜가냐?]
내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내 옆을 지나가며 킥킥대는 아이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제자리에 멈춰섰다.

[넌 내가 아까 남으라고 했잖아?]

[......]

[따라와!]

햇살을 피해 교문 옆 강당 출입구로 날 데려갔다.


[이게 뭐니? 아까 손들고 있을 때부터 봤는데 교복 안에 면티 안 입었더라?]
긴 막대기로 내 상의 밑단을 툭툭 쳐댔다.

[다음부터 입고 올게요~ 오늘 안에 안입었다고 이 사람 저 사람 엄청 까대네...]
반항심 가득한 표정으로 중얼중얼 댔다.

[뭐라고?]

[아니예요~]
/그래놓고 자기도 볼 건 다 봤을거면서.../

[너 그리고 왜 명찰 없어!]

[글쎄요... 어디서 명찰 주는데요?]

[학교에서 다 만들어서 나눠주잖아! 가만... 신수아, 아! 이번에 전학온다던 그 신수아?]
갑자기 표정이 바뀌며 호들갑을 떠는 선생이었다.

[아, 네... 뭐, 제가 그 신수아겠죠...]
/뭐라고 소문이 돈 건지... 뭐, 이래나저래나.../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나랑 김 선생만 아는 건데... 너, 스물일곱이라며?]
내 귓가에 가까이 다가와서 조용히 말을 꺼냈는데 그 내용에 깜짝 놀랐다.

[어,어떻게...]

[너 방학때 복학신청 하려고 왔었다며... 그 때 너랑 상담했던 선생이 나랑 절친이거든...]

[......]
생각났다. 비굴하게 교장을 향해 90도로 인사하던 사람.

[온몸에서 색기를 풍겨댄다더니... 니가 걔였구나...]

[뭐라는 거예요?]
발끈했다.

[아니야~ 후후... 학교 조용히 다녀서 얼른 졸업하고 싶잖어~ 그치? 오빠가 비밀 지켜줄테니까... 가끔 이렇게 상담하고 그러자구~]
그러면서 엉덩이를 툭툭 쳐주는 선생이었다.

/뭐라고... 오빠??/

[쌤... 오빠..라니요?]

[아! 크크~ 내가 서른이라 너랑 나이차 세 살 밖에 안나~ 너처럼 몸매가 되는 년들이 교복 밑에 브라만 하고 다녀주면 고맙지~]

[니가 그러고도 선생이냐?]

[니가 그럼 학생이야?]

[......!!]

[학생처럼 행동하고 다니면 내가 선생으로 널 학생처럼 대할게~ 아까 니 옆에 서 있던 사자머리... 걘 아무리 날나리라도 너보단 나아... 가방은 갖고 오잖아... 큭큭... 근데 넌 가방 조차 없고... 지금 옷 입은 꼬락서니에 아이라인...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대딸방 교복 컨셉 같애... 그래서 널 딱 보면 걍 조용히 졸업하려고 몸으로 로비나 하고 다니는 얼굴 반반한 걸레년 정도로 보이거든~]

[......]
입이 딱 벌어졌다.

[어라? 그냥 찔러본 건데 너무 티나게 걸리는데? 크큭... 요 사실은 나만 알고 있을게~ 앞으로 반년인데... 잘 지내보자~]
막대기 끝으로 내 가슴을 쿡쿡 찌르고 빙글빙글 돌려대며 능글맞게 웃어댔다.

[......]
신경질적으로 막대기를 손으로 쳐서 치우면 다시 막대기를 들어 쿡쿡 찔러댔다.

[선생님으로 한 마디 해줄게~ 생각을 십대처럼 해야 조용히 지낼 수 있다~? 동복이면 또 몰라... 하복인데 안에 색이 튀는 브라를 한다라... 아까 남자들이 너 쳐다보는 거 몰랐니?]

[이제 가볼게요...]

[그래... 나중에 또 보자~ 아마 내가 니 체육수업 담당일거다~! 크크...]

/후... 짜증나게 생겼네... 또 뭐라고 트집을 잡을지... 그래도... 예전엔 이런 관심조차 없었는데... 변태같애.../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에 난 스스로 미소를 지으며 3학년 교무실로 갔다.

똑똑.
[안녕하세요... 신수아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13개 반의 담임들인지 스물여섯개의 눈동자가 날아왔다.

[오오~ 수아니? 내가 보낸 편지 받았어?]
내가 보내던 시선 반대편에서 나타났다.
상당히 홀쭉하고 흰머리가 많은 선생님이라 측은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 안녕하세요~]
난 고개숙여 인사했다.

[그래~ 친구들하고 잘지내고~ 자! 여기 수아 명찰~ 3학년이 파란색이야~]

[네~ 감사합니다...]
/예전에 우리학년은 초록색이었던 것 같은데.../

[자~ 그럼 올라가볼까? 친구들한테 인사해야지?]

[네~]

복도 끝을 돌아 도착한 곳은 12반이었다.

[야! 담탱이담탱이!]
와당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왁자지껄한 소리가 줄어들었다.

[근데 담탱이랑 어떤 여자애랑 오는데?]

드르륵.

[차렷. 선생님께 경례!]
카랑카랑한 여자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방학 잘 보냈지?]
힘겨운 듯한 목소리를 내는 선생님이었다.

[네~]
입술은 건성으로 대답하는데 반 학생의 모든 눈은 나를 향해 있었다.

/숨이 막힐 지경이야.../
[후...]
이런 집중은 난생 처음이었다.

[우리랑 반 년동안 같이 공부할 새로 전학온 학생이 있어~ 소개하고... 빈 자리에 앉아서 수업 준비해... 반장, 니가 맡아서 도와줘~]
담임선생님은 그렇게 하고는 나가버리셨다.

/흐읍... 침착해... 넌 수아잖아~/

[휘익~ 오오~ 씨발 존나 예뻐~]
내가 심호흡을 하고 단상에 올라서자 웅성거리는 소리와 그 사이로 휘파람소리가 들렸다.

[신수아라고 해~ 반갑다!]

[우~~~ 뭐야~ 그게 끝?]
남학생들의 야유가 들려왔다.

[그럼 뭐?]

[야! 천천히 물어보고~ 전학생! 너 저쪽 창가에 빈자리 보이지? 거기에 앉으면 돼~]

[......]
반장이 가리킨 책상은 남학생들이 주변에 앉아 있는 책상이었다.

[안녕?]
[야~ 어서와~ 어디학교에서 전학온거야?]
[전학온 학교가 뭐가 중요하냐? 예쁘면 됐지~]
[남자친구는 있냐?]
[폰번 뭐야? 폰 좀 줘봐...]
[집은 어디야?]
[안녕? 난 정식이라고해... 정식으로 소개할게~ 헤헷~]

주위에 있는 남학생들은 전부다 모여 들어 내 옆에 앉아 질문하기 시작했다.
정신이 없었다.

[대~박!!! 씨발~ 와~ 장난 아냐!!]
[왜왜?]
갑자기 내 앞에 앉은 두 명이 몸을 돌려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앉았다.

[어어...안녕?! 나도 정식으로 소개할게~ 호호... 난 수아라고 해~]
난 정신없이 시끄러운 혼란 속에서 우선 손을 내밀며 내 앞에 다가온 남학생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야야! 돌려돌려! 일단 니 번호로 빨리 보내~]
내 자리 앞에서는 남학생들이 벌떼같이 몰려 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뭔데 그래?/

딩동댕동.

[야! 자리에 앉어! 뭐하는 짓들이야?!]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애들은 조용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얼굴은 희희낙락한 표정이었다.
나도 옆으로 돌렸던 몸을 바로해서 앉자 날 아래 위로 쳐다보며 비웃는 남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의아했지만 난 얼른 신발을 벗고 오전에 산 실내화를 주섬주섬 신었다.

[어?]
연습장과 볼펜을 꺼내 내 책상 위에 놓으려 보니 내 핸드폰이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내가 폰을 꺼냈었나?/
폰을 집어 내 치마 주머니에 넣자 선생 한 명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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