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극장 : 쉿, 비밀이야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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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제 지인과 술 한 잔하다 들은 내용을 각색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너무 예뻐 글로 남기게 되었습니다. 성행위 장면은 저의 상상으로 진행되었음을 사전에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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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생, 이것 좀 빨리 처리해 줘.”
“네, 알겠습니다.”
“그것 오늘 오후까지 부탁 받은 것이니 퇴근 전까지 반드시 처리해야 해.”
“네.”
내가 퇴근 전까지 부탁하며 전달한 서류는 그리 급한 일이 아니었다. 항상 바쁘고 과다한 업무량에 허덕이고는 있지만 지금은 그녀를 내 옆에 더 오래 두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시급하지 않은 일이지만 언젠가는 처리해야 할 일을 지시하고야 말았다. 내가 그녀와 자연스럽게 사무실에 남게 될 건 수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다.
“사... 사장님, 이걸 오후까지 모두 다 처리해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내가 지난 분기까지는 작성을 했는데 그 뒤로 작성하지 못했어, 미안한데 한 선생이 좀 처리 해줘.”
“하... 하지만 이 많은 양을...”
“왜? 싫어?”
전달 받은 일을 확인한 한 선생은 당황스러운 모습으로 내 앞에서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만일 거부라도 한다면 나의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위기였다.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일이 많아서 퇴근 후에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됐다. 한 선생이란 여직원이 내가 내민 미끼를 덥석 물고야 말았다. 이제 한고비를 넘게 되었으니 음흉한 마음으로 혼자 자축을 할 시간이다. 침착한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는 한 선생을 향해 진지하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을 해주었다.
“그래? 그렇게 많은 양이면... 하는 수 없지, 나랑 같이 야근이나 하자고.”
“사장님도요?”
“내가 했던 일이니 옆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야, 겸사겸사 다른 일도 할 겸...”
“아, 알겠습니다.”
“어서 가서 일 해.”
“네.”
우리가 근무하는 회사는 작은 소규모 중소기업이다. 그리 넉넉지 않은 자산으로 사업을 꾸려나가다 보니 직원들이 과다한 업무량에 치여 산다. 그게 나는 항상 미안했고 직원들의 복지를 최선으로 두려고 노력하는 오너 중 한 명이다. 직원의 수는 총 4명, 직원의 비율은 나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이 여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몇 년 째 착실히 근무하던 한 여직원이 임신과 함께 출산을 하는 바람에 한 선생이란 여직원이 보조 인력으로 근로공단에 지원을 받아 일을 하고 있다. 사회경험이 전무한 터라 처음에는 그녀를 받아 쓸 때 많은 고민을 했었다. 행정일이 다반사인 우리 회사에서 기초가 부족한 보조 인력을 지원받으면 그만큼 타격이 컸기 때문이다.
며칠 일을 시키다보니 싹싹하기도 하고 나름 능력도 있어 이제는 출산을 위해 쉬고 있는 여직원의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기특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보다 요즘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그녀의 외모와 잘록한 허리에 이은 히프 라인이었다. 소위 말하는 S라인이 나의 시선과 욕망을 사로잡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한 선생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그녀의 모든 것을 갖을 수 있을지 고민을 하던 중, 일을 핑계로 야근을 시키고 내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로 했다. 나쁜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녀의 손이라도... 허리라도... 한 번 잡아 볼 수 없을 것 같아 내린 결정이다. 그렇게 하루의 일과가 지나가고 있었다.
“와, 이제 곧 있으면 퇴근 시간이네!”
“오늘 퇴근하고 찜질방이나 갈까?”
“오, 좋은데요? 콜!”
여직원들은 금요일 밤, 다 같이 찜질방으로 갈 모양이다. 물론 나에게 함께 가자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찜질방이라는 특성도 있겠지만 평소에도 나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일 같이 일에 대한 잔소리와 핀잔만 주다보니 인기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듯하다.
“오늘 모두 수고했으니 일찍들 들어가.”
“네, 사장님은 퇴근 안 하세요?”
한 여직원이 나에게 퇴근을 하지 않느냐며 물었지만 책상에 고개를 숙인 채 한 선생 쪽을 응시하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의 대답이 없자 질문을 했던 여직원이 민망했던지 나에게 목례를 하며 자신은 퇴근을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한 선생에게 다가가 찜질방에 함께 갈 것을 말하는데...
“한 선생은 오늘 시간이 어때?”
“저는 아직 일이 남았는데요.”
“무슨 일? 오늘 급한 일은 우리가 다 했는데.”
“아까 오전에 사장님이 주신 일인데... 퇴근 전까지 모두 처리해야 한다고 하셔서...”
“뭐라고?”
한 선생의 말을 들은 아까 그 여직원이 나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성격 참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렇게 나를 쳐다보지 않아도 충분히 느끼고 있는 점이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한 선생이 다시 낭랑한 목소리로 그 여직원에게 말을 했다.
“저는 괜찮으니 어서들 퇴근하세요, 저도 이걸 서둘러 끝내고 퇴근할게요.”
“그래, 그럼. 그래도 금요일에 자기 일을 직원에게 시키는 사장이... 어디에 있어.”
“괜... 괜찮아요, 그런 말씀 마시고 어서 퇴근들 하세요.”
“그럼, 우리 먼저 갈게. 즐거운 주말 보네.”
“네, 안녕히 들어가세요.”
두 명의 여직원은 퇴근을 하며 내 욕을 바가지로 하고 있는 눈치다. 벌써부터 내 귀가 간지럽기 시작했다. 찜질방에 가면 얼마나 심한 욕을 할지... 보지 않아도 자명한 일이다. 찝찝한 마음에 다음 주에는 회식이나 한 번 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요즘 회식을 언제 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사... 사장님, 여쭈어 볼게 있어서요.”
“어, 응... 뭔데?”
“아까 저에게 주신 서류 중에... 이 부분은 제가 할 수 없는 부분 같아서요.”
“어디?”
한 선생이 들고 온 서류를 바라보며 살짝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백옥이 따로 없는 하얀 손... 엄지손가락은 너무 귀엽고 예뻤다. 내 입에 넣고 한 번만 빨아 봤으면 좋겠다는 나만의 망상을 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계속 쳐다보다가는 변태로 오인 받을 것 같아 다시 서류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 그렇군.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내가 하도록 하지.”
“아, 그러면 저는 그 밑에만 하면 되나요?”
“응, 그러면 되겠어.”
“알겠습니다.”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자 내가 평상시 바라고 원했던 그녀의 늘씬한 뒤태가 적나라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저... 저 S라인을 단 한 번만이라도 만져 볼 수 있다면... 아니 그보다 옷을 벗겨 두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단 말인가. 나이 40살에 결혼도 못한 내가 올해 22살의 한 선생에게 하는 생각은 주책인 것인가.
“탁탁탁...”
자리로 돌아간 한 선생의 빠른 타이핑 소리만이 작은 사무실에 남아 있는 나의 귀에 들려오고 벽에 걸려 있던 벽시계에서 뻐꾸기가 울기 시작했다.
“뻐꾹~ 뻐꾹~”
정시 때 마다 알리는 알림 소리인데 보통 직원들은 이 뻐꾸기 소리로 퇴근 시간을 맞추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시킨 터라 사무실에서 들려오던 여직원들의 기지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한 선생이 작업 중인 컴퓨터의 타자 소리만 은은하게 들린다. 이제 두 번째 행동을 개시할 타이밍이다.
“아, 배가 살짝 고프네. 한 선생.”
“네?”
“일이 아직 많이 남았지?”
“네, 조금 많이 남았네요.”
“지금 당장 끝낼 수 없는 일이잖아.”
“......”
“그러면 우리 밥 먹고 할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전 저녁을 먹지 않는 걸요, 다이어트 중이라. 출출하시면 식사하시고 오세요.”
매몰차게 나의 제안을 거부하는 한 선생이 야속하기만 했다. 나의 초기 계획은 이렇게 말하며 다가가면 그렇지 않아도 배가 고팠다는 등의 말을 하며 식사를 하는 것이었는데... 계획이 빗나가버렸다. 일부러 사무실 앞에 있는 고급 식당에 예약까지 해 놓았는데. 이런 빌어먹을... 하지만 이렇게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아 다시 한 번 물었다.
“그... 그렇지? 그래도 시간이 되면 사람이 밥을 먹어야지, 나가서 밥이나 먹고 오자고.”
나의 말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에만 열중하며 짧은 대답을 던진다.
“아닙니다.”
단호한 한 선생의 말에 더 이상 제의를 할 수 없었고 나는 다시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한숨 소리에 행여나 한 선생의 심기라도 상할까 소리도 내지 못하고 조용해야 했다. 다른 묘책을 찾아야 했는데 첫 작전부터 어긋나자 머릿속이 하얗게 백지가 된 것처럼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쩌지... 이렇게 나의 제의를 거절할지 몰랐는데... 거참...’
한참을 멍하니 고민을 하던 중 어디선가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꼬르륵... 꼬르륵...”
이 소리는 내 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모두 퇴근한 다른 여직원들의 배에서 들리는 소리도 아니다. 지금 나와 단 둘이 앉아 있는 이 좁은 사무실에서 나 말고 배에서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유일한 그녀, 바로 한 선생이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내 신경을 모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먹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
“배가 고프면 먹어야지.”
“......”
나는 계속해서 한 선생에게 밥을 먹자는 어투의 말로 유혹했고 좀 더 강한 말이 필요했다. 그래서 떠오른 생각이...
“요 앞에 가면 양념 불고기에 상추와 깻잎을 싸서 한 입 먹으면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
“가시죠!”
미각을 자극하는 말을 하자 말이 아직 다 끝나지도 않은 상태인데 한 선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나에게 밥을 먹으러 가잔다. 당황한 표정으로 한 선생을 바라보자 손짓으로 밖을 가리키며 어서 나가자는 신호를 주며 말을 한다.
“진짜 오늘까지만 먹고 내일부터 다이어트 할래요.”
“어... 그래, 그래.”
실패로 끝날 것 같은 나의 작전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첫 작전부터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아 많이 당황했는데 이렇게 다시 성공으로 회유가 될 줄이야... 서둘러 한 선생과 함께 예약을 해 놓은 식당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나는 당연히 정해진 식당으로 걸음을 옮기자 한 선생도 내 뒤를 졸래졸래 따라오기 시작한다.
“사장님, 이곳은...”
“응, 여기가 아까 내가 말한 그 곳이야.”
“비싼 곳이잖아요.”
“응? 그랬나?”
“여기는 다음에 오고 우리 그냥 요 앞에 있는 국밥집 가요.”
“국밥집?”
“이번에 새로 개업한 집이 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더라고요, 어서 그 곳으로 가요.”
“......”
예약을 해 놨다. 다른 곳으로 갈 수는 없다. 제발 내 말을 듣고 그냥 얌전히 따라왔으면 좋으련만... 더군다나 이곳에서 2차 작전을 펼쳐야 하는데 다른 곳으로 가면 내 작전이 또 모두 망가져 버리지 않는가. 어떻게 해서든 한 선생을 데리고 예약을 해 논 식당으로 들어가야 했다. 변명 거리가 필요했는데...
“그 곳이 어딘데?”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에요.”
“식당 이름이?”
“돼지국밥 本家요, 가보셨어요?”
“음... 돼지국밥 本家라...”
그 곳이라면 내가 출근하는 길에 몇 번 본적이 있는 곳이었다. 국밥집 사장님께는 죄송하고 미안한 일이지만 거짓말이 필요했다. 다음에 가서 매상 좀 많이 올려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그 곳은 안 돼.”
“네? 왜요?”
“내 후배가... 후배가 그곳 사장님을 하는데 형편없는 곳이라네.”
“네? 그럴 리가요, 굉장히 친절하시고 그러던데...”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고... 음식 가지고 장난을 치는 곳이야.”
“뭐라고요?”
상도덕이란 말이 있는데 나는 그런 상도덕을 어기는 거짓말을 하고야 말았다. 나는 솔직히 그 곳에서 음식을 먹어본 적도 없고 아는 후배가 사장님을 알리 만무했다. 무턱대고 저지른 거짓말에 나도 긴장을 하고 말았다. 한 선생은 나의 말에 기겁하며 놀라는 눈치였고 그녀에게 확고한 나의 말에 대한 믿음을 심어줘야만 했다.
“어제 쓴 음식을 오늘도 사용한다더군.”
“에이, 요즘 식당들 다 그렇죠.”
“......”
“김치나 뭐 이런 밑반찬은 재활용하는데 뭘 그런 것을 가지고 그러세요.”
“그... 그게... 밑반찬뿐만 아니라...”
“아니라?”
순식간에 말을 지어내려고 하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번 거짓말에 반드시 한 선생이 속아 넘어와야만 했다. 그래서 내 뱉은 말이...
“고... 고기 육수도 어제 것 쓴데!”
“네? 고기 육수...”
“응, 매우 질이 안 좋아.”
적절하게 말한 거짓말 같아 나름 뿌듯함을 느끼게 되었고 나의 말에 멍한 표정으로 있는 한 선생이 이제는 내 말에 따라 예약된 식당으로 갈 것만 같았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한 선생에게 내가 다시 물었다.
“어때? 이곳으로 그냥 갈까?”
“사장님.”
“응? 왜?”
“고기 육수는 오래 우려내야 하니까... 당연히 하루 전날 육수를 사용해야 더 진한 것 아닌가요? 지금 방금 우려낸 육수는 맛이 없다고요.”
“아... 그렇지.”
“우와, 그 집... 진짜 육수를 사용하는 곳이었구나! 대박!”
나의 말 한 마디에 모든 게 박살날 위기에 놓였다. 나의 작전들...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답답한 일이고 내가 내 무덤을 판 것 같아 속상했다. 나의 거짓 정보에 놀라는 한 선생은 그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 자주 먹으로 가야겠다며 신나하는 모습이었고 나만 우울한 표정으로 서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한 선생이 나에게 묻는다.
“이곳은 정말 비싸요, 그러니 국밥집으로 가요.”
“한 선생...”
“네?”
“그게... 그러니까...”
“왜 그러세요? 하실 말씀이라도...”
그냥 모두 다 털어놓고 예약을 한 식당으로 데리고 가는 게 현명한 일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럴 것 같았으면 거짓말은 왜 해가지고... 괜히 사람 양심만 찔리게...
“그냥 이곳에서 먹으면 안 될까?”
“왜요?”
“나는... 이곳에서 한 선생과 함께 밥을 먹고 싶어.”
“저랑요?”
“응.”
“......”
뜬금없는 나의 고백에 살짝 당황스러워하는 한 선생과 눈을 마주할 수 없었고 고개를 숙인 채 엄한 바닥만 긁적이고 있었다. 한 선생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하는 것 같았고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용기를 내어 말하는 듯했다.
“좋... 좋아요.”
“정말?”
“이렇게 비싼 곳에서 밥을 먹자고 하시니... 사장님이 사시는 거죠?”
“당연하지! 물론 내가 밥을 사지.”
“좋아요, 들어가요.”
“하하하!”
나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밥이 뭐라고... 고작 밥 한 끼 먹는 것에 이렇게 감사해야 하다니. 말도 안 된다고 하겠지만 그만큼 나의 심정은 절박했다. 나의 욕심을 채워 줄 여자로써 한 선생을 사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동반자로 나와 함께 할 사람으로 좋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식당을 향해 걷기 시작하자 느닷없이 한 선생이 나의 팔짱을 낀다. 깜짝 놀랐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평소에도 조신한 한 선생이었기에 나의 팔짱을 낀다는 생각은 추어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내 팔짱 한 번 낀 것 가지고 여자가 가볍다는 둥 쉬운 여자라는 뜻은 아니다.
“사장님, 우리 연인처럼 걸어갈까요?”
“어? 좋... 좋지!”
“어서 들어가요, 배고프다고요.”
“그래.”
북적이는 식당 안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 만큼 복잡했다. 나는 식당으로 들어서며 미리 예약을 해놨고 내가 한 선생과 식당에 들어오면 알아서 해달라는 부탁을 해 놓았기에 식당 주인도 낌새를 채고 있는 모양이다.
“어서 오세요, 안쪽으로 자리가 있습니다.”
“사장님, 사람이 너무 많은데요, 자리가 없을 것 같아요.”
넘치는 식당의 사람들을 확인한 한 선생이 우려의 마음으로 나에게 말했고 한 선생 몰래 식당 주인과 눈이 마주치며 살짝 윙크를 던졌다.
“이렇게 사람이 많아서야... 사장님, 혹시 방에는 자리가 없나요?”
“왜 없겠습니까? 제가 없어도 일부러 만들어 드려야죠.”
“오, 자리가 있다는 말씀이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곧 만들어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우와, 사장님. 대박이네요. 복잡하지 않게 방까지 자리를 잡아주시고...”
한 선생은 나에게 놀라며 말했고 그런 모습이 마냥 귀엽게만 보였다. 뿌듯하다고 해야 할까? 나의 부탁에 식당 사장이 자리를 잡아준다는 말을 듣고 신나하는 한 선생을 지켜보니 기사도 정신이 발휘되며 기뻤다. 물론 사전에 다 짜여진 각본이기는 하나 이런 각본은 여자가 감동 받기에 충분하지 않겠는가.
“자, 모두 준비 되었습니다. 홀 안쪽으로 가시면 맨 끝에 방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맛있는 식사 하세요.”
“네.”
종업원의 뒤를 따라 들어간 우리의 방, 복잡하지 않아 좋았고 나와 한 선생이 단 둘이 있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한 선생도 마냥 신나하는 것 같았다.
“사장님 덕분에 이렇게 비싼 식당에서 얻어먹게 되었네요.”
“부담없이 먹도록 해, 요즘 많이 힘들지?”
“아니에요, 다 경험이다 생각하고 있어요.”
“허허...”
생각이 이렇게 깊은 여자다. 뭐든지 경험이 우선이 되어야 사회생활에서 성공을 할 수 있는 법.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하는 친구들만 성공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사회는 학업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를 받는 곳이니... 총과 칼만 없을 뿐, 전쟁터와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귀한 부분이라 생각되어진다.
한 선생이 우리가 앉은 테이블 한 쪽에 있는 메뉴판을 보며 소스라지게 놀란다. 나는 그 모습에 왜 그런지 물었다.
“왜 그래?”
“사... 사장님, 음식 값이...”
“비싸?”
“보세요, 대단하네요.”
“뭘, 이정도 가지고. 그냥 먹고 싶은 것 마음 것 시켜서 먹어.”
“정말요? 정말 마음 것 시켜서 먹어요?”
“그럼, 내가 오늘 사준다고 했잖아. 대신 이따가 사무실 들어가서 일 열심히 해야 해.”
“댓가 없는 호강은 없는 것이군요...”
“그게 인생이고 삶이야!”
“네, 명심하겠습니다.”
나의 말에 기가 바짝 죽은 한 선생의 모습을 보니 정말... 저의 사회 초년생 시절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밤 11시, 12시까지 밤샘 작업 후 썰렁하기만 한 길거리를 혼자 터벅터벅 걷다 마주친 작은 포장마차에 앉아 우동 한 그릇에 독한 소주 한 병으로 나를 달래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듬뿍 먹어, 부족함 없이...”
“사장님 때문에 다이어트 포기했으니 정말 부족함 없이 먹을 겁니다.”
“무서워지려고 하네.”
“벌벌 떠실 걸요? 저 먹는 것 보시면...”
“좋아, 한 번 각오를 해보지!”
곧이어 주문한 음식이 줄을 이어 우리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한 선생은 마치 푸드파이터처럼 음식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조금 전 벌벌 떨 것이란 한 선생의 예상이 적중이나 한듯 먹는 모습에 흐뭇하기만 했고 나는 몇 젓가락 먹지를 못했다. 그래도 가끔 내 생사를 확인 하는 듯 고개를 들어 나에게 멋쩍은 미소를 보이는 한 선생.
“왜 안 드세요?”
“많이 먹었어.”
“설마요...”
“진짜야.”
“그거 드시고 양이 차신다고요? 거짓말이죠?”
“아니야, 나도 다이어트 중이라.”
“네? 사장님!”
“하하하, 농담이야. 아까 군것질 한 게 소화가 다 되질 않았는지 조금 먹어도 배가 부르네.”
“저 혼자 먹는 게... 웃기잖아요, 같이 드셔야죠.”
“먹어, 먹어. 난 지금으로도 충분하니까.”
“......”
이제 슬슬 나의 또 다른 작전을 펼쳐야 할 시간이다. 단 둘이 아무도 없는 방에서 밥을 먹는 것까지는 성공이다. 정신없이 밥을 먹고 있는 한 선생을 보며 기회의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데... 좀처럼 그 타이밍이 찾아오지 않았다. 조급한 마음에 서둘러야 한다는 마음만 있을 뿐... 복잡한 머리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그때 바로...
“웁웁... 콜록, 콜록.”
“어? 뭐야? 목에 걸렸어?”
“물... 물...”
“물? 잠깐만...”
내 바로 앞에 있는 물통을 테이블 바닥으로 냉큼 숨기며 물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한 선생이 테이블 위에 있는 호출 버튼을 눌렀다.
“띵동~”
“콜록, 콜록...”
“사람들이 물도 안 주고... 이게 뭐람.”
“부르셨어요.”
“여기, 물이 없네요. 물 좀 가져다주시고요...”
“물하고 또 뭐가 필요하세요?”
지금 이 순간, 내가 필요한 것은 한 선생이 찾는 물이 아닌...
“소... 소주도 한 병 가져다주세요.”
“소주 한 병, 또 다른 것은 필요 없으시고요?”
“네.”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기가 막힌 타이밍이 찾아왔다. 소주를 언제 시켜야 하나 망설이고 있던 참이었는데 고맙게도 한 선생 목에 음식이 걸릴 줄이야...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아마도 하늘이 나를 돕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잘하면 나의 계획대로 모든 것을 이룰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잠시 후 내가 주문한 물과 소주가 들어왔고...
“어서 물부터 마셔.”
“네, 콜록...”
술과 소주를 들고 온 종업원이 소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잔을 내 앞과 한 선생 앞에 올려놓으려 하자 물을 모두 마신 한 선생이 자신 앞에 놓이는 소주잔을 치우라고 한다. 그리고 종업원에게 말을 했다.
“저는 됐어요.”
“그럼 잔은 한 잔만 놓고 갈까요?”
“네.”
“......”
갑자기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고 한 선생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지금 소주를 주문한 이유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한 선생이 술을 마시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중...
“왜, 한 잔만 하지.”
“아니에요, 근무 중이고 이따 집에 갈 때 힘이 들어요.”
“그래도... 한 잔만 해.”
“술마시고 어떻게 일을 해요.”
“어허, 글쎄 마시라면 좀 마셔!”
“네?!”
“......”
아뿔싸... 이게 아닌데... 갑자기 나온 나의 호통에 한 선생이 놀란 토끼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종업원은 우리 눈치만 보며 소주잔을 놓고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조용히 술잔을 놓고 자기는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상태로 나와 한 선생은 침묵을 유지하며 서로를 지켜만 보았고...
“흠, 흠.”
“......”
“미...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
“난 한 선생이 힘들까봐 술이라도 한 잔하면 취 김에 힘이 날까 해서...”
“아, 네.”
“콜록, 콜록.”
“제가... 제가 한 잔 드릴까요? 사장님...”
“어, 그럴까? 나 원래 여자한테 잔 받는 남자 아닌데... 콜록, 콜록.”
“받으세요.”
민망했고 부끄러웠다. 나의 쓸 때 없는 고집과 아집으로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았다. 이렇게 강압적으로 한 선생에게 술을 권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고 찝찝한 기분은 감출 수가 없었다. 한 선생이 따라 준 술잔을 들고 멍하니 벽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한 선생이 자신 앞에 있는 술잔을 들고는 내게 말한다.
“사장님, 저도 그럼 딱 한 잔만 주세요.”
“정... 정말?”
“대신 정말 딱 한 잔이에요.”
“그래, 그래. 많이 마시면 힘이 드니까.”
“고맙습니다.”
“자, 짠할까?”
“네.”
서로의 술잔을 부딪치며 한 선생은 고개를 돌려 입술에 자신의 술잔을 대었고 나는 한 선생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원샷으로 소주를 탈탈 털어 넣었다. 쓴 소주의 기운이 내 입가를 맴돌고 한 선생은 인중에 주름이 생기며 쓴 맛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 모습마저 나에게는 너무 아름답게 보였고...
“써? 쓰지?”
“크으윽... 혀가 불에 타는 기분이에요.”
“허허, 술을 잘 못하나 보지? 한 선생은 주량이 어떻게 돼?”
“저요? 소주 반잔이요.”
“이런, 이런... 소주를 한 잔도 못한단 말이야?”
“한 잔은 제 치사량이에요.”
“헐...”
얼굴도 예쁘장했고 나이도 젊기에 나보다 술을 잘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건만 쑥맥이 따로 없는 여자다. 젊은 친구들은 소주보다 맥주를 즐겨 마셔서 그런 것인가 하고 내가 떠보기 위해 물었다.
“그럼 맥주는 잘 마셔?”
“저는 술이라면 정말 싫어요, 다음날 머리만 아프고... 이런 것을 돈 주고 왜 사먹는지 이해가 안가요.”
“그... 그래? 그럼 평소에도 술은 전혀 하지 않겠네?”
“네, 전혀.”
“남자 친구가 서운해 하지 않아?”
그녀의 임자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의중을 떠보는 나의 교묘한 질문이다. 사실 남자 친구가 없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한 선생의 외모를 봐서는 절대 없지는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었다. 내 질문에 한 선생은 곧바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역시... 남자 친구의 존재에 대해 숨기고 있는 것 같다.
“괜찮아, 말해 봐. 남자 친구는 나이가 어떻게 되는데?”
“네?”
“동갑이야? 그 친구 복 받았구먼.”
“무슨 말씀이세요?”
“아,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그냥 궁금해서...”
“사장님, 저 모태 솔로에요!”
“응? 모... 모태 솔로?”
“저는 남자 친구 안 만들어요, 평생 우리 부모님하고 함께 할 거라고요.”
“정말 애인 없어?”
“왜요? 아, 주변에 괜찮은 남자있구나~ 에이, 저는 혼자가 좋아요.”
다행이다. 애인이 없단다. 그 얘기는 아직 한 선생이 순결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고 또한 내가 들어갈 그녀의 마음 속 자리가 비어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모태 솔로... 이렇게 반갑고 감사하게 들린 적은 없었다.
“혼자 살면 부모님들이 걱정할 것인데...”
“아니요, 우리 부모님도 저보고 시집가지 말고 혼자 살으라고 하세요.”
“왜?”
“고생만 한다고... 킥킥킥.”
“......”
한 선생의 부모님은 그녀를 진정 결혼도 시키지 않으려는 말이었을까. 아닐 것이다. 자식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경우는 있어도 부모의 입장으로 자식을 결혼 시키지 않는 다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분명 다른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 믿는다. 어쩌면 반의법을 이용한 설득이 아니었을까.
“부모님이 그렇게 말씀을 하신다니... 좀 신기하네.”
“뭐가요?”
“결혼을 시키려고 하지 못하게 하는 부모는 세상에 없거든.”
“아, 우리 부모님이 좀 힘들고 어렵게 살아 오셔서 결혼에 대해 완전한 부정은 아닌데 그렇게 좋아하시지는 않아요. 더군다나 제가 외동 딸이다 보니...”
“외동 딸? 한 선생 형제가 없었어?”
“네, 저 혼자에요.”
역시... 뭔가 사정이 있을 것 같았다. 힘든 삶을 사신 부모의 입장으로 자식이 똑같이 살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니...
“그러고 보니, 아직 한 선생 이름을 모르겠네.”
“네?! 제 이름을 모르신다고요?”
“이력서나 뭐... 이런 것에 써 있긴 한데... 미안하네.”
“이번에 알려드리면 절대 잊지 않으실 거죠?”
“응, 약속할게.”
“그럼, 잘 들으세요. 제 이름은요...”
뭘까? 한 선생이 말을 하는데 갑자기 목이 말랐던지 못 마신다는 자신의 치사량을 담고 있는 소주잔을 들고는 벌컥 마셔버렸다. 아까 살짝 입에 댄 술에 취했던 모양인데... 일이 더 쉽게 풀려 나가는 분위기였다.
“카아~ 제 이름은요.”
“......”
“사장님, 그러니까... 제 이름은요...”
마지막에 마신 소주 한 잔에 데미지가 컸던 모양이다. 눈이 반쯤 풀린 상태로 몸을 낮춰 나를 쳐다보는 한 선생. 그 때문에 내 눈은 덩달아 호강을 하게 되었다. 여자들의 상의가 넓게 벌어지며 그 사이로 한 선생의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보였고 목으로 넘어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취한 한 선생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한... 한상민... 한상민이라고요.”
“한상민? 그건... 남자 이름 같은데?”
“히히히, 우리 부모님이 절 임신 하셨을 때 작은 좌판을 펴시고 장사를 하셨데요. 딸꾹.”
“그런데?”
“일이 너무 힘들어 아들이 나와 자신들의 일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제 이름을 아들이름으로 지었데요.”
“아, 그런 사연이 있었네. 재미있군.”
“하나도 재미없어요, 집에서는 저를 남자처럼 키우려고 하고... 끅...”
보통 취한 게 아니었다. 이 상태로 회사에 다시 들어가 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괜히 내가 술을 권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어서 다음 작전을 펼쳐야 할 것만 같았다. 술독에 빠진 사람처럼 횡설수설하는 모습에 내가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자고 말을 했고 한 선생은 딱 한 잔만 더 하자고 보채는 중이다.
“사장님, 사장님이 절 이렇게 만드셨으니까 책임지세요!”
“!”
책임... 무겁고 힘든 단어다. 하지만 나는 세상을 그렇게 어눌하고 효율적이지 않게 살아오지는 않았다. 뭐든지 꼼꼼하게 완벽하게 일을 해왔던 남자였다. 책임을 갖고 회사를 운영하며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 나에게 책임이라는 말을 꺼내며 자신을 책임지라는 한 선생... 물론, 내가 당신을 무조건 책임지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알겠어, 알겠으니 이제 그만 일어나자고.”
“사장님, 나빠요.”
“내가 왜 나빠?”
“사장님 양말, 구멍 났단 말이에요. 딸꾹.”
“응? 내 양말?”
취한 여자의 말이라 그냥 우습게 지나치려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개를 들어 내 양말의 상태를 확인했다. 헐... 정말 엄지발가락 부분에 구멍이 크게 나있었고 그 사이로 못생긴 발가락이 튀어 나와 있다.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며 창피한 마음이 들었고 비틀거리는 한 선생을 부축한 채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숨기기에 바빴다.
“한... 한 선생, 이... 이건 못 본 걸로... 해줘.”
“그러니까 딱 한 잔만 더하자고요.”
“......”
지금 한 선생은 아마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만취한 상태였고 취 김에 하는 소리에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 흔들거리는 그녀의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허리를 집어야했는데 괜히 성추행 범으로 몰릴까봐 손이 허리춤으로 갔다가 망설이기를 한 참... 이 상태라면 나도 회사 사무실까지 걸어가는 건 불가능했다.
“한 선생, 내가 지금 힘들어서 허리를 잡으려고 하는 거야. 다른 생각은 없어. 알겠지?”
“청춘이 한 번 오지, 두 번 오지는 않아요!”
“뭔 소리야?!”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 할아버지가 터를 잡으셨죠.”
“큭... 완전히 맛이 갔네, 맛이 갔어.”
그녀에게 승낙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고 어쩔 수 없이 허리춤에 손을 올려 허리를 잡기로 결심했다. 내 오른쪽에 한 선생을 부축한 상태로 왼팔은 한 선생의 팔을 잡고 오른손을 돌려 허리를 잡으려는 순간 한 선생이 비틀거리며 주저앉으려 했다. 그런 그녀를 잡기 위해 오른손을 뻗었는데... 그게 하필...
“물컹.”
“헉.”
“음냐, 음냐...”
한 선생의 오른쪽 가슴을 잡고 말았다. 나의 심장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고 그 상태로 움직일 수 없었다. 얼굴이 달아오르며 한 발자국도 바닥에서 땔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의 결정은 무엇인지... 고민을 하고 있던 중 우리가 있는 방문이 활짝 열렸다.
“드르륵~”
“손님, 후식으로...”
“응?”
여자 종업원이 후식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가 있는 방문을 열었고 내가 한 선생의 한 쪽 가슴을 잡은 채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여자 종업원은 순간 얼어붙으며 정지된 상태로 우리의 묘한 자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여자 종업원을 향해 아니라고... 절대 그런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인을 보냈다.
“죄...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그런 것 절대 아니라고요.”
“그럼... 즐거운 시간...”
“드르륵~”
“아줌마, 아줌마!”
“꺄아악!”
이런 젠장 할...! 저 아줌마가 날 지금 흉악한 치한으로 알고 있다니... 이런 누명을 쓰고 있는 내가 참으로 한심하기만 했다. 한 선생을 바닥에 놓고 달려가 오해하고 있을 아줌마에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나의 손에는 한 선생의 풍만한 가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흑...”
“음냐, 음냐...”
“이... 이봐, 한 선생. 정신 좀 차려봐!”
“사장님, 2차 가시는 거예요?”
“2차는 무슨 2차... 정신을 차려야 내 계획이...”
“2차가 싫으면 3차 가요, 네?”
“미치겠네.”
끙끙거리며 한 선생을 데리고 카운터로 향했고 카운터 앞에 도착하자 조금 전 우리 방에서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던 아줌마를 만날 수 있었다.
“젊은 아가씨가 떡이 됐네,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응? 한 병?”
우리의 계산서를 확인한 식당 사장님도 어이가 없었던지 콧방귀를 뀌며 나에게 신용카드를 받았다. 계산을 하고 있는 식당 사장님 뒤에는 오해를 하고 있는 아줌마가 있었고 팔짱을 낀 채 나를 무슨 인간쓰레기 말종처럼 지켜보고 있다. 그 눈빛을 피하려고 노력해 봤지만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줌마,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
“정말 우연의 일치로... 제가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그 아가씨, 꼭 집에 데려다 주세요.”
“암요, 그래야죠.”
“엉뚱한 곳으로 가시지 말고.”
“헐...”
계산을 모두 마치고 영수증을 받은 뒤 한 선생과 함께 그 식당을 나왔다. 식당을 나와 다시 돌아보며 나에게 충고를 한 아줌마를 향해 소리를 쳤다.
“에라이, 빌어먹을 아줌마 같으니... 사람을 어떻게 보고!”
“흠냐, 흠냐... 똑바로 보란 말이야! 나 안 취했다고!”
나의 고함 소리에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하던 한 선생이 벌떡 일어서며 식당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자신은 취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소란스럽게 소리를 지르자 식당에서 사장님과 아줌마가 달려 나왔고 무슨 일이냐며 묻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민망한 나는 한 선생을 업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창피해서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 선생, 제발 정신 좀 차려 봐!”
“우와, 이거 뭐에요? 범퍼카인가?”
“무슨 소리야?”
한 선생을 등에 들춰 업고 달리니 자신의 몸이 덜컹덜컹 걸임을 느꼈고 그게 마치 놀이동산에 있는 범퍼카를 탄 기분이었나 보다. 자신만의 감흥에 취해 나의 머리숱을 잡더니 말을 탄 듯 머리채를 좌우로 흔들며 길거리에서 소리를 질러댔다.
“오? 달렷!”
“으윽...”
머리를 어찌나 쌔게 잡아당기던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너무 아픈 마음에 팔이 자꾸 안쪽으로 움직이며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다 힘이 붙여 달리기를 멈추게 되었다. 어느덧 도착한 회사 사무실 앞.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 선생에게 참다 참다 고함을 지르게 되었고...
“이것 좀 놔! 아파 죽겠네.”
“흠냐, 흠냐...”
내 어때 너머로 축 쳐진 한 선생의 팔을 보니 잠에 든 것 같았다. 완전히 낭패다. 나의 계획은 이게 아니었다. 비싼 식당에서 분위기 있게 술을 한 잔 마시고 달달하게 달아오른 분위기에 사랑고백이 이루어지며 그 고백에 감동을 받은 한 선생이 눈물을 흘리고...
.....
..........
...............
“나 그대에게... 할 말이 있네, 평생 옆에 있고 싶어.”
“사... 사장님...”
“사랑해...”
“감동이에요, 왜 이제야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거죠? 흑흑...”
“한 선생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해, 내가 앞으로 살면서 다 보상해 줄게.”
“몰라요, 사랑해요. 사장님!”
“나도... 평생 사랑해.”
“쭙...”
...............
..........
.....
이런 잔잔한 로맨스를 꿈꿨던 어리석은 남자여... 지금은 내 등에 업혀 정신을 잃은 채 잠들어 버린 한 선생만이 있다니...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으니 이를 어쩐다. 내 여자를 업고 사무실로 들어가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택시를 태워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것...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때 알게 되었다.
“뭉클, 뭉클...”
내 손이 굉장히 푹신하고 탱탱한 그 무엇인가를 잡고 있다는 사실. 너무 기분 좋은 감촉이라 쉽게 느낄 수 없는 여자들의 응큼한 부위. 내 양손은 한 선생의 엉덩이를 잡고 그녀를 등에 업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다시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고 택시를 태워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생각은 어리석었다는 판단이 들었다.
우리 회사 사무실은 4층 높이 건물에 3층이다.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빨리 올라가 한 선생을 소파에 눕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엉덩이에 양 손을 올린 채 1층부터 3층까지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한 계단, 두 계단... 세 계단. 계단을 오를 때 마다 느껴지는 엉덩이의 느낌이 달랐고 덤으로 살짝 옆으로 비켜지며 한 선생의 가랑이 사이로 손이 들어가곤 했다.
아... 이 상태가 나에게 최상의 상태였다. 술에 취해 몸이 퍼진 상태였으므로 한 선생의 엉덩이는 최대한 뒤로 밀려 나게 되었고 나는 그렇게 두면 한 선생이 불편할까 봐 엉덩이를 꽉 잡으며 내 등 쪽으로 밀착을 시키고 있다.
“으음...”
한 선생이 잠결에 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잡고 있던 엉덩이에서 손을 때고 고개를 돌려 눈도 뜨지 못한 얼굴을 바라본다. 취한 한 선생은 취하지 않은 한 선생일 때보다 더욱 아름답고 그 미모는 강렬했다. 남자라면 누구나 이런 상황에 여자를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나 혼자 자기 취면을 걸며 계단을 오른다.
“딸깍~”
사무실 앞에 도착하여 문을 열고 들어가 최대한 천천히 잠든 한 선생을 소파에 눕혔다. 직원 수는 얼마 되지 않은 작은 회사지만 그래도 나는 회사복을 지급했다. 한 선생은 퇴근 전이기에 회사복을 입고 소파에 누웠다. 치마의 길이는 그리 길지 않다. 정말 길어야 무릎 밑부분... 한 선생이 추울까 내가 평상시 입던 얇은 바람마개를 벗어 덮어주려 하는데.
“아, 불편해...”
잠결에 불편하다며 자신의 다리를 활짝 벌리는 한 선생. 내가 그녀의 다리 밑에 있었는데 코피가 쏟아지는 줄 알았다. 활짝 벌려진 다리 사이로 살색 스타킹의 끝부분이 정면으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킹에 반사된 한 선생의 속옷 색깔은 빨간색이다. 그렇다면 추리를 해본 결과 팬티의 색깔이 빨간색이기에 가슴을 덮고 있을 상의 속옷 역시 빨간색이란 확신이 든다.
“하아... 미치겠다.”
늦게 고백하는 게 있다면... 나는 아직도 여자와 잠자리를 해보지 못한 대한민국에 40대 중 유일한 남자일 것이다. 경험이 적다보니 여자를 다루는 방법도 서툴다. 야동이나 야설에 나오는 것처럼 술에 취한 여자에게 강제로 나의 욕구를 풀만한 담력도 없었고 또 어떻게 하는 것인지 이론만 갖춘 상태다.
“후아, 후아!”
호흡을 길게 하며 나의 긴장된 마음을 다스려 보려 노력하고 있는데 아까 벗어뒀던 바람마개가 떠올랐다. 이걸로 잠시나마 한 선생을 덮어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는데...
“툭!”
“윽!”
소파 앞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탁자의 발부분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고 넘어져도 하필 한 선생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포개어지며 넘어졌다. 내 눈 앞에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한 선생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이며 나의 몸은 이미 한 선생의 전부를 덮고 말았다. 작은 파장으로 시작된 심장이 큰 파장으로 바뀌며 한 선생에게도 전해질 것 같았다.
“콩닥, 콩닥...”
“한... 한 선생...”
그녀의 위에서 내가 조용한 소리로 한 선생을 호명하자 몸을 살짝 옆으로 비틀었고 그 덕에 내 중심부가 한 선생의 다리 사이로 정확하게 밀착이 되고 만다. 심장은 더 크게 요동친다. 폭발할 것 같은 요동에 마른 침만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용기가 난 것인지 용기를 낸 것인지 모를 나의 손이 떨려오며 한 선생의 가슴으로 향하고...
“부... 부드러워.”
“으음...”
“하아...”
손이 한 선생의 가슴에 닿자 뭘 망설이냐는 악마 같은 나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의 얼굴을 22살의 어린 한 선생 가슴에 파묻혔고 단추 사이로 그녀의 살이 느껴졌다. 내 입에서는 징그러울 만큼 뜨거운 혀가 나와 옷 사이로 맨살을 핥기 시작한다. 뜨겁다... 한 선생의 체온도 나만큼 뜨겁다.
“씁... 쭙쭙...”
“으음... 하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한 선생의 얇은 신음 소리... 내 귀에 들려오는 그녀의 소리는 악마가 부르는 유혹의 소리처럼 들려왔고 손을 이용해 잠긴 한 선생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 헤친다. 단추가 모두 풀리자 내 예상과 같은 빨간색 브라자가 아닌 검은색 브라자가 모습을 보였다. 아까 분명 빨간색 팬티를 입고 있었는데... 왜 브라자는 검은색이었을까.
궁금은 했지만 그걸 잠들어 있는 한 선생을 깨워 물어볼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색깔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 내 눈 앞에는 어린 한 선생이 있는 것을... 한 선생이 입고 있는 브라자를 벗기를 방법이 궁금했다. 손을 등 뒤로 넣어 뭔가를 딸깍하고 풀면 된다고는 알고 있지만 실전이 없던 내가 궁리만 하고 있는 중이다.
“이... 이걸 어떻게 푸는 거지?”
병신처럼 한참을 연구하고 노력했지만 도무지 푸는 방법을 모르겠다. 이제 남은 방법은 단 하나, 브라자를 잡고 위로 올려 싱싱한 한 선생의 유방을 구경하는 것 뿐. 브라자를 잡고 위로 올리려는 순간 정말 많은 생각이 든다. 평소 꿈에 그리던 여자의 젖... 엄마의 젖 말고 이성으로 만나는 여자의 젖... 나도 이런 젖을 입으로 빨아 볼 수 있다는 흥분. 망설일 수 없었다. 그대로 위로 올리려는 순간 그녀의 손이 나의 손을 잡는다.
“덥썩.”
“사장님.”
“헉!”
내 몸은 석고가 된 듯 그대로 얼어붙었고 내 손을 잡은 한 선생을 쳐다보니 또릿또릿한 눈을 뜨며 나를 지켜보고 있다. 아뿔싸... 취한 척하며 연기라도 한 것인가. 아니면 정말 취했는데 내가 자신의 브라자를 벗겨내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는 느낌에 잠이 깬 것인가. 복잡하고 복잡했으며 당황스럽고 당황스러웠다.
“한... 한 선생...!”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그... 그게... 그러니까...”
“설마... 절...”
“한 선생, 내가 다 설명 할 게.”
“지금 절 어떻게 하시려고 하는 건가요?”
“윽...”
나는 이제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들어 왔고 모든 것을 자포자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대로 성폭행 범으로 몰려 철장에 가야 하다니... 내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나이 40살 먹고 결혼이라도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그걸 한 선생에게 모두 말하고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크흑...
“딸깍.”
“응?”
어리석은 행동이었다고 부질없는 나만의 욕심이었다고 자책하며 후회를 하는 동안 한 선생이 자신의 손을 등 뒤로 돌려 자신의 브라자의 후크를 풀었다. 그리고 나를 향해 자신의 브라자를 보이며 말을 한다.
“이렇게... 이렇게 푸는 거예요, 그렇게 막무가내로 하는 것이 아니고.”
“......”
“이제... 절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한... 한 선생.”
“으음, 그렇게 부르시지 말고 이름을 불러 주세요. 제 이름... 아까 들으셨잖아요.”
“윽...”
수능 문제보다 더 어려운 문제다. 기억력이 그렇게 좋지 못한 내가 식당에서 들은 이름을 생각해 내기란 좀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이게 무슨 대단한 문제라고 나는 나름의 고민과 고민을 반복하기 시작했고 그런 모습에 한 선생이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았다.
“생각이 나지 않으세요?”
“꿀꺽.”
“그런 모양이군요, 사장님은 제 이름도 모르시면서 왜 제 몸에 탐을 내세요?”
“그... 그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죠? 절...”
“......”
“남자들은 다 똑같아, 여자 옷을 벗기면 머리가 하얗게 되나 봐요.”
“생각 중이야, 지금...”
“생각하지 말고 기억하셨어야죠, 직원 이름도 모르는 사장님이 어디 있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좀 생각이 나시려나?”
“응?”
한 선생이 갑자기 내 얼굴을 자기 가슴 쪽으로 잡아당기더니 자신의 유두를 내 입으로 안내하며 비비기 시작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 선생의 손으로 내 머리가 조작이 되듯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의 입술에 살짝살짝 한 선생의 유두가 닿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는 배고픔... 배고픔은 정말 먹은 게 없어 굶은 배가 아닌 여자의 젖가슴에 대한 배고픔이었다.
한입 크게 물어 젖가슴 전체를 내 입으로 빨기 시작했고 야동에서 본 것처럼 나의 혀가 유두를 간질였다. 건포도만한 유두가 나의 혀에 닿자 한 선생의 입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야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아... 으음... 아...”
“쭙쭙... 쭙쭙... 쭙...”
“너무 좋아요, 사장님... 으음...”
“하아... 한 선생...”
“아아...”
나의 물건은 터져버릴 만큼 크게 부풀어 올랐고 그 느낌이 다리를 양쪽으로 활짝 벌리고 있는 한 선생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 선생은 골반을 움직이며 나의 물건을 자신의 둔덕에 비비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음란한 신음 소리는 더 커지게 되었다.
“헉헉... 사장님, 너무 느낌이 좋아요.”
“나도... 나도 한 선생만큼 좋아.”
“아아아... 강하게 눌러 주세요.”
“이... 이렇게?”
한 선생 둔덕을 비비고 있는 나의 물건을 강하게 밀착하며 누르자 한 선생의 눈동자는 흰자로 변했고 잡고 있던 나의 얼굴을 자신의 입술로 핥아주기 시작한다. 끈적끈적한 한 선생의 타액이 내 얼굴 전체를 뒤덮자 시큼한 냄새마저 나기 시작했고 나도 멍청한 초짜처럼 행동할 수 없었다.
“부우욱!”
어디서 그런 박력과 용기가 나왔을까. 한 선생이 입고 있던 스타킹을 찢어 버리고는 팬티를 벗겼다. 놀라운 사실은 그녀의 둔덕에는 단 한 줄기의 털도 없었다는 것이다. 제모를 했다면 티가 났을 것인데 제모를 한 흔적은 없었다.
“털이...”
“처음 보세요? 여자의 그곳...”
“응, 실제로는 처음 봤어.”
“거짓말...”
“정말이야, 야동에서 봤지... 이렇게 실제로는 처음이라고.”
“맛도 보셨어요?”
“아... 아니.”
“그럼 어서 맛을 봐요...”
“웁...”
나의 머리를 누르며 자신의 가랑이 사이 둔덕에 내 머리를 잡아당기는 한 선생. 저항할 힘이 없어 거부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저항할 마음이 없어 그대로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 강제적인 행동은 아니었다는 사실. 시큼한 냄새와 찌릿한 냄새가 동시에 났고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징어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그 오징어 냄새가 못 견딜 만큼 고약하다는 것이 아니라 구미를 당길 정도의 달콤한 향처럼 느껴졌다. 다소곳하게 솟아 있는 한 선생의 크리스토퍼와 마주하며 나의 혀가 마중을 나선다. 할딱... 할딱... 혀가 움직일 때 마다 한 선생의 허리를 활처럼 휘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재미가 들어 몇 번이고 혀를 움직였다.
“으으으... 사... 사장님!”
“할딱, 할딱...”
“아아아... 미치겠어, 정말...”
그렇게 나의 혀가 한 선생의 크리스토퍼를 자극하는 재미에 한참이 흘렀다. 꿀벌이 오기만을 기다리다 지친 꽃잎은 나중에 파리지옥이 되어 복수를 하듯 내 몸을 자신 쪽으로 끌어올려 키스를 바라고 있다.
“쪽... 쭙쭙...”
“아아!!”
나의 입술이 한 선생의 입술에 부딪치며 크리스토퍼를 핥던 내 혀가 한 선생의 입속으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강한 치아로 꽉 물었다. 그 때문에 내가 소리를 지르며 아파하고 있는데...
“윽...”
“죄송해요, 제가 흥분을 해서 혀를 물었어요.”
“너무 아파.”
“그럼 이번에는 아프지 않게 할게요, 돌아보세요.”
“돌아보라고?”
“저에게 누워서... 사장님 것도 제가 먹고 싶어요.”
“응? 어떻게?”
“정말 여자와 섹스가 처음이에요?”
“......”
답답했던지 한 선생이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 짜증 섞인 말로 물었고 나는 우물쭈물하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한 선생 눈치만 보며 내가 가만히 있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웃기 시작한 한 선생.
“좋아요, 설명까지 해드릴게요.”
“......”
“69라고 들어보셨어요?”
“69? 응...”
“그거 하자고요.”
“아, 69.”
“네, 69.”
가르쳐줘서 알았다. 69라는 자세를 직접해본 적은 없지만 대충 어떤 자세인지 알고 있기에 내가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묻고 나의 물건을 그녀의 입에 조준하듯 올려놓았다. 누가 먼저 시작해야 하는 건지 몰라 내가 가만히 있자 한 선생이 내 엉덩이를 때리며 말했다.
“짝!”
“뭐하세요? 어서 핥아 주세요.”
“어, 어.”
“쭙쭙쭙... 쭙쭙...”
“할딱, 할딱...”
세상에... 이런 기분인지 정말 몰랐다. 내 물건을 누군가 빨아준다는 것, 그와 동시에 누군가의 성기를 내가 핥아 준다는 것.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고 기뻤으며 좋았던 순간의 100배... 아니 1,000배는 더 좋았다. 목구멍으로 굵직하게 박힌 나의 물건에 한 선생도 대 만족을 표시한다.
“사장님... 정말 대박 크시네요.”
“정말?”
“네, 정말 대단하세요.”
“고... 고마워, 윽...”
“입에 싸시면 안 돼요, 이따가 삽입도 해야 하니까.”
“노... 노력하고 있는 중이야, 으윽...”
“쭙쭙쭙...”
“아아아...”
한 선생은 나의 성기뿐만 아니라 고환까지 입에 물어주며 나에게 환상이 무엇인지를 전해주고 있었고 근근이 전립선을 손으로 쓰다듬는 터치도 해준다. 첫 경험이란 것... 고등학교 때 친구들끼리 야동을 처음 경험하고 군대시절 휴가를 나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왜 이걸 경험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도 든다.
“아악... 한 선생... 윽...”
“쭙쭙쭙... 쭙...”
“허억...”
정말 참을 수 없는 자극은 입으로 빨던 나의 물건을 중간중간 손으로 흔들어주며 한 선생의 혀가 나의 귀두를 공격할 때였다. 그때는 정말 그대로 사정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참아야 한다는 그녀의 말에 억지로 몸을 비틀며 버텨내야 했다. 하지만 이는 얼마 가지 못하고 나의 하얀 국물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아아아!”
“윽... 싸지 말라니까요.”
“꿀렁, 꿀렁...”
“......”
“헉헉헉...”
사정이 이루어졌고 의도적이 않게 나의 정액을 한 선생 얼굴에 통째로 쏟아내고 말았다. 지그시 눈을 감고 나의 정액을 얼굴로 모두 받아낸 한 선생이 조용히 몸을 일으켜 책상 한 쪽에 놓여 있는 티슈를 뽑으며 거울로 향한다. 나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아직도 사그러들지 않은 흥분감에 젖어 있다.
“화장 지워지게 얼굴에 사정하면 어떻게 해요.”
“미... 미안, 참을 수가 없었어.”
“사장님, 정말 여자와 처음이세요?”
“응.”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에 하얗게 묻은 나의 정액을 닦아 내던 한 선생이 고대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는 웃으며 다시 한 번 묻기 시작했다.
“어머, 사장님 올해 나이가... 그동안 뭐하셨어요?”
“......”
“세상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한 번도 경험이 없다니...”
“콜록, 콜록...”
“제가 사장님 첫 여자네요?”
“응.”
“좋았어요?”
“......”
마치 대화가 여관에서 아가씨를 부른 뒤 소위 말하는 여관바리와 관계가 끝난 후의 대화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런 적은 없었지만 그냥 기분이 그랬다. 별로 좋지 않은 기분... 여자와 야릇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 사정을 했는데도 이 찝찝한 기분은 무엇일까. 아무렇지 않게 나를 향해 당당하게 서 있는 한 선생은 평소에 알고 있던 그 여자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한 선생은... 아참, 이제야 기억이 나네.”
“무슨 기억이요?”
“한 선생 이름말이야.”
“정말요? 뭔데요?”
“상민, 한상민.”
“고맙습니다, 이름도 기억해 주시고.”
“훗.”
비웃음조차 거북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뭐였을까. 그토록 갖고 싶었고 하룻밤 꿈같은 사랑을 꿈꿨으며 결혼까지 고민하게 했던 나의 어린 여자, 한 선생... 아니, 한 선생이 지금은 굉장히 싸구려 여자와 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경험이 상당히 많은 것 같아 내가 물었다.
“경험이 많은 모양이네?”
“많지는 않지만 없지도 않아요.”
“몇 번이나 해 봤어?”
“글쎄요... 그걸 일일이 기억하고 있지는 않은데... 물어보시니까 생각 좀 해봐야겠네요.”
“그 정도로 많아?”
“음... 30번은 안 될 것 같고.. 20번은 넘은 것 같고... 그렇네요.”
“나이도 어린데 그렇게 많이?”
“고등학교 때 처음 해 봤어요, 교회 오빠와 함께...”
“교회 오빠... 모자 쓰고 청바지 입는 오빠? 기타 좀 잘치고.”
“어, 어떻게 아세요?”
“대한민국 모든 남자는 다 알아.”
“그렇군요.”
내가 미처 몰랐던 한 선생이의 과거까지 듣게 된 마당에 지저분한 감정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첫 사정은 아니지만 여자가 빼준 나의 첫 타인 사정이지 않은가. 사정을 하면 누구나 후회와 미련이 남는 법. 나도 아마 그 때문에 지금과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얼굴을 대충 닦아 낸 한 선생이 화장을 고치고는 자신의 벗겨진 옷을 챙겨 입는다.
“이제... 어떻게 해요?”
나를 등지고 자신의 옷을 입고 있는 한 선생이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그런 한 선생에게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 이대로 집에 가요?”
“......”
그 질문 역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장님이 절 범한게 아니라 제가 좋아서 했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
한 선생의 질문에 나는 단 한 마디도 대꾸를 하지 않았다. 한 선생이 밉거나 싫어서가 아닌 지금 나만의 감정이 지저분했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남자는 다 똑같죠.”
“뭐가?”
“처음에는 하이에나처럼 달려들다가 사정하고 나면 여자는 쓸모가 없으니까.”
“......”
나에게 한 선생은 굉장히 실망을 한 눈치다. 자신과 뜨거운 밤을 보냈고 나를 사정까지 시켜줬다. 더군다나 나의 뜨거운 정액을 얼굴로 모두 받아준 여자다. 그런 여자에게 고맙다는 말, 사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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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생, 이것 좀 빨리 처리해 줘.”
“네, 알겠습니다.”
“그것 오늘 오후까지 부탁 받은 것이니 퇴근 전까지 반드시 처리해야 해.”
“네.”
내가 퇴근 전까지 부탁하며 전달한 서류는 그리 급한 일이 아니었다. 항상 바쁘고 과다한 업무량에 허덕이고는 있지만 지금은 그녀를 내 옆에 더 오래 두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시급하지 않은 일이지만 언젠가는 처리해야 할 일을 지시하고야 말았다. 내가 그녀와 자연스럽게 사무실에 남게 될 건 수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다.
“사... 사장님, 이걸 오후까지 모두 다 처리해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내가 지난 분기까지는 작성을 했는데 그 뒤로 작성하지 못했어, 미안한데 한 선생이 좀 처리 해줘.”
“하... 하지만 이 많은 양을...”
“왜? 싫어?”
전달 받은 일을 확인한 한 선생은 당황스러운 모습으로 내 앞에서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만일 거부라도 한다면 나의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위기였다.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일이 많아서 퇴근 후에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됐다. 한 선생이란 여직원이 내가 내민 미끼를 덥석 물고야 말았다. 이제 한고비를 넘게 되었으니 음흉한 마음으로 혼자 자축을 할 시간이다. 침착한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는 한 선생을 향해 진지하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을 해주었다.
“그래? 그렇게 많은 양이면... 하는 수 없지, 나랑 같이 야근이나 하자고.”
“사장님도요?”
“내가 했던 일이니 옆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야, 겸사겸사 다른 일도 할 겸...”
“아, 알겠습니다.”
“어서 가서 일 해.”
“네.”
우리가 근무하는 회사는 작은 소규모 중소기업이다. 그리 넉넉지 않은 자산으로 사업을 꾸려나가다 보니 직원들이 과다한 업무량에 치여 산다. 그게 나는 항상 미안했고 직원들의 복지를 최선으로 두려고 노력하는 오너 중 한 명이다. 직원의 수는 총 4명, 직원의 비율은 나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이 여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몇 년 째 착실히 근무하던 한 여직원이 임신과 함께 출산을 하는 바람에 한 선생이란 여직원이 보조 인력으로 근로공단에 지원을 받아 일을 하고 있다. 사회경험이 전무한 터라 처음에는 그녀를 받아 쓸 때 많은 고민을 했었다. 행정일이 다반사인 우리 회사에서 기초가 부족한 보조 인력을 지원받으면 그만큼 타격이 컸기 때문이다.
며칠 일을 시키다보니 싹싹하기도 하고 나름 능력도 있어 이제는 출산을 위해 쉬고 있는 여직원의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기특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보다 요즘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그녀의 외모와 잘록한 허리에 이은 히프 라인이었다. 소위 말하는 S라인이 나의 시선과 욕망을 사로잡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한 선생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그녀의 모든 것을 갖을 수 있을지 고민을 하던 중, 일을 핑계로 야근을 시키고 내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로 했다. 나쁜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녀의 손이라도... 허리라도... 한 번 잡아 볼 수 없을 것 같아 내린 결정이다. 그렇게 하루의 일과가 지나가고 있었다.
“와, 이제 곧 있으면 퇴근 시간이네!”
“오늘 퇴근하고 찜질방이나 갈까?”
“오, 좋은데요? 콜!”
여직원들은 금요일 밤, 다 같이 찜질방으로 갈 모양이다. 물론 나에게 함께 가자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찜질방이라는 특성도 있겠지만 평소에도 나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일 같이 일에 대한 잔소리와 핀잔만 주다보니 인기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듯하다.
“오늘 모두 수고했으니 일찍들 들어가.”
“네, 사장님은 퇴근 안 하세요?”
한 여직원이 나에게 퇴근을 하지 않느냐며 물었지만 책상에 고개를 숙인 채 한 선생 쪽을 응시하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의 대답이 없자 질문을 했던 여직원이 민망했던지 나에게 목례를 하며 자신은 퇴근을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한 선생에게 다가가 찜질방에 함께 갈 것을 말하는데...
“한 선생은 오늘 시간이 어때?”
“저는 아직 일이 남았는데요.”
“무슨 일? 오늘 급한 일은 우리가 다 했는데.”
“아까 오전에 사장님이 주신 일인데... 퇴근 전까지 모두 처리해야 한다고 하셔서...”
“뭐라고?”
한 선생의 말을 들은 아까 그 여직원이 나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성격 참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렇게 나를 쳐다보지 않아도 충분히 느끼고 있는 점이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한 선생이 다시 낭랑한 목소리로 그 여직원에게 말을 했다.
“저는 괜찮으니 어서들 퇴근하세요, 저도 이걸 서둘러 끝내고 퇴근할게요.”
“그래, 그럼. 그래도 금요일에 자기 일을 직원에게 시키는 사장이... 어디에 있어.”
“괜... 괜찮아요, 그런 말씀 마시고 어서 퇴근들 하세요.”
“그럼, 우리 먼저 갈게. 즐거운 주말 보네.”
“네, 안녕히 들어가세요.”
두 명의 여직원은 퇴근을 하며 내 욕을 바가지로 하고 있는 눈치다. 벌써부터 내 귀가 간지럽기 시작했다. 찜질방에 가면 얼마나 심한 욕을 할지... 보지 않아도 자명한 일이다. 찝찝한 마음에 다음 주에는 회식이나 한 번 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요즘 회식을 언제 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사... 사장님, 여쭈어 볼게 있어서요.”
“어, 응... 뭔데?”
“아까 저에게 주신 서류 중에... 이 부분은 제가 할 수 없는 부분 같아서요.”
“어디?”
한 선생이 들고 온 서류를 바라보며 살짝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백옥이 따로 없는 하얀 손... 엄지손가락은 너무 귀엽고 예뻤다. 내 입에 넣고 한 번만 빨아 봤으면 좋겠다는 나만의 망상을 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계속 쳐다보다가는 변태로 오인 받을 것 같아 다시 서류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 그렇군.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내가 하도록 하지.”
“아, 그러면 저는 그 밑에만 하면 되나요?”
“응, 그러면 되겠어.”
“알겠습니다.”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자 내가 평상시 바라고 원했던 그녀의 늘씬한 뒤태가 적나라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저... 저 S라인을 단 한 번만이라도 만져 볼 수 있다면... 아니 그보다 옷을 벗겨 두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단 말인가. 나이 40살에 결혼도 못한 내가 올해 22살의 한 선생에게 하는 생각은 주책인 것인가.
“탁탁탁...”
자리로 돌아간 한 선생의 빠른 타이핑 소리만이 작은 사무실에 남아 있는 나의 귀에 들려오고 벽에 걸려 있던 벽시계에서 뻐꾸기가 울기 시작했다.
“뻐꾹~ 뻐꾹~”
정시 때 마다 알리는 알림 소리인데 보통 직원들은 이 뻐꾸기 소리로 퇴근 시간을 맞추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시킨 터라 사무실에서 들려오던 여직원들의 기지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한 선생이 작업 중인 컴퓨터의 타자 소리만 은은하게 들린다. 이제 두 번째 행동을 개시할 타이밍이다.
“아, 배가 살짝 고프네. 한 선생.”
“네?”
“일이 아직 많이 남았지?”
“네, 조금 많이 남았네요.”
“지금 당장 끝낼 수 없는 일이잖아.”
“......”
“그러면 우리 밥 먹고 할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전 저녁을 먹지 않는 걸요, 다이어트 중이라. 출출하시면 식사하시고 오세요.”
매몰차게 나의 제안을 거부하는 한 선생이 야속하기만 했다. 나의 초기 계획은 이렇게 말하며 다가가면 그렇지 않아도 배가 고팠다는 등의 말을 하며 식사를 하는 것이었는데... 계획이 빗나가버렸다. 일부러 사무실 앞에 있는 고급 식당에 예약까지 해 놓았는데. 이런 빌어먹을... 하지만 이렇게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아 다시 한 번 물었다.
“그... 그렇지? 그래도 시간이 되면 사람이 밥을 먹어야지, 나가서 밥이나 먹고 오자고.”
나의 말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에만 열중하며 짧은 대답을 던진다.
“아닙니다.”
단호한 한 선생의 말에 더 이상 제의를 할 수 없었고 나는 다시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한숨 소리에 행여나 한 선생의 심기라도 상할까 소리도 내지 못하고 조용해야 했다. 다른 묘책을 찾아야 했는데 첫 작전부터 어긋나자 머릿속이 하얗게 백지가 된 것처럼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쩌지... 이렇게 나의 제의를 거절할지 몰랐는데... 거참...’
한참을 멍하니 고민을 하던 중 어디선가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꼬르륵... 꼬르륵...”
이 소리는 내 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모두 퇴근한 다른 여직원들의 배에서 들리는 소리도 아니다. 지금 나와 단 둘이 앉아 있는 이 좁은 사무실에서 나 말고 배에서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유일한 그녀, 바로 한 선생이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내 신경을 모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먹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
“배가 고프면 먹어야지.”
“......”
나는 계속해서 한 선생에게 밥을 먹자는 어투의 말로 유혹했고 좀 더 강한 말이 필요했다. 그래서 떠오른 생각이...
“요 앞에 가면 양념 불고기에 상추와 깻잎을 싸서 한 입 먹으면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
“가시죠!”
미각을 자극하는 말을 하자 말이 아직 다 끝나지도 않은 상태인데 한 선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나에게 밥을 먹으러 가잔다. 당황한 표정으로 한 선생을 바라보자 손짓으로 밖을 가리키며 어서 나가자는 신호를 주며 말을 한다.
“진짜 오늘까지만 먹고 내일부터 다이어트 할래요.”
“어... 그래, 그래.”
실패로 끝날 것 같은 나의 작전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첫 작전부터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아 많이 당황했는데 이렇게 다시 성공으로 회유가 될 줄이야... 서둘러 한 선생과 함께 예약을 해 놓은 식당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나는 당연히 정해진 식당으로 걸음을 옮기자 한 선생도 내 뒤를 졸래졸래 따라오기 시작한다.
“사장님, 이곳은...”
“응, 여기가 아까 내가 말한 그 곳이야.”
“비싼 곳이잖아요.”
“응? 그랬나?”
“여기는 다음에 오고 우리 그냥 요 앞에 있는 국밥집 가요.”
“국밥집?”
“이번에 새로 개업한 집이 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더라고요, 어서 그 곳으로 가요.”
“......”
예약을 해 놨다. 다른 곳으로 갈 수는 없다. 제발 내 말을 듣고 그냥 얌전히 따라왔으면 좋으련만... 더군다나 이곳에서 2차 작전을 펼쳐야 하는데 다른 곳으로 가면 내 작전이 또 모두 망가져 버리지 않는가. 어떻게 해서든 한 선생을 데리고 예약을 해 논 식당으로 들어가야 했다. 변명 거리가 필요했는데...
“그 곳이 어딘데?”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에요.”
“식당 이름이?”
“돼지국밥 本家요, 가보셨어요?”
“음... 돼지국밥 本家라...”
그 곳이라면 내가 출근하는 길에 몇 번 본적이 있는 곳이었다. 국밥집 사장님께는 죄송하고 미안한 일이지만 거짓말이 필요했다. 다음에 가서 매상 좀 많이 올려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그 곳은 안 돼.”
“네? 왜요?”
“내 후배가... 후배가 그곳 사장님을 하는데 형편없는 곳이라네.”
“네? 그럴 리가요, 굉장히 친절하시고 그러던데...”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고... 음식 가지고 장난을 치는 곳이야.”
“뭐라고요?”
상도덕이란 말이 있는데 나는 그런 상도덕을 어기는 거짓말을 하고야 말았다. 나는 솔직히 그 곳에서 음식을 먹어본 적도 없고 아는 후배가 사장님을 알리 만무했다. 무턱대고 저지른 거짓말에 나도 긴장을 하고 말았다. 한 선생은 나의 말에 기겁하며 놀라는 눈치였고 그녀에게 확고한 나의 말에 대한 믿음을 심어줘야만 했다.
“어제 쓴 음식을 오늘도 사용한다더군.”
“에이, 요즘 식당들 다 그렇죠.”
“......”
“김치나 뭐 이런 밑반찬은 재활용하는데 뭘 그런 것을 가지고 그러세요.”
“그... 그게... 밑반찬뿐만 아니라...”
“아니라?”
순식간에 말을 지어내려고 하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번 거짓말에 반드시 한 선생이 속아 넘어와야만 했다. 그래서 내 뱉은 말이...
“고... 고기 육수도 어제 것 쓴데!”
“네? 고기 육수...”
“응, 매우 질이 안 좋아.”
적절하게 말한 거짓말 같아 나름 뿌듯함을 느끼게 되었고 나의 말에 멍한 표정으로 있는 한 선생이 이제는 내 말에 따라 예약된 식당으로 갈 것만 같았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한 선생에게 내가 다시 물었다.
“어때? 이곳으로 그냥 갈까?”
“사장님.”
“응? 왜?”
“고기 육수는 오래 우려내야 하니까... 당연히 하루 전날 육수를 사용해야 더 진한 것 아닌가요? 지금 방금 우려낸 육수는 맛이 없다고요.”
“아... 그렇지.”
“우와, 그 집... 진짜 육수를 사용하는 곳이었구나! 대박!”
나의 말 한 마디에 모든 게 박살날 위기에 놓였다. 나의 작전들...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답답한 일이고 내가 내 무덤을 판 것 같아 속상했다. 나의 거짓 정보에 놀라는 한 선생은 그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 자주 먹으로 가야겠다며 신나하는 모습이었고 나만 우울한 표정으로 서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한 선생이 나에게 묻는다.
“이곳은 정말 비싸요, 그러니 국밥집으로 가요.”
“한 선생...”
“네?”
“그게... 그러니까...”
“왜 그러세요? 하실 말씀이라도...”
그냥 모두 다 털어놓고 예약을 한 식당으로 데리고 가는 게 현명한 일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럴 것 같았으면 거짓말은 왜 해가지고... 괜히 사람 양심만 찔리게...
“그냥 이곳에서 먹으면 안 될까?”
“왜요?”
“나는... 이곳에서 한 선생과 함께 밥을 먹고 싶어.”
“저랑요?”
“응.”
“......”
뜬금없는 나의 고백에 살짝 당황스러워하는 한 선생과 눈을 마주할 수 없었고 고개를 숙인 채 엄한 바닥만 긁적이고 있었다. 한 선생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하는 것 같았고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용기를 내어 말하는 듯했다.
“좋... 좋아요.”
“정말?”
“이렇게 비싼 곳에서 밥을 먹자고 하시니... 사장님이 사시는 거죠?”
“당연하지! 물론 내가 밥을 사지.”
“좋아요, 들어가요.”
“하하하!”
나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밥이 뭐라고... 고작 밥 한 끼 먹는 것에 이렇게 감사해야 하다니. 말도 안 된다고 하겠지만 그만큼 나의 심정은 절박했다. 나의 욕심을 채워 줄 여자로써 한 선생을 사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동반자로 나와 함께 할 사람으로 좋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식당을 향해 걷기 시작하자 느닷없이 한 선생이 나의 팔짱을 낀다. 깜짝 놀랐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평소에도 조신한 한 선생이었기에 나의 팔짱을 낀다는 생각은 추어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내 팔짱 한 번 낀 것 가지고 여자가 가볍다는 둥 쉬운 여자라는 뜻은 아니다.
“사장님, 우리 연인처럼 걸어갈까요?”
“어? 좋... 좋지!”
“어서 들어가요, 배고프다고요.”
“그래.”
북적이는 식당 안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 만큼 복잡했다. 나는 식당으로 들어서며 미리 예약을 해놨고 내가 한 선생과 식당에 들어오면 알아서 해달라는 부탁을 해 놓았기에 식당 주인도 낌새를 채고 있는 모양이다.
“어서 오세요, 안쪽으로 자리가 있습니다.”
“사장님, 사람이 너무 많은데요, 자리가 없을 것 같아요.”
넘치는 식당의 사람들을 확인한 한 선생이 우려의 마음으로 나에게 말했고 한 선생 몰래 식당 주인과 눈이 마주치며 살짝 윙크를 던졌다.
“이렇게 사람이 많아서야... 사장님, 혹시 방에는 자리가 없나요?”
“왜 없겠습니까? 제가 없어도 일부러 만들어 드려야죠.”
“오, 자리가 있다는 말씀이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곧 만들어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우와, 사장님. 대박이네요. 복잡하지 않게 방까지 자리를 잡아주시고...”
한 선생은 나에게 놀라며 말했고 그런 모습이 마냥 귀엽게만 보였다. 뿌듯하다고 해야 할까? 나의 부탁에 식당 사장이 자리를 잡아준다는 말을 듣고 신나하는 한 선생을 지켜보니 기사도 정신이 발휘되며 기뻤다. 물론 사전에 다 짜여진 각본이기는 하나 이런 각본은 여자가 감동 받기에 충분하지 않겠는가.
“자, 모두 준비 되었습니다. 홀 안쪽으로 가시면 맨 끝에 방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맛있는 식사 하세요.”
“네.”
종업원의 뒤를 따라 들어간 우리의 방, 복잡하지 않아 좋았고 나와 한 선생이 단 둘이 있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한 선생도 마냥 신나하는 것 같았다.
“사장님 덕분에 이렇게 비싼 식당에서 얻어먹게 되었네요.”
“부담없이 먹도록 해, 요즘 많이 힘들지?”
“아니에요, 다 경험이다 생각하고 있어요.”
“허허...”
생각이 이렇게 깊은 여자다. 뭐든지 경험이 우선이 되어야 사회생활에서 성공을 할 수 있는 법.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하는 친구들만 성공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사회는 학업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를 받는 곳이니... 총과 칼만 없을 뿐, 전쟁터와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귀한 부분이라 생각되어진다.
한 선생이 우리가 앉은 테이블 한 쪽에 있는 메뉴판을 보며 소스라지게 놀란다. 나는 그 모습에 왜 그런지 물었다.
“왜 그래?”
“사... 사장님, 음식 값이...”
“비싸?”
“보세요, 대단하네요.”
“뭘, 이정도 가지고. 그냥 먹고 싶은 것 마음 것 시켜서 먹어.”
“정말요? 정말 마음 것 시켜서 먹어요?”
“그럼, 내가 오늘 사준다고 했잖아. 대신 이따가 사무실 들어가서 일 열심히 해야 해.”
“댓가 없는 호강은 없는 것이군요...”
“그게 인생이고 삶이야!”
“네, 명심하겠습니다.”
나의 말에 기가 바짝 죽은 한 선생의 모습을 보니 정말... 저의 사회 초년생 시절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밤 11시, 12시까지 밤샘 작업 후 썰렁하기만 한 길거리를 혼자 터벅터벅 걷다 마주친 작은 포장마차에 앉아 우동 한 그릇에 독한 소주 한 병으로 나를 달래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듬뿍 먹어, 부족함 없이...”
“사장님 때문에 다이어트 포기했으니 정말 부족함 없이 먹을 겁니다.”
“무서워지려고 하네.”
“벌벌 떠실 걸요? 저 먹는 것 보시면...”
“좋아, 한 번 각오를 해보지!”
곧이어 주문한 음식이 줄을 이어 우리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한 선생은 마치 푸드파이터처럼 음식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조금 전 벌벌 떨 것이란 한 선생의 예상이 적중이나 한듯 먹는 모습에 흐뭇하기만 했고 나는 몇 젓가락 먹지를 못했다. 그래도 가끔 내 생사를 확인 하는 듯 고개를 들어 나에게 멋쩍은 미소를 보이는 한 선생.
“왜 안 드세요?”
“많이 먹었어.”
“설마요...”
“진짜야.”
“그거 드시고 양이 차신다고요? 거짓말이죠?”
“아니야, 나도 다이어트 중이라.”
“네? 사장님!”
“하하하, 농담이야. 아까 군것질 한 게 소화가 다 되질 않았는지 조금 먹어도 배가 부르네.”
“저 혼자 먹는 게... 웃기잖아요, 같이 드셔야죠.”
“먹어, 먹어. 난 지금으로도 충분하니까.”
“......”
이제 슬슬 나의 또 다른 작전을 펼쳐야 할 시간이다. 단 둘이 아무도 없는 방에서 밥을 먹는 것까지는 성공이다. 정신없이 밥을 먹고 있는 한 선생을 보며 기회의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데... 좀처럼 그 타이밍이 찾아오지 않았다. 조급한 마음에 서둘러야 한다는 마음만 있을 뿐... 복잡한 머리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그때 바로...
“웁웁... 콜록, 콜록.”
“어? 뭐야? 목에 걸렸어?”
“물... 물...”
“물? 잠깐만...”
내 바로 앞에 있는 물통을 테이블 바닥으로 냉큼 숨기며 물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한 선생이 테이블 위에 있는 호출 버튼을 눌렀다.
“띵동~”
“콜록, 콜록...”
“사람들이 물도 안 주고... 이게 뭐람.”
“부르셨어요.”
“여기, 물이 없네요. 물 좀 가져다주시고요...”
“물하고 또 뭐가 필요하세요?”
지금 이 순간, 내가 필요한 것은 한 선생이 찾는 물이 아닌...
“소... 소주도 한 병 가져다주세요.”
“소주 한 병, 또 다른 것은 필요 없으시고요?”
“네.”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기가 막힌 타이밍이 찾아왔다. 소주를 언제 시켜야 하나 망설이고 있던 참이었는데 고맙게도 한 선생 목에 음식이 걸릴 줄이야...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아마도 하늘이 나를 돕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잘하면 나의 계획대로 모든 것을 이룰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잠시 후 내가 주문한 물과 소주가 들어왔고...
“어서 물부터 마셔.”
“네, 콜록...”
술과 소주를 들고 온 종업원이 소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잔을 내 앞과 한 선생 앞에 올려놓으려 하자 물을 모두 마신 한 선생이 자신 앞에 놓이는 소주잔을 치우라고 한다. 그리고 종업원에게 말을 했다.
“저는 됐어요.”
“그럼 잔은 한 잔만 놓고 갈까요?”
“네.”
“......”
갑자기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고 한 선생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지금 소주를 주문한 이유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한 선생이 술을 마시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중...
“왜, 한 잔만 하지.”
“아니에요, 근무 중이고 이따 집에 갈 때 힘이 들어요.”
“그래도... 한 잔만 해.”
“술마시고 어떻게 일을 해요.”
“어허, 글쎄 마시라면 좀 마셔!”
“네?!”
“......”
아뿔싸... 이게 아닌데... 갑자기 나온 나의 호통에 한 선생이 놀란 토끼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종업원은 우리 눈치만 보며 소주잔을 놓고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조용히 술잔을 놓고 자기는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상태로 나와 한 선생은 침묵을 유지하며 서로를 지켜만 보았고...
“흠, 흠.”
“......”
“미...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
“난 한 선생이 힘들까봐 술이라도 한 잔하면 취 김에 힘이 날까 해서...”
“아, 네.”
“콜록, 콜록.”
“제가... 제가 한 잔 드릴까요? 사장님...”
“어, 그럴까? 나 원래 여자한테 잔 받는 남자 아닌데... 콜록, 콜록.”
“받으세요.”
민망했고 부끄러웠다. 나의 쓸 때 없는 고집과 아집으로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았다. 이렇게 강압적으로 한 선생에게 술을 권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고 찝찝한 기분은 감출 수가 없었다. 한 선생이 따라 준 술잔을 들고 멍하니 벽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한 선생이 자신 앞에 있는 술잔을 들고는 내게 말한다.
“사장님, 저도 그럼 딱 한 잔만 주세요.”
“정... 정말?”
“대신 정말 딱 한 잔이에요.”
“그래, 그래. 많이 마시면 힘이 드니까.”
“고맙습니다.”
“자, 짠할까?”
“네.”
서로의 술잔을 부딪치며 한 선생은 고개를 돌려 입술에 자신의 술잔을 대었고 나는 한 선생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원샷으로 소주를 탈탈 털어 넣었다. 쓴 소주의 기운이 내 입가를 맴돌고 한 선생은 인중에 주름이 생기며 쓴 맛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 모습마저 나에게는 너무 아름답게 보였고...
“써? 쓰지?”
“크으윽... 혀가 불에 타는 기분이에요.”
“허허, 술을 잘 못하나 보지? 한 선생은 주량이 어떻게 돼?”
“저요? 소주 반잔이요.”
“이런, 이런... 소주를 한 잔도 못한단 말이야?”
“한 잔은 제 치사량이에요.”
“헐...”
얼굴도 예쁘장했고 나이도 젊기에 나보다 술을 잘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건만 쑥맥이 따로 없는 여자다. 젊은 친구들은 소주보다 맥주를 즐겨 마셔서 그런 것인가 하고 내가 떠보기 위해 물었다.
“그럼 맥주는 잘 마셔?”
“저는 술이라면 정말 싫어요, 다음날 머리만 아프고... 이런 것을 돈 주고 왜 사먹는지 이해가 안가요.”
“그... 그래? 그럼 평소에도 술은 전혀 하지 않겠네?”
“네, 전혀.”
“남자 친구가 서운해 하지 않아?”
그녀의 임자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의중을 떠보는 나의 교묘한 질문이다. 사실 남자 친구가 없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한 선생의 외모를 봐서는 절대 없지는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었다. 내 질문에 한 선생은 곧바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역시... 남자 친구의 존재에 대해 숨기고 있는 것 같다.
“괜찮아, 말해 봐. 남자 친구는 나이가 어떻게 되는데?”
“네?”
“동갑이야? 그 친구 복 받았구먼.”
“무슨 말씀이세요?”
“아,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그냥 궁금해서...”
“사장님, 저 모태 솔로에요!”
“응? 모... 모태 솔로?”
“저는 남자 친구 안 만들어요, 평생 우리 부모님하고 함께 할 거라고요.”
“정말 애인 없어?”
“왜요? 아, 주변에 괜찮은 남자있구나~ 에이, 저는 혼자가 좋아요.”
다행이다. 애인이 없단다. 그 얘기는 아직 한 선생이 순결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고 또한 내가 들어갈 그녀의 마음 속 자리가 비어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모태 솔로... 이렇게 반갑고 감사하게 들린 적은 없었다.
“혼자 살면 부모님들이 걱정할 것인데...”
“아니요, 우리 부모님도 저보고 시집가지 말고 혼자 살으라고 하세요.”
“왜?”
“고생만 한다고... 킥킥킥.”
“......”
한 선생의 부모님은 그녀를 진정 결혼도 시키지 않으려는 말이었을까. 아닐 것이다. 자식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경우는 있어도 부모의 입장으로 자식을 결혼 시키지 않는 다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분명 다른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 믿는다. 어쩌면 반의법을 이용한 설득이 아니었을까.
“부모님이 그렇게 말씀을 하신다니... 좀 신기하네.”
“뭐가요?”
“결혼을 시키려고 하지 못하게 하는 부모는 세상에 없거든.”
“아, 우리 부모님이 좀 힘들고 어렵게 살아 오셔서 결혼에 대해 완전한 부정은 아닌데 그렇게 좋아하시지는 않아요. 더군다나 제가 외동 딸이다 보니...”
“외동 딸? 한 선생 형제가 없었어?”
“네, 저 혼자에요.”
역시... 뭔가 사정이 있을 것 같았다. 힘든 삶을 사신 부모의 입장으로 자식이 똑같이 살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니...
“그러고 보니, 아직 한 선생 이름을 모르겠네.”
“네?! 제 이름을 모르신다고요?”
“이력서나 뭐... 이런 것에 써 있긴 한데... 미안하네.”
“이번에 알려드리면 절대 잊지 않으실 거죠?”
“응, 약속할게.”
“그럼, 잘 들으세요. 제 이름은요...”
뭘까? 한 선생이 말을 하는데 갑자기 목이 말랐던지 못 마신다는 자신의 치사량을 담고 있는 소주잔을 들고는 벌컥 마셔버렸다. 아까 살짝 입에 댄 술에 취했던 모양인데... 일이 더 쉽게 풀려 나가는 분위기였다.
“카아~ 제 이름은요.”
“......”
“사장님, 그러니까... 제 이름은요...”
마지막에 마신 소주 한 잔에 데미지가 컸던 모양이다. 눈이 반쯤 풀린 상태로 몸을 낮춰 나를 쳐다보는 한 선생. 그 때문에 내 눈은 덩달아 호강을 하게 되었다. 여자들의 상의가 넓게 벌어지며 그 사이로 한 선생의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보였고 목으로 넘어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취한 한 선생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한... 한상민... 한상민이라고요.”
“한상민? 그건... 남자 이름 같은데?”
“히히히, 우리 부모님이 절 임신 하셨을 때 작은 좌판을 펴시고 장사를 하셨데요. 딸꾹.”
“그런데?”
“일이 너무 힘들어 아들이 나와 자신들의 일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제 이름을 아들이름으로 지었데요.”
“아, 그런 사연이 있었네. 재미있군.”
“하나도 재미없어요, 집에서는 저를 남자처럼 키우려고 하고... 끅...”
보통 취한 게 아니었다. 이 상태로 회사에 다시 들어가 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괜히 내가 술을 권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어서 다음 작전을 펼쳐야 할 것만 같았다. 술독에 빠진 사람처럼 횡설수설하는 모습에 내가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자고 말을 했고 한 선생은 딱 한 잔만 더 하자고 보채는 중이다.
“사장님, 사장님이 절 이렇게 만드셨으니까 책임지세요!”
“!”
책임... 무겁고 힘든 단어다. 하지만 나는 세상을 그렇게 어눌하고 효율적이지 않게 살아오지는 않았다. 뭐든지 꼼꼼하게 완벽하게 일을 해왔던 남자였다. 책임을 갖고 회사를 운영하며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 나에게 책임이라는 말을 꺼내며 자신을 책임지라는 한 선생... 물론, 내가 당신을 무조건 책임지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알겠어, 알겠으니 이제 그만 일어나자고.”
“사장님, 나빠요.”
“내가 왜 나빠?”
“사장님 양말, 구멍 났단 말이에요. 딸꾹.”
“응? 내 양말?”
취한 여자의 말이라 그냥 우습게 지나치려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개를 들어 내 양말의 상태를 확인했다. 헐... 정말 엄지발가락 부분에 구멍이 크게 나있었고 그 사이로 못생긴 발가락이 튀어 나와 있다.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며 창피한 마음이 들었고 비틀거리는 한 선생을 부축한 채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숨기기에 바빴다.
“한... 한 선생, 이... 이건 못 본 걸로... 해줘.”
“그러니까 딱 한 잔만 더하자고요.”
“......”
지금 한 선생은 아마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만취한 상태였고 취 김에 하는 소리에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 흔들거리는 그녀의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허리를 집어야했는데 괜히 성추행 범으로 몰릴까봐 손이 허리춤으로 갔다가 망설이기를 한 참... 이 상태라면 나도 회사 사무실까지 걸어가는 건 불가능했다.
“한 선생, 내가 지금 힘들어서 허리를 잡으려고 하는 거야. 다른 생각은 없어. 알겠지?”
“청춘이 한 번 오지, 두 번 오지는 않아요!”
“뭔 소리야?!”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 할아버지가 터를 잡으셨죠.”
“큭... 완전히 맛이 갔네, 맛이 갔어.”
그녀에게 승낙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고 어쩔 수 없이 허리춤에 손을 올려 허리를 잡기로 결심했다. 내 오른쪽에 한 선생을 부축한 상태로 왼팔은 한 선생의 팔을 잡고 오른손을 돌려 허리를 잡으려는 순간 한 선생이 비틀거리며 주저앉으려 했다. 그런 그녀를 잡기 위해 오른손을 뻗었는데... 그게 하필...
“물컹.”
“헉.”
“음냐, 음냐...”
한 선생의 오른쪽 가슴을 잡고 말았다. 나의 심장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고 그 상태로 움직일 수 없었다. 얼굴이 달아오르며 한 발자국도 바닥에서 땔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의 결정은 무엇인지... 고민을 하고 있던 중 우리가 있는 방문이 활짝 열렸다.
“드르륵~”
“손님, 후식으로...”
“응?”
여자 종업원이 후식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가 있는 방문을 열었고 내가 한 선생의 한 쪽 가슴을 잡은 채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여자 종업원은 순간 얼어붙으며 정지된 상태로 우리의 묘한 자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여자 종업원을 향해 아니라고... 절대 그런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인을 보냈다.
“죄...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그런 것 절대 아니라고요.”
“그럼... 즐거운 시간...”
“드르륵~”
“아줌마, 아줌마!”
“꺄아악!”
이런 젠장 할...! 저 아줌마가 날 지금 흉악한 치한으로 알고 있다니... 이런 누명을 쓰고 있는 내가 참으로 한심하기만 했다. 한 선생을 바닥에 놓고 달려가 오해하고 있을 아줌마에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나의 손에는 한 선생의 풍만한 가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흑...”
“음냐, 음냐...”
“이... 이봐, 한 선생. 정신 좀 차려봐!”
“사장님, 2차 가시는 거예요?”
“2차는 무슨 2차... 정신을 차려야 내 계획이...”
“2차가 싫으면 3차 가요, 네?”
“미치겠네.”
끙끙거리며 한 선생을 데리고 카운터로 향했고 카운터 앞에 도착하자 조금 전 우리 방에서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던 아줌마를 만날 수 있었다.
“젊은 아가씨가 떡이 됐네,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응? 한 병?”
우리의 계산서를 확인한 식당 사장님도 어이가 없었던지 콧방귀를 뀌며 나에게 신용카드를 받았다. 계산을 하고 있는 식당 사장님 뒤에는 오해를 하고 있는 아줌마가 있었고 팔짱을 낀 채 나를 무슨 인간쓰레기 말종처럼 지켜보고 있다. 그 눈빛을 피하려고 노력해 봤지만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줌마,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
“정말 우연의 일치로... 제가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그 아가씨, 꼭 집에 데려다 주세요.”
“암요, 그래야죠.”
“엉뚱한 곳으로 가시지 말고.”
“헐...”
계산을 모두 마치고 영수증을 받은 뒤 한 선생과 함께 그 식당을 나왔다. 식당을 나와 다시 돌아보며 나에게 충고를 한 아줌마를 향해 소리를 쳤다.
“에라이, 빌어먹을 아줌마 같으니... 사람을 어떻게 보고!”
“흠냐, 흠냐... 똑바로 보란 말이야! 나 안 취했다고!”
나의 고함 소리에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하던 한 선생이 벌떡 일어서며 식당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자신은 취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소란스럽게 소리를 지르자 식당에서 사장님과 아줌마가 달려 나왔고 무슨 일이냐며 묻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민망한 나는 한 선생을 업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창피해서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 선생, 제발 정신 좀 차려 봐!”
“우와, 이거 뭐에요? 범퍼카인가?”
“무슨 소리야?”
한 선생을 등에 들춰 업고 달리니 자신의 몸이 덜컹덜컹 걸임을 느꼈고 그게 마치 놀이동산에 있는 범퍼카를 탄 기분이었나 보다. 자신만의 감흥에 취해 나의 머리숱을 잡더니 말을 탄 듯 머리채를 좌우로 흔들며 길거리에서 소리를 질러댔다.
“오? 달렷!”
“으윽...”
머리를 어찌나 쌔게 잡아당기던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너무 아픈 마음에 팔이 자꾸 안쪽으로 움직이며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다 힘이 붙여 달리기를 멈추게 되었다. 어느덧 도착한 회사 사무실 앞.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 선생에게 참다 참다 고함을 지르게 되었고...
“이것 좀 놔! 아파 죽겠네.”
“흠냐, 흠냐...”
내 어때 너머로 축 쳐진 한 선생의 팔을 보니 잠에 든 것 같았다. 완전히 낭패다. 나의 계획은 이게 아니었다. 비싼 식당에서 분위기 있게 술을 한 잔 마시고 달달하게 달아오른 분위기에 사랑고백이 이루어지며 그 고백에 감동을 받은 한 선생이 눈물을 흘리고...
.....
..........
...............
“나 그대에게... 할 말이 있네, 평생 옆에 있고 싶어.”
“사... 사장님...”
“사랑해...”
“감동이에요, 왜 이제야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거죠? 흑흑...”
“한 선생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해, 내가 앞으로 살면서 다 보상해 줄게.”
“몰라요, 사랑해요. 사장님!”
“나도... 평생 사랑해.”
“쭙...”
...............
..........
.....
이런 잔잔한 로맨스를 꿈꿨던 어리석은 남자여... 지금은 내 등에 업혀 정신을 잃은 채 잠들어 버린 한 선생만이 있다니...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으니 이를 어쩐다. 내 여자를 업고 사무실로 들어가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택시를 태워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것...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때 알게 되었다.
“뭉클, 뭉클...”
내 손이 굉장히 푹신하고 탱탱한 그 무엇인가를 잡고 있다는 사실. 너무 기분 좋은 감촉이라 쉽게 느낄 수 없는 여자들의 응큼한 부위. 내 양손은 한 선생의 엉덩이를 잡고 그녀를 등에 업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다시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고 택시를 태워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생각은 어리석었다는 판단이 들었다.
우리 회사 사무실은 4층 높이 건물에 3층이다.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빨리 올라가 한 선생을 소파에 눕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엉덩이에 양 손을 올린 채 1층부터 3층까지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한 계단, 두 계단... 세 계단. 계단을 오를 때 마다 느껴지는 엉덩이의 느낌이 달랐고 덤으로 살짝 옆으로 비켜지며 한 선생의 가랑이 사이로 손이 들어가곤 했다.
아... 이 상태가 나에게 최상의 상태였다. 술에 취해 몸이 퍼진 상태였으므로 한 선생의 엉덩이는 최대한 뒤로 밀려 나게 되었고 나는 그렇게 두면 한 선생이 불편할까 봐 엉덩이를 꽉 잡으며 내 등 쪽으로 밀착을 시키고 있다.
“으음...”
한 선생이 잠결에 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잡고 있던 엉덩이에서 손을 때고 고개를 돌려 눈도 뜨지 못한 얼굴을 바라본다. 취한 한 선생은 취하지 않은 한 선생일 때보다 더욱 아름답고 그 미모는 강렬했다. 남자라면 누구나 이런 상황에 여자를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나 혼자 자기 취면을 걸며 계단을 오른다.
“딸깍~”
사무실 앞에 도착하여 문을 열고 들어가 최대한 천천히 잠든 한 선생을 소파에 눕혔다. 직원 수는 얼마 되지 않은 작은 회사지만 그래도 나는 회사복을 지급했다. 한 선생은 퇴근 전이기에 회사복을 입고 소파에 누웠다. 치마의 길이는 그리 길지 않다. 정말 길어야 무릎 밑부분... 한 선생이 추울까 내가 평상시 입던 얇은 바람마개를 벗어 덮어주려 하는데.
“아, 불편해...”
잠결에 불편하다며 자신의 다리를 활짝 벌리는 한 선생. 내가 그녀의 다리 밑에 있었는데 코피가 쏟아지는 줄 알았다. 활짝 벌려진 다리 사이로 살색 스타킹의 끝부분이 정면으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킹에 반사된 한 선생의 속옷 색깔은 빨간색이다. 그렇다면 추리를 해본 결과 팬티의 색깔이 빨간색이기에 가슴을 덮고 있을 상의 속옷 역시 빨간색이란 확신이 든다.
“하아... 미치겠다.”
늦게 고백하는 게 있다면... 나는 아직도 여자와 잠자리를 해보지 못한 대한민국에 40대 중 유일한 남자일 것이다. 경험이 적다보니 여자를 다루는 방법도 서툴다. 야동이나 야설에 나오는 것처럼 술에 취한 여자에게 강제로 나의 욕구를 풀만한 담력도 없었고 또 어떻게 하는 것인지 이론만 갖춘 상태다.
“후아, 후아!”
호흡을 길게 하며 나의 긴장된 마음을 다스려 보려 노력하고 있는데 아까 벗어뒀던 바람마개가 떠올랐다. 이걸로 잠시나마 한 선생을 덮어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는데...
“툭!”
“윽!”
소파 앞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탁자의 발부분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고 넘어져도 하필 한 선생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포개어지며 넘어졌다. 내 눈 앞에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한 선생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이며 나의 몸은 이미 한 선생의 전부를 덮고 말았다. 작은 파장으로 시작된 심장이 큰 파장으로 바뀌며 한 선생에게도 전해질 것 같았다.
“콩닥, 콩닥...”
“한... 한 선생...”
그녀의 위에서 내가 조용한 소리로 한 선생을 호명하자 몸을 살짝 옆으로 비틀었고 그 덕에 내 중심부가 한 선생의 다리 사이로 정확하게 밀착이 되고 만다. 심장은 더 크게 요동친다. 폭발할 것 같은 요동에 마른 침만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용기가 난 것인지 용기를 낸 것인지 모를 나의 손이 떨려오며 한 선생의 가슴으로 향하고...
“부... 부드러워.”
“으음...”
“하아...”
손이 한 선생의 가슴에 닿자 뭘 망설이냐는 악마 같은 나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의 얼굴을 22살의 어린 한 선생 가슴에 파묻혔고 단추 사이로 그녀의 살이 느껴졌다. 내 입에서는 징그러울 만큼 뜨거운 혀가 나와 옷 사이로 맨살을 핥기 시작한다. 뜨겁다... 한 선생의 체온도 나만큼 뜨겁다.
“씁... 쭙쭙...”
“으음... 하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한 선생의 얇은 신음 소리... 내 귀에 들려오는 그녀의 소리는 악마가 부르는 유혹의 소리처럼 들려왔고 손을 이용해 잠긴 한 선생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 헤친다. 단추가 모두 풀리자 내 예상과 같은 빨간색 브라자가 아닌 검은색 브라자가 모습을 보였다. 아까 분명 빨간색 팬티를 입고 있었는데... 왜 브라자는 검은색이었을까.
궁금은 했지만 그걸 잠들어 있는 한 선생을 깨워 물어볼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색깔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 내 눈 앞에는 어린 한 선생이 있는 것을... 한 선생이 입고 있는 브라자를 벗기를 방법이 궁금했다. 손을 등 뒤로 넣어 뭔가를 딸깍하고 풀면 된다고는 알고 있지만 실전이 없던 내가 궁리만 하고 있는 중이다.
“이... 이걸 어떻게 푸는 거지?”
병신처럼 한참을 연구하고 노력했지만 도무지 푸는 방법을 모르겠다. 이제 남은 방법은 단 하나, 브라자를 잡고 위로 올려 싱싱한 한 선생의 유방을 구경하는 것 뿐. 브라자를 잡고 위로 올리려는 순간 정말 많은 생각이 든다. 평소 꿈에 그리던 여자의 젖... 엄마의 젖 말고 이성으로 만나는 여자의 젖... 나도 이런 젖을 입으로 빨아 볼 수 있다는 흥분. 망설일 수 없었다. 그대로 위로 올리려는 순간 그녀의 손이 나의 손을 잡는다.
“덥썩.”
“사장님.”
“헉!”
내 몸은 석고가 된 듯 그대로 얼어붙었고 내 손을 잡은 한 선생을 쳐다보니 또릿또릿한 눈을 뜨며 나를 지켜보고 있다. 아뿔싸... 취한 척하며 연기라도 한 것인가. 아니면 정말 취했는데 내가 자신의 브라자를 벗겨내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는 느낌에 잠이 깬 것인가. 복잡하고 복잡했으며 당황스럽고 당황스러웠다.
“한... 한 선생...!”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그... 그게... 그러니까...”
“설마... 절...”
“한 선생, 내가 다 설명 할 게.”
“지금 절 어떻게 하시려고 하는 건가요?”
“윽...”
나는 이제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들어 왔고 모든 것을 자포자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대로 성폭행 범으로 몰려 철장에 가야 하다니... 내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나이 40살 먹고 결혼이라도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그걸 한 선생에게 모두 말하고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크흑...
“딸깍.”
“응?”
어리석은 행동이었다고 부질없는 나만의 욕심이었다고 자책하며 후회를 하는 동안 한 선생이 자신의 손을 등 뒤로 돌려 자신의 브라자의 후크를 풀었다. 그리고 나를 향해 자신의 브라자를 보이며 말을 한다.
“이렇게... 이렇게 푸는 거예요, 그렇게 막무가내로 하는 것이 아니고.”
“......”
“이제... 절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한... 한 선생.”
“으음, 그렇게 부르시지 말고 이름을 불러 주세요. 제 이름... 아까 들으셨잖아요.”
“윽...”
수능 문제보다 더 어려운 문제다. 기억력이 그렇게 좋지 못한 내가 식당에서 들은 이름을 생각해 내기란 좀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이게 무슨 대단한 문제라고 나는 나름의 고민과 고민을 반복하기 시작했고 그런 모습에 한 선생이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았다.
“생각이 나지 않으세요?”
“꿀꺽.”
“그런 모양이군요, 사장님은 제 이름도 모르시면서 왜 제 몸에 탐을 내세요?”
“그... 그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죠? 절...”
“......”
“남자들은 다 똑같아, 여자 옷을 벗기면 머리가 하얗게 되나 봐요.”
“생각 중이야, 지금...”
“생각하지 말고 기억하셨어야죠, 직원 이름도 모르는 사장님이 어디 있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좀 생각이 나시려나?”
“응?”
한 선생이 갑자기 내 얼굴을 자기 가슴 쪽으로 잡아당기더니 자신의 유두를 내 입으로 안내하며 비비기 시작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 선생의 손으로 내 머리가 조작이 되듯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의 입술에 살짝살짝 한 선생의 유두가 닿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는 배고픔... 배고픔은 정말 먹은 게 없어 굶은 배가 아닌 여자의 젖가슴에 대한 배고픔이었다.
한입 크게 물어 젖가슴 전체를 내 입으로 빨기 시작했고 야동에서 본 것처럼 나의 혀가 유두를 간질였다. 건포도만한 유두가 나의 혀에 닿자 한 선생의 입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야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아... 으음... 아...”
“쭙쭙... 쭙쭙... 쭙...”
“너무 좋아요, 사장님... 으음...”
“하아... 한 선생...”
“아아...”
나의 물건은 터져버릴 만큼 크게 부풀어 올랐고 그 느낌이 다리를 양쪽으로 활짝 벌리고 있는 한 선생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 선생은 골반을 움직이며 나의 물건을 자신의 둔덕에 비비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음란한 신음 소리는 더 커지게 되었다.
“헉헉... 사장님, 너무 느낌이 좋아요.”
“나도... 나도 한 선생만큼 좋아.”
“아아아... 강하게 눌러 주세요.”
“이... 이렇게?”
한 선생 둔덕을 비비고 있는 나의 물건을 강하게 밀착하며 누르자 한 선생의 눈동자는 흰자로 변했고 잡고 있던 나의 얼굴을 자신의 입술로 핥아주기 시작한다. 끈적끈적한 한 선생의 타액이 내 얼굴 전체를 뒤덮자 시큼한 냄새마저 나기 시작했고 나도 멍청한 초짜처럼 행동할 수 없었다.
“부우욱!”
어디서 그런 박력과 용기가 나왔을까. 한 선생이 입고 있던 스타킹을 찢어 버리고는 팬티를 벗겼다. 놀라운 사실은 그녀의 둔덕에는 단 한 줄기의 털도 없었다는 것이다. 제모를 했다면 티가 났을 것인데 제모를 한 흔적은 없었다.
“털이...”
“처음 보세요? 여자의 그곳...”
“응, 실제로는 처음 봤어.”
“거짓말...”
“정말이야, 야동에서 봤지... 이렇게 실제로는 처음이라고.”
“맛도 보셨어요?”
“아... 아니.”
“그럼 어서 맛을 봐요...”
“웁...”
나의 머리를 누르며 자신의 가랑이 사이 둔덕에 내 머리를 잡아당기는 한 선생. 저항할 힘이 없어 거부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저항할 마음이 없어 그대로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 강제적인 행동은 아니었다는 사실. 시큼한 냄새와 찌릿한 냄새가 동시에 났고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징어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그 오징어 냄새가 못 견딜 만큼 고약하다는 것이 아니라 구미를 당길 정도의 달콤한 향처럼 느껴졌다. 다소곳하게 솟아 있는 한 선생의 크리스토퍼와 마주하며 나의 혀가 마중을 나선다. 할딱... 할딱... 혀가 움직일 때 마다 한 선생의 허리를 활처럼 휘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재미가 들어 몇 번이고 혀를 움직였다.
“으으으... 사... 사장님!”
“할딱, 할딱...”
“아아아... 미치겠어, 정말...”
그렇게 나의 혀가 한 선생의 크리스토퍼를 자극하는 재미에 한참이 흘렀다. 꿀벌이 오기만을 기다리다 지친 꽃잎은 나중에 파리지옥이 되어 복수를 하듯 내 몸을 자신 쪽으로 끌어올려 키스를 바라고 있다.
“쪽... 쭙쭙...”
“아아!!”
나의 입술이 한 선생의 입술에 부딪치며 크리스토퍼를 핥던 내 혀가 한 선생의 입속으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강한 치아로 꽉 물었다. 그 때문에 내가 소리를 지르며 아파하고 있는데...
“윽...”
“죄송해요, 제가 흥분을 해서 혀를 물었어요.”
“너무 아파.”
“그럼 이번에는 아프지 않게 할게요, 돌아보세요.”
“돌아보라고?”
“저에게 누워서... 사장님 것도 제가 먹고 싶어요.”
“응? 어떻게?”
“정말 여자와 섹스가 처음이에요?”
“......”
답답했던지 한 선생이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 짜증 섞인 말로 물었고 나는 우물쭈물하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한 선생 눈치만 보며 내가 가만히 있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웃기 시작한 한 선생.
“좋아요, 설명까지 해드릴게요.”
“......”
“69라고 들어보셨어요?”
“69? 응...”
“그거 하자고요.”
“아, 69.”
“네, 69.”
가르쳐줘서 알았다. 69라는 자세를 직접해본 적은 없지만 대충 어떤 자세인지 알고 있기에 내가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묻고 나의 물건을 그녀의 입에 조준하듯 올려놓았다. 누가 먼저 시작해야 하는 건지 몰라 내가 가만히 있자 한 선생이 내 엉덩이를 때리며 말했다.
“짝!”
“뭐하세요? 어서 핥아 주세요.”
“어, 어.”
“쭙쭙쭙... 쭙쭙...”
“할딱, 할딱...”
세상에... 이런 기분인지 정말 몰랐다. 내 물건을 누군가 빨아준다는 것, 그와 동시에 누군가의 성기를 내가 핥아 준다는 것.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고 기뻤으며 좋았던 순간의 100배... 아니 1,000배는 더 좋았다. 목구멍으로 굵직하게 박힌 나의 물건에 한 선생도 대 만족을 표시한다.
“사장님... 정말 대박 크시네요.”
“정말?”
“네, 정말 대단하세요.”
“고... 고마워, 윽...”
“입에 싸시면 안 돼요, 이따가 삽입도 해야 하니까.”
“노... 노력하고 있는 중이야, 으윽...”
“쭙쭙쭙...”
“아아아...”
한 선생은 나의 성기뿐만 아니라 고환까지 입에 물어주며 나에게 환상이 무엇인지를 전해주고 있었고 근근이 전립선을 손으로 쓰다듬는 터치도 해준다. 첫 경험이란 것... 고등학교 때 친구들끼리 야동을 처음 경험하고 군대시절 휴가를 나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왜 이걸 경험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도 든다.
“아악... 한 선생... 윽...”
“쭙쭙쭙... 쭙...”
“허억...”
정말 참을 수 없는 자극은 입으로 빨던 나의 물건을 중간중간 손으로 흔들어주며 한 선생의 혀가 나의 귀두를 공격할 때였다. 그때는 정말 그대로 사정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참아야 한다는 그녀의 말에 억지로 몸을 비틀며 버텨내야 했다. 하지만 이는 얼마 가지 못하고 나의 하얀 국물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아아아!”
“윽... 싸지 말라니까요.”
“꿀렁, 꿀렁...”
“......”
“헉헉헉...”
사정이 이루어졌고 의도적이 않게 나의 정액을 한 선생 얼굴에 통째로 쏟아내고 말았다. 지그시 눈을 감고 나의 정액을 얼굴로 모두 받아낸 한 선생이 조용히 몸을 일으켜 책상 한 쪽에 놓여 있는 티슈를 뽑으며 거울로 향한다. 나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아직도 사그러들지 않은 흥분감에 젖어 있다.
“화장 지워지게 얼굴에 사정하면 어떻게 해요.”
“미... 미안, 참을 수가 없었어.”
“사장님, 정말 여자와 처음이세요?”
“응.”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에 하얗게 묻은 나의 정액을 닦아 내던 한 선생이 고대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는 웃으며 다시 한 번 묻기 시작했다.
“어머, 사장님 올해 나이가... 그동안 뭐하셨어요?”
“......”
“세상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한 번도 경험이 없다니...”
“콜록, 콜록...”
“제가 사장님 첫 여자네요?”
“응.”
“좋았어요?”
“......”
마치 대화가 여관에서 아가씨를 부른 뒤 소위 말하는 여관바리와 관계가 끝난 후의 대화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런 적은 없었지만 그냥 기분이 그랬다. 별로 좋지 않은 기분... 여자와 야릇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 사정을 했는데도 이 찝찝한 기분은 무엇일까. 아무렇지 않게 나를 향해 당당하게 서 있는 한 선생은 평소에 알고 있던 그 여자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한 선생은... 아참, 이제야 기억이 나네.”
“무슨 기억이요?”
“한 선생 이름말이야.”
“정말요? 뭔데요?”
“상민, 한상민.”
“고맙습니다, 이름도 기억해 주시고.”
“훗.”
비웃음조차 거북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뭐였을까. 그토록 갖고 싶었고 하룻밤 꿈같은 사랑을 꿈꿨으며 결혼까지 고민하게 했던 나의 어린 여자, 한 선생... 아니, 한 선생이 지금은 굉장히 싸구려 여자와 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경험이 상당히 많은 것 같아 내가 물었다.
“경험이 많은 모양이네?”
“많지는 않지만 없지도 않아요.”
“몇 번이나 해 봤어?”
“글쎄요... 그걸 일일이 기억하고 있지는 않은데... 물어보시니까 생각 좀 해봐야겠네요.”
“그 정도로 많아?”
“음... 30번은 안 될 것 같고.. 20번은 넘은 것 같고... 그렇네요.”
“나이도 어린데 그렇게 많이?”
“고등학교 때 처음 해 봤어요, 교회 오빠와 함께...”
“교회 오빠... 모자 쓰고 청바지 입는 오빠? 기타 좀 잘치고.”
“어, 어떻게 아세요?”
“대한민국 모든 남자는 다 알아.”
“그렇군요.”
내가 미처 몰랐던 한 선생이의 과거까지 듣게 된 마당에 지저분한 감정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첫 사정은 아니지만 여자가 빼준 나의 첫 타인 사정이지 않은가. 사정을 하면 누구나 후회와 미련이 남는 법. 나도 아마 그 때문에 지금과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얼굴을 대충 닦아 낸 한 선생이 화장을 고치고는 자신의 벗겨진 옷을 챙겨 입는다.
“이제... 어떻게 해요?”
나를 등지고 자신의 옷을 입고 있는 한 선생이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그런 한 선생에게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 이대로 집에 가요?”
“......”
그 질문 역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장님이 절 범한게 아니라 제가 좋아서 했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
한 선생의 질문에 나는 단 한 마디도 대꾸를 하지 않았다. 한 선생이 밉거나 싫어서가 아닌 지금 나만의 감정이 지저분했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남자는 다 똑같죠.”
“뭐가?”
“처음에는 하이에나처럼 달려들다가 사정하고 나면 여자는 쓸모가 없으니까.”
“......”
나에게 한 선생은 굉장히 실망을 한 눈치다. 자신과 뜨거운 밤을 보냈고 나를 사정까지 시켜줬다. 더군다나 나의 뜨거운 정액을 얼굴로 모두 받아준 여자다. 그런 여자에게 고맙다는 말, 사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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