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어린 여친 - 1부
작성자 정보
- AV야동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3,402 조회
-
목록
본문
열 살 어린 여친
- 어디쯤이나 지음
1.
서른 살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실직하는 기분이 얼마나 똥 같은지 당신은 아는가? 나는 안다. 실제로 당해봤거든.
나의 첫 직장은 꽤나 규모가 있는 기업의 후원을 받는 연구소였다. 하지만 기업 이름에 걸맞지 않는 방어적인 지원과 시원찮은 연구실적 때문에 매년 고전하던 곳이었다.
실직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았다. 어쩌면 대기순번을 받아 들고 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점점 나빠지는 연구실적 때문에 지원금의 규모는 단계적으로 줄어갔고, 업계의 특성상 고연봉의 선임 보다는 젊고 실적이 쌓이지 않은 후임에서부터 감원이 들어갔다. 나는 앞쪽이라기보다는 뒤쪽이었다.
이미 나보다 훨씬 좋은 실적을 내던 동갑내기 동료가 책상을 비운 이후였다. 가식 없고 어딘가 나사 빠진 듯 한 성격 탓에 ‘수더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친구였는데, 거의 매일 나와 점심을 같이 먹던 녀석이었다.
내 순서가 돌아온 것은 녀석이 떠나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돌연 나에게 연구부서가 아닌 일반 사무부서로 가라는 인사조치가 내려왔고, 나는 미련 없이 그만두겠다고 하였다. 내가 그만 두는 날 환송회식이 있었고, 나는 적당한 음주 후 여자 친구의 자취방에서 그녀와 밤을 보냈다.
당장 내일의 출근이 없는 밤. 그래서인지 항상 품던 그녀의 체취가 더 달게 느껴졌다.
우린 섞이기도 하고 비비기도 하고 밀어내기도 하고 엉키기도 하며 밤새 서로를 가지고 놀았다. 나만 출근의 부담이 없는 게 아니었다. 그녀 또한 다음날 오전 수업이 없다고 했다.
생리 직전이었기에 콘돔은 사용하지 않았다. 내가 뿌린 씨앗이 메이드가 되었는지 아닌지는 조만간 그녀의 생리로 판가름 날 것이다. 어쩌면 메이드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그리고 그 불안감이 주는 짜릿함에 우린 더욱 격렬하게 엉켜댔다.
그리고 마지막은 우악스러울 정도로 그녀 안쪽 깊숙이 쏴아-.
분명 그녀의 동의를 얻었는데. 그럼에도 그녀는 뒷임신에 대한 불안감에 투정을 부렸다. 그녀는 쿠퍼액 속의 정자 하나만으로도 임신이 가능하다고 했고, 나는 배란기에 맞춰 자궁 안쪽 깊숙이 사정해도 임신 가능성은 고작 반반이라며 응수했다.
이미 일 년 넘게 이런 토닥거림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피임에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기특하게도 항상 제 때 생리를 시작했다. 다만 그 주기는 언제나 아찔하게 2, 3일 오차를 오갔다.
내가 싸지른 정액의 매끈함이 좋다는 그녀였지만, 그 매끈함이 침대 시트를 적시는 것은 싫다했다. 틀어막은 휴지가 눅눅해져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자 그녀는 종종 걸음으로 욕실에 들어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내 마지막 20대가 며칠이나 남았는지 손가락으로 꼽아 보았다.
하나, 두울, 세엣, 네엣........ 일곱, 여덟.
캬! 내일부터 맞는 요일은 20대의 마지막 금요일이 되겠고, 토요일이 되겠고, 일요일이 되겠구나!
간단하게 뒷물만 한 듯 여자 친구는 욕실에 들어간 지 오래 지 않아 촉촉한 몸으로 돌아왔다. 잠깐이지만 이불 밖의 한기가 시렸는지 주먹을 꼬옥 말아 쥔 채 오돌 거리며 안겨왔다.
그러고 보니 아직 여자 친구에게 말을 못했다. 나의 실직.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은 립스틱을 봐뒀다고 하던데. 어떤 배우가 CF 했다더라, 색상 명이 무슨 로즈던데. 일단 퇴직금 조로 받은 목돈이 있으니 몇 달은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겠지. 그런데 내가 일 그만 뒀다는 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오빠 이젠 서른이네. 삼십대.”
그녀가 아무 의미 없이 정액이 빠져나간 내 페니스를 손가락에 끼고 살짝 흔들어 댄다. 그녀의 손장난으로 발기하기엔 고환 속 정액이 모자라다.
“정자도 어릴수록 튼튼하고 그럴까? 오빠가 아저씨 되기 전에 정자은행에 좀 보관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녀는 이걸 농담으로 하는 거겠지?
“빨리 결혼하고 싶다~ 졸업하면 곧장 오빠한테 시집가고 싶어!”
무슨 그런 끔찍한 말씀을.
“오빠~”
“지윤아!”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를 그녀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막아버렸다. 그리고 말했다.
“나 일 그만뒀어.”
---
여자 친구 정지윤을 처음 만난 건 2011년 봄. 캠퍼스 경사가 가파르기로 유명한 그녀의 학교에서였다.
당시 나는 연구소에 갓 들어온 신입연구원이었는데, 모 여대에 의뢰할 것이 있어 그 학교를 찾았다가 급하게 도서관에서 책 몇 권을 빌리게 되었다. 학교 교직원에게 임시로 받은 대여증을 주머니에 넣은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막상 데스크 앞에서 아무리 뒤져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미 내 뒤에는 서너 명의 학생들이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저기, 괜찮으시면 제 학생증 쓰실래요?”
내 뒤에 있던 여학생이 자신의 학생증을 내밀었다. 자신의 몸집만한 악기가방을 둘러맨 늘씬한 옷맵시의 여학생이었다.
삐익-
OO여자대학교, 음악학과, 학번 2008******, 이름 정지윤
대출도서명 : 3 Players
나의 순서가 끝나고, 그녀는 다시 건네받은 학생증으로 자신의 대출을 끝냈다. 나는 그녀가 대출 받는 모습을 두 발자국 대각선 뒤에서 바라보았다. 제대로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청순하고도 작은 얼굴, 그리고 매우 길고 늘씬한 바디. 그녀는 빼어난 미인이었다.
그녀는 도서관을 나오면서 나에게 교환학생이냐고 물었고, 나는 업무 때문에 잠시 들른 방문객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바로 옆 학교가 나의 모교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녀는 내 졸업연도를 묻더니 “그럼 우리 1년 동안 바로 옆 학교를 다녔네요!”라며 어린아이 같은 웃음을 보였다. 실제로 그녀가 신입생일 때 나는 졸업반이었다.
하지만 그녀와 전화번호를 교환한다든가 다른 약속을 잡는 일은 없었다. 나 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그녀에게 수작을 걸만큼의 넉살이 나에게는 없었다. 물론 삼켜야 했던 아쉬움이 매우 썼다. 도서관 현관을 나서자 그녀는 “수업이 있어서요.”라며 맞은편 건물을 가리켰고 나는 어정쩡한 목인사로 작별을 한 것이 마지막.
.......이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후 그녀와 마주할 수 있었다. 학교가 크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정말 인연이라서 그랬던 걸까? 책을 반납하러 다시 그 여대에 들렀을 때,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대출반납 데스크 앞에서 그녀와 마주쳤다. 그녀 역시 그때 빌린 도서를 반납하는 중이었다. 그녀가 먼저 나를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말했다.
“설마하니, 나 다시 만나려고 계속 여기서 기다렸던 건 아니죠?”
사람의 미소가 해처럼 밝을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 수 있었다. 나를 보며 농담을 해오는 그녀의 얼굴에는 잘 가공된 보석과도 같은 빛이 났다.
여자들이 꼽는 가장 이상적인 첫 만남 장소가 서점 혹은 도서관이라고 했던가? 이 일을 계기로 우리는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고, 세 번째 만남에서 “저 밀당 같은 거 안 하는 여자에요.”라는 지윤이의 말과 함께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지윤이의 말대로 그녀는 솔직하고 구김살 없이 밝은 여대생이었다.
그녀와 사귀면서 가장 놀랐을 때는, 그녀의 언니를 소개 받던 순간이었다. 그녀의 언니는 나와 같은 대학-같은 과 동기였다는 것! 처음 지윤이가 자기 언니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는 그저 닮은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설마’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지윤이가 처음으로 자기 언니를 보여주었을 때 그녀의 언니 정지원과 나는 한참동안 “너! 너!”하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지윤이의 언니 정지원과는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나는 그녀를 대학시절 내내 꽤 ‘괜찮은 여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와 뜻밖의 인연이 다시 이어졌다는 것이 기뻤으나, 그녀는 나와 다시 재회하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 무렵 지원이는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윤이에게 들은 말에 따르면 남자 쪽 집이 울산에서 손꼽히는 부잣집이라고 했다.
---
지윤이와 나는 만난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처음으로 섹스를 나눴다. 지윤이도 나도 모두 솔직하고 직선적인 성격이었기에 그리 어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나눠 가질 수 있었다.
그 날은 지윤이를 제외한 그녀의 가족 모두가 지원이의 결혼식 문제로 (정지원의 시댁이 될) 울산으로 떠난 날이었다. 그녀는 집이 빈다며 나를 자신의 집으로 불렀다.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지윤이네 집은 내가 지금껏 가본 집들 중 가장 천장이 높은 집이었다. 한강이 바로 아래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였는데 평수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짐짓 의식하지 않는 척 방의 개수를 세어보니 대략 열 개 정도 되어 보였다. 확인한 화장실만 세 개였다. 아파트는 색이 좋은 원목 위주로 인테리어 되어 있었고, 지윤이가 쓰는 침대방, 옷방, 욕실 따로, 그리고 지원이가 쓰는 침대방, 공부방, 욕실이 따로 있었다. 그녀의 부모님이 쓰는 안방 쪽은 확인할 엄두를 못 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강과 맞닿은 통유리를 따라 기다랗게 늘어진 거실. 내가 그녀의 집에 발을 들였을 때는 낙조가 한참 예쁠 시간이었는데, 통유리를 깨고 들어올 듯 엄청난 빛깔의 노을이 거실 전체를 고풍스럽게 조명하고 있었다. 매일 저런 노을을 보고 산다면 절로 아름다운 감성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윤이의 엄청난 아파트 보다 그 노을에 압도당했다.
지윤이는 앞치마까지 두르며 나를 위한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실 요리랄 것도 없이 이미 만들어진 음식을 데워 내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녀는 예전부터 남자친구에게 밥을 차려주고 싶었다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앞치마 두른 그녀를 뒤에서 꼬옥 안아주었다.
“어머니께서 청소하시려면 힘드시겠다. 집이 이렇게 넓으니.......”
지나가는 말인 듯 흘리니 지윤이는 덥썩 물며 “일해주시는 아주머니가 계셔서 괜찮아.”라고 대꾸했다.
오호라! 이 음식들도 사실은 아주머니께서 하셨겠구나!
뭐, 상관없었다. 저녁식사 초대에 응한 것은 그녀의 음식 솜씨를 확인해보기 위함이 아니었으니.
식사를 마친 우리는 나란히 손을 잡고 한강을 잠시 걸었고, 들어오는 길에 씹을 거리를 사서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가 아껴두었다는 와인을 열었다.
---
물론 그녀도 나도 처음은 아니었다. 스물아홉 남자와 스물셋 여자는 서툴지 않은 몸놀림으로, 그렇다고 해서 너무 능숙하게 보이지 않게끔 서로의 옷을 벗기고 몸을 탐하였다. 이미 해가 지고 어둑한 밤이었지만 지윤이 침실의 조명은 방금 전 보았던 노을빛처럼 노르스름했다. 그 조명 아래에서 지윤이의 나신이 매끄럽게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168의 뛰어나게 예쁜 지윤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내가 지금까지 그녀를 안지 않은 이유가 뭐였을까 궁금했다.
내가 나를 주체할 수 없었다. 내가 그녀 안으로 들어가 속도를 높일 때 마다 그녀 귀에 걸린 샴페인 색 귀걸이도 거품을 뿜을 듯 찰랑거렸다. 침대 쿠션의 들썩임과 그녀의 신음소리, 그리고 귀걸이가 흔들리며 내는 찰랑거리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매웠다.
절정으로 달아오를수록 지윤이는 “오빠, 오빠!”하며 나를 불러댔고, 나는 지윤이의 신음을 채찍 삼아 나를 더욱 달리게 박차를 가했다.
“아.......”
마지막 순간 그녀는 내 귓가에 애절한 오르가슴을 내질렀고 나는 그녀를 한껏 끌어안았다.
속궁합이 썩 괜찮았다. 처음 나눈 사랑이었기에 다양한 체위를 구사하며 서로의 실력을 뽐내진 않았지만 우리 둘 모두 만족할만한 섹스였다.
한 번의 섹스가 지나간 후 나란히 누워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미래를 이야기 하였다. 누가 봐도 우리만한 커플이 없을 거라면서, 이렇게 놀랍게 누군가에게 빠져드는 경험은 흔치 않을 거라는 말로 섹스에 대한 만족감을 대신했다.
---
나는 딱히 그녀의 과거가 궁금하지 않았다. 스물셋 매력적인 여대생이라면 적어도 한 번의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지나갔다. 어쩌면 더 많은 경험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것은 정말이지 1그람도 중요하지 않았다. 설혹 내 여자가 과거에 몸을 파는 여자였다 하더라도 현재 나를 사랑해주고 미래에도 그런 믿음을 줄 수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반면 지윤이는 끊임없이 나의 과거를 알고 싶어 했다. 첫사랑은 누군지, 몇 명의 여자와 교제해봤으며 그 중 누구를 가장 사랑했는지, 얼마나 많은 여자와 섹스를 해봤으며 그 중 진심은 몇 번이었는지. 특히나 사정한 직후 마음이 느슨해지고 솔직해질 때면 미주알고주알 디테일 한 것들을 물어보곤 하였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네가 처음이야. 첫 키스도 너랑 해봤고 첫 경험도 너랑 한 거야. 당연히 니가 첫사랑이야.”라며 넉살을 부렸다. 당연히 지윤이도 내가 능청떤다는 것을 알고 “치~ 뻥쟁이!”라고 핀잔을 줄 뿐, 적극적으로 내 과거를 파내려 하지 않았다.
지윤이와의 섹스에 있어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그녀의 솔직한 성격이었다. 우리는 섹스에 대해 가감 없이 의견을 나누었다. 둘 다 변태적인 성향이 전혀 없는, 담백하고 노멀한 성적 취향이었기에 자칫 섹스가 단조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침대 위에서만큼은 내숭도 거짓도 없이 적극적이고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였다. 예를 들어 어떤 체위가 좋았다든가, 오럴을 조금 더 해달라든가, 이젠 만족했으니 사정해달라든가 등등. 특히 흥이 최고조로 오를 때면 ‘보지’, ‘자지’, ‘빠구리’라는 단어들이 청순한 얼굴을 한 그녀의 입에서 나오곤 했다.
앞 서 말했듯 지윤이는 168의 꽤나 큰 키를 가지고 있었다. 상체는 아담했다. 완만하게 곡선을 그리는 동그스름한 어깨와 한 손에 들어오는 수줍은 젖가슴, 그리고 잘록한 허리. 하체는 상체에 비해 다소 볼륨감이 있어 어딘가 한 대 찰싹 때려주고 싶은 토실토실한 엉덩이.
무엇보다 지윤이는 빼어난 미인이었다. 누구나 그녀에게서 난꽃과 같은 청초하고 깨끗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내가 가장 사랑했던 것은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눈썹과 짙지 않게 쌍꺼풀 진 눈이었다. 높은 코와 짧은 턱이 주는 앳됨도 그녀의 빼어난 미모에 플러스 요인이었다. 무엇을 더하거나 덜 것 없이, 그녀는 완벽하게 아름다웠다. 최소한 그녀의 외모는 당시 내 전화기에 저장된 여자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아름다움이었다.
실제로 지윤이는 학교에서 소문난 미인이었다. 그녀는 학교 홍보모델을 하고 있었기에 1년에 한 번씩 학교의 얼굴로 홍보책자에 실리곤 했는데, 그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던 아이돌 스타를 밀어내고 메인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 일을 두고 그녀의 친구들은 ‘지윤이가 아이돌을 꼴뚜기로 만들어 버렸다‘라며 그녀를 치켜세웠다.
당시 내가 살던 자취방은 고적한 동네에 위치한 오피스텔이었다. 주변에 대학가가 있긴 해지만 어중간하게 떨어진 위치와 대학생이 부담하기에는 다소 높은 집세 덕에 주로 직장인이 거주하는 21층 오피스텔이었다.
자취를 하면서 좋았던 점은 길 위에서 뿌리는 돈을 굳힐 수 있다는 것.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텔비가 안 들어간다는 것이다. 데이트는 주로 그녀의 학교 주변이나 대학로, 삼청동 일대에서 했고, 성욕이 차오르면 내 오피스텔에 들어와 섹스를 나눴다. 나중에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귀찮아 내 방에서 요리를 해먹거나 목적 없이 침대 위에서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내 오피스텔에는 지윤이의 칫솔과 간단한 속옷이 준비되어 있었다.
하루는 지윤이에게 물어보았다.
“자기, 항상 내 방이나 자기 방에서만 섹스 하잖아, 혹시 다른 곳, 음....... 이색적인 장소에서 해보고 싶은 적 있어?”
사실 별다른 뜻이 있어서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직 감성이 남아 있는 나이인데, 허구한 날 좁은 오피스텔에서 데이트를 하는 게 미안해서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지윤이는 내가 이런 질문을 할 줄 알았다는 듯이 답했다.
“사실 나, 오빠랑 해보고 싶은 장소가 있긴 해.”
흥미로운 마음에 어디냐고 묻자 지윤이는 “듣고 나 변태 같다고 생각할 거 같은데.”라며 대답하기를 주저했다.
오호라~ 뭔가 있긴 있나보구나.
“괜찮아. 말해봐.”
“정말 이상하게 생각 안 할 거지?”
그녀는 몇 번이고 내 다짐을 받은 이후에도 주저하다가,
“음....... 교회. 왜, 교회에 보면 의자 긴 거 있잖아?”
변태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 했던 장소라 적잖게 당황스러웠다.
“난 그 긴~~~ 의자 위에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예~~~전부터 생각했었어.”
내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으며 “그 의자 딱딱하지 않아? 등 배기겠는데?”라고 말하자, 그녀는 “그렇긴 하겠지? 그런데 난 진짜 거기서 해보고 싶어!”라며 꽤나 다부진 어투로 말했다. 나는 그건 정말 현실감 없는 판타지라고 고개를 저었다. 지윤이의 집은 불교를 믿었다.
그녀는 하고 싶은 장소가 한 군데 더 있다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우리 집 안방에서 하고 싶어?”
“너네 집 안방? 네 부모님의?”
“응. 이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잖아? 우리 엄마아빠 침대 위에서 해보고 싶어. 뭐랄까, 그러면 우리 엄마아빠가 보고 있는 데서 하는 그런 기분이 들 거 같아.”
이건 정말 변태적인 발상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녀에게 솔직한 내 생각을 말하진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바람 중 하나를 들어주었다. 바로 그녀 부모님의 침대 위에서의 섹스. 어처구니없는 걸로 따지자면 교회의 의자 위나, 그녀의 부모님 침대나 비슷비슷했지만, 그나마 후자가 조금 더 현실에 근접한 판타지였다.
우리는 그녀의 집이 확실히 비는 시간을 미리 알아두었다가 조용히 들어가서 섹스를 나눴다. 솔직히 색달랐다. 항상 오가던 서로의 침대가 아닌, 여자 친구의 부모님이 매일 몸을 눕히는 침대.
지윤이 안쪽에 길게 사정을 하고 페니스를 뺄 때는 행여 정액이 흘러 침대시트가 더러워지는 건 아닐까 조심했던 기억이 난다. 꼼꼼한 내 성격에 머리카락 하나라도 남을까봐 뒤처리에도 무던한 신경을 쏟아 부었다. 나의 조바심과는 다르게 그녀는 머리가 터지도록 올라왔던 오르가즘에 헐떡이며 그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지윤이는 꽤나 만족했는지 이후에도 몇 번 더(내 기억으로는 대여섯 번 정도) 같은 장소에서의 사랑을 요구했고, 나는 그녀의 요구를 꼼꼼하게 충족시켜 주었다.
그리고....... 말하기 민망한 건데, 우리는 그녀의 언니 -다시 말해 나의 대학동기- 지원이의 방에서도 사랑을 나눴다. 이 역시 그녀의 강력한 바람에 의해서였다. 지윤이는 똑똑한 자기 언니에 대한 옅은 열등감이 있었는데, 그 보상심리로 언니 침대 위에서 섹스를 하자고 조른 것이다.
하기야 지윤이와 사귀면서 그녀 집 부엌, 빈 방, 베란다, 거실, 화장실 할 거 없이 다양한 공간에서 섹스를 나눴으니 그녀 언니 방이라고 딱히 이상할 건 없을 듯싶었다. 지윤이의 언니 지원이는 매우 똑똑하고 꼼꼼한 성격이기에 아마도 우리가 자기의 침대에서 섹스를 나눴다는 것을 눈치 챘을지도 모를 일이다.
---
2부에서 계속
- 어디쯤이나 지음
1.
서른 살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실직하는 기분이 얼마나 똥 같은지 당신은 아는가? 나는 안다. 실제로 당해봤거든.
나의 첫 직장은 꽤나 규모가 있는 기업의 후원을 받는 연구소였다. 하지만 기업 이름에 걸맞지 않는 방어적인 지원과 시원찮은 연구실적 때문에 매년 고전하던 곳이었다.
실직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았다. 어쩌면 대기순번을 받아 들고 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점점 나빠지는 연구실적 때문에 지원금의 규모는 단계적으로 줄어갔고, 업계의 특성상 고연봉의 선임 보다는 젊고 실적이 쌓이지 않은 후임에서부터 감원이 들어갔다. 나는 앞쪽이라기보다는 뒤쪽이었다.
이미 나보다 훨씬 좋은 실적을 내던 동갑내기 동료가 책상을 비운 이후였다. 가식 없고 어딘가 나사 빠진 듯 한 성격 탓에 ‘수더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친구였는데, 거의 매일 나와 점심을 같이 먹던 녀석이었다.
내 순서가 돌아온 것은 녀석이 떠나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돌연 나에게 연구부서가 아닌 일반 사무부서로 가라는 인사조치가 내려왔고, 나는 미련 없이 그만두겠다고 하였다. 내가 그만 두는 날 환송회식이 있었고, 나는 적당한 음주 후 여자 친구의 자취방에서 그녀와 밤을 보냈다.
당장 내일의 출근이 없는 밤. 그래서인지 항상 품던 그녀의 체취가 더 달게 느껴졌다.
우린 섞이기도 하고 비비기도 하고 밀어내기도 하고 엉키기도 하며 밤새 서로를 가지고 놀았다. 나만 출근의 부담이 없는 게 아니었다. 그녀 또한 다음날 오전 수업이 없다고 했다.
생리 직전이었기에 콘돔은 사용하지 않았다. 내가 뿌린 씨앗이 메이드가 되었는지 아닌지는 조만간 그녀의 생리로 판가름 날 것이다. 어쩌면 메이드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그리고 그 불안감이 주는 짜릿함에 우린 더욱 격렬하게 엉켜댔다.
그리고 마지막은 우악스러울 정도로 그녀 안쪽 깊숙이 쏴아-.
분명 그녀의 동의를 얻었는데. 그럼에도 그녀는 뒷임신에 대한 불안감에 투정을 부렸다. 그녀는 쿠퍼액 속의 정자 하나만으로도 임신이 가능하다고 했고, 나는 배란기에 맞춰 자궁 안쪽 깊숙이 사정해도 임신 가능성은 고작 반반이라며 응수했다.
이미 일 년 넘게 이런 토닥거림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피임에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기특하게도 항상 제 때 생리를 시작했다. 다만 그 주기는 언제나 아찔하게 2, 3일 오차를 오갔다.
내가 싸지른 정액의 매끈함이 좋다는 그녀였지만, 그 매끈함이 침대 시트를 적시는 것은 싫다했다. 틀어막은 휴지가 눅눅해져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자 그녀는 종종 걸음으로 욕실에 들어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내 마지막 20대가 며칠이나 남았는지 손가락으로 꼽아 보았다.
하나, 두울, 세엣, 네엣........ 일곱, 여덟.
캬! 내일부터 맞는 요일은 20대의 마지막 금요일이 되겠고, 토요일이 되겠고, 일요일이 되겠구나!
간단하게 뒷물만 한 듯 여자 친구는 욕실에 들어간 지 오래 지 않아 촉촉한 몸으로 돌아왔다. 잠깐이지만 이불 밖의 한기가 시렸는지 주먹을 꼬옥 말아 쥔 채 오돌 거리며 안겨왔다.
그러고 보니 아직 여자 친구에게 말을 못했다. 나의 실직.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은 립스틱을 봐뒀다고 하던데. 어떤 배우가 CF 했다더라, 색상 명이 무슨 로즈던데. 일단 퇴직금 조로 받은 목돈이 있으니 몇 달은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겠지. 그런데 내가 일 그만 뒀다는 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오빠 이젠 서른이네. 삼십대.”
그녀가 아무 의미 없이 정액이 빠져나간 내 페니스를 손가락에 끼고 살짝 흔들어 댄다. 그녀의 손장난으로 발기하기엔 고환 속 정액이 모자라다.
“정자도 어릴수록 튼튼하고 그럴까? 오빠가 아저씨 되기 전에 정자은행에 좀 보관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녀는 이걸 농담으로 하는 거겠지?
“빨리 결혼하고 싶다~ 졸업하면 곧장 오빠한테 시집가고 싶어!”
무슨 그런 끔찍한 말씀을.
“오빠~”
“지윤아!”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를 그녀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막아버렸다. 그리고 말했다.
“나 일 그만뒀어.”
---
여자 친구 정지윤을 처음 만난 건 2011년 봄. 캠퍼스 경사가 가파르기로 유명한 그녀의 학교에서였다.
당시 나는 연구소에 갓 들어온 신입연구원이었는데, 모 여대에 의뢰할 것이 있어 그 학교를 찾았다가 급하게 도서관에서 책 몇 권을 빌리게 되었다. 학교 교직원에게 임시로 받은 대여증을 주머니에 넣은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막상 데스크 앞에서 아무리 뒤져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미 내 뒤에는 서너 명의 학생들이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저기, 괜찮으시면 제 학생증 쓰실래요?”
내 뒤에 있던 여학생이 자신의 학생증을 내밀었다. 자신의 몸집만한 악기가방을 둘러맨 늘씬한 옷맵시의 여학생이었다.
삐익-
OO여자대학교, 음악학과, 학번 2008******, 이름 정지윤
대출도서명 : 3 Players
나의 순서가 끝나고, 그녀는 다시 건네받은 학생증으로 자신의 대출을 끝냈다. 나는 그녀가 대출 받는 모습을 두 발자국 대각선 뒤에서 바라보았다. 제대로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청순하고도 작은 얼굴, 그리고 매우 길고 늘씬한 바디. 그녀는 빼어난 미인이었다.
그녀는 도서관을 나오면서 나에게 교환학생이냐고 물었고, 나는 업무 때문에 잠시 들른 방문객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바로 옆 학교가 나의 모교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녀는 내 졸업연도를 묻더니 “그럼 우리 1년 동안 바로 옆 학교를 다녔네요!”라며 어린아이 같은 웃음을 보였다. 실제로 그녀가 신입생일 때 나는 졸업반이었다.
하지만 그녀와 전화번호를 교환한다든가 다른 약속을 잡는 일은 없었다. 나 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그녀에게 수작을 걸만큼의 넉살이 나에게는 없었다. 물론 삼켜야 했던 아쉬움이 매우 썼다. 도서관 현관을 나서자 그녀는 “수업이 있어서요.”라며 맞은편 건물을 가리켰고 나는 어정쩡한 목인사로 작별을 한 것이 마지막.
.......이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후 그녀와 마주할 수 있었다. 학교가 크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정말 인연이라서 그랬던 걸까? 책을 반납하러 다시 그 여대에 들렀을 때,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대출반납 데스크 앞에서 그녀와 마주쳤다. 그녀 역시 그때 빌린 도서를 반납하는 중이었다. 그녀가 먼저 나를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말했다.
“설마하니, 나 다시 만나려고 계속 여기서 기다렸던 건 아니죠?”
사람의 미소가 해처럼 밝을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 수 있었다. 나를 보며 농담을 해오는 그녀의 얼굴에는 잘 가공된 보석과도 같은 빛이 났다.
여자들이 꼽는 가장 이상적인 첫 만남 장소가 서점 혹은 도서관이라고 했던가? 이 일을 계기로 우리는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고, 세 번째 만남에서 “저 밀당 같은 거 안 하는 여자에요.”라는 지윤이의 말과 함께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지윤이의 말대로 그녀는 솔직하고 구김살 없이 밝은 여대생이었다.
그녀와 사귀면서 가장 놀랐을 때는, 그녀의 언니를 소개 받던 순간이었다. 그녀의 언니는 나와 같은 대학-같은 과 동기였다는 것! 처음 지윤이가 자기 언니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는 그저 닮은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설마’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지윤이가 처음으로 자기 언니를 보여주었을 때 그녀의 언니 정지원과 나는 한참동안 “너! 너!”하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지윤이의 언니 정지원과는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나는 그녀를 대학시절 내내 꽤 ‘괜찮은 여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와 뜻밖의 인연이 다시 이어졌다는 것이 기뻤으나, 그녀는 나와 다시 재회하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 무렵 지원이는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윤이에게 들은 말에 따르면 남자 쪽 집이 울산에서 손꼽히는 부잣집이라고 했다.
---
지윤이와 나는 만난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처음으로 섹스를 나눴다. 지윤이도 나도 모두 솔직하고 직선적인 성격이었기에 그리 어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나눠 가질 수 있었다.
그 날은 지윤이를 제외한 그녀의 가족 모두가 지원이의 결혼식 문제로 (정지원의 시댁이 될) 울산으로 떠난 날이었다. 그녀는 집이 빈다며 나를 자신의 집으로 불렀다.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지윤이네 집은 내가 지금껏 가본 집들 중 가장 천장이 높은 집이었다. 한강이 바로 아래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였는데 평수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짐짓 의식하지 않는 척 방의 개수를 세어보니 대략 열 개 정도 되어 보였다. 확인한 화장실만 세 개였다. 아파트는 색이 좋은 원목 위주로 인테리어 되어 있었고, 지윤이가 쓰는 침대방, 옷방, 욕실 따로, 그리고 지원이가 쓰는 침대방, 공부방, 욕실이 따로 있었다. 그녀의 부모님이 쓰는 안방 쪽은 확인할 엄두를 못 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강과 맞닿은 통유리를 따라 기다랗게 늘어진 거실. 내가 그녀의 집에 발을 들였을 때는 낙조가 한참 예쁠 시간이었는데, 통유리를 깨고 들어올 듯 엄청난 빛깔의 노을이 거실 전체를 고풍스럽게 조명하고 있었다. 매일 저런 노을을 보고 산다면 절로 아름다운 감성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윤이의 엄청난 아파트 보다 그 노을에 압도당했다.
지윤이는 앞치마까지 두르며 나를 위한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실 요리랄 것도 없이 이미 만들어진 음식을 데워 내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녀는 예전부터 남자친구에게 밥을 차려주고 싶었다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앞치마 두른 그녀를 뒤에서 꼬옥 안아주었다.
“어머니께서 청소하시려면 힘드시겠다. 집이 이렇게 넓으니.......”
지나가는 말인 듯 흘리니 지윤이는 덥썩 물며 “일해주시는 아주머니가 계셔서 괜찮아.”라고 대꾸했다.
오호라! 이 음식들도 사실은 아주머니께서 하셨겠구나!
뭐, 상관없었다. 저녁식사 초대에 응한 것은 그녀의 음식 솜씨를 확인해보기 위함이 아니었으니.
식사를 마친 우리는 나란히 손을 잡고 한강을 잠시 걸었고, 들어오는 길에 씹을 거리를 사서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가 아껴두었다는 와인을 열었다.
---
물론 그녀도 나도 처음은 아니었다. 스물아홉 남자와 스물셋 여자는 서툴지 않은 몸놀림으로, 그렇다고 해서 너무 능숙하게 보이지 않게끔 서로의 옷을 벗기고 몸을 탐하였다. 이미 해가 지고 어둑한 밤이었지만 지윤이 침실의 조명은 방금 전 보았던 노을빛처럼 노르스름했다. 그 조명 아래에서 지윤이의 나신이 매끄럽게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168의 뛰어나게 예쁜 지윤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내가 지금까지 그녀를 안지 않은 이유가 뭐였을까 궁금했다.
내가 나를 주체할 수 없었다. 내가 그녀 안으로 들어가 속도를 높일 때 마다 그녀 귀에 걸린 샴페인 색 귀걸이도 거품을 뿜을 듯 찰랑거렸다. 침대 쿠션의 들썩임과 그녀의 신음소리, 그리고 귀걸이가 흔들리며 내는 찰랑거리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매웠다.
절정으로 달아오를수록 지윤이는 “오빠, 오빠!”하며 나를 불러댔고, 나는 지윤이의 신음을 채찍 삼아 나를 더욱 달리게 박차를 가했다.
“아.......”
마지막 순간 그녀는 내 귓가에 애절한 오르가슴을 내질렀고 나는 그녀를 한껏 끌어안았다.
속궁합이 썩 괜찮았다. 처음 나눈 사랑이었기에 다양한 체위를 구사하며 서로의 실력을 뽐내진 않았지만 우리 둘 모두 만족할만한 섹스였다.
한 번의 섹스가 지나간 후 나란히 누워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미래를 이야기 하였다. 누가 봐도 우리만한 커플이 없을 거라면서, 이렇게 놀랍게 누군가에게 빠져드는 경험은 흔치 않을 거라는 말로 섹스에 대한 만족감을 대신했다.
---
나는 딱히 그녀의 과거가 궁금하지 않았다. 스물셋 매력적인 여대생이라면 적어도 한 번의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지나갔다. 어쩌면 더 많은 경험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것은 정말이지 1그람도 중요하지 않았다. 설혹 내 여자가 과거에 몸을 파는 여자였다 하더라도 현재 나를 사랑해주고 미래에도 그런 믿음을 줄 수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반면 지윤이는 끊임없이 나의 과거를 알고 싶어 했다. 첫사랑은 누군지, 몇 명의 여자와 교제해봤으며 그 중 누구를 가장 사랑했는지, 얼마나 많은 여자와 섹스를 해봤으며 그 중 진심은 몇 번이었는지. 특히나 사정한 직후 마음이 느슨해지고 솔직해질 때면 미주알고주알 디테일 한 것들을 물어보곤 하였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네가 처음이야. 첫 키스도 너랑 해봤고 첫 경험도 너랑 한 거야. 당연히 니가 첫사랑이야.”라며 넉살을 부렸다. 당연히 지윤이도 내가 능청떤다는 것을 알고 “치~ 뻥쟁이!”라고 핀잔을 줄 뿐, 적극적으로 내 과거를 파내려 하지 않았다.
지윤이와의 섹스에 있어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그녀의 솔직한 성격이었다. 우리는 섹스에 대해 가감 없이 의견을 나누었다. 둘 다 변태적인 성향이 전혀 없는, 담백하고 노멀한 성적 취향이었기에 자칫 섹스가 단조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침대 위에서만큼은 내숭도 거짓도 없이 적극적이고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였다. 예를 들어 어떤 체위가 좋았다든가, 오럴을 조금 더 해달라든가, 이젠 만족했으니 사정해달라든가 등등. 특히 흥이 최고조로 오를 때면 ‘보지’, ‘자지’, ‘빠구리’라는 단어들이 청순한 얼굴을 한 그녀의 입에서 나오곤 했다.
앞 서 말했듯 지윤이는 168의 꽤나 큰 키를 가지고 있었다. 상체는 아담했다. 완만하게 곡선을 그리는 동그스름한 어깨와 한 손에 들어오는 수줍은 젖가슴, 그리고 잘록한 허리. 하체는 상체에 비해 다소 볼륨감이 있어 어딘가 한 대 찰싹 때려주고 싶은 토실토실한 엉덩이.
무엇보다 지윤이는 빼어난 미인이었다. 누구나 그녀에게서 난꽃과 같은 청초하고 깨끗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내가 가장 사랑했던 것은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눈썹과 짙지 않게 쌍꺼풀 진 눈이었다. 높은 코와 짧은 턱이 주는 앳됨도 그녀의 빼어난 미모에 플러스 요인이었다. 무엇을 더하거나 덜 것 없이, 그녀는 완벽하게 아름다웠다. 최소한 그녀의 외모는 당시 내 전화기에 저장된 여자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아름다움이었다.
실제로 지윤이는 학교에서 소문난 미인이었다. 그녀는 학교 홍보모델을 하고 있었기에 1년에 한 번씩 학교의 얼굴로 홍보책자에 실리곤 했는데, 그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던 아이돌 스타를 밀어내고 메인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 일을 두고 그녀의 친구들은 ‘지윤이가 아이돌을 꼴뚜기로 만들어 버렸다‘라며 그녀를 치켜세웠다.
당시 내가 살던 자취방은 고적한 동네에 위치한 오피스텔이었다. 주변에 대학가가 있긴 해지만 어중간하게 떨어진 위치와 대학생이 부담하기에는 다소 높은 집세 덕에 주로 직장인이 거주하는 21층 오피스텔이었다.
자취를 하면서 좋았던 점은 길 위에서 뿌리는 돈을 굳힐 수 있다는 것.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텔비가 안 들어간다는 것이다. 데이트는 주로 그녀의 학교 주변이나 대학로, 삼청동 일대에서 했고, 성욕이 차오르면 내 오피스텔에 들어와 섹스를 나눴다. 나중에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귀찮아 내 방에서 요리를 해먹거나 목적 없이 침대 위에서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내 오피스텔에는 지윤이의 칫솔과 간단한 속옷이 준비되어 있었다.
하루는 지윤이에게 물어보았다.
“자기, 항상 내 방이나 자기 방에서만 섹스 하잖아, 혹시 다른 곳, 음....... 이색적인 장소에서 해보고 싶은 적 있어?”
사실 별다른 뜻이 있어서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직 감성이 남아 있는 나이인데, 허구한 날 좁은 오피스텔에서 데이트를 하는 게 미안해서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지윤이는 내가 이런 질문을 할 줄 알았다는 듯이 답했다.
“사실 나, 오빠랑 해보고 싶은 장소가 있긴 해.”
흥미로운 마음에 어디냐고 묻자 지윤이는 “듣고 나 변태 같다고 생각할 거 같은데.”라며 대답하기를 주저했다.
오호라~ 뭔가 있긴 있나보구나.
“괜찮아. 말해봐.”
“정말 이상하게 생각 안 할 거지?”
그녀는 몇 번이고 내 다짐을 받은 이후에도 주저하다가,
“음....... 교회. 왜, 교회에 보면 의자 긴 거 있잖아?”
변태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 했던 장소라 적잖게 당황스러웠다.
“난 그 긴~~~ 의자 위에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예~~~전부터 생각했었어.”
내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으며 “그 의자 딱딱하지 않아? 등 배기겠는데?”라고 말하자, 그녀는 “그렇긴 하겠지? 그런데 난 진짜 거기서 해보고 싶어!”라며 꽤나 다부진 어투로 말했다. 나는 그건 정말 현실감 없는 판타지라고 고개를 저었다. 지윤이의 집은 불교를 믿었다.
그녀는 하고 싶은 장소가 한 군데 더 있다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우리 집 안방에서 하고 싶어?”
“너네 집 안방? 네 부모님의?”
“응. 이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잖아? 우리 엄마아빠 침대 위에서 해보고 싶어. 뭐랄까, 그러면 우리 엄마아빠가 보고 있는 데서 하는 그런 기분이 들 거 같아.”
이건 정말 변태적인 발상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녀에게 솔직한 내 생각을 말하진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바람 중 하나를 들어주었다. 바로 그녀 부모님의 침대 위에서의 섹스. 어처구니없는 걸로 따지자면 교회의 의자 위나, 그녀의 부모님 침대나 비슷비슷했지만, 그나마 후자가 조금 더 현실에 근접한 판타지였다.
우리는 그녀의 집이 확실히 비는 시간을 미리 알아두었다가 조용히 들어가서 섹스를 나눴다. 솔직히 색달랐다. 항상 오가던 서로의 침대가 아닌, 여자 친구의 부모님이 매일 몸을 눕히는 침대.
지윤이 안쪽에 길게 사정을 하고 페니스를 뺄 때는 행여 정액이 흘러 침대시트가 더러워지는 건 아닐까 조심했던 기억이 난다. 꼼꼼한 내 성격에 머리카락 하나라도 남을까봐 뒤처리에도 무던한 신경을 쏟아 부었다. 나의 조바심과는 다르게 그녀는 머리가 터지도록 올라왔던 오르가즘에 헐떡이며 그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지윤이는 꽤나 만족했는지 이후에도 몇 번 더(내 기억으로는 대여섯 번 정도) 같은 장소에서의 사랑을 요구했고, 나는 그녀의 요구를 꼼꼼하게 충족시켜 주었다.
그리고....... 말하기 민망한 건데, 우리는 그녀의 언니 -다시 말해 나의 대학동기- 지원이의 방에서도 사랑을 나눴다. 이 역시 그녀의 강력한 바람에 의해서였다. 지윤이는 똑똑한 자기 언니에 대한 옅은 열등감이 있었는데, 그 보상심리로 언니 침대 위에서 섹스를 하자고 조른 것이다.
하기야 지윤이와 사귀면서 그녀 집 부엌, 빈 방, 베란다, 거실, 화장실 할 거 없이 다양한 공간에서 섹스를 나눴으니 그녀 언니 방이라고 딱히 이상할 건 없을 듯싶었다. 지윤이의 언니 지원이는 매우 똑똑하고 꼼꼼한 성격이기에 아마도 우리가 자기의 침대에서 섹스를 나눴다는 것을 눈치 챘을지도 모를 일이다.
---
2부에서 계속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