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그리고 사랑 - 8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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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 전부가 집으로 왔다.
예리와 예리의 친구 세사람, 그리고 피에르체의 직원까지.
“언니, 집 좋네요. 넓고 깨끗하고.”
“여기야. 예리방.”
지수의 말을 듣고 정하니가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에 예리의 친구들과 지수간에 제법 친해진 모양이다.
대하는 태도에 편함과 친근함이 뭍어나고 있다.
“현아 침대도 준비하셨네. 형부 고맙습니다.”
정하니가 말을 하면서 현석을 돌아보았다.
형부?
왜? 갑자기 형부가 됫어?
그래도 뭐냐고 할 수는 없었다.
“그거 내가 준비한거 아니고, 언니가 다 준비했어요. 언니한테 감사 해요.”
“아. 언니 정말 감사합니다.”
현석이 정정해서 알려주자 정하니는 지수에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 차타고 오면서, 예리는 몰라도 우리도 아저씨라고 하기가 좀 그래서, 그냥 형부라고 부르는 것이 어떠냐고 의견통일을 했거든요. 언니, 우리가 그렇게 불러도 괜찮으세요?”
“그래, 그게 편해요. 아저씨란 말 나도 이상했거든.”
지수가 바로 찬성을 해 주었다.
그럼, 처제가 한꺼번에 3명이 생겨버린 셈인가?
넓은 집이라고 하지만, 사람이 많이 들어오니 복잡하고 정신이 없긴 하다.
“현아는?”
“네, 지금 거의 다 왔을거예요. 아까 우리가 병원에서 출발할 때 전화 했거든요. 제가 조금있다 요 앞에 나갔다 올께요.”
지수의 질문에 피에르체 직원이 대답을 했다.
피에르체로 바로 가려다가, 혹시 왔다갔다 해야할 일이 있을지 모르지 집을 알아두는게 좋겠다면서 따라 왔었던 직원이다.
예리의 친구들이 예리가 병원에서 사용하던 물건들을 예리의 방으로 들여놓고, 일부는 장롱에 넣었다.
잠시후, 마중을 나갔던 피에르체 직원 한명이 현아를 안고 집으로 들어왔다.
친구들이 따라나가서 현아의 짐들을 가지고 들어오고, 예리와 직원들간에 한참을 정리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직원들은 먼저 피에르체로 돌아갔다.
“어머, 이게 뭐야. 어머 형부랑, 언니 너무 야하다.”
홍아영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목소리를 돌아보니 침실 문앞에 홍아영이 서 있다.
쟤는 왜 침실로 저렇게 간다니?
하긴 집구경을 하고싶은 호기심은 있겠지.
그렇다고 해도 마구 저렇게 다니다니.
그래도 침실에 걸린 저 사진은 손님이 올 때면 항상 말썽이다.
지수에게 프로포즈할 때는 친구들이 다 봤고, 처가식구들은 장모와 처형을 비롯해서 동서들까지 다 봤다.
처제의 누드사진을 형부들이 다 본 셈이다.
서재의 사진은 말아올리면 되지만, 침실의 사진은 말아 올리게 되어 있지 않아서, 다른사람이 오면 민망한 상황이 생기니 걷어서 보관하자고 해도, 그녀는 괜찮단다.
자기가 보아도 저렇게 좋은 사진을 걷어서 보관하면 안된단다.
그리고, 침실까지 들어올 수 있는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면 그정도는 봐도 상관 없다고 하면서 못떼게 해서 그대로 걸려 있었다.
침실의 사진은 폭이 너무 넓은탓에 헹거 세트가 맞는게 없어서 못샀는데, 저 크기에 맞는 헹거 세트를 주문제작이라도 해야 할려나 싶다.
홍아영의 말에 모두들 그쪽으로 몰려갔다.
“형부, 이거 우리 좀 봐도 되죠?”
“안되는데.”
홍아영의 질문, 현석의 대답, 그러나 아무도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모두 침실로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현석의 만류를 못들은척 예리까지 모두 달려가다시피 했다..
하긴 예리도 악성종양의 증상이 나타날 때를 제외하고는 생활에서 평상시와 차이가 없을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사실상 환자아닌 사람들과 차이도 전혀 없다.
일주일쯤 전에 머리가 심하게 아파서 병원가서 진찰 받기전까지는 그냥 두통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했을정도이니, 일주일의 차이가 정말 크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몸 상태가 순간적으로 나빠지는것은 아닌 때문이리라.
얘가 정말 그런 진단을 받은 사람 맞아 할 정도로 멀쩡하다.
진단내용을 듣기 전에는 그냥 약간의 두통, 그것이 전부였던 것이니 무조건 안됫다는 감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꼭 좋은 것 만은 아니리라.
다만, 병원에서는 앞으로 통증이 나타나는 점점 빈도가 잦아지고, 그 통정의 정도가 갈수록 심해 질거란다.
그리고, 통증 외에도 여러가지 다른 증세가 나타나게 될것이라 했다.
갑자기 심하게 토하거나, 손에 힘이 빠져서 물건을 놓치거나 떨어트릴수 있다 했다.
물건의 위치를 못 맞추거나, 식당이나 화장실을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자꾸 잊어버릴 수도 있고, 한쪽이 안보이거나 기절을 할 수도 있단다.
그리고 아이가 되어간다고 했다.
투정을 부리고 떼를 쓰고 할 정도가 되면, 그때부터는 마음의 준비를 하란다.
몸의 일부에 괴사가 발생을 해서, 코와 입으로 피를 토할 수도 있단다.
어것은 주위에 있는 가족들을 패닉에 빠트릴 정도로 충격적일수 있지만, 그것도 한 과정이란다.
병원의 처방대로 약을 먹기 시작하면, 아이는 모유대신 우유를 먹이고 모유는 짜내서 버리라고 했다.
지난번에, 병원에서 하룻밤을 함께 지낼 때, 몇일째 아이에게 젖을 물리지 못해서 퉁퉁불은 젖가슴을 주체하지를 못하고, 젖을 짜내어 버리는 것을 현석도 옆에서 바라 보아야 했었다.
그러나, 어쨋건 지금은 아프지 않은 다른사람들과 조금도 차이가 없다.
* * *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이제 세사람, 아니 네사람만 남았다.
현아가 있으니까.
그리고, 이 미묘한 동거가 시작된 것 같다.
평소 같으면, 지수와 장난도 조금 치면서, 불러온 배를 쓰다듬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할텐데, 약간은 어색한 분위기가 있다.
하긴 지수와 예리가 절친하게 지냈더라도, 자매 같은 느낌일때 이야기일 뿐이지, 현석과 예리사이에 현아가 태어나긴 해도, 두사람의 만남은 이미 1년도 더 지난 상황인데, 한집에 이렇게 앉았다고 갑자기 오랬동안 서로 같이 잘 았았던 것 같이 되지는 않으리라.
현아의 웃음을 쳐다보면서 그래도 어색한 분위기가 많이 없어졌고, 지수는 예리의 손을 잡고 이런저런 질문도 하고, 현아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예리야, 현아 낳을때, 많이 안 아팟어?”
“좀 많이 아파요.”
“얼마나?”
“음. 그냥, 이대로 죽여달라고 할만큼.”
조금 머뭇거리던 예리는 벽면을 쳐다보며 현아를 낳을때를 생각하는듯 잠시동안 가만 있다가 대답을 했다.
“세상에, 그렇게 아파?”
“으응, 그래도 죽을 정도는 아니구.”
“아후. 걱정이다.”
“그래도, 아기를 보는 순간 그 아팟던 것들이 말끔하게 다 잊혀져요. 언니.”
예전에 현석이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아기를 낳을 때 얼마나 아프냐는 남편의 질문에, 의사가 하는 말이,
윗 입술을 붙잡고 그것을 머리 너머로 당겨서 목뒤까지 끌어 당기면 얼마나 아플지 상상을 해 봐라.
아기를 낳는과정이 그것과 비슷하단다.
생각만 해도 정말 아플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여자들이 참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 하긴 그걸 잊어버리니 둘째도 낳고, 셋째도 낳고 하겠지.”
“언니는 몇이나 낳을건데?”
“얘 낳아보고 생각 할래.”
지수가 자기배를 쓰다듬으면서 말 했다.
“그래? 아저씨는요?”
현아를 바라보고 눈을 맞추고 있었는데 말머리를 돌려서 현석에게 물었다.
“응, 참. 예리야, 난 헨리라고 부르는데, 괜찮으면 예리도 헨리라고 불러. 아저씨란 말이 좀 어색하지 않니?”
“헨리?”
“응. 헨리랑 같은 회사에 다니고 같은 부서 윗사람이었다고 했잖아?”
“으응.”
“함께 프랑스 출장가서 출장간 셋째날부터 한방에서 같이 지내게 됫는데, 내가 차장님 하고 부르고, 헨리는 날보고 지수씨 하고 부르니까 서로 어색해서 애칭으로 이름을 하나씩 주고 받았거든.
난 엘리고, 아저씨는 헨리.
그러고 보니 예리라고 부르면 끝자가 서로 일치하네.”
“언니랑 주고받은 이름인데, 내가 그렇게 불러도 되는거야?”
“당연히 그렇게 불러야지, 그게 오히려 좋지, 한번 불러 봐.”
예리가 현석을 바라 보았다.
“헤, 헨리.”
“응? 왜?”
현석은 예리의 부름에 환하게 웃으면서 답을 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헨리는 이제 아내가 둘이 됫네.”
뭐?
아내가 둘이 돼?
이런 세상에.
지수의 그 말을 듣고 황당해 졌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건지.
“엘리.”
현석이 황당한 표정으로 지수를 불렀다.
“왜? 내가 틀린말 했어요?”
“무슨소리야? 대체.”
“맞잖아요? 이젠 아내가 둘인데, 힘도 두배로 쓰고, 사랑도 두배로 하고, 해야 하니까 각오 단단히 해야 할거예요.”
대체 얘가 무슨생각을 어디까지 한것인지 모르겠다.
갈수록 더 황당한 소리를 한다.
예리에 관한한, 그리고 현아에 관한한, 입이 있어도 할말은 없게 되어버린 현석의 상황을 빌미로 그 두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서 지수가 완전히 주도권을 잡았다.
현석이 황당해 하건 말건 그 상황을 오히려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은 일부러 그러는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예리가 한집에 같이 있게 되어서, 아니 그보다는 현아가 같이 있게 되어서 정말 좋다.
이거 이러다가 정말 완전히 잡혀 살게 되는거 아닌지 모르겠지만, 태어난지 돌도 되지 않아서 고아가 되어버릴 뻔한 딸을 얻었는데 좀 잡혀 살기로 서니 뭐 어떠랴 싶다.
“언니는.”
아내가 둘이 됫다는 말에 예리도 놀란 모양이다.
하긴 놀라는게 당연하지.
“왜? 내가 틀린말 했어? 현아의 엄마잖아? 현아는 헨리의 딸이고, 식을 올리고 안올리고 간에, 혼인신고를 했건 안했건 간에, 애 엄마인데, 아내인게 맞지.”
“…”
예리가 황당한듯 지수와 현석을 번갈아 보았다.
“나? 나는 당연히 아내지, 나는 결혼식도 올리고, 혼인신고도 했는데, 거기다가 뱃속에 애도 있는데, 그러니 아내가 둘이잖아?”
대체 무슨 소린지.
왜 이렇게 현석을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지 모르겠다.
무슨 작정이라도 한것처럼, 예리를 자신처럼 현석의 아내의 위치에 갖다 놓으려고 하는 것 같다.
오늘 하루 지수 때문에 대체 몇번이나 놀래는지를 모르겠다.
“예리야, 혹시 오일 마사지 받아본적 없지?”
“으응.”
예리가 놀란 마음을 정리도 하기전에 다른 질문을 했다.
“응. 헨리가 해주는 오일마사지, 아주 좋거든. 우리둘이 같이 주말에 오일마사지 받아볼래?”
“으응?”
예리가 반문을 했다.
눈을 현석을 바라 보았다.
“그래.”
“그래도 돼. 언니?”
예리가 그렇게 물으면서 현석을 흘깃 보았다.
에리는 시선을 지수에게 주었다가, 현석에게 주었다가 계속 그렇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예리는 여전히 지수에게 미안한 표정이지만, 지수는 전혀 아니다.
좀전에 아내가 둘이라고 했는데, 설마 두번째 아내라고 생각하고 집에 들인건 아니겠지.
현석은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래도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예리와의 관계가 불륜은 아니었지만, 전에 사귀던 여자와의 사이에 애가 있다는 사실을 어떤 아내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듯 이해 해 줄 수 있을까?
그리고 사귀던 그 여자가 자신과는 자매 같은 사이이다.
그것도 이해가 안되는데, 아이는 남편의 호적에 올리겠다고 하면서, 생모는 낳아준 어머니로 그대로 올리겠다 했다.
하긴 법적으로 그렇게 밖에 안된다는 말은 했다.
그리고,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아이의 아빠와 한 집에 얼마간이라도 살수 있도록 해 줄 수 있는 아내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오늘의 상황을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그것을 생각하면 지수는 현석과 예리, 두사람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계속해서 배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혹시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된다.
현석이 해 주는 오일 마사지라는 것이 예리는 어떤것인지 모른다
예리가 오일 마사지를 전문 샵에서 받아 봤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현석이 해 주는 오일 마사지는 항상 지수에게 해 주는 것이어서 완전히 섹스를 위한 마사지이다.
그리고 이제는 마사지를 해 준적이 꽤 많아서, 몸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하면 그녀가 더 흥분하고, 더 쾌감을 느끼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어느쪽을 더 부드럽게, 어느쪽은 더 강하게 하는 것이 좋다면서 현석에게 주문을 하기도 했다.
여자의 몸이 모두 꼭 같지는 않겠지만, 많은 부분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 당연하지. 오일 마사지 받은적 없다고 했지?”
“응. 없어.”
“그래, 그럼 같이 한번 받아보자. 헨리가 해주는 오일 마사지 받으면, 너무 좋아서 마사지 받다가 그냥 오르가즘을 느끼게 돼.
오일 마사지를 해 주다가, 우린 그냥 바로 해버리는데, 그럼 더 좋아, 몇번이나 오르가즘을 느끼개 해 주거든, 그러니까 예리도 꼭 좀 받아 봐야돼.”
예리가 얼굴이 빨개졌다.
뭘 해?
해버린다는 표현의 의미를 예리도 알것인데, 제법 낮뜨거운 이야기를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기 때문이리라.
아니, 대체 무슨 마음을 가지고 저런말을 서슴없이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평소에 애정표시도 서슴없이 하고, 낮뜨거운 이야기도 좀 쉽게 하긴 하지만, 그건 둘이 있을때이고, 지금은 예리도 있는데 저렇게 말을 하다니.
“오늘은 나하고 예리랑 침실에서 잘 테니까, 헨리는 예리방에서 자요.”
“…?”
무슨소리냐는듯 쳐다보자 그녀는 예리의 손을 잡았다.
“우리 두사람이 어떻게 사랑하는지,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지 좀 알려도 줄 겸, 예리랑 나랑 서로 잠버릇도 알 겸 같이 잘래요. 그러니까 헨리는 오늘 독수공방 하세요.”
예리가 현석의 눈치를 보는듯 한 모습이 보인다.
아무래도 지수가 뭔가 사고를 칠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다.
집으로 가서 당분간 같이 살자고 할 때, 이런 조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야 하는데.
현아와 예리에 관한한 현석이 사실상 어떤 주장을 내 세우기가 쉽지 않지만, 예리도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겨버려서 지수가 하자는 대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 같다.
* * *
현석은 피에르체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퇴근을 할 때, 샵에 들려서 예리를 데리고 같이 퇴근해 달라고 지수에게서 연락이 왔다.
낮에 자기가 데려다 주었으니 차가 없을거란다.
주차장에는 예리의 스포츠카가 그자리에 주차되어 있다.
이것도 지수의 의도된 장난인 것 같다.
“오래 기다렸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앞문이 딸깍 열리면서 예리가 탓다.
“어서 와. 현아는?”
혼자 타는 것을 보고 물었다.
“언니가 보고 있어요.”
“혹시 오늘, 아프진 않았어?”
“네.”
“…”
현석은 예리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예리는 현석의 입술을 피하지 않고 받아 들였다.
현석은 차믈 몰아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헤, 헨리.”
“응?”
“저, 정말 아저씨를 그렇게 불러도 되요?”
“그럼. 언니가 그렇게 불르라고 했잖아.”
“그래도, 언니만 부르는 애칭인데.”
“괜찮아. 난 그게 더 좋아. 아저씨 보다는. 그나저나 언니가 잘 해줘?”
“네.”
“다행이야. 그리고 예리가 함께 있게되서 나도 좋고.”
“갑자기.”
예리가 꺼냈던 말을 끊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이제 얼마 살지 못한다는 말을 의사에게 들었는데, 그랬는데, 다시는 찾아올 것 같지 않았던 행복이 뒤를 이어 찾아 오다니.”
“…”
중얼거림 같은 예리의 말이 가슴을 짠하게 한다.
* * *
“오늘도 헨리가 예리 방에서 자요.”
잠을 잘 시간이 되자 지수가 잠자리 교통정리를 한다.
아니 임신 6개월이 넘은 지금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섹스를 하지 않으면 잠을 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대체 웬일이래?
하긴 두어달쯤 전부터는 어쩌다 한번씩 건너 뛰기는 한다.
말로는 애기가 놀랄까봐라고 말했지만, 임신을 하고부터는 마법에 걸리지 않으니, 어찌보면 사실상 횟수로 보면 더 잦은 편이다.
그래도 이틀을 건너 뛴적은 마법에 걸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없다.
정말 이틀이나 건너뛰고도 괜찮으려나?
어째 그녀는 임신을 해도 섹스에 대한 욕구가 떨어지기는커녕 더 높아지는 것 같다.
* * *
다음날, 지수가 같이 점심을 같이 하자고 연락이 왔다.
사실은 집에서는 늘 예리까지 합쳐서 세사람이 있으니 대체 무슨 속셈이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둘이서 할 이야기 인지라 물어보지를 못했다.
그렇다고 그런 이야기를 전화로 하기도 조금은 그렇다.
현석도 최근에 하고 있는 지수의 행동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기에, 점심과 함께 되어 있던 약속을 취소하고 지수와 점심을 함께 했다.
“요새 많이 놀랐죠?”
“많이 놀란 정도가 아니야. 나도 대체 무슨생각으로 왜 그러는지 물어보고 싶었어.”
“예리를 동정하는건 아니지만, 너무 안됫잖아요?”
“…”
그래, 그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사실이니까.
“예리가 마음속으로는 얼마나 슬프겠어요? 나같으면 매일 매일 통곡이라도 할 것 같아요.
남편도 없이 아이를 낳았는데, 자신의 생명은 얼마 남지 않았고,
자신이 그런 것은 또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를 혼자 두고 갈 생각을 하면 얼마나 힘들지 생각해 봤어요?”
“…”
충분히 생각해 봤다.
지수의 말처럼 정말 매일 매일 통곡이라도 하고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래서 아이는 우리 딸로 키우겠다고 한것이고, 당신 딸이 맞으니까.
이제 이틀 밖에 안되었지만, 집에서는 슬픈 표시는 전혀 내지 않고 있어 주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애 엄마라서 그런지, 나보다 더 어른같아요. 헨리가 좀 잘 해주세요.”
“내가 어떻게?”
“전에, 사귈때 예리 사랑하지 않았어요?”
“…”
“세상 모든 남자들이 사랑하고 싶을만큼 예리는 귀엽고 예쁘잖아요? 그런데 설마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귄건 아니겠죠?”
“…”
“말 해 봐요.”
참 대답이 곤란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렇게 채근을 하는데,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음. 그래 사랑 했었어, 엘리만큼은 아니었지만.”
현석은 머뭇거리다가 대답을 했다.
사실 사랑했었으니까.
지금도 그 여운이 마음속에 남아 있으니까.
“그렇긴 해도, 헨리와 헤어져 버렸으니 헨리에게서 사랑받지 못하고 살았잖아요?”
“…”
“그러니, 남은 기간 만이라도 헨리의 아내로서, 아이의 엄마로서, 그리고 한 여자로서 사랑받으면서 살 기회를 주세요.”
“…?”
무슨 소리냐는듯 쳐다 보았다.
“그게 헨리가 해 줄수 있는것 아닌가요?”
“내가, 엘리를 두고 그럴 수는 없잖아? 그건 말도 안되는거야.”
“나요? 난 현재의 자리에서 한발자국도 비켜서지 않아요. 예리에게 양보할 마음도 털끝만큼도 없고, 헨리가 내 남자로, 내 남편으로, 그리고 내가 헨리의 아내인 것은 변함 없어요.
다만, 내 옆에 조그마한 빈 자리를 만들어, 그곳에 예리가 들어 오도록 해 주고 싶어요.”
“무슨 소리야. 그게?”
현석은 크게 소리는 칠수 없었지만 조금은 톤이 올라간 상태로 물었다.
“제가 지금 이야기하는게, 일반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저하고 예리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그리고 헨리가 받아들여 주면, 우리 두사람 다 헨리의 아내가 될 수 있는거잖아요?”
“그래도, 그건.”
“왜요?”
“…”
왜 라는 질문에 딱히 대답을 못했다.
사회통념상?
그건 그럴 수 있다.
그럼 법 때문에?
법이라면 법을 어긴게 뭐가 있는데?
“우리가 예리를 데려온 것이, 예리의 생명이 남아있는 기간동안 생을 행복하게 해 주고, 그리고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갈수 있도록 해 주고, 다음에 현아가 커서 물으면, 아름다웠던 엄마의 기억을 들려주려고 했던것이지,
우리 둘이서 이만큼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여 주면서, 예리가 그걸 보고 부러워하면서 스스로 불행해 지는 것을 보려고 데려 온 것이 아니잖아요?”
“그건 맞지. 누가 그걸 몰라?”
“그럼, 헨리가 어찌 해야 하는지 제가 더 설명 안해도 알죠?”
할 말이 없다.
지금 지수가 말한 그대로가 우리가 예정했던 것이었으니.
아니 정확하게는 현아에게 엄마의 기억을 들려줄 수 있는 추억을 남겨줄 수 있는 정도를 바랬었다.
거기에, 지수가 예리의 행복과 행복한 기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자는 정도를 추가한 것인데, 지수가 원하기 전에 현석이 부탁 하고싶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던 현석을 그녀가 현석을 용서한다면.
“…”
휴, 한숨을 쉬었다.
“난, 우리 세사람의 합동결혼식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세사람이 결혼식장에서 다시 결혼을 한다면, 세상이 욕할것이고,
또, 나중에 애들이 세사람의 결혼식 사진을 보면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에, 그건 곤란하지만, 청평 별장에 가서거나, 아니면 집 안에서라도 당신과 예리의 결혼식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무슨 뜻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건 현석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이유는 간단해요.”
“왜? 이유가 뭔데?”
“현아가 다음에 아빠와 엄마의 결혼식 사진은 왜 없어요 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 할건가요?”
“…”
맞다.
현아가 물어볼 수 있겠지.
“최소한 예리에게 아빠와 엄마의 결혼식 사진은 보여줘야 하잖아요?”
“…”
이렇게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었나?
현석이 정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예리가 하얀 웨딩드레스 입고 헨리랑 둘이 나란히 사진도 찍고, 마침 지금이 6월이니 청평 별장에서 야외 결혼식을 하기에도 좋아요.”
맞다.
야외 결혼식을 하기에 꽤 좋은 계절이다.
“그것을 우리 세사람만 양해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예요?”
세사람만 양해한다면 정말 문제될 건 없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다른사람들은 몰라도, 예리의 세 친구들은 분명 축하 해 줄수 있을거예요. 우리의 관계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니까.”
“그래도 그건.”
“해야 해요. 기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예리를, 저렇게 불행하게 보낼건가요?”
“…”
이 말을 들으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리고, 좀 급작스러울지는 몰라도, 집에서도, 잠자리에서도 정식으로 아내로 인정해 주세요, 물론 부부관계는 당연한거구요.”
“뭐?”
이게 무슨 소리야?
섹스도 하라고?
한지수, 이 여자가 정말 어찌 된거 아닌가?
“우리 두사람이 하루씩 번갈아 가면서 헨리와 지내던지, 아니면 아예 한방, 한 침대에서 지내요, 지금의 우리 상황을 이해 한다면, 셋이서 함께 사랑을 나눈들 어때요?”
“뭐?”
“예리에게는 그동안 같이 자면서 충분히 이야기 했어요. 예리도 어색해 하긴 하겠지만, 당신이 이끌어주면 괜찮아 질거예요.”
정말 깜짝 놀랄 일이지만, 예리와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이런것들을 예리에게 이해시키려고 그랬나 싶다.
아. 어떻게 한다?
어떻게 한다?
정말 이런 여자가 있을까?
이 세상에 이런 여자가 있을 수 있을까?
결국 그렇게 하겠다고 답을 하고 말았다.
(계속)
예리와 예리의 친구 세사람, 그리고 피에르체의 직원까지.
“언니, 집 좋네요. 넓고 깨끗하고.”
“여기야. 예리방.”
지수의 말을 듣고 정하니가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에 예리의 친구들과 지수간에 제법 친해진 모양이다.
대하는 태도에 편함과 친근함이 뭍어나고 있다.
“현아 침대도 준비하셨네. 형부 고맙습니다.”
정하니가 말을 하면서 현석을 돌아보았다.
형부?
왜? 갑자기 형부가 됫어?
그래도 뭐냐고 할 수는 없었다.
“그거 내가 준비한거 아니고, 언니가 다 준비했어요. 언니한테 감사 해요.”
“아. 언니 정말 감사합니다.”
현석이 정정해서 알려주자 정하니는 지수에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 차타고 오면서, 예리는 몰라도 우리도 아저씨라고 하기가 좀 그래서, 그냥 형부라고 부르는 것이 어떠냐고 의견통일을 했거든요. 언니, 우리가 그렇게 불러도 괜찮으세요?”
“그래, 그게 편해요. 아저씨란 말 나도 이상했거든.”
지수가 바로 찬성을 해 주었다.
그럼, 처제가 한꺼번에 3명이 생겨버린 셈인가?
넓은 집이라고 하지만, 사람이 많이 들어오니 복잡하고 정신이 없긴 하다.
“현아는?”
“네, 지금 거의 다 왔을거예요. 아까 우리가 병원에서 출발할 때 전화 했거든요. 제가 조금있다 요 앞에 나갔다 올께요.”
지수의 질문에 피에르체 직원이 대답을 했다.
피에르체로 바로 가려다가, 혹시 왔다갔다 해야할 일이 있을지 모르지 집을 알아두는게 좋겠다면서 따라 왔었던 직원이다.
예리의 친구들이 예리가 병원에서 사용하던 물건들을 예리의 방으로 들여놓고, 일부는 장롱에 넣었다.
잠시후, 마중을 나갔던 피에르체 직원 한명이 현아를 안고 집으로 들어왔다.
친구들이 따라나가서 현아의 짐들을 가지고 들어오고, 예리와 직원들간에 한참을 정리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직원들은 먼저 피에르체로 돌아갔다.
“어머, 이게 뭐야. 어머 형부랑, 언니 너무 야하다.”
홍아영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목소리를 돌아보니 침실 문앞에 홍아영이 서 있다.
쟤는 왜 침실로 저렇게 간다니?
하긴 집구경을 하고싶은 호기심은 있겠지.
그렇다고 해도 마구 저렇게 다니다니.
그래도 침실에 걸린 저 사진은 손님이 올 때면 항상 말썽이다.
지수에게 프로포즈할 때는 친구들이 다 봤고, 처가식구들은 장모와 처형을 비롯해서 동서들까지 다 봤다.
처제의 누드사진을 형부들이 다 본 셈이다.
서재의 사진은 말아올리면 되지만, 침실의 사진은 말아 올리게 되어 있지 않아서, 다른사람이 오면 민망한 상황이 생기니 걷어서 보관하자고 해도, 그녀는 괜찮단다.
자기가 보아도 저렇게 좋은 사진을 걷어서 보관하면 안된단다.
그리고, 침실까지 들어올 수 있는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면 그정도는 봐도 상관 없다고 하면서 못떼게 해서 그대로 걸려 있었다.
침실의 사진은 폭이 너무 넓은탓에 헹거 세트가 맞는게 없어서 못샀는데, 저 크기에 맞는 헹거 세트를 주문제작이라도 해야 할려나 싶다.
홍아영의 말에 모두들 그쪽으로 몰려갔다.
“형부, 이거 우리 좀 봐도 되죠?”
“안되는데.”
홍아영의 질문, 현석의 대답, 그러나 아무도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모두 침실로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현석의 만류를 못들은척 예리까지 모두 달려가다시피 했다..
하긴 예리도 악성종양의 증상이 나타날 때를 제외하고는 생활에서 평상시와 차이가 없을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사실상 환자아닌 사람들과 차이도 전혀 없다.
일주일쯤 전에 머리가 심하게 아파서 병원가서 진찰 받기전까지는 그냥 두통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했을정도이니, 일주일의 차이가 정말 크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몸 상태가 순간적으로 나빠지는것은 아닌 때문이리라.
얘가 정말 그런 진단을 받은 사람 맞아 할 정도로 멀쩡하다.
진단내용을 듣기 전에는 그냥 약간의 두통, 그것이 전부였던 것이니 무조건 안됫다는 감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꼭 좋은 것 만은 아니리라.
다만, 병원에서는 앞으로 통증이 나타나는 점점 빈도가 잦아지고, 그 통정의 정도가 갈수록 심해 질거란다.
그리고, 통증 외에도 여러가지 다른 증세가 나타나게 될것이라 했다.
갑자기 심하게 토하거나, 손에 힘이 빠져서 물건을 놓치거나 떨어트릴수 있다 했다.
물건의 위치를 못 맞추거나, 식당이나 화장실을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자꾸 잊어버릴 수도 있고, 한쪽이 안보이거나 기절을 할 수도 있단다.
그리고 아이가 되어간다고 했다.
투정을 부리고 떼를 쓰고 할 정도가 되면, 그때부터는 마음의 준비를 하란다.
몸의 일부에 괴사가 발생을 해서, 코와 입으로 피를 토할 수도 있단다.
어것은 주위에 있는 가족들을 패닉에 빠트릴 정도로 충격적일수 있지만, 그것도 한 과정이란다.
병원의 처방대로 약을 먹기 시작하면, 아이는 모유대신 우유를 먹이고 모유는 짜내서 버리라고 했다.
지난번에, 병원에서 하룻밤을 함께 지낼 때, 몇일째 아이에게 젖을 물리지 못해서 퉁퉁불은 젖가슴을 주체하지를 못하고, 젖을 짜내어 버리는 것을 현석도 옆에서 바라 보아야 했었다.
그러나, 어쨋건 지금은 아프지 않은 다른사람들과 조금도 차이가 없다.
* * *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이제 세사람, 아니 네사람만 남았다.
현아가 있으니까.
그리고, 이 미묘한 동거가 시작된 것 같다.
평소 같으면, 지수와 장난도 조금 치면서, 불러온 배를 쓰다듬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할텐데, 약간은 어색한 분위기가 있다.
하긴 지수와 예리가 절친하게 지냈더라도, 자매 같은 느낌일때 이야기일 뿐이지, 현석과 예리사이에 현아가 태어나긴 해도, 두사람의 만남은 이미 1년도 더 지난 상황인데, 한집에 이렇게 앉았다고 갑자기 오랬동안 서로 같이 잘 았았던 것 같이 되지는 않으리라.
현아의 웃음을 쳐다보면서 그래도 어색한 분위기가 많이 없어졌고, 지수는 예리의 손을 잡고 이런저런 질문도 하고, 현아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예리야, 현아 낳을때, 많이 안 아팟어?”
“좀 많이 아파요.”
“얼마나?”
“음. 그냥, 이대로 죽여달라고 할만큼.”
조금 머뭇거리던 예리는 벽면을 쳐다보며 현아를 낳을때를 생각하는듯 잠시동안 가만 있다가 대답을 했다.
“세상에, 그렇게 아파?”
“으응, 그래도 죽을 정도는 아니구.”
“아후. 걱정이다.”
“그래도, 아기를 보는 순간 그 아팟던 것들이 말끔하게 다 잊혀져요. 언니.”
예전에 현석이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아기를 낳을 때 얼마나 아프냐는 남편의 질문에, 의사가 하는 말이,
윗 입술을 붙잡고 그것을 머리 너머로 당겨서 목뒤까지 끌어 당기면 얼마나 아플지 상상을 해 봐라.
아기를 낳는과정이 그것과 비슷하단다.
생각만 해도 정말 아플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여자들이 참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 하긴 그걸 잊어버리니 둘째도 낳고, 셋째도 낳고 하겠지.”
“언니는 몇이나 낳을건데?”
“얘 낳아보고 생각 할래.”
지수가 자기배를 쓰다듬으면서 말 했다.
“그래? 아저씨는요?”
현아를 바라보고 눈을 맞추고 있었는데 말머리를 돌려서 현석에게 물었다.
“응, 참. 예리야, 난 헨리라고 부르는데, 괜찮으면 예리도 헨리라고 불러. 아저씨란 말이 좀 어색하지 않니?”
“헨리?”
“응. 헨리랑 같은 회사에 다니고 같은 부서 윗사람이었다고 했잖아?”
“으응.”
“함께 프랑스 출장가서 출장간 셋째날부터 한방에서 같이 지내게 됫는데, 내가 차장님 하고 부르고, 헨리는 날보고 지수씨 하고 부르니까 서로 어색해서 애칭으로 이름을 하나씩 주고 받았거든.
난 엘리고, 아저씨는 헨리.
그러고 보니 예리라고 부르면 끝자가 서로 일치하네.”
“언니랑 주고받은 이름인데, 내가 그렇게 불러도 되는거야?”
“당연히 그렇게 불러야지, 그게 오히려 좋지, 한번 불러 봐.”
예리가 현석을 바라 보았다.
“헤, 헨리.”
“응? 왜?”
현석은 예리의 부름에 환하게 웃으면서 답을 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헨리는 이제 아내가 둘이 됫네.”
뭐?
아내가 둘이 돼?
이런 세상에.
지수의 그 말을 듣고 황당해 졌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건지.
“엘리.”
현석이 황당한 표정으로 지수를 불렀다.
“왜? 내가 틀린말 했어요?”
“무슨소리야? 대체.”
“맞잖아요? 이젠 아내가 둘인데, 힘도 두배로 쓰고, 사랑도 두배로 하고, 해야 하니까 각오 단단히 해야 할거예요.”
대체 얘가 무슨생각을 어디까지 한것인지 모르겠다.
갈수록 더 황당한 소리를 한다.
예리에 관한한, 그리고 현아에 관한한, 입이 있어도 할말은 없게 되어버린 현석의 상황을 빌미로 그 두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서 지수가 완전히 주도권을 잡았다.
현석이 황당해 하건 말건 그 상황을 오히려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은 일부러 그러는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예리가 한집에 같이 있게 되어서, 아니 그보다는 현아가 같이 있게 되어서 정말 좋다.
이거 이러다가 정말 완전히 잡혀 살게 되는거 아닌지 모르겠지만, 태어난지 돌도 되지 않아서 고아가 되어버릴 뻔한 딸을 얻었는데 좀 잡혀 살기로 서니 뭐 어떠랴 싶다.
“언니는.”
아내가 둘이 됫다는 말에 예리도 놀란 모양이다.
하긴 놀라는게 당연하지.
“왜? 내가 틀린말 했어? 현아의 엄마잖아? 현아는 헨리의 딸이고, 식을 올리고 안올리고 간에, 혼인신고를 했건 안했건 간에, 애 엄마인데, 아내인게 맞지.”
“…”
예리가 황당한듯 지수와 현석을 번갈아 보았다.
“나? 나는 당연히 아내지, 나는 결혼식도 올리고, 혼인신고도 했는데, 거기다가 뱃속에 애도 있는데, 그러니 아내가 둘이잖아?”
대체 무슨 소린지.
왜 이렇게 현석을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지 모르겠다.
무슨 작정이라도 한것처럼, 예리를 자신처럼 현석의 아내의 위치에 갖다 놓으려고 하는 것 같다.
오늘 하루 지수 때문에 대체 몇번이나 놀래는지를 모르겠다.
“예리야, 혹시 오일 마사지 받아본적 없지?”
“으응.”
예리가 놀란 마음을 정리도 하기전에 다른 질문을 했다.
“응. 헨리가 해주는 오일마사지, 아주 좋거든. 우리둘이 같이 주말에 오일마사지 받아볼래?”
“으응?”
예리가 반문을 했다.
눈을 현석을 바라 보았다.
“그래.”
“그래도 돼. 언니?”
예리가 그렇게 물으면서 현석을 흘깃 보았다.
에리는 시선을 지수에게 주었다가, 현석에게 주었다가 계속 그렇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예리는 여전히 지수에게 미안한 표정이지만, 지수는 전혀 아니다.
좀전에 아내가 둘이라고 했는데, 설마 두번째 아내라고 생각하고 집에 들인건 아니겠지.
현석은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래도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예리와의 관계가 불륜은 아니었지만, 전에 사귀던 여자와의 사이에 애가 있다는 사실을 어떤 아내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듯 이해 해 줄 수 있을까?
그리고 사귀던 그 여자가 자신과는 자매 같은 사이이다.
그것도 이해가 안되는데, 아이는 남편의 호적에 올리겠다고 하면서, 생모는 낳아준 어머니로 그대로 올리겠다 했다.
하긴 법적으로 그렇게 밖에 안된다는 말은 했다.
그리고,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아이의 아빠와 한 집에 얼마간이라도 살수 있도록 해 줄 수 있는 아내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오늘의 상황을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그것을 생각하면 지수는 현석과 예리, 두사람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계속해서 배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혹시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된다.
현석이 해 주는 오일 마사지라는 것이 예리는 어떤것인지 모른다
예리가 오일 마사지를 전문 샵에서 받아 봤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현석이 해 주는 오일 마사지는 항상 지수에게 해 주는 것이어서 완전히 섹스를 위한 마사지이다.
그리고 이제는 마사지를 해 준적이 꽤 많아서, 몸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하면 그녀가 더 흥분하고, 더 쾌감을 느끼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어느쪽을 더 부드럽게, 어느쪽은 더 강하게 하는 것이 좋다면서 현석에게 주문을 하기도 했다.
여자의 몸이 모두 꼭 같지는 않겠지만, 많은 부분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 당연하지. 오일 마사지 받은적 없다고 했지?”
“응. 없어.”
“그래, 그럼 같이 한번 받아보자. 헨리가 해주는 오일 마사지 받으면, 너무 좋아서 마사지 받다가 그냥 오르가즘을 느끼게 돼.
오일 마사지를 해 주다가, 우린 그냥 바로 해버리는데, 그럼 더 좋아, 몇번이나 오르가즘을 느끼개 해 주거든, 그러니까 예리도 꼭 좀 받아 봐야돼.”
예리가 얼굴이 빨개졌다.
뭘 해?
해버린다는 표현의 의미를 예리도 알것인데, 제법 낮뜨거운 이야기를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기 때문이리라.
아니, 대체 무슨 마음을 가지고 저런말을 서슴없이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평소에 애정표시도 서슴없이 하고, 낮뜨거운 이야기도 좀 쉽게 하긴 하지만, 그건 둘이 있을때이고, 지금은 예리도 있는데 저렇게 말을 하다니.
“오늘은 나하고 예리랑 침실에서 잘 테니까, 헨리는 예리방에서 자요.”
“…?”
무슨소리냐는듯 쳐다보자 그녀는 예리의 손을 잡았다.
“우리 두사람이 어떻게 사랑하는지,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지 좀 알려도 줄 겸, 예리랑 나랑 서로 잠버릇도 알 겸 같이 잘래요. 그러니까 헨리는 오늘 독수공방 하세요.”
예리가 현석의 눈치를 보는듯 한 모습이 보인다.
아무래도 지수가 뭔가 사고를 칠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다.
집으로 가서 당분간 같이 살자고 할 때, 이런 조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야 하는데.
현아와 예리에 관한한 현석이 사실상 어떤 주장을 내 세우기가 쉽지 않지만, 예리도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겨버려서 지수가 하자는 대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 같다.
* * *
현석은 피에르체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퇴근을 할 때, 샵에 들려서 예리를 데리고 같이 퇴근해 달라고 지수에게서 연락이 왔다.
낮에 자기가 데려다 주었으니 차가 없을거란다.
주차장에는 예리의 스포츠카가 그자리에 주차되어 있다.
이것도 지수의 의도된 장난인 것 같다.
“오래 기다렸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앞문이 딸깍 열리면서 예리가 탓다.
“어서 와. 현아는?”
혼자 타는 것을 보고 물었다.
“언니가 보고 있어요.”
“혹시 오늘, 아프진 않았어?”
“네.”
“…”
현석은 예리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예리는 현석의 입술을 피하지 않고 받아 들였다.
현석은 차믈 몰아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헤, 헨리.”
“응?”
“저, 정말 아저씨를 그렇게 불러도 되요?”
“그럼. 언니가 그렇게 불르라고 했잖아.”
“그래도, 언니만 부르는 애칭인데.”
“괜찮아. 난 그게 더 좋아. 아저씨 보다는. 그나저나 언니가 잘 해줘?”
“네.”
“다행이야. 그리고 예리가 함께 있게되서 나도 좋고.”
“갑자기.”
예리가 꺼냈던 말을 끊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이제 얼마 살지 못한다는 말을 의사에게 들었는데, 그랬는데, 다시는 찾아올 것 같지 않았던 행복이 뒤를 이어 찾아 오다니.”
“…”
중얼거림 같은 예리의 말이 가슴을 짠하게 한다.
* * *
“오늘도 헨리가 예리 방에서 자요.”
잠을 잘 시간이 되자 지수가 잠자리 교통정리를 한다.
아니 임신 6개월이 넘은 지금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섹스를 하지 않으면 잠을 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대체 웬일이래?
하긴 두어달쯤 전부터는 어쩌다 한번씩 건너 뛰기는 한다.
말로는 애기가 놀랄까봐라고 말했지만, 임신을 하고부터는 마법에 걸리지 않으니, 어찌보면 사실상 횟수로 보면 더 잦은 편이다.
그래도 이틀을 건너 뛴적은 마법에 걸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없다.
정말 이틀이나 건너뛰고도 괜찮으려나?
어째 그녀는 임신을 해도 섹스에 대한 욕구가 떨어지기는커녕 더 높아지는 것 같다.
* * *
다음날, 지수가 같이 점심을 같이 하자고 연락이 왔다.
사실은 집에서는 늘 예리까지 합쳐서 세사람이 있으니 대체 무슨 속셈이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둘이서 할 이야기 인지라 물어보지를 못했다.
그렇다고 그런 이야기를 전화로 하기도 조금은 그렇다.
현석도 최근에 하고 있는 지수의 행동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기에, 점심과 함께 되어 있던 약속을 취소하고 지수와 점심을 함께 했다.
“요새 많이 놀랐죠?”
“많이 놀란 정도가 아니야. 나도 대체 무슨생각으로 왜 그러는지 물어보고 싶었어.”
“예리를 동정하는건 아니지만, 너무 안됫잖아요?”
“…”
그래, 그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사실이니까.
“예리가 마음속으로는 얼마나 슬프겠어요? 나같으면 매일 매일 통곡이라도 할 것 같아요.
남편도 없이 아이를 낳았는데, 자신의 생명은 얼마 남지 않았고,
자신이 그런 것은 또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를 혼자 두고 갈 생각을 하면 얼마나 힘들지 생각해 봤어요?”
“…”
충분히 생각해 봤다.
지수의 말처럼 정말 매일 매일 통곡이라도 하고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래서 아이는 우리 딸로 키우겠다고 한것이고, 당신 딸이 맞으니까.
이제 이틀 밖에 안되었지만, 집에서는 슬픈 표시는 전혀 내지 않고 있어 주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애 엄마라서 그런지, 나보다 더 어른같아요. 헨리가 좀 잘 해주세요.”
“내가 어떻게?”
“전에, 사귈때 예리 사랑하지 않았어요?”
“…”
“세상 모든 남자들이 사랑하고 싶을만큼 예리는 귀엽고 예쁘잖아요? 그런데 설마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귄건 아니겠죠?”
“…”
“말 해 봐요.”
참 대답이 곤란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렇게 채근을 하는데,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음. 그래 사랑 했었어, 엘리만큼은 아니었지만.”
현석은 머뭇거리다가 대답을 했다.
사실 사랑했었으니까.
지금도 그 여운이 마음속에 남아 있으니까.
“그렇긴 해도, 헨리와 헤어져 버렸으니 헨리에게서 사랑받지 못하고 살았잖아요?”
“…”
“그러니, 남은 기간 만이라도 헨리의 아내로서, 아이의 엄마로서, 그리고 한 여자로서 사랑받으면서 살 기회를 주세요.”
“…?”
무슨 소리냐는듯 쳐다 보았다.
“그게 헨리가 해 줄수 있는것 아닌가요?”
“내가, 엘리를 두고 그럴 수는 없잖아? 그건 말도 안되는거야.”
“나요? 난 현재의 자리에서 한발자국도 비켜서지 않아요. 예리에게 양보할 마음도 털끝만큼도 없고, 헨리가 내 남자로, 내 남편으로, 그리고 내가 헨리의 아내인 것은 변함 없어요.
다만, 내 옆에 조그마한 빈 자리를 만들어, 그곳에 예리가 들어 오도록 해 주고 싶어요.”
“무슨 소리야. 그게?”
현석은 크게 소리는 칠수 없었지만 조금은 톤이 올라간 상태로 물었다.
“제가 지금 이야기하는게, 일반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저하고 예리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그리고 헨리가 받아들여 주면, 우리 두사람 다 헨리의 아내가 될 수 있는거잖아요?”
“그래도, 그건.”
“왜요?”
“…”
왜 라는 질문에 딱히 대답을 못했다.
사회통념상?
그건 그럴 수 있다.
그럼 법 때문에?
법이라면 법을 어긴게 뭐가 있는데?
“우리가 예리를 데려온 것이, 예리의 생명이 남아있는 기간동안 생을 행복하게 해 주고, 그리고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갈수 있도록 해 주고, 다음에 현아가 커서 물으면, 아름다웠던 엄마의 기억을 들려주려고 했던것이지,
우리 둘이서 이만큼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여 주면서, 예리가 그걸 보고 부러워하면서 스스로 불행해 지는 것을 보려고 데려 온 것이 아니잖아요?”
“그건 맞지. 누가 그걸 몰라?”
“그럼, 헨리가 어찌 해야 하는지 제가 더 설명 안해도 알죠?”
할 말이 없다.
지금 지수가 말한 그대로가 우리가 예정했던 것이었으니.
아니 정확하게는 현아에게 엄마의 기억을 들려줄 수 있는 추억을 남겨줄 수 있는 정도를 바랬었다.
거기에, 지수가 예리의 행복과 행복한 기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자는 정도를 추가한 것인데, 지수가 원하기 전에 현석이 부탁 하고싶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던 현석을 그녀가 현석을 용서한다면.
“…”
휴, 한숨을 쉬었다.
“난, 우리 세사람의 합동결혼식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세사람이 결혼식장에서 다시 결혼을 한다면, 세상이 욕할것이고,
또, 나중에 애들이 세사람의 결혼식 사진을 보면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에, 그건 곤란하지만, 청평 별장에 가서거나, 아니면 집 안에서라도 당신과 예리의 결혼식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무슨 뜻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건 현석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이유는 간단해요.”
“왜? 이유가 뭔데?”
“현아가 다음에 아빠와 엄마의 결혼식 사진은 왜 없어요 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 할건가요?”
“…”
맞다.
현아가 물어볼 수 있겠지.
“최소한 예리에게 아빠와 엄마의 결혼식 사진은 보여줘야 하잖아요?”
“…”
이렇게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었나?
현석이 정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예리가 하얀 웨딩드레스 입고 헨리랑 둘이 나란히 사진도 찍고, 마침 지금이 6월이니 청평 별장에서 야외 결혼식을 하기에도 좋아요.”
맞다.
야외 결혼식을 하기에 꽤 좋은 계절이다.
“그것을 우리 세사람만 양해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예요?”
세사람만 양해한다면 정말 문제될 건 없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다른사람들은 몰라도, 예리의 세 친구들은 분명 축하 해 줄수 있을거예요. 우리의 관계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니까.”
“그래도 그건.”
“해야 해요. 기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예리를, 저렇게 불행하게 보낼건가요?”
“…”
이 말을 들으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리고, 좀 급작스러울지는 몰라도, 집에서도, 잠자리에서도 정식으로 아내로 인정해 주세요, 물론 부부관계는 당연한거구요.”
“뭐?”
이게 무슨 소리야?
섹스도 하라고?
한지수, 이 여자가 정말 어찌 된거 아닌가?
“우리 두사람이 하루씩 번갈아 가면서 헨리와 지내던지, 아니면 아예 한방, 한 침대에서 지내요, 지금의 우리 상황을 이해 한다면, 셋이서 함께 사랑을 나눈들 어때요?”
“뭐?”
“예리에게는 그동안 같이 자면서 충분히 이야기 했어요. 예리도 어색해 하긴 하겠지만, 당신이 이끌어주면 괜찮아 질거예요.”
정말 깜짝 놀랄 일이지만, 예리와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이런것들을 예리에게 이해시키려고 그랬나 싶다.
아. 어떻게 한다?
어떻게 한다?
정말 이런 여자가 있을까?
이 세상에 이런 여자가 있을 수 있을까?
결국 그렇게 하겠다고 답을 하고 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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