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은 여인들 - 4부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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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여인들 - 달맞이꽃 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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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다가 감상에 빠져 몇 줄을 더 썼더니 독자 여러분들께서 금새 알아보시는군요.
결말을 노출한 셈인데...
마지막에 반지 소멸돼, 끝. 그걸로 반지의 제왕 다 본 건 아니잖아요. 그죠?
결말보다는, 스토리에 집중해 주시면 어떨까요?
(제가 봐도 변명이 좀 구차하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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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주말과 마찬가지로, 수민이는 차를 마시고 나는 맥주를 마시고... 카페에서 그렇게 얘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얼마 후에 수민이 친구가 한 명 왔었다는 것.

-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 오빠, 내 친구...
- 한정웁니다.
- 김윤희예요. 오빠, 말씀 편하게 하세요.
- 그럴까, 그럼?
- 윤희랑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예요.
- 좋겠네... 지금 친구가 평생 갈 텐데...
- 평생... 이요?
- 그렇지 않을까?
- 그럼, 저도 오빠랑 평생 보겠네요?
- 어우, 야~
- 왜? 맞잖아, 지지배야... 오빠랑 평생 안 갈 거야?
- 그게 아니라...
- 픽~ 뭐야, 이 아가씨들? 나한테는 물어보지도 않고...
- 어? 그럼, 오빤 아니예요? 치~
- 크크크...

수민이 친구 윤희는 발랄하고 당돌했다. 오래 봐 온 후배처럼 편하게 오빠라고 불렀고, 말도 편하게 했다. 농담도 잘 하고, 어쩌면 수민이보다 더 편하게 말했다.

친구의 애인을 보러, 사실은 확인하고 평가하러 나온 윤희... 여자를 보면 어쩔 수 없이 얼굴과 몸매를 보게 되지만 외모보다는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랄까... 첫인상을 중요시한다. 나는 대부분 첫인상으로 그 사람을 거의 평가하는 편이다.

윤희는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쁘장하고 몸매도 늘씬하고... 예전에 한참 인터넷카페 정모에 뛰어다닐 때였다면 한번쯤 수작을 걸어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사랑스럽고 편안하고 아늑한 수민이와 함께 있는 나에게 윤희는 그저 수민이의 친구였을 뿐, 매력적인 젊은 여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윤희는 그 미모에 어울리게 자신감 있고 발랄했다. 게다가 성격도 개방적이었다. 처음 보는 친구 애인 앞에서도 아무 스스럼없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 오빠, 담배 피워도 되죠?

돼요가 아니라 되죠였다. 나에게 허락을 구하는 게 아니라 통보하는 셈이었다.

- 그래, 편하게 피워.
- 오빠는 담배 안 피워요?
- 응, 지금은...

나는 사실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다. 아니, 딱 한번 피워 봤지만 나에겐 전혀 맞지 않았고, 메스꺼워서 하루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담배를 왜 피우는지, 피워 보고도 알 수 없었고, 그 이후로는 옆에서 누가 담배를 피우면 자리를 피하곤 했다.

그러나, 그날 내 생애 두 번째이자 마지막 담배를 피웠다. 윤희가 담배를 피워 물자, 수민이 표정이 갑자기 굳으면서 안절부절, 내 눈치를 살폈다. 내가 담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수민이는 모르지 않았다. 수민이가 그렇게 신경쓰고 긴장한다면, 풀어 주고 싶었다.

- 흠... 그럼 나도 오랜만에 한번 피워 볼까?
- 그러세요. 여기요...
- 음...

윤희가 내미는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뜨거운 연기를 폐 속 깊이 들이마셨다. 수민이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잠시 후 입을 살짝 벌리고 초점 없는 눈을 한, 꿈꾸는 표정이 되었다. 나는 수민이가 언제 그런 표정을 하는지 안다. 나에게 미안하거나 고마울 때, 아니면 우리가 함께 하는 미래를 생각할 때. 그것도 아니면 울기 직전이거나...

나는 그 한 개피를 대충 피우다가 껐고, 윤희는 대화를 나누며 두세 개피를 더 피웠다. 꽤 자주 피우는 듯해서 걱정이 되었지만 걱정해서 하는 말도 주제넘는 간섭으로 들릴까 봐 뭐라고 하지는 못했다.

- 흠... 수민이 너, 오빠 친구들도 만나 봤어?
- 응, 몇 번...
- 어때?
- 응? 뭐가?
-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잖아.
- 이런? 그건 나를 잘 모를 때 얘기지...
- 너, 이 오빠 잘 알아?
- 깔깔깔...
- 좋아, 내 친구가 어떠냐면...
- 오빠 말을 어떻게 믿어요?
- 내 말을 믿지 말고, 나를 봐.
- 네?
- 윤희가 아까 그랬잖아.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고...
- 네, 그러니까 오빠 친구를 봐야...
- 날 보면 되잖아?
- 무슨 소리예요? 오빠 친구를 봐야 한다니까...

수민이는 옆에서 조용히 웃음짓고 있었다. 내 말을 이해 못한 건 윤희 뿐이었다. 새삼 수민이가 기특했다.

- 내가 걔 친구잖아. 그러니까 나를 보면 내 친구를 알 수 있고, 내 친구를 알았으니 이제 날 알 수 있는 거잖아. ok?
- 뭐야아~? 수민아, 니네 오빠 평소에도 저런 식이니?
- 응? 어떤 식?
- 얼렁뚱땅 말장난으로 너 헛갈리게 하지?
- 음... 응. 킥킥...
- 뭐? 내가 언제?
- 맨날... 헤헤~
- 켁~ 누가 들으면 진짠 줄 알겠네.
- 오빠, 누가 들으면 오빠 진짜 억울한 줄 알겠어요... 킥킥~
- 얘 좀 봐... 어벙하던 지지배가 말하는 게 달라졌네? 연애하더니 애인 닮아 가냐?
- 야아~, 내가 뭐가 어벙해애애~? 씨잉~
- 킥킥킥... 아, 나... 이 아가씨들 참...

윤희는 진짜 편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나를 대했다. 고마울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긴장한 듯 보이던 수민이도 어느 새 평소와 다름없이 귀엽게 굴었다. 가끔은 나에게 이것저것 묻고, 또 가끔은 마치 내가 없는 듯 둘이서만 재잘대다가, 윤희는 얼마 후 먼저 가겠다며 일어섰다.

- 사실은 오빠 어떤 사람인지 보고 싶어서 왔어요.
- 그래, 보니까 어때?
- 음... 뭐... 수민이 요게, 지는 지가 똑똑한 줄 아는데, 사실은 전혀 아니거든요?
- 나 멍청하다는 거야, 지금?
- 후후...
- 그래, 그래서 이 언니가 네 남자 어떤가 보러 온 거다. 이 띨띨한 지지배야.
- 내가 뭐가 띨띨해애~?
- 어? 그건 수민이보다 나를 열받게 하는 말인 걸?
- 닭살은 벌써 충분히 돋았거든요? 느끼한 아저씨?
- 야아~, 우리 오빠가 뭐가 느끼해애~?
- 아, 나... 이 커플이 정말... 번갈아 염장을 지르네? 안 그래도 지금 갈 거거든?
- 킥킥... 헤헤헤...
- 후후후...
- 오늘 오빠 보니까, 수민이가 요즘 붕 떠 있는 이유를 좀 알겠네요.
- 좋다는 말로 들어도... 되는 거지?
- 뭐... 계속 두고 볼 거예요.
- 그래, 오래오래 자주 보자.
- 네, 또 봬요. 간다, 지지배야.
- 응. 잘 가? 헤헤...

카페 밖까지 윤희를 바래다 주고 들어와서 수민이는 내 옆자리에 와서 앉았다. 그리고는 키스...

- 쪽~ 뽀뽀하고 싶은 거 참느라 혼났네...
- 나두, 헤헤... 근데, 미안해요...
- 뭐가?
- 오빠... 담배 안 피우잖아요.
- 아, 미안... 담배 냄새 나지?
- 아니, 괜찮아요.
- 근데, 수민이가 왜 미안해?
- 아까 윤희 민망할까봐 일부러 피운 거잖아. 그죠?
- 알고 있었어?
- 그냥... 그렇게 보였어요.
- 이야... 수민이 몰래 딴짓 못 하겠네?
- 딴짓 뭐? 딴 여자 만나게?
- 응.
- 치~ 진짜?

수민이는 울상이 되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금새 눈물이 고였다. 나, 참... 자기가 말해 놓고는... 볼을 감싸며 엄지로 눈물을 닦아 주었다.

- 이런...? 윤희 만날 거야. 윤희... 수민이랑 같이. 됐어? 쪽~
- 치~... 훌쩍~
- 아, 나... 이런 바보...
- 훌쩍~

한참을 그렇게 나란히 앉아 있다가 카페를 나섰다. 단골이 되어서 이제는 나와 수민이 이름까지 알고 있는 카페 주인 여자는 편안한 웃음으로 우리를 배웅했다.

- 저녁 먹어야지?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 아직 다섯 시도 안 됐는데 벌써?
- 가다 보면 배고플 때 되지... 칼국수 먹으러 갈까?
- ......

버스를 타고 가서 또 골목으로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나오는 수민이의 단골 칼국수집이 있었다. 수민이의 단골집이라기보다는 나와 만나면서 맛있는 집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맛있다며 나를 데리고 갔던 그 집의 수제비가 정말 맛있어서 단골이 된 집이었다. 뭐 먹을까 고민스러울 때면 다른 데 멀리 있다가도 수제비 먹으러 찾아가던 집이었다. 그러나 수민이는 먹는 얘기 대신,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

- 음... 오빠, 오늘...
- 응, 뭐 특별한 거 먹고 싶어?
- 아니, 그게 아니라...
- 그럼?
- 집에 오늘... 나 혼잔데...
- 혼자?
- 엄마 아빠 어디 가셨는데, 내일 밤에나 오실 거라서...
- ......
- 나 혼자 자기 무서운데...

그건 안 되지. 그러면 곤란하지.... 수민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나는 이미 유턴 신호를 찾고 있었다. 수민이네 집은 칼국수집과 반대 방향이었으니까. 갈아입을 속옷이나 양말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수민이가 오늘밤 혼자 있기 무섭다는데 당연히 내가 지켜 줘야지, 그깟 팬티 하루 더 입는 게 대수냐...

- 뭐 마실 거 좀 사갈까?
- 주스랑... 뭐 있을 거예요.
- 맥주도 있어?
- 오빠 또 맥주? 아까 마셨잖아.
- 맥주가 술인가? 유럽에선 물 대신 마신다는데.
- 여기가 유럽인가, 뭐?
- 에이... 나도 물처럼은 안 마시잖아.
- 피... 내가 마시지 말래도 마실 거죠?
- 수민이는? 뭐 다른 음료?
- 나 마실 건 있어요.
- 그래, 그럼...

수민이네 집 앞 수퍼에서 맥주를 사가지고 들어갔다. 수민이네 집은 빌라 4층이었다. 이웃들 눈에 띌까 조심조심, 그러나 후다닥 들어와서 둘이 마주보고 한숨을 내쉬며 킥킥대고 웃었다. 수민이네 집에 온 기념으로 현관에서 가볍게 뽀뽀를 했다.

- 아이, 들어가서요...
- 잠깐만... 쪼옵~
- 우움... 쫍~ 신발도 안 벗고 뭐예요...?
- 수민이네 집에 온 기념이야.
- 킥킥킥... 뭘 그런 걸 다 기념해...?
- 기념으로 키스할래, 아니면 다른 거 할래?
- 다른 거 뭐?
- 좀더 시간 걸리는 거... 큭~
- 아유~ 응큼쟁이... 몰라요.
- 수민인 몰라도 돼.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큭큭...
- 치... 오빠, 여기 내 방. 여기 잠깐 있어요, 응?
- 응...

수민이 침대에 가만히 앉아 두리번두리번 수민이의 방 여기저기를 보고 있는데 수민이가 쟁반에 음료를 가져왔다. 나란히 앉아 맥주와 주스를 마시며, 수민이 어린 시절 앨범을 보았다. 꼬마 수민이는 선머슴 같았지만 그래도 귀여웠다.

- 흠... 어디 보자... 성형한 데는 없는 것 같고...
- 뭐예요~? 앨범 보면서 겨우 그거 확인하고 있어요?
- 에이~, 어릴 때에도 예뻤다는 얘기지~.
- 치~... 하여튼 말은...
- 어릴 때부터 예뻤던 아가씨? 이리 와 봐...

앨범을 치우고 한 손으로 수민이를 감싸 안았다. 수민이도 기대면서 안겨 왔다. 가만히 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 아~... 좋다...
- 나두 좋아...
- 흠~...
- 오빠가 내 방에 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 후후... 나도.
- 나중에... 한참 나중에, 내 방이 오빠 방이고 오빠 방이 내 방일 때...
- 내 방이 수민이 방이면... 음...
- 그때쯤에나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 그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수민이가 내 품에서 몸을 일으켰다.

- 진짜? 오빠도?
- 음... 왜? 빨리 오지 않으...
- 아잇, 그만. 또 장난치려고...
- 후후후...
- 나도 그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 그렇게 될 거야....
- 하아...

수민이가 내 목에 매달리듯 껴안아 왔다. 그리고는 내 품에 안긴 채 또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수민이는 나와 여행도 가고 싶어 했고, 놀이동산도 가고 싶어했다. 등산, 해수욕, 스키, 등등...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조잘거렸다.

내 방 가면, 들어가자마자 벗고 씻고... 이따금 자고 갈 때 외에는 항상 서둘렀었다. 수민이가 집에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하지만 그날은 여유있게 대화하고, 여유있게 장난쳤다. 누구도 빨리 돌아갈 필요가 없었으니까. 키스도 여유있게, 느긋하게, 틈날 때마다 자주...

그렇게 잠깐 있다가 수민이는 저녁을 준비했다. 나는 수민이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뉴스를 보고 있었다.

- 오빠, 준비 다 됐어요...
- 응...
- 이리 앉아요.
- 우와아... 뭐가 이렇게 많아?
- 많으면 뭐 해요? 맛있어야지...
- 음... 그럼 맛 좀 볼까?

식탁 한가운데에 놓인 된장찌개가 부글거리고 있었다. 냄비가 아니라 무려 뚝배기에 끓여낸 찌개였다. 국물을 한 술 떠서 후후 불어 천천히 맛보았다.

- 으음~...
- 맛이 어때요?
- 음...

수민이는 앞치마를 구겨 쥔 채 식탁 옆에 서서 진짜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 식당에서 이런 찌개 끓이면 큰 일 나겠다.
- 하앙~ 그렇게 맛 없어요?
- 후룹~ 쩝쩝...
- 그럼, 우리 나가서 먹어요... 응?
- 다른 식당들 다 망하겠네... 킥~
- 응...?
- 크크크...
- 아이, 뭐야... 씨잉....
- 진짜 맛있어, 수민아..
- 몰라잉~ 긴장해짜나아, 진짜... 히잉~
- 하하하... 예쁜 여자가 음식까지 잘 하면 어쩌자는 거야, 응?
- 어디... 후룹~ 치, 그냥 찌개 맛이네, 뭐...
- 찌개가 찌개 맛이면 된 거지, 뭐, 더 필요해? 후후...
- 헤헤, 진짜죠? 나중에 내가 한 거 맛없다고 하기 없기다, 오빠?
- 나중? 그 나중이 언제일까?
- 아... 진짜, 언제일까요...? 히잉~
- 언젠간 오겠지. 자, 먹자.
- 네. 헤헷~

그렇게 오붓하게 저녁을 먹었다. 수민이가 끓인 찌개도 맛있었고, 수민이가 지은 밥도 맛있었다. 김치나 다른 밑반찬이야 수민이가 한 건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다 맛있었다. 나야 뭐 김치 하나만 있어도 밥 한 그릇 뚝딱인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맛없는 걸 맛있게 먹지는 못한다.

그날 저녁은 정말 맛있었다. 수민이가 처음으로 나에게 직접 차려준 밥상이었으니까... 게다가 수민이는 내가 숟가락을 들 때마다 반찬을 집어 올려 주며 애교를 부렸다. 안 그래도 귀여운 수민이가 밥상머리에서 그러고 있으니, 신혼 때 밥먹다 말고 덮친다는 얘기가 생각났고, 수긍이 갔다.

- 오빠, 칫솔...
- 한번 쓸 건데 뭐하러 새 걸 꺼내?
- 그럼? 이 안 닦을 거예요?
- 음... 수민이 거 같이 쓸까?
- 아이...
- 키스도 하는 사이에 뭐... 수민이도 내 칫솔로 닦은 적 있잖아.
- 싫다고 하면 서운해 할 거예요?
- 후후, 아니야. 그냥 새 거 줘.
- 난 오빠 거 쓸 수 있는데, 오빠가 내 거 쓰는 건 좀 그래요...
- 그게 뭐가 달라? 똑같지.
- 아이, 그래두...
- 그래, 다음에 와서도 또 쓸 거니까. 크크...
- 하아... 다음에 또...?

수민이는 또 게슴츠레한 눈을 하고 꿈꾸고 있었다. 결국 수민이가 내어 주는 새 칫솔로 이를 닦았다. 이를 다 닦고 도로 수민이 방으로 와서 침대에 앉았다. 수민이도 곧 들어와 내 팔 안으로 파고들어 곁에 앉았다.

- 신기하다...
- 뭐가요?
- 그... 아, 말을 못 하겠네... 크크크...
- 치, 또 야한 얘기 하려고 그러죠?
- 야한 얘기...? 뭐, 그럴지도 모르지...
- 뭔데요?
- 궁금해, 아가씨?
- 네, 궁금해요. 아저씨... 킥킥...
- 뽀뽀하면 말해 주~지...
- 쪽~ 자요...
- 헤헤헤... 좋다...
- 치, 애기 같애... 뭔데요?
- 음... 우리 둘이 같이 있을 때...
- 같이 있을 때...?
- 아, 같이 안에 있을 때...
- 칫, 또 무슨 소리 하려고...
- 이렇게 오랫동안... 옷을 입고 있었던 적이 있었나?
- 아유, 오빠 정마아아아알~
- 아야야... 크크크...
- 이 응~큼쟁이 오빠아아아아...

수민이는 내 두 볼을 잡고 흔들어 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볼을 잡은 채 먼저 키스를 해 온 건 수민이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날도 결국은 벗었다. 내가 먼저 샤워하고 누워서 TV를 보고 있는데, 수민이가 샤워를 마치고 수건을 감은 채 침대로 다가왔다. 수민이의 벗은 몸을 보면 자동으로 반응하는 내 신체 일부분이 슬슬 꿈틀거리는 걸 느끼면서 수민이를 안아 눕혔다. 부드럽고 촉촉한 수민이의 입술...

섹스보다 키스가 더 맛있을 때가 있다. 그건 아마도 수민이와 키스하며서 생긴 기호인 듯하다. 적당히 도톰한 수민이의 입술... 길고 부드러운 수민이의 혀... 희고 가지런한 치열... 수민이의 입술이 내 입술에 간질간질, 짜릿하게 스쳤다. 수민이도 숨이 거칠어지며 내 입술과 혀를 빨아댔고, 손을 뻗어 내 사타구니를 쓰다듬었다.

두 입술이 떨어질 때, 수민이는 끝까지 쪼옥 빨아대며 핥았다. 수민이의 턱으로, 볼로 옮겨가는 내 입술을 빨 수 없게 된 수민이가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턱으로, 귀로... 다시 턱으로 내려와 어깨로... 수민이는 금새 헉헉거리며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수민이의 쇄골은 누워 있을 때 더 드러났고, 내 혀가 쇄골과 어깨를 스칠 때, 수민이는 두 팔과 다리를 내 몸에 감으며 살짝 떨었다.

수민이의 몸 어디에 입술을 대도 좋은 냄새가 났다. 풍만한 가슴을 두 손으로 만지다가 한쪽을 크게 물었다.

- 하압~ 쭈웁...
- 하응... 아... 오빠아...
- 사랑해, 수민아... 쪼옵...
- 하아~...

내 입에 반도 안 들어오는 그 커다란 젖가슴... 다른 쪽 젖꼭지는 이미 내 검지와 중지 사이에서 비벼지고 있었다. 수민이는 다리를 뒤틀며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내 몸이 수민이의 가랑이를 누르고 있었고, 수민이는 두 다리를 내 허리에 감고, 내 머리를 껴안을 수 있을 뿐이었다.

내 입술이 옆구리와 골반을 거쳐 내려갈 때, 수민이는 신음소리도 내지 못하고 숨을 삼키며 퍼덕였고, 무릎과 허벅지를 핥아 올라와서 후끈한 사타구니에 혀를 갖다 대자 하응하응 신음소리만 냈다. 은밀한 곳을 손가락으로 활짝 벌리고 핥을 때에는 평소처럼 부끄러워하지도 못하고, 다리를 오므리려 힘을 주지도 못할 정도로 수민이는 흥분했다.

두 손은 쉬지 않고 수민이의 무릎과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었다. 처음부터 강하게 핥고 빨아대는 내 애무에 수민이의 사타구니는 애액과 침으로 번들거렸고, 잔뜩 흥분한 수민이는 다리를 높이 쳐든 채 허우적대듯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신음했다.

혀가 항문에 닿을 듯 말 듯 회음부에서부터 핥아올리면 수민이는 움찔거리며 내 머리를 그러쥐었다. 그러면서도 항문에 입이 닿을 듯하면 하지 말라는 듯 몸을 뒤틀었다. 어쩔 수 없이 내 혀는 흠뻑 젖은 수민이의 은밀한 샘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나 그곳을 한참 빨다가 또 내려가고 수민이가 몸부림치면 올라오기를 반복하자, 결국엔 수민이가 더 이상 저항하지 못했고, 작고 주름진 수민이의 그곳도 한참 동안 빨아 주었다. 수민이는 처음엔 간지러워했지만 나중엔 그곳에서 느껴지는 쾌감에 퍼덕거리며 신음했다.

- 하아... 오빠, 나도...
- 쫍... 할짝...
- 응? 오빠... 나도 오빠 거...

한참을 헐떡거리던 수민이가 애원했고, 내가 몸을 돌려 수민이의 얼굴 위에 꺼떡거리는 자지를 가져가 자세를 잡았다. 동시에 애무하는 69 자세도 있다고 말은 했었지만 내가 요구한 적은 없었고, 수민이가 그런 말을 한 것도 처음이었다. 수민이의 입에 자지를 물려 주고, 나는 두 팔로 수민이의 가랑이를 활짝 벌려 음부에 입을 댔다.

그러나, 수민이가 눕고 내가 그 위에 엎드린 자세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내 자지가 수민이의 목젖을 찌를까봐 무릎을 세웠는데, 수민이가 자지에 입을 대려면 머리를 한참 들어야 해서 맞추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식스나인을 편하게 하려면 남자가 눕는 편이 나았다. 몸을 돌려 내가 눕고 수민이를 내 위로 올리자 수민이는 기다렸다는 듯 자유자재로 물고 빨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엉덩이도 밀고 당기며 천천히 흔들어서, 내가 수민이를 애무한다기보다는 수민이가 내 얼굴에 보지를 문지르는 셈이었다. 나는 수민이의 허벅지를 끌어안고 입술과 혀만 움직이면 되었다.

그런 자세로 서로 애무한다는 생각에 흥분됐지만, 실제로는 그리 자극적이지 않았다. 내 자지의 느낌에 집중하면 내 혀와 입에 집중할 수가 없었고, 보지를 핥고 빠는 데 집중하면 내 느낌을 잘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자세만으로도 무지 흥분되었던 건 사실이었다.

- 아, 힘들어...
- 불편해?

역시 오럴은 번갈아 하는 게 나았다. 둘이서 한참을 서로 물고 빨았지만 수민이나 나나 그리 흥분하지 않았다.

- 오빠, 좋았어요?
- 응? 수민이는?
- 나는... 오빠 거 키스할 땐 좋은데...
- 오빠는, 느끼려고 하면 수민이 해 줄 수가 없고, 수민이 해주면 느낄 수가 없어.
- 맞아, 나도 그랬는데...
- 그럼 진작 말하지...
- 오빠는 좋아하는 줄 알고...
- 별로면 별로라고 말해야지. 솔직해야 더 짜릿한 거야.
- 나는 그냥... 내가 오빠한테 해줄 때가 더 좋은 거 같아요.
- 뭐 해줄 때?
- 히잉~ 오빠 알면서...
- 말해 봐. 듣고 싶어.
- 내가 오빠 거 그... 그거 할 때...

수민이가 머뭇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워하기는... 수민이를 살짝 끌어안고 귀에 속삭였다. 수민이가 움찔, 몸을 떨었다.

- 오빠 자지에 키스할 때?
- 하아... 오빠, 그런 말... 하아...
- 수민이, 무지 야하네? 남자 자지에 키스하는 게 좋다니...
- 치잉~ 그럼, 안 해 준다?
- 해주는 게 아니라 수민이가 하는 거야.
- 응? 그게 그거 아니예요?
- 그거 할 때 수민이가 좋다며?
- 응... 오빠 거 그... 하면 오빠랑 키스할 때처럼 막 짜릿하고 흥분돼요...
- 그래, 수민이가 좋은 대로 그냥 느껴. 나를 위해서 해주지 말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 음... 네.

수민이의 민감한 입술은 훌륭한 성감대였다. 그래서 내 애무 없이 수민이 혼자 블로우잡만 해도 흥분하곤 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일부러 69 포지션을 시도했다는 수민이... 느낌에 대해서 서로 조금 더 솔직해지기로 약속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 흥분하지 않은 수민이를 돌려 눕히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 수민이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는 대신, 내가 다리를 벌리고 수민이 위에 타고 앉아 체중이 눌려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꿇어앉았다.

- 오빠...?

수민이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지만 나는 수민이의 두 손을 끌어다가 수민이의 예쁜 가슴에 얹어 주고, 내 손으로 덮어 가운데로 모았다. 그 사이에는 당연히 내 자지가 끼어 있었다.

- 하아... 아...

수민이는 그 상황만으로 급히 흥분했다. 수민이의 손으로 가슴을 모아 조이게 하고 내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수민이의 젖꼭지를 쓰다듬었다. 젖꼭지를 스치듯, 닿을 듯 말 듯 자극할 때 수민이는 자지러지며 좋아하곤 했었다. 수민이는 젖꼭지에서 밀려오는 쾌감에 눈을 감고 아랫입술을 물었고, 나는 보지와는 또다른 가슴의 자극에 흥분하기 시작하려 했지만...

맨 가슴에 자지를 비비면 귀두 부분이 쓸리게 된다. 그래서 잘 마찰도 되지 않고 아프기만 하다. 애액이 분비되지 않은 보지에 자지를 박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뭔가 윤활유가 필요했다. 나는 침대 위 벽을 짚고 허리를 쭈욱 내밀어 수민이의 입에 자지를 갖다 댔다.

- 침 많이 묻혀 줘. 골고루...

수민이도 알아듣고 입을 벌려 내 자지를 물었다. 내가 천천히 박아대는 자지를 맛있게 빨면서 골고루 침을 발랐다. 그렇게 충분히 침을 바른 후... 나는 다시 수민이의 가슴골을 길게 핥고 그 사이에 자지를 끼웠다. 나도 물론, 자극하기보다는 침을 듬뿍 바르기 위해 핥은 거였다.

훨씬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었다. 수민이는 두 손바닥으로 가슴을 모으고, 손끝으로는 자기 양 가슴이 맞닿은 부위를 눌렀다. 처음 시도했을 때 자지가 자꾸 솟구쳐 빠지는 걸 봤던 경험에서 나온 손길이었다. 자지는 수민이의 가슴 사이에 완전히 묻힐 정도였다. 환상적인 수민이의 가슴이었다.

수민이의 가슴에 자지를 끼운 건, 자극적이긴 했지만 뭔가 부족했다. 다만, 시각적인 자극은 최고였다. 수민이가 게슴츠레 뜬 눈으로 두 가슴을 모아쥐고, 이따금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는 모습은 웬만한 포르노 사이트에 올려도 될만큼 섹시한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수민이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더 흥분할 수 있는 건 좋았다. 그러나...

- 하아... 오빠, 좋아요?
- 수민이는 어때?
- 오빠가 여기 자꾸 만지니까...
- 그래? 많이 만져 줄게...
- 오빠는 별로구나?
- 좋은데, 뭔가 부족해... 후후...

애무하다 웃어 버리면 분위기가 깨진다. 그래도 그때는 그런 걸로 아쉽거나 하지는 않았다. 수민이를 안고 그냥 누웠다. 수민이의 유방에 잔뜩 묻었던 침이 내 가슴과 배에 묻었다.

- 오빠, 잠깐만... 오빠한테 묻잖아....
- 뭐, 어때? 키스하면서 다 먹는 건데...
- 그래두요...
- 괜찮아. 난 수민이 건 뭐든지 괜찮아.
- 나두 오빠 거 다 괜찮은데, 오빠가 내 거 먹는 건 좀 그래요.
- 난 수민이 여기에서 나오는 물도 맛있어.
- 치~

수민이는 굳이 수건으로 가슴에 묻은 걸 다 닦았다. 결국 식스나인과 파이즈리에서는 그리 짜릿한 느낌을 얻지 못했다. 그렇게, 수민이의 침대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 봤지만 별 소득 없이, 그냥 하던 대로 수민이를 사랑해 주었다.

수민이의 보들보들한 음모를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내려 수민이의 젖꼭지를 빨자 수민이는 몸서리치면서 흥분했고, 나는 양쪽 젖꼭지를 한참 빨고 나서 다시 수민이를 꼬옥 안아 주었다. 그리고는 키스하면서 내 몸을 수민이의 활짝 벌린 다리 사이로...

익숙한 수민이의 샘은 촉촉하고 따뜻했다. 한참을 헉헉대다가 둘이 서로를 꽉 끌어안으며 짜릿한 순간이 지난 후, 내 품에 안긴 수민이는 아주 편한 얼굴로 잠이 들었다. 그런 수민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나도 언제인지 모르게 잠이 들었다.

우리의 파이즈리는 그렇게 별로 신통하지 못한 느낌으로 끝났고, 수민이의 예쁘고 풍만한 가슴을 보면서 이따금 그 느낌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시 시도한 건 그로부터 한참 뒤였다.

다음날 아침, 수민이 방에서 눈을 뜨고, 수민이네 집에서 하루를 보냈다. 내 원룸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틀 동안 어디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둘이서만 보냈다. 수민이가 지은 밥을 먹고, 같이 이를 닦고, 같이 샤워하고, 씻으면서 애무하고, 그러다 키스하고 사랑 나누고...

- 후후... 이렇게 밝은 대낮에...
- 킥킥... 그러게요?
- 이 아가씨, 완전 색녀네? 무지 밝히는데?
- 치, 오빠가 밝히는 거예요.
- 그래? 그럼 또 덤벼야지?
- 하잉~ 조금만 쉬었다가요... 응?
- 그래도 안 한다는 소리는 안 하네? 큭큭...
- 치~... 오빠, 나빠... 씨이...
- 이렇게 있으니까 진짜 수민이랑 빨리 결혼하고 싶다.
- 하아...
- 결혼하면 늘 이렇게 있을 수 있겠지?
- 쪽~ 쪼옵~ 후움~...

꿈꾸는 듯한 눈빛으로 눈물을 글썽이는 수민이를 보고 키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혼 얘기를 하면서 그렇게 될 우리의 미래를 상상하고, 상상한 걸 얘기하면서 수민이는 아이처럼 좋아하면서도 금새 부끄러워했다. 부끄러워하면서도 가슴 설렌다며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던 수민이다.

마치 정말 신혼부부라도 된 듯한 시간을 보내며 황홀했지만, 나는 수민이의 부모님이 오시기 전에 그 집에서 나와야 했다. 나를 배웅하러 나와서 잘 가라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고서도 나를 보내지 못하고 내 차에 함께 탄 채 한참동안 얘기하다가 키스하다가... 수민이는 정말 아쉬워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짜릿하고도 아쉬운 하루가 그렇게 다 지나고, 차를 몰고 내 원룸으로 향했을 땐 해가 한참 기울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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