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은 여인들 - 5부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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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여인들 - 5부 5장
아침에 국어선생이 나와 스쳐 지날 때 한 얘기는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니었다. 아무도 못 봤을 거라기에 아무도 못 본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여자가 누구에게 말하지는 않을까만 걱정했지, 누가 봤을지에 대해서는 걱정을 전혀 안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자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아무도 못 봤다는 여자의 말을 아무도 그 여자를 못 봤다는 말로 들었지만, 알고 보니 그 여자가 아무도 못 봤다는 얘기였다. 그 여자를 본 사람은 있었다. 다행히 정아 한 명 뿐이었지만... 정아가 마침 그때 서팀장 방에서 나왔는데, 내 방이 열리는 듯해서 재빨리 도로 들어갔었다. 남자 방만 있는 층인데 여자가 드나드는 모습을 누가 보면 민망하니까.
그러나 정아는 그런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이는 대신, 누군가의 그런 모습을 보게 된 거였다. 소리죽여 조심조심, 그러나 황급히 서둘러 복도를 지나는 여자... 처음 보는 낯선 여자라서 궁금했다고 했다. 제일 안쪽 방이 내 방이라는 건 서팀장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고, 그 방에서 나온 여자는 누군지 몰랐고...
꿩 얘기가 생각났다. 꿩은 도망갈 곳이 없으면 덤불에 얼굴을 처박고 무서운 적이 안 보인다고 안심한다는 얘기... 그러나 꿩이 사냥꾼을 못 본다고 해서 사냥꾼이 꿩을 못 보는 건 아니다. 에휴, 불쌍한 꿩대가리...
그 꿩대가리 여자는 그 이후로 거의 매주 편지를 했다. 달이 밝다느니 연수원 밤하늘을 또 보고 싶다느니 지금 듣는 음악을 나랑 둘이 듣고 싶다느니... 이렇게 시작해서, 보고 싶다... 내가 자기의 이상형이다... 결혼했지만 나를 만나고 싶다... 뭐, 주로 이런 내용이었다. 국어교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장이나 표현이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유부녀에게 그런 편지를 받으니, 설레기보다는 불안감이 확 생기고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이혼하고 나에게 오겠다는 얘기가 없어서 천만다행이었다. 하룻밤의 실수로 엮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인터넷에서 간통죄와 그 처벌에 대해 검색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히 그녀는 편지 뿐이었다. 전화를 하거나 찾아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 편지도 점점 뜸해져서 거의 잊을 정도가 되었다.
정아를 바래다 준 이후로, 서팀장을 볼 때마다 정아를 생각했다. 정아가 매력적이기는 했지만 서팀장은 좋은 동료였고, 그래도 되는 건지 잠깐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그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하루도 되지 않아서, 정아를 생각해도 서팀장에게 미안하지 않았다. 감정이 가는데 이성으로 억누르는 건 불가능했다.
사실, 정아를 생각하면 좋긴 했지만 자꾸 생각나거나 많이 보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래서 고민하기도 했었다. 정아에 대한 내 감정은 뭘까? 그냥 성욕일까? 그러나 그런 건 아니었다. 돈만 주면 제 스스로 벗고 안길 여자는 어디에나 있었다. 정아는 그런 여자들과는 달랐다. 예쁘고 귀엽고...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났지만, 정아를 좋아하는 거냐고 스스로에게 물어 보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할 수가 없었다. 애매했다. 결론이 나지 않았다. 사실은, 그리 오래 생각하지도 않았다.
정아에게서 전화가 온 건, 사나흘 지났을 때였다.
- 네...
- 저예요.
- 누구...시죠?
- 어머? 진짜 몰라서 물으시는 거예요?
예쁜 목소리를 듣고도 진짜 몰랐었다. 그녀가 발끈하기 전까지는. 그러나, 그 뾰족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생각났다. 그런 목소리로 발끈할 여자라면 한 사람밖에 없었다. ㅋㅋㅋ
- 아~ 이제 알겠네. 후후...
- 나, 반가워요?
- 보이지도 않아서, 뭐...
- 치이...
- 뭐라고 부를까?
- 네?
- 내가 어떻게 부르면 좋겠냐고...
- 어머? 내 이름 몰라요? 그새 잊어먹었어요?
- 여기서 크게 불러 줄까?
- ......
- 싸움 나면 재밌겠다, 그지? 난 쪽팔리고.
- 아~... 킥킥킥...
- 이 번호, 저장해 놔도 돼?
- 왜 안돼요?
- 누가 보기라도 하면...
- 걱정 마세요. 아무도 모르는 번호니까.
- 번호 바꿨어?
- 오늘 새로 만들었어요.
- 쓰던 번호는 어쩌고?
- 번호 두 개 쓰는 방법이 있어요. 에이, 그런 것두 모르구... 킥킥...
- 그래? 그럼 뭐, 안심하고 저장해도 되겠네?
- 뭐라고 저장할 거예요?
- 음... 생각해 볼게.
- 그럼 됐죠?
- 뭐가 돼?... 아~ 하하하, 이런...
- 킥~
- 축하해.
- 뭘요?
- 방금 이긴 거.
- 아~...
똑똑한 여자는 예쁘다. 갑자기 그 예쁜 여자가 보고 싶어졌다. 그 순간, 정아는 내 마음이라도 읽은 듯 물어 왔다. 어떻게 알았을까?
- 진짜, 나 안 보고 싶어요?
- 조만간 화상통화 되는 휴대폰 나온다더라.
- 아유~ 정말... 한번쯤 져 주지, 치~
- 방금 네가 이겼잖아.
- 헤헷~ 내가 오빠 이길 때도 있네?
- 오빠라고 부르려고?
- 그럼... 과장님?
- 업무상 만난 사이 아니잖아?
- 정우씨...는 어때요?
- 낯간지러운데?
- 큭큭... 나두 어색해요.
- 그러면서 뭘...
- 아이, 몰라, 그냥 오빠 해요.
- 그래, 그럼.
- 거, 봐. 오빠 하니까 좋잖아요... 아, 끊어야 돼요. 또 전화 할게요?
- 그래...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정아는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으면서도 웃고 있었던 게, 정아를 무지 예쁘게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번호를 두 개 쓰는 방법이 있다니, 세상이 좋아진 건지 무서워진 건지...
그리고, 잠깐 동안 또 수민이 생각을 했다. 수민이는 내 이름을 뭐라고 저장해 놓았었을까? 나는 처음엔 지수민이라고 저장했다가 키스한 후엔 성을 빼고 수민으로, 그리고 얼마 후에는 달님으로 바꾸었었다. 결국엔 지워 버렸고... 하지만 아직도 집 전화번호와 휴대폰 번호는 물론, 복학 수속할 때 한번 받아 적은 주민등록번호와 학번까지도 기억나서 가끔은 울적하게 하는...
어쨌든, 그렇게 가끔 정아와 통화를 했다. 주로 밤에 정아가 걸었고, 나는 내 방에서 받거나 혹시나 사무실에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는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가곤 했다. 한 달이 다 되어 가도록 뭐라고 부를지 정하지 못해서 번호를 저장하지 못했을 뿐, 통화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다. 전화번호는 몇 번만 보면 기억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벨이 울릴 때 그 전화번호가 화면에 표시되면 반갑기도 했다.
- 네...
- .....
- 불편하면 나중에 다시 통화할까?
- 내 번호 저장했어요? 뭐라고 저장했어요?
- 아니, 아직...
- 그럼, 난 줄 어떻게 알았어요?
- 번호 표시되니까...
- 저장 안 했다면서요?
- 전화번호야 뭐, 몇 번 보면 기억하는 거잖아.
- 그럼, 난 번호보다도 못한 거예요?
- 크흐흐흐...
목소리가 또 뾰족해졌다. 나한테 기억되고 싶어 하는 여자가 기억이라는 말에 날카롭게 반응했다. 사실 그걸 노리고 일부러 단어를 선택한 거였는데, 알아챈 정아가 귀엽기만 했다. 그런데 얘는 번호에도 질투를 하는 건가?
- 그런 거예요?
- 그래, 너 예뻐.
- 뭐가 그렇고, 또 뭐가 예뻐...?
- 후후후...
- 오빠? 여보세요?
- 그래서 네가 예쁜 거야.
- 치이... 뭐래...?
- 그래, 지금 뭐 해?
- 전화 하죠. 킥~
- 크흐흐...
- 재밌죠? 키킥~
- 재밌네... 아, 뭐라고 저장할지 방금 생각났어.
- 뭔데요?
- 음... 발끈녀.
- 아, 뭐예요, 그게에~?
- 툭하면 발끈해서 대들잖아.
- 그래도 발끈녀가 뭐야, 발끈녀가... 신발끈도 아니고... 치이~
- 신발끄... 흐흐흐흐...
- 킥... 키키킥...
- 그럼... 새옷? 새 옷 어때?
- 나, 오빠 새 옷 맞아요?
- 음... 잘 맞는지 한번 더 입어 보고...
- 치~ 자신 없구나?
- 아~, 숙제라고 해야겠다. 그래, 숙제가 좋겠다.
- 숙제래... 깔깔깔... 아, 진짜... 숙제가 뭐야아~? 숙제가~...
- 읽어야 할 책이니까 숙제지. 후후후...
- 아... 깔깔깔....
우리는 통화할 때마다 그렇게 웃었다. 내가 여자를 만나면서 느낀 건, 어떤 여자든 예뻐 보이는 순간이 있다는 거다. 학교 후배, 직장 동료, 동호회 회원... 누구든 한 순간에 예뻐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때는 오랫동안 어떤 여자도 예뻐 보이지 않았는데, 한 순간에 그렇게 누군가가 예뻐 보인다는 게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정아는 그렇게,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날 정도로 귀엽고 예뻤다. 그리고 사실, 보고 싶었다. 안 보면 통화도 잘 안 하게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안 보면 통화라도 하고 싶고, 통화하면 더 보고 싶어지는 사람도 있다. 누가 더 사랑스러울지는 말할 필요도 없이 뻔한 얘기다. 정아를 생각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가끔 집에 안부전화를 할 뿐, 거의 통화량이 없던 내 전화가 이따금 울리는데 사람들이 모를 수가 없었다. 교육관들은 드디어 아픔을 극복하고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며 축하한다고 놀려 댔다. 서팀장이 제일 축하해 주었는데, 뭐라고 말도 못 하고... 그러나, 서팀장이 알게 된다고 해도 만나고 싶을 정도로 정아는 예쁘고 매력적이었다.
정아가 확인까지 하면서 다시 달라고 했던 그 ‘다음 기회’는 금방 왔다. 그 일이 있은 지 거의 한달만이었다.
주말에 서울로 올라가 정아를 만났다. 정아를 만나서는 내 차를 놓고 정아의 차로 움직였다. 정아가 가자는 곳으로 따라가서 늦은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러 자리를 옮겼다. 다행히 커피만 아니라 맥주도 있는 작은 바였다. 정아는 탁자에 턱을 괴고 그 크고 둥근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오랜만이네?
- 그러게요?
- 그동안 왜 한 번도 안 왔어?
- ......
내가 놀리자 정아는 또 입을 삐죽 내밀고 눈을 흘겼다. 속으로 웃음이 났지만 정아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 어머? 진심이예요?
- 왜? 난 정아 보고 싶어하면 안 되나?
- 치~ 통화도 불편하다던 사람이...
- 후후후... 그래, 그동안 잘 지냈어?
- 음... 별로 잘 못 지냈어요.
- 왜? 어디 안 좋았어?
- 왜게요?
- 음... 모르겠는데?
- 킥~
- 왜?
- 몰라요... 말하기 민망해.
- 민망해? 음... 告?..?
- 몸이 좀 근질근질해서...
- 근질근질? 왜?
- 오빠 생각하면 좀 그래요...
- 호오... 내 생각을 다 했어? 진짜?
- 응...
- 나 생각하면 몸이 근질근질했다? 킥킥킥...
- 웃지 마요.
성적인 상상을 했다. 나를 생각하면서 섹스하는 상상을 했던 걸까? 그래서 몸이 근질거렸던 건 아닐까? 정아는 또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매섭게 눈을 흘겼다. 정아는 자기가 그런 표정을 할 때 귀엽고 예쁘다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 다행이네...
- 뭐가요?
- 난 또 상사병이라도 난 줄 알았지.
- 킥... 웬 상사병?
- 흐흐흐... 아님 말구.
- 음... 진짜 상사병이었나.?
- 몇 살이지?
- 스물 다섯.
- 헤엑~ 그렇게나 먹었어? 4학년이래서 스물 셋쯤 된 줄 알았지?
- 휴학 몇 번 했어요. 어학연수도 가고, 놀기도 하고...
- 그랬구나~...
- 오빤 여덟?
- 아홉이지.
- 갑자기 나이는 왜요?
- 그 나이에 상사병은 무슨...
- 킥. 나이랑 무슨 상관이야? 그러면서 은근히 나이 따는 거죠?
- 내가 정아 나이 따서 뭐 하게?
- 혹시 알아요? 나 몰래 나랑 궁합이라도 볼지. 킥킥...
- 후후후... 서팀장은? 몇 번 올라왔나 보던데.
- 한번 만났어요.
- ......
- 걱정 말아요.
- 걱정? 무슨 걱정?
- 치... 오빠는 남자 아닌가?
- 남자라서, 뭐?
- 내가 걔랑 잤으면?
- 그래서? 같이 잤어?
- 그래도 괜찮아요?
- 자기만 했어, 섹스도 했어? 킥~
- 치~... 뭐래...?
- 사실은...
- 사실은?
정아는 내가 터미널에 바래다 준 이후로 연수원에 오지 않았다. 서팀장이 서울 갔을 때 한번 만났을 뿐이라고 했다. 그래도 그 먼 거리를 오갈 정도면 사랑하는 감정이 없이는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한 달 동안 겨우 한 번 만나고, 통화도 줄어서 서팀장이 상담을 해 오기도 했는데,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나였던 탓에 뭐라고 말해주기도 참 곤란했다.
- 서팀장이 나한테 하소연을 하더라구...
- 뭐라구요?
- 정아가 변한 것 같다고...
- 치~
- 왜 치야?
- 자기는 나 만날 때도 딴 여자랑 자고 다녔으면서...
- 그으래? 서팀장이?
- 에? 모르는 척 하기는? 거기 언니들도 다 아는데 오빠가 모른다구요?
- 나는 뭐... 술은 같이 먹어도 그 다음은 모르니까...
- 하긴...
모르기는...? 서팀장 데리고 다니면서 술 먹이고 오입 시켜준 게 난데. 하긴, 서팀장은 업소 여자 말고도, 그 도시의 유흥가에서 원나잇으로 다른 여자를 만나기도 했었다. 내가 사정하지 못하는 동안 저 혼자 신나게 박고 싸고 다녔던 서팀장... 그러나, 내가 연수원에 있는 동안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한 것으로만 알고 있는 정아는 내 말에 쉽게 수긍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정아와 서팀장 둘은 더 이상 만나지 않게 되었다. 서팀장은 꽤 아쉬워했지만 잠시 뿐, 얼마 안 되어 또 다른 여자를 만났고, 다행히도(?) 그 해가 가기 전에 그 여자와 결혼했다. 서팀장에게 미안한 마음은 그보다 훨씬 전에 이미 싹 사라졌다. 서팀장은 아쉬워하는 동안에도 다른 여자를 만나고 그 여자들과 섹스했었으니까.
- 어차피 그만 만날 생각이었어요.
- 서팀장은? 서팀장은 아직 정아 좋아하는 모양이던데...
- 아직 좋아하면 뭐? 그죠?
정아는 한 달 전에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긴, 같은 질문이었으니까. 기억력이 좋은 정아는 그냥 정아보다 더 예뻐 보였다.
- 큭~ 네가 또 이겼다.
- 큭큭큭... 나도 뭐, 거기 안 가는 주중엔 다른 남자하고도 자고 그랬어요.
- 오~, 능력 있네?
- 놀리지 말아요.
- 놀리는 거 아니야. 아닌데....
- 아닌데?
- 별로 깊이 생각하지도 않는 남자 만나러 그 시골까지 왔었다는 게 이해가 좀...
- 바람 쐬러 갔다고 해 두죠, 뭐.
- 바람 쐬러 그 시골까지 가?
- 아니면 뭔가에 이끌려 갔나 보죠,
- 그게 혹시...?
- 모르죠, 그건...
- 덕분에 내가 행운을 잡았네? 그지?
행운을 잡았다는 내 말에 정아는 얼굴 가득 번지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 좋을 땐 그렇게 웃으라니까? 참지 말고. 정아는 빙글거리며 놀리듯 말하다가 갑자기 정색을 하고 나지막히 말했다.
- 나, 진짜로 그동안 아무하고도 안 잤어요.
- 아~, 그랬어?
- 내 말, 안 믿어요?
- 안 믿긴 왜 안 믿어? 믿지.
- 근데 대답이 뭐 그래?
- 근데 왜? 좋아하는 남자라도 생긴 거야?
- .......
빙글빙글 웃으며 정아를 보는데 정아는 또 매섭게, 아니 예쁘게 눈을 흘겼다. 하~ 요 녀석, 참... 틀림없이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게다가, 안 그래도 예쁜 싶은 입술을 도톰하게 모으고 흘겨 보는데, 진짜 키스를 참기 힘들도록 예뻤다.
- 아니야? 안됐네, 난 이쁜 애 하나 생겼는데, 후훗~
- 흥, 좋겠네요?
- 그러엄~ 좋지... 보여 줄까?
- 사진 있어요?
- 사진은 없고... 혹시 거울 있어?
- 거울? 킥~ 어우, 정말...
- 큭크크...
- 치~
- 정아도 곧 생기겠지, 뭐...
- 나두 벌써 생긴 것 같은데요?
- 그으래? 좋~겠네?
- 좋죠, 그럼...
- 그 남자, 어디가 좋아?
- 오빠는... 음... 커요. 되게 커요.
- 피식~ 아~ 큰 거 좋아하는구나~?
- 네? 아~, 깔깔깔... 아이, 그거 말구우~
- 크다... 스읍~... 크다?
- 그냥, 뭐랄까... 아이, 그냥 커요. 내가 다 들어갈 것처럼...
나를 크게 생각하는 여자... 크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짐작은 했었다. 정아는 지금까지 남자란 자기의 육체에만 관심있는 존재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런 남자만 만났으니까. 정아를 한번 안기 위해서 정아에게 맞춰 주고, 그러다가 정아에게 휘둘리고, 정아 눈치를 보는 남자만 만났었던 모양이었다. 뭐, 내 짐작일 뿐이고,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얘기해보지 않았지만.
- 흠... 들어가는 건 남잔데...?
- 네?
- 들어가는 건 남자라고.
- 남자가 들어가...? 깔깔깔.... 아우~, 오빠 정말...
- 그렇게 재밌니?
- 깔깔깔... 네, 깔깔깔...
정아는 앉은 옆자리를 두드리며 웃었다. 정아와 나는 진짜 신기할 정도로 얘기가 잘 통했고, 유머코드도 비슷해서 내 썰렁한 농담에도 깔깔대고 웃었다. 하지만, 얘기가 통하지 않는 남자만 만나다가 나 같은 유형은 처음이라서 좋아 보일 수도 있는 거고, 신기할 뿐이지 좋은 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면 금새 싫어질 수도 있는 거였다.
그렇지만, 정아는 나랑 얘기하는 걸 좋아했고, 재미있어 했다. 나도 정아와 얘기하는 게 싫지 않았다. 매일밤 두세 시간씩 통화를 했는데도 막상 만나니 할 얘기가 또 있었다. 뭐, 대수롭지 않은 농담 따먹기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그 순간, 정아는 다른 얘기가 더 급했던 모양이었다.
- 오빠...
- 응?
- 지금... 나가요...
- 또 어디 가게?
- 기회 다시 주기로 했잖아요.
- 흠... 게임 더 하게? 안 해도 될 텐데?
- 난 마저 할래요.
- 푸후후...
- 웃지 말구~, 응?
- 네가 벌써 이겼어.
- 내가?
- 내가 정아 보러 왔잖아.
- 나한테 온 거 맞아요?
- 정아한테 가도 돼?
- 치~ 그럼, 그냥 보기만 하러 왔어요?
- 우리, 겨우 두번째 만나는 거야. 어쩌면 처음이라고 해야 되고.
- 그 기회, 정말 안 줄 거예요?
- 정말 그 게임 때문이야?
- .....
정아가 시선을 피했다. 볼 것도 없는 창 밖을 보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얘도 쑥스러워할 때가 있나? 정아는 나를 계속 외면한 채 말했다. 정아의 그런 옆모습은 처음 보았다. 얘도 쓸쓸한 표정을 지을 일이 있을까?
- 매일... 생각했어요.
- ......
- 이상했어요. 내가 왜 그러는지도 모르겠고... 그런 기분, 진짜 처음이었어요.
- ......
- 클럽에서 남자를 만나도 같이 자고 싶지가 않았어요. 오빠 생각만 나고...
- 그래서 몸이 근질근질했구나? 그거 못 해서... 킥~
- 아잇, 그런 게 아니구...
- 후후후...
- 씨이~...
- 정아야.
- ......
정아는 대답 없이 또 외면하고 입술만 삐죽거렸다.
- 나도...
- ......
- 나도 매일 정아 생각했어.
- 진짜?
정아가 고개를 홱 돌리면서 눈을 크게 떴다. 새침해졌다가, 정색했다가, 금새 밝아졌다가... 내 한마디 한마디에 바뀌는 정아의 표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한번 올려줬으니 그럼 또 내려놔 볼까?
- 그러엄~. 매일 전화하는데...
- 치... 전화 안 했으면 생각도 안 했겠네?
- 정아가 안 하면 내가 했겠지.
- 진짜?
정아가 또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또 눈을 내리깔고 찻잔 옆의 스푼만 만지작거렸다.
- 오빠가 그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 그래. 나도 정아 보고 싶었어. 됐니?
- 그럼, 나 이제...
- ......
정아가 또 눈을 크게 떴다. 눈망울이 맑았다. 정아가 말하는 게 들리는 듯했다. 내가 당신의 기억 속에 들어갔나요? 나를 기억할 건가요? 나를? 정아를?... 저절로 웃음이 났다.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정아도 웃었다.
- 그까짓 게임, 안 해도 돼.
- 치~, 난 그저 게임 상대인 거예요?
- 게임 마저 하자던 건 정아잖아.
- 그건...
- 왜 그렇게 게임에 집착해?
- ......
- 하고 싶은 말을 해. 솔직하게.
잠시 발끈했던 정아가 또 고개를 숙였다. 얘가 쑥스러워하는 건 왠지 어색한데...?
- 나...
- 응. 정아...
- 오빠... 보고 싶었어요.
- 보고 있잖아.
- 남자한테 ! ...
정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 소리에 자기가 놀라 주위를 둘러보고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입술을 살짝 떨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눈을 내리깔고 목소리도 도로 낮췄다.
- 남자한테... 이런 얘기 하는 거, 처음이란 말예요.
- 처음 하는 얘기 처음 해 봐? 그럼 또 해 봐.
- 오빠... 갑자기 이상해졌어.
- 뭐가?
- 눈치 하나도 없어졌어.
- 난 돌려서 말하면 몰라. 멍청해서.
- 모를 게 뭐가 있어요? 보고 싶었다는데...
- 지금 보고 있잖아. 실컷 봐.
- 아잇~ 정말...
- 나도 정아 보고 싶었어.
- ......
- 진짜야.
- 오빠...
- 후후...
- 나... 안아 줘요.
- 훗~ 안아주는 거야, 뭐... 이리 와.
- 오빠도 돌려서 말하지 마요.
- ......
내가 시큰둥하게 말하자 정아가 고개를 홱 돌리며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그래야 정아지... 정아는 그래서 예뻤다. 나랑 섹스하고 싶은 거냐고 확인사살을 할까 생각했지만 그만두었다. 백기 들고 투항한 상대에게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상대가 예쁘고 섹시하고 매력적인 여자라면 더욱.
게다가 그 상황에서, 안달이 난 건 정아 뿐만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예쁜 여자가 예쁜 짓만 골라서 하고 있어서 당장 벗기고 덮치고 싶은데도 티를 내지 않으려 꾹 눌러 참고 있는데, 정아가 먼저 불을 질러대며 덤빈 거였다. 그리고, 정아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 지금.
- 응?
- 지금 가요.
- 야, 이 벌건 대낮에?
- 허~, 그때도 훤~한 대낮이었거든요?
- ......
주도권을 빼앗기면 곤란한데... 하지만 정아가 이미 분위기를 장악했다. 하긴, 해가 길긴 했어도 오후 다섯 시면 대낮은 아니었다.
더 이상 말할 필요도, 거기 앉아 있을 이유도 없었다. 정아와 나는 바로 일어나서 부리나케 나왔고, 예쁘고 섹시한 여자는 어이없는 척 피식거리는 남자를 태우고 차를 몰아 시내를 벗어났다. 한참을 달려서 어딘지도 모르는 길로 나를 데려갔다.
- 운전 잘 하면서 왜...
- 버스가 편해요. 잘 수도 있고.
- 하긴 그렇지.
- 그리고, 내가 거기 차 갖고 갔으면...
- 음... 고마운 일이네.
- 히힛~
정아가 또 웃었다. 그 웃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웃음지었다. 내가 여자랑 웃고 있다... 나는 이제 수민이 기억의 족쇄에서 벗어난 걸까... 그러나 정아를 사랑한다고 말할 자신은 없었다.
정아의 기세로 봐서는 무슨 호텔쯤 갈 줄 알았다. 섹스 한 번 하려고 참 멀리도 간다... 어디 단골호텔이라도 있는 걸까... 쓸 데 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눈치를 보아 하니 목적지를 정한 건 아니었고, 그냥 외곽 쪽으로 나온 거였다. 나무가 많고 좌우로 건물이 가끔씩 보이는 길로 조금 올라가다가 어느 깔끔한 모텔로 들어섰다.
- 여기 가요.
- 그래...
정아는 내 쪽으로 종종걸음쳐 와서 내 손을 잡고 같이 들어갔다. 아니, 정아가 나를 거의 끌다시피 데리고 들어갔다. 카운터에서도 당당히 모텔 대실료도 자기가 냈고, 괜히 외면하거나 쑥스러워하지 않았다. 숙박업소에 얼마나 다녔으면 그렇게 익숙할까 싶을 정도로...
그러나,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당당하던 정아가 정작 방에서는 쭈뼛거렸다. 고개도 들지 못했다. 내가 먼저 침대에 앉아 정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눈을 마주치기는커녕 고개도 못 드는 정아의 손을 잡아끌어 허리를 안았다.
얼굴에 닿는 정아의 가슴이 팽팽했다. 그 가슴골에 얼굴을 묻고 숨을 들이켰다. 표현 못할 좋은 향기가 났다. 정아가 내 머리를 감싸 안았다가 금새 어깨를 살짝 밀었다. 나는 팔을 풀지 않고 투정하듯 고개를 흔들었다.
- 잠깐만 이대로... 조금만 더...
- 씻구요, 응?
- 다른 여자 냄새 없어. 킥~
- 킥~ 치이~... 땀 났잖아요. 쪽~, 어서요.
정아가 고개를 숙여 내 이마에 키스했다. 나도 일어나며 정아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자기가 먼저 키스해 놓고도 정아가 움찔했다. 훌훌 벗어던지고 간단히 프렌치 샤워... 내가 나온 후 바로 들어간 정아도 금새 씻고 바로 나왔다.
대충 물기를 닦은 정아를 침대에 앉은 채 끌어당겨 안았다. 정아는 잠시 내 머리를 쓰다듬다가 내 팔을 풀고 내 앞에 꿇어앉았다. 내 중심부에 입술을 들이대는 정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그렇게 급해? 많이 근질근질했구나? 킥~
- 아잇, 정말...
- 킥킥킥...
- 치~... 하던 게임은 해야죠.
- 푸훗~ 네가 이겼다니까?
- 기권 안 받아 줘요.
- 하하~ 나, 이런...
- 왜요? 질까 봐 그러죠?
- 응. 무서워.
- 헤헷~ 살살 해 줄게요.
- 큭큭...
- 나... 입으로 별로 안 해 봤어요. 알죠?
- 괜찮아.
그 자세에서 상체만 뒤로 눕히고 편하게 정아의 입술을 느꼈다. 내 기억 속의 여자에게 질 수 없다는 듯, 적극적인 블로우잡이었다. 그러면서도 정아의 블로우잡은 따뜻했고 서두르지 않았다. 빨고, 핥고... 잘 못 하면 어떤가? 예쁘기만 한 걸...
정아는 쉬지 않고 입술과 혀를 놀리면서도 눈은 자꾸 내 얼굴 쪽을 바라보았다. 하는 걸 보는 게 좋다던 내 말을 기억하고 있는 거였다. 물론, 나는 머리 뒤에 베개를 겹쳐 받치고 정아가 핥고 빠는 모든 걸 지켜보았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음지으며 정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 맛있어?
- 웅~ 우움... 흐음...
정아가 숨소리를 내며 고개만 주억거렸다. 자지를 빨면 무슨 맛이 나길래 맛있다는 걸까...? 난 또 그걸 왜 물어봤을까...? 몸을 돌려 침대에 길게 누워, 따라 올라오는 정아의 엉덩이를 끌어당겼다. 내 성기를 계속 빨며 하체를 내어 주는 정아의 그곳에 입을 댔다.
정아의 물은 맛있었다. 비린 냄새도, 시큼한 맛도 나지 않았다. 경험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음순도 깔끔한 편이었고 음핵도 작게 숨어 있었다. 섹스에서도 말이 필요 없었다. 정아는 핥고 빨던 내 성기를 뱉아 내고 몸을 일으켜 내 얼굴에 앉았다.
정아는 내 혀와 입이 괴롭히는 대로 참지 않고 신음했다. 넘쳐나는 정아의 애액으로 내 입 주변이 온통 젖었을 때, 정아를 바로 눕히고 그 탄력있고 매끄러운 온몸에 키스했다. 이마, 눈, 코, 볼, 귀, 목, 어깨.... 빨거나 핥지 않고 살짝살짝 입맞추며 내려갔다. 그렇게 키스하면서 정아에게 속삭였다.
- 그때 차에서...
- 하아... 응...?
- 참기 힘들었어...
- 하아... 나, 예뻤다는 거죠?
- 바보. 예쁜 여자는 자기 예쁘냐고 안 물어봐,
- 치이... 하아... 흐응~
- 참기 힘들었다고 했잖아... 무지 예뻤어... 그 자리에서 벗기고 싶을 만큼
- 하아...
- 벗기고.... 쭈웁...
- 하응~...
- 빨고... 쭈우웁...
- 흐음... 하아... 하아...
- 박고 싶었어. 이렇게...
그러면서 정아의 잘 젖은 음부에 손가락을 하나 찔러 넣었다. 그러면서 정아의 가슴을 강하게 빨았다. 정아가 허벅지로 내 손을 조이면서 하체를 뒤틀었다. 고양이 같은 귀여운 신음 소리...
- 아으으응~...
- 쭈우웁...
- 하아... 나두... 하윽~
- 쪼옵~... 쭙~...
- 오빠랑 하아~... 하고 싶었어... 하아...
- 뭘...?
- 하아... 섹스...
- 이렇게? 쭈우웁~ 할짝~...
- 하아... 아흑~
정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여자가 자지니 보지니 말하면 더 흥분되긴 했지만 그때의 정아는 그 미모와 몸매만으로도 충분했다. 세상 모든 여자 중에 가장 예뻤다.
예쁜 여자가 따로 있나? 내가 섹스하고 싶은 그 순간 내 앞에 있는 여자가 제일 예쁜 거지. 사진으로 보는 수퍼모델보다 지금 당장 내 품에 안겨 있는 평범한 여자가 더 예쁜 거다. 게다가 발가벗은 채 내 손과 입에 흥분하고 떠는 여자라면 더욱 더 예쁘고. 하물며, 정아처럼 예쁜 얼굴과 몸매를 갖춘 여자가 나랑 섹스하고 싶다고 노골적으로 들이댄다면? 당연히 말할 나위도 없이 제일 예쁜 거 아닌가?
그러나 정아는 그 순간 내 품에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객관적으로 예뻤다. 동료의 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빼앗아 차지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킬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예쁜 여자가 지금 벌거벗은 알몸으로 내 품에 안겨 있다는 생각에 더욱 더 흥분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 흥분을 느끼고 싶었다.
정아는 가슴도 예쁘고 옆구리도 예뻤다. 배꼽도 예쁘고 허리 라인도 예뻤다. 치골도 예쁘고 음모도 예뻤다. 손과 손가락도, 허벅지와 종아리도 예뻤다. 엉덩이도 예쁘고 항문도 예뻤다. 젖꼭지도 예쁘고 음부도 예뻤다. 내 손과 혀가 닿는 모든 곳이 예뻤다. 안 닿는 곳도 안 보이는 곳도 다 예뻤을 거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하고만 섹스하려고 한참 동안 성욕을 참은 정아였으니까.
한 손가락은 쉬지 않고 정아의 몸 속을 드나들었다. 부드러운 허벅지에서 입술이 갈등했다. 계속 빨고 핥고 싶어서. 언제까지나 핥고 싶었지만 무릎과 종아리도 궁금했다. 무릎도 예민했고, 종아리도 부드러웠다. 포동포동하면서도 탱탱한 정아의 종아리... 그렇게 발등까지 내려갔다가 반대쪽으로 올라왔다.
페디큐어를 바른 정아의 발가락까지 빨고 싶었지만 발등에 키스할 때 정아가 나를 잡아당겨 끌어올렸다. 다시 정아의 그곳으로 돌아가 드디어 마른 목을 축였다. 정아의 그곳을 드나드는 손가락에 묻어나는 애액을 핥으며 정아의 작은 싹을 혀로 살살 괴롭힐 때, 내 애무에 온몸을 뒤틀던 정아가 드디어 나를 끌어당겼다.
- 오빠, 이제... 하아, 하아...
- 쪽~, 쪼옵~ 쪽~
- 지금? 응? 하아...
한참 동안 그곳을 후비고 쑤시던 손가락을 빼고, 조심스럽게 정아의 몸 속으로. 여자의 따뜻한 그곳, 얼마만인가... 드디어 정아와 한 몸이 되었다.
천천히, 그러나 한번에 깊숙이... 정아의 몸 안에 그 녀석을 끝까지 넣은 채 잠시 멈추고 느낌에 집중하다가 천천히 허리와 골반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아는 잘 느끼고 잘 신음했다. 그리고 잘 흐느꼈다. 남자가 좋아하는 걸 알고 있는 건지... 정아는 매달리듯 나를 끌어안았다. 안고 있으면서도 자꾸 나를 당겨 안았다.
- 후욱...
- 오빠... 하으응~....
- 예뻐, 정아야...
- 하아... 또 말해 줘요.
- 예쁜 우리 정아...
- 하아... 또.... 하아~...
- 정아, 참 예뻐. 쪽~
- 또... 하윽~...
- 정아, 예쁘읍...
또 말해 달라던 정아가 내 입을 막았다. 정아의 혀에서는 또 단 맛이 났다. 달디단 혀를 한참 빨다가 정아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입을 떼었다. 내 품에 안긴 정아는 예뻤다. 그 얼굴이 계속 보고 싶어서 키스도 참을 정도로. 정상위에서 다른 자세로 바꾸기 싫을 정도로. 정아를 보면서 움직였다. 깊게, 얕게, 세게, 살살, 빠르게, 느리게... 갑자기 정아가 나를 밀치며 몸을 일으켰다.
- 오빠, 내가...
결합이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몸을 돌려 누웠다. 정아는 내 위에서 서툴게 엉덩이를 돌렸다. 방아 찧듯 아래위로 들썩이고... 골반을 앞뒤로 움직이고... 돌리고... 덕분에 나는 숨을 좀 고를 수 있었지만, 정아는 계속 헐떡거리며 움직였다.
- 헉, 헉, 하아... 헉, 헉....
- 후우... 후우...
여자가 위에서 하면 자극적이고 좋은 느낌이지만, 나는 그 자세에서 사정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누워 정아의 움직임을 감상하며 느끼다가 다시 정아를 눕히고 내가 움직였다.
- 아앙~... 오빠...
- 후우... 헉... 헉...
- 하응... 하아... 아잉~... 하윽...
나를 끌어안고 신음하는 정아를 정신없이 박아댔다. 그리고 얼마 후 정아의 몸 속에 그대로 힘차게 내뿜어 버렸다. 자위로 허공이나 휴지에 뿌린 것 말고, 이름도 모르는 여자의 입 속에 사정한 것도 빼고, 여자의 몸 속에 사정한 건 거의 열 달만의, 진짜 오랜만의 일이었다.
정아의 몸 위에 축 늘어져 엎드린 채, 입이 닿는 대로 키스했다. 쪽, 쪽, 쪽... 정아는 내가 일어날 때까지 나를 꼭 안고 내 입술을 받았다. 쪼아대듯 살짝살짝... 입술이 정아의 볼에, 어깨에, 쇄골에... 닿을 때마다 내 몸의 일부를 품은 정아의 그곳이 움찔거렸고 나도 따라 움찔했다. 정아는 두 팔과 두 다리로 나를 옭아매듯 껴안고 매달렸다.
kbs1936 님, 뒤늦게 4부에 남기신 댓글 잘 읽었습니다. 남중, 남고, 기계과, 군대... 저랑 똑같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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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국어선생이 나와 스쳐 지날 때 한 얘기는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니었다. 아무도 못 봤을 거라기에 아무도 못 본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여자가 누구에게 말하지는 않을까만 걱정했지, 누가 봤을지에 대해서는 걱정을 전혀 안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자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아무도 못 봤다는 여자의 말을 아무도 그 여자를 못 봤다는 말로 들었지만, 알고 보니 그 여자가 아무도 못 봤다는 얘기였다. 그 여자를 본 사람은 있었다. 다행히 정아 한 명 뿐이었지만... 정아가 마침 그때 서팀장 방에서 나왔는데, 내 방이 열리는 듯해서 재빨리 도로 들어갔었다. 남자 방만 있는 층인데 여자가 드나드는 모습을 누가 보면 민망하니까.
그러나 정아는 그런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이는 대신, 누군가의 그런 모습을 보게 된 거였다. 소리죽여 조심조심, 그러나 황급히 서둘러 복도를 지나는 여자... 처음 보는 낯선 여자라서 궁금했다고 했다. 제일 안쪽 방이 내 방이라는 건 서팀장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고, 그 방에서 나온 여자는 누군지 몰랐고...
꿩 얘기가 생각났다. 꿩은 도망갈 곳이 없으면 덤불에 얼굴을 처박고 무서운 적이 안 보인다고 안심한다는 얘기... 그러나 꿩이 사냥꾼을 못 본다고 해서 사냥꾼이 꿩을 못 보는 건 아니다. 에휴, 불쌍한 꿩대가리...
그 꿩대가리 여자는 그 이후로 거의 매주 편지를 했다. 달이 밝다느니 연수원 밤하늘을 또 보고 싶다느니 지금 듣는 음악을 나랑 둘이 듣고 싶다느니... 이렇게 시작해서, 보고 싶다... 내가 자기의 이상형이다... 결혼했지만 나를 만나고 싶다... 뭐, 주로 이런 내용이었다. 국어교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장이나 표현이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유부녀에게 그런 편지를 받으니, 설레기보다는 불안감이 확 생기고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이혼하고 나에게 오겠다는 얘기가 없어서 천만다행이었다. 하룻밤의 실수로 엮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인터넷에서 간통죄와 그 처벌에 대해 검색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히 그녀는 편지 뿐이었다. 전화를 하거나 찾아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 편지도 점점 뜸해져서 거의 잊을 정도가 되었다.
정아를 바래다 준 이후로, 서팀장을 볼 때마다 정아를 생각했다. 정아가 매력적이기는 했지만 서팀장은 좋은 동료였고, 그래도 되는 건지 잠깐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그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하루도 되지 않아서, 정아를 생각해도 서팀장에게 미안하지 않았다. 감정이 가는데 이성으로 억누르는 건 불가능했다.
사실, 정아를 생각하면 좋긴 했지만 자꾸 생각나거나 많이 보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래서 고민하기도 했었다. 정아에 대한 내 감정은 뭘까? 그냥 성욕일까? 그러나 그런 건 아니었다. 돈만 주면 제 스스로 벗고 안길 여자는 어디에나 있었다. 정아는 그런 여자들과는 달랐다. 예쁘고 귀엽고...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났지만, 정아를 좋아하는 거냐고 스스로에게 물어 보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할 수가 없었다. 애매했다. 결론이 나지 않았다. 사실은, 그리 오래 생각하지도 않았다.
정아에게서 전화가 온 건, 사나흘 지났을 때였다.
- 네...
- 저예요.
- 누구...시죠?
- 어머? 진짜 몰라서 물으시는 거예요?
예쁜 목소리를 듣고도 진짜 몰랐었다. 그녀가 발끈하기 전까지는. 그러나, 그 뾰족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생각났다. 그런 목소리로 발끈할 여자라면 한 사람밖에 없었다. ㅋㅋㅋ
- 아~ 이제 알겠네. 후후...
- 나, 반가워요?
- 보이지도 않아서, 뭐...
- 치이...
- 뭐라고 부를까?
- 네?
- 내가 어떻게 부르면 좋겠냐고...
- 어머? 내 이름 몰라요? 그새 잊어먹었어요?
- 여기서 크게 불러 줄까?
- ......
- 싸움 나면 재밌겠다, 그지? 난 쪽팔리고.
- 아~... 킥킥킥...
- 이 번호, 저장해 놔도 돼?
- 왜 안돼요?
- 누가 보기라도 하면...
- 걱정 마세요. 아무도 모르는 번호니까.
- 번호 바꿨어?
- 오늘 새로 만들었어요.
- 쓰던 번호는 어쩌고?
- 번호 두 개 쓰는 방법이 있어요. 에이, 그런 것두 모르구... 킥킥...
- 그래? 그럼 뭐, 안심하고 저장해도 되겠네?
- 뭐라고 저장할 거예요?
- 음... 생각해 볼게.
- 그럼 됐죠?
- 뭐가 돼?... 아~ 하하하, 이런...
- 킥~
- 축하해.
- 뭘요?
- 방금 이긴 거.
- 아~...
똑똑한 여자는 예쁘다. 갑자기 그 예쁜 여자가 보고 싶어졌다. 그 순간, 정아는 내 마음이라도 읽은 듯 물어 왔다. 어떻게 알았을까?
- 진짜, 나 안 보고 싶어요?
- 조만간 화상통화 되는 휴대폰 나온다더라.
- 아유~ 정말... 한번쯤 져 주지, 치~
- 방금 네가 이겼잖아.
- 헤헷~ 내가 오빠 이길 때도 있네?
- 오빠라고 부르려고?
- 그럼... 과장님?
- 업무상 만난 사이 아니잖아?
- 정우씨...는 어때요?
- 낯간지러운데?
- 큭큭... 나두 어색해요.
- 그러면서 뭘...
- 아이, 몰라, 그냥 오빠 해요.
- 그래, 그럼.
- 거, 봐. 오빠 하니까 좋잖아요... 아, 끊어야 돼요. 또 전화 할게요?
- 그래...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정아는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으면서도 웃고 있었던 게, 정아를 무지 예쁘게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번호를 두 개 쓰는 방법이 있다니, 세상이 좋아진 건지 무서워진 건지...
그리고, 잠깐 동안 또 수민이 생각을 했다. 수민이는 내 이름을 뭐라고 저장해 놓았었을까? 나는 처음엔 지수민이라고 저장했다가 키스한 후엔 성을 빼고 수민으로, 그리고 얼마 후에는 달님으로 바꾸었었다. 결국엔 지워 버렸고... 하지만 아직도 집 전화번호와 휴대폰 번호는 물론, 복학 수속할 때 한번 받아 적은 주민등록번호와 학번까지도 기억나서 가끔은 울적하게 하는...
어쨌든, 그렇게 가끔 정아와 통화를 했다. 주로 밤에 정아가 걸었고, 나는 내 방에서 받거나 혹시나 사무실에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는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가곤 했다. 한 달이 다 되어 가도록 뭐라고 부를지 정하지 못해서 번호를 저장하지 못했을 뿐, 통화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다. 전화번호는 몇 번만 보면 기억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벨이 울릴 때 그 전화번호가 화면에 표시되면 반갑기도 했다.
- 네...
- .....
- 불편하면 나중에 다시 통화할까?
- 내 번호 저장했어요? 뭐라고 저장했어요?
- 아니, 아직...
- 그럼, 난 줄 어떻게 알았어요?
- 번호 표시되니까...
- 저장 안 했다면서요?
- 전화번호야 뭐, 몇 번 보면 기억하는 거잖아.
- 그럼, 난 번호보다도 못한 거예요?
- 크흐흐흐...
목소리가 또 뾰족해졌다. 나한테 기억되고 싶어 하는 여자가 기억이라는 말에 날카롭게 반응했다. 사실 그걸 노리고 일부러 단어를 선택한 거였는데, 알아챈 정아가 귀엽기만 했다. 그런데 얘는 번호에도 질투를 하는 건가?
- 그런 거예요?
- 그래, 너 예뻐.
- 뭐가 그렇고, 또 뭐가 예뻐...?
- 후후후...
- 오빠? 여보세요?
- 그래서 네가 예쁜 거야.
- 치이... 뭐래...?
- 그래, 지금 뭐 해?
- 전화 하죠. 킥~
- 크흐흐...
- 재밌죠? 키킥~
- 재밌네... 아, 뭐라고 저장할지 방금 생각났어.
- 뭔데요?
- 음... 발끈녀.
- 아, 뭐예요, 그게에~?
- 툭하면 발끈해서 대들잖아.
- 그래도 발끈녀가 뭐야, 발끈녀가... 신발끈도 아니고... 치이~
- 신발끄... 흐흐흐흐...
- 킥... 키키킥...
- 그럼... 새옷? 새 옷 어때?
- 나, 오빠 새 옷 맞아요?
- 음... 잘 맞는지 한번 더 입어 보고...
- 치~ 자신 없구나?
- 아~, 숙제라고 해야겠다. 그래, 숙제가 좋겠다.
- 숙제래... 깔깔깔... 아, 진짜... 숙제가 뭐야아~? 숙제가~...
- 읽어야 할 책이니까 숙제지. 후후후...
- 아... 깔깔깔....
우리는 통화할 때마다 그렇게 웃었다. 내가 여자를 만나면서 느낀 건, 어떤 여자든 예뻐 보이는 순간이 있다는 거다. 학교 후배, 직장 동료, 동호회 회원... 누구든 한 순간에 예뻐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때는 오랫동안 어떤 여자도 예뻐 보이지 않았는데, 한 순간에 그렇게 누군가가 예뻐 보인다는 게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정아는 그렇게,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날 정도로 귀엽고 예뻤다. 그리고 사실, 보고 싶었다. 안 보면 통화도 잘 안 하게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안 보면 통화라도 하고 싶고, 통화하면 더 보고 싶어지는 사람도 있다. 누가 더 사랑스러울지는 말할 필요도 없이 뻔한 얘기다. 정아를 생각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가끔 집에 안부전화를 할 뿐, 거의 통화량이 없던 내 전화가 이따금 울리는데 사람들이 모를 수가 없었다. 교육관들은 드디어 아픔을 극복하고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며 축하한다고 놀려 댔다. 서팀장이 제일 축하해 주었는데, 뭐라고 말도 못 하고... 그러나, 서팀장이 알게 된다고 해도 만나고 싶을 정도로 정아는 예쁘고 매력적이었다.
정아가 확인까지 하면서 다시 달라고 했던 그 ‘다음 기회’는 금방 왔다. 그 일이 있은 지 거의 한달만이었다.
주말에 서울로 올라가 정아를 만났다. 정아를 만나서는 내 차를 놓고 정아의 차로 움직였다. 정아가 가자는 곳으로 따라가서 늦은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러 자리를 옮겼다. 다행히 커피만 아니라 맥주도 있는 작은 바였다. 정아는 탁자에 턱을 괴고 그 크고 둥근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오랜만이네?
- 그러게요?
- 그동안 왜 한 번도 안 왔어?
- ......
내가 놀리자 정아는 또 입을 삐죽 내밀고 눈을 흘겼다. 속으로 웃음이 났지만 정아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 어머? 진심이예요?
- 왜? 난 정아 보고 싶어하면 안 되나?
- 치~ 통화도 불편하다던 사람이...
- 후후후... 그래, 그동안 잘 지냈어?
- 음... 별로 잘 못 지냈어요.
- 왜? 어디 안 좋았어?
- 왜게요?
- 음... 모르겠는데?
- 킥~
- 왜?
- 몰라요... 말하기 민망해.
- 민망해? 음... 告?..?
- 몸이 좀 근질근질해서...
- 근질근질? 왜?
- 오빠 생각하면 좀 그래요...
- 호오... 내 생각을 다 했어? 진짜?
- 응...
- 나 생각하면 몸이 근질근질했다? 킥킥킥...
- 웃지 마요.
성적인 상상을 했다. 나를 생각하면서 섹스하는 상상을 했던 걸까? 그래서 몸이 근질거렸던 건 아닐까? 정아는 또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매섭게 눈을 흘겼다. 정아는 자기가 그런 표정을 할 때 귀엽고 예쁘다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 다행이네...
- 뭐가요?
- 난 또 상사병이라도 난 줄 알았지.
- 킥... 웬 상사병?
- 흐흐흐... 아님 말구.
- 음... 진짜 상사병이었나.?
- 몇 살이지?
- 스물 다섯.
- 헤엑~ 그렇게나 먹었어? 4학년이래서 스물 셋쯤 된 줄 알았지?
- 휴학 몇 번 했어요. 어학연수도 가고, 놀기도 하고...
- 그랬구나~...
- 오빤 여덟?
- 아홉이지.
- 갑자기 나이는 왜요?
- 그 나이에 상사병은 무슨...
- 킥. 나이랑 무슨 상관이야? 그러면서 은근히 나이 따는 거죠?
- 내가 정아 나이 따서 뭐 하게?
- 혹시 알아요? 나 몰래 나랑 궁합이라도 볼지. 킥킥...
- 후후후... 서팀장은? 몇 번 올라왔나 보던데.
- 한번 만났어요.
- ......
- 걱정 말아요.
- 걱정? 무슨 걱정?
- 치... 오빠는 남자 아닌가?
- 남자라서, 뭐?
- 내가 걔랑 잤으면?
- 그래서? 같이 잤어?
- 그래도 괜찮아요?
- 자기만 했어, 섹스도 했어? 킥~
- 치~... 뭐래...?
- 사실은...
- 사실은?
정아는 내가 터미널에 바래다 준 이후로 연수원에 오지 않았다. 서팀장이 서울 갔을 때 한번 만났을 뿐이라고 했다. 그래도 그 먼 거리를 오갈 정도면 사랑하는 감정이 없이는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한 달 동안 겨우 한 번 만나고, 통화도 줄어서 서팀장이 상담을 해 오기도 했는데,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나였던 탓에 뭐라고 말해주기도 참 곤란했다.
- 서팀장이 나한테 하소연을 하더라구...
- 뭐라구요?
- 정아가 변한 것 같다고...
- 치~
- 왜 치야?
- 자기는 나 만날 때도 딴 여자랑 자고 다녔으면서...
- 그으래? 서팀장이?
- 에? 모르는 척 하기는? 거기 언니들도 다 아는데 오빠가 모른다구요?
- 나는 뭐... 술은 같이 먹어도 그 다음은 모르니까...
- 하긴...
모르기는...? 서팀장 데리고 다니면서 술 먹이고 오입 시켜준 게 난데. 하긴, 서팀장은 업소 여자 말고도, 그 도시의 유흥가에서 원나잇으로 다른 여자를 만나기도 했었다. 내가 사정하지 못하는 동안 저 혼자 신나게 박고 싸고 다녔던 서팀장... 그러나, 내가 연수원에 있는 동안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한 것으로만 알고 있는 정아는 내 말에 쉽게 수긍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정아와 서팀장 둘은 더 이상 만나지 않게 되었다. 서팀장은 꽤 아쉬워했지만 잠시 뿐, 얼마 안 되어 또 다른 여자를 만났고, 다행히도(?) 그 해가 가기 전에 그 여자와 결혼했다. 서팀장에게 미안한 마음은 그보다 훨씬 전에 이미 싹 사라졌다. 서팀장은 아쉬워하는 동안에도 다른 여자를 만나고 그 여자들과 섹스했었으니까.
- 어차피 그만 만날 생각이었어요.
- 서팀장은? 서팀장은 아직 정아 좋아하는 모양이던데...
- 아직 좋아하면 뭐? 그죠?
정아는 한 달 전에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긴, 같은 질문이었으니까. 기억력이 좋은 정아는 그냥 정아보다 더 예뻐 보였다.
- 큭~ 네가 또 이겼다.
- 큭큭큭... 나도 뭐, 거기 안 가는 주중엔 다른 남자하고도 자고 그랬어요.
- 오~, 능력 있네?
- 놀리지 말아요.
- 놀리는 거 아니야. 아닌데....
- 아닌데?
- 별로 깊이 생각하지도 않는 남자 만나러 그 시골까지 왔었다는 게 이해가 좀...
- 바람 쐬러 갔다고 해 두죠, 뭐.
- 바람 쐬러 그 시골까지 가?
- 아니면 뭔가에 이끌려 갔나 보죠,
- 그게 혹시...?
- 모르죠, 그건...
- 덕분에 내가 행운을 잡았네? 그지?
행운을 잡았다는 내 말에 정아는 얼굴 가득 번지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 좋을 땐 그렇게 웃으라니까? 참지 말고. 정아는 빙글거리며 놀리듯 말하다가 갑자기 정색을 하고 나지막히 말했다.
- 나, 진짜로 그동안 아무하고도 안 잤어요.
- 아~, 그랬어?
- 내 말, 안 믿어요?
- 안 믿긴 왜 안 믿어? 믿지.
- 근데 대답이 뭐 그래?
- 근데 왜? 좋아하는 남자라도 생긴 거야?
- .......
빙글빙글 웃으며 정아를 보는데 정아는 또 매섭게, 아니 예쁘게 눈을 흘겼다. 하~ 요 녀석, 참... 틀림없이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게다가, 안 그래도 예쁜 싶은 입술을 도톰하게 모으고 흘겨 보는데, 진짜 키스를 참기 힘들도록 예뻤다.
- 아니야? 안됐네, 난 이쁜 애 하나 생겼는데, 후훗~
- 흥, 좋겠네요?
- 그러엄~ 좋지... 보여 줄까?
- 사진 있어요?
- 사진은 없고... 혹시 거울 있어?
- 거울? 킥~ 어우, 정말...
- 큭크크...
- 치~
- 정아도 곧 생기겠지, 뭐...
- 나두 벌써 생긴 것 같은데요?
- 그으래? 좋~겠네?
- 좋죠, 그럼...
- 그 남자, 어디가 좋아?
- 오빠는... 음... 커요. 되게 커요.
- 피식~ 아~ 큰 거 좋아하는구나~?
- 네? 아~, 깔깔깔... 아이, 그거 말구우~
- 크다... 스읍~... 크다?
- 그냥, 뭐랄까... 아이, 그냥 커요. 내가 다 들어갈 것처럼...
나를 크게 생각하는 여자... 크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짐작은 했었다. 정아는 지금까지 남자란 자기의 육체에만 관심있는 존재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런 남자만 만났으니까. 정아를 한번 안기 위해서 정아에게 맞춰 주고, 그러다가 정아에게 휘둘리고, 정아 눈치를 보는 남자만 만났었던 모양이었다. 뭐, 내 짐작일 뿐이고,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얘기해보지 않았지만.
- 흠... 들어가는 건 남잔데...?
- 네?
- 들어가는 건 남자라고.
- 남자가 들어가...? 깔깔깔.... 아우~, 오빠 정말...
- 그렇게 재밌니?
- 깔깔깔... 네, 깔깔깔...
정아는 앉은 옆자리를 두드리며 웃었다. 정아와 나는 진짜 신기할 정도로 얘기가 잘 통했고, 유머코드도 비슷해서 내 썰렁한 농담에도 깔깔대고 웃었다. 하지만, 얘기가 통하지 않는 남자만 만나다가 나 같은 유형은 처음이라서 좋아 보일 수도 있는 거고, 신기할 뿐이지 좋은 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면 금새 싫어질 수도 있는 거였다.
그렇지만, 정아는 나랑 얘기하는 걸 좋아했고, 재미있어 했다. 나도 정아와 얘기하는 게 싫지 않았다. 매일밤 두세 시간씩 통화를 했는데도 막상 만나니 할 얘기가 또 있었다. 뭐, 대수롭지 않은 농담 따먹기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그 순간, 정아는 다른 얘기가 더 급했던 모양이었다.
- 오빠...
- 응?
- 지금... 나가요...
- 또 어디 가게?
- 기회 다시 주기로 했잖아요.
- 흠... 게임 더 하게? 안 해도 될 텐데?
- 난 마저 할래요.
- 푸후후...
- 웃지 말구~, 응?
- 네가 벌써 이겼어.
- 내가?
- 내가 정아 보러 왔잖아.
- 나한테 온 거 맞아요?
- 정아한테 가도 돼?
- 치~ 그럼, 그냥 보기만 하러 왔어요?
- 우리, 겨우 두번째 만나는 거야. 어쩌면 처음이라고 해야 되고.
- 그 기회, 정말 안 줄 거예요?
- 정말 그 게임 때문이야?
- .....
정아가 시선을 피했다. 볼 것도 없는 창 밖을 보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얘도 쑥스러워할 때가 있나? 정아는 나를 계속 외면한 채 말했다. 정아의 그런 옆모습은 처음 보았다. 얘도 쓸쓸한 표정을 지을 일이 있을까?
- 매일... 생각했어요.
- ......
- 이상했어요. 내가 왜 그러는지도 모르겠고... 그런 기분, 진짜 처음이었어요.
- ......
- 클럽에서 남자를 만나도 같이 자고 싶지가 않았어요. 오빠 생각만 나고...
- 그래서 몸이 근질근질했구나? 그거 못 해서... 킥~
- 아잇, 그런 게 아니구...
- 후후후...
- 씨이~...
- 정아야.
- ......
정아는 대답 없이 또 외면하고 입술만 삐죽거렸다.
- 나도...
- ......
- 나도 매일 정아 생각했어.
- 진짜?
정아가 고개를 홱 돌리면서 눈을 크게 떴다. 새침해졌다가, 정색했다가, 금새 밝아졌다가... 내 한마디 한마디에 바뀌는 정아의 표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한번 올려줬으니 그럼 또 내려놔 볼까?
- 그러엄~. 매일 전화하는데...
- 치... 전화 안 했으면 생각도 안 했겠네?
- 정아가 안 하면 내가 했겠지.
- 진짜?
정아가 또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또 눈을 내리깔고 찻잔 옆의 스푼만 만지작거렸다.
- 오빠가 그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 그래. 나도 정아 보고 싶었어. 됐니?
- 그럼, 나 이제...
- ......
정아가 또 눈을 크게 떴다. 눈망울이 맑았다. 정아가 말하는 게 들리는 듯했다. 내가 당신의 기억 속에 들어갔나요? 나를 기억할 건가요? 나를? 정아를?... 저절로 웃음이 났다.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정아도 웃었다.
- 그까짓 게임, 안 해도 돼.
- 치~, 난 그저 게임 상대인 거예요?
- 게임 마저 하자던 건 정아잖아.
- 그건...
- 왜 그렇게 게임에 집착해?
- ......
- 하고 싶은 말을 해. 솔직하게.
잠시 발끈했던 정아가 또 고개를 숙였다. 얘가 쑥스러워하는 건 왠지 어색한데...?
- 나...
- 응. 정아...
- 오빠... 보고 싶었어요.
- 보고 있잖아.
- 남자한테 ! ...
정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 소리에 자기가 놀라 주위를 둘러보고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입술을 살짝 떨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눈을 내리깔고 목소리도 도로 낮췄다.
- 남자한테... 이런 얘기 하는 거, 처음이란 말예요.
- 처음 하는 얘기 처음 해 봐? 그럼 또 해 봐.
- 오빠... 갑자기 이상해졌어.
- 뭐가?
- 눈치 하나도 없어졌어.
- 난 돌려서 말하면 몰라. 멍청해서.
- 모를 게 뭐가 있어요? 보고 싶었다는데...
- 지금 보고 있잖아. 실컷 봐.
- 아잇~ 정말...
- 나도 정아 보고 싶었어.
- ......
- 진짜야.
- 오빠...
- 후후...
- 나... 안아 줘요.
- 훗~ 안아주는 거야, 뭐... 이리 와.
- 오빠도 돌려서 말하지 마요.
- ......
내가 시큰둥하게 말하자 정아가 고개를 홱 돌리며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그래야 정아지... 정아는 그래서 예뻤다. 나랑 섹스하고 싶은 거냐고 확인사살을 할까 생각했지만 그만두었다. 백기 들고 투항한 상대에게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상대가 예쁘고 섹시하고 매력적인 여자라면 더욱.
게다가 그 상황에서, 안달이 난 건 정아 뿐만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예쁜 여자가 예쁜 짓만 골라서 하고 있어서 당장 벗기고 덮치고 싶은데도 티를 내지 않으려 꾹 눌러 참고 있는데, 정아가 먼저 불을 질러대며 덤빈 거였다. 그리고, 정아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 지금.
- 응?
- 지금 가요.
- 야, 이 벌건 대낮에?
- 허~, 그때도 훤~한 대낮이었거든요?
- ......
주도권을 빼앗기면 곤란한데... 하지만 정아가 이미 분위기를 장악했다. 하긴, 해가 길긴 했어도 오후 다섯 시면 대낮은 아니었다.
더 이상 말할 필요도, 거기 앉아 있을 이유도 없었다. 정아와 나는 바로 일어나서 부리나케 나왔고, 예쁘고 섹시한 여자는 어이없는 척 피식거리는 남자를 태우고 차를 몰아 시내를 벗어났다. 한참을 달려서 어딘지도 모르는 길로 나를 데려갔다.
- 운전 잘 하면서 왜...
- 버스가 편해요. 잘 수도 있고.
- 하긴 그렇지.
- 그리고, 내가 거기 차 갖고 갔으면...
- 음... 고마운 일이네.
- 히힛~
정아가 또 웃었다. 그 웃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웃음지었다. 내가 여자랑 웃고 있다... 나는 이제 수민이 기억의 족쇄에서 벗어난 걸까... 그러나 정아를 사랑한다고 말할 자신은 없었다.
정아의 기세로 봐서는 무슨 호텔쯤 갈 줄 알았다. 섹스 한 번 하려고 참 멀리도 간다... 어디 단골호텔이라도 있는 걸까... 쓸 데 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눈치를 보아 하니 목적지를 정한 건 아니었고, 그냥 외곽 쪽으로 나온 거였다. 나무가 많고 좌우로 건물이 가끔씩 보이는 길로 조금 올라가다가 어느 깔끔한 모텔로 들어섰다.
- 여기 가요.
- 그래...
정아는 내 쪽으로 종종걸음쳐 와서 내 손을 잡고 같이 들어갔다. 아니, 정아가 나를 거의 끌다시피 데리고 들어갔다. 카운터에서도 당당히 모텔 대실료도 자기가 냈고, 괜히 외면하거나 쑥스러워하지 않았다. 숙박업소에 얼마나 다녔으면 그렇게 익숙할까 싶을 정도로...
그러나,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당당하던 정아가 정작 방에서는 쭈뼛거렸다. 고개도 들지 못했다. 내가 먼저 침대에 앉아 정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눈을 마주치기는커녕 고개도 못 드는 정아의 손을 잡아끌어 허리를 안았다.
얼굴에 닿는 정아의 가슴이 팽팽했다. 그 가슴골에 얼굴을 묻고 숨을 들이켰다. 표현 못할 좋은 향기가 났다. 정아가 내 머리를 감싸 안았다가 금새 어깨를 살짝 밀었다. 나는 팔을 풀지 않고 투정하듯 고개를 흔들었다.
- 잠깐만 이대로... 조금만 더...
- 씻구요, 응?
- 다른 여자 냄새 없어. 킥~
- 킥~ 치이~... 땀 났잖아요. 쪽~, 어서요.
정아가 고개를 숙여 내 이마에 키스했다. 나도 일어나며 정아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자기가 먼저 키스해 놓고도 정아가 움찔했다. 훌훌 벗어던지고 간단히 프렌치 샤워... 내가 나온 후 바로 들어간 정아도 금새 씻고 바로 나왔다.
대충 물기를 닦은 정아를 침대에 앉은 채 끌어당겨 안았다. 정아는 잠시 내 머리를 쓰다듬다가 내 팔을 풀고 내 앞에 꿇어앉았다. 내 중심부에 입술을 들이대는 정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그렇게 급해? 많이 근질근질했구나? 킥~
- 아잇, 정말...
- 킥킥킥...
- 치~... 하던 게임은 해야죠.
- 푸훗~ 네가 이겼다니까?
- 기권 안 받아 줘요.
- 하하~ 나, 이런...
- 왜요? 질까 봐 그러죠?
- 응. 무서워.
- 헤헷~ 살살 해 줄게요.
- 큭큭...
- 나... 입으로 별로 안 해 봤어요. 알죠?
- 괜찮아.
그 자세에서 상체만 뒤로 눕히고 편하게 정아의 입술을 느꼈다. 내 기억 속의 여자에게 질 수 없다는 듯, 적극적인 블로우잡이었다. 그러면서도 정아의 블로우잡은 따뜻했고 서두르지 않았다. 빨고, 핥고... 잘 못 하면 어떤가? 예쁘기만 한 걸...
정아는 쉬지 않고 입술과 혀를 놀리면서도 눈은 자꾸 내 얼굴 쪽을 바라보았다. 하는 걸 보는 게 좋다던 내 말을 기억하고 있는 거였다. 물론, 나는 머리 뒤에 베개를 겹쳐 받치고 정아가 핥고 빠는 모든 걸 지켜보았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음지으며 정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 맛있어?
- 웅~ 우움... 흐음...
정아가 숨소리를 내며 고개만 주억거렸다. 자지를 빨면 무슨 맛이 나길래 맛있다는 걸까...? 난 또 그걸 왜 물어봤을까...? 몸을 돌려 침대에 길게 누워, 따라 올라오는 정아의 엉덩이를 끌어당겼다. 내 성기를 계속 빨며 하체를 내어 주는 정아의 그곳에 입을 댔다.
정아의 물은 맛있었다. 비린 냄새도, 시큼한 맛도 나지 않았다. 경험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음순도 깔끔한 편이었고 음핵도 작게 숨어 있었다. 섹스에서도 말이 필요 없었다. 정아는 핥고 빨던 내 성기를 뱉아 내고 몸을 일으켜 내 얼굴에 앉았다.
정아는 내 혀와 입이 괴롭히는 대로 참지 않고 신음했다. 넘쳐나는 정아의 애액으로 내 입 주변이 온통 젖었을 때, 정아를 바로 눕히고 그 탄력있고 매끄러운 온몸에 키스했다. 이마, 눈, 코, 볼, 귀, 목, 어깨.... 빨거나 핥지 않고 살짝살짝 입맞추며 내려갔다. 그렇게 키스하면서 정아에게 속삭였다.
- 그때 차에서...
- 하아... 응...?
- 참기 힘들었어...
- 하아... 나, 예뻤다는 거죠?
- 바보. 예쁜 여자는 자기 예쁘냐고 안 물어봐,
- 치이... 하아... 흐응~
- 참기 힘들었다고 했잖아... 무지 예뻤어... 그 자리에서 벗기고 싶을 만큼
- 하아...
- 벗기고.... 쭈웁...
- 하응~...
- 빨고... 쭈우웁...
- 흐음... 하아... 하아...
- 박고 싶었어. 이렇게...
그러면서 정아의 잘 젖은 음부에 손가락을 하나 찔러 넣었다. 그러면서 정아의 가슴을 강하게 빨았다. 정아가 허벅지로 내 손을 조이면서 하체를 뒤틀었다. 고양이 같은 귀여운 신음 소리...
- 아으으응~...
- 쭈우웁...
- 하아... 나두... 하윽~
- 쪼옵~... 쭙~...
- 오빠랑 하아~... 하고 싶었어... 하아...
- 뭘...?
- 하아... 섹스...
- 이렇게? 쭈우웁~ 할짝~...
- 하아... 아흑~
정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여자가 자지니 보지니 말하면 더 흥분되긴 했지만 그때의 정아는 그 미모와 몸매만으로도 충분했다. 세상 모든 여자 중에 가장 예뻤다.
예쁜 여자가 따로 있나? 내가 섹스하고 싶은 그 순간 내 앞에 있는 여자가 제일 예쁜 거지. 사진으로 보는 수퍼모델보다 지금 당장 내 품에 안겨 있는 평범한 여자가 더 예쁜 거다. 게다가 발가벗은 채 내 손과 입에 흥분하고 떠는 여자라면 더욱 더 예쁘고. 하물며, 정아처럼 예쁜 얼굴과 몸매를 갖춘 여자가 나랑 섹스하고 싶다고 노골적으로 들이댄다면? 당연히 말할 나위도 없이 제일 예쁜 거 아닌가?
그러나 정아는 그 순간 내 품에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객관적으로 예뻤다. 동료의 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빼앗아 차지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킬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예쁜 여자가 지금 벌거벗은 알몸으로 내 품에 안겨 있다는 생각에 더욱 더 흥분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 흥분을 느끼고 싶었다.
정아는 가슴도 예쁘고 옆구리도 예뻤다. 배꼽도 예쁘고 허리 라인도 예뻤다. 치골도 예쁘고 음모도 예뻤다. 손과 손가락도, 허벅지와 종아리도 예뻤다. 엉덩이도 예쁘고 항문도 예뻤다. 젖꼭지도 예쁘고 음부도 예뻤다. 내 손과 혀가 닿는 모든 곳이 예뻤다. 안 닿는 곳도 안 보이는 곳도 다 예뻤을 거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하고만 섹스하려고 한참 동안 성욕을 참은 정아였으니까.
한 손가락은 쉬지 않고 정아의 몸 속을 드나들었다. 부드러운 허벅지에서 입술이 갈등했다. 계속 빨고 핥고 싶어서. 언제까지나 핥고 싶었지만 무릎과 종아리도 궁금했다. 무릎도 예민했고, 종아리도 부드러웠다. 포동포동하면서도 탱탱한 정아의 종아리... 그렇게 발등까지 내려갔다가 반대쪽으로 올라왔다.
페디큐어를 바른 정아의 발가락까지 빨고 싶었지만 발등에 키스할 때 정아가 나를 잡아당겨 끌어올렸다. 다시 정아의 그곳으로 돌아가 드디어 마른 목을 축였다. 정아의 그곳을 드나드는 손가락에 묻어나는 애액을 핥으며 정아의 작은 싹을 혀로 살살 괴롭힐 때, 내 애무에 온몸을 뒤틀던 정아가 드디어 나를 끌어당겼다.
- 오빠, 이제... 하아, 하아...
- 쪽~, 쪼옵~ 쪽~
- 지금? 응? 하아...
한참 동안 그곳을 후비고 쑤시던 손가락을 빼고, 조심스럽게 정아의 몸 속으로. 여자의 따뜻한 그곳, 얼마만인가... 드디어 정아와 한 몸이 되었다.
천천히, 그러나 한번에 깊숙이... 정아의 몸 안에 그 녀석을 끝까지 넣은 채 잠시 멈추고 느낌에 집중하다가 천천히 허리와 골반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아는 잘 느끼고 잘 신음했다. 그리고 잘 흐느꼈다. 남자가 좋아하는 걸 알고 있는 건지... 정아는 매달리듯 나를 끌어안았다. 안고 있으면서도 자꾸 나를 당겨 안았다.
- 후욱...
- 오빠... 하으응~....
- 예뻐, 정아야...
- 하아... 또 말해 줘요.
- 예쁜 우리 정아...
- 하아... 또.... 하아~...
- 정아, 참 예뻐. 쪽~
- 또... 하윽~...
- 정아, 예쁘읍...
또 말해 달라던 정아가 내 입을 막았다. 정아의 혀에서는 또 단 맛이 났다. 달디단 혀를 한참 빨다가 정아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입을 떼었다. 내 품에 안긴 정아는 예뻤다. 그 얼굴이 계속 보고 싶어서 키스도 참을 정도로. 정상위에서 다른 자세로 바꾸기 싫을 정도로. 정아를 보면서 움직였다. 깊게, 얕게, 세게, 살살, 빠르게, 느리게... 갑자기 정아가 나를 밀치며 몸을 일으켰다.
- 오빠, 내가...
결합이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몸을 돌려 누웠다. 정아는 내 위에서 서툴게 엉덩이를 돌렸다. 방아 찧듯 아래위로 들썩이고... 골반을 앞뒤로 움직이고... 돌리고... 덕분에 나는 숨을 좀 고를 수 있었지만, 정아는 계속 헐떡거리며 움직였다.
- 헉, 헉, 하아... 헉, 헉....
- 후우... 후우...
여자가 위에서 하면 자극적이고 좋은 느낌이지만, 나는 그 자세에서 사정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누워 정아의 움직임을 감상하며 느끼다가 다시 정아를 눕히고 내가 움직였다.
- 아앙~... 오빠...
- 후우... 헉... 헉...
- 하응... 하아... 아잉~... 하윽...
나를 끌어안고 신음하는 정아를 정신없이 박아댔다. 그리고 얼마 후 정아의 몸 속에 그대로 힘차게 내뿜어 버렸다. 자위로 허공이나 휴지에 뿌린 것 말고, 이름도 모르는 여자의 입 속에 사정한 것도 빼고, 여자의 몸 속에 사정한 건 거의 열 달만의, 진짜 오랜만의 일이었다.
정아의 몸 위에 축 늘어져 엎드린 채, 입이 닿는 대로 키스했다. 쪽, 쪽, 쪽... 정아는 내가 일어날 때까지 나를 꼭 안고 내 입술을 받았다. 쪼아대듯 살짝살짝... 입술이 정아의 볼에, 어깨에, 쇄골에... 닿을 때마다 내 몸의 일부를 품은 정아의 그곳이 움찔거렸고 나도 따라 움찔했다. 정아는 두 팔과 두 다리로 나를 옭아매듯 껴안고 매달렸다.
kbs1936 님, 뒤늦게 4부에 남기신 댓글 잘 읽었습니다. 남중, 남고, 기계과, 군대... 저랑 똑같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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