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태의 여자고시원 이야기 - 1부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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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시원 그리고 고시촌은 조용해지고
총 10개의 방에 8명의 고시생 중 2명만 남게 되었다.
보증금이 없이 달세만받다보니 중요한 시험이 끝나면 우루루 빠져나가고
다시 우루루 들어오는 시기가 있는 듯 했다.

2명의 고시생 중 1명은 나와 섹스를 한 그녀였다.
그 일 이후 아무일 없이 간혹 눈이 마주쳐도 우리가 과연 섹스를 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차갑고 남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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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대해 내가 아는 건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온 그녀는 서울대생은 아니다. 하지만 전 남자친구는 서울대생이었고, 같이 고시공부를 시작했던 거다. 원래는 고시에 그리 큰 뜻은 없었을 것이다. 그냥 남자친구를 서포트 하면서 고시공부를 했을꺼고, 일주일에 몇 번 왔다갔다 하며 남자친구의 욕정을 해소시켜줬을거다. 매마른 너무나 이기적인 성행위 하지만 누군가에겐 필요한… 나중에 타오르는 성욕으로 공부집중에 방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렇게 그녀는 고시원에서 살기 시작했고, 남자친구가 떠난 이후에도 딱히 갈피를 못잡고 있었다.

단지 집은 계속 고시공부를 하기를 원하고, 자기는 고시공부에 마음이 없다 말 못하고 따른 대안도 없고 다른 곳을 알아보기에도 귀찮고… 그런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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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중 1명은 방을 이동했다. 바로 8명 중 유일하게 1차 합격한 고시생의 방으로
이 방에 대한 경쟁은 치열했다. 그만큼 합격에 대한 욕구들이 컸을 것이고
일종에 자리세 혹은 권리금(?)을 준 그녀에게 방을 양보했고
다른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다. 나갈 때는 어디로 가는지 말하지 않기에 단 합격한 자는 기분이 좋아 자랑하기에 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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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채우기 시작했다. 10개 중 2개의 방을 제외한 8개의 방은 비어있다.
그 중 2개의 방은 늘 비워져 있었다. 하나는 연거푸 자살이 생겨났기에 비어두는 거고
다른 하나는 고시생들이 기피하는 방.

그런데 금방 자살방을 제외하고는 금방 들어찼다. 그만큼 여자고시원이 주변에 많지 않았고, 고시생이 아닌 직장으로 서울에 올라온 지방 사회초년생들과 학교 근처에 저렴한 방을 구하지 못한 대학생들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고모말로는 고시생이 아닌 분들은 몇달만 있다 금방 나갈꺼다고 했다. 유독 나가지 않는 방에 있는 사회초년생에게는 나갈 때 달세의 반을 따로 봉투에 넣어두었다 방 뺄때 주라고 했다. 그렇게 늘 해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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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는 전화통화는 가능하지만 거동이 많이 불편한 듯 했다.
그래서 예상보다 기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고모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된 것은 고모는 아빠의 배다른 여동생이었다.
할아버지가 잠시 군산으로 일하러 간 사이에 그곳에서
그러다보니 가족행사나 명절때 거의 오지 않고
단지 나만 많이 이뻐했던거다.

그런데 내 고시원생활이 길어지자 엄마도 불편해진 것이고,
할머니 역시 화가 나신 모양이다.
좋은 대학 보내놓은 손주를 어떤 억한 감정에 고시생 시다를 시키냐며 병원까지 찾아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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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우리집은 아빠의 지방 발령으로 인해 서울에 집을 팔았고
엄마가 판 돈의 일부를 미리 상속한다면서 줬지만
학교 근처에서 방하나 구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원이가 전에 남편이 직장 출퇴근하기 좋게 회사근처에 얻은 오피스텔을 사용하게 했지만
그래서 보증금 월세 걱정없이 그냥 관리비정도 내는 것이지만
사실 쉬운 것도 아니었다.

고모의 부탁이지만 거의 매달 100만원의 돈을 월급으로 붙혀줬다.
고모는 입원하기 전에도 매년 거의 3-500만원 정도의 돈을 보내주시곤 했다.
지금도 큰돈이지만 그때는 더 큰돈이었다.

“경태야, 고모가 사람 알아보고 있어. 그러니 조금만 기달려.”
“고모 아니에요. 고모 올때까지 제가 관리하고 있을께요.”
“미안해서 그렇지.”
“엄마한테는 제가 말 잘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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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쉽게 외로움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외로운 이유는 그리고 누군가 옆에 없는 이유는 자신 탓을 하게 된다.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기에…

고시촌의 남녀관계는 철저한 베네핏관계다.
너무나 사랑하는 사이라도 드라마가 발생하면 헤어진다.
서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만남인거지
이쁜 사랑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서로 사랑에 빠지지 않게 마음을 단단히 먹고,
차갑게 대하고 가급적 친해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다도 가끔씩 무너지기도 한다.
고시원에서 생리 찌든 냄새. 이는 마치 학교다닐 때 양호실에서 나는 냄새와도 흡사하기도 한
이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이들도 자극이 되고 뭔가 달래줄 것을 찾는 것 같았다.
다 참고 공부하다가도 누군가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면
에이 모르겠다 하고
잠시동안이라도 누군가에게 성노리개가 되도 좋아.
그렇게 해서 잠시 위안이 될 수 있다면
만약 그렇게 욕구를 풀어준 그가 합격해 나와 결혼해도 나쁘지 않아

그러기에 나는 그다지 찬스가 없었다.
아마 그런 이유에서 고시공부를 취미로 하는 사람도 생겨나는 건지도

그래도 나에게 기회가 오더라도 시험날 섹스같은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고시촌에서 섹스란 사치였다.

섹스는 너무나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시킨다.

이곳은 자위를 하면서도 공부를 한다고들 한다. 꼴려서 하는 것도 있지만 이 욕구가 커져 공부에 방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불을 끄는거다.

그런데 섹스는 이들에겐 너무 많은 사치인거다 남자 혹은 여자에게는
그래서 서로 자위를 해주며 위안해주는 ...정도

여자들은 어떻게 욕구를 충족시키나?
남자가 사정하고 만족해 하는 모습만으로 그들의 욕구는 해소가 되는걸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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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들어온 고시생들 중 3명 정도는 남자친구가 있는 듯 했다.
그 중 한명은 근처 고시생에서 같이 공부를 하는 듯.
매일 아침 그녀를 데릴러 왔다.

다른 하나는 아직 대학생인 듯 했고, 종종 찾아와 캔커피 정도를 마시고 돌아가는 듯 했다.

다른 하나는 회사원. 놀랍게도 공부할 수 있도록 월급의 일부를 주는 듯 했다. 이렇게 해서 여자친구가 검사나 판사가 되면 이 분은 회사를 그만둘 생각일까? 그런데 사법연수원에 가면 이 여자친구는 이 회사원친구를 계속 만날까? 냉정하게 차일 것이 뻔하다. 사람일은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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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섹스한 그녀는 고시촌에서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들었다. 아니 남자친구들이 정확한 표현일꺼다. 매번 찾아오는 남자들이 바뀌었다. 헤픈 것일까? 아니 헤프다고 보기도 애매하다. 그들이 사는 이곳은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고립된 사회니까.

하지만 나랑 섹스한 그녀가 이남자 저남자 만나고 다니는 것이 조금은 질투 아니 화가 날 때도 있었다. 언제 한번 이야기해야겠다 싶다가도 내가 얼마나 있을까? …

그러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나가보니 …

“너 왜이렇게 잘났어?”
“왜 이래 어서 가!”

남자친구와 실랑이 중인 그녀. 조금은 난처한 상황

“무슨 일이죠?” 하고 말하니
상황은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밖과는 다르게 여기는 모르는 사람과 말 섞는걸 싫어했다.
말이 괜히 길어질 수도 있고, 원치 않는 상황에 말릴 수도 있고

“너 다신 연락하지마!” 하고 사라졌다.

보통 이런 상황이 되면 ‘씨팔 너가뭔데 끼어들어!’ 소리 들을꺼같았지만
고마워하는 표정이었다.

“괜찮아요?”
하지만 대답없이 방에 들어가려고 했다.

나는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끌고 고모의 방으로 올라갔다.

고모의 방은 침대는 없었지만 방들과 거리가 있어 둘이 떠들어도 시끄럽다는 말을 들을 수 없는 방이었다.

아무말 없이 그녀는 방안으로 들어왔다.
이미 섹스도 한 사이.

나는 지난 몇 주의 욕망을 참고 있어서 그녀에게 해소하려고 했다.
어짜피 이렇게 한다해도 별 문제도 없고
그녀도 나랑 섹스한다고 크게 달라질 일도 없고
서로 쿨하게 모른척 생활할 수 있을거다는 걸 경험상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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