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 6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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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촌리 설화 65부
오늘은 1학기 종업식이다.
그래서 오전수업만 하고 비록 짧지만 일요일까지 끼어 5일간의 가을방학도 이어진다. 월사금을 내고 다니는 학교지만 논다는 것은 언제나 신이 나는 일이다.
성적표를 받아보니 나는 우리 반 64명중 2등, 지난 1학기 중간보다 한 단계가 더 올랐다. 이제 우리 반에서는 반장인 김정호를 빼면 학업성적으로는 모두가 내 뒤에 있는 셈이다.
영숙 누나는 내가 지난번 3등을 한 것도 칭찬해주면서 이런 말을 했었다.
“올림픽에는 금 은 동 세가지 메달이 있는데 금메달과 동메달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러니 니도 금메달을 따려고 더 노력을 해봐라. 아니, 언젠가는 니가 딸 기다.”
그렇다면 금메달과 은메달은 맨땅과 백두산의 차이쯤 될까. 백두산을 오른다는 것은 역시 힘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이미 동메달과 은메달은 따 보았으니 1등을 하기 위해서 좀 더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더욱 신나는 일은 오늘 이원주 선생의 초대를 받았다는 것이다.
어제 점심시간이 끝난 후에 나는 복도에서 그녀와 마주치지 못했다. 이미 내가 교실 안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후의 첫 시간이 끝나고 교실을 나서며 그녀는 나를 불러냈다.
“문영도, 나 좀 보자.”
스스럼 없이 하는 말에 교실의 누구도 이상한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너 내일 종업식 마치면 우리 집에 올 수 있겠니?”
화장실을 가려는지 몇 명의 아이들이 우리를 지나쳐 갔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작아 남들이 들을 수는 없었다.
“네.”
나도 작은 소리로 대답했지만 벌써 가슴은 세차게 뛰었다.
“그럼 1시 반쯤까지 오렴. 점심도 집에서 먹도록 하자.”
그녀는 그 말만 하고 교무실로 향했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이 그녀에게 절을 하는데 특히 작년에 그녀가 담임을 맡았던 올해의 4학년 여학생 몇 명은 그녀의 손까지 잡고는 뭐라고 재잘거린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빙긋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우리 반 학생 뿐 아니라 잠시 담임을 맡았던 4학년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하지만 우리학교들 텅틀어도 나만큼 그녀와 친밀한 학생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런 선생님과 빠구리까지 한 사이란 말야. 정말 누구한테라도 으스대고 싶은 기분이었다.
어제의 교실에서 그와 비슷한 사건이 또 하나 있었다.
교실에 들어서는데 먼저 와 있던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나를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운동장이나 교실에서 반 친구를 만나면 눈인사를 하거나 특히 친하다면 말도 몇 마디 나누게 된다. 하지만 교실 전체가 일제히 나만을 쳐다보는 것 같은 분위기가 이상했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 누구에게라도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내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바로 옆의 송관수가 나지막한 소리로 묻는다.
“니, 고행자하고 연애하나?”
이건 무슨 뚱딴지, 내가 되물었다.
“그기 무슨 말이고?”
“야, 우리 교실에 짜드라 그 소문이 다 퍼졌다 아이가.”
나는 픽! 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고행자 쪽을 돌아봤다. 행자 옆에도 두 여학생이 서서 뭐라고 소곤거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외면을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역시 나도 그렇겠지만, 깡촌의 촌놈들이 놀 것이 변변찮아 그런지 유독 연애라는 것에 흥미를 보이고 또 일부러 꾸며대기도 잘 한다.
학교 화장실에는 “6학년 홍상태와 문숙자가 빠구리했다.” 같은 낙서가 지워도 또 쓰여지고는 했다.
3학년 때 우리 반의 한 여자애는 역시 우리 반의 한 남자애와 연애를 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놀림을 받다가 찔찔 짜더니 며칠동안 학교를 결석까지 했다. 결국 그녀의 엄마가 학교를 찾아와 담임도 만나고 소문의 상대인 남자애를 야단치면서 마무리가 되었다.
5학년 초에도 역시 우리 반의 남녀 학생이 연애를 한다고 한동안 소문이 나돌았었다. 그런데 소문의 한쪽 주인공인 박성호라는 애가 워낙 볼품없는 녀석이라 별로 관심도 끌지 못했는데 나중에 드러난 것은 성호가 직접 헛소문을 퍼뜨린 것이 알려져 더욱 웃음꺼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행자와 내가 소문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그 근원지도 나는 알 것 같았다. 바로 전날 행자와 함께 집으로 가다 나 때문에 산길 어귀에서 갈라진 문경자와 홍미숙, 혹은 그중의 하나가 입을 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거나 침소봉대(針小棒大)라는 말처럼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며 더욱 소문이 확대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행자는 눈이 크고 코가 오뚝하며 흰 살결에 서울말을 쓰고, 또 가슴을 압박붕대로 가렸다 하나 어딘지 모르게 성숙한 티가 나 남자애들 중에 눈독을 들이고 치근대는 녀석들도 몇이 있었다. 질투심과 패배감으로 그 애들이 더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렸을 수도 있다.
물론 행자와 나는 빠구리를 한 사이다. 그것도 웬만한 어른들 못지않게 서로 자지 보지를 빨아주고 체위도 바꾸어 가며 질펀한 빠구리가 몇 차례나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런 소문이 났다는 것이 더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소문은 행자와 내가 소 한 마리를 훔쳤는데 남들이 “바늘 한 개 훔쳤다.”고 떠드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더구나 행자가 8살 때부터, 이제는 30명도 넘는 남자들과 빠구리를 해왔다는 것을 털어 놓아도 믿지 못할 것이다.
또 내가 읍내의 그 유명한 ‘7공주파’의 모두와, 환갑이 넘었지만 금촌리 최고의 미인인 송윤초, 그보다는 우리들의 담임인 이원주 선생과도 빠구리를 했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따위 소문에는 오히려 느긋한 기분이었다.
“야, 고행자!”
오전 수업이 끝나고 담임 선생이 나가자 모두 도시락을 꺼내고 있는 중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교실 안의 모든 눈동자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니, 내캉 연애했나?”
그리고 여유 있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자애들은, 특히 이 소문의 진원지인 경자와 미숙은 황급히 얼굴을 돌렸다. 대신 행자의 반응을 고대하듯 눈길이 그쪽으로 모여졌다.
“뭐라구 ······ ?”
반문하면서 그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위를 한번 들러보더니 나보다 한 술 더 뜨는 배짱을 보였다.
“체, ······ 나는 너 같은 애 전혀 관심 없어. 그러니 너도 신경 꺼!”
잠시 물을 끼얹은 듯 교실 안이 조용했다가 조금씩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씩 웃으며 교실 안을 여유있는 표정으로 둘러보고 다시 행자 쪽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그녀도 태연한 표정으로 웃음을 띠고 있었다.
소문이 다시 부풀어 오를지, 그냥 사그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녀와 나에게는 별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수업이 다 끝났을 때는 정오가 채 안되었다. 이원주 선생을 만나기까지는 아직 1시간 반 이상 남아있다. 집에 들렸다가 다시 나오는 것도 번거로운 것 같아 학교에 남아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마침 운동장에서는 6학년을 주축으로 5학년도 몇 명 끼어 축구팀을 짜는 중이었다. 나도 끼어들었다.
학교 운동장의 축구는 전 후반 20분에 중간 10분 휴식의 규정으로 진행된다. 후반전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이원주 선생이 다른 선생 두명과 함께 퇴근하는 것이 보였다. 우리편중 유일하게 시계를 차고 있는 6학년에게 시간을 물었더니 “1시 5분전.”이라고 한다. 아직 30분 이상이 남았다.
그녀와 조금 있으면 만난다는 생각이 심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나는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우리편은 1대 2로 졌다. 나는 두 사람 분의 빵 값을 냈지만 빵과 우유는 먹지 않았다. 그녀가 점심도 준비한다고 했는데 배가 좀 고프기는 하지만 그때까지 비워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빵 값을 물게 된 우리 편의 요구로 한판을 더 하게 되었지만 나는 빠졌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잠시 구경하다가 이깟 어린애들의 축구보다는 훨씬 뜨겁고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질 것이 틀림없는 본 무대로 발길을 옮겼다.
“어서 온! 배고팠지?”
그녀는 앞치마까지 차려 입은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아주었다. 거의 정장을 즐겨 입는 학교에서의 모습과 또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식탁에는 이미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우리 집에서도 명절이나 아버지 생일 같은 날에 가끔 먹는 잡채와 약간 선홍색을 띈 생선이 한 접시, 그리고 김치 멸치볶음 시금치나물 등 밑반찬이 보인다. 그러나 주 메뉴인 밥과 국은 아직 없다.
우리 집은 지금도 밥이나 국을 거의 나무를 때서 한다. 여름철 같은 때는 석유곤로를 쓰기도 한다.
그런데 잘 사는 집들은 취사에 프로판 가스라는 것을 썼다. 버너에 성냥불을 붙이면 파란 불꽃이 나오는 것이 신기한데 화력도 좋아 밥이나 국이 장작불에서보다 훨씬 빨리 된다고 한다.
꼽추할매나 황달자, 최나영의 집에서 그런 것을 보았는데 이원주 선생 역시 가스버너를 쓰고 있었다.
그곳에서 조리가 끝 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더운 밥과 국이 식탁에 놓였다.
“자, 빨리 먹자. 시간이 벌써 2시가 다 되어가는구나. 배 많이 고팠지?”
“아이라예. 잘 묵겠습니다.”
나도 그녀와 같이 숟갈을 들었다. 차려진 음식을 보면 일단 성찬이었다. “원래 음식을 잘못하고, 만들기도 싫어한다.”는 그녀가 순전히 나를 위해서 앞치마까지 차려입고 이렇게 식탁 가득히 음식을 장만했다는 것은 첫술을 뜨기 전에 이미 감격할 만한 일이었다. 먼저 국을 한 숟갈 뜨려는데 그녀가 말했다.
“아 참, 국에는 이걸 좀 쳐야 더 맛이 나. 산초가루를 ······ ”
조그만 접시에 담겨있는, 후추가루와 비슷해 보이지만 좀 밤색이 나는 가루를 내 국에 조금 뿌려주더니 자신의 국에도 그렇게 했다.
국은 우리 집에서도 자주 먹는 씨레기국과 색깔이 비슷했지만 좀 더 걸쭉해 보였다. 한 숟갈 떠 넣어보니 구수하면서도 아까 뿌린 산초가루의 맛인지 약간 자극적인 향취가 난다. 어떻든 나로서는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다.
"맛이 어때?"
그녀가 물었을 때 나는 아차! 하는 기분이었다. 앞치마까지 차려입고 손수 해준 음식인데 묻기 전에 내가 먼저 "맛있다."고 치하하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았다.
"디기 맛 있심더. 그런데 이게 뭐라 카는 음식이라예?"
"응, 추어탕이야."
"추어탕 ······ ?"
그 이름도 처음 듣는 것이라 나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미꾸라지를 넣고 끓인 거지. 미꾸라지를 한문으로는 추어라고 하거든."
"아, 미꾸리! ······ 그런데 미꾸리는 어디에 ······ ?"
나는 국을 한번 더 휘저어 봤지만 미꾸라지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아, 이건 전라도식 요리법인데 미꾸라지를 푹 고아서 다시 체에 바쳐가지고 살코기만 넣는 것이란다."
미꾸라지가 안 보인다는 것은 이해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내가 먹어봤던 미꾸라지탕과 비교가 된다.
아버지가 천렵을 좋아해서 그런 날에는 우리 집 밥상에 매운탕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붕어나 메기 같은 것이 많이 잡히면 그것만으로 붕어매운탕, 메기매운탕이 되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가 조금씩 잡히면 한꺼번에 끓여 민물고기잡탕이 된다.
그 매운탕은 메기, 가물치, 붕어, 미꾸라지나 뱀장어를 비롯해 모래무지, 송사리까지 끼어있는 경우도 있다. 그 생선들을 하나씩 발라먹는 재미도 있지만 고춧가루와 파 마늘을 듬뿍 넣어 빨간 국물에 밀가루룰 풀거나 수제비를 해서 먹는 것도 별미다.
그에 비하면 솔직히 말해서 그녀가 직접 끓여준 추어탕은 좀 구수하지만 씹는 맛도 없어 내 입맛에는 별로였다. 그런데도 일종의 자화자찬처럼 그녀의 추어탕에 대한 자랑이 이어진다.
"우리 어머니가 원래 음식솜씨가 좋다고 소문이 났지만 그중에도 이 추어탕이 전문이야. 집에 오신 손님들도 이 맛을 보고는 "너무 맛있다. 이 솜씨로 식당을 하시면 떼돈을 벌겠다."고까지 말하지. 어제 저녁에 어머니한테 전화를 해서 그 조리법을 다시 자세히 들었는데 내가 먹어봐도 어쩐지 어머니의 손맛만은 못한 것 같아."
음식맛이야 어떻든 그 말은 또 하나 감격이었다.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음식을 만든 것 말고도 시외전화까지 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정성을 들인 음식인 것이다.
"아, 이것도 역시 전라도의 별미지. 이렇게 초고추장을 찍어서 ······ "
그녀는 먼저 시범을 보이듯 잡채 접시 옆에 있는 약간 선홍색의 생선을 한 점 집어 초고추장을 찍어 입에 넣었다. 나도 그 동작을 따라했다.
"으왝!"
분명히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녀 앞만 아니었다면 나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음식을 뱉었을 것이다. 그러나 뱉지 않았음은 물론 소리도 지르지 않았다. 예의 때문이지만 나는 정말 놀랐다. 그리고 구역질이 나려했다.
그 생선은 요강, 아니 밭에 거름을 줄 때 쓰는 똥장군에 오래 담그었다가 꺼낸 것처럼 지린내가 입안에 진동했다. 그 음식을 뱉지도 않고 소리도 안 질렀지만 나의 찡그린 표정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왜, 맛이 너무 진하니?"
그녀가 웃는 얼굴로 묻는 것이 나를 놀리거나 비웃는 것 같기도 했다.
"이기 뭐라예?"
나는 음식을 한번 씹지도 못하고 입에 넣은 채 물었다.
"응, 홍어를 삭힌 거야."
경상북도 내륙지방에서 살아온 나는 홍어라는 것을 그전에 먹어 보기는커녕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홍어가 뭐라예?"
"홍어를 아직 못봤니? 납작하고 마름모꼴로 생긴 생선인데 상어처럼 뼈가 모두 연골로 되어 그냥 먹을 수 있지. 전라도에서는 특히 "홍어 빠진 잔치는 잔치도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결혼잔치나 초상집에서는 꼭 끼어야 할만큼 즐겨먹는 음식이란다."
잔치집에서 이렇게 지린내 나는 음식을 내놓다니, ······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물고만 있을 수 없어 씹었더니 지린내 뿐 아니라 혀끝을 톡 쏘고 입안 전체가 얼얼하다. 두어번 씹고 그냥 꿀꺽 삼켜버렸다.
"그런데 맛이 와 이래요?"
"아, 그건 홍어를 소금을 뿌리고 짚을 덮어 항아리에서 삭혔기 때문이야. 그게 바로 홍어의 묘미지.“
삭히다니, ······ 항아리에 넣고 짚을 덮으면 당연히 고기가 썩을 것 아닌가. 그러고보니 이 고약한 냄새도 바로 썩어서 나는 냄새다.
“와 생선을 썩혀가 먹습니꺼?”
“호 호 호, ······ 그건 썩힌게 아니라 삭힌 것, 김치나 된장처럼 발효를 시킨 거야. 그래서 독특한 향미가 나고 몸에도 좋다고 하지. 우리 조상들은 세계에서도 제일이라고 할 만큼 각종 발효음식을 만들어 왔단다. 김치나 된장도 그렇지만 각종 장아찌와 젓갈들이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제각기 독특한 맛을 내지. 삭힌 홍어도 전라도에서는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를 함께 싸서 먹는데 그걸 삼합이라고 해서 최고의 음식으로 친단다. 내가 서울에서 근무할 때 그 삼합을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어 가끔 먹었는데 나도 점점 그 맛이 좋아지더라. 그런데 읍내에 가보니 여기도 그 홍어를 파는 집이 있는 거야. 그래서 너한테도 그 별미를 맛보여 주려고 ······ "
그녀의 말을 들으면 그 정성에 나는 또 한번 감격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다시 그 홍어를 집어먹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입맛을 다시며 다시 홍어를 먹으며 계속 고향 자랑이다.
"전라도는 평야가 많은 우리나라의 곡창지대라 예로부터 부자도 많고 그래서 서화나 가무 같은 풍류도 다른 지방보다 발전했고 음식도 풍성하지. 그런 점에서 경상도는 좀 삭막하기도 해."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인사치례로 한점을 더 입에 넣었다. 이제는 얼굴을 찡그리지도 않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풍류를 즐기는 부자들이 왜 이렇게 지린내 나는 음식을 먹는지는.
그러나 나는 이해하려고 했다.
이것은 경상도와 전라도 간에 일어난 일종의 문화적 충돌이다. 또 이원주 선생과 나 사이도 나이나 견문의 차이 때문에 간격이 생겨 그럴지 모른다. 나도 더 나이가 먹고 견문이 넓어지면 그녀가 맛있다는 전라도식 추어탕이나 삭힌 홍어를 나 역시 맛있게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돈을 벌게 되면 탕수육이나 비프스테이크, 그보다 더 비싼 음식도 맛볼 생각이지만 전라도식 추어탕이나 삭힌 홍어의 맛도 제대로 느껴봐야겠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니까.
문화적 충돌이 약간 있었다 해도 배는 불렀다. 나에게 따로 코코아를 타 준다는데 나는 그녀와 같은 커피를 달라고 했다. 내가 열렬히 사랑하고 또 빠구리까지 하는 사이에 자꾸 어린애 취급받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다.
차도 다 마셨고 함께 식탁의 그릇들을 치웠지만 설거지는 그녀가 하겠다고 우겼다. 나는 화장실에 가려고 미리 준비해 온 칫솔을 가방에서 꺼냈다. 그런데 뒤돌아 본 그녀가 말했다.
"영도야, 네 칫솔은 마련해 놨어. 화장실에 아직 포장을 안 뜯은 게 있을 거야. 아 참, 더운 물도 나오니 아주 목욕을 하렴."
그녀가 오라고 한 시간을 맞추느라 축구도 한판을 뛰어 사실 몸에는 땀이 말라붙어 있었다. 서둘러 대충 몸을 닦고 나왔더니 그녀는 이미 설거지를 마쳤다.
“방에 들어가 있으렴. 나도 곧 닦고 갈게.”
잠시 후 그녀는 머리가 젖어있는 채 가운차림으로 들어섰다. 문득 박금순이 생각났다. 그녀는 숫처녀로서 나와 처음 빠구리할 때는 물론, 그 뒤에도 약속을 하고 만나면 언제나 가운차림이었고 그것을 벗으면 곧 알몸이 드러났다.
이원주 선생도 브래지어나 팬티를 걸치지 않은 맨몸일까? 조금 뒤면 밝혀지겠지만 우선 그것이 궁금했다.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가 그녀가 들어오는 서슬에 엉거주춤 일어서니 다가와 우선 나를 부여안고 입술을 덮는다. 마주서니 그녀의 키가 더 커 나는 고개를 젖히고 그 입술을 받아야 했다.
달콤한 침에는 향긋한 치약냄새도 섞여 있다. 한동안 혀가 서로 엉키면서 그녀는 나를 밀어 침대에 눕게 했다. 이어서 다소 뚱뚱한 그 몸이 나를 완전히 덮었다. 하지만 그녀의 무릎이나 팔꿈치가 적당히 체중을 배분해 그리 무겁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녀의 젖통은 뭉클하는 감촉이 느껴질만큼 내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두 번 째 이 집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우리는 차 한잔도 마시기 전에 키스부터 했다.
“영도야, ······너 오늘 ······ 괜찮겠니?”
그녀는 머뭇거리며 어색하게 묻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가와 앉아있는 내 얼굴을 덮고 혀를 집어넣은 채 “으흥! 으흥!” 하며 우는 소리를 냈다. 격정적이면서도 마치 심한 갈증 속에 물을 찾는 것처럼 안달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오늘의 그녀는 그런 소리는 내지 않았다. 세 번 째 만남의 빠구리는 특별한 절차가 필요없이 이미 예정된 것이라 이제 여유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열이 오른 뜨거운 몸이 서로를 요구하는 욕정은 다급했다. 열정적인 키스를 하면서도 그녀의 한 손은 내 윗옷의 단추를 풀려 했다.
진작 옷을 벗고 있을 걸, 하는 생각을 하며 몸을 떼고 재빨리 알몸이 되고 이제 내가 그녀의 가운을 벗겼다. 과연 그 속은 브래지어도 팬티도 없어 한꺼풀이 벗어지는 것만으로 그녀는 바로 알몸이 되었다.
수북한 보지털도 머릿결처럼 아직 축축했다. 젖꼭지를 물고 한손으로 그곳을 탐색하자 안에서 물기가 솟아나고 있다.
“오늘은 내가 위로 갈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그녀는 나를 눕히고 걸터앉았다. 그리고 이미 벌떡 서있는 자지를 끼우려다가 멈칫하고 자지 쪽을 보던 시선이 주위를 둘러본다.
“아직 너무 환하지? 아이, 어쩐지 창피해!”
얼굴까지 좀 붉히는 것 같다. 음탕기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넘쳐나면서도 또 이렇게 부끄럼을 타는 것을 보면 참 이원주라는 여인은 복잡하고 미묘한 동물이다. 그래도 자지는 곧바로 보지 속에 자리를 잡았다.
“아아, 이렇게 꽉 차!”
잠시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지만 살이 섞인 그곳은 이미 꿈틀거리고 옴찔거린다. 인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음 순서를 재촉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그녀는 몸을 움직였다. 앞으로 뒤로, 또 좌우로 엉덩이를 움직이면서 자기 몸속에 든 기둥을 뽑아내려는 듯 유린하고 있다. 하지만 내 쪽에서는 가만히 누워있으면서도 그녀의 보지 속을 휘젖고 있는 느낌이다.
마침내 말타는 자세로 방아질을 시작하자 풍만한 젖통이 엉덩이의 움직임보다 더 세게 위 아래로 출렁인다.
“하아! ······ 하아! ······ ”
그녀의 신음이 점점 커지는 중에 나는 몸을 조금 일으켜 내 시야를 어지럽히는 젖통을 두손으로 잡아 고정시켰다. 주무르다 보니 성이 차지 않아 아예 일어나 앉아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그녀는 내 등을 껴안고 다리를 뻗은 채 엉덩이를 움직인다. 나는 두 손을 그녀의 엉덩이에 대고 그 움직임을 도왔다.
“하악! ······ 하악! ······ 학! ······ 학! ······ ”
한껏 엉덩이의 놀림이 빨라지며 신음도 격정적이더니 결국 울음소리가 터졌다.
“아아! ······ 아앙! ······ 아앙! ······ 앙! ······ 앙! ······ 으으! ······ 으응! ······ 응! ······ 응! ······ ”
울음소리가 조금씩 진정되면서 그녀는 방아질을 멈추었지만 계속 엉덩이를 부벼대고 있다. 울컥 그녀가 뿜어 낸 물기가 마찰하는 서로의 두덩에 약간 질퍽거리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아! ······ 하아! ······ ”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가쁜 숨을 내쉬던 그녀는 내 입술을 덮었다. 혀가 서로 엉키는 중에도 그녀의 가슴은 빠르게 움직여 젖통이 내 몸을 계속 주물러 주는 듯했다.
“아아, 영도야! 나 벌써 갔다 왔어!”
두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 눈동자가 좀 풀어진 것 같은 표정으로 그녀가 속삭였다.
“어디를요?”
“저어기 ······ 그래, 그냥 저기 ······ 나도 거기가 어딘지는 확실히 몰라. 하지만 너무 황홀하고 신비스러워! 더구나 오늘은 내 힘으로 갔어! ······ 아, 물론 네가 도와주어서지만 ······ 어째서 너만 만나면 ······ 아아, 너무해! ······ 그래도 다시 가고 싶어. 너 아직 안 끝났지? 한번 더 데려다 줄래?”
풀어진 눈동자처럼 그녀의 속삭이는 말도 두서가 좀 없기는 했다. 그래도 나는 그 말을 다 알아들었다.
“이제는 내가 엎드릴까?”
동의를 구하는 것 같지만 내가 미처 대답을 하기 전에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가 무릎을 세워 자세를 제대로 갖춘 채 나를 재촉하고 있다. 얼굴이 안보여 그녀가 지금 부끄럼은 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음탕기는 여전히 충만해 있다.
자지를 꼽자 보지는 조금씩 옴찔거렸다.
방아질이 시작되자 그녀의 신음이 점점 가빠지더니 끝내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덥석 엎드리는 바람에 자지가 빠져 버렸다.
잠시 틈을 든 뒤 그녀를 바로 눕게 했다.
여전히 젖통은 빠르게 오르내리는데 눈을 감은 채 한팔로 눈을 가리고는 다른 움직임이 없다.
“새임, 괜찮아예?”
나는 질퍽해진 그녀의 보지 주변을 타올로 닦아주면서 조용히 물었다.
“으응? ······ 괜찮기는 ······ 너무 좋았어! ······ 하지만 그래서 맥이 다 빠진 것 같아. ······ 어머나!”
정말 맥이 빠진 듯 힘없는 소리로 중얼거리던 그녀가 눈을 가렸던 손으로 내 몸을 더듬다 자지에 손이 닿자 비명을 지른다.
“너, 너는 ······ 아직도 안 끝난 거지? 그래도 조금은 쉬었다가 ······ ”
물론 나는 그녀의 말을 따라야 했다. 옆으로 몸을 누이고 그녀의 젖통을 잠시 부드럽게 주무르다 아랫배를 거쳐 보지에 잠간 머물렀던 손바닥으로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아니야! 내 생각만 했나봐. 이게 아직 몸을 못 풀었는데, ······ 남자는 이런 상태로 있는 게 힘들지? ······ 그래, 마저 끝내자. 나도 갈 데까지 가 볼 거야.”
우리는 다시 한몸이 되었다.
그녀의 두 다리는 다른 때 처럼 내 허리를 휘감지 않고 좀 느슨하게 벌리기만 한 상태였다. 그러나 자지를 꼽으려 하자 무릎을 세워주고 나를 힘주어 껴안았다.
방아질이 시작되고 움직임이 빨라지자 어느새 그녀의 두다리는 내 허리를 결박하고 엉덩이고 움직이며 박자를 맞추어 주었다. 그리고 신음이 가빠지다가 끝내 울음소리로 이어질 때 나는 사정했다.
한동안 서로의 가쁜 숨을 진정하고 몸을 떼자 그녀는 더욱 맥이 빠진 듯 축 늘어져 있는데 정액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내가 타올을 대자 그녀는 벌떡 일어나 타올을 뺏더니 내 몸을 먼저 닦아주었다. 그전처럼 자지와 불알을 꼼꼼히 닦고 나서는 아직 전혀 움츠러들지 않은 귀두에 쪽 소리가 나게 입까지 맞추어 주었다.
우리는 다시 나란히 누었다. 그제야 자지도 할 일을 다했다는 듯 쪼그라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등에서부터 엉덩이까지를 부드럽게 쓸어주는 동안 그녀는 한손을 내 가슴에 언고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부벼댔다.
“영도야!”
정겹게 부르는 소리가 조금은 낯설게 들리는 것을 보니 내가 잠간 잠이 들었었나 보다. 그녀는 한손으로 자지를 움켜잡고 있었는데 어느 새 그것은 발딱 서있었다.
“네가 특별한 거니? 내가 알았던 다른 남자가 특별한 거니?”
“뭐가예?”
나는 그녀의 질문을 바로 이해할 수가 없어 되물었다.
“나는 사실, ······ 너도 그 전에 만났던 채병욱이라는 검사자식, ······ 그 사람하고 섹스도 했어. 꽤 오랫동안 ······ 내 첫남자였지. 그리고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유일한 경험이었고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다르지?”
그녀는 움켜 쥔 자지를 힘주어 누르고는 말을 이었다.
“미영이 말처럼 네 것이 크기도 하고 오래 끄는 것도 확실하지만 네가 특별한지, 그 사람이 특별히 작고 조루증이 심했던 건지 ...... 나는 아직도 그 의문에 제대로 답을 찾을 수가 없어.”
“그기사 ······ ”
말을 하려다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났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말을 그대로 해도 될까 하는 생각에 잠시 머뭇거리다 그냥 말을 내뱉었다.
“새임이 또 다른 남자를 경험해 보시마 확실히 비교가 되겠지예. 저도 남과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니까요.”
“뭐라구 ······ ?”
그녀는 눈을 치뜨고 나를 노려보다 옆구리를 꼬집었다. 그러나 별로 아프지는 않았다.
“못됐어! 우리가 이렇게 맞붙어 있으면서 이 사이에 또 다른 남자를 끌어드리라는 거야? 내가 그렇게 헤픈 여자로 보여?”
“아, 아입니더. 꼭 그런 뜻은 아니고 ······ 새임이 기분나쁘셨다면 죄송합니더.”
그녀가 좀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해 나는 서둘러 불을 껐다.
“그런데 너는 언제부터 이게 이렇게 컸니?”
“작년, 그러니 4학년 올라오면서 갑자기 커졌어예.”
“그래? ······ 내가 알기로는 남자나 여자나 열두어살 무렵에 2차 성징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너는 그렇게 빨리 ······ 이렇게 음모까지 나고 ······ ?”
나는 그전에 이미영 선생한테 들려줬던 것처럼 첫돌도 되기 전에 개한테 자지를 물리고 그 후에도 곪고 딱쟁이가 벗겨져 피가 나는 것이 반복되었던 사연을 간략히 털어놓았다.
“어쩜 ······ !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 지금도 어디 아프지는 않고 ······ ?”
“네. 하지만 그래 자지나 고환이 자꾸 자극을 받으면서 성조숙증이 생겼는지도 모르죠.”
이미영 선생한테 말할 때는 안한 것이지만 고행자에게 들어 새롭게 안 지식을 덧붙였다.
“성조숙증? ······ 아, 내가 서울에서 4학년 담임을 할 때도 우리 반에 그런 여자애가 있었어. 그때 벌써 음모가 나고 유방도 몽오리가 생겨서 ······ 그 애는 대학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았는데 너는 괜찮겠니?”
“남자는 여자하고는 다르다 카데요. 부작용도 별로 없고, ······ 또 이런 시골에서는 치료도 못한다면서요?”
“그렇겠지. 언제고 서울에서 진단을, ······ 기회가 되면 내가 데려가서 진단을 받도록 하자.”
“아직은 괘않아예. 그라고 내가 그래서 지금 새임하고도 이래 할 수 있는 거 아입니까? 저는 그기 더 고맙고 행복합니더.”
“하기야 나도 너한테 너무 많은 것을, ······ 아, 내가 다른 남자를 시험해볼 필요도 없구나! 미영이가 나한테 그런 말을 했거든. 자기 남편보다 네 페니스가 더 크고 오래 끈다고 ······ 그러니까 네가 특별한 거야.”
그녀의 한가지 의문은 풀렸다. 그런데 불쑥 이미영 선생이 등장하면서 그녀는 또 새로운 의문이 떠올랐나보다.
“그래서 미영이도 네 것을 보고 먼저 유혹한거지? ······ 그리고 남편보다 더 크고 오래 끄는 것에 눈이 뒤집혀서 몇 번씩이나 ······ 그래, 너도 좋았지.”
제기랄, 그녀의 질투심이 또 발동하는 것 같다. 이미영 선생이 바로 그녀와 나를 맺게 해 준 매개체가 된 셈인데 그래도 자기보다 먼저 나를 거쳐간 그녀가 마음에 걸리나보다.
“새임 여기가 ······ ”
이제는 좀 꺼끌꺼끌해진 그녀의 보지털을 손바닥으로 덮으며 나는 말을 이었다.
“새임 보지가 훨씬 빡빡하게 조여주고 또 뜨거워요.”
“뭐라구 ······ ?”
그녀가 또 눈을 치껴 뜨고 큰소리를 내는 바람에 또 그녀가 화를 냈나 하고 움찔했다.
“그 말 다시 해봐!”
잠시 머뭇거렸지만 그녀의 재촉에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새임 보지가 더 빡빡하고 뜨겁다고요.”
“아아, 고맙다! 영도야!”
그녀는 나를 힘주어 껴안고 얼굴을 부비며 다시 물었다.
“또 미영이하고 내가 다른 점은 ······ ?”
마음이 놓이면서 다시 보지털을 쓰다듬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쨔가 ······ 새임캉은 다르게 이미영 선생님은 터레기가 없어예.”
“그래? ······ 아아, 그래서 그렇구나! 나는 아직 발육이 덜 되어 그런 줄 알았는데 ······ ”
“새임도 이미영 선생님 이쨔를 봤어예?”
나는 또 그녀의 보지를 누르며 물었다.
“그 애가 고1 때 잠간 ······ 그때도 민둥산이었어. 나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음모가 났는데 ······ 미영이는 무모증이었어.”
시간은 넉넉했고 우리는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두 번을 더 어울렸다.
저녁을 먹고 가라고 했지만 그녀가 너무 지쳐있는 것 같아 나는 집에서 먹겠다고 우기고 그냥 나왔다.
아, 그 전에 함께 나누었던 대화가 있다. 두 번 째 빠구리를 마쳤을 때다.
그녀는 가운만 걸친 채 커피 두잔을 타 와 우리는 침대에 마주 앉은 채 그것을 마셨다. 커피를 마시며 격정의 순간들도 좀 진정이 되는지 그녀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영도야, 너만 만나면 이렇게 온 몸이 불타오르고 황홀해지지만 그럴수록 혼자 있으면 이래서는 안 되지 하는 자책과 후회가 밀려온단다. 아, 그래도 지금 심정으로는 너를 포기하거나 단념할 수도 없고, ······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인데, ······ 우리 이렇게 자주는 안되고, ······ 그러니 한 달에 한 번씩만 만나기로 하자. 응?”
나는 좀 당황했다. 지금도 열기가 이렇게 맥박치는데 한달을 기다려야 하다니 ······ 말을 하는 그녀의 표정도 좀 슬퍼보였다.
“저는 괘않아예. 그라고 한 달은 너무 깁니더.”
“아니야, 너도 공부를 하는 학생인데 ······ 참, 이번에 석차도 하나 올랐지? 그러니 더 열심히 해야지. 한달이면 나는 처음 열흘은 너와 만났던 추억을 되새기고, 다시 열흘은 너를 만난다는 기대감에 차 있고, 나머지 열흘은 너와 열광했던 기억만으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그리움을 늘 갖고 사는 것도 인생의 아름다움이란다.”
꼭 잘 지켜질지는 모르지만 나는 꼽추할매와 고행자에 더불어 또 하나 한달에 한번 붓는 월부계약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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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성원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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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의 문> 바뀐 주소를 아시는 분은 쪽지로라도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1학기 종업식이다.
그래서 오전수업만 하고 비록 짧지만 일요일까지 끼어 5일간의 가을방학도 이어진다. 월사금을 내고 다니는 학교지만 논다는 것은 언제나 신이 나는 일이다.
성적표를 받아보니 나는 우리 반 64명중 2등, 지난 1학기 중간보다 한 단계가 더 올랐다. 이제 우리 반에서는 반장인 김정호를 빼면 학업성적으로는 모두가 내 뒤에 있는 셈이다.
영숙 누나는 내가 지난번 3등을 한 것도 칭찬해주면서 이런 말을 했었다.
“올림픽에는 금 은 동 세가지 메달이 있는데 금메달과 동메달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러니 니도 금메달을 따려고 더 노력을 해봐라. 아니, 언젠가는 니가 딸 기다.”
그렇다면 금메달과 은메달은 맨땅과 백두산의 차이쯤 될까. 백두산을 오른다는 것은 역시 힘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이미 동메달과 은메달은 따 보았으니 1등을 하기 위해서 좀 더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더욱 신나는 일은 오늘 이원주 선생의 초대를 받았다는 것이다.
어제 점심시간이 끝난 후에 나는 복도에서 그녀와 마주치지 못했다. 이미 내가 교실 안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후의 첫 시간이 끝나고 교실을 나서며 그녀는 나를 불러냈다.
“문영도, 나 좀 보자.”
스스럼 없이 하는 말에 교실의 누구도 이상한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너 내일 종업식 마치면 우리 집에 올 수 있겠니?”
화장실을 가려는지 몇 명의 아이들이 우리를 지나쳐 갔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작아 남들이 들을 수는 없었다.
“네.”
나도 작은 소리로 대답했지만 벌써 가슴은 세차게 뛰었다.
“그럼 1시 반쯤까지 오렴. 점심도 집에서 먹도록 하자.”
그녀는 그 말만 하고 교무실로 향했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이 그녀에게 절을 하는데 특히 작년에 그녀가 담임을 맡았던 올해의 4학년 여학생 몇 명은 그녀의 손까지 잡고는 뭐라고 재잘거린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빙긋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우리 반 학생 뿐 아니라 잠시 담임을 맡았던 4학년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하지만 우리학교들 텅틀어도 나만큼 그녀와 친밀한 학생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런 선생님과 빠구리까지 한 사이란 말야. 정말 누구한테라도 으스대고 싶은 기분이었다.
어제의 교실에서 그와 비슷한 사건이 또 하나 있었다.
교실에 들어서는데 먼저 와 있던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나를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운동장이나 교실에서 반 친구를 만나면 눈인사를 하거나 특히 친하다면 말도 몇 마디 나누게 된다. 하지만 교실 전체가 일제히 나만을 쳐다보는 것 같은 분위기가 이상했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 누구에게라도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내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바로 옆의 송관수가 나지막한 소리로 묻는다.
“니, 고행자하고 연애하나?”
이건 무슨 뚱딴지, 내가 되물었다.
“그기 무슨 말이고?”
“야, 우리 교실에 짜드라 그 소문이 다 퍼졌다 아이가.”
나는 픽! 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고행자 쪽을 돌아봤다. 행자 옆에도 두 여학생이 서서 뭐라고 소곤거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외면을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역시 나도 그렇겠지만, 깡촌의 촌놈들이 놀 것이 변변찮아 그런지 유독 연애라는 것에 흥미를 보이고 또 일부러 꾸며대기도 잘 한다.
학교 화장실에는 “6학년 홍상태와 문숙자가 빠구리했다.” 같은 낙서가 지워도 또 쓰여지고는 했다.
3학년 때 우리 반의 한 여자애는 역시 우리 반의 한 남자애와 연애를 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놀림을 받다가 찔찔 짜더니 며칠동안 학교를 결석까지 했다. 결국 그녀의 엄마가 학교를 찾아와 담임도 만나고 소문의 상대인 남자애를 야단치면서 마무리가 되었다.
5학년 초에도 역시 우리 반의 남녀 학생이 연애를 한다고 한동안 소문이 나돌았었다. 그런데 소문의 한쪽 주인공인 박성호라는 애가 워낙 볼품없는 녀석이라 별로 관심도 끌지 못했는데 나중에 드러난 것은 성호가 직접 헛소문을 퍼뜨린 것이 알려져 더욱 웃음꺼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행자와 내가 소문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그 근원지도 나는 알 것 같았다. 바로 전날 행자와 함께 집으로 가다 나 때문에 산길 어귀에서 갈라진 문경자와 홍미숙, 혹은 그중의 하나가 입을 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거나 침소봉대(針小棒大)라는 말처럼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며 더욱 소문이 확대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행자는 눈이 크고 코가 오뚝하며 흰 살결에 서울말을 쓰고, 또 가슴을 압박붕대로 가렸다 하나 어딘지 모르게 성숙한 티가 나 남자애들 중에 눈독을 들이고 치근대는 녀석들도 몇이 있었다. 질투심과 패배감으로 그 애들이 더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렸을 수도 있다.
물론 행자와 나는 빠구리를 한 사이다. 그것도 웬만한 어른들 못지않게 서로 자지 보지를 빨아주고 체위도 바꾸어 가며 질펀한 빠구리가 몇 차례나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런 소문이 났다는 것이 더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소문은 행자와 내가 소 한 마리를 훔쳤는데 남들이 “바늘 한 개 훔쳤다.”고 떠드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더구나 행자가 8살 때부터, 이제는 30명도 넘는 남자들과 빠구리를 해왔다는 것을 털어 놓아도 믿지 못할 것이다.
또 내가 읍내의 그 유명한 ‘7공주파’의 모두와, 환갑이 넘었지만 금촌리 최고의 미인인 송윤초, 그보다는 우리들의 담임인 이원주 선생과도 빠구리를 했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따위 소문에는 오히려 느긋한 기분이었다.
“야, 고행자!”
오전 수업이 끝나고 담임 선생이 나가자 모두 도시락을 꺼내고 있는 중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교실 안의 모든 눈동자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니, 내캉 연애했나?”
그리고 여유 있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자애들은, 특히 이 소문의 진원지인 경자와 미숙은 황급히 얼굴을 돌렸다. 대신 행자의 반응을 고대하듯 눈길이 그쪽으로 모여졌다.
“뭐라구 ······ ?”
반문하면서 그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위를 한번 들러보더니 나보다 한 술 더 뜨는 배짱을 보였다.
“체, ······ 나는 너 같은 애 전혀 관심 없어. 그러니 너도 신경 꺼!”
잠시 물을 끼얹은 듯 교실 안이 조용했다가 조금씩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씩 웃으며 교실 안을 여유있는 표정으로 둘러보고 다시 행자 쪽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그녀도 태연한 표정으로 웃음을 띠고 있었다.
소문이 다시 부풀어 오를지, 그냥 사그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녀와 나에게는 별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수업이 다 끝났을 때는 정오가 채 안되었다. 이원주 선생을 만나기까지는 아직 1시간 반 이상 남아있다. 집에 들렸다가 다시 나오는 것도 번거로운 것 같아 학교에 남아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마침 운동장에서는 6학년을 주축으로 5학년도 몇 명 끼어 축구팀을 짜는 중이었다. 나도 끼어들었다.
학교 운동장의 축구는 전 후반 20분에 중간 10분 휴식의 규정으로 진행된다. 후반전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이원주 선생이 다른 선생 두명과 함께 퇴근하는 것이 보였다. 우리편중 유일하게 시계를 차고 있는 6학년에게 시간을 물었더니 “1시 5분전.”이라고 한다. 아직 30분 이상이 남았다.
그녀와 조금 있으면 만난다는 생각이 심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나는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우리편은 1대 2로 졌다. 나는 두 사람 분의 빵 값을 냈지만 빵과 우유는 먹지 않았다. 그녀가 점심도 준비한다고 했는데 배가 좀 고프기는 하지만 그때까지 비워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빵 값을 물게 된 우리 편의 요구로 한판을 더 하게 되었지만 나는 빠졌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잠시 구경하다가 이깟 어린애들의 축구보다는 훨씬 뜨겁고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질 것이 틀림없는 본 무대로 발길을 옮겼다.
“어서 온! 배고팠지?”
그녀는 앞치마까지 차려 입은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아주었다. 거의 정장을 즐겨 입는 학교에서의 모습과 또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식탁에는 이미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우리 집에서도 명절이나 아버지 생일 같은 날에 가끔 먹는 잡채와 약간 선홍색을 띈 생선이 한 접시, 그리고 김치 멸치볶음 시금치나물 등 밑반찬이 보인다. 그러나 주 메뉴인 밥과 국은 아직 없다.
우리 집은 지금도 밥이나 국을 거의 나무를 때서 한다. 여름철 같은 때는 석유곤로를 쓰기도 한다.
그런데 잘 사는 집들은 취사에 프로판 가스라는 것을 썼다. 버너에 성냥불을 붙이면 파란 불꽃이 나오는 것이 신기한데 화력도 좋아 밥이나 국이 장작불에서보다 훨씬 빨리 된다고 한다.
꼽추할매나 황달자, 최나영의 집에서 그런 것을 보았는데 이원주 선생 역시 가스버너를 쓰고 있었다.
그곳에서 조리가 끝 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더운 밥과 국이 식탁에 놓였다.
“자, 빨리 먹자. 시간이 벌써 2시가 다 되어가는구나. 배 많이 고팠지?”
“아이라예. 잘 묵겠습니다.”
나도 그녀와 같이 숟갈을 들었다. 차려진 음식을 보면 일단 성찬이었다. “원래 음식을 잘못하고, 만들기도 싫어한다.”는 그녀가 순전히 나를 위해서 앞치마까지 차려입고 이렇게 식탁 가득히 음식을 장만했다는 것은 첫술을 뜨기 전에 이미 감격할 만한 일이었다. 먼저 국을 한 숟갈 뜨려는데 그녀가 말했다.
“아 참, 국에는 이걸 좀 쳐야 더 맛이 나. 산초가루를 ······ ”
조그만 접시에 담겨있는, 후추가루와 비슷해 보이지만 좀 밤색이 나는 가루를 내 국에 조금 뿌려주더니 자신의 국에도 그렇게 했다.
국은 우리 집에서도 자주 먹는 씨레기국과 색깔이 비슷했지만 좀 더 걸쭉해 보였다. 한 숟갈 떠 넣어보니 구수하면서도 아까 뿌린 산초가루의 맛인지 약간 자극적인 향취가 난다. 어떻든 나로서는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다.
"맛이 어때?"
그녀가 물었을 때 나는 아차! 하는 기분이었다. 앞치마까지 차려입고 손수 해준 음식인데 묻기 전에 내가 먼저 "맛있다."고 치하하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았다.
"디기 맛 있심더. 그런데 이게 뭐라 카는 음식이라예?"
"응, 추어탕이야."
"추어탕 ······ ?"
그 이름도 처음 듣는 것이라 나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미꾸라지를 넣고 끓인 거지. 미꾸라지를 한문으로는 추어라고 하거든."
"아, 미꾸리! ······ 그런데 미꾸리는 어디에 ······ ?"
나는 국을 한번 더 휘저어 봤지만 미꾸라지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아, 이건 전라도식 요리법인데 미꾸라지를 푹 고아서 다시 체에 바쳐가지고 살코기만 넣는 것이란다."
미꾸라지가 안 보인다는 것은 이해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내가 먹어봤던 미꾸라지탕과 비교가 된다.
아버지가 천렵을 좋아해서 그런 날에는 우리 집 밥상에 매운탕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붕어나 메기 같은 것이 많이 잡히면 그것만으로 붕어매운탕, 메기매운탕이 되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가 조금씩 잡히면 한꺼번에 끓여 민물고기잡탕이 된다.
그 매운탕은 메기, 가물치, 붕어, 미꾸라지나 뱀장어를 비롯해 모래무지, 송사리까지 끼어있는 경우도 있다. 그 생선들을 하나씩 발라먹는 재미도 있지만 고춧가루와 파 마늘을 듬뿍 넣어 빨간 국물에 밀가루룰 풀거나 수제비를 해서 먹는 것도 별미다.
그에 비하면 솔직히 말해서 그녀가 직접 끓여준 추어탕은 좀 구수하지만 씹는 맛도 없어 내 입맛에는 별로였다. 그런데도 일종의 자화자찬처럼 그녀의 추어탕에 대한 자랑이 이어진다.
"우리 어머니가 원래 음식솜씨가 좋다고 소문이 났지만 그중에도 이 추어탕이 전문이야. 집에 오신 손님들도 이 맛을 보고는 "너무 맛있다. 이 솜씨로 식당을 하시면 떼돈을 벌겠다."고까지 말하지. 어제 저녁에 어머니한테 전화를 해서 그 조리법을 다시 자세히 들었는데 내가 먹어봐도 어쩐지 어머니의 손맛만은 못한 것 같아."
음식맛이야 어떻든 그 말은 또 하나 감격이었다.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음식을 만든 것 말고도 시외전화까지 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정성을 들인 음식인 것이다.
"아, 이것도 역시 전라도의 별미지. 이렇게 초고추장을 찍어서 ······ "
그녀는 먼저 시범을 보이듯 잡채 접시 옆에 있는 약간 선홍색의 생선을 한 점 집어 초고추장을 찍어 입에 넣었다. 나도 그 동작을 따라했다.
"으왝!"
분명히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녀 앞만 아니었다면 나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음식을 뱉었을 것이다. 그러나 뱉지 않았음은 물론 소리도 지르지 않았다. 예의 때문이지만 나는 정말 놀랐다. 그리고 구역질이 나려했다.
그 생선은 요강, 아니 밭에 거름을 줄 때 쓰는 똥장군에 오래 담그었다가 꺼낸 것처럼 지린내가 입안에 진동했다. 그 음식을 뱉지도 않고 소리도 안 질렀지만 나의 찡그린 표정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왜, 맛이 너무 진하니?"
그녀가 웃는 얼굴로 묻는 것이 나를 놀리거나 비웃는 것 같기도 했다.
"이기 뭐라예?"
나는 음식을 한번 씹지도 못하고 입에 넣은 채 물었다.
"응, 홍어를 삭힌 거야."
경상북도 내륙지방에서 살아온 나는 홍어라는 것을 그전에 먹어 보기는커녕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홍어가 뭐라예?"
"홍어를 아직 못봤니? 납작하고 마름모꼴로 생긴 생선인데 상어처럼 뼈가 모두 연골로 되어 그냥 먹을 수 있지. 전라도에서는 특히 "홍어 빠진 잔치는 잔치도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결혼잔치나 초상집에서는 꼭 끼어야 할만큼 즐겨먹는 음식이란다."
잔치집에서 이렇게 지린내 나는 음식을 내놓다니, ······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물고만 있을 수 없어 씹었더니 지린내 뿐 아니라 혀끝을 톡 쏘고 입안 전체가 얼얼하다. 두어번 씹고 그냥 꿀꺽 삼켜버렸다.
"그런데 맛이 와 이래요?"
"아, 그건 홍어를 소금을 뿌리고 짚을 덮어 항아리에서 삭혔기 때문이야. 그게 바로 홍어의 묘미지.“
삭히다니, ······ 항아리에 넣고 짚을 덮으면 당연히 고기가 썩을 것 아닌가. 그러고보니 이 고약한 냄새도 바로 썩어서 나는 냄새다.
“와 생선을 썩혀가 먹습니꺼?”
“호 호 호, ······ 그건 썩힌게 아니라 삭힌 것, 김치나 된장처럼 발효를 시킨 거야. 그래서 독특한 향미가 나고 몸에도 좋다고 하지. 우리 조상들은 세계에서도 제일이라고 할 만큼 각종 발효음식을 만들어 왔단다. 김치나 된장도 그렇지만 각종 장아찌와 젓갈들이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제각기 독특한 맛을 내지. 삭힌 홍어도 전라도에서는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를 함께 싸서 먹는데 그걸 삼합이라고 해서 최고의 음식으로 친단다. 내가 서울에서 근무할 때 그 삼합을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어 가끔 먹었는데 나도 점점 그 맛이 좋아지더라. 그런데 읍내에 가보니 여기도 그 홍어를 파는 집이 있는 거야. 그래서 너한테도 그 별미를 맛보여 주려고 ······ "
그녀의 말을 들으면 그 정성에 나는 또 한번 감격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다시 그 홍어를 집어먹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입맛을 다시며 다시 홍어를 먹으며 계속 고향 자랑이다.
"전라도는 평야가 많은 우리나라의 곡창지대라 예로부터 부자도 많고 그래서 서화나 가무 같은 풍류도 다른 지방보다 발전했고 음식도 풍성하지. 그런 점에서 경상도는 좀 삭막하기도 해."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인사치례로 한점을 더 입에 넣었다. 이제는 얼굴을 찡그리지도 않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풍류를 즐기는 부자들이 왜 이렇게 지린내 나는 음식을 먹는지는.
그러나 나는 이해하려고 했다.
이것은 경상도와 전라도 간에 일어난 일종의 문화적 충돌이다. 또 이원주 선생과 나 사이도 나이나 견문의 차이 때문에 간격이 생겨 그럴지 모른다. 나도 더 나이가 먹고 견문이 넓어지면 그녀가 맛있다는 전라도식 추어탕이나 삭힌 홍어를 나 역시 맛있게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돈을 벌게 되면 탕수육이나 비프스테이크, 그보다 더 비싼 음식도 맛볼 생각이지만 전라도식 추어탕이나 삭힌 홍어의 맛도 제대로 느껴봐야겠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니까.
문화적 충돌이 약간 있었다 해도 배는 불렀다. 나에게 따로 코코아를 타 준다는데 나는 그녀와 같은 커피를 달라고 했다. 내가 열렬히 사랑하고 또 빠구리까지 하는 사이에 자꾸 어린애 취급받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다.
차도 다 마셨고 함께 식탁의 그릇들을 치웠지만 설거지는 그녀가 하겠다고 우겼다. 나는 화장실에 가려고 미리 준비해 온 칫솔을 가방에서 꺼냈다. 그런데 뒤돌아 본 그녀가 말했다.
"영도야, 네 칫솔은 마련해 놨어. 화장실에 아직 포장을 안 뜯은 게 있을 거야. 아 참, 더운 물도 나오니 아주 목욕을 하렴."
그녀가 오라고 한 시간을 맞추느라 축구도 한판을 뛰어 사실 몸에는 땀이 말라붙어 있었다. 서둘러 대충 몸을 닦고 나왔더니 그녀는 이미 설거지를 마쳤다.
“방에 들어가 있으렴. 나도 곧 닦고 갈게.”
잠시 후 그녀는 머리가 젖어있는 채 가운차림으로 들어섰다. 문득 박금순이 생각났다. 그녀는 숫처녀로서 나와 처음 빠구리할 때는 물론, 그 뒤에도 약속을 하고 만나면 언제나 가운차림이었고 그것을 벗으면 곧 알몸이 드러났다.
이원주 선생도 브래지어나 팬티를 걸치지 않은 맨몸일까? 조금 뒤면 밝혀지겠지만 우선 그것이 궁금했다.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가 그녀가 들어오는 서슬에 엉거주춤 일어서니 다가와 우선 나를 부여안고 입술을 덮는다. 마주서니 그녀의 키가 더 커 나는 고개를 젖히고 그 입술을 받아야 했다.
달콤한 침에는 향긋한 치약냄새도 섞여 있다. 한동안 혀가 서로 엉키면서 그녀는 나를 밀어 침대에 눕게 했다. 이어서 다소 뚱뚱한 그 몸이 나를 완전히 덮었다. 하지만 그녀의 무릎이나 팔꿈치가 적당히 체중을 배분해 그리 무겁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녀의 젖통은 뭉클하는 감촉이 느껴질만큼 내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두 번 째 이 집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우리는 차 한잔도 마시기 전에 키스부터 했다.
“영도야, ······너 오늘 ······ 괜찮겠니?”
그녀는 머뭇거리며 어색하게 묻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가와 앉아있는 내 얼굴을 덮고 혀를 집어넣은 채 “으흥! 으흥!” 하며 우는 소리를 냈다. 격정적이면서도 마치 심한 갈증 속에 물을 찾는 것처럼 안달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오늘의 그녀는 그런 소리는 내지 않았다. 세 번 째 만남의 빠구리는 특별한 절차가 필요없이 이미 예정된 것이라 이제 여유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열이 오른 뜨거운 몸이 서로를 요구하는 욕정은 다급했다. 열정적인 키스를 하면서도 그녀의 한 손은 내 윗옷의 단추를 풀려 했다.
진작 옷을 벗고 있을 걸, 하는 생각을 하며 몸을 떼고 재빨리 알몸이 되고 이제 내가 그녀의 가운을 벗겼다. 과연 그 속은 브래지어도 팬티도 없어 한꺼풀이 벗어지는 것만으로 그녀는 바로 알몸이 되었다.
수북한 보지털도 머릿결처럼 아직 축축했다. 젖꼭지를 물고 한손으로 그곳을 탐색하자 안에서 물기가 솟아나고 있다.
“오늘은 내가 위로 갈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그녀는 나를 눕히고 걸터앉았다. 그리고 이미 벌떡 서있는 자지를 끼우려다가 멈칫하고 자지 쪽을 보던 시선이 주위를 둘러본다.
“아직 너무 환하지? 아이, 어쩐지 창피해!”
얼굴까지 좀 붉히는 것 같다. 음탕기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넘쳐나면서도 또 이렇게 부끄럼을 타는 것을 보면 참 이원주라는 여인은 복잡하고 미묘한 동물이다. 그래도 자지는 곧바로 보지 속에 자리를 잡았다.
“아아, 이렇게 꽉 차!”
잠시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지만 살이 섞인 그곳은 이미 꿈틀거리고 옴찔거린다. 인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음 순서를 재촉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그녀는 몸을 움직였다. 앞으로 뒤로, 또 좌우로 엉덩이를 움직이면서 자기 몸속에 든 기둥을 뽑아내려는 듯 유린하고 있다. 하지만 내 쪽에서는 가만히 누워있으면서도 그녀의 보지 속을 휘젖고 있는 느낌이다.
마침내 말타는 자세로 방아질을 시작하자 풍만한 젖통이 엉덩이의 움직임보다 더 세게 위 아래로 출렁인다.
“하아! ······ 하아! ······ ”
그녀의 신음이 점점 커지는 중에 나는 몸을 조금 일으켜 내 시야를 어지럽히는 젖통을 두손으로 잡아 고정시켰다. 주무르다 보니 성이 차지 않아 아예 일어나 앉아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그녀는 내 등을 껴안고 다리를 뻗은 채 엉덩이를 움직인다. 나는 두 손을 그녀의 엉덩이에 대고 그 움직임을 도왔다.
“하악! ······ 하악! ······ 학! ······ 학! ······ ”
한껏 엉덩이의 놀림이 빨라지며 신음도 격정적이더니 결국 울음소리가 터졌다.
“아아! ······ 아앙! ······ 아앙! ······ 앙! ······ 앙! ······ 으으! ······ 으응! ······ 응! ······ 응! ······ ”
울음소리가 조금씩 진정되면서 그녀는 방아질을 멈추었지만 계속 엉덩이를 부벼대고 있다. 울컥 그녀가 뿜어 낸 물기가 마찰하는 서로의 두덩에 약간 질퍽거리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아! ······ 하아! ······ ”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가쁜 숨을 내쉬던 그녀는 내 입술을 덮었다. 혀가 서로 엉키는 중에도 그녀의 가슴은 빠르게 움직여 젖통이 내 몸을 계속 주물러 주는 듯했다.
“아아, 영도야! 나 벌써 갔다 왔어!”
두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 눈동자가 좀 풀어진 것 같은 표정으로 그녀가 속삭였다.
“어디를요?”
“저어기 ······ 그래, 그냥 저기 ······ 나도 거기가 어딘지는 확실히 몰라. 하지만 너무 황홀하고 신비스러워! 더구나 오늘은 내 힘으로 갔어! ······ 아, 물론 네가 도와주어서지만 ······ 어째서 너만 만나면 ······ 아아, 너무해! ······ 그래도 다시 가고 싶어. 너 아직 안 끝났지? 한번 더 데려다 줄래?”
풀어진 눈동자처럼 그녀의 속삭이는 말도 두서가 좀 없기는 했다. 그래도 나는 그 말을 다 알아들었다.
“이제는 내가 엎드릴까?”
동의를 구하는 것 같지만 내가 미처 대답을 하기 전에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가 무릎을 세워 자세를 제대로 갖춘 채 나를 재촉하고 있다. 얼굴이 안보여 그녀가 지금 부끄럼은 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음탕기는 여전히 충만해 있다.
자지를 꼽자 보지는 조금씩 옴찔거렸다.
방아질이 시작되자 그녀의 신음이 점점 가빠지더니 끝내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덥석 엎드리는 바람에 자지가 빠져 버렸다.
잠시 틈을 든 뒤 그녀를 바로 눕게 했다.
여전히 젖통은 빠르게 오르내리는데 눈을 감은 채 한팔로 눈을 가리고는 다른 움직임이 없다.
“새임, 괜찮아예?”
나는 질퍽해진 그녀의 보지 주변을 타올로 닦아주면서 조용히 물었다.
“으응? ······ 괜찮기는 ······ 너무 좋았어! ······ 하지만 그래서 맥이 다 빠진 것 같아. ······ 어머나!”
정말 맥이 빠진 듯 힘없는 소리로 중얼거리던 그녀가 눈을 가렸던 손으로 내 몸을 더듬다 자지에 손이 닿자 비명을 지른다.
“너, 너는 ······ 아직도 안 끝난 거지? 그래도 조금은 쉬었다가 ······ ”
물론 나는 그녀의 말을 따라야 했다. 옆으로 몸을 누이고 그녀의 젖통을 잠시 부드럽게 주무르다 아랫배를 거쳐 보지에 잠간 머물렀던 손바닥으로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아니야! 내 생각만 했나봐. 이게 아직 몸을 못 풀었는데, ······ 남자는 이런 상태로 있는 게 힘들지? ······ 그래, 마저 끝내자. 나도 갈 데까지 가 볼 거야.”
우리는 다시 한몸이 되었다.
그녀의 두 다리는 다른 때 처럼 내 허리를 휘감지 않고 좀 느슨하게 벌리기만 한 상태였다. 그러나 자지를 꼽으려 하자 무릎을 세워주고 나를 힘주어 껴안았다.
방아질이 시작되고 움직임이 빨라지자 어느새 그녀의 두다리는 내 허리를 결박하고 엉덩이고 움직이며 박자를 맞추어 주었다. 그리고 신음이 가빠지다가 끝내 울음소리로 이어질 때 나는 사정했다.
한동안 서로의 가쁜 숨을 진정하고 몸을 떼자 그녀는 더욱 맥이 빠진 듯 축 늘어져 있는데 정액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내가 타올을 대자 그녀는 벌떡 일어나 타올을 뺏더니 내 몸을 먼저 닦아주었다. 그전처럼 자지와 불알을 꼼꼼히 닦고 나서는 아직 전혀 움츠러들지 않은 귀두에 쪽 소리가 나게 입까지 맞추어 주었다.
우리는 다시 나란히 누었다. 그제야 자지도 할 일을 다했다는 듯 쪼그라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등에서부터 엉덩이까지를 부드럽게 쓸어주는 동안 그녀는 한손을 내 가슴에 언고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부벼댔다.
“영도야!”
정겹게 부르는 소리가 조금은 낯설게 들리는 것을 보니 내가 잠간 잠이 들었었나 보다. 그녀는 한손으로 자지를 움켜잡고 있었는데 어느 새 그것은 발딱 서있었다.
“네가 특별한 거니? 내가 알았던 다른 남자가 특별한 거니?”
“뭐가예?”
나는 그녀의 질문을 바로 이해할 수가 없어 되물었다.
“나는 사실, ······ 너도 그 전에 만났던 채병욱이라는 검사자식, ······ 그 사람하고 섹스도 했어. 꽤 오랫동안 ······ 내 첫남자였지. 그리고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유일한 경험이었고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다르지?”
그녀는 움켜 쥔 자지를 힘주어 누르고는 말을 이었다.
“미영이 말처럼 네 것이 크기도 하고 오래 끄는 것도 확실하지만 네가 특별한지, 그 사람이 특별히 작고 조루증이 심했던 건지 ...... 나는 아직도 그 의문에 제대로 답을 찾을 수가 없어.”
“그기사 ······ ”
말을 하려다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났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말을 그대로 해도 될까 하는 생각에 잠시 머뭇거리다 그냥 말을 내뱉었다.
“새임이 또 다른 남자를 경험해 보시마 확실히 비교가 되겠지예. 저도 남과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니까요.”
“뭐라구 ······ ?”
그녀는 눈을 치뜨고 나를 노려보다 옆구리를 꼬집었다. 그러나 별로 아프지는 않았다.
“못됐어! 우리가 이렇게 맞붙어 있으면서 이 사이에 또 다른 남자를 끌어드리라는 거야? 내가 그렇게 헤픈 여자로 보여?”
“아, 아입니더. 꼭 그런 뜻은 아니고 ······ 새임이 기분나쁘셨다면 죄송합니더.”
그녀가 좀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해 나는 서둘러 불을 껐다.
“그런데 너는 언제부터 이게 이렇게 컸니?”
“작년, 그러니 4학년 올라오면서 갑자기 커졌어예.”
“그래? ······ 내가 알기로는 남자나 여자나 열두어살 무렵에 2차 성징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너는 그렇게 빨리 ······ 이렇게 음모까지 나고 ······ ?”
나는 그전에 이미영 선생한테 들려줬던 것처럼 첫돌도 되기 전에 개한테 자지를 물리고 그 후에도 곪고 딱쟁이가 벗겨져 피가 나는 것이 반복되었던 사연을 간략히 털어놓았다.
“어쩜 ······ !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 지금도 어디 아프지는 않고 ······ ?”
“네. 하지만 그래 자지나 고환이 자꾸 자극을 받으면서 성조숙증이 생겼는지도 모르죠.”
이미영 선생한테 말할 때는 안한 것이지만 고행자에게 들어 새롭게 안 지식을 덧붙였다.
“성조숙증? ······ 아, 내가 서울에서 4학년 담임을 할 때도 우리 반에 그런 여자애가 있었어. 그때 벌써 음모가 나고 유방도 몽오리가 생겨서 ······ 그 애는 대학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았는데 너는 괜찮겠니?”
“남자는 여자하고는 다르다 카데요. 부작용도 별로 없고, ······ 또 이런 시골에서는 치료도 못한다면서요?”
“그렇겠지. 언제고 서울에서 진단을, ······ 기회가 되면 내가 데려가서 진단을 받도록 하자.”
“아직은 괘않아예. 그라고 내가 그래서 지금 새임하고도 이래 할 수 있는 거 아입니까? 저는 그기 더 고맙고 행복합니더.”
“하기야 나도 너한테 너무 많은 것을, ······ 아, 내가 다른 남자를 시험해볼 필요도 없구나! 미영이가 나한테 그런 말을 했거든. 자기 남편보다 네 페니스가 더 크고 오래 끈다고 ······ 그러니까 네가 특별한 거야.”
그녀의 한가지 의문은 풀렸다. 그런데 불쑥 이미영 선생이 등장하면서 그녀는 또 새로운 의문이 떠올랐나보다.
“그래서 미영이도 네 것을 보고 먼저 유혹한거지? ······ 그리고 남편보다 더 크고 오래 끄는 것에 눈이 뒤집혀서 몇 번씩이나 ······ 그래, 너도 좋았지.”
제기랄, 그녀의 질투심이 또 발동하는 것 같다. 이미영 선생이 바로 그녀와 나를 맺게 해 준 매개체가 된 셈인데 그래도 자기보다 먼저 나를 거쳐간 그녀가 마음에 걸리나보다.
“새임 여기가 ······ ”
이제는 좀 꺼끌꺼끌해진 그녀의 보지털을 손바닥으로 덮으며 나는 말을 이었다.
“새임 보지가 훨씬 빡빡하게 조여주고 또 뜨거워요.”
“뭐라구 ······ ?”
그녀가 또 눈을 치껴 뜨고 큰소리를 내는 바람에 또 그녀가 화를 냈나 하고 움찔했다.
“그 말 다시 해봐!”
잠시 머뭇거렸지만 그녀의 재촉에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새임 보지가 더 빡빡하고 뜨겁다고요.”
“아아, 고맙다! 영도야!”
그녀는 나를 힘주어 껴안고 얼굴을 부비며 다시 물었다.
“또 미영이하고 내가 다른 점은 ······ ?”
마음이 놓이면서 다시 보지털을 쓰다듬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쨔가 ······ 새임캉은 다르게 이미영 선생님은 터레기가 없어예.”
“그래? ······ 아아, 그래서 그렇구나! 나는 아직 발육이 덜 되어 그런 줄 알았는데 ······ ”
“새임도 이미영 선생님 이쨔를 봤어예?”
나는 또 그녀의 보지를 누르며 물었다.
“그 애가 고1 때 잠간 ······ 그때도 민둥산이었어. 나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음모가 났는데 ······ 미영이는 무모증이었어.”
시간은 넉넉했고 우리는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두 번을 더 어울렸다.
저녁을 먹고 가라고 했지만 그녀가 너무 지쳐있는 것 같아 나는 집에서 먹겠다고 우기고 그냥 나왔다.
아, 그 전에 함께 나누었던 대화가 있다. 두 번 째 빠구리를 마쳤을 때다.
그녀는 가운만 걸친 채 커피 두잔을 타 와 우리는 침대에 마주 앉은 채 그것을 마셨다. 커피를 마시며 격정의 순간들도 좀 진정이 되는지 그녀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영도야, 너만 만나면 이렇게 온 몸이 불타오르고 황홀해지지만 그럴수록 혼자 있으면 이래서는 안 되지 하는 자책과 후회가 밀려온단다. 아, 그래도 지금 심정으로는 너를 포기하거나 단념할 수도 없고, ······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인데, ······ 우리 이렇게 자주는 안되고, ······ 그러니 한 달에 한 번씩만 만나기로 하자. 응?”
나는 좀 당황했다. 지금도 열기가 이렇게 맥박치는데 한달을 기다려야 하다니 ······ 말을 하는 그녀의 표정도 좀 슬퍼보였다.
“저는 괘않아예. 그라고 한 달은 너무 깁니더.”
“아니야, 너도 공부를 하는 학생인데 ······ 참, 이번에 석차도 하나 올랐지? 그러니 더 열심히 해야지. 한달이면 나는 처음 열흘은 너와 만났던 추억을 되새기고, 다시 열흘은 너를 만난다는 기대감에 차 있고, 나머지 열흘은 너와 열광했던 기억만으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그리움을 늘 갖고 사는 것도 인생의 아름다움이란다.”
꼭 잘 지켜질지는 모르지만 나는 꼽추할매와 고행자에 더불어 또 하나 한달에 한번 붓는 월부계약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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