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의 추억 - 프리첼 그녀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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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V야동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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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2년 프리첼 동호회 게시판에서 였다.

지금이야 네이버 카페, 다음 카페가 대세지만, 그땐 동호회는 당연 프리첼 이었던 시절이 었다.
내가 속해 있던 동호회는 사진 동호회였고, 카메라 회사의 출사지원 덕에 오프라인에서 만난 인연으로, 마음이 맞는 10여명으로 처음 프리첼에 동호회 게시판을 만들었다.

다른 사진 클럽과 달리 특이하게 우린 미혼 남녀만 가입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는데,
그것은 온라인 상에 흔한 불미스런 사건 방지하고자 하는 차원과 다 미혼이 었던 관계로 사진을 미끼로 어떻게 연애 사건을 만들어 볼까 하는 의도가 다소 포함된 일이 었다.

10여명이 만든 동호회였지만, 클럽장과 프리첼 운영팀의 인연으로 홈페이지 메인에 뜨고, 회원인 여성잡지 기자가 그 잡지에 동호회 탐방기를 내 주면서 6개월 후 회원이 350명 가량으로 갑자기 규모가 커졌다. (지금이야 350명 회원이 많은 건 아니지만…)

나는 당시에 대학을 졸업하고 학점도 좋지 않았고 토익 성적도 없었지만, 회계사 시험 1차 합격 했던 덕분에 2000년에 상장기업의 재무팀에 입사할 수 있었다. 입사를 하고 처음엔 신입 사원이라 업무를 배우느라 여유가 없었고, 재무업무의 특성상 야근이 많아 다른 일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

하지만, 2002년은 입사한지 3년 정도 지나서 일도 익숙해지고, 주임으로 승진하다 보니, 좀 잡다한 일은 고졸 여직원들에게 쓸쩍 밀어 버리는 것도 가능해 졌다.
그래서 나름 시간을 만들 틈이 생겼고, 통장에 돈도 조금씩 쌓여 가는 것을 보니 뭔가 다른 자극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지긋지긋했던 회계사 시험공부를 다시 하긴 싫었고..
그래서, 외부로 돌아 다니면서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찾게 되었다.

마침 “DC 인사이드”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곧 난 연말 정산과 급여 소급 분을 탈탈 털어 남대문으로 가서 니콘 카메라를 한대 장만 했다.
그리고, 클럽과 인연이 될려고 했는지 무심코 받았던 출사 지원 응모권 덕분에 나는 그 커뮤니티의 창립 멤버이자 운영진로 참여할 수 있었다.

그녀는 등장부터 남자들 회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것은 순전히 매우 특이했던 그녀의 이름 덕분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왕조현”
어린 시절 보던 천녀유혼이란 비디오에서 흰 옷을 입고 어여쁜 귀신으로 훨훨 날아 다니던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 아니던가…
그녀의 글이 가입인사에 떠있었고, 세대가 비슷하여 비슷한 추억을 공유했던 우리 남자들은 그 가명 같은 이름에 호기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

그녀가 올린 글에 왕조현이라는 이름을 보며,
남자들은 정말 왕조현이 진짜 실명이냐고 물어 보는 것이 것부터 시작해서,
왕조현 처럼 진짜 이쁘냐, 사진 한번 올려봐라 라는 글로 마무리 되었다.
그런 글에 그녀는 자길 왕조현과 비교하지 마시라 하며 다음 정모에 나갈 테니 그때 보라는 답글이 달렸다.
당시에는 카톡 같은 SMS가 없었기 때문에, 주로 PC에서 쓰는 메신저를 사용 했었는데,
클럽 게시판에 서로 MS메신저 아이디를 공유하고 있어서, 클럽에 관한 일이나 사적인 대화,때로는 업무에 관한 조언까지 나누는 경우가 많았다.

그 메신저로 나는 주로 연말정산, 세무 상담을, H은행 전산팀에 근무하던 친구는 사람들에게 사소한 PC고장이나 네트워크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질문 받았고, XX식품 회사 연구소에 근무했던 친구는 자취생들한테 연구용 식품 샘플 (물론, 겉봉엔 매직으로 알 수 없는 코드가 잔뜩 써있긴 했지만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청탁을 받는 일이 많았다.

하루는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사무실에 돌아와보니 , 메신저가 화면 한 구석에서 깜빡 거리고 있었다. 클릭을 하니, 처음 보는 아이디 였다. 나는 또 무슨 세무 상담 일꺼라 생각했다.

[조현] 안녕하세요? 전 왕조현이 라고 하는데요. 박상욱님 맞나요?
[나 ] 네. 안녕하세요? 제가 박상욱 입니다만..
[조현] 전, 아실지 모르지만 프리첼 디카 클럽 멤버인데요. 그냥 인사 하려구요.
[나 ] 아… 저 게시판에서 올리신 프로필 봤어요. 이름이 독특해서 기억이 나네요. 아.. 초면에 실례인가요?
[조현] 아니요, 괜찮아요. 워낙 자주 있는 일이라서요.
[나 ] 그런데, 어떻게 가입하게 되셨어요?
[조현] 프리첼 메인에 클럽 소개되어 있는 것 보고 가입했죠.
[나 ] 그러시구나, 그런데 나이가 어리신 거 같던데…
저희가 직장인 출사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끼리 시작하다 보니 다들 나이가 좀 있어요. 전 29살 입니다.
[조현] 전 23 살이에요.
[나 ] 클럽에서 23살은 조현님이 첨인거 같아요.. 다들 미혼이긴 하지만 20 중반인데… 집은 어딘가요?
[조현] 전, 집이 목동이 구요. 회사는 강남이에요.
[나 ] 잘됐네. 우리 클럽 정모를 주로 강남에서 해요.
여자 회원들이 모임을 강남에서 해야 좋아해서요. 한달 뒤에 11월 15일 금요일에 정모 할 건데, 그때 보면 좋겠네요.
[조현] 네. 그때 나갈께요.
………….

그날 이후 처음 2주간은 조현이와 메신저를 했는데, 내용의 대부분은 일상적인 범위를 넘어가진 않았다. 하지만, 한번씩은 그녀가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보며 그게 누구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고, 또는 개인적인 질문을 던질 때가 있었다. 그런 일이 종종 쌓이다 보니, 그녀에게 관심이 생기고 있었던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이성과의 온라인 채팅은 쉽게 가까워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외모를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 상상만으로 기대감만 높였다 실제 만남에서 실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애써 난 기대를 안하려 노력했다. 최소한 그녀를 보기 전까지 그 어떤 판단도 유보하기로.

정모를 1주일 정도 남긴 어느 날이 었다.

그날도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일찍 사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절전을 한다고 점심시간엔 불을 끄라는 규정이 있어서, 사무실은 어둑 어둑 하고 조용했다. 내 책상 건너엔 어제 또 차장님과 밤새 한잔 했는지, 과장님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나는 메신저를 켜서 조현와 안부와 점심은 먹었냐는 가벼운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궁금해져서 그녀에게 물었다.

[나 ] 조현님은 왜 게시판에 사진 안올려요? 사람들이 되게 궁금해 하던데?
[조현] 제가 너무 이쁘잖아요? ㅋㅋ 사람들이 놀랄 까봐요…

난 속으로 ‘안 보인다고 정말 막 던지는 구나… 얘 이러다 정모 못 나오겠구만 “ 하고 생각했지만, 되도록 표 내지 안으려 노력하며 다음 질문을 던졌다.

[나 ] 조현님은 키가 어떻게 되요?
[조현] 165cm 요.. 제가 이쁘다니까, 안 믿으시나 본데요, 저 얼마 전에 결혼정보회사 미팅에서 남자들한테 몰표 받은 몸이에요.

쯔쯔, 어린게 눈치까지 빠르네…
.
[나 ] 에이… 올해 초 저도 결혼정보회사 선우 미팅 나가서, 커플도 되었는데요. 그리고, 저도 나중에 여자분 몇 명이 자기들이 내 이름 ㎢쨉?나와 연결이 안되었다고 아쉬워 하던데요. 근데, 그거 다 헛거 에요. 아마 결혼정보회사 미팅에 가기엔 조현님이 어려서 인기가 있었을 뿐일 걸요...,,
[조현] 흥~~
[나 ] 그리고 어려서 그런가, 키가 작진 안네요?
[조현] 요즘은 보통이죠. 하지만, 팔, 다리, 손가락도 길쭉 길쭉 한게 제 장점이죠….ㅋ

사실 165 cm여도 등발이 좋아 뚱녀 일수도 있는데, 저 말 전부를 믿기엔 좀 어리석은 게 아닐까…

정모를 가 다가올수록, 여자 회원들이 많이 늘어서 그런지 남자들은 다들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명색이 사진 동호회라서 게시판엔 점잖은 사진들로 채워졌고, 조리개 값이 어떻고, 아웃 포커스가 어떻니 하는 토론이 주였다.
그러나, 남자 멤버들을 오프에서 만나서 이야기 해보면, 다들 정모를 고대하고 있다고 하였다. 오늘은 피겨 강사가 들어왔다는 둥… XX회사 패션 디자이너가 들어 왔는데, 이탈리아에서 돌아 온지 얼마 안 된애로… 자기가 다른 커뮤니티에서 갤 봤는데 미모가 장난 아니라는 둥…
남자 회원들의 기대감이 커질만한 신입회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정모 3일 전…

갑자기 프리첼에서 커뮤니티 유료화가 발표 되어서 어수선 했다. 커뮤니티를 옮겨야 되느냐 마느냐를 놓고 시끌 시끌했다. 만약 옮긴다면 어디로 가느냐.. 미니 홈피로 뜨고 있던 싸이월드냐, 아니면 네어버 카페냐…. 누군 유료화 반대 서명을 받으로 나간 다는 둥…

비공식적으론 이미 다 알고 있던 거지만, 공식적으로 정모 공지를 올렸다.
신입회원들 소개와 최근 프리첼 유료화 관련 커뮤니티 이전 문제가 안건이다.
그래 봐야, 어짜피 술먹다 헤어질 공산이 컸지만…

게시판에 참석하겠다는 사람들의 댓글이 50여개가 있어서 최소 30명 정도 모이겠다 생각했다. 거기다 남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신입회원들도 거의 다 참석하겠다고 한 상황이니 잘 됐다 생각했다. 사실 30명 넘어가면 강남에서 어디 자리 잡아 예약 하기도 부담스럽다.

그리고, 난 뭐 사실 왕조현 얼굴이나 확인하면 정모 목표 달성이고…


금요일은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가장 마음이 편한 날이다.
그땐, 불금이란 말은 없었지만, 금요일엔 왠지 마음이 풀어지고 모든게 여유로와 지지 않던가…

아마, 정모에 참석하는 모두들 다 비슷한 상황이 었을 것이다.
그래서, 금요일에 모임을 잡는 것이 참석율도 높았고, 분위기도 가장 좋았다. 물론, 단점도 있었는데 술로 죽고자 하는 사람들 컨트롤이 젤 힘들기도 했다.
그냥 평일 같으면, 낼 출근 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로 슬슬 달래서 택시 태워 보내면 될 일인데, 이 사람들은 “ 아~~ 괜찮아. 나 낼 출근 안 해” 이러고 버티면 막판엔 그냥 버리고 갈 수 밖에 …

정모가 있던 금요일 퇴근시간에 나는 다들 자리에 앉아서 눈치 보고 있는 상황에서, 6시쯤 일어났다. 아직 차장님이 자리에 있었고, 과장님은 퇴근할 기회를 보면서 PC로 고스톱 게임을 하고 있었다. 보나 마나 차장님은 술 한잔 하자고 끌고 갈 것 같았는데… 내가 먼저 가겠다고 인사 하니 꽤나 섭섭한 표정이 었다. 아마도, 차장님은 또 성인나이트 끌고 가려 했겠지?

2002년 11월 15일 금요일 밤 7시 강남역.

이른 시간이긴 했는데, 그래도 강남역은 복작거렸고, 나는 우리 모임 장소였던 호프집으로 갔다. 클럽장도 이미 도착해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자리를 확인하고 테이블 셋팅 확인하고,남, 여 자리배치에 관해서 의견을 나누고 있는데, 한 명씩 호프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드물게 그날은 남녀의 비율이 1:1 이었다. 우리도 보통 다른 온라인 동호회처럼 오프 모임을 하면 당연히 남자가 더 많았는데, 그날은 예외였다. 우리 클럽장은 이런 모임 주도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인지라, 새로운 멤버가 많아 서먹할 수도 있는 자리를 후끈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슬슬 자리소개가 시작 되었다. 우선 클럽장 하고, 나하고 간단히 나이랑 이름, 직업을 소개하고 간단한 인사말 하고 자리에 앉아 있는데 낯선 번호로 전화가 들어왔다.

그건, “왕조현”이 었다.

그녀와 메신저는 했지만 전화 통화는 해본 적이 없었다. 한번 물어 본적이 있는데, 그녀 말로는 핸드폰 없다고 했다. 믿어지진 않아서 뭐 내가 못 미더워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녀는 진짜 폰이 없었다.

처음 듣는 그녀의 목소리는 나이 답지 않게 차분한데, 비음이 약간 섞여 있는 끈적한 목소리였다.
그녀는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하고 있으며, 강남역 출구 앞으로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난, 클럽장에게 자리를 부탁하고, 그녀를 찾으러 나갔다.

강남역 7번 출구 앞 공중전화 박스 앞에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도 몰랐지만 난 그녀를 첫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165Cm의 키라 더니, 약간 굽이 있는 부츠를 신고 있어서 그런지 키가 더 커 보였다. 겨울 옷이라 약간 싸이즈가 있지만 그래도 슬림한 라인이란 걸 알아 볼 수 있었다.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였고, 안에는 흰색 니트 티를 입었다. 밖에는 체크무늬의 솔더를 걸치고 있었고, 브라운 색의 치마는 밑단이 주렁주렁 갈라지는 느낌이 나는 옷으로 무릅 아래서 찰랑거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 가니, 얼굴이 뚜렸하게 보였는데, 20대 초반 답게 피부도 하얗게 매끈하고, 작은 얼굴에 오밀 조밀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에 비해 눈은 큰 편인데 눈동자가 반짝 거렸다. (그건 콘텍렌즈 때문이 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녀가 나를 알아보고 미소를 지었는데, 순수한 백치미가 느껴지기도 하고, 어딘가 섹시함도 느껴지는 그녀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 했다…. “ 대박 , 난 오늘 얘만 건져 가면 된다…. “

“ 조현 씨죠? 오래 기다리셨나요? 날씨 추운데 고생하셨네요”
“ 아뇨, 금방 왔는 걸요. “
“ 조현 씨도 금방 절 알아 보시네요?
“ 박상욱님, 사진 게시판에 많이 있었잖아요? 왜 모르겠어요? 그리고, 전 상욱님 얼굴 알고 있어서 메신저 했던 건데요? “
“ …. “

아… 이게 무슨 뜻이지?

우리는 곧 모임장소인 호프집에 도착했고, 남자들의 자기 소개가 끝나고 여자들의 자기 소개가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 클럽은 독특한 전통이 있었는데, 여자는 자기 소개가 끝나면 남자 회원 한명을 지정 해서 “러브샷”을 하는 일이 었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여자회원이 좋아하는 남자 스타일도 파악되고, 여러 번 지명을 받는 남자와 한번도 지명 받지 못하는 남자가 존재하는 은근 잔인한 (?) 게임이 었다.

나는 내 자리 옆에 조현이를 앉혔다. 한쪽 끝에서 시작한 소개가 금방 조현이 차례가 되었다.

그녀가 간단하게 이름과 나이를 말하자 남자들은 게시판에서 봤다고 한마디씩하고 아부를 섞어서 진짜 왕조현 같다고 하는 사람과 시크한 척하며, 그보다 못하다고 농담하는 두 부류로 나눠 졌다. 뭐 둘 다 관심을 끌어 보겠다고 하는 거 겠지….

그녀의 소개가 끝나자 사람들은 “러브샷”을 연호 했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남자들을 둘러보더니, 옆에 있는 나를 지명했다. 나의 마음속은 그녀가 나를 지명할 꺼라는 기대와 역시 나를 지명했다는 안도감이 교차했다. 남자들의 부러움 섞인 시선이 나를 보고 있어서 나는 안 그런 척 얼굴 표정을 관리하려 노력했지만, 웃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우린 자리에서 일어섰고, 곧, 술잔은 든 조현이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서로의 팔을 감고 그녀와 빰을 맞댔는데, 내 빰으로 무언가 살짝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 났다. 그리고, 술잔을 한번에 비우고는 다른 사람 차례가 되어서 우린 자리에 앉았다.

막상 호프집에선 옆에 있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다. 모임에 떠들썩한 분위기 때문에 웃고, 박수치고 하는 흥겨운 분위기 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번씩 나도 모르게 그녀의 얼굴을 쳐다 봤고,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보내 주었다.

시간이 9시 정도 되자 모두들 자리를 옮기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우리는 2차 장소로 예정한 근처에 노래방으로 옮겼다. 그 짧은 거리를 걸으면서도 그녀는 말없이 내 옆을 걷고 있었다.

그 노래방에 룸은 매우 넓었다. 그래도 20여명의 남녀가 함께 들어가니 정말 시끌 시끌했다. 나는 조현이 옆에 앉을까 하다, 일부러 원래 친하게 지내던 지원이란 여자 옆에 앉았다. 그녀는 나이는 나와 2살 어렸던 27살이 었는데, 무서운 데가 있는 아이였다.
그녀는 항상 “ 난, 남자들이 무슨 생각인지 다 알고 있어” 하는 자신 만만함 때문에 ( 그리고 실제로 그랬고) 한가인을 연상케 하는 미모였지만, 누구도 쉽게 그녀에게 작업을 걸지 못했다. 여자가 무언가 틈이 없는… 괜히, 사귀다 살짝 거짓말 한번 했다 박살 날꺼 같은 느낌 주는 여자였다. 내가 지원이 옆에 앉자, 조현인 살짝 표정이 변하더니 나와 지원이 건너편에 자리를 잡아 앉았다. 

노래의 시작은 우리 클럽장이 었다. 요즘 댄스 동호회를 다닌다 더니, 댄서 복장으로 참석하고는, 벽을 잡고 흐느적 거리기도 하고, 테이블 위에 올라가 골반을 돌리며 춤을 추며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처음 본 사람들이라 어색할 만도 한데 서로 빼는 것 없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하고 있었다.

내가 힐끗 건너편에 조현이를 봤더니, 다른 남자 회원과 귓속말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괜히 쓸데 없는 짓을 했구나 싶어서 찹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날 가만히 날 쳐다 보던 지원이가 빙긋 웃으며 내게 귓속말로 물었다.

“ 오빠, 쟤 신경 쓰여? 자꾸 쳐다 보네….”
“ 하여간, 넌 너무 눈치가 빨라서 문제야… 좀 모른 척 해주라”
“ 쟤도 일부러 이쪽 안쳐다 보고 딴청 부리는데? “
나는 슬그머니 일어나면서, 지원이에게 말했다.
“ 야… 그만해. 쟤도 자기 이야기 하는 거 눈치챈다. 나 잠깐 나갔다 올께.”

우리 룸은 노래방에서 제일 안쪽에 있었고, 화장실 까지는 “ㄱ” 자로 꺽어진 구조였다.
그리고, 9시 쯤이 었는데, 노래방에 손님은 우리 팀 밖에는 없어 복도에는 우리 방에서 나는 노래 소리만이 들리고 울리고 있었다. 나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손을 씻고는 쓸데 없이 맥주를 너무 먹었다며 투덜 거리며 밖으로 나왔는데, 복도에 누군가 벽에 기대어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왕조현이 었다. 그녀가 벽에 기대어 서서 나를 쳐다 보고 빙긋이 웃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 아니, 왜 나와 있어? “

그녀가 묘한 미소를 흘리며 나를 빤히 쳐다 보고 있었다. 그녀가 내 말엔 대답 하지 않고 나에게 물었다.

“ 왜, 그 언니 옆에 앉았어요? “
“ 아니, 난 그냥 …. 별 뜻은 없었는데…”
“ 전, 좀 기분 나빴거든요? 아까 러브샷 할 때 제가 볼에 살짝 키스한 거 몰랐어요?”
“….”

아… 아까 뭔가 느낌이 나더니 그게 그거 였구나… 설마 했더니…

그러면서, 그녀는 빙긋 웃는 표정으로 벽에 기대어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그 미소 사이에 그녀의 눈빛은 정말 뭔가 홀리게 하는 무언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한팔로 벽을 짚고는 내 입술이 그녀에 입술로 다가 가고 있었다.

머리 속으로 도대체 얘가 왜 대놓고 나를 유혹을 할까 하는 의문이 떠 올랐지만, 그러면서도 그래 얘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는 호기심도 생겼다.

그녀에 입술에 먼저 다가가간 것은 나였는데, 금방 누가 먼저 시작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다 달았다. 벽에다 그녀를 몰아 붙이고 정신없이 그녀의 입술을 느끼고 있는데, 금새 그녀의 혀가 나에게로 건너왔다. 그녀는 행동처럼 키스도 적극적이 었다. 그 경황없는 중에도 나는 누군가 나오다 이 상황을 목격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난, 손에 잡히는 대로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는, 그녀를 불꺼진 빈방으로 밀어 넣었다.

그 안은 노래 목록으로 어설프게 창문이 가려진 사이로 들어오는 불빛과 저 안쪽 우리팀이 모여있는 방에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노래방 소파에 눕히고 그녀와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나의 밑에 깔려있는 그녀의 몸매를 손으로 더듬는데, 아쉽게도 겨울이다 보니 옷이 두꺼워 제대로 느끼긴 힘들었다. 진짜 겨울이 야속하다 생각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치마도 길어서 나의 손은 갈 곳을 잃고 그녀의 엉덩이 주변만 맴돌고 있었다. 한참을 헤메다 나는 겨우 치마와 블라우스 사이로 손을 집어 넣어 그녀의 속살을 만질 수 있었다. 어린 나이 답게 그녀의 뱃살은 하나도 느낄 수 없었다. 이게 정말 20대 초의 싱싱함이 구나… 손을 조금 올려서 브래지어 팀 사이로 손을 집어 넣자 약간은 빈약한 젓가슴이 느껴졌다. 내가 가슴을 만지자 그녀는 “ 으~흥” 하는 작은 신음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브레지어와 겨울옷의 압박으로 손을 움직이긴 불편했다. 그냥 엉거주춤 가슴에 손을 대고 손가락으로 겨우 그녀의 유두를 살짝 살짝 만지고 있을 뿐이 었다.
나는 눈을 뜨고 내 밑에서 눈을 감고 키스를 하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는데, 나와 포개져 있는 그녀도 흥분 했는지 그녀의 묘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녀가 먼저 자기의 그곳을 나에게 비벼대는 느낌과 그녀의 허리 움직임...

‘아~~~ 잘못 만났네. 얘 이거 선수네.. 선수 ‘

그녀와 정신없는 키스를 중에 난 내 물건이 그녀의 아래 언덕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자 키가 작지 않으니 이렇게 참 좋네 생각하며 그녀의 허리를 움직임이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옷을 입은 채로 허리를 움직이며 자신의 그곳을 나에게 밀착하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전 여친과 경험이 없는 건 아니 었지만, 여친과 나도 서로 경험이 없어 그녀는 항상 수동적으로 받아만 주었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은 본 적이 없어서 잠시 그 느낌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상황이 객관화 되면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현실감이 돌아왔다.
나는 키스를 멈추고 일어나 아무 말없이 그녀를 빈방에 놔 두고 우리 모임이 모여 있는 방으로 돌아 갔다.

내가 자리에 돌아와서 지원이 옆에 앉으니, 한 눈치하는 지원이는 나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 오빠, 밖에서 무슨 일 있었죠? 표정이 이상한데? “
“ 아냐, 무슨 일은…. “

그렇게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 한 5분쯤 지났을까, 조현이도 들어와서 내 건너편 의자에 돌아와 앉았다. 말도 안하고 휘익 도망쳐 들어온 게 조금 미안해서 조현이의 눈치를 살피는데, 그녀도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의식적으로 딴청만 부리고 있었다.

한참 그렇게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나는 방금 전의 일이 머리 속에서 혼란 스러워 노래를 부르는 둥 마는 둥 했고, 흘끔 흘끔 쳐다본 조현이도 주변 남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두 시간여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노래방을 나왔다.

노래방을 나오니 시간은 밤 11시쯤 되었고, 이제는 갈 사람들은 집에 가는 분위기 였다. 다만 언제나 처럼 소수 몇 명만이 그냥 가긴 아쉽다고 해서, 근처에 보이는 민속 주점으로 갔다. 그 3차 모임에는 조현이, 지원이도 따라 왔다.

3차는 매우 지루했다. 금방 시간은 자정을 넘었고, 술 먹고 있는 사람들의 대화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나는 정리할 타이밍을 찾고 있었다. 그때, 한명이 탁자 위로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정말 고마운 녀석이군. 나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 저기, 술 너무 많이 취한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오늘은 이만 하시죠. 오늘 아쉬운 분들은 나중에 따로 연락하셔서 만나시기 바랍니다. 우리 오늘 정모는 이걸로 끝내기로 하죠”

잠시, 왁자 지껄 하였으나, 다들 자리에서 일어 섰다. 나는 쓰러진 K군을 옆에서 부축하여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 조현이가 K의 한쪽 팔을 잡고 같이 일어섰다.

주점 밖으로 나왔더니 초겨울 새벽 공기가 싸늘했다. 나는 먹었던 술이 조금은 깨는 것을 느꼈다.
나도 정신을 좀 차려야 K도 집에 보내고 할텐데 걱정하며 나왔는데 다행이 었다.
밖으로 나와서도 몇몇은 이야기를 멈출 줄 몰랐다. 처음 3차를 같이 왔던 인원들도 밤이 깊어 질수록 한두명씩 중간 중간 떠나며 10명 남짓만 남았다. 지원이도 집이 같은 방향인 사람들과 이미 떠나 있었다.

술취한 K를 나와 조현이가 양옆에서 부축하면, 우린 마지막 무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모두 잘 들어가시구요”
“ 네, 부시럽鍍?수고했어요. 오늘 고생 많았습니다. “

나와 조현이는 K를 부축하면서 겨울 테헤란로를 걷고 있었다. 새벽이지만, 연말이라 그런지 지나다니는 차들이 많았다.
“ K야, 어때 정신이 좀 들어? 집에 갈 수 있겠어?”
그런데, K네 집이 어디더라... 수원 어디였던거 같던데....

K가 대답했다.
“으… 그냥 어디 모텔이라도 잡아 줘 “

“ 조현아, 너는 집이 목동이라 했나? 넌 어떻게 할래 ? “

조현이 대답했다.
“ 저는 조금 있다 택시 잡으면 되요.. “
“ 그래, 그럼 K 방 잡아 주고, 너 택시 태워 줄께. 조금만 더 걸어가 보자”

나는 정신없이 쓰러지려하는 K를 붙잡으며 낑낑대고, 내 옆으로 조현이가 다가와서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한 10여분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니 허름해 보이는 여관 간판이 하나 보였다. 우린 다행이다 생각하며 그곳으로 들어갔다.
여관은 입구에서부터 낡아 보였고, 약간의 돈을 내가 치룬 후 올라간 복도엔 어둡고 탁한 공기가 느껴졌다. 나는 조현이랑 같이 있는 것도 신경쓰여 서둘러 방 호실을 찾아 주었다. 그리곤, K를 밀어 버리듯 방안으로 밀어 넣었다. 나는 K의 혀가 꼬부라진 목소리로 고맙고 잘 가라고 하는 소리를 뒤로 하고 방문을 닫았다.

나는 서둘러 조현이와 여관을 나왔다. 아무것도 한 것도 없지만 여자와 여관을 나온다는 건 참 민망한 일이 었다. 그래서, 그런가 조현이도 아무 말이 없다.

어색함을 깨려고 내가 먼저 말했다.

“ 집이 목동이라 했지? 내가 택시 잡아 줄께. 그럴려면 큰길로 나가야 할꺼 같은데?“
“ …. “

그녀가 조용히 다가왔다. 그리곤 내 팔짱을 꼈다. 내 팔뚝에 그녀의 가슴이 느껴지면서 갑자기 온몸에 야릇한 기분이 드는 찰라, 그녀의 입술이 내 빰을 거쳐 입술로 다가왔다.
아니, 무슨 여자가 빼는 것도 없이 이렇게 저돌적이지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그녀와 입을 맞추고 있었다.

두어시간 전에 처음 느낀 그녀의 입술을 여전히 작고 부드러웠으며, 키스의 향기는 나의 자제심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여전히, 많은 차가 지나다니는 테헤란로에서 더는 안될 꺼 같아서 내가 키스를 멈추자, 그녀가 눈을 떳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 우리 어디 함께 가야 할꺼 같은데? “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그리곤 숨소리를 섞어 가며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 어디 가려 그러지? “
“ 글쎄…. 좋은데? “
“ 좋은데가 뭐지? 난 잘 모르겠는데..”
그녀가 웃으며 딴청을 부렸다.

“ 그럼 그냥 따라와야 겠네…. “
웃으며 내가 말했다.

주변을 살펴 보았더니, 길건너에 MOTEL이란 빨간 글자가 골목에서 깜빡깜빡 빛나고 있었다.


상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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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장소와 인물, 주변 상황을 각색 하였습니다. 워낙 당시엔 흔한 일이라 뜨끔한 분들도 많겠네요...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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