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식이 학원가다 - 4부2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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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3월 봄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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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덩그러니 누운채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 거식.
화를 식히려 해도 계속 머릿속 끝까지 치고 올라온다.

불과 1개월만 더 다니면 직업으로는 최고인 K정보연구소에 정식 직원으로 입사 할수 있었음에도 서울에 있는 중학교 동창 현기 라른 친구의 전화 한통에 의해 모두 산산조각이 났다.
직접 컴퓨터 학원을 차렸다며 거식에게 도와 달라고 전화해서 모든것을 포기 하고 올라 갔더니 다름 아닌 자석요를 파는 다단계 업체였던 것이다.

수명의 남여가 합숙을 하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일확천금을 꿈꾸고 있었다.
뒤 늦게 알아 차린 거식이 어떻게든 빠져 나오려 했지만 오히려 감금 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그러던 중 어떻게든 딸아이를 찾겠다는 한 아버지의 부정으로 인해 경찰이 출동했고 그제서야 거식도 벗어 날 수 있었다.

그리고 돈 한푼 없이 집으로 돌아온 거식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벌써 2년 넘게 취직생활이래야 겨우 3-4개월 밖에 하지 않은 거식을 살갑게 맞을 이유가 없다.
그나마 컴퓨터만 2년 가까이 만져온 거식의 실력은 직접 프로그램을 짤 수 있을 정도 였다.

어쨌든.
취직을 하려 해도 경력이 안돼고 고졸 출신인 자신을 쉽게 뽑아 주는 학원은 없었다.
무엇보다 그 흔한 워드프로세서나 기능사 자격증 마저 따지 않은 거식.

별로 생각 조차 없었다.
그 까짓 자격증이야 원하면 언제든 딸 수 있는 실력이었지만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대충 냉장고에 김치를 꺼내어 고추장과 함께 밥을 비벼 먹으며 점심을 떼운다.

땀을 흘리며 보험 영업을 다니시던 어머니께서 들어 오시며 혀를 찬다.

"쯧쯧.. 넌. 언제 사람이 될래?? 언제까지 그렇게 빈둥 빈둥 놀꺼야? 동생 안보여?"
".. 알았어요.. 나도 알아 보고 있다고.."

"너. 그러지 말고 과외라도 좀 할래?.. 엄마 아는분 딸이 여상 다니는데. 아. 너도 알꺼야. 박사장님. 박사건설회사."
"어. 박사장님.. 알지.. "
박사장은 어머니께서 식당을 하실때 매일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오셨던 사장님이었다.
푸근한 인상에 호리한 몸매에도 불구하고 나름 카리스마를 지녀서 직원들이 꼼짝 하지 못하는 듯 싶었다.

"그. 딸이. S여상 다니거든. 지금 2학년 이라는데 뭐라더라?? 자격증인가?? 뭐 딴다고 학원 알아 보고 있다더라."
"그래서?? 학원 알아 본다는데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그러니까. 학원 말고 거식이 니가 집에서 가르쳐 주면 어떻겠냐고.. 돈 받고.."
"돈.. 받..고..??"

"그래. 노느니 그렇게라도 돈 좀 벌어서 담배라도 사 펴. 맨날 손 벌리지 말고.."
"......."

거식은 어머니의 채근에 고민을 했다.
어차피 당장 취업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고2 여학생이라면 워드나 정보처리 기능사 시험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그 정도야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거식이 아니던가.

마음을 잡은 거식은 이내 박사장의 전화번호를 건네 받는다.


3일 후..

단발머리의 오동통한 농심 너구리를 몰고 갈 것 같은 학생과 거식이 방안에 있다.
빨간 안경과 여고생 답게 단발 머리의 수애.
갈색 교복과 하얀색 블라우스가 싱그러움을 전해주는 것 같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수애는 중학교 2학년 이었을 것이다.
그 시간 거식은 군대에 있었다.
그때 받았던 위문 편지중에 수애의 또래가 보내준 것도 있을 텐데 어린이가 보낸다는 생각에 후임병에게 건네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게 어린아이처럼 생각했던 나이 어린 학생이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의 어엿한 숙녀가 되어 내 앞에 두손을 모으고 다리를 쪼그린채 앉아 있다.

"자. 그럼 시작 해볼까? 어디까지 알지?"
"음. DOS는 배웠고. EDPS도 배웠는데 잘 모르겠어요. 한글은 쪼금. 알고요."

"음. 그럼 우선. RAM과 ROM의 차이부터 말해볼래?"
"네?? 그.그건. 음.. 모르겠는데요."

"이런. Random Acess Memory와 Read only momory의 차이를 모른단 말야??"
"네.. 모르겠는데요. 안배운것 같은데.."

"EDPS 배웠다면서.. ??"
"그건 배웠는데.. 말씀하신건 안 배웠는데요.."

"안 배운게 아니라 딴짓 했거나 졸은 거겠지."
"아녜요. 진짜 안배웠어요."

"알았어. 일단 Random Acess Memory는 휘발성 메모리라고 그래. 휘발성이 뭔지 알지?? 수애 머리 처럼. 기억 못하고 계속 까먹는거. 즉 전원만 꺼지면 가지고 있던 정보가 모두 지워지는 메모리야. 알겠어?"
"치. 저 안 까먹거든요."

"어쨌든. 전기 내리면 끝인게 RAM이야. Random Acess Memory 꼭 기억하고."
"그럼 ROM은요?"

"ROM은 억양도 드럽잖아. 사내놈. 할때 놈.죽어도 안지워지는 메모리 쓰지도 못하고 읽기만 하는 메모리야.."
"오빠 처럼요??"

"뭐??"
"킥킥.. 오빠 엄마가. 오빠 말할때 놀고 있는 놈.. 이라고 했거든요.."

"이녀석이.;;; 쓸데 없는 말 말고. 오직 읽기만 하는 메모리 그래서 Read Only Memory. 약자로 ROM인거야."
"네. 알았어요.."

"자. 그럼. 책 앞장부터 펼쳐봐.."
"처음부터 하려고요??"

"그럼. 겨우 그것도 모르면서 처음부터 해야지."
"알았어요. 치.."

거식은 수애의 컴퓨터 교육을 매일 2시간으로 잡았다.

30분은 EDPS 교재로 강의를 하고
다시 30분은 DOS 수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남은 1시간은 워드 프로세서 시간이었다.

말이 강의이지 1:1로 교육 하는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특히 워드프로세서를 할때는 간단한 예제를 주고 도표를 그리거나 본문을 타이핑 하며 줄맞추기 등을 하도록 시키고 자신은 또 다른 컴퓨터를 이용해 프로그래밍을 공부한다.

좁은 방안에 여학생과 함께 있으려니 후덕지근 하다.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컴퓨터 모니터 뒤로 열심히 도표를 그리고 있는 수애의 모습이 눈에 드러온다.

교복 상의 사이에 비친 하얀색 블라우스 그리고 은은하게 비쳐지는 브래지어.
순간 거식은 당황해 한다.

고2 여학생임에도 통통한 체구의 수애는 큰 가슴을 뽐내고 있었다.
열심히 자판을 치던 수애가 볼펜이 떨어져 줏으려 하는 순간 거식의 눈에 수애의 브래지어와 함께 가슴살이 눈에 들어온다.

-두근.두근.
갑자기 거식의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그 날 이후 수애의 옆에서 컴퓨터를 가르쳐 줄때는 수애의 향기가 거식을 괴롭혔다.
어린 여인의 향기는 우유향이랄까? 어쨌든 상큼한 향이 흘러났다.

그렇게 보름쯤 지났을까?
수애가 친구 한명을 데려 온다.
수업이 끝나면 같은반 짝꿍과 놀 것이라며 김수현이라는 친구를 데려 온것이다.

수현이라는 친구도 단발머리에 안경을 썼다.
수애보다 더 통통한 얼굴에 가슴은 수애 보다 훨씬 더 커 보였다.
거식은 속으로 혼자 혀를 찬다.

어쩌다 고딩들을 보고 마음이 싱숭생숭 해지는것인지..
최근 만나지 못한 간호사인 여자 친구 지현이 때문인듯 싶었다.
매일 무엇이 그리 바쁜지 연락조차 하지 않는 지현..

어쩌다 만나면 키스만 겨우 허락할 뿐 그 이상은 한사코 거절하는 지현으로 인해 거식은 늘 욕정 불만에 시달렸었다.
물론 예전의 학원에 가면 경리를 보는 윤소영이나 원장인 지현을 상대로 성욕을 풀 수 있었지만 쫏팔렸다.

다들 연구소에 입사한 자랑스런 선배라고 학원게시판에 1년 넘게 붙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런 꼬락서니로 찾아 간다는 것이 한없이 ?팔려 가질 못하고 있었다.

워드프로세서 2급 문제지를 풀어 보라고 하고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꺼내어 문다.
얼른 취업을 해야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벗어 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맴돈다.

담배를 피우고 내려가자 수애와 수현이 장난을 치고 있었다.
방바닥에 이불을 뒤집어 씌운채 서로 나뒹구는 두 여학생.
순간 수애의 치마가 들어 올려지더니 그대로 팬티를 드러낸다.

"야~!. 너. 죽었어.. 우씨. "
"꺄르르륵.. 그만. 그만.. 큭큭.."

"뭐야. 너도. 당해봐. 이야~~!!!!!!!"
"헉. 무거워. 아흑. 꺄르륵.. 그만. 큭큭. 아윽!!!"
수애가 수현의 배위에 올라타 수현의 두 손을 잡은채 혀를 내밀며 목을 간지럽히고 있다.

덕분에 수현의 팬티가 거식의 눈에 들어온다.
문고리를 잡은채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거식이다.
그대로 서있던 거식은 수애가 배위에서 내려오고 수현이 거식과 마주친 후 비명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정신이 들어 방문을 닫았다.

급하게 부엌으로 가서 냉수한잔을 마신 거식은 거실에서 서성이며 방안 분위기를 살폈다.
아무런 말이 없자 결국 노크를 한다.

-똑똑..

"누구세요???"
"..어.. 나.."

"뭐해요?? 얼른 들어와요."
수애의 목소리에 방으로 들어가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수애는 컴퓨터를 하고 있고 수현은 만화책을 보고 있다.

"아우. 담배 냄새.. 선생님 또 담배 폈죠?"
"어?. 응. 미안.."

"치. 담배 피고 나면 꼭 이 닦고 오라고 했잖아요. 얼른 갔다 와요."
"응. 알았어."
거식은 수애가 코를 막고 말을 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양치를 하고 요의가 느껴져 소변을 보고 화장실 문을 열으니 수현이 서있다.
거식은 황급히 수현의 옆을 스쳐 지나가려 하는데 수현이 거식의 팔을 잡는다.

"응?? . 왜.."
"봤죠??"

"응?? 뭘??"
"말해요. 봤잖아요..제 팬티."

"그.그거야.들어 가려다가.."
"치. 거봐. 내 그럴줄 알았어. 응큼하긴.."

"야. 그건 니네들이 장난치다가."
"됐거든요.. 보고 싶으면 보여 달라고 하지. 그걸 훔쳐 봐요? 남자가 쪼잔하게.."

"그.그게 아니라.."
"아우. 됐어요. 수애도. 지 선생이 이런 늑대라는거 알려나??"

짝!!!!!!!
"아니라니깐!!!!!"
거식은 순간 화가나 수현의 빰을 때리고 만다.

"미안..."
"훌쩍...."

거식의 품에 안긴 채 겨우 진정을 되찾는 수현.
한참을 훌쩍이던 수현이 거식을 밀쳐낸다.

“뭐예요. 응큼하게..제자 친구를 안고..”
“난. 그.그게 아니라.”

“큭. 됐어요.. 치. 농담한번 했다가.. 맞아 죽는 줄 알았네..”
“..미안.. ”

“됐으니까. 수애 한테 가보세요.. 이상하게 생각하겠다.”
“어?. 어.그래..”

수현이 화장실로 들어가자 거식은 수애가 문제를 풀고 있는 방으로 향한다.
다행히 수애는 열심히 도표를 그리고 있다.

수애의 뒤에서 물끄러미 수애가 문서 작업하는 것을 지켜 보고 있는데 수현이 얼굴을 씻고 문을 열고 들어온다.

“너 씻었어?”
“응. 땀이.좀 나서.”
수애의 질문에 수현이 대답한다.

“그런데. 얼굴 왜 그래?. 오빠.. 얘 얼굴 빨간하지 않아?”
“응?. 빨간하긴.. 씻어서 그렇겠지.”

“아냐.. 한쪽만 그런데?.. 잘봐바 오빠..”
“...”
수애가 수현의 얼굴을 뚫어질 듯 바라보며 거식에게도 보라고 해서 수현의 모습을 바라 보지만 눈을 마주치는 것 조차 두렵게 느껴졌다.

“야.. 됐거든.. 너.. 공부하기 싫으니까 내 핑계 대는거지?”
“아냐.. 진짜 너 얼굴 빨간해. 꼭 맞은 것 같은데?”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것 같은 거식이다.

“맞기는 내가 왜 맞아?. 너 내가 맞는 것 봤어? 때리는 적은 있어도 맞은 적은 없거든!!”
“그렇기는 한데.. ”
수애는 기어코 손을 뻗어 수현의 뺨을 어루 만진다.

“야. 됐어. 치워. 얼른 공부나 해..”

수현의 채근에 수애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금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한다.
수현이 거식을 보며 한쪽 눈을 찡그려 윙크를 건넨다.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거식이다.

어느덧 수업의 막바지에 들어서고 있다.
방 구석에 세워둔 작은 화이트보드에 순서도를 그리고 설명을 하는 거식.
수애가 턱을 괸채 거식의 설명을 듣고 있다. 싱글싱글 웃는 해 맑은 수애.

“수애야!..”
“응?”

모든 수업이 끝이 나고 어서 집으로 가줬으면 하는 거식이었다.
수현의 일이 부담이 되기도 했고 어제 못다한 프로그램 로직에 대해 살펴 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화이트 보드에 그려진 순서도를 지우는데 수현이 수애에게 말을 건다.

“있잖아.. 나도.. 같이 배우면 안될까?”
“응?. 진짜? 그럴래?”

“응. 학원 다니려고 생각은 했는데. 너 배우는 거 보니까 나도 여기 오빠한테 배우는게 좋을 것 같아. 넌 어떻게 생각해?”
“나야. 좋지.. 혼자 보단 둘이 더 좋아. 오빠~. 괜찮지?”
수애는 거식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밝은 웃음을 건넨다.

그러나, 거식은 수현이 부담스러웠다.
화장실 앞에서의 상황도 그랬고 무엇보다 수현의 큰 가슴은 거식의 눈에 계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수업중에 자꾸만 다른 야한 생각이 들 것만 같았다.

“어? 생각.좀.해보고.”
“에이~ 생각하고 자시고 어디있어.. 이렇게 예쁜 제자가 둘이나 생기는건데.”

“그래도.. 둘이면. 아무래도 시간도 그렇고. 컴퓨터도. 그렇잔아.”
“아.맞다. 컴퓨터.. 그럼 컴퓨터 한 대는 내가 집에 있는 것 가져다 줄게.”
거식의 작은 방에 컴퓨터가 두 대가 있다.

하나는 수현을 가르킬 때 쓰는 저가의 286컴퓨터와 거식이 쓰는 486SX 컴퓨터.
자신의 컴퓨터로 수업을 진행 하기는 좀 그랬다.
지난 2년간 혼자서 작업했던 프로그램에서부터 각종 문서까지 들어 있었기 때문에 행여 망가지지 않을까 노심 초사였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을 대변하는 수애였다.

“어차피 나 혼자 배워봐야 오빠 돈도 안되잖아. 그렇게 해. 수현아. 강의료는 7만원이다.”
“응. 그래. 할머니 한테 내일 달래 올게.”
수애의 말에 수현이 내일부터 당장 수업을 들을 기세이다.

“어.. 우리 떡복기 먹으러 갈까?. 오빠 같이 가자.”
“나.난. 괜찮은데??”

“예쁜 제자들이 사준다는데 고맙습니다. 하고 따라 오는 거거든. 얼른 가자.”
수애가 거식의 팔을 잡아 끈다.
수애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수현도 남은 거식의 팔을 이끈다.

두 여고생에 이끌려 떡복기 집으로 들어 섰다.
학교 이야기에 정신 없는 수애와 수현.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수다를 떨어대는 두 사람이다.
거식은 두 여고생 사이에서 포크로 떡복기 국물만 찍어대고 있다.
츄리닝 바람으로 끌려 나온 거식이의 모습은 영락 없는 백수 같다.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누던 수애와 수현.
떡복기 집 문을 열고 들어온 한 여학생으로 인해 대화가 중단된다.

“어? 안뇽”
“안녕.. 여긴 왠일이야?”

“나. 티처랑. 떡볶이 먹으러 왔지. 넌?”
“배 고파서 라면 먹으러 왔어.”

“또 집에 아무도 없는거야? 아빠 출장가셨어?”
“응. 그렇지 뭐.”

“에구구 우리 불쌍한 혜은이.. 이리와 옆에 앉아.”
“그.그래..”

“티처.. 여긴 우리집 아래층 사는 혜은이.. 혜은아. 내 티처야..”
“무슨?? 티처??. 선생님??....”
혜은이 거식을 바라본다.
덮수룩한 머리 몇 개월동안 자르지 않은 듯 묶어도 될 듯 싶다.
꾀재재한 얼굴. 거기에 저 어울리지 않는 츄리닝까지.
아무리 봐도 선생으로 보이지 않는다.

“응. 나 컴퓨터 가르쳐 주는 티쳐. 컴티쳐. 오빠. 얘 예쁘지?”
“응?.. 아.안녕하세요..”
수애의 말에 겨우 혜은에게 인사하는 거식이다.

수애와 동갑나이.
뒤로 단정하게 묶은 긴 머리가 마치 1970년대 어느 시골 마을의 여고생 같은 느낌이다.
작고 갸름한 얼굴 살짝 웃을 때 마다 들어가는 보조개 160Cm 정도의 늘씬한 키.

만약 거식이 8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한번쯤 대쉬 해보고 싶은 여학생이다.

“왠 존댓말?.. 티쳐.. 평소대로 하지?”
“야..임마..아니..내가.뭘 어쨌다고..”
거식은 수애의 머리를 살짝 내리 친다.

“아야.. 나티쳐. 티쳐가 지금 때린 손길로 인해 내 머릿속 세포 3,243마리가 사망신고를 접수했고 좌측뇌에 전해지는 충격으로 나티쳐가 가르쳐준 내용 정확히 17%가 삭제 되었거든요.”
“어이구.. 그래도 17% 밖아 삭제 안되었으면 다행이네. 내일 되면 전부 삭제되어서 기억도 못하면서..”

“그거야. 나티쳐가 제대로 못가르치니까 그렇지?”
“그래?. 그럼. 그만 배우셔야겠네요?. 다른 티쳐 찾아 보시죠..”

거식이 말을 하는 순간 주인아주머니께서 라면을 들고 혜은이 앞에 내려 놓는다.
“라면이다~. 잘 먹을께.”
“야. 조금만 먹어.. 너 살쪘거든..”

“나도.알거든. 살찐거. 그래도 나눠 먹어 줘야 우정이 싹트는 거야. 수현아. 너도 좀 먹어.”
“어.. 그래.”
라면 한그릇에 젓가락이 세 개가 된다.
금새 비워지는 라면. 수애와 수현 그리고 혜은이 번갈아 가며 그릇을 들어 국물까지 말끔히 비워낸다.

다시금 시작되는 수다.
약 4달 앞둔 워드프로세서 2급 자격증에 관련된 수다이다.
“나도. 배우긴 배워야 하는데.”
“그럼 배우면 되지.. 뭐가 문제야..”
혜은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말을 하자 수애가 당연하다는 듯 말을 한다.

“배우고 싶은데 이번 달 생활비가 빠듯해.”
“.....”
뭔가 사연이 있는 듯 싶다.
어린 여고생이 왠 생활비 걱정이란 말인가?

순간 수애가 거식을 보며 씨익 웃는다.
마녀의 웃음이다.

“나티쳐~~~~”
“응??........”

“혜은이. 예쁘지?”
“어?.. 응.. 그.그래..”

“얘.. 돈이 없기는 한데 나중에 줄테니 그냥 같이 가르쳐 줘라...”
“뭐??...그.그게..”

“아이. 내가 수현이도 끌고 왔잖아. 앞으로 더 많이 데려 올테니까 혜은인 까따리로 껴줘..”
수애가 턱을 손으로 괸채 웃으며 말을 한다.

“됐어.. 그렇게 안해도 돼.”
“넌. 조용히 있지?. 나 지금 나티쳐랑 인생 상담하는거 안보여?”
혜은이 수애를 말려 보지만 쳐다 보지도 않고 거식을 보며 이야기 한다.

“티쳐~. 티쳐도 돈 없는 서러움 알잖아. 그러니까 혜은이도 같이 가르쳐줘. 오케이?”
“그..그래.. 그러자.”
거식이 수애의 채근에 결국 혜은이도 가르쳐 주겠다고 한다.

“괜찮은데...”
“협상 끝났거든. 내일부터 7시까지 요 앞 공원으로 와. 넌 집을 모르니까.”

“집??. 왠 집??”
“아. 말을 안했구나. 나티쳐는.. 학원에서 강의 안해. 집에서 해. 여기 수현이도 같이 배우기로 했고. 제자가 우리 셋이야..”

“정말?.. 집에서 하는거야?”
“응. 문제 없어.”
혜은은 컴퓨터를 배울 수 있다는 말에 기뻐 하면서도 개인집에서 컴퓨터를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선 의아하게 생각했다.

세 여고생에 둘러 쌓여 수다를 들은 거식은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온다.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일어선 거식.

“나~티쳐.. 내일봐.”
“오빠. 잘가요..”
수애와 수현 그리고 혜은을 뒤로 한 채 거식은 다시금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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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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