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때 말이지...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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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헤어질 거란 거, 알고 있었지? "
커피 잔을 바라보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물었다.
" 글쎄. 그런 생각을 일부러 하진 않았어. "
테이블 위에는 시럽이 들은 작은 도기잔과 각설탕이 놓여있었다.
그녀의 하얀 그리고 긴 손가락이 각설탕의 흰종이를 작은 손끝으로 정성스럽게 벗겨내곤 했다.
그리고 그 찰나에 하필, 내 팬티를 잡아 내리던 몇일 전 밤이 생각난건, 남자라는 어쩔수 없는 짐승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커피에 설탕을 넣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그녀가 물었다.
" 앞으로 어떻게 지낼거야? "
나는 화가 난듯한 말투로 쏘아붙이듯 말했다.
" 신경쓰지마... 하지만 한동안은 널 잊으려 바둥대겠지. "
나는 그녀의 검은 머리칼을 보고 있었다.
항상 단발의 검은 머릿결을 유지했던 그녀의 머리결의 색갈이 오늘따라 조금은 다르게 보였고, 저게 블루블랙인가?라는 실없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난 그게 실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금새 접어둘 수 있었다.
그녀가 어떤 남자를 떠나서, 나에게 올때... 그때의 그녀는 블루블랙의 헤어칼라를 가지고 있었다.
아주 조금, 이별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을 대면 검게 파란 그 색이 내 손에 묻어날것만 같았다.
그리고 알았다. 몇일전부터 그 색깔이었음을...
그녀는 다시 물었다.
" 우리말이야. 사람들. 왜 이별하고 사랑하고 그러는걸까? "
주머니속에 담배와 일회용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던 나는 무심결에 대답했다.
" 네가 믿는 그 하나님에게 와이프가 없잖아.... "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눈을 크게 뜨고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 그게 무슨 말이야? "
참으로, 오랫만에 그녀가 내 눈을 바라보며 물어왔다.
나는 마치 처음 그녀를 만나 사랑에 빠진 것처럼, 가슴이 아려왔다.
무슨 말이든 하지 않으면, 목소리가 떨릴것 같았고 눈물이 흐를거 같았다.
그렇게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그리고 격한 슬픔이 밀려왔다.
" 몰랐을거 아냐... 만나고 사랑을 나누고..이별하는거 그리고 잊는거. "
난 담배를 꺼내려다 도로 집어넣고선, 그녀의 몇일 전에 느꼈던 그 밤의 향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사실 이별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조차 나는 그녀의 나신을 느끼고 있었다.
목덜미에 지그시 코를 묻으면 봄의 벚꽃처럼 내게 향수를 일으키던, 나는 그녀를 안을때마다 그 향에 취해있곤 했지만, 그것이 이제 아련한 그 무엇인것만 같았다.
내가 있던 곳은 봄이 아니었고 늘 그 향기는 몇해 전 봄의 그것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 하나님께서 사람을 데려다 실험하고 있는 거구나. "
" 응 몰랐던거야..몰라서, 알고 싶어서, 궁금해서일꺼야. "
" 가엾네. "
" 소심하지. "
" 그러네.. "
마지 예정된 것처럼 우리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같은 곳을 보지 못한채로, 그로부터 한참이나 우리는 말없이 앉아있었고, 작은 미동조차 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애써 굳혀놓은 나의 감정이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것 같았다.
우리 사이엔 거대한 침묵이 있었고, 그 침욱은 잔뜩 공기를 머금은 풍선처럼 가벼웠다.
난 그것이 이 공간 구석에 열려진 작은 창문을 빠져나가서는 조금씩 조금씩, 하늘 저 위로 날아오르는 어처구니 없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 사이의 시간 속에서 저질렀던 수많은 잘못들은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지도 못한채 묻혀버리고 말았다.
결국 돌아갈 수 없는 시점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시간조차 남아있지 않았고, 그녀가 커피숍을 나서고 나서야 나는 그 상황을 깨달았다.
흠없이 아름다운 무결한 추억은 있을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수정과 나는 헤어졌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
첫번째 작품의 프롤로그를 올려봅니다.
그저 저의 지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본명과 장소와 시간을 아주 조금 모자이크 처리하여 올려보려고 합니다.
재미와 말초신경의 자극보다는, 몇년 남지 않는 마흔살이라는 나이 앞에, 담백하게 털어내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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