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때 말이지... - 1부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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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의 찰나와 같은 섹스가 지나고 나서야,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친구녀의 이름은 수경이었다. 수경이는 나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봤고, 왠만하면 연락은 문자로 신신당부를 한 후에야, 내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이미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았는데, 모르는척 하기에는 내가 너무 순진했는지도 모르겠다.

위층에서는 어느새 진현이의 코고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이사 첫 날 기분 좋게 새로이 세탁된 침구에서 친구와 노래방 도우미가 뒹굴고 있다는 사실이 황당할 뿐이었다.

수경이는 나의 사정이 끝난 후, 화장실로 달려가 뒷정리를 했고, 나는 적당히 물티슈로 나의 자지를 닦아냈다. 감정이 없는 무미건조한 충동적인 섹스는 늘 공허함을 남길 뿐이었다.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담배를 꺼내들었고, 츠르륵~ 하는 라이터 소리와 함께, 담배끝이 타들어가는 모습은 내가 언제 모르는 여자와 섹스를 했는지 잠시간은 잊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아침이 밝아왔다. 한 좀비와 두 시체는 뻔뻔스럽게도 집에서 짬뽕까지 시켜먹고 오후 1시가 다 되어서야 사라졌다. 나는 수진이에게 집에 아무도 없는 양, 잠들어 있던 것처럼 전화통화를 마쳤고, 아무 의심도 받지 않고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오늘이 일요일이었던게 천만 다행이라고 느껴질만큼 내 몸은 무거웠다. 그 들이 사라진 후, 진형이와 이름 모를 여자의 향기가 남아있는 침대속으로 기어들어가 남아있는 잠을 청해야 했다.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오후 4시 5시가 다 되어서야 나는 다시 일어나, 어제의 흔적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수진이때문에라도 빠른 정리가 필요했다.

원래의 모습대로 정리를 마쳐놓고, 나는 수진이에게 전화를 했다.

" 좀 쉬었어? 난 피곤해서 잠만 잔거 같아.. "

" 응. 엄마한테 잔소리만 실컷 듣고, 나도 오늘은 잠만 잔거 같아.. "

" 정리하느라 힘들었나봐.. 몸이 좀 안 좋네.. 오늘은 그냥 집에서 마저 쉬고 주중에 오빠가 맛있는 거 해놓고 초대할께.. "

" 그래..오빠.. 나도 오늘 나가기에는 눈치 보여.. 대강의 통화를 마친 후, 나는 다시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갔고, 눈을 떴을때는 아침이 되었다. 사기당한 기분이었다. 나는 분명히 잠을 잔 기억이 없는데, 몇 시간이 흘렀고, 아침이 되어있던것이다. 나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출근준비를 서둘렀다.

출근해서는 평소와 다를 것없는 업무들이 산적해 있었다. 차근 차근 업무들을 해치워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대리님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 이사 잘했어? "

" 아..네.. 주말 내내 청소만 했죠..뭐..ㅎㅎ "
" 사무실에서 그리 멀지 않다며... 언제 집들이라도 해야지..? "

" 하핫.. 남자 혼자 사는 집에 무슨 집들이를 해요? ㅎㅎㅎ 볼것도 없는 자취방인걸요.. "

나는 집들이라는 소리에 뒷목이 뻐근해짐을 느꼈다. 어제의 불쾌했지만, 새로웠던 기억들도 다시 나의 머릿속을 잠식했다.

" 내일 어때? 그냥 중국집 시켜서 소주나 한잔 하게 자리 만들어봐.. "

이 $#%@#노므 대리는 틈만 나면 어떤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회식자리를 만드는 내가 보기에는 알콜중독이나 다름 없는 자였고, 행여나 혼자 사는 직원의 집에 들이 닥쳤을때에는, 냉장고를 모두 비워놓고 아침 라면까지 얻어먹는 철면피 기능 내장형 좀비였다. 우리 개발2팀에서 혼자 사는 남자들에게는 적이나 다름 없었고, 이미 결혼한 유부남의 와이프들에게는 기피대상 1호인 인간이었다. 물론 아주 뻔뻔하지는 않다. 그만큼 얻어먹고 신세지기 전에, 그는 항상 꽤 제법 돈이 들어간다 싶은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선물 정도는 챙길정도의 센스는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얻은것보다 피해가 늘 커서 문제였던 것이다. 한번은 집들이를 핑계로 자취하는 남직원에 집에 들이닥쳐서는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티비가 낡았다며 최신형 티비를 선물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멋있는 구석도 있는 사람이었다.

어쨋튼, 한번은 겪고 넘어가야 할 일이었다. 내가 집들이를 하기전까지는 어떤 핑계를 대고서라도 빠져나갈 수 없는 덫에 걸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기왕 이렇게 된거, 빨리 치르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제일 먼저 수진이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얘기를 했다. 수진이는 요리에 아주 치명적일 만큼 능력이 없는 여자다. 내 여자친구이지만, 외계고기제육볶음만큼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원한것은 수진이가 집들이때 우리집에 와주길 바라는 것이었다. 여자친구가 와있는 집에서 눈치도 없이 자고갈만큼 뻔뻔하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당연히 수진이는 오케이를 했고, 음식걱정에 여념이 없었다.

대리님과 상의끝에 집들이날짜는 수요일로 정해졌다. 출장 스케쥴과 외근 스케쥴을 모두 조율하다보니, 마땅한 날짜는 수요일밖에 없었고, 주말보다는 낳을거 같았다. 자고 가는 인원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날짜이기도 했다.

수요일 오후, 수진이는 평소보다 서둘러 퇴근을 해서 집 냉장고를 술장고로 바꿔놓았고, 중국집과 족발집에 전화를 해서 적당한 안주를 배달 시켜 놓았다. 감사하게도, 술에 있어서는 절대 지지 않을 지은이까지 불러놓았다. 아마도 남자들만 드글드글한 집들이 자리를 어느정도 분위기있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대리와 함께 나와 같은 직급의 직원 2명까지 모두 우리집으로 도착했다.

" 와... 여자친구분이 미인이시네요.. 반갑습니다. 이석모라고 합니다. "

" 네..감사합니다.. 박수진이라고 해요.. 저희 오빠 잘부탁드려요... "

여기서 잘 부탁드린다는 것은 술 적당히 먹이고 일찍 집에 가라는 무언의 협박이라는게 살며시 느껴졌고, 정말 요리실력만 아니면 결혼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만치 회사 직원들에게 친절하게 대했던 것 같다. 지은이도 처음 보는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지지않고 맞장구를 쳐주며, 술잔을 비워냈다. 지은이의 페이스에 말려, 남자들도 평소보다 빨리 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내가 원하는 데로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왜 슬픈예감이 틀린적은 단 한번도 없을까? 역시 이석모 대리는 이미, 눈과 입이 모두 풀려 몸을 못가눌 정도가 되었고, 지은이의 엄청난 주량에 밀려 직원 2명도 인사불성 직전에 놓였다.


" 태영씨, 괜찮아요? 이만 정리해야죠.. 내일 출근도 해야 하는데.. "

" 아..네.. 어우 너무 마신거 같아요.. 그만 일어나야죠.. "

" 이 대리님 이만 정리하시죠? 내일 출근도 해야 하는데.. "

" 어..어.. 그래... 그만 먹어야지.. 어우 근데 너무 마셨나봐..힘드네.. "

" 대리님 그래도 저 여친도 있고 그래서... 하핳....하핫.....하하하하.. "

" 아..그래..그래.. 여친도 있는데 여기서 자고 갈 순 없지. "

......라고 말만 했을 뿐이다.



결국 대리 운전을 불러서, 직원 두명은 실어서 보냈고, 진상 이 대리는 한쪽 귀퉁이에서 일어설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더는 어쩔 수 없을것 같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부자리를 꺼내와 대리를 쇼파에 눕혀 재웠다.. 수진이의 입이 댓발 나와서는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 에휴. 오빠.. 다 보내놓고 우리 끼리 한잔할까 했는데.. 힘들겠다..그치? "

" 그러게... 에휴... 예상은 했지만.. 또 이렇게 됐네.. "

지은이까지 입이 나와서는 툴툴거리고 있었다.

" 와..이분 진짜 염치없네... 이사한지 몇일 된 집이라고 이렇게까지.. "

하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여기 저기 장단 맞추고, 잔심부름을 하다보니, 지은이와 나와 수진이는 제대로 맥주 한잔 마신 기억이 없었다. 물론 지은이는 마셨지만, 취하지 않을 뿐이었다. 당연히...

남아있는 안주를 대충 정리해서, 조촐한 상을 만들었다. 맥주캔을 몇개 꺼내와서, 잠들어있는 이대리 옆에서 홀짝거리기 시작했다.

" 오빠.. 근데.. 와인이 안보이네? "

나는 순간 당황했다. 선반 위에 있던 와인.. 진현이 일행이 왔을때 꺼내먹은 그 와인말이었다.

" 아.. 와인.. 정리하다가.. 떨어뜨려서 깨졌어.. "

나는 평소에 와인을 마셔도 한병을 다 마시지 못하는 걸 아는 수진이 앞에서, 마셨다고 할 수도 없었고, 그저 얼머부릴 수 밖에 없었다.

" 다친데 없어? 저기서 떨어졌으면 위험했을텐데..괜찮은거지? "

" 어... 치우느라 고생했지..뭐... 괜찮아.. "

그 순간 지은이는 무슨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 엉뚱한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 에이.. 그거 나나 주지.. 아깝게 말이야.. 근데 다른 여자 끌고 들어와서 그걸로 분위기 낸건 아니지? ㅋㅋㅋ "

" 친구가 할 소리냐.. 그게..~ 술이나 먹어.. "

" 근데 오빠.. 냉장고가 뭐 그리 비어있어? 일요일날 장 봐다 놨는데... 그거 다 먹은거야? 아까 치즈랑 과일 꺼내려고 보니까 아무것도 없더라.. "

맞다. 일요일에 우리는 마트에서 최소한 일주일은 먹고도 남을 먹거리를 사다놨고, 그것들은 진현이와 두 시체에 의해서 사라진 뒤였다.

" 아..아...그거... 일요날 자려고 누웠는데, 잠도 안오고 해서, 맥주랑 하나 두개 꺼내먹다 보니까.. 먹었나봐..."
" 그날 시켜먹기도 그렇고, 해먹기도 피곤하고 그래서 걍 먹었어...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치즈 열장을 그 어느 누가 한번에 다 먹으며, 과자 몇봉을 한번에 없앴다는 말 자체도 우습게 들릴것 같았다. 하지만 수진이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 그래.. 에혀.. 피곤하다.. 오빠 오늘 어쩌지? 일단 자고 새벽 일찍 나갈까? 대리님 깨기전에? "

지은이와 수진이 그리고 나는 복층으로 올라갔고, 지은이는 침대밑에 자리를 잡았고, 나와 수진이는 침대위에서 자리를 잡았다. 나는 그 자리가 어색했지만, 지은이의 고집을 꺾을수는 없었다.

" 오빠.. 지은언니.. 잘까? "

" 글쎄.. 물어봐.. 왜? "

" 아니..뭐 그냥.. "

수진이는 요즘 섹스의 화신이라도 된듯 하다. 같이 있을때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수진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 아니..뭐.. 그냥... 물어볼께 있어서.. "

" 뭔데? "

나는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끼고 있었다. 설마 이사한 토요일의 일을 알고 있는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 오빠.. 토욜날 나 가고 나서 오빠 친구 다녀갔지? 그냥 솔직히 얘기해주면 안돼? "

" 어...어...... 미안...속일려고 그런건 아닌데... 자기가 싫어할 거 같아서... "

" 그런거 같더라... 정리 다해놓고 갔는데, 냉장고 비워진것도 그렇고 쓰레기 나온것도 너무 많아서 놀랐고... "

나는 차라리 솔직해지는게 낳을거 같았다.

" 죽어도 오겠다는데 어떻게 못말리겠더라..미안해..그냥 얘기할걸 그랬어.. 내 잘못이야.. "

" 아니..온건 상관없는데.....있잖아... "

나는 대충 어떤 질문인지에 대해서 등골이 다시 서늘해 지고 있었다.

" 오빠..그날 무슨 일있었어? 세탁기에 수건도 많고.. 그리고... "

" 응? "
" 아냐..아냐.. 그런 일 없었어... 진현이가 여친 데리고 와서 내 침대에서 둘이 자고 가서 그래..난 아무일도 없었어.. "

" 그래? ... 근데... "

" 응? "

" 근데..... ... 침대에도 그렇고....아까도 정리하다 보니까.. 대리님 준 이불도 ... 좀 그렇고... 뭐가 좀...."

아차 싶었다. 이불 어딘가에서 흔적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날 밤 일을 뒤늦게 복기했지만, 어디서 흔적을 발견한건지 알 수 없었다.

" 아냐.. 진현이가 지 여친이랑 위층에서 그 짓 하고 가서 그래... 자기가 기분나빠할까봐 얘기 안한거야..미안해.. "

" 그치? 그런거지? "

그리고 수진이는 손을 뻗어 내 바지속의 자지를 잡았다. 그리고는 살포시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 바지를 내리고서는 입속에 내 자지를 담그기 시작했다.
귀두끝을 어우르는 수진이의 혀는 감미로웠다. 그리고 양심의 가책이 밀려왔지만,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는게 낳을것만 같았다.

수진이는 한손으로 불알을 보드랍게 감싸쥐었다. 그리고 자지를 입압으로 빨아들려 삼키려는 듯 덤벼들었다.

" 수진아, 지은이도 있고 밑에 사람도 있고......오늘은 좀.. "

" 오빠.. 좋았어? "

" 뭐가? "

" 그 여자... "

" 누구? "

" 모르지만, 토요일 오빠랑 잔 여자.. "

헉..... 이건 뭐지? 어떻게 알고 있지? 싶었다. 이게 그냥 띄워보는 건지, 알고 묻는건지 알수 없었다. 여자의 직감이라는 걸까?

" 괜찮으니까, 얘기해줘.. 오빠.. "

" 아냐...진짜 난 아무일도 없었어... "

" 거짓말.. "

" 아냐..진짜 아냐... "

팽창해있던 내 자지는 인절미마냥 수그러 들었고,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
" 오빠,.. .. 그냥 사실대로 얘기해줘... 모르면 모른척 할 수도 있지만, 그냥 이렇게 된거 얘기해줘.. "

이쯤되면 다 알 고 있구나.. 싶었다.. 어디서 무얼 본건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의 발뺌은 나중에라도 용서를 구하기 힘들것 같았다.
나는 수진이를 바로 일으켜 다시 내 옆에 뉘어 팔베게를 해준후에,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줬다.

" 내가 원한건 아니었는데, 그날... 나도 만취해있었고, 위에는 진현이 교성이 들렸고, 그러다가 그냥 눈이 마주쳐서... 나도 모르게... "

다시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서는 상체를 내 밑으로 향하여 자지를 입에 물었다.

" 그 여자가 이렇게 해줬어? "

" 어...? 그러지마..자기야..미안해.. 그렇게까지 안해도 돼.. "

" 이렇게 해줬냐고? "

수진이는 자지를 삼키려는 듯, 무섭고 거칠게 오럴을 해댔다. 그리고 지은이가 바라보고 있음을 조금 느끼고 있었다.

" 어........그냥....그냥...미안해..자기야... "

...


그 순간이었다...
수진이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말릴 사이도 없이 집을 나서버렸다...









다음장에 계속....

다음장이 마지막 장이 됩니다.
아마도 이별의 수순이 나오겠지요. 그리고 그 안에 결부된 지은이와의 이야기까지 모두 정리가 될듯 합니다.
이번장은 야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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