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달콤 씁쓸한 유혹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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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시계를 9년전 이맘때쯤으로 돌려봅니다..
1.한제이
제이 얘기를 먼저 해야겠다. 요새 한참 썸을 타고 있는 중인 그녀, 치대를 졸업 예정인 유능한 재원이자 출중한 외모까지 갖춘 친구. 어떻게 하다보니 운이 좋게 엮여서, 그녀와 나는, 어느덧 2달 가까이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 그녀를 봤을땐, 그저 지적으로 보이는 마스크과 탄력적인 몸매에 반해 접근을 했는데, 알면 알수록 매력이 많은 친구였다. 기본적으로 자기 관리가 확실하고, 바쁜 학교 스케줄 속에서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과외 알바를 하는 생활력에,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에 대해서 당당하게 말할수 있을 정도로 언행이 일치하는 그녀였다. 물론 그런 와중에서도 상대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세심함까지..그 매력 하나 하나를 열거하자면 A4용지 한장은 족히 채우고 남을 정도로, 요새 나는 그녀에 대해 새롭게 느끼는게 많았다.
생각해보니 조금 웃긴다.근본적으로 나는 수컷 본능에 이끌려서,어떻게 한번 해볼까해서 다가간건데, 2달이 지난 이 시점에선 그 상대에 대해 거의 존경심이 들 정도로 묘한 감정에 사로잡혀 버렸다.
여튼, 거의 완벽하다 싶은 그런 그녀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었다.그건 바로 그녀가 혼전 순결자라는 것, 26살의 매력이 넘치는 제이를 보면 조금 의외다 싶긴 했지만, 한편으론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게 종교적인 이유에서건,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건, 제이라면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이상할 건 없었다.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신념은 인정할 만한 것이었다.
허나, 내 입장에서 봤을때는 얘기가 다르다.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나랑은 전혀 맞지가 않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그녀였다. 내게 누군가와 연애를 하는데 있어서 섹스를 빼놓고 얘기한다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처음엔 헤어질 생각을 했었다.얘기를 하다보니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 바로 들었던 것이었다.그녀는 그녀대로 인정해주고, 나는 나대로 내 갈길 가고, 그렇게 헤어지면 그만이였다. 원래 내가 생각했던 계획은 분명히 그랬었다.
하지만 얘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나는 그만둘 생각으로 한동안 그녀와 연락을 끊고 있는데, 그녀가 문득 연락을 해왔다. 서로 노력을 해보자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 사이 내가 그녀의 아버님을 만났던 에피소드가 있긴 했었지만, 그녀의 심경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 구체적으로 그게 어떤 마음에 의해서 생긴건지 묻지 않았다.
솔깃했다. 나로써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건 사실이었다. 단호하고 철옹성 같았던 그녀가,한 단계 열린 마음을 가지고 나를 대하겠다고 하니, 그녀에 대한 마음을 비울려고 했던 원래의 내 계획을 변경시켜도 될 여지가 생긴 것이었다.
그날 이후, 그녀와 나는 다시 만나기로 하고선, 멈춰놓았던 진도를 한 단계씩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짧은 입맞춤, 긴 키스, 조금 진한 스킨 쉽까지..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저는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사람과는 키스도 싫어요"라고 말했던 그녀로써는, 꽤 고무적인 변화였다. 그녀는 약속했던 것처럼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나는, 첫 사랑과 순정 만화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고,고기맛을 모르는 놈도 아니고, 감질맛이 나서 죽을 것 같았다. 물론 처음에는 "나중 되면 조금 나아지겠지" 하며 느긋했던 마음도..서서히 사라지며 언젠가부턴 조급함까지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다른 매력들에 이상하게 빠져들면서, 하루 빨리 그녀의 육체를 점령하고자 하는 마음은 날마다 커져만 갔었다.
여튼, 제이를 만나면서 매일 같이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내 밑에 깔려서 쾌락에 빠져 몸 부림을 치는 모습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욕구 불만의 한 증상인 것 같기도 하고, 한참인 나이라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그렇게 고대하며 기대했었던 기회가, 얼마전 찾아왔었다. 분위기로만 봤을때는 최상의 상태, 그날은 어느 주말 저녁이었는데, 그녀와 나는 집에서 저녁을 먹고 쇼파에 앉아서 영화를 보다가 키스를 하고 진한 스킨쉽을 하기에 이르렀었다. 나는 한껏 흥분해있는 내 수컷을 자랑하며, 과감히 그녀의 손을 내 바지위로 올렸었고, 그녀는 조금은 당황하면서도, 원래의 그녀답게 이내 침착함을 되찾으며, 살며시 그것을 어루만지기 시작했었다. 물론 옷 밖이였긴 했지만, 처음으로 그녀가 내 남성에 직접적으로 손을 댄 것이었다.
허나,무엇이 문제였을까? 내 의도와는 다르게 그녀의 그 움직임은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 제이는 2-3분 정도 그곳에 머물다, 손을 빼내면서 "오빠..우리 다음에.."라고 말을 하며 나를 좌절시켰었다. 분명 얼굴과 몸은 흥분한것처럼 한껏 벌개져있고, 숨도 몸시 거칠어진것 같은데..어떻게 그 상황에서 그렇게 이성을 되찾은 건지..그녀의 정신력에 속으로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그날, 나는 그녀를 기숙사로 데려다주고 집으로 오면서, 내 스스로를 못마땅해하며 잠시 자책을 했었다. 그냥 힘으로 밀어부치던지, 아니면 조금 졸라보고 달래보기라도 하던지 하지.."그래..나중에 너 준비되면 하자"라고 말했던 그 순간의 내 자신을 원망했다. 이건 뭐..잘난척도 아니고, 위선도 아니고, 그냥 습관처럼 쎈 척, 쿨한 척 하는게 몸에 베어버려서 뱉은 말이, 너무 못마땅했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의미에서 그녀는 지금 모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 정도의 머리와 센스라면,분명 그녀와 내가 서로 다른 연애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분명히 그녀에게 내 생각을 전달했었고, 그녀는 그런 내 생각을 어느 정도 인정해줬다. 물론 100% 수긍을 한건 아니였다.
결국, 나를 바꿀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녀의 연애의 목적의 대상을 정말 나로 생각하고 그 끝을 보려는 건지, 그게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지금 베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랬다. 그녀는 아주 고수(?)일지도 몰랐다. 나는 지금 그녀와 게임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제이가 조금 부담스러워졌다. 내가 상대하기엔 조금 버거운 상대 같았다. 나는 아직 자유롭고 싶은데, 누군가와 만나면서 그 끝을 미리 짐작하고 싶진 않았다. 즉, 나는 결코 그녀를 상대로 무언가 베팅을 걸어놓고, 심각하게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제이와 썸을 타는 와중에, 잠시 한 눈을 판적이 있었다. 내 나름대로 변명을 하자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얼마전 할로윈때, 가끔씩 찾는 일식당에서 서버를 보고 있는 대만 여자애와 원나잇을 한 것이었다. 사연을 얘기하자면 너무 길어지고, 어떻게 하다보니 나는 그녀를 상대로 모처럼 만에 내 끼를 발산하며 마음껏 욕구를 풀었었다.
몇개월 만이었다. 전에 만나던 친구가 다른 도시로 가면서 여자를 안아본적이 없었으니, 나도 꽤 오랫동안 참고 있었던 것이었다. 대만 여자애와의 원나잇은 강렬하고 짜릿한 시간이었다. 그 순간 전혀 제이가 떠오르지 않았을 정도로..나는 그 시간에 충실했던 것 같다.
잠시 제이가 생각이 나긴 했었다. 내 방에서 섹스를 마치고 발코니로 나와 담배를 필때, 허나 나는 양심상의 가책을 심하게 느낄 정도로 순진하지 못했다. 그저 본능에 충실한 28살의 혈기 왕성한 남자애였다. 얼마후 방안으로 들어가 다시 그녀와 두번째 섹스를 치르면서, 나는 제이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렸었다.
여튼, 제이에 대한, 내 첫번째 일탈(?)은 그렇게 이루어졌었다. 내 자체가 그렇게 생겨 먹은 놈일 줄 모르겠다. 미안한건 미안한거구..나는 내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철이 들면 어쩔지 모르겠지만,아직 나는 제이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였고, 또 그렇게 심각해지고 싶진 않았다.
2. MSN 메신저, 그리고 민아.
요새 한동안 끊었던 MSN 메신저를 다시 하고 있는 중이다.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취업을 결정지어서 그런지,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이었다. 꽤 많았던 인간 관계도 외국 생활 한해 한해가 거듭될수록, 점점 그 수가 적어지고 소홀해졌었다. 어쩔수 없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친구들이라곤 어릴적부터 지냈던 친구 몇명과 미국에서도 연락하고 있는 학교 선후배 몇명이 고작이긴 하지만, 채팅상에서라도 안부를 전하며 간간히 유지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전에, 중학교 동창중에 호영이라는 놈과 메신저를 하다가, 녀석이 자기 여자친구의 친구중에, 뉴욕으로 유학을 갈려고 생각 중인 여자애가 있다면서, 내 연락처를 가르쳐줘도 되냐고 물어왔었다. 궁금한거나 도움이 될 만한게 있으면 가르쳐 주라는 것이었다. 나는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말하면서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아마 그게 거의 두세달 전이였던 것 같다. 그 이후, 일주일인가 있다가, 학교를 갔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컴퓨터를 켰는데, 누군가가 MSN 메신저 친구 요청을 해왔다. 잘 모르는 주소와 "이쁜 민아"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친구였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나는 별 생각없이 친구를 승락했고, 또다시 한동안 메신저 신경을 쓰지 않고 지냈다.
그러다가 얼마전이었다,모처럼 메신저를 켜놓고 딴 볼일을 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메세지를 보내오는 소리가 들려서 확인해보니, 그때 친구를 등록했던 "이쁜 민아"였다.
-안녕하세요. 바쁘세요?-
-아니요..괜찮은데..그런데, 누구시죠?
-아..저는 강민아라고 하는데요..전에 호영이 오빠가 연락처를 가르쳐 줘서..
문득 두달전 호영이랑 메신저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가 녀석이 말했던 그 유학 준비한다는 친구인 모양이었다. 그게 한참 전인데, 지금에서야 연락을 해 온 것이었다.
-아..네..안녕하세요..얘기 들었던 것 같아요..유학 준비중이시라구?
-아..네..아직 확실한건 아니지만...생각중이구 알아보구 있어요..
-근데 늦게 연락하셨네요 ^^-
-아..네..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어서..그래서 연락도 못드렸어요-
-네..그랬군요..근데 이 시간에 어떻게 메신저를?
내가 있는 곳의 시간은 오후 4시 정도, 한국은 한참 새벽일 시간인데 깨어서 말을 걸어오는 그녀가 조금 신기하게 여겨졌다.
-아..저 2주 전에 필라델피아에 놀러왔어요..여기 친척집이 있어서..-
-아 그래요? 가까운 곳에 계시네요..뉴욕이랑 2시간 정도 거리인데..
-네..겸사 겸사 놀러오게 되었어요 ^^
그녀는 작은 아버지인지, 고모인지가 그곳에 계셔서, 기회가 되어서 2달 정도 계획을 하고 놀러왔다고 했다. 근데 낮 시간에 모두들 일 나가고 없어 심심해하다가 메신저에 내가 있는 걸 보고 말을 걸어봤던 모양이었다.
나랑 4살 차이라고 말하는 그녀, 24살, 얼마후 말을 편하게 놓고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유학에 대해서 이것 저것 물어오길래 아는 만큼 답하고 나니, 30분 정도 대화를 한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장난 섞인 말도 나누게 되었다.
-그나저나..닉넴이 이쁜 민아네..조금 뻔뻔한거 아닌가? 자기 입으로..-
-하하..내 맘이지 뭐..오빠도 바꿔 그럼..-
-음..나도 뭐..열라 멋진 민혁..이런걸로?
-하하..그러던지 ^^-
대화가 은근히 재미가 있었다. 얼굴 한번 못본 사람, 누군지 잘 모르는 사람과 얘기를 나눈다는 건 묘한 설레임을 갖게 만드는 것 같다. 아마 이래서 사람들이 채팅을 하는건가 싶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해서, 그녀와 나는 종종 메신저에서 인사를 하고, 얘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아무래도 깨어있는 시간대가 같다보니, 서로 말벗 하기가 편했던 것 같다. 딱히 특별한 얘기를 나누진 않더라도, 농담처럼 주고 받는 대화속에 나름의 친밀감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어느날은, 그녀가 자신의 남자 친구 얘기를 꺼내오면서, 남자들의 일반적인 심리에 대해서 물었던 적이 있었다. 여행을 온 그녀에게 남자 친구가 집착 증상을 보인다는 것이었다.내가 모든 남자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나는 생각나는 대로 그녀의 남자 친구 마음을 짐작하며 대화를 했었다.
-그니깐..사람들마다 다르다는 말이지?-
-그렇지, 기본적으로 소유욕은 다 있는데, 남자들마다 다 틀려-
-그럼 오빤 어때?-
-나?..예전에는 나도 그런적이 있긴 했지만..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별로..
-그렇군..오빠는 지금 만나는 그 언니한테 불만은 없어?-
갑자기 얘기가 나와 제이의 관계로 넘어갔다. 자연스럽게 그 얘기가 나온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장난스런 말투로 푸념을 늘어놓았다.
-있긴 있지..아주 결정적인 부분이 불만이라서 문제지..-
-하하..그게 뭔데?-
잠시 망설였다. 한참 어린 친구한테, 그것도 얼굴 한번 본적이 없는 친구한테,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반응을 할지도 모르는데, 속사정을 얘기한다는게 조금 꺼려졌었다.
-싫어! 말 안할래..말하기 쪽팔려-
-뭔데..말해봐봐..응?-
내가 튕겨서 그런건지, 민아는 집요하게 물어왔다. 그녀도 호기심이 발동하면 참지 못하는 성격인것 같았다. 그래, 까짓 것, 볼것도 아닌데..한참후 나는 조금 쪽팔리는게 낫겠다 싶어서 그녀에게 넌지시 얘기를 꺼내 놓았다.
-여자 친구가..혼전 순결자래..미칠 노릇이지-
흠, 그런데 막상 얘기하고 나시 시원했다. 생각보다 덜 쪽팔린것도 같았다.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가 확인한 그녀가 어떤 반응을 지을까 궁금하긴 했지만, 그 궁금증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폭발적인 그녀의 반응이 곧바로 이어졌던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면을 가득 메운 그녀의 웃음 소리, 민망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정말 웃겨서 그런건지, 그녀는 정신없이 "ㅋㅋㅋ"를 남발해댔다. 내 예상과 달리 그녀의 반응은 유쾌하기만 했다. 지금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했다.
-오빠..싸이나 홈피에 사진 있어?-
얼마후, 한참을 웃던 그녀가 뜬금없이 그렇게 물어왔다. 어랏, 그러고보니, 그녀와 나는 정말 서로 얼굴 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얘기를 나누기 시작한지 한달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전혀 궁굼해하지도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도, 사뭇 그녀의 얼굴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쁜 민아"라고 당당하게 닉넴을 사용하고 있어서 조금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잠시 제이 얘기를 접어두고선, 나는 그녀에게 얼굴을 공개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확고했다.
-오빠꺼 먼저 공개해 ..그러면 나도 당연히 공개할께-
얼굴을 공개하라고 하니깐 난감했다. 쓰지는 않지만 싸이가 있어서 사진 몇장 보여주는 건 일이 아니였는데, 솔직히 조금 쪽팔렸던 것이었다. 우습게 스럽게 말을 하긴 했지만, 나는 여자 친구가 잘 안줘서, 욕구 불만중이라고 라고 그녀에게 말을 했었다. 그럼 어떻게 해결을 하냐고 웃으면서 물어오는 그녀에게, 그냥 야동 보면서 혼자 해결해야지 뭐, 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렇게까지 얘기를 했었다.
결국, 30분 정도 그녀와 나는 실갱이를 벌이다가, 서로의 홈피를 동시게 공개하게 되었다. 뭐, 만날것도 아닌데 상관 있겠냐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미니홈피에서 확인한 그녀의 외모는, 글쎄, 딱히 아주 이쁘다 말하긴 뭐하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작고 귀여운 스타일이었는데 어디 수영장에서 찍은 듯한 비키니 사진이 조금 인상적이었다. 물론 나는 그녀에게 "이쁜 민아라고 하기엔..조금.."이라고 놀리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분명히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민아와 나는, 서로 채팅을 하기 시작한 지 한달 여만에, 조금 심오한(?) 얘기들을 나누면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 했던 것 같다.그날이 아마, 기말 고사를 앞두기 전이었으니깐 12월 초쯤 되었던 것 같다.
그때까지만해도 분명,
그녀와 나 사이에 썸씽이 벌어질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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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맨해튼 블루스"를 쓰다가 태클(?)에 접었는데,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 마무리 부분, 다른 버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존에 쓰던 글은 한템포 쉬었다가 이어서 가겠습니다.
1.한제이
제이 얘기를 먼저 해야겠다. 요새 한참 썸을 타고 있는 중인 그녀, 치대를 졸업 예정인 유능한 재원이자 출중한 외모까지 갖춘 친구. 어떻게 하다보니 운이 좋게 엮여서, 그녀와 나는, 어느덧 2달 가까이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 그녀를 봤을땐, 그저 지적으로 보이는 마스크과 탄력적인 몸매에 반해 접근을 했는데, 알면 알수록 매력이 많은 친구였다. 기본적으로 자기 관리가 확실하고, 바쁜 학교 스케줄 속에서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과외 알바를 하는 생활력에,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에 대해서 당당하게 말할수 있을 정도로 언행이 일치하는 그녀였다. 물론 그런 와중에서도 상대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세심함까지..그 매력 하나 하나를 열거하자면 A4용지 한장은 족히 채우고 남을 정도로, 요새 나는 그녀에 대해 새롭게 느끼는게 많았다.
생각해보니 조금 웃긴다.근본적으로 나는 수컷 본능에 이끌려서,어떻게 한번 해볼까해서 다가간건데, 2달이 지난 이 시점에선 그 상대에 대해 거의 존경심이 들 정도로 묘한 감정에 사로잡혀 버렸다.
여튼, 거의 완벽하다 싶은 그런 그녀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었다.그건 바로 그녀가 혼전 순결자라는 것, 26살의 매력이 넘치는 제이를 보면 조금 의외다 싶긴 했지만, 한편으론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게 종교적인 이유에서건,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건, 제이라면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이상할 건 없었다.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신념은 인정할 만한 것이었다.
허나, 내 입장에서 봤을때는 얘기가 다르다.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나랑은 전혀 맞지가 않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그녀였다. 내게 누군가와 연애를 하는데 있어서 섹스를 빼놓고 얘기한다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처음엔 헤어질 생각을 했었다.얘기를 하다보니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 바로 들었던 것이었다.그녀는 그녀대로 인정해주고, 나는 나대로 내 갈길 가고, 그렇게 헤어지면 그만이였다. 원래 내가 생각했던 계획은 분명히 그랬었다.
하지만 얘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나는 그만둘 생각으로 한동안 그녀와 연락을 끊고 있는데, 그녀가 문득 연락을 해왔다. 서로 노력을 해보자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 사이 내가 그녀의 아버님을 만났던 에피소드가 있긴 했었지만, 그녀의 심경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 구체적으로 그게 어떤 마음에 의해서 생긴건지 묻지 않았다.
솔깃했다. 나로써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건 사실이었다. 단호하고 철옹성 같았던 그녀가,한 단계 열린 마음을 가지고 나를 대하겠다고 하니, 그녀에 대한 마음을 비울려고 했던 원래의 내 계획을 변경시켜도 될 여지가 생긴 것이었다.
그날 이후, 그녀와 나는 다시 만나기로 하고선, 멈춰놓았던 진도를 한 단계씩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짧은 입맞춤, 긴 키스, 조금 진한 스킨 쉽까지..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저는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사람과는 키스도 싫어요"라고 말했던 그녀로써는, 꽤 고무적인 변화였다. 그녀는 약속했던 것처럼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나는, 첫 사랑과 순정 만화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고,고기맛을 모르는 놈도 아니고, 감질맛이 나서 죽을 것 같았다. 물론 처음에는 "나중 되면 조금 나아지겠지" 하며 느긋했던 마음도..서서히 사라지며 언젠가부턴 조급함까지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다른 매력들에 이상하게 빠져들면서, 하루 빨리 그녀의 육체를 점령하고자 하는 마음은 날마다 커져만 갔었다.
여튼, 제이를 만나면서 매일 같이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내 밑에 깔려서 쾌락에 빠져 몸 부림을 치는 모습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욕구 불만의 한 증상인 것 같기도 하고, 한참인 나이라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그렇게 고대하며 기대했었던 기회가, 얼마전 찾아왔었다. 분위기로만 봤을때는 최상의 상태, 그날은 어느 주말 저녁이었는데, 그녀와 나는 집에서 저녁을 먹고 쇼파에 앉아서 영화를 보다가 키스를 하고 진한 스킨쉽을 하기에 이르렀었다. 나는 한껏 흥분해있는 내 수컷을 자랑하며, 과감히 그녀의 손을 내 바지위로 올렸었고, 그녀는 조금은 당황하면서도, 원래의 그녀답게 이내 침착함을 되찾으며, 살며시 그것을 어루만지기 시작했었다. 물론 옷 밖이였긴 했지만, 처음으로 그녀가 내 남성에 직접적으로 손을 댄 것이었다.
허나,무엇이 문제였을까? 내 의도와는 다르게 그녀의 그 움직임은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 제이는 2-3분 정도 그곳에 머물다, 손을 빼내면서 "오빠..우리 다음에.."라고 말을 하며 나를 좌절시켰었다. 분명 얼굴과 몸은 흥분한것처럼 한껏 벌개져있고, 숨도 몸시 거칠어진것 같은데..어떻게 그 상황에서 그렇게 이성을 되찾은 건지..그녀의 정신력에 속으로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그날, 나는 그녀를 기숙사로 데려다주고 집으로 오면서, 내 스스로를 못마땅해하며 잠시 자책을 했었다. 그냥 힘으로 밀어부치던지, 아니면 조금 졸라보고 달래보기라도 하던지 하지.."그래..나중에 너 준비되면 하자"라고 말했던 그 순간의 내 자신을 원망했다. 이건 뭐..잘난척도 아니고, 위선도 아니고, 그냥 습관처럼 쎈 척, 쿨한 척 하는게 몸에 베어버려서 뱉은 말이, 너무 못마땅했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의미에서 그녀는 지금 모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 정도의 머리와 센스라면,분명 그녀와 내가 서로 다른 연애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분명히 그녀에게 내 생각을 전달했었고, 그녀는 그런 내 생각을 어느 정도 인정해줬다. 물론 100% 수긍을 한건 아니였다.
결국, 나를 바꿀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녀의 연애의 목적의 대상을 정말 나로 생각하고 그 끝을 보려는 건지, 그게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지금 베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랬다. 그녀는 아주 고수(?)일지도 몰랐다. 나는 지금 그녀와 게임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제이가 조금 부담스러워졌다. 내가 상대하기엔 조금 버거운 상대 같았다. 나는 아직 자유롭고 싶은데, 누군가와 만나면서 그 끝을 미리 짐작하고 싶진 않았다. 즉, 나는 결코 그녀를 상대로 무언가 베팅을 걸어놓고, 심각하게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제이와 썸을 타는 와중에, 잠시 한 눈을 판적이 있었다. 내 나름대로 변명을 하자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얼마전 할로윈때, 가끔씩 찾는 일식당에서 서버를 보고 있는 대만 여자애와 원나잇을 한 것이었다. 사연을 얘기하자면 너무 길어지고, 어떻게 하다보니 나는 그녀를 상대로 모처럼 만에 내 끼를 발산하며 마음껏 욕구를 풀었었다.
몇개월 만이었다. 전에 만나던 친구가 다른 도시로 가면서 여자를 안아본적이 없었으니, 나도 꽤 오랫동안 참고 있었던 것이었다. 대만 여자애와의 원나잇은 강렬하고 짜릿한 시간이었다. 그 순간 전혀 제이가 떠오르지 않았을 정도로..나는 그 시간에 충실했던 것 같다.
잠시 제이가 생각이 나긴 했었다. 내 방에서 섹스를 마치고 발코니로 나와 담배를 필때, 허나 나는 양심상의 가책을 심하게 느낄 정도로 순진하지 못했다. 그저 본능에 충실한 28살의 혈기 왕성한 남자애였다. 얼마후 방안으로 들어가 다시 그녀와 두번째 섹스를 치르면서, 나는 제이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렸었다.
여튼, 제이에 대한, 내 첫번째 일탈(?)은 그렇게 이루어졌었다. 내 자체가 그렇게 생겨 먹은 놈일 줄 모르겠다. 미안한건 미안한거구..나는 내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철이 들면 어쩔지 모르겠지만,아직 나는 제이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였고, 또 그렇게 심각해지고 싶진 않았다.
2. MSN 메신저, 그리고 민아.
요새 한동안 끊었던 MSN 메신저를 다시 하고 있는 중이다.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취업을 결정지어서 그런지,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이었다. 꽤 많았던 인간 관계도 외국 생활 한해 한해가 거듭될수록, 점점 그 수가 적어지고 소홀해졌었다. 어쩔수 없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친구들이라곤 어릴적부터 지냈던 친구 몇명과 미국에서도 연락하고 있는 학교 선후배 몇명이 고작이긴 하지만, 채팅상에서라도 안부를 전하며 간간히 유지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전에, 중학교 동창중에 호영이라는 놈과 메신저를 하다가, 녀석이 자기 여자친구의 친구중에, 뉴욕으로 유학을 갈려고 생각 중인 여자애가 있다면서, 내 연락처를 가르쳐줘도 되냐고 물어왔었다. 궁금한거나 도움이 될 만한게 있으면 가르쳐 주라는 것이었다. 나는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말하면서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아마 그게 거의 두세달 전이였던 것 같다. 그 이후, 일주일인가 있다가, 학교를 갔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컴퓨터를 켰는데, 누군가가 MSN 메신저 친구 요청을 해왔다. 잘 모르는 주소와 "이쁜 민아"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친구였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나는 별 생각없이 친구를 승락했고, 또다시 한동안 메신저 신경을 쓰지 않고 지냈다.
그러다가 얼마전이었다,모처럼 메신저를 켜놓고 딴 볼일을 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메세지를 보내오는 소리가 들려서 확인해보니, 그때 친구를 등록했던 "이쁜 민아"였다.
-안녕하세요. 바쁘세요?-
-아니요..괜찮은데..그런데, 누구시죠?
-아..저는 강민아라고 하는데요..전에 호영이 오빠가 연락처를 가르쳐 줘서..
문득 두달전 호영이랑 메신저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가 녀석이 말했던 그 유학 준비한다는 친구인 모양이었다. 그게 한참 전인데, 지금에서야 연락을 해 온 것이었다.
-아..네..안녕하세요..얘기 들었던 것 같아요..유학 준비중이시라구?
-아..네..아직 확실한건 아니지만...생각중이구 알아보구 있어요..
-근데 늦게 연락하셨네요 ^^-
-아..네..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어서..그래서 연락도 못드렸어요-
-네..그랬군요..근데 이 시간에 어떻게 메신저를?
내가 있는 곳의 시간은 오후 4시 정도, 한국은 한참 새벽일 시간인데 깨어서 말을 걸어오는 그녀가 조금 신기하게 여겨졌다.
-아..저 2주 전에 필라델피아에 놀러왔어요..여기 친척집이 있어서..-
-아 그래요? 가까운 곳에 계시네요..뉴욕이랑 2시간 정도 거리인데..
-네..겸사 겸사 놀러오게 되었어요 ^^
그녀는 작은 아버지인지, 고모인지가 그곳에 계셔서, 기회가 되어서 2달 정도 계획을 하고 놀러왔다고 했다. 근데 낮 시간에 모두들 일 나가고 없어 심심해하다가 메신저에 내가 있는 걸 보고 말을 걸어봤던 모양이었다.
나랑 4살 차이라고 말하는 그녀, 24살, 얼마후 말을 편하게 놓고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유학에 대해서 이것 저것 물어오길래 아는 만큼 답하고 나니, 30분 정도 대화를 한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장난 섞인 말도 나누게 되었다.
-그나저나..닉넴이 이쁜 민아네..조금 뻔뻔한거 아닌가? 자기 입으로..-
-하하..내 맘이지 뭐..오빠도 바꿔 그럼..-
-음..나도 뭐..열라 멋진 민혁..이런걸로?
-하하..그러던지 ^^-
대화가 은근히 재미가 있었다. 얼굴 한번 못본 사람, 누군지 잘 모르는 사람과 얘기를 나눈다는 건 묘한 설레임을 갖게 만드는 것 같다. 아마 이래서 사람들이 채팅을 하는건가 싶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해서, 그녀와 나는 종종 메신저에서 인사를 하고, 얘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아무래도 깨어있는 시간대가 같다보니, 서로 말벗 하기가 편했던 것 같다. 딱히 특별한 얘기를 나누진 않더라도, 농담처럼 주고 받는 대화속에 나름의 친밀감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어느날은, 그녀가 자신의 남자 친구 얘기를 꺼내오면서, 남자들의 일반적인 심리에 대해서 물었던 적이 있었다. 여행을 온 그녀에게 남자 친구가 집착 증상을 보인다는 것이었다.내가 모든 남자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나는 생각나는 대로 그녀의 남자 친구 마음을 짐작하며 대화를 했었다.
-그니깐..사람들마다 다르다는 말이지?-
-그렇지, 기본적으로 소유욕은 다 있는데, 남자들마다 다 틀려-
-그럼 오빤 어때?-
-나?..예전에는 나도 그런적이 있긴 했지만..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별로..
-그렇군..오빠는 지금 만나는 그 언니한테 불만은 없어?-
갑자기 얘기가 나와 제이의 관계로 넘어갔다. 자연스럽게 그 얘기가 나온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장난스런 말투로 푸념을 늘어놓았다.
-있긴 있지..아주 결정적인 부분이 불만이라서 문제지..-
-하하..그게 뭔데?-
잠시 망설였다. 한참 어린 친구한테, 그것도 얼굴 한번 본적이 없는 친구한테,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반응을 할지도 모르는데, 속사정을 얘기한다는게 조금 꺼려졌었다.
-싫어! 말 안할래..말하기 쪽팔려-
-뭔데..말해봐봐..응?-
내가 튕겨서 그런건지, 민아는 집요하게 물어왔다. 그녀도 호기심이 발동하면 참지 못하는 성격인것 같았다. 그래, 까짓 것, 볼것도 아닌데..한참후 나는 조금 쪽팔리는게 낫겠다 싶어서 그녀에게 넌지시 얘기를 꺼내 놓았다.
-여자 친구가..혼전 순결자래..미칠 노릇이지-
흠, 그런데 막상 얘기하고 나시 시원했다. 생각보다 덜 쪽팔린것도 같았다.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가 확인한 그녀가 어떤 반응을 지을까 궁금하긴 했지만, 그 궁금증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폭발적인 그녀의 반응이 곧바로 이어졌던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면을 가득 메운 그녀의 웃음 소리, 민망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정말 웃겨서 그런건지, 그녀는 정신없이 "ㅋㅋㅋ"를 남발해댔다. 내 예상과 달리 그녀의 반응은 유쾌하기만 했다. 지금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했다.
-오빠..싸이나 홈피에 사진 있어?-
얼마후, 한참을 웃던 그녀가 뜬금없이 그렇게 물어왔다. 어랏, 그러고보니, 그녀와 나는 정말 서로 얼굴 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얘기를 나누기 시작한지 한달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전혀 궁굼해하지도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도, 사뭇 그녀의 얼굴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쁜 민아"라고 당당하게 닉넴을 사용하고 있어서 조금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잠시 제이 얘기를 접어두고선, 나는 그녀에게 얼굴을 공개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확고했다.
-오빠꺼 먼저 공개해 ..그러면 나도 당연히 공개할께-
얼굴을 공개하라고 하니깐 난감했다. 쓰지는 않지만 싸이가 있어서 사진 몇장 보여주는 건 일이 아니였는데, 솔직히 조금 쪽팔렸던 것이었다. 우습게 스럽게 말을 하긴 했지만, 나는 여자 친구가 잘 안줘서, 욕구 불만중이라고 라고 그녀에게 말을 했었다. 그럼 어떻게 해결을 하냐고 웃으면서 물어오는 그녀에게, 그냥 야동 보면서 혼자 해결해야지 뭐, 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렇게까지 얘기를 했었다.
결국, 30분 정도 그녀와 나는 실갱이를 벌이다가, 서로의 홈피를 동시게 공개하게 되었다. 뭐, 만날것도 아닌데 상관 있겠냐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미니홈피에서 확인한 그녀의 외모는, 글쎄, 딱히 아주 이쁘다 말하긴 뭐하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작고 귀여운 스타일이었는데 어디 수영장에서 찍은 듯한 비키니 사진이 조금 인상적이었다. 물론 나는 그녀에게 "이쁜 민아라고 하기엔..조금.."이라고 놀리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분명히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민아와 나는, 서로 채팅을 하기 시작한 지 한달 여만에, 조금 심오한(?) 얘기들을 나누면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 했던 것 같다.그날이 아마, 기말 고사를 앞두기 전이었으니깐 12월 초쯤 되었던 것 같다.
그때까지만해도 분명,
그녀와 나 사이에 썸씽이 벌어질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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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맨해튼 블루스"를 쓰다가 태클(?)에 접었는데,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 마무리 부분, 다른 버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존에 쓰던 글은 한템포 쉬었다가 이어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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