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운명 - 10부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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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운명 10부 3회 (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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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은 이번 편이 마지막이고, 에필로그는 내일 올립니다.

차는 세 사람에게는 좁았다. 하단우가 말했다. “포천에 가면 어떻게 할까?”

“아무래도 모텔에라도 들어야겠지.” 강혜가 말했다.

“아니다. 모텔은 위험하다. 일단 잠적하기로 한 이상 확실하게 해야지.”

“광릉으로 가는 건 어떤지요?’ 하단우가 물었다. “광릉은 의외로 경계가 허술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야영하자는 거야?” “그렇지. 야영장비는 중간에 마트에서 사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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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우는 마트에 차를 세워 두고 혼자 내렸다. 그는 하중경을 만나기 위해 마트에 들어가자마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단우야. 혼자 선산으로 가라고 했는데 왜 그들과 같이 행동하느냐? 그들은 너를 버리려 했다.” 하중경은 꾸짖듯 말했다.

“이미 이렇게 된 이상 그들을 배신할 수는 없습니다.”

“광릉으로 가려는 이유는 무엇이냐?”

“그냥 감입니다. 제 조상님이 , 처음 당나귀상의 서생 한명회를 만났을 때처럼, 조상님이 제게 광릉으로 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이 이렇게 된 건 하은선과 차성진의 영혼이 빙의된 무당들이 잘못된 소리를 했기 때문이다. 너도 속고 있는 건 아니냐?”

“어차피 하은선과 차성진이 연관된 일이라면 그들도 광릉으로 올 겁니다. 거기서 다 해결을 봐야 모든 것이 끝날 겁니다.”

“어떻게 해결할 건데?”

“하은선과 직접 싸울 겁니다. 왜 우리 집안을 대대로 괴롭혀 왔냐고. 따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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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국가기관인 광릉수목원이 있는 곳이라 경비는 좀 삼엄한 편이었지만, 돈 앞에서 안 되는 건 없다.

그들은 자신들을 무속인이라고 속이고 숙박도구를 갖고 정문으로 들어왔다.

하단우 등은 정희왕후 릉 근처에 텐트를 올리고 숙박하기로 했다. 저녁은 마트에서 산 것들로 대충 때우고 오는 길이다.

이만국이 말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자고, 내일은 어떻게 할까?”

“아무래도 속초로 가야겠지요.”

“하단우. 여기서 굳이 자야 하는 이유가 뭔데?”

“아마도 오늘 밤 이곳에서 결말이 날 것 같으니까. 회장님과 당신을 이렇게 만든 게 하은선과 차성진의 유령들이니, 그들을 퇴치하고 나면 나머지는 간단해.”

그의 옷 속에는 부적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그렇다면… “ “당신과 장인어른이 내 말을 들으려고도 안 했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복잡해진 거야. “

조금 있으면 달이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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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병기 교수가 양수리에서 정신이 반쯤 나간 채로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양녕대군 묘가 박살났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또한 도병기에게 찬동하던 국상대학교의 조진하 교수와 대남대학교의 남경욱 교수도 도 교수와 비슷한 꼬라지로 발견되었다.

종묘가 아수라장이 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줄줄이 일어나니 경찰은 이유를 파악할 수 없었다.

서울경찰청장은 보고를 받고 있다. “청장님. 이만국 부녀가 도주했습니다.”
“뭐?”
“이미 서울을 빠져 나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은 좁아. 잡히는 건 시간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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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떠올랐다.

하단우는 두 사람에게 가문의 이야기와 그 동안 저주를 풀려던 노력 이야기 등을 모두 읊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떡이는 듯했다. 얼마나 동의할지는 몰라도 적어도 하단우의 도움을 저버리지는 않겠지.

이 때 그들 앞에 하은선의 영혼이 나타났다. 차성진도 함께.

“하단우. 그 동안 너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직접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구나.” 하은선은 한복 차림이다.

“댁이 우리 집안을 수백년간 괴롭힌 하은선인가?”
“딩동댕. 이제 너를 죽여 모든 것을 끝내겠다.”

이만국이 말했다. “이봐요, 아가씨. 나는 이 사람과는 무관합니다. 죽이려면 이 사람만 죽이고 나는 건드리지 마소.”

단우는 잠시나마 이만국에게 기대를 가졌던 걸 후회했다.

“원하는 게 뭔가?”

“하씨 가문의 대가 끊기는 것, 하씨 종가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지.”

“이미 하씨 정통은 끊기지 않았나?”
“모르면 가만히 있어. 종손이 되는 순간 대통을 잇는 거야. 네가 마지막 종손이니 네가 죽어야 하씨의 대가 끊기지.”

이강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보들보들 떨기만 하고 있다. 이 때 차성진의 영혼이 그녀에게로 나타났다.

“이봐 이강혜. 나를 죽이고 잘 먹고 잘 살 줄 알았지?”
“나는 너를 안 죽였어. 죽인 기억이 없는 걸?”
그건 사실이었다.

이만국이 말했다. “나는 이 일과 전혀 무관해.”
“당신도 나의 죽음을 덮기 위해 법조계에 돈을 쓰지 않앗습니까.”

멀리 정희왕후 릉 봉분이 보였다.

하단우는 하은선에게 말했다. “만약에 내가 하씨 가문을 해체한다면, 자네의 복수는 이루어지는 건가?”

“그게 무슨 말이지?”

이강혜도 하단우의 이 말은 매우 이상했기 때문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하씨 성을 버리고, 다른 가문의 사람이 되면 더 이상 하씨종가는 존재하지 않으니, 너의 복수도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세상에!

하씨 종가는 하단우에게는 모든 것과도 같다. 하씨 종가라는 이름 때문에 이강혜가 하단우와 결혼한 것이고, 하씨 종가라는 이름 때문에 두정한이 그를 격려했으며, 하씨 종가의 종손이기 때문에 고모들이 그 앞에서 꼼짝 못하고 뒤통수나 치려고 했던 것이다.

“하씨 종가를 버린다고?”
“그렇다. 내가 하씨 성을 버리고 다른 성을 쓰며 종가와 선산들을 해체한다면 , 하씨종가가 사라지니 복수도 끝나는 것이 아니냐 이 말이다.”

하단우가 이렇게 나올 줄은 하은선은 꿈에도 몰랐다.

이 때 차성진은 이강혜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이만국은 포기한 듯 앞을 보지 않았다.

“하은선. 하단우와 계산을 어떻게 하든 간에 나는 이강혜와 계산을 끝내야겠어.”

“손 치워.”

하은선이 말했다.

“뭐라고?” 차성진이 소리쳤다.

“이강혜에서 손을 떼라고.”
“복수가 눈앞인데 왜 손을 떼?”
“우리의 몫이 아니야.”

하은선은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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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임병을 옮기고 이런 꼴로 만든 하군원은 그녀가 죽도록 하성연의 종들에게 맞을 때 낄낄대며 웃고 있었다.

“이년. 꼴 좋다. 감히 아버지에게 임병을 옮겨? 저년이 숨이 넘어가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하성연은 하군원이 임병에 걸렸다는 걸 모른다.

“네놈 부자는 인륜을 저버린 놈들이다. 대대로 저주를 받을지어다!”

“뭐가 어쩌고 어째?” 하군원은 소리쳤다. “여봐라, 저년의 입을 찢어라!”

두 놈이 달려들어 하나는 그녀의 머리를 잡고 하나는 그녀의 턱을 당겨서 뽑아냈다.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녀는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 저주를 거듭했다. 하씨 가문은 망해야 한다. 하씨 가문의 대는 끊어져야 한다. 반드시 그렇게 만들리라.

그러는 속에서도 발길질은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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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혜는 그래도 눈을 부릅뜬 채 차성진을 바라봤다.

“나는 너를 죽이지 않았어. 너는 목매어 자살했어. 나는 처음부터 자살이라고 말했고, 단지 귀찮아질 것 같으니까 아버지가 손을 쓰신 것일 뿐이야.”

“거짓말 마 이강혜. 그리고 하은선. 네가 뭐래든 나는 내 뜻대로 하고 너와 찢어질 거야.”

이 때 하중경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너를 죽인 건 나다, 차성진.”

“이놈은 또 뭐야?” 차성진은 하중경에게 달려들었지만 중경에게 차성진 같은 건 밥에 불과하다.

“네가 우리 종부에게 달려들기에 내가 방법했을 뿐이다. 종부는 그걸 모른다.”

하단우는 그 모습을 보며 중경에게 감사했다. 중경이 어떤 희생을 하고 있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하중경, 네놈이 그런 짓까지 하다니!”

“똑똑히 들어라 너희들. 너희들은 패자고 우리 하씨 가문은 살아 남은 승자다. 역사를 뒤집을 순 없어.”

바로 그 때 광풍이 일었다. 광릉수목원의 나무들이 뽑혀 나가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 왔다.

엄청난 회오리바람 같다. 한국에도 회오리바람이 치나? 강혜는 옛날에 본 미국을 무대로 한 회오리바람 영화를 기억해냈다.

백 명이 넘는 영혼들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은선아. 너를 데리러 전하와 내가 여기 납셨다.” 하위지가 말했다.

단종은 가운데에서 왕복을 입은 채 그들을 바라봤다. 하은선은 엎드렸고, 차성진도 엎드렸다.

하단우가 말했다. “당신이 노산군인가? 나는 세조 임금의 신하이니 엎드릴 수 없다.”

달빛에 비친 단종의 왕복은 노란색이었다. 어? 교과서에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던데?

“너의 임금인 수양대군은 정통성이 없는데다, 명나라가 무서워서 나라의 모든 것을 다 중국식으로 바꿔 놓았다.”
“너도 명나라에 꼼짝 못했을 거는 마찬가지 아닌가?” 하단우가 물었다. 역시 고시 합격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강혜는 생각했다.

“최소한 수양 숙부처럼 속곳까지 다 벗어서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 단종이 대답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야. 이제부터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잘하지 못하지 않나? 어차피 나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할 수 없고 ,너를 죽일 생각은 없다. 너는 네 세상에서 살고, 나와 내 신하들은 내 세상으로 가면 그만이다. 은선아.”

“예, 전하.”
“네 공적은 태조 할아버지(이성계) 앞에서 치하하겠다. 우리와 같이 가야겠구나.”

이미 이만국과 이강혜는 정신줄을 놓았고, 하중경도 할 말 없이 그들을 지켜볼 뿐이었다.

“성 공, 하 공, 유 공.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고 떠납시다.”

“예, 전하.”

하단우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그들을 바라봤지만 몸에서 급격히 힘이 빠져나갔다.



잠시 후, 지축을 울리는 괴성이 들려왔다. 지진이 난 것이다.

원래 이 동네는 지진이 나는 지질이 아니다. 하지만 하늘이 움직이면 무엇이든지 된다.

세조와 정희 왕후의 봉분은 흔적도 없이 땅 속으로 꺼져 들어갔고, 광릉 산 일대가 완전히 두 쪽이 났다.

거대한 흙의 산은 이만국 부녀와 하단우를 삼킨 채 굴러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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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정씨 집안 선산에 있는 단종 비 송씨의 묘.

단종 일행과 하은선, 차성진 등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하위지가 말했다. “아니, 차성진 너는 왜 같이 온 거냐?”

단종이 말했다. “어쨌든 과인의 신하가 되겠다고 왔으면 받아들이는 게 도리요.”

“아니 나는… “ 차성진은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하지만 하은선이 말했다. “너는 전하를 봤기 때문에 이젠 전하 일행과 같이 가야만 해.”

“자. 너희들은 이제 내 비를 해방시켜야 한다. 실시!”
“예!”

단종의 신하들은 봉분 안으로 스며들어 갔다.잠시 후, 또다시 쾅 소리가 났다.

미세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단종 비 송씨의 관곽이 튀어나왔고, 이미 오백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흙이 되어버린 송씨의 유골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소복을 입은 노파가 단종 앞에 절을 한다.

“오셨어요?”

“좀 늦었소. 이 사람 때문에 올 수 있었오. “ 단종은 하은선을 가리키며 말했다.

단종 비 송씨는 걸식이나 마찬가지의 비참한 생활을 하다 중종 때에 80이 넘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유령은 무조건 죽었을 때의 모습으로 가는 법. 송씨도 단종이 알던 모습이 아닌 늙은 모습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종의 여러 신하들도 모두 절을 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허리가 굽은 송씨가 물었다.

“모두 다 태조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야지.”

“…” 송씨는 만감이 교차했다. 하위지의 딸이라는 하은선이 그 새 전하의 마음을 사로잡았는가?

“그러면…”

“걱정 마시오. 500년을 기다려 온 사람이 이렇게 되었다고 버리는 것은 군왕의 도가 아니지. 모두들, 준비는 되었는가?”
“네!” 라고 말했다. 차성진은 뒤로 빼려고 했지만 하은선이 찔러서 같이 구령을 붙였다.

“자, 이제 우리의 인간 세상에서의 인연은 끝났다. 가자!”

단종의 영혼은 하늘 높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성승, 성삼문, 하위지, 유응부, 송씨, 하은선, 차성진 등의 영혼도 같이 하늘 위로 올라갔다.

차성진이 말했다. “그래도 더 많은 여자들을 먹어 보고 싶었는데.”

“너는 공신이 된 거야. 별로 한 일은 없지만, 그래도 나를 도운 공적으로 공신이 됐어. 호빠에서 나체춤이나 추던 신세에서 공신이 됐으니 출세한 거 아니야? 나도 하단우를 죽이지 못하고 하중경과 승부를 내지 못한 채 올라가는 게 아쉽긴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운명이니 더 이상 원망하지 마.”

하은선도 좀 아쉬운 듯이 말했다.

그들의 영혼은 하늘 위로 사라져갔다.

과연 단종은 태조 할아버지를 만났을까? 그건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 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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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광릉이 있던 자리에 새로 생겨난 흙산.

누군가의 신고를 받고 구조대가 달려와, 인원이 모자라 부근의 군부대에서 병사들을 차출해서 흙산에 묻힌 사람들을 꺼내고 있었다.

유민주와 레온의 시신이 발견되었고, 사람이 세 명이었다는 신고내용에 의거해 다른 한 명을 찾고 있었다.

한 병장은 말년인데 여기서 삽질하는 게 기분 나빴다.

“이게 뭐야. 갑자기 이런 일들이 터지니.”

“그래도 서울에서 일어난 혼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녜요, 병장님. “ 조 상병이 대답했다. “서울에선 국립중앙박물관도 아수라장이 되고, 여러 군대 당했다던데요?”

이 때 갑자기 한 병장의 팔이 뻐근해진다. 뭐가 잡아당기는 거 같다.

“어.. 어어..”

그는 당기는 쪽으로 가서 삽을 꽂아 넣었다 . 어? 뭐가 닿는데?

“이봐, 조 상병!이쪽!”

삽질하고 있던 다른 병사들도 모두 그쪽으로 달려간다.

사람이 묻혀 있는 것 같았다.

하중경은 그의 손에 잡혀 그쪽으로 간 한 병장 일행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아직 세상에 있는 걸 보니 아직 하씨 가문이 망하지는 않은 모양이군.

(본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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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가 남았습니다. 하단우만 살릴 지, 이만국 부녀도 살릴 지, 아직도 결정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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