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고양이!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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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일... 회사... 일...

여자도 없이 매일 같이 반복되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내 인생에 유일하게 마음의 위안을 주는게 있다면 지금도 무릎 위에 앉아 고르륵 고르륵 거리고 있는 우리 고양이라고 할수 있겠지.

나는 그렇게 오늘도 푹푹 한숨을 내쉬며 침대 위에서 냐옹이를 붙잡고 뒹굴거린다.



“냐우야, 니가 여자로 뿅 변해주면 얼마나 좋겠냐. 아호... 이 오빠가 요새 너무 힘들구나.”



“냐옹?”



“그래, 그렇지. 니 맘 다안다. 어이구, 우리 이쁜 것.”



하루에도 몇 번이나 자기를 붙잡고 최면을 걸 듯이 중얼거리는 내 말에 언제나 대답해주듯이 작게 울어주는 냐우가 너무도 귀여운 나머지 나는 볼을 비비적 거리며 다시 침대를 뒹굴기 시작했다.

데굴데굴데굴.

계속해서 부비적 거리는 내가 조금 귀찮았던지 냐우는 내 품에서 몇 번 움찔 거리다가 꿈틀거리며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집 한쪽 구석에 세워져있는 캣타워 위로 잽싸게 올라가 나를 째려보듯 쳐다본다.

검은색 턱시도 형태의 털, 그리고 코리아 숏헤어라고 불리는 냐우. 정확하게 등록되어있는 종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어떤 종보다 친화력이 좋고 똑똑한 녀석들이라 꽤나 기르는 재미가 있는 녀석이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시도때도 없이 달라붙는 개 보다 더한 친화력과 심한 장난이 단점이라면 단점인 녀석이었다.

오늘도 나는 그렇게 퇴근 후 아무도 없는 집 안에서 냐우와 투닥거리며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자려고 하다 오늘 문득 퇴근 길에 만난 할어버지가 생각나며 머릿속에 떠올랐다.

퇴근길에 워낙 힘겹게 짐을 옮기시는 모습에 왠일로 마음이 동해 도와드렸던 할아버지가 정말 고맙다며 준 소세지가 생각났다.

버릴까도 생각해봤지만 사실 버리기가 힘들었던 것은 그 소세지를 주던 할아버지가 하던 말 때문이기도 했다.



-이 소세지는 말이야. 그냥 소세지가 아녀! 자네가 나를 도와줘서 딱 한 개 남은걸 주는거니까, 잘써야해. 이걸 자네가 사랑하는 여자한테 먹이면 그 여자가 홀딱 넘어온다니께.-



마치 이 소세지가 마법의 아이템이나 되는 마냥 말하는 할어버지의 말이 솔직히 믿음이 가지는 않지만 바로 앞에서는 버리기는 그래서, 예의상 받아들고오긴 했지만 먹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버리기도 그렇기에 집에까지 들고 왔던게 생각났다.

벽에 걸어둔 점퍼를 뒤적거려 꺼내든 소세지의 껍질을 깐뒤 나는 냐우를 불렀다.



“냐우야, 간식 먹자. 오빠가 오늘 거하고 쏜다! 우하핫.”



내가 먹기에는 조금 미심쩍은 소세지를 당당하게 간식인 마냥 꺼낸 나는 소세지를 보고 캣타워에서 냉큼 내려와 조르르 달려오는 냐우를 향해 내밀었다.

고양이용 소세지만 먹여야하겠지만 그래도 별미라고 생각해 꺼내준 소세지를 은근히 맛있게 먹는 냐우를 보며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어느새 모두 다 먹어치운 것을 확인한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침대 위로 기어들어갔다. 불을 끄자마자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나는 그대로 저 멀리 꿈나라로 가버렸고 그렇게 그날 하루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저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건 아무래도 나만의 착각인 듯 했다.



부스럭 부스럭. 우당탕.

“으음...”



한창 꿈속을 헤메고 있던 나는 무엇인가 부서지고 엉망으로 깨지는듯한 소리에 부스스 잠을 깻다.



콰당, 탱그랑.

“!!!!”



다시 한번 무엇인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며 와르르 쏟아져 내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도...도둑인가! 설마! 우리 집에도 그디어! 으으으...

아냐... 그렇게 쉽게 이런 일이 벌어질순 없지.



“냐우야? 냐우냐?”



조금은 공포스러운 마음에 나는 이 소란을 벌일 확률이 가장 높은 우리 냐우를 불렀다. 그리고 마치 내 두려움을 해소라도 시켜주는 듯 소란이 벌어지고 있던 방 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냐옹~”



“하아...”



점점 긴장해가던 것이 탁 풀려오며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침대에서 어기적 거리며 일어나 녀석이 엉망으로 해놓은 거실을 치우기 위해 문을 열었다.

어차피 다음날은 휴일이라 아침에 치워도 되지만 이미 잠을 다 깨버린 상태라 몸이라도 조금 움직일 요량이었기에 느긋하게 움직였다.

방 문을 열고 거실에 한발자국을 내딛은 나는 불을 켜고는 머리를 긁으며 외쳤다.



“냐우야, 너 또...... 또....... 또..... 으아아아악!!!!”



내 입에서 나온 비명은 나조차 난생 처음 질러본 고음이었다. 냐우라고 생각하고 나왔던 나는 눈 앞에 알몸으로 내 비명이 놀란 듯 굳어있는 한 어린 소녀를 보고야 말았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 그리고 이제 갓 중학교나 졸업했을까하는 어린 육체, 꽤나... 아니 엄청나게 귀여운 얼굴을 하고있는 소녀는 좀 충격적이게도 옷을 다 벗고 있었다.

알몸의 어린 소녀... 그리고 고양이 흉내... 아무리 봐도 이건 비행청소년의 좀도둑질인듯했다.

아니 그보다 왜 알몸이지? 들키면 알몸에 당황하는 사이에 도망치는건가?

그나저나 저런 귀여운 얼굴을 하고 이런 일을 해도 괜찮은건가?

나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횡설수설 외치기 시작했다.



“다, 당신 누구야! 뭐하러... 뭐하러 온거야! 그, 가, 가져 갈건 없으니까 지금 나가요! 아니면 겨, 경찰 부릅니다!”



경찰을 들먹이며 황급히 전화기를 찾아 내가 움직이자 굳어있던 소녀도 몸이 풀린 듯 나를 향해 네발로 달려 들어왔다. 갑작스럽게 알몸으로 달려드는 어린 소녀의 모습에 화들짝 놀란 나는 그 자리에 다리가 꼬여 넘어져버렸고, 달려오던 소녀는 나의 배 위로 올라타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고양이처럼 두 다리와 손을 한곳에 모으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소녀의 아랫부분은 역시나 아무것도 입지 않아 그 핑크빛 음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아직 털이 날 나이는 아닌 듯 매끈매끈한 그곳을 보고있자니 나는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애써 두 눈을 그곳으로부터 돌린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내 위의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솔직히 그 윗부분도 앙증맞게 솟아오르기 시작하는 가슴 때문에 눈을 두기가 그랬지만 그래도 아래보다는 나았다.



“무...무슨 짓이에요. 내려오세요. 워, 원하는게 뭐에요. 돈? 뭐에요. 그, 그리고 이거 성희롱 아닙니다. 당신이 옷 벗고 있었던거에요. 난 손 안댓어요!”



하도 회사에서 성희롱 교육을 많이 받다보니 여기서도 나오는 교육의 성과에 잠시 당황했지만 그보다 더 당황한 것은 내 말에 고개를 갸웃 거리며 베실베실 웃고 있는 소녀에게서 나온 말이었다.



“냐앙?”



.... 장난하나!

이 여자애가 성인 남자 알기를 우습게 아는구만.

소녀의 반응에 조금 화가 치민 나는 여태까지와 다르게 약간은 대범하게 나가기로 결정했다.



“아가씨, 그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벗고 다니고 거기다가 남의 집에 함부로 침입하면 위험한거 몰라요? 어서 내려오지 못해요!”



가슴 팍에 앉아있던 소녀를 밀어젖히며 자리에 일어선 나는 다시 전화기를 찾아 움직였고 내가 강하게 나가자 소녀 역시 조금 생각이 바뀐 듯 가만히 있는 듯 했다.

그러나 그건 나만의 착각일 뿐이었다.

가만히 있는다고 생각했던 소녀는 내가 뒤로 도는순간 그대로 내 등을 덮치며 안겨들었다.



“우와아악!”



갑작스레 기울어진 몸의 균형에 나는 중심을 잡지못하고 쓰러졌고, 그런 내 위로 다시금 소녀가 올라 타며 이번에는 자신의 얼굴을 내 볼 주변에 비비며 마치 고양이처럼 고로롱 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나라지만 이런 알몸의 소녀가 그것도 예쁘게 생긴 소녀가 이런식으로 나온다면 무슨 일을 벌일지 알수 없었기에 일단 다시금 그녀를 떼어놓고 방 안에 들어가 이불을 끌고 나와서 그녀에게 던져줬다.

펄럭이며 몸 위로 떨어지는 이불을 보며 방긋방긋 웃던 소녀는 그대로 돌진해 이불을 껴안고 뒹굴며 장난을 치지 시작했다.



“하아...”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한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저 소녀, 저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정신적으로 무엇인가가 이상있구나. 아마도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어 알몸으로 돌아다니다가 내가 문을 안 잠궜던지 해서 여기로 들어온 것 같네.

그래도 저정도로 이쁘다면 그정도 흠이야 괜찮을지도?

괜한 망상에 고개를 좌우로 흔든 나는 전화기를 들고 112를 누르려고 했다. 그런데 불현 듯 이 소란에도 있어야할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는듯한 느낌에 잠시 전화기를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봤다.

뭐지? 뭔가 분명히 없는데...



“!!!”



무엇이 사라졌는지 알아챈 나는 황급히 그것의 이름을 불렀다.



“냐... 냐우야!”



“냐옹?”



냐우의 이름을 부르자마자 들려오는 고양이 소리에 다행이라는 생각을하며 고개를 돌리는순간 뒹굴던 이불 위에서 다시금 방실방실 웃으며 고양이 소리를 내고 있는 소녀가 보였다. 무엇인가 잘못榮募?기분이 든 나는 다시 한번 냐우의 이름을 불렀다.



“냐우야?”



“냐옹~”



“.......”



이번에도 역시 냐우를 부른 내 부름에 대답한 소녀를 보고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에이, 설마... 설마... 냐우야?”



“냐옹~ 우냐?”“



짝짝.

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망상에 강하게 내 뺨을 몇 번 후려치고는 다시 소녀를 쳐다봤다.



“냐...냐우니? 설마... 냐우야?”



“냐오옹~”



두 번의 부름을 마치 자기를 오라고 부르는 것으로 착각한 듯 소녀는 잽싸게 네 발로 뛰어 내 품에 안겨 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를 내 가슴에 비비적 거리며 정말 고양이인 듯 고르릉 소리를 내며 안겨왔다.



“......”



잠시 생각이 굳어버린 듯 멍해진 내 머릿속으로 매일 같이 외치던 나의 말이 떠올랐다.



-냐우야, 니가 여자로 뿅 변해주면 얼마나 좋겠냐. 인간으로 둔갑해라~ 둔갑해라~-



“말도 안돼!!!”



그 날 두 번째로 내 인생 최고의 고음을 기록하는 비명이 집에서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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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냐...

이것도 맛보기 투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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