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 - 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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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어딘가를 정처없이 부유하는 듯하고, 귓가에는 스산한 바람소리만이 조용히 오락가락하나 했더니.
마냥, 단지 그것만도 아닌 듯 싶다.
기억하지 않으려 하는, 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자신에겐 있는데, 과거가 결코 그녀를 놓아 주려 하질 않는다.
눈을 감겨져 있음은 분명할진데... 다시 한번 그의 모습과 목소리가 들려 오는 듯하다. 아니, 몽롱한 이 기분 속에서도 분명히 바람결에 실리듯 들려 오고 있었다.
남자애, 좀더 정확히 말하면 소년으로 여겨질법한 애가 그 얼굴에 실로 어울릴법한, 씨근덕거리는 식의 거친 숨을 앙칼지게 내뱉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나는 내가 한 일을 절대로...절.대.로~~ 절~~대~~로 후회하지 않아!!"
밭은 숨을 강하게 내뱉어버리듯 힘찬 목소리. 분명 앙칼졌을진데 이마저도 미성이라..
..맞아.....그게 매력이었지...그게 나를 곧잘 움직였지......분명히 이녀석의 모습...이런 면을 정말 좋아했어.....이런 건 나를 닮았어...녀석... 근데 어라...나 왜 이리 어지러운..? 저녀석이 왜 자꾸 여럿이 되었다가 하나로 모였다 그럴까....
이해가 안 되는 상황. 머리를 좌우로, 가볍지만서도 절도 있게는 저어주었다. 모름지기
단 두번, 아니, 설사 단 한번을 휘젓는다 하더라도 휘젓고자 하기로 정했다면...그렇게 하기로 맘을 굳혔으면
나의 의지를 확연히 담아 움직여야 하는 법. 패기 없이, 줏대 없이 까닥 까닥 거리는 행동 따위. 내가 내 자신을 용서 못해.
때문에 나는 이렇게 나의 홍적색 머리칼이 거칠게 휘날리도록 강단 있게 목운동을 해주는 거야.
이렇게 해주면....분명히 제대로 보일 거야...... 그렇잖아? 반드시 그럴 거야. 아무리...아~~무리 내가 술을 많이 마셨어도.. 내가 지금 이렇게 헤롱거렸던 적은 없어. 정말 단 한번도 없었어. 저 위쪽의 늙은이들이 분통을 터뜨려댈정도로 술독을 빼돌리고..그것들을 끝없이 들이켜 댔어도. 부어라 마셔라 해 댔어도.. 나는 괜찮았어.. 나는 태생이 그러하니까. 음악을 조율하듯이 내게는 그것이 그러하니까....그래서 나는 이리 될 순 없어.. 나는 취하고자 하면 취하고 그걸 원치 않을 때는 상관이 없는 몸....
그걸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아..당연하지. 나의 몸이니까...근데.....왜 ...왜 이럴까...
내 생각이 틀렸다. 내 예상이 빗나갔다....정신을 똑바로 차리고자 하는 생각으로 단단히 마음을 먹고, 의지를 굳건해 하여 행동했음에도 불구하고....어째....변화가 없다??
이것은 분명.....내게 몽환을 안길 정도의 자극.....시야 확보가 잘 되질 않아... 어째서..지? 생각하는 것 조차 쉽지가 않아...내가 태어난 이후로 이러한 적이 단 한번이라도..있었던가?
이정도까지의 생각도 정말이지 부지런하게 머리를 굴린 덕에 유지할수 있었다. 만약 내가 생각하기를 그쳤다면, 이대로 이 상태 그대로 안주하기로 했다면. 이 기분이라는 이름의 파도 앞에 소리 없이 삼켜져 그대로 잠식될것만 같다.
나의 이성은 힘겹게, 그리고 조용히 싸우고 있었다.
나의 전쟁은 비록 한점 소리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나, 이 전쟁의 존재유무를 알고 있는 자가 나 외에도 한명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진실....
나는 여전히 둘이 되었다 넷이 되었다 하는 눈앞의 녀석을 향해 간신히 떠듬 떠듬 말을 붙여 볼 수 있었다.
"....소...소제(小弟)....너의....짓? 나 왜..이런..? 여기 어..디?"
단 몇마디의 의사 전달. 미미한 입술의 달싹 거림... 그조차도 어렵다....지금은 내가 뭘 하던지간에, 세상에 난 이후로 가장 어려운 일만을 겪고 있었다. 이 몽환의 경계와 싸워가야 하는 소리없는 전쟁도.
그리고 친애하는 나의 의동생에게 말을 몇마디 붙여보는 것 역시도...그 어느 것 하나라도 만만한 일이 없다.
어째서지? 나는...나는 살면서 한번이라도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없었는데 말이야..정말...정말 그랬는데...
나는 소제에게 어렵사리 질문을 던지면서도 한편으론 그런 잡생각을 해보고 있다.
그런 나의 상태를 보는 소제의 표정....여전히 여럿이 되었다 도로 겹쳐졌다가 그러고 있지만...이젠 저녀석이 몇명으로 보이든 말든 그런건 별 상관없어.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소제의 눈..눈이야. 눈이 여러 가지를 말해줄거야...
<눈...눈을 봐야 해...>
애썼다. 눈을 보고 싶었다. 다행히 그건 볼수 있었다. 오락가락 하는 와중에도 저 눈동자를 볼순 있었다. 워낙 티가 난다랄까..표가 난다랄까. 저녀석의 눈빛은 그런 색이거든... 사위를 밝히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좀전에 그랬었나?...정말이로군...정말이야.....온전히 기쁨만을 품고 있진 않지만....그것을 억누를 정도로 ..속에 품은 감정들에 있어 우위가 역력해.....
내가 자신의 눈을 애써 바라본다는 것을 느꼈음인가. 녀석은 자신의 앞머리칼을 천천히 오른손으로 한번 쓸었다가. 내 지레짐작을 보곤 내 생각이 맞단 듯이 고개를 끄덕여주면서 흔쾌하게 떠들어댔다.
"맞아 누이!! 내가...내가 그랬어. 내가 그런 것 맞아....미안해...미안해 누이... 하지만....하지만...."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방식대로...그리고 저녀석 스스로의 천성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한 떳떳함을 고수하다가.
일견 녀석의 고개가 잠깐. 찰나지간이지만서도 아주 잠깐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런데 힘없이 떨어내려져 있던 고개가 다시 쳐들려지는건 좀전에 고개가 내려갈때보다도 오히려 배는 빨랐다.
녀석의 고개가 다시 쳐들려졌을때. 소제의 눈은 어느새 울고 있었다....저녀석은 절대 잘 우는 녀석이 아닌데...이 바로 일전에...언제 울었더라? 비교적 최근에 봤는데...그리고 또 언젠가 저녀석이 울었어...그런데..그런데 울었던 이유가 같았던..같았던거 같아...왜 울었지..? 지금은 왜 울지??
나의 생각이 어떻든지.....부지불식간에 녀석은 정신없이 왁왁 자신의 뜨거운 내면을 쏟아 낸다.
"누이는...누이는 날 비난할 자격이 없어!! 절대 그럴 수 없다구!! 세상 천지 어느 누구!! 그 어느 누가 날 비웃고 돌을 던질지라도!! 누이만은..적어도 누이만은 내게 그래선 안돼!! 그래야 맞는 것 아냐? 누이는....누이는 사실 어느 누구보다도 내 행동을 잘 이해할 거 아냐?"
<.....글쎄다...소제...날 너무 과대평가 하는거 아니니 너?>
하지만 내 의사는 이젠 정말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난 그냥 닥치고 얌전히 녀석의 말을 듣고 있을수밖에 없었다. 아아..내 성격에 이런 불공평은 안 맞는데...
"...모든건 다 내가 계획한 일이야...용의주도하고...과감하게 진행을 했지... 솔직히 가슴 졸였는데....다행이었어....노력이 헛되진 않았어. 아무리....아무리 누이라도....그걸 배어 무니깐.... 이렇게....잡아두는데 성공을 했어. 이 사실이 난 솔직하게 가감없이 기뻐. 진정으로..."
<아아...그거였나....맛은 끝내주던데....설마하니 그것에 이정도의 효력이 있을 줄이야.....정말이지....아주...뿅 가는데 그래... 암튼 진짜 세다 이거....쿠쿠쿠.....>
이 와중이 되고 보니, 왠지 웃음이 나온다? 왜 나오지?
신기해서..겠지 아마......설마 하니 이 나를 이렇게까지 옭아 맬수 있는 것이 있을 줄이야....그런게 실존 했다니...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정말.
자조와도 같은 비릿한 미소를 내가 조용히 흘리는걸 보자 소제답게 내 속심을 엿본 모양이다. 녀석은 씁쓸하게 웃으며 설명해 줬다. 임마. 설명 굳이 안 해줬어도 되었는데...넌 지금 내가 웃고 있는게 웃고 있는걸로 보이지? 나 은근 비참하거든 응?
하지만 뭐해. 지 멋대로 떠드는거...그리고 내 귀는 뚫려 있는 것을...
"원체적인 효과도 지대했고....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얻어 그것의 효능을 증진시켜주는건 할수 있는 한한 모조리 다 끌어 모았어...그리고 배합시켰지....누이도 알잖아? 난 누이의 힘을 직접 겪어본 놈이야...누이의 힘은 이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아.....그래서 그것까지 감안해 나는 철두철미하게 그것의 효력을 무한에 가깝게 ..아니, 분명 그것의 효력은 그 부분에서 정점을 찍었을 거야.. 확신해. 때문에 나는...안 먹었으면 모르되 입에 대기만 했다 하면....아무리 누이라도...
별수 없을 거란 ...기대를 할 수 있었지...장담하건데...내가 완성했던 그것......누이나 되니까 그정도지....나정도를 제외하곤...그 어느 누가 먹어도....후후... 영영 깨어나기 힘들걸? 영면에 들 거라고...."
.......
얄미운 놈...나쁜 놈! 아니, 독한 놈....!! 듣자듣자 하니 이건 뭐....세상에. 그정도로 지독한 걸 내게 먹였단 말야?
그것도 의도적으로? 이녀석아. 넌 안 먹어봤으니 지금의 내 상태를 모르지?
아...
세상에 난 이후로 최초로 이 나를 놀라게 했던 그녀... 그 다음으론 소제...너...이렇게 둘만이 나의 벗이자 동생이며 또한 벽일줄 알았건만...
수면(睡眠)이라는 이름을 지닌 녀석의 힘이란...실로 놀라울 정도로구나... 아차 하는 판국에 패배하겠어 이거...
천근 력사 라도 수마의 마수를 이겨낼 재간이 없다 들었다. 그 졸음의 무게는 가히 상상조차 할수 없다고..그래서 타고난 신력을 자랑하는 역사라도 졸린 눈꺼풀을 들어 올리기란 극히도 지난한 일이라고...
그러한 말이 내게 있어 직접적으로 기억해둬야 할만큼 인식되었던 적은 여태껏 없다. 아니, 없었다... 졸음 따위가 감히 이 나를 어찌 할수 있었던 적이 일찌기 단 한번이라도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나를 천근 력사에 비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에. 그것은 비유로 표현하기에도 뭐할 정도의 격차가 있기에....여명 앞의 반딧불이라고 하던가...그 조차도 성립되지 못할 정도의 차이...
그런데...그런데 막상 내가 이 수마놈이랑 이렇게 제대로 맞닥뜨려보니...
너무나도 피부에 절절히 와닿을 정도로 이 녀석이 내게 행사하는 영향력이란...나는 강함과 연관 되는 칭찬에 있어서는 적잖이 인색한 편이다. 그러한데...지금은......나의 감상은.... 이놈의 힘에 대한 평가를 내리자면...
아아..이런 방식의 강함도 있구나...하고 왠지 모를 가르침을 받은 느낌 조차 든다...
녀석이 다시 한번 나를 깊고도 어둠운 수렁 속으로 끌고 들어 가려 시도하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강하게 대립 중이었다.
우리 둘의 줄다리기는 형태적으로 누군가에게 눈으로 보여지는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내 상태를 다시 한번 주의 깊게
바라보던 소제는 입가엔 미소를, 눈가에선 눈물 줄기를 내비치고 있었다. 녀석, 언제부터 네가 이렇게 눈물이 많았니...
나는 수마와 힘든 줄다리기를 계속해 가는 와중에 애써서 소제에게 짤막한 질문 한마디를 던졌다.
극히 짧은 한마디였지만...여러 의미가 담긴 물음이었다.
"...왜 이랬..어...."
소제는 자신의 귀여운 양 볼을 완연히 적신, 그러고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내려 대는 눈물방울을 닦아 사방팔방에다가 거칠게 흩뿌리면서
강한 억양의 음성으로 말했다. 후회가 있든 없든, 마음 정하고 난 후 행해버렸을때의 녀석 목소리는 꼭 저렇더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이 방법 마저도 쓰지 않았다면....누이....아니..당신이란 여자는 절대로..절대로 나를 인정하지 않았을테니까....분명 그랬을 테니까!! 내 말이 틀리지는 않을걸?"
<....그랬겠지.....잘 봤어...역시 소제답다 랄까...>
"내가 연하니 뭐니 하는것도 핑계의 일부였겠지!!"
<...역시라고 좀전에 생각한거.... 취소해야겠어....물론 그런게 없잖아 있긴 하지...하지만 난...니말마따나...
얽매이지 않아. 교제? 싫다고 했잖아 이 고집쟁이 녀석아...나는 너 아니라 그 누구하고도 안 해!!>
날 잘 본거 같더니만 저녀석은 아직도 앙금이 남아 있었나보다. 여전히 착각을 하고 있다. 오로지 연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자기랑 안 사귀어준걸로 알고 있었다니...힘이 아무리 세면 뭐하니....정신 연령이 애와 같은 것을....소제...역시 너의 천성은 혼돈인거야?..어떤 의미론
분명 그게 너와 잘 어울리긴 하다..그렇지만서도....내게 이런 무거움을 주니...
소제는 끝없이 씨근거리고 끝없이 울어 댄다. 녀석은 정말로 아이가 되기로 작정을 했나봐...
"난...난 잘못 없어....이 세상 모든 놈들을 희롱하고 이 나 마저도 사랑이란 것에 빠지게 만든 누이..누이가 바로 이 사태의 근원이야.. 누이의 존재 자체가 바로 날 이렇게 만든 거야!! 내가 더럽고 치졸한 방법으로 누이를 사로잡았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건 오해야. 나는 되갚아 준 것 뿐이야.
언제나 누이와 나 사이간엔 서로 주고 받았듯이!! 누이가 먼저 사랑으로 나를 옭아매었기에...나는 내 방식대로 누이를 사로잡았을 뿐이야....그러니...
그러니까 나를 너무...미워 하지 마 누이...정말로...진짜 아무리 골백번을 생각해봐도....이 우둔한 소제의 머리론....이정도가 한계였...어..."
그러니...그런거였니? 그런거였구나....나에 대한 너의 집착이 이정도였구나. 소제...진정 이정도 까지나 되었었구나..니 마음이 그랬구나...
몸소 겪어보니 이건 마치 마르지 않는, 아교 지옥의 연환같구나... 나는 여태 수마 녀석의 굉장함에만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을 수정해야만 하겠구나. 나를 가지고 싶다는 너의 그 욕망... 또한 이 수마의 힘을 이용할 생각까지 한 너의 결단력 가득한 의지...
너야 말로 굉장하다. 참으로 놀라워. 그정도까지의 집착....그정도만큼의 애욕....
그것들이 똘똘 뭉치니 이런 결과를 낳는구나. 이정도로구나... 소제...너는 이...바로 나...
아수라를 사로잡는데 성공한 유일무이의 존재가 되었구나...아아...내가 잡히다니....설마 내가 잡히는 날이 오다니....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줄 알았건만....올 수도 없다고 여겼건만...
현재의 나는 수마 놈과 줄다리기를 하는데 있어 거진 태반..어쩌면 그 이상의 힘을 쏟고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 질 일은 없는 몸이지만...소제의 힘은 그런 나에 못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모든 것에 제약을 두지 않고 온 힘과 열정을 다하여 겨뤄 댄다 하더라도
여타의 변수가 끼어들지 않는 한 우리가 하는 짓은 끝없는 평행선을 긋고 달리는 것과 진배 없을...그와 마찬가지의 행동들...
그것을..소제가 준 그것을 달디달게 먹은 뒤에...소제는 내게 난데없이 간만의 비무를 청해 왔었고...
싸움을 마다하는 일 없는 나이기에 별 생각 없이 받아주었건만...서로 몇 수 교환하지도 않았는데 손발이 어지러워지는 나를 느꼈다.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땐 이미 늦었었다. 오랜만에 한 소제와의 비무에서 나는 채 백합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넘어갔다.
그러한 나의 등을 소제가 부드럽게 안아 들었을때까지는 그나마 기억이 꽤나 제대로
박혀 있는 시점이었었지. 그 이후론 이녀석이 날 업어 든채 정신없이 이동해 댔다는 정도만 기억날뿐..
여기가 어딘지도 이젠 잘 안 보이고, 아무래도 나는 끈 떨어진 인형마냥 힘없이 늘어진채 전신을 이것 저것으로
결박당해 있는 듯하다.. 고개를 돌려보면 구속물이라도 보일테지만..솔직히 말해서 이젠 고개를 돌리기조차 쉽지가 않다.
아깐 그래도 오락가락해도 흔들어댈순 있었는데....
"하아....하아....."
살면서 처음으로 힘겹다는 느낌의 호흡을 바깥으로 내놓아 보았다. 존심이 있어 여태까지는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어렵다...나의 힘겨운 숨소리를 의식한 소제가 우는 와중에도 빙그레 웃으면서, 한편으론 감탄 섞인 듯한 자신의
감상을 말하고 있었다.
"정말...정말이지 보면 볼수록 대단해...누이..당신이란 여자는...오로지 누이라는 여자만이 그것과 그렇게 팽팽하게 싸울 수 있을거야...아직까지도 잠에 빠지지를 않다니....누이에게는 그것이 효과 좋은 미약 정도에 그칠 뿐인 것일까? 물론 그것도 섞어놓긴 했지만...누이의 이러한 상태는 실로 놀라워..."
<아니...한명 정돈 더 있지...그녀가...그나저나 이건...효과가 너무 좋아서 문제지.... 뿅 간다니까...너도 먹어봐...아...또 없겠구나....정말...준비를 해도 단단히 했어...쿠쿠쿠,,>
내가 그리 생각하고 있는데, 사로잡힌 채 허공의 한 점에 매달려 늘어져 있는 나를, 더 이상 눈으로 보고 있을수만은 없는지, 소제는
떨리는 음색이 가득한채로 내게 날아들듯 다가와 드러나져 있는 나의 가슴에 자신의 머리칼을 갖다 대고, 곧이어 자신의 얼굴과 볼을 내 젖가슴에 비벼 왔다.
"!! 으흐으윽....!"
"기분이 괜찮을 거야 누이...누이를 기분 좋게 해주려고 정말 신경 많이 써서 만들었던 것이야..항상 누이가 기분 좋게 해주도록 노력 할게..알았지?"
그렇게 말하면서 소제는 마치 나의 아이라도 된 듯 내 한쪽 젖살의 적색 유두를 살짝 깨물어 자신의 입술 안에 넣고 쪽쪽 귀엽게 빨아 대었다. 정말로 아기가 어머니의 모유를 원하는...그와 같이...
그러면서 다른 손으론 내 남은 한쪽 가슴의 아래맡을 받쳐 올리곤 부드러운 동작으로 올리더니 이어서 느리고도 재빠르게 굴려준다. 소제의 그러한 입놀림과 손놀림에 의해서....나의 의식은....혼탁해져 갔다..
이 녀석은 날 자기 어머니 쯤으로 여기고 싶은걸까? 그리 대하고 싶어하는 걸까. 아무튼 녀석이 계속 내 품안에 파고들어오려 한다.
소제의 이러한 행동은 사실 평소의 내게 있어선 정말 별거 아닌 일이었는데..지금은...지금은 아무래도 상황이나 느낌이 많이 다르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굉장히 말이야..
지금으로선 수마 녀석과 싸우기만도 여의치가 않은데...나의 감성은 소제의 이어지는 행동들에 이해 지극히도 강렬한 느낌으로 자극 받아 간다...
....마치 뇌가 녹는 것 같다...나의 특성 상. 이렇게 다뤄지면...나. 견디기 힘든데...
나의 사고는 아무래도 곧 끊길 듯 싶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글쎄..고저(高低)가 잘 생각 안 나는 나의 교성 정도?
소제는 내 교성을 들었겠지..
내 귓가에 한숨과 환희가 섞인 입김을 불어넣으면서 뭐라 속삭였던 것 같아..
"연이 누이....사랑해요...정말 너무 좋아해...미안하고...고마..아니 미안...그냥 미안...하지만..후우..정말 어쩔 수가 없었단말야 누이.."
============================
툭-!
아름다운 몸을 가로 길게 뉘이고 있던 젊은 미녀의 한쪽 다리가 의자에서 툭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게 보였다.
준영은 수라의 늘씬한 다리에 일견 시선을 주었다가, 그녀를 업쳐들기 위해 손을 뻗으려 하고 있었다.
그때 그는 수라의 잠든 얼굴을 보았는데, 참으로 뜻밖이었던것이, 좀체 보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그녀의 감겨진 눈가 주변에 어느새 자리해 얼비치기 시작한 맑은 물결들의 일렁임을 보았기 때문이다.
"..뭐야? 꿈을 꾸나...? 왜 울지?..."
그로선 도무지 모를 일이었다. 수라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갔다 할수 있는 능력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그녀가 왜 이러는지를
무슨 수로 알겠는가.
그때 수라가 뭐라고 잠결에 조용히 사근대듯 속삭이는 듯 하자 준영은 재빨리 그녀의 붉은 입술가에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대보았다.
"...소...제...."
준영은 인상을 찡그린채 수라에게서 자신의 귀를 떼곤 잠든 그녀의 젖은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모호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소제가 뭐냐....사람 이름? 혹시 그새끼가 수라를 속 썩였다는 그놈 아냐?....근데 새끼...이름 하고는..."
준영이 뭐라 생각하건간에 잠든 수라의 얼굴에선 소리없는 눈물이 몇방울 이슬로 화해 그녀의 볼을 타고 조용히 흘러내렸다.
마냥, 단지 그것만도 아닌 듯 싶다.
기억하지 않으려 하는, 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자신에겐 있는데, 과거가 결코 그녀를 놓아 주려 하질 않는다.
눈을 감겨져 있음은 분명할진데... 다시 한번 그의 모습과 목소리가 들려 오는 듯하다. 아니, 몽롱한 이 기분 속에서도 분명히 바람결에 실리듯 들려 오고 있었다.
남자애, 좀더 정확히 말하면 소년으로 여겨질법한 애가 그 얼굴에 실로 어울릴법한, 씨근덕거리는 식의 거친 숨을 앙칼지게 내뱉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나는 내가 한 일을 절대로...절.대.로~~ 절~~대~~로 후회하지 않아!!"
밭은 숨을 강하게 내뱉어버리듯 힘찬 목소리. 분명 앙칼졌을진데 이마저도 미성이라..
..맞아.....그게 매력이었지...그게 나를 곧잘 움직였지......분명히 이녀석의 모습...이런 면을 정말 좋아했어.....이런 건 나를 닮았어...녀석... 근데 어라...나 왜 이리 어지러운..? 저녀석이 왜 자꾸 여럿이 되었다가 하나로 모였다 그럴까....
이해가 안 되는 상황. 머리를 좌우로, 가볍지만서도 절도 있게는 저어주었다. 모름지기
단 두번, 아니, 설사 단 한번을 휘젓는다 하더라도 휘젓고자 하기로 정했다면...그렇게 하기로 맘을 굳혔으면
나의 의지를 확연히 담아 움직여야 하는 법. 패기 없이, 줏대 없이 까닥 까닥 거리는 행동 따위. 내가 내 자신을 용서 못해.
때문에 나는 이렇게 나의 홍적색 머리칼이 거칠게 휘날리도록 강단 있게 목운동을 해주는 거야.
이렇게 해주면....분명히 제대로 보일 거야...... 그렇잖아? 반드시 그럴 거야. 아무리...아~~무리 내가 술을 많이 마셨어도.. 내가 지금 이렇게 헤롱거렸던 적은 없어. 정말 단 한번도 없었어. 저 위쪽의 늙은이들이 분통을 터뜨려댈정도로 술독을 빼돌리고..그것들을 끝없이 들이켜 댔어도. 부어라 마셔라 해 댔어도.. 나는 괜찮았어.. 나는 태생이 그러하니까. 음악을 조율하듯이 내게는 그것이 그러하니까....그래서 나는 이리 될 순 없어.. 나는 취하고자 하면 취하고 그걸 원치 않을 때는 상관이 없는 몸....
그걸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아..당연하지. 나의 몸이니까...근데.....왜 ...왜 이럴까...
내 생각이 틀렸다. 내 예상이 빗나갔다....정신을 똑바로 차리고자 하는 생각으로 단단히 마음을 먹고, 의지를 굳건해 하여 행동했음에도 불구하고....어째....변화가 없다??
이것은 분명.....내게 몽환을 안길 정도의 자극.....시야 확보가 잘 되질 않아... 어째서..지? 생각하는 것 조차 쉽지가 않아...내가 태어난 이후로 이러한 적이 단 한번이라도..있었던가?
이정도까지의 생각도 정말이지 부지런하게 머리를 굴린 덕에 유지할수 있었다. 만약 내가 생각하기를 그쳤다면, 이대로 이 상태 그대로 안주하기로 했다면. 이 기분이라는 이름의 파도 앞에 소리 없이 삼켜져 그대로 잠식될것만 같다.
나의 이성은 힘겹게, 그리고 조용히 싸우고 있었다.
나의 전쟁은 비록 한점 소리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나, 이 전쟁의 존재유무를 알고 있는 자가 나 외에도 한명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진실....
나는 여전히 둘이 되었다 넷이 되었다 하는 눈앞의 녀석을 향해 간신히 떠듬 떠듬 말을 붙여 볼 수 있었다.
"....소...소제(小弟)....너의....짓? 나 왜..이런..? 여기 어..디?"
단 몇마디의 의사 전달. 미미한 입술의 달싹 거림... 그조차도 어렵다....지금은 내가 뭘 하던지간에, 세상에 난 이후로 가장 어려운 일만을 겪고 있었다. 이 몽환의 경계와 싸워가야 하는 소리없는 전쟁도.
그리고 친애하는 나의 의동생에게 말을 몇마디 붙여보는 것 역시도...그 어느 것 하나라도 만만한 일이 없다.
어째서지? 나는...나는 살면서 한번이라도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없었는데 말이야..정말...정말 그랬는데...
나는 소제에게 어렵사리 질문을 던지면서도 한편으론 그런 잡생각을 해보고 있다.
그런 나의 상태를 보는 소제의 표정....여전히 여럿이 되었다 도로 겹쳐졌다가 그러고 있지만...이젠 저녀석이 몇명으로 보이든 말든 그런건 별 상관없어.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소제의 눈..눈이야. 눈이 여러 가지를 말해줄거야...
<눈...눈을 봐야 해...>
애썼다. 눈을 보고 싶었다. 다행히 그건 볼수 있었다. 오락가락 하는 와중에도 저 눈동자를 볼순 있었다. 워낙 티가 난다랄까..표가 난다랄까. 저녀석의 눈빛은 그런 색이거든... 사위를 밝히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좀전에 그랬었나?...정말이로군...정말이야.....온전히 기쁨만을 품고 있진 않지만....그것을 억누를 정도로 ..속에 품은 감정들에 있어 우위가 역력해.....
내가 자신의 눈을 애써 바라본다는 것을 느꼈음인가. 녀석은 자신의 앞머리칼을 천천히 오른손으로 한번 쓸었다가. 내 지레짐작을 보곤 내 생각이 맞단 듯이 고개를 끄덕여주면서 흔쾌하게 떠들어댔다.
"맞아 누이!! 내가...내가 그랬어. 내가 그런 것 맞아....미안해...미안해 누이... 하지만....하지만...."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방식대로...그리고 저녀석 스스로의 천성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한 떳떳함을 고수하다가.
일견 녀석의 고개가 잠깐. 찰나지간이지만서도 아주 잠깐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런데 힘없이 떨어내려져 있던 고개가 다시 쳐들려지는건 좀전에 고개가 내려갈때보다도 오히려 배는 빨랐다.
녀석의 고개가 다시 쳐들려졌을때. 소제의 눈은 어느새 울고 있었다....저녀석은 절대 잘 우는 녀석이 아닌데...이 바로 일전에...언제 울었더라? 비교적 최근에 봤는데...그리고 또 언젠가 저녀석이 울었어...그런데..그런데 울었던 이유가 같았던..같았던거 같아...왜 울었지..? 지금은 왜 울지??
나의 생각이 어떻든지.....부지불식간에 녀석은 정신없이 왁왁 자신의 뜨거운 내면을 쏟아 낸다.
"누이는...누이는 날 비난할 자격이 없어!! 절대 그럴 수 없다구!! 세상 천지 어느 누구!! 그 어느 누가 날 비웃고 돌을 던질지라도!! 누이만은..적어도 누이만은 내게 그래선 안돼!! 그래야 맞는 것 아냐? 누이는....누이는 사실 어느 누구보다도 내 행동을 잘 이해할 거 아냐?"
<.....글쎄다...소제...날 너무 과대평가 하는거 아니니 너?>
하지만 내 의사는 이젠 정말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난 그냥 닥치고 얌전히 녀석의 말을 듣고 있을수밖에 없었다. 아아..내 성격에 이런 불공평은 안 맞는데...
"...모든건 다 내가 계획한 일이야...용의주도하고...과감하게 진행을 했지... 솔직히 가슴 졸였는데....다행이었어....노력이 헛되진 않았어. 아무리....아무리 누이라도....그걸 배어 무니깐.... 이렇게....잡아두는데 성공을 했어. 이 사실이 난 솔직하게 가감없이 기뻐. 진정으로..."
<아아...그거였나....맛은 끝내주던데....설마하니 그것에 이정도의 효력이 있을 줄이야.....정말이지....아주...뿅 가는데 그래... 암튼 진짜 세다 이거....쿠쿠쿠.....>
이 와중이 되고 보니, 왠지 웃음이 나온다? 왜 나오지?
신기해서..겠지 아마......설마 하니 이 나를 이렇게까지 옭아 맬수 있는 것이 있을 줄이야....그런게 실존 했다니...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정말.
자조와도 같은 비릿한 미소를 내가 조용히 흘리는걸 보자 소제답게 내 속심을 엿본 모양이다. 녀석은 씁쓸하게 웃으며 설명해 줬다. 임마. 설명 굳이 안 해줬어도 되었는데...넌 지금 내가 웃고 있는게 웃고 있는걸로 보이지? 나 은근 비참하거든 응?
하지만 뭐해. 지 멋대로 떠드는거...그리고 내 귀는 뚫려 있는 것을...
"원체적인 효과도 지대했고....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얻어 그것의 효능을 증진시켜주는건 할수 있는 한한 모조리 다 끌어 모았어...그리고 배합시켰지....누이도 알잖아? 난 누이의 힘을 직접 겪어본 놈이야...누이의 힘은 이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아.....그래서 그것까지 감안해 나는 철두철미하게 그것의 효력을 무한에 가깝게 ..아니, 분명 그것의 효력은 그 부분에서 정점을 찍었을 거야.. 확신해. 때문에 나는...안 먹었으면 모르되 입에 대기만 했다 하면....아무리 누이라도...
별수 없을 거란 ...기대를 할 수 있었지...장담하건데...내가 완성했던 그것......누이나 되니까 그정도지....나정도를 제외하곤...그 어느 누가 먹어도....후후... 영영 깨어나기 힘들걸? 영면에 들 거라고...."
.......
얄미운 놈...나쁜 놈! 아니, 독한 놈....!! 듣자듣자 하니 이건 뭐....세상에. 그정도로 지독한 걸 내게 먹였단 말야?
그것도 의도적으로? 이녀석아. 넌 안 먹어봤으니 지금의 내 상태를 모르지?
아...
세상에 난 이후로 최초로 이 나를 놀라게 했던 그녀... 그 다음으론 소제...너...이렇게 둘만이 나의 벗이자 동생이며 또한 벽일줄 알았건만...
수면(睡眠)이라는 이름을 지닌 녀석의 힘이란...실로 놀라울 정도로구나... 아차 하는 판국에 패배하겠어 이거...
천근 력사 라도 수마의 마수를 이겨낼 재간이 없다 들었다. 그 졸음의 무게는 가히 상상조차 할수 없다고..그래서 타고난 신력을 자랑하는 역사라도 졸린 눈꺼풀을 들어 올리기란 극히도 지난한 일이라고...
그러한 말이 내게 있어 직접적으로 기억해둬야 할만큼 인식되었던 적은 여태껏 없다. 아니, 없었다... 졸음 따위가 감히 이 나를 어찌 할수 있었던 적이 일찌기 단 한번이라도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나를 천근 력사에 비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에. 그것은 비유로 표현하기에도 뭐할 정도의 격차가 있기에....여명 앞의 반딧불이라고 하던가...그 조차도 성립되지 못할 정도의 차이...
그런데...그런데 막상 내가 이 수마놈이랑 이렇게 제대로 맞닥뜨려보니...
너무나도 피부에 절절히 와닿을 정도로 이 녀석이 내게 행사하는 영향력이란...나는 강함과 연관 되는 칭찬에 있어서는 적잖이 인색한 편이다. 그러한데...지금은......나의 감상은.... 이놈의 힘에 대한 평가를 내리자면...
아아..이런 방식의 강함도 있구나...하고 왠지 모를 가르침을 받은 느낌 조차 든다...
녀석이 다시 한번 나를 깊고도 어둠운 수렁 속으로 끌고 들어 가려 시도하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강하게 대립 중이었다.
우리 둘의 줄다리기는 형태적으로 누군가에게 눈으로 보여지는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내 상태를 다시 한번 주의 깊게
바라보던 소제는 입가엔 미소를, 눈가에선 눈물 줄기를 내비치고 있었다. 녀석, 언제부터 네가 이렇게 눈물이 많았니...
나는 수마와 힘든 줄다리기를 계속해 가는 와중에 애써서 소제에게 짤막한 질문 한마디를 던졌다.
극히 짧은 한마디였지만...여러 의미가 담긴 물음이었다.
"...왜 이랬..어...."
소제는 자신의 귀여운 양 볼을 완연히 적신, 그러고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내려 대는 눈물방울을 닦아 사방팔방에다가 거칠게 흩뿌리면서
강한 억양의 음성으로 말했다. 후회가 있든 없든, 마음 정하고 난 후 행해버렸을때의 녀석 목소리는 꼭 저렇더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이 방법 마저도 쓰지 않았다면....누이....아니..당신이란 여자는 절대로..절대로 나를 인정하지 않았을테니까....분명 그랬을 테니까!! 내 말이 틀리지는 않을걸?"
<....그랬겠지.....잘 봤어...역시 소제답다 랄까...>
"내가 연하니 뭐니 하는것도 핑계의 일부였겠지!!"
<...역시라고 좀전에 생각한거.... 취소해야겠어....물론 그런게 없잖아 있긴 하지...하지만 난...니말마따나...
얽매이지 않아. 교제? 싫다고 했잖아 이 고집쟁이 녀석아...나는 너 아니라 그 누구하고도 안 해!!>
날 잘 본거 같더니만 저녀석은 아직도 앙금이 남아 있었나보다. 여전히 착각을 하고 있다. 오로지 연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자기랑 안 사귀어준걸로 알고 있었다니...힘이 아무리 세면 뭐하니....정신 연령이 애와 같은 것을....소제...역시 너의 천성은 혼돈인거야?..어떤 의미론
분명 그게 너와 잘 어울리긴 하다..그렇지만서도....내게 이런 무거움을 주니...
소제는 끝없이 씨근거리고 끝없이 울어 댄다. 녀석은 정말로 아이가 되기로 작정을 했나봐...
"난...난 잘못 없어....이 세상 모든 놈들을 희롱하고 이 나 마저도 사랑이란 것에 빠지게 만든 누이..누이가 바로 이 사태의 근원이야.. 누이의 존재 자체가 바로 날 이렇게 만든 거야!! 내가 더럽고 치졸한 방법으로 누이를 사로잡았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건 오해야. 나는 되갚아 준 것 뿐이야.
언제나 누이와 나 사이간엔 서로 주고 받았듯이!! 누이가 먼저 사랑으로 나를 옭아매었기에...나는 내 방식대로 누이를 사로잡았을 뿐이야....그러니...
그러니까 나를 너무...미워 하지 마 누이...정말로...진짜 아무리 골백번을 생각해봐도....이 우둔한 소제의 머리론....이정도가 한계였...어..."
그러니...그런거였니? 그런거였구나....나에 대한 너의 집착이 이정도였구나. 소제...진정 이정도 까지나 되었었구나..니 마음이 그랬구나...
몸소 겪어보니 이건 마치 마르지 않는, 아교 지옥의 연환같구나... 나는 여태 수마 녀석의 굉장함에만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을 수정해야만 하겠구나. 나를 가지고 싶다는 너의 그 욕망... 또한 이 수마의 힘을 이용할 생각까지 한 너의 결단력 가득한 의지...
너야 말로 굉장하다. 참으로 놀라워. 그정도까지의 집착....그정도만큼의 애욕....
그것들이 똘똘 뭉치니 이런 결과를 낳는구나. 이정도로구나... 소제...너는 이...바로 나...
아수라를 사로잡는데 성공한 유일무이의 존재가 되었구나...아아...내가 잡히다니....설마 내가 잡히는 날이 오다니....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줄 알았건만....올 수도 없다고 여겼건만...
현재의 나는 수마 놈과 줄다리기를 하는데 있어 거진 태반..어쩌면 그 이상의 힘을 쏟고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 질 일은 없는 몸이지만...소제의 힘은 그런 나에 못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모든 것에 제약을 두지 않고 온 힘과 열정을 다하여 겨뤄 댄다 하더라도
여타의 변수가 끼어들지 않는 한 우리가 하는 짓은 끝없는 평행선을 긋고 달리는 것과 진배 없을...그와 마찬가지의 행동들...
그것을..소제가 준 그것을 달디달게 먹은 뒤에...소제는 내게 난데없이 간만의 비무를 청해 왔었고...
싸움을 마다하는 일 없는 나이기에 별 생각 없이 받아주었건만...서로 몇 수 교환하지도 않았는데 손발이 어지러워지는 나를 느꼈다.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땐 이미 늦었었다. 오랜만에 한 소제와의 비무에서 나는 채 백합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넘어갔다.
그러한 나의 등을 소제가 부드럽게 안아 들었을때까지는 그나마 기억이 꽤나 제대로
박혀 있는 시점이었었지. 그 이후론 이녀석이 날 업어 든채 정신없이 이동해 댔다는 정도만 기억날뿐..
여기가 어딘지도 이젠 잘 안 보이고, 아무래도 나는 끈 떨어진 인형마냥 힘없이 늘어진채 전신을 이것 저것으로
결박당해 있는 듯하다.. 고개를 돌려보면 구속물이라도 보일테지만..솔직히 말해서 이젠 고개를 돌리기조차 쉽지가 않다.
아깐 그래도 오락가락해도 흔들어댈순 있었는데....
"하아....하아....."
살면서 처음으로 힘겹다는 느낌의 호흡을 바깥으로 내놓아 보았다. 존심이 있어 여태까지는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어렵다...나의 힘겨운 숨소리를 의식한 소제가 우는 와중에도 빙그레 웃으면서, 한편으론 감탄 섞인 듯한 자신의
감상을 말하고 있었다.
"정말...정말이지 보면 볼수록 대단해...누이..당신이란 여자는...오로지 누이라는 여자만이 그것과 그렇게 팽팽하게 싸울 수 있을거야...아직까지도 잠에 빠지지를 않다니....누이에게는 그것이 효과 좋은 미약 정도에 그칠 뿐인 것일까? 물론 그것도 섞어놓긴 했지만...누이의 이러한 상태는 실로 놀라워..."
<아니...한명 정돈 더 있지...그녀가...그나저나 이건...효과가 너무 좋아서 문제지.... 뿅 간다니까...너도 먹어봐...아...또 없겠구나....정말...준비를 해도 단단히 했어...쿠쿠쿠,,>
내가 그리 생각하고 있는데, 사로잡힌 채 허공의 한 점에 매달려 늘어져 있는 나를, 더 이상 눈으로 보고 있을수만은 없는지, 소제는
떨리는 음색이 가득한채로 내게 날아들듯 다가와 드러나져 있는 나의 가슴에 자신의 머리칼을 갖다 대고, 곧이어 자신의 얼굴과 볼을 내 젖가슴에 비벼 왔다.
"!! 으흐으윽....!"
"기분이 괜찮을 거야 누이...누이를 기분 좋게 해주려고 정말 신경 많이 써서 만들었던 것이야..항상 누이가 기분 좋게 해주도록 노력 할게..알았지?"
그렇게 말하면서 소제는 마치 나의 아이라도 된 듯 내 한쪽 젖살의 적색 유두를 살짝 깨물어 자신의 입술 안에 넣고 쪽쪽 귀엽게 빨아 대었다. 정말로 아기가 어머니의 모유를 원하는...그와 같이...
그러면서 다른 손으론 내 남은 한쪽 가슴의 아래맡을 받쳐 올리곤 부드러운 동작으로 올리더니 이어서 느리고도 재빠르게 굴려준다. 소제의 그러한 입놀림과 손놀림에 의해서....나의 의식은....혼탁해져 갔다..
이 녀석은 날 자기 어머니 쯤으로 여기고 싶은걸까? 그리 대하고 싶어하는 걸까. 아무튼 녀석이 계속 내 품안에 파고들어오려 한다.
소제의 이러한 행동은 사실 평소의 내게 있어선 정말 별거 아닌 일이었는데..지금은...지금은 아무래도 상황이나 느낌이 많이 다르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굉장히 말이야..
지금으로선 수마 녀석과 싸우기만도 여의치가 않은데...나의 감성은 소제의 이어지는 행동들에 이해 지극히도 강렬한 느낌으로 자극 받아 간다...
....마치 뇌가 녹는 것 같다...나의 특성 상. 이렇게 다뤄지면...나. 견디기 힘든데...
나의 사고는 아무래도 곧 끊길 듯 싶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글쎄..고저(高低)가 잘 생각 안 나는 나의 교성 정도?
소제는 내 교성을 들었겠지..
내 귓가에 한숨과 환희가 섞인 입김을 불어넣으면서 뭐라 속삭였던 것 같아..
"연이 누이....사랑해요...정말 너무 좋아해...미안하고...고마..아니 미안...그냥 미안...하지만..후우..정말 어쩔 수가 없었단말야 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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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아름다운 몸을 가로 길게 뉘이고 있던 젊은 미녀의 한쪽 다리가 의자에서 툭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게 보였다.
준영은 수라의 늘씬한 다리에 일견 시선을 주었다가, 그녀를 업쳐들기 위해 손을 뻗으려 하고 있었다.
그때 그는 수라의 잠든 얼굴을 보았는데, 참으로 뜻밖이었던것이, 좀체 보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그녀의 감겨진 눈가 주변에 어느새 자리해 얼비치기 시작한 맑은 물결들의 일렁임을 보았기 때문이다.
"..뭐야? 꿈을 꾸나...? 왜 울지?..."
그로선 도무지 모를 일이었다. 수라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갔다 할수 있는 능력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그녀가 왜 이러는지를
무슨 수로 알겠는가.
그때 수라가 뭐라고 잠결에 조용히 사근대듯 속삭이는 듯 하자 준영은 재빨리 그녀의 붉은 입술가에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대보았다.
"...소...제...."
준영은 인상을 찡그린채 수라에게서 자신의 귀를 떼곤 잠든 그녀의 젖은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모호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소제가 뭐냐....사람 이름? 혹시 그새끼가 수라를 속 썩였다는 그놈 아냐?....근데 새끼...이름 하고는..."
준영이 뭐라 생각하건간에 잠든 수라의 얼굴에선 소리없는 눈물이 몇방울 이슬로 화해 그녀의 볼을 타고 조용히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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