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생존기-쾌락의 늪 - 프롤로그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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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이 미친 세계에서 눈을 뜬지도 오늘로 3일째. 그저 꿈을 꾸고 있는거라고,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는거라고 자위하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생존게임 『미궁』.
그것이 모든 것의 발단이었다.
작가. 그것도 판타지 소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혁은 소설을 쓰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을 하면서 보내는 전형적인 인도어 타입의 인간이었다.
하루에 글을 쓰는 시간은 3시간.
그 이상은 써봤자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그였기에 남는 대부분의 시간은 게임으로 점철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만큼이나 시간이 남아도는 그였기에, 그는 안해본 게임이 없었다.
뭔가 신작게임이 나와서 오픈베타 서비스가 열리기만 하면 거기에 매달리니까…그 쯤 되면 준 프로 게이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터였다.
그렇게 늘 똑같은 일상을 보내던 차에 사혁의 메일로 괴이한 편지가 날아들었다.
아니, 결국은 게임으로의 초대장이었으니까 괴이하다기 보다는 좀 특이하다고 하는 편이 맞겠지. 실제로 그때 사혁은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때에 무시하고 지나갔어야 했는데…….
신작 현실 게임 『미궁』 으로 초대합니다.
이라는 글귀와 함께 화면의 중앙에 떠오른 블랙홀 모양의 원형 포탈의 모습에 사혁은 기이한 이끌림 같은 것을 느끼며 생각할 필요도 없이 마우스 커서를 블랙홀의 중앙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딸깍딸깍.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마우스의 왼쪽버튼을 더블클릭 하는 순간, 사혁은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챕터 1. 튜토리얼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이게 바로 지금 나, 사혁이 떠올리는 생각이었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눈을 뜬지도 오늘로써 벌써 3일째. 현실에서는 결코 있을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들은 경험하며 나는 사실상 패닉에 빠져있었다.
3일전.
좌우 각각 15미터 정도의 정육면각체의 방에서 깨어난 나는 눈을 뜨자마자 상당히 야시시한 옷을 입은 보라색 머리칼 여자아이를 마주해야 했다.
그 여자아이가 말하길,
-축하드립니다. 생존게임 『미궁』 에 오신걸 환영해요. 아, 지금 좀 혼란스러우시죠? 하지만 게임에 참여한 이상 포인트를 쌓지 않으면 돌아가실 수 없으니까 조금 당황스러우시더라도 제가 설명하는 규칙을 잘 들으세요. 네, 아시겠죠? 아참, 제 이름은 벨이에요. 당신을 맡은 관리자이자 매니저. 그러니까 앞으로 잘 부탁해요.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서 게임의 규칙에 대해서 설명할께요.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 비몽사몽하는 정신속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나 잔뜩 얼굴을 들이대며 말하는 벨의 목소리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다였다.
벨의 설명에 의하면 게임의 규칙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첫째.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생존할 것. 목숨을 잃어버리는 즉시 게임 오버.
둘째. 분기별로 주어지는 메인 퀘스트는 반드시 클리어 할 것. 메인 퀘스트는 클리어시 보상이 크다는 점도 있지만, 클리어 하지 못할시 벌어들인 포인트의 정산이 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클리어 해야만 한다.
셋째. 절대로 꼼수를 부리지 말 것. 가끔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꼼수를 이용해서 포인트를 벌거나 게임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기본적으로 매니저의 관찰을 받기 때문에 쓸데없는 짓은 게임오버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렇게 3가지의 규칙이었다.
요컨대 죽지말고, 하라는데로 하면서, 뻘짓하지 말라는 소리였다.
여태껏 수없이 해왔던 게임의 영향일까. 나는 생각보다 훨씬 더 벨의 말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이 만족스러웠던걸까. 벨은 상큼한 미소와 함께 나의 왼손을 붙잡아온다.
머~엉...
손끝으로 전해져오는 작고 보드라운 손아귀의 감촉.
어이가 없다 못해서 멘붕으로 접근할 것만 같은 상황과는 무관하게 치명적인 귀여움을 머금은 벨의 미소에 나는 순간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마치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모든 시간이 멈춰버리기라도 한 듯 몽환적인 분위기. 하지만, 그런 상황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는 못 했다.
“아얏!”
따끔하는 통증이 손등으로 전해져왔던 것이다. 반사적으로 신음과 함께 왼 손등을 내려다보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이 깨끗했던 왼손등의 위로 편의점의 바코드와도 같은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이건...?”
왼손을 움켜쥐고 있던 두 손을 등뒤로 돌린채로 상체를 기울인듯한 귀여운 자세를 취하고 있는 벨이 나의 질문에 싱긋 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생각하시는 그대로 바코드에요. 향후 퀘스트의 완수로 인해서 쌓여가게 될 포인트가 모이는 곳이고, 모든 거래 역시도 그것으로써 결제할 수 있어요. 좀 더 자세한건 나중에 매뉴얼 북을 참조하시길.
역시 이번에도 나는 무리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애초에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문제도 아닌데다가, 판타지 소설 작가라는 경험은 이런 형태의 상황에 대해서 예측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훤히 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실제로 격고있는 입장에서 결코 달가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하튼 바코드 문신이 지닌 효용성을 알아차린 나는 수월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나는 다음의 질문을 꺼내야만 했다.
매뉴얼 북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 나의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벨은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싱긋하고 웃었다. 하지만 대답 대신에…….
-나머지는 직접 격어보는게 좋아요. 그럼, GOOD LUCK!!
일방적인 통보가 이어졌다. 그리고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벨이 따악! 하고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나는 또 한번의 어지럼증을 느끼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약간은 지저분해 보이는 천장이었다.
본래는 순백색이었을 천장은 세월의 흔적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관리의 미숙 때문이었을련지 여기저기 생겨나 금을 중점으로 곰팡이에 뒤덮혀져 있었다.
곰팡이 특유의 시큼한 냄새가 콧속으로 파고들었다. 그에 나는 반사적으로 코를 틀어막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음?”
몸을 일으켜 세우자마자 무언가 가슴께에서 툭 하고 떨어졌다. 시선을 돌려보니 얄팍한 두께의 책자가 떨어져 있었다. 책의 표지에는 [매뉴얼 북] 이라는 글귀가 친절하게 쓰여져 있었다.
“과연…이게 그 매뉴얼 북인가?”
스스로도 진부하다고 생각 될 정도로 틀에 박힌 대사를 내뱉으며, 나는 매뉴얼 북을 집어들었다. 검은색의 가죽표지에 흰색 글자로 [매뉴얼 북] 이라고 써져있는 글씨는 일견 모 만화의 죽음노트와 닮은 디자인이었다.
그에 나는 왠지 불길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대체 무슨 일에 휘말린건지. 심지어 지금 이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도 애매한 상황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시키는데로 하는편이 가장 좋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여태껏 수많은 게임들을 섭렵해온 나름 준프로급 게이머(?)로써의 감이자,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장르의 판타지, 무협 소설들을 읽고 혹은 써내려가며 배양해온 지식이었다.
“…어찌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된 이상 적극적으로 끼어드는 편이 좋겠지? 옛 성현도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말했으니까.”
이 말이 정작 성현이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건 마음에 결정을 내린 나는 꺼끌꺼끌 하면서도 매끄러운 가죽제의 표지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다가 가벼운 심호흡과 함께 매뉴얼 북의 첫 장을 개봉했다.
팔락~
종이 특유의 질감과 함께 첫 번째의 페이지가 펼쳐진다. 그리고……
“음?”
긴장 된 표정으로 종이를 살피던 나는 조금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고급의 종이를 사용한 듯 매끌매끌 하면서도 순백의 색체를 유지하고 있는 첫 번째의 페이지에는 오로지 단 한줄의 글귀만이 유려한 서체로 쓰여져 있었던 것이다.
적혀진 글귀는 이러했다.
[튜토리얼 이라고 외쳐주세요.]
짧은 길이만큼이나 간단한 뜻을 지닌 문장. 결코 잘못 이해할리 없는 글귀를 보며 나는 무심코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첫 번째 페이지로 단 한 줄의 문장 밖에 안 써져있지 않음은 물론이거니와 그 뒤로는 온통 백지였던 것이다.
노트에 비견될 정도로 얄팍하다고는 하지만, 그대로 얼추 100페이지는 되어보이는 책자에서 글 써진건 첫페이지의 한 줄 뿐이고 나머지는 다 백지라니…….
이게 무슨 낭비란 말인가!!
나는 새삼 작가로써의 본능이 샘솟는 것을 느꼈지만, 이번에도 고개를 흔들었다. 한가하게 빈칸에 글이나 채워넣고 있을 때가 아니었으니까.
‘튜토리얼…이란 말이지.’
한 줄의 글귀와 현재의 상황을 대입하며, 나는 두뇌를 회전시켰다. 머릿속으로 상상력의 그림이 완성되어가며 순간적인 정보를 만들어낸다.
‘이런 상황이라면…아마도 튜토리얼이라고 외치는 순간 정말로 튜토리얼 정보창 같은게 뜰거야. 마치 가상현실 게임처럼 말이지. 어쩌면 아까 봤던 벨이 다시 나올련지도 모르지.’
생각을 정리한 나는 맥없이 손에 들린 매뉴얼 북으로 다시금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이내……
“튜토리얼!!”
약간은 긴장 된 목소리가 5평 남짓의 방안으로 조용히 울려퍼진다. 그리고 바로 다음순간!
“허억!”
나는 신음을 내뱉었다. 주변의 풍경이 확연히 뒤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나는 5평 남짓은 낡은 방안의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여긴 대체 어디야!?”
바로 옆으로 굴러다니는 펩X콜라의 빈 깡통을 걷어차며 나는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니야앙~!!
쓰레기 봉지를 뒤지고 있던 고양이가 깡통이 부딫히는 소리에 놀라서 도망간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쳐다보다가 주변을 둘러본다.
“으윽….”
콧구멍을 찔러들어오는 비릿한 냄새에 나는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고는 새삼 주변을 둘러본다.
시야로 가득히 틀어와 박히는 것은 어둡기 그지없는 이미지의 공간. 낡고, 더럽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이 공간은 마치 80년에 헐리우드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지저분한 골목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떨그렁...
그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던 짐승이 스쳐지나간 것인지 작은 소음이 일어난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더러운 곳이로군.”
금속으로 이루어진 쓰레기통은 내부를 게워낸채로 아무렇게나 어질러져 있었고, 이미 수많은 짐승들이 뒤적거린 듯 음식물 쓰레기 봉지는 곳곳이 찢겨진채로 볼품없이 땅바닥에 눌러붙어 있었다.
“으…일단은 여길 벗어나야만 하겠어.”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신체에서 가장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하는 후각이었지만, 도무지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은 냄새에 다급히 손가락으로 코를 움켜쥐며 발걸음을 옮겼다.
**********************************
다급한 발걸음으로 골목길을 벗어나자 빌딩의 그림자에 가리워져 있던 햇살이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그에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따끔거리는 눈두덩을 비비며 한 방울의 눈물을 훔쳐내고 눈을 뜬 순간.
“!!”
나는 눈을 크게 치켜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으로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살나버린 세상.
그 이상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눈앞으로 비추어지는 거리는 심각할 정도로 파괴되어 있었다.
아마도 이전에는 번화가였을 길목으로 우후죽순 늘어선 가게들은 온통 부서지고 찢겨진 흔적들로 엉망이었으며, 줄을 지어 늘어선 차들은 창문이 깨져있거나 아예 뒤집어진채로 역시나 험한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그리고 본래는 손님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간판이 매달려 있었을 장소에는…….
“우욱!!”
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헛구역질과 함께 신물을 게워내고 말았다.
본래 간판이 매달려 있었을 그곳에 매달려 있는 것은…다름아닌 사람의 시체였던 것이다.
그것은...내 24년의 인생동안 처음 보는 실제의 공포였다. k는 충열된 눈으로 굳어버린채로 시체에게서 필사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분명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알몸의 시체. 그것은 팔 다리가 기이간 각도로 뒤틀리고 찢겨진 복부로 장기를 있는데로 게워낸 끔찍한 형태를 드러내고 있었으며, 무거운 둔기로 짓이기라도 한듯 얼굴은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뭉게져 있었다.
“우우욱!!”
죽을 당시의 고통을 알려주듯 눈을 잔뜩 까뒤집은 채로 혓바닥이 길게 흘러나와 있는 알몸 여성의 시체는 결코 태연하게 버텨낼 수 있을만한 모습이 아니었다.
‘도, 도대체 이건 뭐냐고!!’
땅을 짚고 엎드린 채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는 경악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상념은 오래 갈 수 없었다.
키리리리리-
단지 듣는 것만으로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귓가로 파고들었던 것이다. 그에 나는 소리의 진원지를 돌아볼 생각도 하지 못한채 그대로 뛰어서 뛰쳐나왔던 골목길을 향해 다시금 뛰어들었다.
키리리리, 키리릭?
골목길의 음영으로 몸을 숨긴채 주저앉은 나의 귓가로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섬뜩하게 틀어와 박힌다. 엄청난 공포가 나의 몸을 잠식한다.
하지만 그것과는 반대로 나는 커다란 호기심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이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그 무언가의 정체를 직접 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에 나는 고개를 흔들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골목의 바깥쪽을 향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없다??’
분명 무언가가 나타났었을 길목에는 아무것도 비치는 것이 없었다. 보이는거라고는 여전히 음울한 분위기의 파괴된 길목과 처참하게 매달린 시체뿐.
그 ‘무언가’ 는 사라져버린 걸까? 그러고 보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들리우던 ‘무언가’ 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었다.
“하아…….”
나는 안도 반, 아쉬움 반의 기분이 되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뚝.
무언가가 어깨 위로 떨어졌다. 축축하면서도 끈적한 형태의 액체. 걸쭉하게 눌러붙어오는 액체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 선명하도록 현실적인 악취가 온몸을 경직시켜온다.
나는 굳어버려서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목을 움직여 액체가 떨어져 내린 곳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헉!”
단발마의 신음과 함께 나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끔직한 형상을 한 괴물체가 골목의 벽면과 벽면으로 촉수와도 같은 뾰족하고 날카로운 발톱을 틀어박은채로 이쪽을 내려다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공포영화에서나 보았던 비현실적인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갑각류에 어울릴법한 견고해 보이는 외피에 우중충한 갈색의 몸체를 한 괴물체는 마치 잠자리의 입처럼 세 갈래로 갈라지는 형태의 턱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어...어...”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광경. 그와함께 무섭도록 급속도로 찾아드는 공포에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은채 그저 얼어붙어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이 먹음직스러워 보인 것일까? 뚝, 하고 또 한방울의 액체가 머리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키리리리이익-!!
커다란 포효와 함께 벽에 매달려 있던 끔찍한 모습의 ‘괴물’ 이 어느새 높이 쳐든 칼날과도 같이 날카로운 발톱을 그대로 내리찍어왔다. 나는 커다란 비명을 터뜨리고 말았다.
“으, 으아아아악~!!”
곧바로 미간을 향해 떨어져내리는 죽음의 선고.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괴물의 시선에서 미처 눈을 때지도 못한채 나는 마지막을 장식할 단발마의 비명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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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계약과 같이 쓰는 글입니당. 요것도 스토리 있는 야설 추구.
그럼 즐감해 주세요.
이 미친 세계에서 눈을 뜬지도 오늘로 3일째. 그저 꿈을 꾸고 있는거라고,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는거라고 자위하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생존게임 『미궁』.
그것이 모든 것의 발단이었다.
작가. 그것도 판타지 소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혁은 소설을 쓰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을 하면서 보내는 전형적인 인도어 타입의 인간이었다.
하루에 글을 쓰는 시간은 3시간.
그 이상은 써봤자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그였기에 남는 대부분의 시간은 게임으로 점철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만큼이나 시간이 남아도는 그였기에, 그는 안해본 게임이 없었다.
뭔가 신작게임이 나와서 오픈베타 서비스가 열리기만 하면 거기에 매달리니까…그 쯤 되면 준 프로 게이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터였다.
그렇게 늘 똑같은 일상을 보내던 차에 사혁의 메일로 괴이한 편지가 날아들었다.
아니, 결국은 게임으로의 초대장이었으니까 괴이하다기 보다는 좀 특이하다고 하는 편이 맞겠지. 실제로 그때 사혁은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때에 무시하고 지나갔어야 했는데…….
신작 현실 게임 『미궁』 으로 초대합니다.
이라는 글귀와 함께 화면의 중앙에 떠오른 블랙홀 모양의 원형 포탈의 모습에 사혁은 기이한 이끌림 같은 것을 느끼며 생각할 필요도 없이 마우스 커서를 블랙홀의 중앙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딸깍딸깍.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마우스의 왼쪽버튼을 더블클릭 하는 순간, 사혁은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챕터 1. 튜토리얼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이게 바로 지금 나, 사혁이 떠올리는 생각이었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눈을 뜬지도 오늘로써 벌써 3일째. 현실에서는 결코 있을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들은 경험하며 나는 사실상 패닉에 빠져있었다.
3일전.
좌우 각각 15미터 정도의 정육면각체의 방에서 깨어난 나는 눈을 뜨자마자 상당히 야시시한 옷을 입은 보라색 머리칼 여자아이를 마주해야 했다.
그 여자아이가 말하길,
-축하드립니다. 생존게임 『미궁』 에 오신걸 환영해요. 아, 지금 좀 혼란스러우시죠? 하지만 게임에 참여한 이상 포인트를 쌓지 않으면 돌아가실 수 없으니까 조금 당황스러우시더라도 제가 설명하는 규칙을 잘 들으세요. 네, 아시겠죠? 아참, 제 이름은 벨이에요. 당신을 맡은 관리자이자 매니저. 그러니까 앞으로 잘 부탁해요.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서 게임의 규칙에 대해서 설명할께요.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 비몽사몽하는 정신속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나 잔뜩 얼굴을 들이대며 말하는 벨의 목소리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다였다.
벨의 설명에 의하면 게임의 규칙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첫째.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생존할 것. 목숨을 잃어버리는 즉시 게임 오버.
둘째. 분기별로 주어지는 메인 퀘스트는 반드시 클리어 할 것. 메인 퀘스트는 클리어시 보상이 크다는 점도 있지만, 클리어 하지 못할시 벌어들인 포인트의 정산이 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클리어 해야만 한다.
셋째. 절대로 꼼수를 부리지 말 것. 가끔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꼼수를 이용해서 포인트를 벌거나 게임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기본적으로 매니저의 관찰을 받기 때문에 쓸데없는 짓은 게임오버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렇게 3가지의 규칙이었다.
요컨대 죽지말고, 하라는데로 하면서, 뻘짓하지 말라는 소리였다.
여태껏 수없이 해왔던 게임의 영향일까. 나는 생각보다 훨씬 더 벨의 말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이 만족스러웠던걸까. 벨은 상큼한 미소와 함께 나의 왼손을 붙잡아온다.
머~엉...
손끝으로 전해져오는 작고 보드라운 손아귀의 감촉.
어이가 없다 못해서 멘붕으로 접근할 것만 같은 상황과는 무관하게 치명적인 귀여움을 머금은 벨의 미소에 나는 순간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마치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모든 시간이 멈춰버리기라도 한 듯 몽환적인 분위기. 하지만, 그런 상황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는 못 했다.
“아얏!”
따끔하는 통증이 손등으로 전해져왔던 것이다. 반사적으로 신음과 함께 왼 손등을 내려다보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이 깨끗했던 왼손등의 위로 편의점의 바코드와도 같은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이건...?”
왼손을 움켜쥐고 있던 두 손을 등뒤로 돌린채로 상체를 기울인듯한 귀여운 자세를 취하고 있는 벨이 나의 질문에 싱긋 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생각하시는 그대로 바코드에요. 향후 퀘스트의 완수로 인해서 쌓여가게 될 포인트가 모이는 곳이고, 모든 거래 역시도 그것으로써 결제할 수 있어요. 좀 더 자세한건 나중에 매뉴얼 북을 참조하시길.
역시 이번에도 나는 무리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애초에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문제도 아닌데다가, 판타지 소설 작가라는 경험은 이런 형태의 상황에 대해서 예측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훤히 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실제로 격고있는 입장에서 결코 달가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하튼 바코드 문신이 지닌 효용성을 알아차린 나는 수월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나는 다음의 질문을 꺼내야만 했다.
매뉴얼 북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 나의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벨은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싱긋하고 웃었다. 하지만 대답 대신에…….
-나머지는 직접 격어보는게 좋아요. 그럼, GOOD LUCK!!
일방적인 통보가 이어졌다. 그리고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벨이 따악! 하고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나는 또 한번의 어지럼증을 느끼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약간은 지저분해 보이는 천장이었다.
본래는 순백색이었을 천장은 세월의 흔적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관리의 미숙 때문이었을련지 여기저기 생겨나 금을 중점으로 곰팡이에 뒤덮혀져 있었다.
곰팡이 특유의 시큼한 냄새가 콧속으로 파고들었다. 그에 나는 반사적으로 코를 틀어막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음?”
몸을 일으켜 세우자마자 무언가 가슴께에서 툭 하고 떨어졌다. 시선을 돌려보니 얄팍한 두께의 책자가 떨어져 있었다. 책의 표지에는 [매뉴얼 북] 이라는 글귀가 친절하게 쓰여져 있었다.
“과연…이게 그 매뉴얼 북인가?”
스스로도 진부하다고 생각 될 정도로 틀에 박힌 대사를 내뱉으며, 나는 매뉴얼 북을 집어들었다. 검은색의 가죽표지에 흰색 글자로 [매뉴얼 북] 이라고 써져있는 글씨는 일견 모 만화의 죽음노트와 닮은 디자인이었다.
그에 나는 왠지 불길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대체 무슨 일에 휘말린건지. 심지어 지금 이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도 애매한 상황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시키는데로 하는편이 가장 좋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여태껏 수많은 게임들을 섭렵해온 나름 준프로급 게이머(?)로써의 감이자,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장르의 판타지, 무협 소설들을 읽고 혹은 써내려가며 배양해온 지식이었다.
“…어찌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된 이상 적극적으로 끼어드는 편이 좋겠지? 옛 성현도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말했으니까.”
이 말이 정작 성현이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건 마음에 결정을 내린 나는 꺼끌꺼끌 하면서도 매끄러운 가죽제의 표지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다가 가벼운 심호흡과 함께 매뉴얼 북의 첫 장을 개봉했다.
팔락~
종이 특유의 질감과 함께 첫 번째의 페이지가 펼쳐진다. 그리고……
“음?”
긴장 된 표정으로 종이를 살피던 나는 조금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고급의 종이를 사용한 듯 매끌매끌 하면서도 순백의 색체를 유지하고 있는 첫 번째의 페이지에는 오로지 단 한줄의 글귀만이 유려한 서체로 쓰여져 있었던 것이다.
적혀진 글귀는 이러했다.
[튜토리얼 이라고 외쳐주세요.]
짧은 길이만큼이나 간단한 뜻을 지닌 문장. 결코 잘못 이해할리 없는 글귀를 보며 나는 무심코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첫 번째 페이지로 단 한 줄의 문장 밖에 안 써져있지 않음은 물론이거니와 그 뒤로는 온통 백지였던 것이다.
노트에 비견될 정도로 얄팍하다고는 하지만, 그대로 얼추 100페이지는 되어보이는 책자에서 글 써진건 첫페이지의 한 줄 뿐이고 나머지는 다 백지라니…….
이게 무슨 낭비란 말인가!!
나는 새삼 작가로써의 본능이 샘솟는 것을 느꼈지만, 이번에도 고개를 흔들었다. 한가하게 빈칸에 글이나 채워넣고 있을 때가 아니었으니까.
‘튜토리얼…이란 말이지.’
한 줄의 글귀와 현재의 상황을 대입하며, 나는 두뇌를 회전시켰다. 머릿속으로 상상력의 그림이 완성되어가며 순간적인 정보를 만들어낸다.
‘이런 상황이라면…아마도 튜토리얼이라고 외치는 순간 정말로 튜토리얼 정보창 같은게 뜰거야. 마치 가상현실 게임처럼 말이지. 어쩌면 아까 봤던 벨이 다시 나올련지도 모르지.’
생각을 정리한 나는 맥없이 손에 들린 매뉴얼 북으로 다시금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이내……
“튜토리얼!!”
약간은 긴장 된 목소리가 5평 남짓의 방안으로 조용히 울려퍼진다. 그리고 바로 다음순간!
“허억!”
나는 신음을 내뱉었다. 주변의 풍경이 확연히 뒤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나는 5평 남짓은 낡은 방안의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여긴 대체 어디야!?”
바로 옆으로 굴러다니는 펩X콜라의 빈 깡통을 걷어차며 나는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니야앙~!!
쓰레기 봉지를 뒤지고 있던 고양이가 깡통이 부딫히는 소리에 놀라서 도망간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쳐다보다가 주변을 둘러본다.
“으윽….”
콧구멍을 찔러들어오는 비릿한 냄새에 나는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고는 새삼 주변을 둘러본다.
시야로 가득히 틀어와 박히는 것은 어둡기 그지없는 이미지의 공간. 낡고, 더럽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이 공간은 마치 80년에 헐리우드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지저분한 골목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떨그렁...
그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던 짐승이 스쳐지나간 것인지 작은 소음이 일어난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더러운 곳이로군.”
금속으로 이루어진 쓰레기통은 내부를 게워낸채로 아무렇게나 어질러져 있었고, 이미 수많은 짐승들이 뒤적거린 듯 음식물 쓰레기 봉지는 곳곳이 찢겨진채로 볼품없이 땅바닥에 눌러붙어 있었다.
“으…일단은 여길 벗어나야만 하겠어.”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신체에서 가장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하는 후각이었지만, 도무지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은 냄새에 다급히 손가락으로 코를 움켜쥐며 발걸음을 옮겼다.
**********************************
다급한 발걸음으로 골목길을 벗어나자 빌딩의 그림자에 가리워져 있던 햇살이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그에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따끔거리는 눈두덩을 비비며 한 방울의 눈물을 훔쳐내고 눈을 뜬 순간.
“!!”
나는 눈을 크게 치켜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으로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살나버린 세상.
그 이상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눈앞으로 비추어지는 거리는 심각할 정도로 파괴되어 있었다.
아마도 이전에는 번화가였을 길목으로 우후죽순 늘어선 가게들은 온통 부서지고 찢겨진 흔적들로 엉망이었으며, 줄을 지어 늘어선 차들은 창문이 깨져있거나 아예 뒤집어진채로 역시나 험한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그리고 본래는 손님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간판이 매달려 있었을 장소에는…….
“우욱!!”
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헛구역질과 함께 신물을 게워내고 말았다.
본래 간판이 매달려 있었을 그곳에 매달려 있는 것은…다름아닌 사람의 시체였던 것이다.
그것은...내 24년의 인생동안 처음 보는 실제의 공포였다. k는 충열된 눈으로 굳어버린채로 시체에게서 필사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분명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알몸의 시체. 그것은 팔 다리가 기이간 각도로 뒤틀리고 찢겨진 복부로 장기를 있는데로 게워낸 끔찍한 형태를 드러내고 있었으며, 무거운 둔기로 짓이기라도 한듯 얼굴은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뭉게져 있었다.
“우우욱!!”
죽을 당시의 고통을 알려주듯 눈을 잔뜩 까뒤집은 채로 혓바닥이 길게 흘러나와 있는 알몸 여성의 시체는 결코 태연하게 버텨낼 수 있을만한 모습이 아니었다.
‘도, 도대체 이건 뭐냐고!!’
땅을 짚고 엎드린 채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는 경악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상념은 오래 갈 수 없었다.
키리리리리-
단지 듣는 것만으로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귓가로 파고들었던 것이다. 그에 나는 소리의 진원지를 돌아볼 생각도 하지 못한채 그대로 뛰어서 뛰쳐나왔던 골목길을 향해 다시금 뛰어들었다.
키리리리, 키리릭?
골목길의 음영으로 몸을 숨긴채 주저앉은 나의 귓가로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섬뜩하게 틀어와 박힌다. 엄청난 공포가 나의 몸을 잠식한다.
하지만 그것과는 반대로 나는 커다란 호기심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이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그 무언가의 정체를 직접 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에 나는 고개를 흔들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골목의 바깥쪽을 향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없다??’
분명 무언가가 나타났었을 길목에는 아무것도 비치는 것이 없었다. 보이는거라고는 여전히 음울한 분위기의 파괴된 길목과 처참하게 매달린 시체뿐.
그 ‘무언가’ 는 사라져버린 걸까? 그러고 보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들리우던 ‘무언가’ 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었다.
“하아…….”
나는 안도 반, 아쉬움 반의 기분이 되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뚝.
무언가가 어깨 위로 떨어졌다. 축축하면서도 끈적한 형태의 액체. 걸쭉하게 눌러붙어오는 액체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 선명하도록 현실적인 악취가 온몸을 경직시켜온다.
나는 굳어버려서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목을 움직여 액체가 떨어져 내린 곳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헉!”
단발마의 신음과 함께 나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끔직한 형상을 한 괴물체가 골목의 벽면과 벽면으로 촉수와도 같은 뾰족하고 날카로운 발톱을 틀어박은채로 이쪽을 내려다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공포영화에서나 보았던 비현실적인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갑각류에 어울릴법한 견고해 보이는 외피에 우중충한 갈색의 몸체를 한 괴물체는 마치 잠자리의 입처럼 세 갈래로 갈라지는 형태의 턱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어...어...”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광경. 그와함께 무섭도록 급속도로 찾아드는 공포에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은채 그저 얼어붙어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이 먹음직스러워 보인 것일까? 뚝, 하고 또 한방울의 액체가 머리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키리리리이익-!!
커다란 포효와 함께 벽에 매달려 있던 끔찍한 모습의 ‘괴물’ 이 어느새 높이 쳐든 칼날과도 같이 날카로운 발톱을 그대로 내리찍어왔다. 나는 커다란 비명을 터뜨리고 말았다.
“으, 으아아아악~!!”
곧바로 미간을 향해 떨어져내리는 죽음의 선고.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괴물의 시선에서 미처 눈을 때지도 못한채 나는 마지막을 장식할 단발마의 비명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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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계약과 같이 쓰는 글입니당. 요것도 스토리 있는 야설 추구.
그럼 즐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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