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천 - 6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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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부-----------------------------
녹림의 훈련은 무림에도 많은 여파를 주는 듯 했다.
우선 봉문을 선언하고 숨어든 것은 좋지만 아무리 찾아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불안함이 드는 모양이다.
난 희생양으로 일부를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사람의 자만심을 이용하기로 했다.
보통 처음엔 민감한 반응을 보이더라도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망각이란 이름으로 기억에서 지워버리게 된다.
물론 독한 놈들은 끝까지 찾으려 할지 모르지만 그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니 상관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나름대로 조사를 해보고 싶지만 아직 시작도 안한 상태에서 어설픈 놈들을 보내 꼬리를 잡히느니 이대로 잠적하는게 좋을 듯했다.
일체의 외부활동을 금지하고 혹여나 그것을 깨려는 놈들은 파문도 불사했다.
훈련의 시작은 녹림삼군으로 시작되었다.
일단 그들에게 최상승의 무공을 전수하는게 시급했기에 그들의 무공을 조금씩 개조하여 적어도 두단계 이상은 오르도록 안배했다.
그리고 당주급의 무공도 상세히 파훼하여 그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당주급 이상의 경지라면 굳이 내가 전수하는 무공이 아니라도 어느 정도 극에는 달할 수 있기에 내린 조치다.
그 이하의 무사들은 모두 내가 만든 도법의 기초를 전수했다.
섬격천부도의 기초이자 시작인 종베기와 횡베기, 사선베기를 꾸준히 시켰다.
일정한 식을 익히기보다 이런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실전에선 오히려 득이 된다.
화려한 검식엔 그에 걸맞는 유연함이 있어야 하고 적절한 응용이 있어야 하는데 이들의 머리가 그렇게 좋지 않음을 알기에 도법을 택했고 조금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강훈련에 들어갔다.
하루 종일 도를 들고 베기만 한다고 생각해 보라.
정확한 자세를 일러주고 그것만을 반복한다면...
지겨워 죽으려 하는 놈도 있지만 반면 제대로 된 무공을 익힌다고 들떠 있는 놈도 있는데 연무장의 분위기가 너무도 엄중하여 모두들 자신의 도를 휘두르는 데만 신경을 썼다.
일주일 중에 하루는 녹림삼군을 이틀은 당주급을 나머지 시간은 하급의 무사들의 수련을 봐주었다.
일주일 내내 수련을 하면서도 불만을 토로하는 놈들은 거의 없었다.
꽤나 흉폭하게 자랐을 텐데 이런 일은 처음이어서 인지 모두가 진지한 표정이었다.
한 2주가 지났을 무렵 섬격천부도에 어울리는 내공심법을 만들었고 그것을 하급무사들에게 전수해 주었다.
녹림삼군은 물론 당주급의 인물들도 그 심법을 탐내었지만 다시 쌓아야 한다는 점에서 고개를 저었다.
흡성대법의 묘리가 있어 익혀도 무방하지만 현재의 수준으로 다시 올리려면 적어도 2년은 걸리기에 자신의 내공을 올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이것을 만들 때는 하급무사만 생각한 것이 아니다. 너희들이 모두 익힌다면 그 시간을 내가 단축해 주겠다. 봉문이 끝나는 일년 안에 현재의 두배 수준으로 내공을 올려주지. 그러니 잔말 말고 이것을 모두 익히도록.”
내가 던진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지금 난 그들의 지도자이다.
그것도 자신들이 스스로 모시는 주군인 것이다.
나의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내공심법을 훑어 보았다.
“그 심법엔 흡성대법이 섞여 있다. 너희가 5성의 경지에만 오르면 현재의 내공은 그대로 유지가 될 것이고 6성의 경지부터는 현재보다 증가할 것이되 그 속도가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너희 녹림삼군은 아마도 두배 이상의 증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씩 짚어 가며 설명을 하자 모두의 얼굴이 밝아졌다.
자신의 무공을 늘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일까?
다시 한자한자 읽으며 모든 내용을 머릿속에 담아두려 했다.
“내일부터는 이것을 하급무사들에게 가르치며 수련을 하도록. 그리고 기초 수련을 할 때 이 심법을 같이 운용하라고 일러라.”
난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일부터 이것을 익히며 수련을 한다면 일년이 되기 전에 처음 예상했던 수준으로 올릴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목표는 그것이 아니니 좀 더 철저하게 수련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일러줘야 하고 십만이나 되는 일원을 적당히 나누어 그들만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단체로 만들어야 한다.
녹림삼군과 열두명의 당주를 기준으로 십만을 나누려니 머리가 아파왔다.
그때 문이 열리며 지화와 운지가 들어왔다.
요즘 일 때문에 바빠서 그녀들을 돌보지 못했는데 아직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상공. 많이 힘들지요?”
“주인님. 피곤하죠?”
둘의 성격따라 물어오는 질문도 틀리다.
“괜찮아. 그래 내가 요즘 바쁘다고 좀 소홀했지?”
“괜찮아요. 사내 대장부가 일을 하시는데 제가 방해할 수가 없죠.”
“흥. 맘에도 없는 말을 잘도 하네. 주인님 전 심심해서 죽는줄 알았어요. 아무데도 못가고 여기만 있어야 하다니... 너무해요... 힝...”
“하하. 그렇게 지겨웠어? 그럼 외출 시켜줄까?”
“정말요?”
“그래. 대신 나가면 못 들어오는건 알지?”
“그런게 어딨어요? 너무해...”
“농담이야. 그래도 여기선 일년은 있어야 하는데 어쩌지?”
“정말 그렇게 오래 있어야 해요?”
“여기에 있는 놈들을 쓸만하게 키우려면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하거든.”
“상공. 구미호를 찾는 것도 바쁘실텐데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으신가요?”
지화도 내심 불편한지 슬쩍 운을 띠우나 보다.
“일단은 그래. 조금 일찍 끝난다 하더라도 한두달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 왜? 지화도 지겨운거야?”
“아... 아니요. 그냥...”
“미안해. 하지만 조금만 참아줄래? 그럼 맘껏 세상을 활보하며 다닐 수 있으니까.”
지화는 대답 없이 가만히 내게 안겨왔다.
난 그녀의 이런 면이 맘에 든다.
미안한 부탁을 하더라도 자신을 희생하며 들어주는 점.
운지는 끝까지 투덜거리면서도 지화가 내 품에 안기자 자신도 슬그머니 안겨왔다.
참 정말 환수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애교가 만점이다.
그녀들과 갖는 간만의 정사를 그냥 보내기는 싫어서 꼼꼼한 애무로 시작했다.
두명을 모두 눕혀놓고 양쪽을 번갈아가며 입과 손으로 애무를 했다.
둘다 하이 소프라노의 톤으로 신음을 내며 내가 해주는 애무를 즐겼다.
오랜만에 하는 탓도 있는지 그 톤이 갈수록 높아만 갔다.
그간 모여 있던 양기가 모두 자지로 쏠렸는지 밤을 새가며 섹스를 해도 지치지 않았다.
아무튼 간만에 힘을 썼더니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느낌이었다.
격렬한 섹스 후 아침을 맞이하는 서늘함은 언제나 최상의 상태를 만들어준다.
멀리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니 조금 있음 들려올 연무장의 기합소리에 흐뭇한 마음도 들었다.
훈련을 시작한지 삼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현 무림의 정황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니 참을 수 밖에.
우선 많은 전대를 만들었다.
말이 십만이지 이들을 제대로 운용하기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우선 녹림삼군에게 각기 삼천의 인원을 배당했다.
분할은 스스로가 알아서 하게 넘겨 버렸다.
내가 자신의 부하들 관리까지 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리고 당주들에겐 일천의 인원을 맡겼다.
역시나 관리는 알아서 하는 것이다.
그러고도 거의 8만의 인원이 남았다.
인원이 너무 많은 것도 이런 때는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우선 8만의 인원 중에서 1급 이상으로 오를만한 놈들만 추려서 일만을 가렸다.
나머지 7만의 인원은 대충 여기저기 배치를 해서 내외성의 방비와 녹림삼군과 당주들의 전투인원을 보충함과 동시에 물자조달을 일임했다.
따지고 보면 내가 추린 일만의 인원이 가장 노른자에 있는 놈들이다.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 놈들이라 조금 더 수련을 시키면 완벽한 나의 수족이 될 것이다.
이들에겐 섬격천부도와 더불어 최상승의 신법을 전수했다.
일만중 삼백은 나의 정보망으로 활용하기 위해 은신술까지 전수했다.
난 이들을 정보대라 명명하고 정보대주의 직위를 당주급에 버금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일천을 추려서 살영대를 만들었다.
살영대의 주요 임무는 말 그대로 살인을 담당한다.
주요 요인의 암살이나 기습시 전위를 담당할 놈들이다.
이들의 특기를 위해 살수법을 익히는 수고도 감당했다.
나머지 인원은 삼등분하여 각기 천마대, 지마대, 인마대로 나누었고 나의 직속 무력 세력으로 만들었다.
전투시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할 목적도 있지만 순찰의 목적도 있어 혹시라도 내부에 첩자가 있을지 몰라 그들의 색출에도 이용할 것이다.
이렇게 십만의 인원을 나누고 보니 참으로 많은 놈들이 휘하에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단체로 수련을 하다가 이제 각기 무리로 나누어지니 수련법도 조금씩 달라졌다.
각 단체의 장들이 자신의 특기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그들은 내가 일러준 섬격천부도와 장의 특기를 동시에 익혀야 했다.
상승의 효과를 거두고 있으니 앞으로 삼개월이 더 지나면 많은 성과가 있을 것이다.
녹림은 이제 서서히 잠에서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제나 천시 받으며 제대로 된 명령체계도 없고 특출한 인물도 없어 그저 명맥만 유지하다가 나의 등장으로 이젠 어디에도 꿀리지 않는 방파로 탈바꿈하고 있다.
거의 일년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 지금 모든 무사들의 눈에선 정광이 뻗어 나왔다.
보통의 문파가 겨우 2~3만의 단위라면 우린 그 세배가 넘는 십만이다.
그것도 모두가 정예로 구성되어 수틀리면 밀어버리면 그만이다.
무림맹이 현 무림을 지배하고 있지만 우리가 등장하면 그들은 사라져야할 별일 뿐이다.
난 우선 정보대를 무림으로 흩어놓았다.
그들이 수집해 오는 정보를 토대로 향후 행보를 결정하기 위해서이다.
봉문한 일년의 시간동안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리고 신흥세력으로 등장한 곳이 어딘지를 알아보는게 우선이다.
무림맹이야 크게 변동이 없겠지만 천마교나, 천사교는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존재들이라 내가 활동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천마교는 항시 혈풍을 몰고 다니기 때문에 조심에 조심을 해야한다.
순순하게 천마교만 상대한다면 무리가 없겠지만 천사교나 무림맹에서 동시에 공격을 해오면 일년간 고생하며 키운 수하들이 허무하게 사라져 간다.
적당히 이간질을 시키며 우리의 자리를 확고하게 잡하야 한다.
내게 무림 제패의 꿈이 없는 이상 큰 싸움은 없으리라 보기에 힘의 균형을 잘 잡으면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 할 수 있을 거라는게 나의 계산이다.
정보대가 무림으로 나간지 한달.
그간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한다면 아직은 무림에 발을 들여놓을 때가 아니었다.
현재 천마교는 모종의 대법을 이용하여 교주의 아들을 벌모세수하고 있으며 천사교 역시 알려지지 않은 술법을 연구중이라 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은 무림맹에 맹주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구파일방과 사대세가의 견제로 절대로 나오지 않을 것 같던 맹주가 일년 사이에 나와 버린 것이다.
그것도 전혀 엉뚱한 인물이 맹주를 하고 있었다.
서세호란 인물로 불혹의 나이로 출관하여 여러 문파의 장문들과 대련을 통하여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그의 무공과 성품에 빠진 이들이 그를 무림맹주로 추대한 것이다.
그의 사문에 관해서는 그저 상고시대의 인물인 해천상인이라고만 알려졌다.
그 외의 모든 것은 일체 밝혀진 것이 없으며 무공 역시 어떤 것인지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런 인물이 무림맹주가 된 것도 의아스럽지만 그를 추대한 사람 역시 의심이 갔다.
보통 정파의 인물들은 사문을 중시한다.
아무리 해천상인이 상고시대의 절대자라 하지만 그것은 그때 말이고 지금은 통하는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서세호란 인물을 맹주로 추대했다면 다른 거래가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실력이야 구파일방 중 가장 강한 방파로 대표되는 소림 방장을 이겼다 하더라도 맹주로 추대되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았다.
난 정보대에 일러 그를 철저히 조사하라 하고 그의 행적에 중점을 두라고 했다.
어디서부터 알려졌는지 그의 유년시절은 어땠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어떻게 자랐는지에 따라 그의 성품을 알 수 있고 더 나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달의 시간은 보내야 최소한의 정보가 들어올 것이다.
현대처럼 전화가 있다면 바로 알겠지만 전서구를 통해서만 알 수 있기에 어쩔 수 없다.
무림의 일에는 별로 관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렇게 녹림을 통합하고 훈련시키다 보니 나도 모르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내 것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건 누구나 같을 테니까.
훈련 과정은 모두 끝났다.
처음엔 2급의 인물들이 대다수 일줄 알았는데 서로가 경쟁을 하며 수련을 해서인지 대부분이 1급에 올랐다.
조금 쳐지는 인물들은 따로 장소를 만들어 재훈련에 돌입했다.
그래봐야 고작 2만의 인원이지만 이들만으로도 이름 없는 방파는 하루면 쓸어버린다.
내가 처음 계획한 성과보다 훌륭한 결과여서 만족했다.
현사를 불러 언제 나가면 좋은지를 물었다.
“주군. 아무래도 지금은 때가 아닌 듯합니다. 아직 무림에 대한 정세도 모두 파악하지 못했고 우리의 힘에 자만하다가는 하루아침에 모든 준비가 허사가 될 수 있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언제가 좋겠냐?”
“지금 주군의 정보대가 정보를 많이 보내오고 있으니 이것들을 처리한 뒤가 어떤가 합니다. 조금 늦어지는 것이 거사를 망치는 것 보다는 낳을 테니까요.”
“거사? 무슨 거사?”
나의 이런 질문에 모두가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무림제패죠.”
“허어... 내가 무슨 병정놀이를 하려고 니들을 훈련시킨 줄 알아?”
“그럼... 무슨...”
“그냥 너무 약해 보여서 훈련해 본거야. 그 정도면 되는거 아냐?”
내심은 두고 이들의 마음을 떠 보았다.
나도 솔직히 지금이라면 한번 일을 벌여 볼까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목표이란 것이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지 나만의 독단으로는 절대로 이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독재를 한 인물들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했다.
억압적으로 통솔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이들의 의견을 알아보려고 이렇게 떠 보는 것이다.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도 궁금했다.
간만에 이렇게 살짝 들립니다.
그런데 글을 올리려니 방해하는 사이트...
무슨 에러가 난다고 난리네요...
너무 안쓰면 내용을 잊어버릴 것도 같고
그래도 기다려 주시는 분들께 미안하기도 해서
이 새벽에 한편 올립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녹림의 훈련은 무림에도 많은 여파를 주는 듯 했다.
우선 봉문을 선언하고 숨어든 것은 좋지만 아무리 찾아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불안함이 드는 모양이다.
난 희생양으로 일부를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사람의 자만심을 이용하기로 했다.
보통 처음엔 민감한 반응을 보이더라도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망각이란 이름으로 기억에서 지워버리게 된다.
물론 독한 놈들은 끝까지 찾으려 할지 모르지만 그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니 상관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나름대로 조사를 해보고 싶지만 아직 시작도 안한 상태에서 어설픈 놈들을 보내 꼬리를 잡히느니 이대로 잠적하는게 좋을 듯했다.
일체의 외부활동을 금지하고 혹여나 그것을 깨려는 놈들은 파문도 불사했다.
훈련의 시작은 녹림삼군으로 시작되었다.
일단 그들에게 최상승의 무공을 전수하는게 시급했기에 그들의 무공을 조금씩 개조하여 적어도 두단계 이상은 오르도록 안배했다.
그리고 당주급의 무공도 상세히 파훼하여 그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당주급 이상의 경지라면 굳이 내가 전수하는 무공이 아니라도 어느 정도 극에는 달할 수 있기에 내린 조치다.
그 이하의 무사들은 모두 내가 만든 도법의 기초를 전수했다.
섬격천부도의 기초이자 시작인 종베기와 횡베기, 사선베기를 꾸준히 시켰다.
일정한 식을 익히기보다 이런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실전에선 오히려 득이 된다.
화려한 검식엔 그에 걸맞는 유연함이 있어야 하고 적절한 응용이 있어야 하는데 이들의 머리가 그렇게 좋지 않음을 알기에 도법을 택했고 조금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강훈련에 들어갔다.
하루 종일 도를 들고 베기만 한다고 생각해 보라.
정확한 자세를 일러주고 그것만을 반복한다면...
지겨워 죽으려 하는 놈도 있지만 반면 제대로 된 무공을 익힌다고 들떠 있는 놈도 있는데 연무장의 분위기가 너무도 엄중하여 모두들 자신의 도를 휘두르는 데만 신경을 썼다.
일주일 중에 하루는 녹림삼군을 이틀은 당주급을 나머지 시간은 하급의 무사들의 수련을 봐주었다.
일주일 내내 수련을 하면서도 불만을 토로하는 놈들은 거의 없었다.
꽤나 흉폭하게 자랐을 텐데 이런 일은 처음이어서 인지 모두가 진지한 표정이었다.
한 2주가 지났을 무렵 섬격천부도에 어울리는 내공심법을 만들었고 그것을 하급무사들에게 전수해 주었다.
녹림삼군은 물론 당주급의 인물들도 그 심법을 탐내었지만 다시 쌓아야 한다는 점에서 고개를 저었다.
흡성대법의 묘리가 있어 익혀도 무방하지만 현재의 수준으로 다시 올리려면 적어도 2년은 걸리기에 자신의 내공을 올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이것을 만들 때는 하급무사만 생각한 것이 아니다. 너희들이 모두 익힌다면 그 시간을 내가 단축해 주겠다. 봉문이 끝나는 일년 안에 현재의 두배 수준으로 내공을 올려주지. 그러니 잔말 말고 이것을 모두 익히도록.”
내가 던진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지금 난 그들의 지도자이다.
그것도 자신들이 스스로 모시는 주군인 것이다.
나의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내공심법을 훑어 보았다.
“그 심법엔 흡성대법이 섞여 있다. 너희가 5성의 경지에만 오르면 현재의 내공은 그대로 유지가 될 것이고 6성의 경지부터는 현재보다 증가할 것이되 그 속도가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너희 녹림삼군은 아마도 두배 이상의 증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씩 짚어 가며 설명을 하자 모두의 얼굴이 밝아졌다.
자신의 무공을 늘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일까?
다시 한자한자 읽으며 모든 내용을 머릿속에 담아두려 했다.
“내일부터는 이것을 하급무사들에게 가르치며 수련을 하도록. 그리고 기초 수련을 할 때 이 심법을 같이 운용하라고 일러라.”
난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일부터 이것을 익히며 수련을 한다면 일년이 되기 전에 처음 예상했던 수준으로 올릴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목표는 그것이 아니니 좀 더 철저하게 수련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일러줘야 하고 십만이나 되는 일원을 적당히 나누어 그들만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단체로 만들어야 한다.
녹림삼군과 열두명의 당주를 기준으로 십만을 나누려니 머리가 아파왔다.
그때 문이 열리며 지화와 운지가 들어왔다.
요즘 일 때문에 바빠서 그녀들을 돌보지 못했는데 아직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상공. 많이 힘들지요?”
“주인님. 피곤하죠?”
둘의 성격따라 물어오는 질문도 틀리다.
“괜찮아. 그래 내가 요즘 바쁘다고 좀 소홀했지?”
“괜찮아요. 사내 대장부가 일을 하시는데 제가 방해할 수가 없죠.”
“흥. 맘에도 없는 말을 잘도 하네. 주인님 전 심심해서 죽는줄 알았어요. 아무데도 못가고 여기만 있어야 하다니... 너무해요... 힝...”
“하하. 그렇게 지겨웠어? 그럼 외출 시켜줄까?”
“정말요?”
“그래. 대신 나가면 못 들어오는건 알지?”
“그런게 어딨어요? 너무해...”
“농담이야. 그래도 여기선 일년은 있어야 하는데 어쩌지?”
“정말 그렇게 오래 있어야 해요?”
“여기에 있는 놈들을 쓸만하게 키우려면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하거든.”
“상공. 구미호를 찾는 것도 바쁘실텐데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으신가요?”
지화도 내심 불편한지 슬쩍 운을 띠우나 보다.
“일단은 그래. 조금 일찍 끝난다 하더라도 한두달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 왜? 지화도 지겨운거야?”
“아... 아니요. 그냥...”
“미안해. 하지만 조금만 참아줄래? 그럼 맘껏 세상을 활보하며 다닐 수 있으니까.”
지화는 대답 없이 가만히 내게 안겨왔다.
난 그녀의 이런 면이 맘에 든다.
미안한 부탁을 하더라도 자신을 희생하며 들어주는 점.
운지는 끝까지 투덜거리면서도 지화가 내 품에 안기자 자신도 슬그머니 안겨왔다.
참 정말 환수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애교가 만점이다.
그녀들과 갖는 간만의 정사를 그냥 보내기는 싫어서 꼼꼼한 애무로 시작했다.
두명을 모두 눕혀놓고 양쪽을 번갈아가며 입과 손으로 애무를 했다.
둘다 하이 소프라노의 톤으로 신음을 내며 내가 해주는 애무를 즐겼다.
오랜만에 하는 탓도 있는지 그 톤이 갈수록 높아만 갔다.
그간 모여 있던 양기가 모두 자지로 쏠렸는지 밤을 새가며 섹스를 해도 지치지 않았다.
아무튼 간만에 힘을 썼더니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느낌이었다.
격렬한 섹스 후 아침을 맞이하는 서늘함은 언제나 최상의 상태를 만들어준다.
멀리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니 조금 있음 들려올 연무장의 기합소리에 흐뭇한 마음도 들었다.
훈련을 시작한지 삼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현 무림의 정황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니 참을 수 밖에.
우선 많은 전대를 만들었다.
말이 십만이지 이들을 제대로 운용하기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우선 녹림삼군에게 각기 삼천의 인원을 배당했다.
분할은 스스로가 알아서 하게 넘겨 버렸다.
내가 자신의 부하들 관리까지 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리고 당주들에겐 일천의 인원을 맡겼다.
역시나 관리는 알아서 하는 것이다.
그러고도 거의 8만의 인원이 남았다.
인원이 너무 많은 것도 이런 때는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우선 8만의 인원 중에서 1급 이상으로 오를만한 놈들만 추려서 일만을 가렸다.
나머지 7만의 인원은 대충 여기저기 배치를 해서 내외성의 방비와 녹림삼군과 당주들의 전투인원을 보충함과 동시에 물자조달을 일임했다.
따지고 보면 내가 추린 일만의 인원이 가장 노른자에 있는 놈들이다.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 놈들이라 조금 더 수련을 시키면 완벽한 나의 수족이 될 것이다.
이들에겐 섬격천부도와 더불어 최상승의 신법을 전수했다.
일만중 삼백은 나의 정보망으로 활용하기 위해 은신술까지 전수했다.
난 이들을 정보대라 명명하고 정보대주의 직위를 당주급에 버금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일천을 추려서 살영대를 만들었다.
살영대의 주요 임무는 말 그대로 살인을 담당한다.
주요 요인의 암살이나 기습시 전위를 담당할 놈들이다.
이들의 특기를 위해 살수법을 익히는 수고도 감당했다.
나머지 인원은 삼등분하여 각기 천마대, 지마대, 인마대로 나누었고 나의 직속 무력 세력으로 만들었다.
전투시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할 목적도 있지만 순찰의 목적도 있어 혹시라도 내부에 첩자가 있을지 몰라 그들의 색출에도 이용할 것이다.
이렇게 십만의 인원을 나누고 보니 참으로 많은 놈들이 휘하에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단체로 수련을 하다가 이제 각기 무리로 나누어지니 수련법도 조금씩 달라졌다.
각 단체의 장들이 자신의 특기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그들은 내가 일러준 섬격천부도와 장의 특기를 동시에 익혀야 했다.
상승의 효과를 거두고 있으니 앞으로 삼개월이 더 지나면 많은 성과가 있을 것이다.
녹림은 이제 서서히 잠에서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제나 천시 받으며 제대로 된 명령체계도 없고 특출한 인물도 없어 그저 명맥만 유지하다가 나의 등장으로 이젠 어디에도 꿀리지 않는 방파로 탈바꿈하고 있다.
거의 일년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 지금 모든 무사들의 눈에선 정광이 뻗어 나왔다.
보통의 문파가 겨우 2~3만의 단위라면 우린 그 세배가 넘는 십만이다.
그것도 모두가 정예로 구성되어 수틀리면 밀어버리면 그만이다.
무림맹이 현 무림을 지배하고 있지만 우리가 등장하면 그들은 사라져야할 별일 뿐이다.
난 우선 정보대를 무림으로 흩어놓았다.
그들이 수집해 오는 정보를 토대로 향후 행보를 결정하기 위해서이다.
봉문한 일년의 시간동안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리고 신흥세력으로 등장한 곳이 어딘지를 알아보는게 우선이다.
무림맹이야 크게 변동이 없겠지만 천마교나, 천사교는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존재들이라 내가 활동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천마교는 항시 혈풍을 몰고 다니기 때문에 조심에 조심을 해야한다.
순순하게 천마교만 상대한다면 무리가 없겠지만 천사교나 무림맹에서 동시에 공격을 해오면 일년간 고생하며 키운 수하들이 허무하게 사라져 간다.
적당히 이간질을 시키며 우리의 자리를 확고하게 잡하야 한다.
내게 무림 제패의 꿈이 없는 이상 큰 싸움은 없으리라 보기에 힘의 균형을 잘 잡으면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 할 수 있을 거라는게 나의 계산이다.
정보대가 무림으로 나간지 한달.
그간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한다면 아직은 무림에 발을 들여놓을 때가 아니었다.
현재 천마교는 모종의 대법을 이용하여 교주의 아들을 벌모세수하고 있으며 천사교 역시 알려지지 않은 술법을 연구중이라 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은 무림맹에 맹주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구파일방과 사대세가의 견제로 절대로 나오지 않을 것 같던 맹주가 일년 사이에 나와 버린 것이다.
그것도 전혀 엉뚱한 인물이 맹주를 하고 있었다.
서세호란 인물로 불혹의 나이로 출관하여 여러 문파의 장문들과 대련을 통하여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그의 무공과 성품에 빠진 이들이 그를 무림맹주로 추대한 것이다.
그의 사문에 관해서는 그저 상고시대의 인물인 해천상인이라고만 알려졌다.
그 외의 모든 것은 일체 밝혀진 것이 없으며 무공 역시 어떤 것인지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런 인물이 무림맹주가 된 것도 의아스럽지만 그를 추대한 사람 역시 의심이 갔다.
보통 정파의 인물들은 사문을 중시한다.
아무리 해천상인이 상고시대의 절대자라 하지만 그것은 그때 말이고 지금은 통하는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서세호란 인물을 맹주로 추대했다면 다른 거래가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실력이야 구파일방 중 가장 강한 방파로 대표되는 소림 방장을 이겼다 하더라도 맹주로 추대되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았다.
난 정보대에 일러 그를 철저히 조사하라 하고 그의 행적에 중점을 두라고 했다.
어디서부터 알려졌는지 그의 유년시절은 어땠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어떻게 자랐는지에 따라 그의 성품을 알 수 있고 더 나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달의 시간은 보내야 최소한의 정보가 들어올 것이다.
현대처럼 전화가 있다면 바로 알겠지만 전서구를 통해서만 알 수 있기에 어쩔 수 없다.
무림의 일에는 별로 관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렇게 녹림을 통합하고 훈련시키다 보니 나도 모르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내 것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건 누구나 같을 테니까.
훈련 과정은 모두 끝났다.
처음엔 2급의 인물들이 대다수 일줄 알았는데 서로가 경쟁을 하며 수련을 해서인지 대부분이 1급에 올랐다.
조금 쳐지는 인물들은 따로 장소를 만들어 재훈련에 돌입했다.
그래봐야 고작 2만의 인원이지만 이들만으로도 이름 없는 방파는 하루면 쓸어버린다.
내가 처음 계획한 성과보다 훌륭한 결과여서 만족했다.
현사를 불러 언제 나가면 좋은지를 물었다.
“주군. 아무래도 지금은 때가 아닌 듯합니다. 아직 무림에 대한 정세도 모두 파악하지 못했고 우리의 힘에 자만하다가는 하루아침에 모든 준비가 허사가 될 수 있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언제가 좋겠냐?”
“지금 주군의 정보대가 정보를 많이 보내오고 있으니 이것들을 처리한 뒤가 어떤가 합니다. 조금 늦어지는 것이 거사를 망치는 것 보다는 낳을 테니까요.”
“거사? 무슨 거사?”
나의 이런 질문에 모두가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무림제패죠.”
“허어... 내가 무슨 병정놀이를 하려고 니들을 훈련시킨 줄 알아?”
“그럼... 무슨...”
“그냥 너무 약해 보여서 훈련해 본거야. 그 정도면 되는거 아냐?”
내심은 두고 이들의 마음을 떠 보았다.
나도 솔직히 지금이라면 한번 일을 벌여 볼까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목표이란 것이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지 나만의 독단으로는 절대로 이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독재를 한 인물들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했다.
억압적으로 통솔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이들의 의견을 알아보려고 이렇게 떠 보는 것이다.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도 궁금했다.
간만에 이렇게 살짝 들립니다.
그런데 글을 올리려니 방해하는 사이트...
무슨 에러가 난다고 난리네요...
너무 안쓰면 내용을 잊어버릴 것도 같고
그래도 기다려 주시는 분들께 미안하기도 해서
이 새벽에 한편 올립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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