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ptness of Love -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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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THREE - the pursuit

「 제국력 203년에 일어난 베오스 공작가의 멸문에서 비롯된 제1차 대륙전쟁으로 제국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하락했을 때 원로원은 이런 사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을 강구했어야 했다. 누명이 벗겨졌을 때 이미 황실지하감옥에서 폐인이 된 채 오랜 시간을 보내버린 베오스 공작은 제국을 위해 그 어떤 일도 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종신 감금형이라는 잔인한 형벌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제국법의 개정은 티에르 공작이 처음에 의도했던 바를 전혀 이루지 못한 반쪽뿐인 개정이라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사실이다. 」
역사학자 노우만의 "역사로 읽는 제국법" 中 발췌

- RoL -


" 돌아가라. "

" 그럴 수는 없습니다. "

" 돌아가라고 했다! "

" 헤르난 왕자님 제발... 이러지 말고 저희와 돌아가셔야 합니다. "

헤르난은 자신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기사들에게서 등을 돌려버렸다.

" 마지막으로 명령하겠다. 당장 돌아가라. 나도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 "

" 헤르난 왕자님! "

헤르난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세실리안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세실리안에게 등을 돌린 채로 말했다.

" 세실리안... 그대까지도 날 막아야만 하겠는가? "

라이오네5세로부터 근신을 명령 받았던 헤르난은 한참을 고민한 끝에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아무도 모르게 성을 빠져 나와 말을 타고 무작정 제국을 향해 달렸다. 물론 헤르난 왕자가 없어진 것이 발견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가 은밀히 성을 떠난 다음날 헤르난 왕자의 시중을 들기 위해 그의 방으로 간 시녀에 의해 처음 알려진 라이오트라 왕국 황태자의 실종 사건은 금새 성안에 퍼졌고 국왕인 라이오네5세는 그를 찾기 위해 기사단을 파견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헤르난은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그들을 혼란 시켰지만 이미 그가 갈 곳을 알고 있던 세실리안은 미리 제국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헤르난을 기다리고 있었다.

" 부디 발길을 돌려 주시옵소서. "

세실리안은 바닥에 그대로 무릎을 꿇고 간곡한 어조로 헤르난을 설득하려 했다.

" 그대도 나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느냐? "

세실리안은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는 헤르난의 뒷모습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꼭 이런 방법이 아니라도 은밀하게 조사를 계속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국왕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이제는 비천한 신분이 되어 있을 것이 분명한 여자를 찾아가려는 헤르난을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 꼭... 이렇게 하셔야만 하는 것인지요? 이 라이오트라 왕국보다 소중한 여인입니까? "

순간 목에 겨눠진 날카로운 검에 의해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기사단장으로서 검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을 자책할 필요는 없었다. 헤르난 왕자의 검술은 대륙 전체를 통틀어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에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미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세실리안에게 자신이 섬기고 있는 사람의 검은 두려움이나 적의의 대상이 아니었다.

"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 "

헤르난의 앙다문 입에서 새어 나오는 목소리는 분노로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 어차피 왕자님께 바친 목숨이옵니다. 언제든 필요하실 때 거두어 가십시오. "

" 대답이 듣고 싶은가? "

" 예. "

짧지만 그의 대답 여하에 따라 언제든 그에 맞서 칼을 뽑겠다는 의지가 담긴 대답이었다. 세실리안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는 헤르난 왕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 내게 왕국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그러나! 그녀는 내게 왕국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

헤르난은 세실리안의 눈빛이 일순간 흔들리는 것을 보며 그녀가 절망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세실리안은 그의 이런 생각을 모르는지 자신의 목에 겨눠진 헤르난의 검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일어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왕자에게 맞서기 위해 뽑은 검이 아니었다. 세실리안은 몸을 돌려 자신이 데려온 기사들을 향해 섰다.

" 착각이었나... "

헤르난은 그녀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고 세실리안은 오른손에 쥔 검을 높이 쳐들며 기사들을 향해 외쳤다.

" 지금부터 난 헤르난 왕자님을 호위하기 위해 기사단장의 자리를 포기하겠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국왕폐하께 지금 있었던 일을 그대로 고하도록 하라. 만약... "

세실리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된 헤르난은 그녀의 앞으로 나서며 한쪽 팔을 들어 말을 멈추게 했다. 세실리안은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며 기사들을 향해 서 있는 헤르난의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 국왕폐하께 내 말을 그대로 전해드리도록 하라. 제3왕국기사단장 세실리안은 나 헤르난의 명령에 의해 호위임무를 맡게 되었다. 이것은 강압에 의한 것이며 결코 그녀가 폐하의 명령을 거역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

헤르난의 말에 눈치 빠른 기사 한 명이 앞으로 나서서 헤르난을 향해 경례를 하고 다른 기사들에게 말했다.

" 우리들은 헤르난 왕자님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으나 역부족으로 패하였고 단장님은 어쩔 수 없이 왕자님을 따라가게 되었다. 모두 알아들었는가? "

헤르난과 세실리안을 에워싸듯 서 있던 기사들의 얼굴에 보일 듯 말 듯한 미소가 걸렸다.

" 단장님의 자리는 저희들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고 있겠습니다. 부디 몸조심 하십시오. "

" 너... 너희들... "

세실리안은 자신을 한 기사의 말을 들으며 새삼 그들의 충성심에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을 느꼈다.

" 헤르난 왕자님께서 원하시는 바를 이루시고 무사히 왕국으로 돌아오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스무 명 가까이 되는 기사들이 일제히 헤르난을 향해 무릎을 꿇으며 최대한의 예를 표했다. 헤르난은 그들을 일일이 한 명씩 확인하듯 쳐다보며 천천히 들고 있던 검을 검집에 집어 넣었다.

- RoL -


EARTH 8th, KRANDOR 338

" 카밀라 아가씨! "

카노베른 공작의 막내딸인 카밀라는 자신의 방문을 살며시 열고 안을 살피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호통소리에 놀라며 황급히 문을 닫았다.

" 아휴~ 왜 아직까지 안가고 있는거야. "

허리를 곧게 펴고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던 카밀라는 방안의 광경에 놀라 애써 만든 표정을 일그러뜨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방 가운데에는 공부를 할 때 사용하는 책상이 공부시간이 지난 지 몇 시간이 되는 지금까지 놓여 있고 책상 옆에는 카노베른 공작이 그녀에게 황실 교양학을 가르치기 위해 데려온 선생이 한 손에 재질을 알 수 없는 검은색의 가느다란 회초리를 든 채 서있었다.

" 흠흠, 시간이 늦었는데 아직... "

카밀라는 표정관리를 위해 헛기침을 하며 무게를 잡고 말을 하려다가 다시 한번 표정을 일그러뜨릴 수 밖에 없었다. 선생의 옆에 보기에도 힘든 자세를 하고 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 설마... "

카밀라는 허리를 한껏 숙이고 양손으로 발목을 잡은 채 연신 땀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기까지 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 며칠 전 매받이로 선택한 하녀라는 사실을 금방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카밀라는 하녀복은 뒤집어져 아래로 숙인 머리를 덮고 있고 하얀색 속옷은 발목까지 내린 채 맨 엉덩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하녀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늦은 시간만큼 저런 자세로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 분명한 하녀는 힘이 들어서인지 끊임없이 몸을 떨고 있었다.

"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당장 일어나라고 하세요. "

"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아가씨를 대신해서 벌을 받아야 하니까요. "

" 그... 그런... "

" 지금부터 아가씨께서 공부를 하지 않은 벌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거기에 서서 이 하녀가 대신 벌 받는 모습을 지켜보세요.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셔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

카밀라는 자신의 성격과 전혀 맞지 않는 교양학을 배우기 시작한지 3일만에 싫증을 내고 일부러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온 결과가 이런 상황을 불러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자신을 대신해서 벌을 받아야 하는 하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선생의 마지막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는 카밀라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선생과 하녀 두 사람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 시작하겠습니다. "

페릴은 벌써 몇 시간째 움직이지도 못하고 계속 똑 같은 자세를 하고 있어야만 했다. 허리는 끊어질 듯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고 아직 벌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도 힘이 들어 흘러내리는 눈물은 땀과 뒤섞여 얼굴 바로 아래쪽의 카펫을 흥건히 적셔놓고 있었다. 그녀로서는 조금 있으면 저 검은색 회초리로 사정없이 자신의 엉덩이를 고통스럽게 할 레기나 선생과 카밀라 두 사람이 매받이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을 때 그곳을 지나갔던 자신의 불행을 탓할 수 밖에 없었다.

[ 휘익~ 휙~ ]

레기나는 유연성을 시험하듯이 몇 차례 회초리를 휘둘러 날카로운 소리를 만들어 냈고 페릴은 소리가 들릴 때마다 몸을 움찔거리며 엉덩이 근육에 힘을 주었다.

[ 휘이익~ ]

페릴의 엉덩이에 닿아 목표물을 조준한 회초리는 잠시 떨어졌다가 매서운 소리를 내며 그녀의 엉덩이를 향해 휘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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