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러지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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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러지-

‘제발 고만 좀 긁어라. 그렇게 생살을 긁어대니 피딱지가 가실 날이 있어? 너 나랑 왠수 질일 있냐? 괜찮다더니 어째 내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그렇게 벅벅 긁어대긴 긁어대?’

TV를 보면서도 연신 팔을 뒤로 해서 등짝을 긁어대는 내 손은 이제 쥐가 다 날 지경이다. 남자 친구를 만나고 들어와 내 옆에 앉아 쳐다보던 누이도 이제는 애처로운 마음을 넘어서서 이제는 화까지 나는 모양이다.

‘나두 미치겠다구. 이거 사람이 살 수가 있어야지….’

아토피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렇게 줄창 시도 때도 없이 등짝을 긁어대는 내 모습을 나 스스로도 보기 역겨운 것이 사실인데…나는 안되겠다는 심정으로 기어이 병원에 예약을 하고 찾아가기로 마음 먹은 터였다.

‘안녕하세요?’

‘어서 앉으세요. 챠트를 보니까 가려움증 때문에 오셨다구요?’

‘네.’

‘알러지 테스트는 받으신 적이 있으세요?’

‘아뇨. 맨 처음에는 단순 습진이나 아토피 인줄 알았죠.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피부과 진단은 받으셨습니까?’

‘네, 여기 소견서도 있어요.’

‘좀 볼까요? 아토피로 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습진도 아니고,…..장미색 비강진으로 외견상 추정 되기는 하나, 혈액검사, 뇨검사 상으로도 원인 미상이고……., 일종의 특수 알러지에 의한 생화학 반응으로 추정됨……,좀 까다롭군요.’

‘약도 안 먹어 본 것이 없을 정돕니다.’

‘그래요? 어디가 특히 심하죠?’

‘오로지 등만 가려워 죽을 지경 입니다. 보세요.’

‘그렇네요. 다른 부위가 괜찮다면 알러지 반응 테스트부터 한번 해보도록 하죠.’

담당 선생님은 팔뚝을 걷어 보라고 하셨다. 무슨 작은 집게 같은 것으로 5군데씩 6줄 씩이나 살을 째비듯이 상채기를 내는데 눈물이 찔끔 나오기까지 했다. 그리고는 여러 종류의 시약을 찝어 놓은 부분에 조심스럽게 한 방울씩 떨어뜨렸다.

‘이게 알러지 테스튼 가요?’

‘네, 원래 알러지라고 하는 것은 알레르겐이라고 하는 항원이 일으키는 거죠. 이 항원이 음식, 환경, 먼지, 꽃가루등에 섞여 있다가 특이 반응을 나타내는 체질의 사람을 만나면 신체적 돌출증상을 표출하게 되는데 그걸 통칭해서 알러지라고 부르죠. 알러지는 첫째로 환경의 영향을 무척 많이 받는 편입니다. 학회에 보고된 바에 의하면, 건조한 지역이나 열대, 냉대 기후가 일년 동안 계속되는 곳에는 알러지의 발현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 있죠. 게다가 흐르는 물 근처에 사는 사람들 보다 고인물, 예를 들자면, 호수, 댐의 담수호 근처에 사는 분들에게서 알러지 발생 빈도가 높은 특징도 갖고 있구요.’

‘특징 이라뇨?’

‘알러지도 생물처럼 자신이 생육, 발현되기에 적합한 장소에서 창궐할 수 있다는 얘기를 말합니다. 둘째로, 알러지는 일부분 유전 된다고 하는 보고가 있지요. 혹시 부모님께서 같은 증상이나 알러지로 보이는 현상을 발견하신 적은 없습니까? 나이 드신 분들은 그게 알러지 인지도 모르고 사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글쎄요, 그런건 아닌 것 같아요, 아니면 제가 주의 깊게 보질 않았을 수도 있겠죠.’

‘마지막으로 현대인의 식습관과 약남용을 예로 들 수 있겠죠. 인간에게는 자생적인 치유능력이란 것을 모두 보유하고 있습니다. 건강할 경우, 왠만한 병은 신체가 갖고 있는 방어 능력과 이 자연 치유력을 이용해서 깨끗이, 약을 투여하지 않고도 나을 수 있는 거죠. 그렇지만 요즈음, 냉동식품과 식품첨가제가 잔뜩 들어간 인스턴트 식품, 라면, 훼스트 푸드등 인간이 음식이라고 먹는 것들 속에는 평균 잡아 차 숟갈로 한 움쿰이 넘는, 그것도 체내에 축적되어 독성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매일 먹고 있다는 통계도 나와 있으니까요. 이런 것들이 인간의 외부 침투로 예상되는 알레르겐에 대한 저항능력을 떨어 뜨리게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스스로 나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뻑하면 사다 먹는 약들로 인해 증상은 나을지 몰라도 자연 치유력을 유지하려는 본연의 의지가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 낮아짐과 동시에 약에 의존하려는 신체 내부의 타성이 증가되어 결국, 약이 아니고서는 낫질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됩니다.’

‘그렇다고 저처럼 이렇게 자라온 사람들이야 아프고, 고통스러우면 약을 않 먹을 수 없질 않습니까?’

‘사람들은 어찌 그렇게 사는 게 바쁘고, 여유가 없는지, 아플라 치면 그 원인도 생각하질 않고 냉큼 약만 줏어 먹고 증상만이 해결되기를 바라죠.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없던 아토피네, 알러지네 하는 증상들이 나오는 겁니다. 어떤 분들은 무식하게도 이런 것들이 선진문명의 유입 결과 라고도 하기도 하는데, 그건 아니죠. 그건 선진문명의 유입이 가져온 결과가 아니라, 보다 편리함을 추구하고, 반드시 겪어야 할 고통도, 될 수 있다면 깨끗이 외면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이기주의가 낳은 스스로의 족쇄인 겁니다.’

너무나 철학적인 경지까지 설명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별 관심 밖의 얘기였다. 나의 머리 속에는 오로지 가려운 등판때기가 나을 수 있는가 하는 것만이 중요 했으니까.

‘다 되긴 했는데, 별다른 화학반응이 없네요. 이런 경우는 무척 드문데…..’

‘뭐가 잘 못 되었나요?’

‘대개 제가 떨어뜨려 놓는 시약들은 중요한 알러지를 검출하는 것들 이지요. 가장 흔한 꽃가루, 먼지, 벌레, 복숭아 알러지등에 대한 것들이고, 다른 것들도 꽤 많은 분포를 지니고 있는 알러지 항목들 인데, 그 사이를 비켜 간다는 것은 그만큼 알려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잡아내서 해결방안을 찾기도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좀 언짢으시겠지만 서도….’

‘그럼, 어떻게 하죠?’

‘글쎄요, 언제 가려움증이 심하죠? 참 직업을 않 물어 봤네, 무슨 일을 하십니까?’

‘고등학교 선생입니다.’

‘그래요? 뭔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특이한 것을 느낀 적이 없으세요?’

‘글쎄요….특이한 거라…아 참, 그런 게 있었지…제가 여학교에 근무하거든요, 그런데 1학년 담임을 할 때는 그런대로 가려움증이 없는 건 아니고 덜한데, 학년을 높게 담임을 맡으면 그 가려움증의 정도가 점점 더 심해 지더라구요. 한번은 고3 담임을 맡았었는데, 하루도 등짝에서 피가 나지 않는 날이 없을 지경 이었다니깐요. 그래서 이제는 일부러 고학년 담임은 맡질 않고 있지요. 교내에서도 제 가려움증은 유명 하거던요. 그래서 별명이 효자손 입니다. 그런 정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효자손 이라뇨?’

‘아니, 거 육교 위에서나 아니면 관광지의 토산품 판매점 같은 곳에서 살 수 있는 등긁게 있지 않습니까?’

‘아, 네!….또 다른 것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가면 그 가려움증이 더 심해지죠. 여름 같으면 안에 런닝도 입지 않고 헐렁한 티셔츠에 효자손이 쑥쑥 들어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지만, 옷을 껴 입어야 하는 겨울철이나, 양복에 넥타이를 구지 매야 할 때에는, 정말 죽을 맛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인기피증까지 오는 것 같아요. 대중 목욕탕이나 찜질방도 가보고는 싶지만, 피가 벌겋도록 긁어대니, 그 안의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이런 저런 이유로, 집에서 샤워만 해오고 있죠.’

‘언제부터 그런 증상이 있었던 걸로 기억 됩니까?’

‘글쎄요, 정확치는 않지만 아마도 중학교 때, 정액이 몸에서 만들어 진다는 사실도 모르던 때, 처음으로 몽정을 한 이후 부터가 아닌가 해요. 그전에는 깨끗했거든요.’

담당 선생님 께서는 한참을 챠트에 무언가를 쓰시더니만 조그만 처방전을 내주시려다가 이내 구겨서 버려 버렸다.

‘약을 투여 하기 전에 일단, 식이조절부터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다른 여타 알러지 증상은 없지만 상호 화학반응에 일조할 수도 있으니 다음에 알려드리는 음식은 되도록 삼가시고요, 그런 후에 추이를 한번 지켜보죠, 그럼.’

의사 선생님께서는 컴퓨터 자료에 마련된 식이요법 사항을 출력해서 건네 주었다. 나는 그것을 받아 쥐고 서는 속으로,

‘아휴, 이건 도대체 쳐먹고 살게 없네!’

그 푸념은 일리가 있었으며, 그것은 삼가 정도가 아니었다. 가뜩이나 비싼 유기농 재료 로만 음식을 먹으라고 하질 않나, 현미밥에, 계란, 우유는 금물이고, 동물성 버터 대신, 식물성 마아가린으로 대체하라고 되어 있고, 청량음료, 커피도 금지, 술도 금지, 담배도 금지…..이건 절로 들어가라는 건지, 아니면 굶어 뒤지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환자 입장은 언제나 약자 였다. 그나마 다음 번에 제대로 진단이라도 받고, 약이라도 타려면, 그 주의사항에 따라야 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도, 열심히 등짝을 긁어 대면서, 주의 사항을 읽었다. 이제는 누가 보건 말건 아랑곳 하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런 빽빽한 전철 안에서도 내 자리는 항상 있었다. 사람들이 둘러선 가운데, 등판을 벅벅 긁기 시작하면, 의례, 무슨 피부 전염병 환자라도 나타난 것처럼, 사람들이 슬며시 하나, 둘, 자리를 비켜 주기 때문이었다. 알러지로 득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경우였기에….

‘다녀왔습니다.’

현관이 굳게 잠겨 있었다. 노친네 두분 밖에 않 계실 텐데 어쩐 일이지? 나는 힘차게 초인종을 눌렀다. 이윽고, 잠에 취한 듯한 표정으로 눈썹을 매만지시면서 어머님이 문을 여셨다.

‘어째 선상님은 뭐라 시냐?’

나는 대답도 하기 전에 집안에 들어서면서 치솟는 가려움증을 참을 길이 없어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다시 또 등을 긁기 시작했다.

‘잠깐만 나 등쫌 긁고….’

나는 등을 어머니께 돌리고, 긁어달라고 윗도리를 위로 벗어 재꼈다. 이럴 때면 어머니는 두 손을 이용해서 내 온 등을 사그락 사그락 긁어주신다. 그러다 보면 가려움증이 가셨으니까.

‘아부지는?’

‘주무신다,야. 다 큰 놈이 여적까지 아부지가 뭐여, 아부지가? 으이그…’

서른도 반고개를 훌쩍 넘어 버렸지만 여자 친구도 없고, 그렇다고 그 놈의 알러지 덕에 번번히 보는 선마저도 허탕이 족족 이었으니, 혀를 차시는 것도 당연했다. 나는 어머님께 원인도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고, 별다른 약조차 지금은 처방 해 줄 수가 없고, 음식만 일단 조절해서 먹으라고만 하더라고 전했다.

‘무신 놈의 빙원이 약이 없디야? 그러고도 그게 의원이라고 돈을 받아 쳐먹남? 흐이그, 내 전생에 무신 죄를 그리도 많이 지어서 요로코롬 험한 꼴을 본디야?’

나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학교에서는 학교 나름대로 생활의 불편이 가득했고,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너무도 쉽사리, 약좀 먹어보지 라고 권했지만, 도대체 먹을 약이 없다는데, 삥글 돌다 못해 지쳐 쓰러질 판이었다. 게다가 젊은 여선생이나 교생이라도 새로 들어올 짝시면 노총각 이었기는 해도 작업을 걸고 싶은 욕심도 앞서기는 했지만 언제나 그 놈의 가려움증이 문제 였다.

‘--그들 앞에만 서면 나는 왜 가려워 지는가?--’

처절한 고뇌가 담긴 노래 가사 한 마당 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중간고사를 마치고, 채점이 일찍 끝난 어느 오후, 핸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할아범! 효자손 워따 둔겨? 깔깔깔…’

‘너 봉태지? 무슨 바람이 불어 나한테 다 전화질이냐?’

‘용케 알아보네. 너 오늘 저녁에 시간 좀 있냐?’

‘왜?’

‘나 오늘 한가하거덩요. 마누라가 친정 갔걸랑요. 이거 황금 같은 찬스 아니겠니? 그래서 말인데, 저녁에 상구도 부르기로 했다. 넌 어떠냐?’

‘상구는 왜?’

‘야, 너 깜깜 이구나? 갸 기러기 아빠 된지 3달 쫌 넘었어, 이거야 말로 챤스 기동타격대 아니겄냐? 너야 이미 효자손 이랑 혼인한 사람, 그냥 딸려 오면 될 거구, 나나 상구는 이틈에 한번 꺾어지게 놀면서 할아범, 외로운 독수공방 하소연도 듣고, 기러기 아빠, 처량한 신세도 위로해 줄 겸 해서 말이야. 너 저번처럼 중간에 새면 둑어? 알았쥐?’

언제나 입이 즐거운 봉태의 초대는 나를 붕 뜨게 만든다. 그들은 나의 알러지를 언제나 안주처럼 접시 위에 올려 놓고, 되씹어 돌렸지만, 오히려 인상 쭈그러뜨려 가면서 걱정해 주는 것 보담은 나았다.

‘야, 이게 얼마만 이냐? 너 정현이 아니니, 최정현?’

상구가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벌써부터 이마가 까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고등학교 때가 엊그제 같건만 세월은 그렇듯 어김없이 사람들의 모습을 갉아먹는 다는 생각을 했다.

‘상구야, 정말 오랜 만이다. 난 영화에서 10년 후에 보자, 몇 년 후에 보자 하는 치들, 웃긴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딱 그 꼴이네, 헤어스타일 죽이는 구만.’

‘이런! 만나자마자, 또 그놈의 머리털! 가뜩이나 스트레스 땜시롱 원형 탈모증이 도져서 죽갔구만….소갈머리도 없어지더니, 요즈음은 주변머리도 없어요, 글쎄….’

‘그건 그래도 괜찮아. 어떤 아저씨는 목욕탕에서 만났는데, 머리털이 빠지다 빠지다 이제는 좇털까지 빠진다고 해서 얼마나 웃었다구, 자,자, 이제 얘기는 그만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세 사람은 오랜만에 마주 앉아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에, 막무가내로 술잔도 주거니 받거니 시간을 잊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사회의 중견 위치에서 이른바 빽본이 되어 있다는 우리들. 그렇지만 그들의 어깨 위에도 나와 마찬가지로 짐들은 어김없이 얹혀져 있었다. 봉태는 집사람이 아이를 갖지 못해서 입양을 고려중 이라고 했고, 상구는 기러기 아빠가 되어서 해외로 가족들의 생활비며, 교육비를 부쳐 대느라 등골이 휜다고 했다.

‘정현이, 넌 임마. 복 받은 거야. 아직까지 혼자 산다고 우리가 놀리지만, 속마음은 안 그래, 얼마나 부럽다구.’

‘봉태, 너 누구 약올리냐? 너도 고등학교 때부터 봐서 알겠지만 내 효자손 덕택에 내 주위에 여자 꾀는 거 본 적 있냐?’

‘정현아, 너 아직도 그 알러지로 고생하고 있냐?’

오랜만에 만난 상구는 나의 알러지가 고등학교 시절 부터 여태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얼굴이었다.

‘그래, 그 덕에 씨발, 여자도 없고, 장가도 못 가고, 요 모냥, 요 꼴로 효자손 이나 붙들고 있잖냐?’

‘상구야, 근데 내가 재미 있는 얘기 하나 해주련? 2년전 인가 이놈이랑 한번 걸부지게 술 때려먹은 적이 있거든, …..’

‘야잇! 또 씨잘데 없는 그 소리….’

‘가만 있어 봐. 상구는 모르잖아?’

‘뭔데?’

상구가 뜸을 들이는 봉태의 초두에 눈을 똥그랗게 떴다.

‘너도 알다시피 정현이 이놈, 혼자 살아서 그렇지, 물건 하나는 끝내 주잖아? 우리 수학 여행 때, 이 새끼 술 취해 자는 통에, 바지 벗겨서 매직펜으로 낙서 좇나리 하던 거 기억 나지?’

‘와, 그때 생각만 하면, 좇대가리랑 불알이랑 얼마나 큰지, 씨발 갖고 간 매직펜이 중간쯤 그리다 다 닳더라니깐. 그런데?’

역시 고등학교 친구들은 뻥이라면 일가견이 있었다.

‘이 새끼랑 좇나게 술 쳐먹고, 단란주점의 기집애 들이랑 2차를 가기로 했는데, 그 년 중에 한 년이 바지 속에서 좇나게 버떡 선 저 새끼 좇대가리에 혀를 내두르는 거야, 기어이 그 년이 꿰차고 가드구만. 그런데, 내가 일 끝내고 나오니, 저 새끼, 벌써 모텔 입구에 쭈그리고 나와 앉아서 혼자서 담배 피우고 있더라니깐.’

‘아니, 정현이는 뭐하구?’

‘그게 그러니까, 저 새끼 여자만 보면 등 가려운거 있잖아? 그래서 같이 방으로 들어간 그년 한테 부탁 했다는 거야. 자기가 올라타고 할 때는 효자손 으로 등을 긁어달라고 했대나 뭐래나, 뒷치기 할 때는 자기가 긁을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했드니, 그 년이 글쎄…’

‘그 년이?’

‘지 살다 살다 씨발, 효자손으로 등 긁으면서 씹질 하는 새끼는 처음이라면서, 효자손으로 똥꾸녕 팍 쑤시기 전에 냉큼 떨어지라고 하면서 날라 버렸대는 거 아냐, 깔깔깔…’

그 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챙피하기 이를 데 없다. 다 그게 그 놈의 왠수 같은 알러지 덕이었다.

‘야, 기분도 꿀꿀 한데, 어디 삼삼한데나 가자.’

내가 분위기를 전환 한답시고, 밥집에서 일어나자고 부추켰다. 상구가 앞장을 서서 자기가 잘 아는 곳으로 가자며, 택시를 잡았다. 왁자지껄 차 안이 떠나가라고 떠들어 대도 우리가 고등학교 동창인 것을 알아차린 기사양반은 부러운 듯이 백미러로 우리들의 오가는 야지를 바라다 보고 있었고….

‘상구야, 이게 니가 말하던 그 곳 이냐? 과부촌? 이거 영 떨떠름 한데?’

‘봉태, 너 몰라서 하는 말이야. 단란주점치고 여기만큼 싸비스 끝내주는 곳을 내 보덜 못했다. 자 들어가지 뭐해?’

시설은 그런대로 고만고만 했다. 상구의 얘기에 의하면 술이 어느 정도 오가면 여기 나오는 여자들이 게임을 제안하는데, 손님이 노래를 불러 100점 만점 한번이면, 보지 까주기, 두번이면 보지 빨리기, 세 번이면 좇 빨아주기, 다섯번 이면 즉석 빠구리 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기 전에 팁을 두 배로 주면, 기집년 들이, 손님 지 꼴리는 대로 불러도 100점 빵빵 나오는 신청곡 번호를 몰래 알려 준다는 것이었다. 봉태의 눈이 휘둥그래 졌다. 룸에 술과 안주가 들어오고, 새끼 마담이 세 명의 여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어머, 저 사장님 또 오셨네, 오늘은 부하 직원들도 데리고 오셨나 봐. 얘들아, 척 보면 알겠지? 저분이 물주 시란다.’

머리가 벗어진 상구를 가리키며, 벗겨진 머리가 우리들 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바람에 마담이 내던진 실수였다.

‘아, 이런 띠발, 우리 고등학교 동창들 이라니깐, 무스그 헛소리는? 마담 자꾸 그러면 우리 간다-잉?’

발끈하며, 꼬나보는 상구 에게 미안하다고 머리를 조아리며, 개중 제일 이쁜 여자애를 앉히겠다며, 챙긴다. 그 덕에 상구의 화가 조금은 풀어졌다. 세 여자의 소개가 있고, 어김없이 나의 가려움증은 발동이 걸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의 가려움증은 평소와 다르게 극심해지고 있었다.

‘하이구 씨발 쫓나 가렵네. 야, 아까 그거 상한 거 아니냐?’

나는 괴로운 심정에 봉태에게 소리를 쳤다.

‘야, 그게 왜 상해, 난 멀쩡 하구만!’

밥집에서 봉태가 나와 상구에게 뿌려 준 것은 효과를 백 퍼센트 장담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속는 셈치고 구입했다는 페로몬 향수 였다. 밥집에서는 그런대로 참을 만 했는데, 룸에 여자들이 들어오고 나서 급격히 치밀어 오르는 가려움 증으로 나는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여자가 옆에 앉는지 어쩌는지 난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저마다 마이크를 붙들고 노래를 부르고, 옆에서 껴안고 온 몸을 쭈물탱이를 놓는 걸 보면서도 나는 가려운 등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봉태가 노래를 부르다 말고,

‘옛다 내 오늘 선심 썼다.’

봉태가 먼저 팁을 두배로 얹어서 자기의 파트너 가슴팍에 찔러 넣었다. 아니나 다를까, 옆에 둘러선 여자가 귓속말로 무얼 알려 주는데, 아마도 신청곡의 번호 인 것 같았다. 역시 상구의 말대로 음치인 봉태가 불러 재껴도 점수는 팡파래와 함께 100점이 나왔다.

‘얏호! 자 약속대로 보지 한번 까발려 봐, 어디 명기인가 좀 보게, 얼릉?’

머뭇대면서 얼굴이 발갛게 홍조를 띈 파트너가 뒤 돌아 서서 꼭 끼는 타이트 치마를 슬슬 걷어 올리니 보기에도 앙증맞은 똥꼬 팬티가 드러난다. 쭉 뻗은 각선미가 도저히 과부라고는 믿어지질 않는 그 여자는 다리를 살며시 벌리면서 두 손으로 팬티를 슬슬 내리기 시작하는데, 우리 세 사람의 목구멍에서는 동시에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꼴까닥!’

깨끗하게 밀어버린 보지 씹살은 물론 이고, 언제 지렸는지 팬티는 척척하니 내려 뜨리는 서슬에도 보지에 쩍하니 붙어 풀 묻은 창호지를 떼는 형상이었다.

‘햐, 이거 듣던 대로 죽이는 구만.’

‘에취!’

그 때였다. 내 파트너가 재채기를 하면서 휴지를 집어 코를 닦았다. 이어서 상구도 지갑에서 팁을 꺼내 흔들고….봉태의 서두름도 아랑곳 하질 않고, 상구는 기어이 먼저 노래를 불러 재꼈다. 봉태의 파트너 처럼 상구의 파트너도 같은 자세로 팬티를 벗어 내렸다. 그것은 보지 까기가 아니라 팬티 없애기라고 하는 편이 옳았다. 그 이후로 파트너들은 팬티 없이 봉태와 상구 로부터 손가락이 질척일 정도로 보지 쑤심을 당하고 있었고, 두 사람은 서로 싸워 가면서 노래를 연거푸 불러댔다.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100점이 튀어 나오고, 두 여자는 탁자에 가랭이를 벌리고, 이제는 보지를 두 손으로 까벌리며, 두 번째 상금을 선사하고 있었다.

‘쩝쩝, 쪽쪽, 쭈욱쭉…후루룩, 후루룩, 쩝쩝….’

두 사람의 보지 빠는 소리가 방안을 진동 하고 있는데도 나는 가려운 등판으로 인해 효자손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졸나 후회하고만 있었다. 그러나, 내 옆에 앉은 파트너는 내가 팁을 흔들지도 않는 사실에 별다른 흥미를 보이질 않고 있었으며, 내내 콧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이런대서 일하려면 에어컨 바람 때문에 감기 들기 십상 일텐데, 몸은 괜찮아요? 벌써 코 밑이 벌게 졌구만….’

‘그런데, 훌쩍… 손님은 왜 등을 소파에 문대고 계세요? 훌쩍, 어디 불편한 데라도 있으세요?’

‘아뇨, 몸이 좀 가려워서…’

‘피부병 있으세요?’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내가 얘기를 하려는데 큰 소리로 다시 팡파래가 울렸다. 봉태가 울린 세 번째 100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봉태는 100점을 확인하자마자, 바지를 까 내리면서 파트너의 얼굴에 좇대를 디밀었다. 파트너는 아휴 얄미운 사람이라는 표정으로 냉큼 봉태의 좇을 집어 삼켰다. 등판이 가려운 중에서도 다른 여자가 친구의 좇을 사탕 발라 먹듯이 빨아대는 것을 보고 있자니 가려움과 동시에 좇에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내 옆에 앉아서 얌전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파트너의 손이 나의 넓적다리 타고 슬슬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팁도 흔들질 않았는데 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무심코 정면을 보면서 탁자 밑으로 손을 디미는 그녀의 은밀함이 받아 들이기에 여유가 있어서 나는 좋았다.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던 내 좇은 이미 바지 지퍼를 찢어 놓을 듯이 발기 되어서 해방의 순간만을 고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휴지를 들고 콧물을 막아가면서, 한 손으로 내 바지의 지퍼를 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벌떡 선 좇을 눌러가며 그것도 한 손으로 바지 지퍼를 내리는 일은 정말 힘든 일임을…그러나, 그녀는 나의 도움을 받아가며, 기어이 지퍼를 열고야 말았다. 열려진 틈으로 손을 쑥 집어넣어 트렁크 팬티를 제치고 내 좇을 꺼내더니만 고개도 정면을 향한 채, 그녀는 내 좇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나는 그 쾌감이 치밀어 오르는 것과 동시에 그 쾌감에 눌려 가려움증이 조금씩 가셔지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 때 였다. 자신의 파트너에게 좇을 물려주고 있던 봉태가 나와 내 파트너의 은밀한 행위를 눈치 챘던가 보다.

‘야, 이런 년을 봤나? 누군 말 좇이고, 누군, 자라 좇이냐? 어떤 놈은 돈을 흔들어야 빨아주고, 어떤 놈은 가만 있어도 좇탱이 주물러 주게? 이거 불공평하면 안되쥐, 그 쪽이 공짜 티켓이면 내 좇이라고 못 빨리울 것도 없지 않겄냐? 자 받아랏!’

술도 취하고, 음란한 시상식에 맛이 간 것 같은 봉태가 좇을 덜렁거리면서 내 파트너 앞으로 탁자를 올라타고 좇을 디밀었다. 코 밑이 벌게질 정도로 콧물을 쏟는 그녀는 다른 사람들 눈을 의식해서 인지, 아무 소리 없이 눈을 감고 봉태의 좇을 베어 물었다.

‘웁웁….음음…’

‘아휴, 동시에 스테레오로 기집년들 아가리에 좇을 담그니 기분이 홍콩이네, 정현아, 넌 뭐하냐? 너도 섞여서 한번 놀아 보자니깐?’

‘웁웁…음음음…에,,,에,,,,에…..에-----취’

내 파트너는 기어이 봉태의 좇을 문 채로 재채기를 하고야 말았다.

‘야이, 썅년아! 씨발, 드러워 죽겠네, 씹물을 질질 싸도 모지랄 판에 손님 좇대가리에다 코를 풀어? 이게 뒤질려고 환장했나?’

‘쩍’

봉태의 좇 위에 재채기와 동시에 말간 콧물을 한바가지나 쏟아 놨으니 봉태도 화가 나기는 했을 것이다. 그러나, 봉태는 술기운 때문이었는지, 그녀의 뺨을 거나하게 후려쳤다.

‘봉태야! 너 이새끼, 취했구나! 즐겁게 놀자고 왔지, 사람 패러 왔냐?’

나는 울면서 고개를 숙이면서도 연신 콧물을 닦고 있는 그녀를 데리고 방을 나와 버렸다. 나는 미안한 표정으로 막아서는 봉태와 상구도 젖히고 그녀를 끌고 밖으로 나와 버렸다. 딱히 그 시간에 갈 데도 마땅칠 않아서 나는 그녀와 모텔로 2차나 가자고 했다. 섹스는 않 해도 되니, 맞아서 얼룩진 얼굴이며, 터진 코피로 인해 엉망이 된 옷이라도 어떻게 해보자며…

‘미안합니다. 저 때문에 친구분들 끼리 잘 노셨는데…’

‘괜찮아요. 내가 그런다고 삐칠 놈들은 아니에요, 근데, 코피가 멎질 않으니 어쩌죠?’

나는 모텔 방에서 수건에 찬물을 적셔서 그녀의 뒷목에 대주고 고개를 젖히도록 잡아 주었다. 그녀가 뒤로 쏠리며 중심을 잃지 않도록 어깨를 잡아주고 있었는데, 나는 점차 등판을 괴롭히는 가려움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신기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녀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콧물이 멎고 있었다.

‘선생님, 정말 신기해요, 어떤 분들이랑 어울려도 콧물이 멎질 않았는데 선생님이 잡아 주시기만 했는데도 콧물이 멎었어요. 정말 신기하네….’

‘나도 그런데….’

‘나도 그렇다뇨?’

‘아까 얘기하다 못했는데, 아까 룸에서 정말 죽을 뻔 했어요. 등이 가려워서요. 저 심한 알러지가 있거든요. 여자만 보거나 그런 상황이 되면 발기가 되더라도 등이 가려워 미쳐 돌아가시거든요.’

‘그래요? 저도 그런 종류의 심한 알러지에요. 그 놈의 알러지 때문에 섹스를 하고 싶은 남자를 대하거나, 내 스스로 욕구가 생기기 무섭게 남편 좇에도 아까 그 친구분 처럼 콧물을 디리 쏟기가 예사고, 섹스 할 때도 휴지로 코를 막고 있어야 하는 것 때문에 결국 병신과는 절대 살 수 없다는 남편과 이혼 했지만요. 그곳에서 일하면서 제대로 팁도 받은 적이 없어요, 2차를 나갔다가 남자한테 빠꾸 맞은 년은 제가 처음일 거에요. 병신 육갑한다고 다들 그랬는데……’

코피가 멎은 그녀를 나는 살며시 보듬어 안았다. 내 등을 은근히 감싸는 그녀의 손은 내 등을 전체적으로 식혀주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우리 할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옷을 벗었다. 코피가 얼룩진 짧은 원피스를 벗어버리는 데도 그녀의 콧물은 기척이 없다. 그녀도 내가 옷을 벗고 그녀에게 다가서기 무섭게 내 등이 가려운지 물어주고…나는 그녀의 몸이 시원한 솜방석 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뜨겁게 정도 이상으로 달구어진 내 육신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식혀주는 그런 체온….나는 생전 처음으로 등이 가렵지 않은 섹스를 눈 앞에 두고 있었다.

‘이름이 뭐라고 그랬지?’

‘지연이요, 김지연, 선생님은요?’

‘난 정현이, 최정현.’

우리 두 사람은 그때부터 말이 없었다. 나는 내 몸의 살이 녹아 들어가는 것 같은 그녀의 매끄러움에 혀를 내둘렀고, 그녀는 살을 포개며 안고 있는 몸과 몸 사이에서 돌덩어리 처럼 그녀의 둔덕을 압박하는 내 물건에 정신을 놓고 있었다. 나와 그녀는 무슨 의식을 하는 것 마냥, 보지 속에 좇을 삽입시킨 채, 너무나 오랫동안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서로의 혈관이 연결되는 것처럼, 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이 끊임없이 흐르고, 스쳐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고, 그로 인해, 두 사람의 몸이 목욕을 한 것처럼, 온 침대를 적시는 땀이 두 사람의 전신에 가뜩 타고 흘러내릴 때까지, 그런 자세로 몇 시간 인지도 모를 오랜 순간을 보내 버렸다. 눈을 떴을 때는 훤한 대낮이었다. 삽입된 좇은 풀려 나왔지만 두 사람은 껴안은 자세 그대로 였다. 놀라왔던 것은 평생 흘려도 모자랄 것 같은 땀을 밤사이 두 사람 동시에 흘렸다는 점이었다. 침대 시트는 손으로 짜면 금방이라도 물이 뚝뚝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눈을 뜨고 서로가 서로를 바라 보면서 한 첫마디는,

‘코가 뻥 뚫렸어요!’

‘등짝이 시원해!’

였다. 나는 도저히 짐작이 않갔다. 나는 그녀에게 오후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어차피 그 날은 학교 개교 기념일 이었고, 선생님들끼리의 야유회도 않 가면 그만 이었다. 나는 확인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녀를 불러내서 부리나케 찾아간 곳은 바로 얼마 전 진단을 받았던 알러지 전문의 선생이었다. 예약을 않했지만 나는 긴급하다는 핑계로 뛰쳐 들어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나자, 웃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제야 무언가 좀 알겠네요. 선생님과 아가씨께서 갖고 계신 알러지는 이제까지 학회에 아주 희소 케이스로 보고된 페로몬 알러지 입니다. 상대의 성적인 호르몬을 아주 민감하게 느끼는 경우인데, 섹스를 방금 전, 했다거나, 섹스에 대한 욕구가 발산 될 때되면 사람들은 누구나 체내의 호르몬이 급격하게 기준을 흐트리면서 혈관 내에 분포되게 됩니다. 모공, 땀등을 통해 일반인은 전혀 알아차리거나 느낄 수 없는 량이 빠져 나오는데 두 분은 그것을 감지하게 되는 것이지요. 아직 해결 방안은 없지만, 이번 케이스를 보아하니, 자신의 호르몬 감지를 정상치로 되돌려 주는, 딱 맞아 떨어지는 이성간의 알레르겐이 서로의 알러지 효과를 낮추어 주는 것인가 봅니다. 아무래도 두 분, 결혼 하셔야 되겠어요. 그렇지 않고서는 한 분은 평생 등 긁다가, 한 분은 평생 코 풀다가 세상 하직 하실 것 같은데, 어때요, 생각 있으세요? 제가 적극 추천 드릴께요. 뭐 필요 하시면 주례도 서 드리죠, 뭐.’

알러지로 만난 우리 두 사람, 더 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한달 후에 우리는 선생님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식장에서 신혼 여행을 가는 나에게 한 말씀 하셨다.

‘그렇다고 완전히 증상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정도가 약해진 거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에요. 부위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고, 느끼는 상황도 달라질 수 있으니 주의해서 잘 살펴요, 두분 다, 그럼 신혼여행 잘 갔다와요!’

나는 그때서야 이마를 탁 때렸다. 옆에 있던 지연이가 물었다.

‘정현씨, 왜 그래?’

‘지연아? 너 요새 내 생각하면서 하고 싶으면 어디가 어떻다구?’

‘응, 그게 코는 않 막히는데 눈썹이 자꾸 가려워져, 자기는 콧꾸멍이 바짝바짝 마르면서 코가 후비고 싶어진다며? 더럽게시리 코딱지도 많이 나온다구 그랬지?’

나는 세상에 천생연분은 반드시 있고, 또 가족의 끈도 위대하다는 것을 재삼 실감했다. 새벽이면 잠결에도 코를 후비시다가 코피가 터진다는 아버님 하며, 시도 때도 없이 눈썹을 긁는 바람에 이제는 거의 빠져서 흔적도 없는 곳을 그래도 줄창 긁으시는 어머님이 생각 났기 때문이었다. 아! 인생은 오묘하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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