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왕이 되자 - 1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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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움직임

양산 종합운동장 인근 강변

김도혁은 미친듯이 달리고있다. 그러면 안되는데 이따금 뒤를 돌아보며 여자가 쫓아오는 지 확인한다.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느다. 아마도 다른 사람을 죽이고 있겠지.

“히익… 히익…”

기묘한 숨소리가 도혁의 성대를 타고 흘러나왔다. 지금이 몇시지? 새벽 2시? 3시? 모르겠다. 머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다리에 힘도 빠진다. 여자가 보이지 않은지 이제 한참이 되었다. 도혁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 지지않고 침이 흘렀다. 폐가 미친듯이 공기를 빨아들인다.

“겨우 여기야?”
“으아아아아아악!”

분명히 없었는데 여자가 어느새 눈 앞에 있었다. 2미터가 안되어 보이는 카타나가 여자의 손에 들려있다. 상당히 앳된 외모와 150센치미터 정도 되어보이는 작은키. 언벨런스 하게도 그런 여자의 몸은 피투성이였다. 여자의 피는 없다. 도혁은 자신의 부하들이 다 죽었음을 직감했다. 도혁은 벌벌 떨며 무릎을 꿀었다. 양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여자는 감정없는 표정으로 도혁을 내려다 보았다. 도혁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손이 빠르게 움직이자 만원짜리가 나왔다. 계속 움직이자 계속 나왔다. 한장씩 한장씩, 지갑의 두께로는 품을 수 없는 돈이 계속해서 나와 바닥에 흩어졌다.

“돈 줄게! 응?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도혁은 어느날 자신에게 날아온 문자에 [돈]이라는 단어를 쳤다. 그날 이후 탄탄 대로였다. 지갑에서는 천원짜리가 무한히 나왔다. 위조지폐가 아니었다. 왠 병신같은 놈과 알게 되었는데 그놈은 허공에 물건을 띄울 수 있었다. 그놈이 참가자임을 깨달은 도혁은 적당히 아부하며 친해졌다. 기회는 빠르게 찾아왔다. 방심하는 틈을 타 모가지에 칼을 꽂았다. 첫 살인은 공포스러웠지만 지갑에서 돈이 오천원씩 나오기 시작했다. 돈을 모아 부하들을 만들었다. 열심히 찾아다니니 참가자가 또 보였다. 그놈은 드럼통 속에서 시멘트와 함께 부산 인근의 어느 바다 속에 있을 것이다. 도혁의 지갑은 이제 만원짜리를 뿜어낸다.

[진짜 시시한 능력이군. 돈과 관련된게 몇번째지?]
“몰라.”

여자의 손에 들린 카타나가 말했고, 여자가 대답했다.

[돈이 그렇게 좋은가? 이봐 네가 열몇번째는 될거야. 돈 만드는 인간은 하도 많이 봐서 이제 질리는군.]
“히익…!”

도혁의 바지가 축축해졌다.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안돼! 안돼!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도혁은 지갑을 버리고 미친듯이 양손을 비볐다. 여자가 중얼거렸다.

“술래잡기. 처음 해봤어.”
“예? 예?”
“재밌었어.”

도혁이 뭐라고 대답하려는 사이 카타나가 휘둘려졌다. 주마등은 없었다. 순식간에 도혁의 머리는 몸에서 분리되어 매끄러운 호르 그리며 하늘을 날았다. 풍덩. 머리는 강물 속으로 빠졌다.

“레벨 안 올랐어.”
[별 볼 일 없는 잡것이었으니. 그래도 일반인을 죽이는 것 보단 더 도움이 되겠지.]

여자가 카타나를 휘둘렀다. 뭍어있던 피가 바닥으로 떨어져나갔다.

“다른 악마왕의 씨앗들을 이길 수 있을까?”
[물론. 너는 최강이야. 깔깔깔!]

여자는 섬에서 태어났다. 섬에서 태어났다고는 해도 섬을 제대로 돌아본 적은 없다. 스무명 남짓한 사람만 살고 있는 그 섬에서 엄마와 함께 어느 허름한 집에 갖혀있었다. 이따금 집에 남자들이 찾아왔다. 비명지르는 엄마를 때리고 섹스를 했다. 여자는 멀뚱히 엄마를 바라보며 언젠가 자신도 그리 될 거라 생각했다. 그 언젠가는 머지않아 다가왔다. 엄마는 필사적으로 딸을 지키려 했지만 남자들에게 얻어맞고 섹스 당했다. 그 옆에서 자신도 섹스당했다.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단순히 육체가 아팠을 뿐 마음은 아프지 않았다. 엄마는 남자들이 떠나자 여자를 안고 계속 울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뭐가 미안한지 알 수 없다. 말없이 엄마 품에 안겼다. 엄마는 좋다. 안아주면 따듯하다.

그런데 엄마가 어느날부터 움직이지 않았다. 만지고 흔들어도 대답하지 않는다. 따듯하던 몸이 식어있었다. 남자들이 와서 엄마를 발견하고는 짜증섞인 욕설을 내뱉었다. 남자는 엄마를 어디론가 치웠다. 그날부터 여자는 남자들을 혼자 감당해야했다. 남자들의 몸뚱아리 보다 힘든건 이제 자신을 안아주는 엄마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소녀는 급격히 우울해졌다. 이러다가 이년도 뒤지는거 아니야? 남자들이 서로 이야기했다.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하나 더 사와? 씨발, 돈이 어딨어. 뼈 빠지게 생선 쪼가리 팔아서 얼마 번다고. 그냥 가지고 놀거 하나 던져줘. 좀 나아지겠지. 남자 하나가 구형 스마트폰을 집어던졌다. 키고 누르는 법을 알려준다. 해지된 공기계였지만 어플 몇개가 깔려있으니 시간은 죽일 수 있을거라 생각한 결과였다.

여자는 남자들이 없을 때는 늘 폰을 가지고 놀았다. 어느날 해지된 공기계에 메세지가 왔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여자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띄엄띄엄 한글을 읽었다. 글자는 엄마에게 배웠다. 여자는 고개를 몇번 끄덕인 뒤 천천히 타자를 쳤다. [살인]. 여자에게는 칼 한자루가 나타났다. 머리속에 많은 정보가 들어왔다. 게임. 스킬. 여자가 자신의 스킬을 살폈다. 베기, 찌르기, 신속 이동,예측선. 뭐라뭐라 설명이 많았다. 어쨌건 남자들을 죽일 수 있게 됐다. 심각하게 나쁘지는 않았지만 어쨌건 남자들이 자신을 쑤셔대면 아팠다. 아픈건 싫다. 잘됐다. 다 죽여버려야지. 여자는 자신이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깨닫고있었다. 몇명의 남자가 나타나자마자 목을 베었다. 문을 열고 나가 섬을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을 모두 죽였다. 섬에는 남자들 뿐이었다. 엄마를 찾았다. 엄마는 없었다. 그리고 이제 이 섬에는 자신뿐이었다. 여자는 심심했다. 섬을 돌아다니는 것도 지겨웠다. 남자들의 숙소에는 이상한 것들이 있었고 티비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여자는 그걸 다루는 법을 몰랐다.

어느날 섬에 자신을 악마라고 밝히는 여자가 나타났다.

“걸작인데! 최고야, 깔깔!”

광기의 군주 폴리는 여자에게 자신을 죽이도록 명했다. 여자는 카타나를 휘둘러 그녀의 목을 쳤다. 폴리의 힘을 카타나가 흡수했다. 폴리의 의식은 카타나에 담겼다. 폴리는 많은 것을 가르쳤다.

[넌 너무 무식해.]
“그럼 어떻게 해야 해?”
[내가 하는 말이나 잘 들어.]
“응.”

몇명의 악마가 더 섬에 찾아왔다. 성태가 중립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자 움직인 미천한 것들이었다. 진짜 강자들은 이미 자기가 섬길 주인을 찾았던가, 성태의 말을 무시하고 아직 마계에 웅크리고 있다. 그 묘한 꼬마 놈이 선언한 소리에 휘둘리는 것은 잡것이라는 증거밖에 안된다.

[다 죽여버려.]

여자의 카타나가 허공을 갈랐다. 악마들을 죽이는 건 힘들었지만 폴리의 힘은 강력했다. 악마들은 모두 죽고 여자는 다른 참가자들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강해졌다. 여자는 악마가 되었다. 병든 몸이 새롭게 바뀌었다. 매끈하고 아름다워졌다. 작은 배가 한척왔다. 정기적으로 섬을 찾는 배였다. 한놈을 제외하고는 다 죽였다. 그 한놈은 벌벌 떨며 배를 움직였다. 육지가 보일때 쯤 폴리가 말했다.

[이정도면 헤엄쳐서 갈 수 있겠는데.]

나머지 한놈도 결국 죽었다. 육지에 상륙한 여자는 폴리의 지시를 따르며 수많은 살인을 했다. 참가자들도 많았다. 그렇게 이동하다보니 어느새 양산까지 왔다. 서울로 갈 길은 멀다. 거기에 참가자들이 가장 많다고 했다.

[기차 타자! 기차!]
“그게 뭔데?”
[무식하긴, 일단 저리로 가! 깔깔!]

여자는 늘 그렇듯, 폴리의 말대로 했다.

***

“이겼다!”

나이슬이 만세하는 자세로 외쳤다.

“그렇군.”

박성태가 하품하며 말했다.

예린은 대자로 뻗어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양호 선생이 다가가 예린을 치료했다. 양호 선생의 손이 빛나며 예린의 체력을 회복시켰다. 체력이 회복되자 예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다친 곳은 없다. 애초에 다칠만한 데미지는 입지 않았다. 시간을 무리하게 되감으며 스스로 체력을 모두 소모해 넉다운. 꼴사나운 패배였다.

“카드를 너무 안써.”
“익숙치가 않아.”
“익숙해져야지. 계속 안쓰면 계속 어색하게 느껴지겠지. 시간을 감는건 처음부터 익숙했나? 나이슬은 상급으로 들어선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졌군. 그것도 자폭으로.”
“윽.”

성태의 말에 예린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알고는 있지만 상대방이 공격을 해오면 저도 모르게 익숙한 ‘시간 감기’만을 사용하게 된다. 조금 전의 전투가 낱낱이 분석되어 다각도로 조명된 정보가 예린의 머리에 들어왔다. 예린은 들어온 정보를 하나씩 받아들인다. 봄이가 보내 온 정보다.

“정보 보냈어요. 상주세요.”

봄이의 목소리였다. 눈을 감은 예린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저도 스무번째 치료를 끝냈네요. 후후, 상이 기대되는 군요.

양호 선생의 목소리였다. 열번의 치료를 할때마다 상을 주는거였던가? 예린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앗, 나도 이겼으니까요. 선배님, 상이요.”

나이슬의 목소리였다. 그래 내가 졌지. 예린의 입속에서 이가 꽉 힘을 받았다. 정보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집중해야지. 다음에는 잘하려면.”

할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집중하자, 집중. 예린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세여자가 무엇을 핥고있는지 눈을 떠서 확인 할 필요는 없다.

집중…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파노라마처럼 성태의 자지를 고양이처럼 핥고있는 세 여자의 모습이 머리속을 쓰쳐갔다. 소리가 거세어졌다. 츄르릅 거리는 소리가 너무 거슬린다. 나도 하고 싶…이 아니라 집중하는 사람을 배려해야지! 예린은 분노로 주먹을 꽉 쥐었다. 예린은 슬쩍 눈을 떴다.

“와, 진짜 눈떴다. 대박으로 인내심 부족이네요, 선배.”

이슬이 말했다. 성태와 양호 선생, 이슬, 봄 모두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세 여자 모두 자신의 손바닥을 핥으며 일부로 소리를 내고있었던 것이다. 성태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내가 눈 뜰거라 했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집중한다면서 제가 눈 감겠다고 해놓고는 말이야. 하여간 냄비처럼 사그라드는게 케릭터인 여자지.”

성태의 말에 봄이가 어색하게 웃었다. 놀려서 미안해요. 봄이가 정보로 전송한 메세지가 예린의 머리속에 들어왔다. 저 심드렁한 척 하는 표정으로 얼마나 낄낄거리고 있을까. 예린의 얼굴이 붉어지며 몸이 부들거렸다. 양호 선생은 그런 예린의 모습을 보며 성태의 지퍼를 내렸다. 자지를 꺼내어 정성스럽게 핥다가 묻는다.

“이런 장면을 예상했나요?”

그 자지를 이슬이 자신의 보지에 집어넣었다. 성태를 올라탄 이슬은 자신을 꽉 채우는 감각을 즐기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예쁘게 탄 피부가 흔들린다. 두 사람의 결합부를 양호 선생이 핥았다. 펌프질이 계속되어 젖은 성태의 자지가 드러날 때마다 양호 선생의 혀가 신나게 만끽했다. 봄이는 예린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어, 저도 열심히 정보를 분석했으니까요…”

예린을 힐끗거리며 슬금슬금 성태 쪽으로 간다.

“어, 그러니까 제말은요.”

봄이는 예린이 찌릿하게 노려보는 시선에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잘 했으니까… 저도 상을 받아야해서… 그러니까, 음. 이해하시죠?”

이해 못해! 나한테 미안한 척 하지마! 이게 몇번째야! 배신자! 예린의 마음이 악에 바친 비명을 지른다.

성태는 자기 옆에 선 봄이를 미소띈 표정으로 맞이하며, 손가락을 그녀의 팬티 속에 집어 넣었다. 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에게 쾌락을 내렸다. 봄이는 속살을 휘젖는 주인의 손가락을 마음껏 즐겼다.

***

발단은 이랬다.

솔찍하게 말하지 못하는 자신을 매일같이 놀려대는 진짜 악마같은 주인에게 용기내어 요구했다.

“내가 잘한 게 있으면 상을 줘!”

엄청난 용기 끝에 나온 말이었다.

“그… 그… 상이라는 건 그러니까…”
“좋아. 너 치고는 어마어마한 용기를 냈군. 그러니까 21세기 대표 겁쟁이인 너인걸 감안하면 말이야.”

누가 21세기 대표 겁쟁이야. 예린이 발끈하는데 성태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잘한게 있으면 섹스를 해달라는 거군. 네가 솔찍하게 말하지 못해도. 음, 그렇군. 당근과 채찍은 중요하지. 겁이 많아서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것도 바라만 보는 멍청이 답지 않게 훌륭한 책략아닌가.”

나는 채찍밖에 겪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가...끔 당근도 그러니까 야하고 로멘틱한…? 그런거? 가끔 얻어본, 아니 조금 자주? 맛본거 같기도 하지만… 예린은 혼자 생각하다 얼굴을 마구 붉혔다.

“항상 기억하도록 해. 나는 너를 소중히 여기고 있어. 네 요구는 대부분 수용한다.”

얼굴이 더 붉어진다.

“좋아, 그럼 상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볼까. 오늘부터 특훈이다!”
“특훈?”

예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까먹고 있나 본데, 너는 탈락했어도 나는 게임 참가자야. 주인의 도움이 되도록 언제나 자신을 갈고 M아야지.”
“스킬이라면… 언제나 수련하고 있어.”
“그래, 혼자서. 게임은 혼자 하는게 아니라고. 상대가 있어. 오늘부터는 상대와 겨뤄보는 식으로 특훈을 한다.”
“좋은 생각인데.”
“진짜 좋은 점은 네가 이길 경우에는 니 입으로 파렴치한 요구를 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움직여준다는 거지. 야한 짓은 하고싶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세계구급 천치 예린양에게는 얼마나 다행한 일이야.”

예린은 수치심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누가 세계구급 천치야!

***

성태가 양호 선생의 보지를 사정없이 찔렀다. 나이슬은 상을 잔뜩 받고 지쳐서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양호 선생은 조금 뒤 나이슬의 옆에 쓰러졌다. 두사람은 환희에 가득 찬 표정을 하고있었다. 성태가 몸을 일으켜 봄이의 곁으로 갔다. 봄이는 기대에 몸을 떨며 자신의 등을 성태에게 향하게 하고 벽을 집으며 엉덩이를 쭈욱 뒤로 뺐다. 성태는 스커트를 걷어올렸다. 팬티는 없었다. 성태의 지시대로였다. 자신의 자지를 망설임없이 집어넣고 흔들었다. 봄이는 이제 능숙했다. 익숙한 움직임으로 자신과 주인의 쾌락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안타까운 일이지.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자신은 전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으니.”

예린이 우물쭈물 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래 보이네.”

성태가 싱글싱글 웃으며 예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예린은 그 시선에 고개를 획 옆으로 돌렸다. 볼이 가볍게 경련하는 것을 성태는 캐치했다.

“사람마다 욕망의 크기가 다르다는 걸 잊지마.”
“...응.”
“복습 좀 해볼까? 스킬이라는 것은 결국 욕망을 연료로 삼아서 자신이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실현시켜주는 일련의 과정이야. 더 말이 안된다고 생각할 수록 효과가 적어지지. 시간을 뒤로 돌리는건 불가능하다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기때문에 너에게는 엄청난 제약이 걸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는 하는데…”
“표면이 중요한게 아니야. 진실로 그렇게 생각하는가? 너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시간을 되감는 건 불가능이라고 새겨져 있지. 그 결과, 겨우 30초를 되돌리는 데도 어마어마한 욕망을 소모하지. 게다가 단일 스킬이라니 패널티가 너무 커.”

실제로 예린에게는 시간 되감기 외에는 아무런 스킬도 없다. 다른 스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성태의 노예가 된 후였다. 그전에는 한가지 스킬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현석조차도 스킬은 세가지였다고 했다. 솔찍히 충격이었다.

봄이의 헐떡임이 강해졌다.

“현석을 쓰러트리고 얻은 카드는 어때? 많은 조건이 걸려있지. 똑같이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라도 이런 저런 조건이 많다면, 무조건 뒤로 시간을 감게해주는 것 보다 훨씬 합리적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결과 소모되는 욕망의 양이 줄어들지. 카드를 활용해.”
“...응.”
“아니면 나 처럼 욕망의 양이 어마어마해지던가. 그것도 아니면 나 처럼 자신은 뭐든지 가능하다고 진실로 믿던가. 그러면 자신의 스킬을 쓰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어지지. 애초에 나는 너처럼 스킬을 썼다고 지친다거나 한 적은 없어서. 범인의 고통은 이해하기 힘들군.”
“...윽!”

오만한 말이었지만 예린은 그럴거라 생각했다. 성태가 스스로를 의심한다던가 자신감 없어한다던가 하는 모습은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런 모습을 조금쯤 볼 수 있다면 귀여울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다 얼른 지운다.

봄이는 이제 절정의 문턱에 서있다. 질의 경련이 강해졌다. 성태는 깊게 찌르며 사정했다. 봄이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예린은 자신의 아래가 조금 젖었다는 것을 애써 인식하지 못한척 하려 애썼다. 한번 눈치 챈 사실을 그런 식으로 잊어버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린은 얼굴을 붉혔다.

“자, 그럼 다음 사람은… 그래, 얘가 좋겠군.”

성태는 봄이의 마음속에 명령을 전달했다. 봄이는 성태가 지목한 노예를 불러들였다. 나이슬이 떠나며 예린의 어깨를 툭 쳤다.

“꼭 성은을 입으시길 바랄께요, 선배. 히히.”
“시끄러워!”

예린이 짜증을 부리자 나이슬은 이크라고 소리지르며 도망갔다. 예린은 부르르 떨었다. 곧 새로운 노예가 도착했다. 예린의 머리속에 정보가 들어왔다.

[하수연/중급 노예/14세

주인님 짱 좋아. 노예가 되기전부터 좋았어!

특기 : 싸움, 겁주기, 도발
좋아하는 것 : 주인님
싫어하는 것 : 꼰대]

좀 모자란 애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며 예린은 덱을 꺼내며 전투 준비를 했다. 중급 노예라고는 해도 성태가 조종한다. 무시할 순 없다.

“카드 배틀 스타트, 시계 가동.”

예린이 중얼거리자 메세지가 머리속에 울렸다.

[예린이의 시간카드! 째깍 째깍 카드가 흘러갑니다. 셔플이 시작됩니다. 최초 드로우 다섯장!
금, 금, 동, 기적의 시간 관리, 카드 추가 모래 시계]

최초로 뽑은 카드는 별볼일 없었다. 예린은 시간을 감아서 다시 카드를 뽑을지 잠시 고민하다가 아직은 욕망을 아끼기로 결심했다. 수연이 달려들었다. 주먹을 휘두른다. 몸을 뒤로 빼며 피했다.

“야이, 썅년아!”

수연이 고함을 지르자 몸이 움찔 굳었다. 예린이 순간 겁을 먹었다는 사실에 당황하는 사이 뺨이 화끈거렸다. 잠시 굳어있는 사이 수연이 예린의 뺨을 갈긴 것이다. 노예가 특기로 가진 부분은 일반인의 그것보다 뛰어나다. 그리고 예린은 물리적인 어떤 강화도 되지않은 참가자다. 타격이 만만찮았다. 고개가 돌아간 틈에 수연의 주먹이 복부를 갈겼다.

“쿨럭.”

고통에 기침을 하며 고개를 숙였을 때 무릎이 얼굴을 향했다. 옆으로 피하려는데 수연의 팔이 뒷덜미를 잡는다. 안돼. 이건 피해야해. 다음 카드 드로우까지는 아직 이십초정도 더 남았다. 예린은 시간을 5초정도 감았다.

“야이, 썅년아!”

이순간이었나? 예린은 움찔 굳으며 뺨을 맞았다. 이번에는 고개를 젖히면서 맞아 타격이 덜했다. 서둘러 배를 감쌌다. 양 팔 위를 가격하는 주먹이 느껴진다. 주먹을 맞은 반동을 이용해 몸을 뒤로 날렸다. 우당탕탕. 꼴사납게 구르며 예린의 몸이 제법 떨어졌다.

“씨발년이, 야 그냥 와서 존나 쳐맞아라.”

상스러운 소리를 들을 때마다 몸이 움찔 움찔 굳었다. 특기다 이거지? 겁주는게? 예린은 순간순간 굳는 몸을 억지로 움직이며 수연과 거리를 벌리려 애썼다. 시간이 왔다.

“드로우!”

[드로우 하셨습니다.
힘든 시간]

아 멍청해! 모래시계를 썼어야 했는데! 예린은 스스로를 책망하며 바로 외쳤다.

“카드 추가 모래 시계!”

[카드 추가 모래 시계!
모래 시계가 뒤집힙니다. 사우나의 상징 모래 시계, 인내 하면 좋은 일이 일어납니다!
모래가 모두 떨어지면 카드 두장이 드로우됩니다.]

수연이 달려오는게 보였다. 마침 적당한 카드가 뽑혔다.

“힘든 시간!”

외치며 예린이 카드를 집어던졌다. 대상을 맞추도록 카드를 날리는 것도 상당히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날아가는 궤적을 보며 예린은 수연에게 맞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 수연이 책상을 걷어찼다. 날아가던 카드는 책상에 명중했다.

[힘든 시간!
괴롭고 힘든 시간은 언제나 느리게 가는 법. 시간의 흐름은 공평치 않습니다!
맞은 대상의 시간이 느려집니다.]

아니야! 책상이 맞으면 안된다고! 예린은 짜증을 내며 시간을 2초 되돌렸다. 뛰어다니며 시간을 되돌리니 체력 소모가 심했다. 욕망이 빠르게 감소한다. 힘든 시간을 손에 들었다. 수연이 달려드는 모습을 보다가 바짝 붙었을 때 카드를 날리려 했다. 그때 수연의 손이 예린이 카드 잡은 손을 후려쳤다. 카드가 손에서 빠져나갔다. 젠장! 예린은 이를 악물며 다시 시간을 되돌렸다. 이번에는 어중간한 거리일 때 카드를 날렸다. 수연은 예상했다는 듯 카드를 피하고 공중에 의자를 던졌다. 의자는 카드에 명중했다. 둥실 의자는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천천히 떨어졌다. 예린은 힘든시간의 사용을 포기하고 더 이상 시간을 감지않았다.

예린은 필사적으로 도망다녔다. 수연 보다는 자신이 운동신경이 더 좋다는 것을 느꼈다. 쫓는 속도가 더 느리다. 얼마나 도망다녔지? 10초 인가보다. 모래시계가 모두 돌아갔다.

[모래가 모두 떨어졌습니다. 카드 두장이 드로우됩니다.
고용인, 성공한 사람들의 시간 투자]

야호! 예린은 기뻐했다. 고용인은 재력 카드인 금, 동과 쓰기 딱 좋았다.

“고용인!”

[고용인!
시간을 아끼려면 사람을 고용하세요. 물론 돈은 들겠지요!
재력 카드를 사용하면 재력 1당 1초의 비율로 당신이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을 고용인이 대신합니다.]

“고용인에게 금, 금, 동!”

[고용인이 돈을 받았습니다!
금 100 금 100 동 20
220초 동안 당신의 능력으로 가능한 물리적인 일을 고용인이 대신합니다.]

자신과 똑같은 검은색 실루엣이 나타났다. 지금이 기회야! 예린은 고용인과 함께 달려들었다. 수연은 뒤를 돌아 망설임 없이 도망쳤다. 내가 더 빨라! 예린은 승리를 예감하며 기쁜 마음으로 고용인을 움직였다. 고용인이 수연의 양 팔을 붙잡았다. 수연은 완강히 저항했지만 풀어내려면 시간이 좀 걸릴 터였다. 예린은 주먹을 휘둘러 수연의 배를 후려쳤다. 자신이 맞은 것처럼 큰 타격은 아니겠지만 반복해서 때리면 결국 이긴다. 시간은 200초도 넘게 있었다. 그때 예린은 등쪽에 어떤 감촉을 느꼈다. 천천히 떨어지던 의지가 예린을 타격했다. 속도는 느려졌지만, 원래의 속도로 날아갈 때 가졌어야 할 힘을 의자는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예린의 몸이 살짝 휘청였고 그틈에 고용인의 움직임을 컨트롤하던 이미지가 깨졌다. 고용인이 정지한 사이 수연은 자유를 얻고 예린의 머리채를 잡았다.

“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예린이 멍한 소리를 내는데 머리가 아래로 내려갔다. 올라오던 수연의 무릎과 코가 정확히 부딪혔다. 수연은 예린을 내팽개쳤다. 예린이 또 한번 바닥을 구른다. 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수연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 좀 보세요.”

예린이 고용인을 다시 움직이려 애쓰며 고개를 드는데 의자 다리를 잡고 두팔을 위로 쭉뻗은 수연이 보였다. 수연은 씨익 악의에 찬 미소를 띄었다.

“서프라이즈!”

의자가 휘둘러졌다. 예린은 극도의 공포심을 느꼈다.

“꺄아악!”

자신의 머리를 향해 오는 의자를 보며 본능적으로 시간을 풀로 되감았다.

***

“이겼다!”

하수연이 만세를 하는 자세로 외쳤다.

“그렇군.”

성태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양호 선생이 예린에게 다가가 치료를 했다. 예린은 누워서 한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그후로는 심각한 부상을 입을 뻔 할 때마다 공포에 질려서 시간을 풀로 돌리는 일의 연속이었다. 결과는 욕망을 과다 소모한 탓에 넉다운. 발전이 없었다.

“오늘은 이정도만 할까?”

하수연을 자신 몸에 태우고 섹스하며 성태가 말했다. 예린은 체력이 회복됨을 느끼며 상체를 일으켜 바닥에 앉았다. 봄이가 전해온 정보가 다시 한번 머리속에 들어왔다.

“아직 더 할 수 있어.”
“치료는 육제적인 체력이나 보충해주는거지. 심적으로는 이제 무리로군.”

헐떡이는 수연을 흔들던 성태는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너무 논 애로군. 헐렁해. 귀찮아진 성태는 흥분도를 높여 하수연을 그냥 보내버렸다. 쾌감에 부르르 떠는 그녀를 홱 밀치자 바닥에 자빠져 몸을 부르르 떤다. 성태가 어떤 태도를 하건 수연은 쾌락에 젖어있었다. 충분한 포상이라고 성태는 생각했다.

“자 해산!”

성태가 쾌활하게 외쳤다.

***

대부분 하교를 한 시간. 예린은 아직 학교에 남아있다. 자신 말고도 남아있는 사람은 약간 있었다. 학교에 있는 것만으로도 노예는 능력이 강해진다. 학교는 그런 점령지였다. 예린은 조금 이라도 더 강해지지 않을까 싶어 매일같이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다 늦은 시간에야 집에 가고는 했다. 혼자 있고 싶은 마음에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은 성태가 마음에 들어하는 노예들만 올 수 있는 곳이다. 봄이도 성태도 집에 갔을테니 혼자 있기에 딱 좋다. 카드를 꺼내 던지는 연습을 했다. 스킬의 이미지를 연습했다.

옥상 문이 끼익 열렸다. 못 올 텐데 어떻게 온거지? 예린은 고개를 돌렸다. 곧 의문이 풀렸다. 들어온 것은 봄이였다. 봄이는 예린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어쩐 일이야?”

실컷 즐기는 봄이를 보다보니 예린의 음성이 뾰족했다. 봄이는 어색하게 웃었다.

“울적해하고 계실거 같아서…”
“내가 여기있는건 어떻게 알았는데.”
“노예들의 정보는 다 저한테 오니까요. 위치 정보도.”
“흥, 좋겠네.”

예린은 고개를 획 돌렸다. 봄이는 그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선배이긴 하지만…

봄이의 손이 예린의 엉덩이를 살짝 만졌다.

“뭐, 뭐하는거야?”
“주인님이 해주셨다면 더 좋았을텐데, 그쵸?”
“벼, 별로, 별로, 별로, 그런생각 안했거든?”

봄이가 엉덩이를 쓰다듬는 동시에 예린의 가슴을 주물렀다. 예린은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저라도 예린 선배를 위로해드려야 할 거 같아서…”
“피, 필요없는데!”
“귀여워요, 선배.”

봄이가 입을 쪽 맞추며 예린을 쓰려트렸다. 예린은 봄이의 몸에 깔리며 쓰러졌다. 이제는 능숙해진 봄이의 손이 예린의 이곳 저곳을 주물렀다. 매일 여름이와 즐겁게 놀다보니 여자를 흥분시키는 일도 쉬워진 봄이었다.

“아… 난… 이런 건… 이상…”
“괜찮아요, 선배. 선배는 이상한 사람아니지만, 제가 멋대로 이러는거에요.”

봄이가 예린의 얼굴을 보며 그녀의 팬티 속을 휘저었다.

“저는 이제 너무 음란해져버려서… 이러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어요. 도와주세요, 선배.”
“아… 이상… 이상해… 주인도… 아닌… 하앗… 너무… 너… 하앗…”
“정보를 똑바로 전달해주세요. 분석하기 힘들게 말씀하시네요.”
“그… 건… 히익… 아앗… 너때… 문… 핫… 핫…”
“봄이는요 선배 정보가 많이 있어요. 선배가 집에가면 방에서 얼마나 몰래 자위를 많이 하는지… 어디를 만지면 기분 좋아하는지…”
“히익… 히익…”
“놀림 받을 때 마다 흥분해버리는 것도…”
“하앗… 하앗… 아아아아아아아아앗!”

봄이는 예린이 가버리는 모습을 보며 미소지었다. 그녀가 가슴속에 얼마나 많은 갈증을 담고있는지 알고있었다. 주인의 손길은 아니었지만 제법 해소된 모양이었다. 예린은 헐떡이며 부끄러움에 두팔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고…”
“네?”
“고마워…”
“응.”

봄이는 예린의 안아주었다.

“내일은 잘 될거에요.”

두소녀가 입을 맞추며 다시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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