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잔, 아내의 또 다른 이름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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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찾아 왔다. 아내와 난 여전히 바쁘게 움직였고 우리의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니 굳이 달라진 점을 찾으라면 아내가 정장 치마를 즐겨 입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그 동안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너무 어필하지 못했다면서 새해 들어서는 치마를 즐겨 입겠노라고 선언한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변화는 주변 직원들과 술자리 등을 자주 가지게 되었다. 아마 작년에 승진하지 못한 이유 중에 하나가 다른 직원들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어쨌든 아내의 변화는 나로서도 매우 환영할 만한 것들이었다.

아내 부서 쪽에 새로운 담당 이사가 발령 되었다. 오랫동안 북미와 유럽 등의 법인에서 활동했고 회사 내에서는 명망이 자자한 사람이었다. 언젠가 회사 구내식당에서 아내가 싱글벙글 웃으며 윤이사에 대해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윤이사님 말이야.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마인드가 괜찮아. 이번에는 왠지 잘 풀릴 것 같아”

아내가 좋아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윤이사에게 호감이 생겼다. 하지만 솔직히 질투가 났던 것도 사실이었다. 아니 오히려 질투가 본연의 모습이었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올 한 해 동안은 아내의 승진을 위해 내 자신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기에 윤이사와의 관계를 무조건 질투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연초의 바쁜 분위기에서 벗어나자 우리 부서와 아내의 부서는 몇 일간의 협의 끝에 1박 2일 일정으로 합동 워크샵을 떠나기로 했다. 아내 부서의 윤이사도 흔쾌히 허락을 해주어 생각보다 수월하게 성사되었다. 말이 좋아 워크샵이지 1박 2일 동안 놀다 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더구나 실내 워터파크가 함께 있는 콘도여서 젊은 사원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아내는 지난 연말에 받았던 승진 누락에 대한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느라 많이 노력하고 있었다. 애써 많이 웃었고 일부러 콧노래도 흥얼거리며 회사를 돌아 다녔다. 가끔 윤이사와 함께 식사나 술자리도 같이 하면서 전과는 다르게 직장 상사에게 살갑게 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도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그럴 때면 짐짓 모르는 척 그냥 넘어가 주었다.

워크샵을 하기 위해 콘도로 출발하던 날 아침, 아내는 나를 껴안으며 응석을 부렸다.

“자기 나 이번 워크샵에서는 사람들하고 좀 더 친하게 놀아야 할 것 같아. 새로 온 윤이사나 당신
네 부서 사람들하고도 좀 더 친해져야지. 괜찮지? 괜히 질투하고 그러기 없기다? 응?”

아내의 응석에 나도 마음씨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실 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볼 수 있는 남편이 몇이나 될까마는 올 한 해는 그렇게 넘어가 주기로 한 이상 별다르게 할 말이 없었다. 아내의 경우 늘 일에 치여 살면서 같은 팀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타 부서 직원들이나 직장 상사들과는 그다지 친밀하지 못했었다. 특히 능력으로 인정 받겠다는 아내의 고집 때문에 직장 상사들과의 관계는 일과 관련된 것 외에는 그다지 많은 대화나 정보의 교류가 없었다.

출발하는 당일 날 아침 아내는 관광 버스에 오르자 마자 윤이사 옆자리에 앉았다.

“윤이사님, 여기 자리 없으면 제가 앉아도 괜찮죠?”

아내는 생글생글 웃으며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았다. 이미 나이가 지긋한 윤이사는 쑥스러운 듯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난 평소 자주 술자리를 가지는 부하 직원들의 손에 이끌려 아내의 뒤쪽에 앉았다.

출발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관광버스 안에서는 술판이 벌어졌다. 매년 한 두 번의 워크샵을 가지만 이번에는 워터파크로 가는 것이라 그런지 다들 평소와 다르게 들떠 있었다. 술을 많이 못 마시는 아내도 벌써 캔맥주를 서 너 개 이상 비우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국도로 접어 들자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제법 굵은 눈발이 내리더니 곧이어 폭설이 쏟아졌다. 아직 콘도 까지는 국도로 한 시간 이상 달려야만 했다. 그때 뒤쪽에서부터 아우성이 들려 왔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허기사 캔맥주를 그렇게들 마셔 댔으니 오죽하겠는가. 나 역시도 갑자기 강한 뇨기가 느껴졌다. 관광버스 기사는 차를 천천히 한쪽으로 세웠다.

“손님들 지금 눈이 많이 오니까 조심해서 볼 일들 보고 오세요. 휴게소가 없어서 그냥 이곳에 세우니까 양해 부탁 드립니다.”

다들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아내도 다른 여직원들과 함께 내려 남자들이 볼 일 보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갔다. 여자들끼리 서로 지켜 주면서 볼일을 볼 심산이었다. 심술 굿은 남자직원 몇몇이 놀려 댔지만 여자들은 눈발을 헤치며 유유히 사라져 갔다. 난 볼일을 다보고 담배를 피워 물며 아내를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자 여직원 몇몇이 나타났다. 난 아내는 어디 있냐고 물었다.

“어? 아직 안 오셨어요? 우리 옆 쪽으로 볼 일 보신다고 가셨는데. 우린 먼저 가신 줄 알았죠”

눈발이 이렇게 거친데 아직도 안 오고 대체 뭘 하는 것인지. 난 담배를 끄고 여직원들이 가르쳐준 곳으로 아내를 찾으러 갔다. 도로 옆의 작은 도랑을 건너 큰 나무가 몇 개 있는 곳으로 가자 나무 뒤편에서 희미하게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아내와 윤이사였다. 아내는 날 보지 못했는지 윤이사의 팔을 꼭 잡고 거칠게 내리는 눈 속을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난 아내에게 다가가려 발을 옮기려다 멈춰 섰다. 눈발이 거칠어서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내가 윤이사의 팔을 잡고 있는 게 아니라 아내는 윤이사의 품속에 들어가 있었다. 윤이사는 아내를 껴안고 눈 속을 헤치며 걸어오고 있었다.

순간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다. 윤이사는 그렇다고 쳐도 이 상태에서 나와 마주치면 아내는 분명 난처해 할 것이었다. 난 나무 뒤로 가만히 숨었다. 두 사람은 내가 숨어있는 나무를 지나 버스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의 모습이 잘 안보일 무렵 난 서둘러 버스로 뛰어 갔다.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일 무렵 윤이사와 아내의 뒷모습에 나는 멍하지 그 자리에 발을 멈추고 말았다.

윤이사의 한 손은 아내의 엉덩이에 가 있었고 다른 손은 아내의 팔을 잡고 있었다. 아내는 그의 품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버스와 다른 직원들의 모습이 보이자 그는 자신의 품에서 아내를 떼어냈다. 아내는 황급히 그의 품에서 벗어나 다른 직원들에게로 갔다. 뒤늦게 내가 나타나자 아내는 놀란듯한 표정을 짓더니 직원들과 함께 그대로 버스로 들어가 버렸다.

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아내에게 괜찮냐고 묻고는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내가 잘 못 본 것일 수도 있었다. 윤이사는 슬하의 자식들이 모두 결혼을 했을 정도로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왜 아내가 용변을 보러 간 그쪽에서 그가 나타났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예상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더 걸려서 목적지인 콘도에 도착했다. 도착한 후에도 아내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은 체 짐을 챙겨 숙소로 올라가 버렸다. 난 애써 무덤덤하려 했지만 아내의 그런 태도에 궁금증이 더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로비에서 만나자고 했다.

“당신 아까 무슨 일 있었어? 찾으러 갔더니만 먼저 도착해 있더라고. 괜찮아?”

짐짓 태연한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어 보았다. 아내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무릎과 팔꿈치 그리고 턱 쪽에 생긴 상처를 보여주었다.

“볼일 보러 갔다가… 넘어져 버렸지 뭐야. 다행이 윤이사가 지나가다 봐서 부축해 준거야. 아직도 아퍼”

아내가 멋쩍은 듯 웃어 보였다. 하지만 왜 윤이사가 그쪽에 있었는지는 아내에게 묻지 않았다. 더 이상 물어 봤자 기분만 망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젊은 사원들은 도착하자마자 실내 워터파크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덕분에 본래 일정이 모두 취소되고 워터파크에서의 자유시간이 최우선으로 할당되어 버렸다. 아내는 몸이 좋지 않다며 조금 후에 워터파크로 내려오겠다고 했다. 난 다른 남자직원들과 함께 먼저 워터파크로 향했다.

아직 결혼을 안 했거나 신혼초인 직원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즐거운 곳이었다. 나와 아내도 결혼 전에는 가끔 이런 곳을 다니며 데이트를 하곤 했었다. 아내도 날씬한 몸매의 소유자였지만 처녀 시절에도 비키니는 입지를 않았다. 너무 노출이 많아 창피하다는 것이 아내의 주장이었다. 덕분에 난 아직까지도 비키니 입은 아내의 모습을 볼 수 없었고 그것이 왠지 억울하기까지 했다.

워터파크에서 한 참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를 않았다. 주변을 살펴보니 아내와 같은 방을 사용하는 여직원이 있길래 다가가 아내의 소식을 물었다.

“어 대리님 저랑 같이 나오셨는데요? 팀장님하고 같이 계셨던 거 아니에요?”

순간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한 번 웃어 보이고는 자리를 피했다. 몸이 좀 안 좋다고 했으니 워터파크 혹은 콘도에 있는 의무실에 갔을 수도 있었다. 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음성사서함으로 넘어 갈 때까지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걸었다.

“여…. 여…. 여보세요?”

아내였다. 아내는 무언가를 하는 듯 조금 숨이 찬 목소리였다.

“어디야? 어딘데 이렇게 안 와? 몸이 많이 안 좋아?”

전화기 너머로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들이 들렸다. 그리고는 다시 아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응? 응 뭐 좀 정리하느라… 몸도 좀 안 좋네. 조금만 더 기다려 주라”

아내의 목소리는 사라졌지만 그 후로도 잠시 동안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다가 끊겼다. 난 알 수 없는 당황스러움에 사로 잡혔다. 무언가 안 좋은 느낌. 그리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꼭 확인 해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온 몸을 사로 잡았다.

다른 직원들의 눈을 피해 조용히 워터파크를 빠져 나와 숙소로 돌아가 옷을 갈아 입었다. 방을 나가려다가 문득 쇼파 위에 널부러져 있는 모자와 선글라스가 보였다. 같은 방을 사용하는 후배 놈의 것이었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손에 들고 아내의 방 쪽으로 향했다.

아내의 방 문 앞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노크를 해 보아도 반응이 없었다. 내 온 몸을 감싸던 이상한 느낌은 점점 더 증폭되기 시작했다. 난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한 층 위에 마련된 윤이사의 방으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 복도에 다다르자 윤이사의 방이 보였다. 방문에 가만히 귀를 대어 보려는 찰나 청소 아주머니가 옆 방에서 나왔다. 난 헛기침을 하며 걸음을 옮겨 계단으로 향했다. 청소 아주머니는 무언가를 놓고 온 듯 황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지금 옆 방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었다.

옆 방으로 들어가 베란다로 나가 보았다. 윤이사 방의 베란다와 불과 1미터 정도 밖에는 떨어져 있지 않았다. 청소 아주머니가 오기까지는 길어야 몇 분일 터였다. 빨리 결정해야 했다. 난 건너기로 마음 먹었다. 이 일이 들켜서 벌어질 것들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윤이사 방의 베란다를 향해 몸을 날렸다.

쿵….

베란다로 떨어지자 마자 몸을 숨겼다. 최대한 조용히 떨어 졌지만 안에 있는 사람이 들었을 수도 있었다. 그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안쪽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조용히 방 안을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베란다 문을 열고 들어가 화장실부터 살펴 보았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대신 욕조 근처에는 면도 거품과 함께 겨드랑이 털과 비슷한 것들이 수북히 떨어져 있었다. 아마도 누군가가 겨드랑이나 다리 털을 제모 한 듯 보였다.

욕실을 빠져 나오자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긴장이 조금 풀렸다. 방 안을 둘러 보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노트북. 쇼파 위에 놓인 윤이사의 가방. 특별한 것은 없어 보였다. 윤이사의 침대는 의외로 너저분했다. 순간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집에 드는 순간 내 심장은 주체 할 수 없이 뛰기 시작했다.

아내의 원피스 수영복이었다. 하얀색 원피스 수영복. 이건 내가 선물한 것이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난 잠시 멍하니 서있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지만 머릿속에서는 어서 빨리 여기를 벗어 나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수영복을 침대 위에 그대로 두고 방을 빠져 나왔다. 옆 방에서 나오던 청소 아주머니와 마주 쳤지만 신경 쓰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방에서 다시 옷을 갈아입고 워터파크로 향했다. 머릿속이 멍했지만 일단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아내를 찾아야 했다.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세상에 같은 수영복이 한 두 개 던가. 어쩌면 아내는 자신의 수영복을 입고 있을 수도 있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윤이사가 왜 여자 수영복을 가지고 있는지는 나중에 생각할 문제였다.

“우와 죽인다. 아니 이대리 몸매가 저 정도였냐? 우와 씨발”
“거봐. 내가 전에 말했잖아. 막상 벗겨 놓으면 죽일 거라고. 아 졸라 꼴리네”

수영장 근처에서 남자직원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수영장 근처로 다가가자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아내는 하얀색의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난 그 자리에 선채로 아내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내는 아직 나를 못 본 듯 했다.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면서도 요염한 몸짓으로 다른 직원들과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아내의 몸은 이제 막 잡아 올린 물고기처럼 싱싱하고 탐스러웠다. 그때 또 다시 옆쪽에서 남자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씨발 저 년 저 보짓살 좀 봐라. 죽인다.”
“어후 씨발년 보지털도 다 밀었나 보네. 저 보지 갈라진 것 좀 봐”

주변에 있던 남자직원들 사이에서 음담패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난 조용히 걸음을 옮겨 뒤쪽 썬탠 베드에 앉았다. 아내의 모습이 충분히 보일 정도의 거리였다. 아내가 물에서 나오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 졌다. 특히 남자직원들은 아내 곁으로 모여들어 아내의 몸매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매우 민망하면서도 즐거운 듯한 웃음을 보이며 다른 여직원들이 앉아 있는 파라솔로 걸어갔다. 아내의 뒷모습은 음탕함과 음란함 그 자체였다.

비키니 수영복의 하의는 엉덩이를 다 가려주지 못했다. 브이자 형태로 된 수영복은 엉덩이의 절반 정도만 가려줄 뿐이었다. 앞쪽은 더 심했다. 음모를 거의 다 밀어 버렸는지 깊게 갈라진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내가 아는 아내는 한 번도 자신의 음모에 손을 대지 않았다. 다른 여직원들도 아내의 모습에 많이 놀라면서도 부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내는 파라솔 의자에 앉아 여직원들과 수다를 떨며 음료수를 마셨다. 난 지금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 지 몰랐지만 한가지 만은 분명했다. 지금은 아내 곁에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었다.

워터파크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모두 숙소로 올라왔다. 난 윤이사의 모습을 찾아 두리번 거렸지만 그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아내는 숙소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쳤다. 아내는 조금 놀란 듯 했지만 이미 트레이닝복으로 갈아 입은 상태라 특별히 이상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난 아내에게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말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온 통 의문투성이였다.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시작되고 진행되어가는지 종 잡을 수가 없었다. 온 몸이 떨리고 심장이 쿵쾅 거렸지만 지금은 참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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