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군의관의 1년 - 2부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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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20일 강원도 시내군 한천면 88사단 의무대
찬수는 전화기를 들었다.
“충성. 사단 의무대 군의관 유찬수대위입니다.”
“충성. 7연대 의무중대장 최민국 대위입니다. 오랜만에 통화하는 것 같습니다.”
“예...”
“무슨 일이십니까?”
“예, 혹시 75증대 pelvic fracture(골반 골절)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아... 사단 야간진료때 조치되었다고... 저희 일인데 멀어서 사단 도움을 받았습니다.”
75중대는 차라리 사단 본부가 가까울 정도로 7연대 본부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었고, 그 때문에 7연대 의무중대가 아니라 사단의무대에서 대신 커버해주고 있었다.
”전화드린건 그것때문은 아니고, 어쩌다 다쳤는지는 정확히 모르시는겁니까?“
“예, 저희쪽에는....잠시만요. 계단에서 굴러 입원했다고 되어있네요.”
“그렇습니까...”
중대내에서 그렇게 입을 맞춘듯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예, 그당시에 찍은 X-ray상으로 abusive fracture(학대에 의한 골절)가 아닌가 싶어서요.”
“예?”
“사진상으로 서로 다른 시기에 생긴 것으로 보이는 fracture line들이 보였습니다.”
“얼마나요?”
“저희쪽 필름으로 본 것만해도 pelvis(골반)외에 rib(늑골, 갈비뼈), sternum(흉골, 복장뼈), scapula(견갑골, 어깨뼈), tibia(경골, 정강이뼈), ... 특히 tibia는 fracture line(골절로 인해 뼈에 생긴 선. 골절의 흔적정도로 받아들이면 무리는 없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저희쪽 정형외과 군의관이 보기에는 4차례 정도로 추정되고요.”
“정형외과 군의관이면 그 중위 선생님 말이죠?”
“아마 생각하시는 분이 맞을겁니다. 정오석 선생님이요.”
사단 의무대에 온 뒤 찬수가 들은바로는 올해 88사단에 배정된 군의관은 대위 8명, 중위가 5명이었는데 각 연대에서는 적어도 군의관으로 전문의를 보내달라 아우성이었다. 의무대장인 김중령은 좋은게 좋은거라며 대위급 군의관 중 한 사람을 제외한 7명의 대위급은 모두 연대에 양보했다. 덕분에 올해 사단의무대에 온 군의관중 찬수가 유일한 대위였다.
“의무 중대에서도 중대의 자체 보고 내용정도만 알고 있어서요.”
“그렇습니까...”
“그래서 어떻게하고싶은건데요? 외과반장님.”
아침회의에서 중대내 은폐 보고 의혹을 제기하던 찬수를 제지한 보좌관은 회의가 끝나고 군의관실로 찾아와 말했다.
“......”
“우리가 짬밥이 얼마인데 구타인지 아닌지 감이 없을 것 같아요? 어차피 그런 사건 이런거 들춰봤자 그 부대 분위기 해치고, 지휘책임 묻느라 그 위로 줄줄이 피바람 불텐데 좋을 것 없잖아요. 그리고 거기 중대장 이번에 진급심사 들어가는데 이런 일 터지면 앞 길 망쳐요.”
“......”
그말을 들으며 찬수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러네요. 유 선생님, 그냥 넘어가죠? 어차피 자기들도 애들 실려갈 정도로 때렸으면 앞으로는 조심하겠죠.”
일반외과 박경수 중위도 보좌관의 의견에 가세했다.
박경수 중위의 말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보좌관이 말했다.
“그리고... 솔직이 그게 구타 흔적이라는 증거가 없잖습니까? 그 병사만 구타라고 주장하지 구타당했다는 증거는 없잖습니까? 구타당해야만 뼈가 부러지는 것도 아니고... 안 그래? 정형외과 군의관?”
“예? ...예, 그렇습니.다.”
“......”
두 군의관을 제외한 다른 군의관들은 이 상황을 보며 그저 기막혀 할 뿐이었다.
“골절 흔적은...”
“아, 그 참. 정형외과 군의관도 구타당해야만 뼈가 부러지는건 아니라잖아요.”
“......”
그 사이에서 정오석 중위는 눈치를 보고 있었고, 박경수 중위는 완전히 어느 쪽에 설지 결정한 것 같았다.
동동~
[전달해 드렸어. 내일이나 모레쯤 답해주신대.]
[고마워.]
[그게 뭐 대수라고. 그럼 수고해~♡]
"여자친구예요?"
옆에 있던 박경수 중위가 물어봤다.
"......"
찬수는 별 말을 하지 않은채 박경수 중위를 쳐다봤다. 아침에 있었던 일은 깨끗이 잊은듯 평소처럼 능글맞은 태도로 일관하고 있었다.
"에이~ 소문 다 났던데요. 주말에 여자친구가 면회 왔다면서요. 그것도 미~인~"
"......"
"거기다 외박하셨다면서요?"
역시 예상대로 소문이 퍼져있었다. 주말사이에 의무대 전부에 퍼진걸까... 생각이 들었다.
"외과반장님... 어떻게 된거죠? 여자친구가 왔었다면서요."
복도에서 마주친 서나래 중위의 반응을 보니 확실했다. 누가 들을까봐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저 반응으로 봐서 보미는 어떤 상황인지 찬수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아..."
다시 한 번 주변을 의식하고는 서나래 중위가 말했다.
"보미와 사귀는 것 아니었나요?"
"......"
그제서야 찬수는 보미와 자신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섹스도 몇 차례 했지만, 나은처럼 사랑하는 여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효진씨처럼 섹스파트너같은 관계였는지... 아니, 찬수는 효진씨를 단순하게 섹스 파트너로 분류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효진씨는 남들 눈에는 섹스파트너라 불리울 관계였지만, 정신적으로 힘들때 자기를 위로해주고 아껴주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없었을때 무너져버린 정신에 동생을 덮치려 들기도 했으니까
보미와의 관계는 임미혜 간호사때처럼 어중간한 관계로 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미를 섹스파트너는 커녕 자신의 성욕 해소 상대로 보고있는 것은 아닐까... 찬수는 마음이 복잡했다. 보미가 원해서 이루어진 섹스였다고는 해도 자신이 어떻게 그녀를 받아들이고 있는가 고민했다.
"......"
"보미, 상처받기 쉬운 아이예요. 여자친구가 있으시다면..."
찬수는 적어도 서나래 중위애게는 보미와 자신이 비밀연애중인 사이로 보이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쨌든 지금은 오해부터 푸는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저... 주말에 온 사람은 제 동생이었는데요."
"동생이요?"
"네, 훈련 끝나고 워터파크에서 보신 적 있으시죠?"
"아, 그때..."
"예."
"그럼 여자친구라고 했던건..."
"장난이죠."
"장난이요?"
"예, 가끔씩 제 여자친구라면서 자기 소개를 하거든요."
"......"
서나래 중위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찬수를 봤다. 동생은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그런 장난을 치고 찬수가 당황하는 것을 즐겼었다.
"그래도 아직 제 아내라며 장난치지는 않았어요."
몇 년 전 일본의 온천 료칸에서 동생이 투숙객들에게 어떻게 말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찬수로서는 동생을 감싸주려고 한 말이었지만 서나래 중위는 아직도 어이 없어하는 표정이었다.
"동생분 장난에 이제 달관하신 것 같습니다."
한 밤의 군의관실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던 교육장교 최중위가 말했다. 찬수와 최중위가 오늘의 당직이었다. 아직도 행정과와 별관의 보급과에는 전군 재물 조사 때문에 담당 계원들이 작업중이었기에 최중위는 군의관실로 도망치듯 왔다.
"뭐... 이제는 그러려니해서요."
주말에 동생의 장난으로 벌어진 오해는 서나래 중위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일단 서나래 중위가 보미에게 말했고, 군의관실에서의 잡담중 이야기해서 적어도 간부들은 대충 알고 있는 상태였다.
"외과반장님."
커피를 마시며 잡담하던 최중위가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저희 대장님하고 보좌관님이 75중대장 선배입니다. 그래서 더 감싸주려는 것 같습니다."
뜬금없이
"... 그런가요."
"행보관님이랑 다른 간부들도 그쪽에 붙는 것 같습니다."
"......"
"아무래도 지휘관을 거스르기 어렵겠죠."
결국 조직 사회는 대부분 비슷한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교육장교님은요?"
"저요?"
"예..."
"양심이야 당연히 외과반장님편이지요. 현실은 눈치보고 조용히 있는게 고작이지만요."
"그렇군요."
"그래도 반장님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시면 아마 대장님이 어쩌지는 못할겁니다. 특히 헌병대를 통한다면요."
"예?"
"이번에 군에서 자살 예방 종합시스템이라는 것을 구축하기로 했거든요. 자살 원인중 구타도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쉽게는 못넘어갈겁니다. 다만..."
"다만...?"
"겪어봐서 아시겠지만, 저희 대장님 속 좁잖습니까."
"......"
"아마 남은 기간동안 불편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그리고?"
"증거 자료가 있다면 조심하십시오."
"......"
"적어도 부대안에 있는 자료만이라도 인멸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행보관님이 주축이고 거기에... 아니요."
역시 그날 필름을 빼돌리려 한 것이 그것인듯했다. 하지만, 교육장교의 말을 보면 행보관 이외에도 행동에 가담한 사람이 있는듯했다.
찬수의 머릿속에 그날 새벽이 떠올랐다.
"그러십니까... 주무십시오..."
그때는 별 생각을 않았지만, 샤워실과 방사선 필름이 보관된 방사선실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그때 그곳에 있었던 것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 아니요."
의심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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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길게 대치상황을 만들고 싶은데 그러면 가뜩이나 섹스씬도 부족한 소설에서 섹스씬의 비중이 떨어질듯해 2부는 되도록 다음 편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 88사단 의무대의 배치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ㅁ형태의 2층 건물과 그 뒤의 별관으로 되어 있습니다.
<1층>
행정과-행정과-행정과-화장실-샤워실-세탁실(환자용)-계단-방사선실-방사선 필름실-환자실
대장실-치과실-진료실1-진료실2-진료실3- 현관 -약제실-군의관실-환자실
<2층>
분대형 침대 내무반1-병사용 화장실-계단-교육실-분대형 침대 내무반(미사용)
분대형 침대 내무반2-분대형 침대 내무반3-분대형 침대 내무반4
<별관>
창고-출입구-보급과
* 왜 사단의무대에 중위 군의관이 들어왔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신분이 많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의무대장의 막장 소리가 나올만한 군의관 퍼주기때문이었습니다. 덕분에 3연대와 5연대는 대대 의무실에도 대위급 군의관이 배치된 곳이 있습니다.
* 88사단의 구성은 조금 특이해서 휘하 4개 연대중 2개 연대(3연대, 5연대)는 완편이고, 2개 연대(7연대, 8연대)는 예비군을 확충받는 감편입니다. 작계상 전방의 **사단과 **사단의 백업을 맡고 동원 예비군이 소집되는 D *까지는 2개 연대가 백업을 하고 거기에 동원예비군으로 편성된 2개 연대가 붙는 구조입니다.
찬수는 전화기를 들었다.
“충성. 사단 의무대 군의관 유찬수대위입니다.”
“충성. 7연대 의무중대장 최민국 대위입니다. 오랜만에 통화하는 것 같습니다.”
“예...”
“무슨 일이십니까?”
“예, 혹시 75증대 pelvic fracture(골반 골절)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아... 사단 야간진료때 조치되었다고... 저희 일인데 멀어서 사단 도움을 받았습니다.”
75중대는 차라리 사단 본부가 가까울 정도로 7연대 본부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었고, 그 때문에 7연대 의무중대가 아니라 사단의무대에서 대신 커버해주고 있었다.
”전화드린건 그것때문은 아니고, 어쩌다 다쳤는지는 정확히 모르시는겁니까?“
“예, 저희쪽에는....잠시만요. 계단에서 굴러 입원했다고 되어있네요.”
“그렇습니까...”
중대내에서 그렇게 입을 맞춘듯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예, 그당시에 찍은 X-ray상으로 abusive fracture(학대에 의한 골절)가 아닌가 싶어서요.”
“예?”
“사진상으로 서로 다른 시기에 생긴 것으로 보이는 fracture line들이 보였습니다.”
“얼마나요?”
“저희쪽 필름으로 본 것만해도 pelvis(골반)외에 rib(늑골, 갈비뼈), sternum(흉골, 복장뼈), scapula(견갑골, 어깨뼈), tibia(경골, 정강이뼈), ... 특히 tibia는 fracture line(골절로 인해 뼈에 생긴 선. 골절의 흔적정도로 받아들이면 무리는 없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저희쪽 정형외과 군의관이 보기에는 4차례 정도로 추정되고요.”
“정형외과 군의관이면 그 중위 선생님 말이죠?”
“아마 생각하시는 분이 맞을겁니다. 정오석 선생님이요.”
사단 의무대에 온 뒤 찬수가 들은바로는 올해 88사단에 배정된 군의관은 대위 8명, 중위가 5명이었는데 각 연대에서는 적어도 군의관으로 전문의를 보내달라 아우성이었다. 의무대장인 김중령은 좋은게 좋은거라며 대위급 군의관 중 한 사람을 제외한 7명의 대위급은 모두 연대에 양보했다. 덕분에 올해 사단의무대에 온 군의관중 찬수가 유일한 대위였다.
“의무 중대에서도 중대의 자체 보고 내용정도만 알고 있어서요.”
“그렇습니까...”
“그래서 어떻게하고싶은건데요? 외과반장님.”
아침회의에서 중대내 은폐 보고 의혹을 제기하던 찬수를 제지한 보좌관은 회의가 끝나고 군의관실로 찾아와 말했다.
“......”
“우리가 짬밥이 얼마인데 구타인지 아닌지 감이 없을 것 같아요? 어차피 그런 사건 이런거 들춰봤자 그 부대 분위기 해치고, 지휘책임 묻느라 그 위로 줄줄이 피바람 불텐데 좋을 것 없잖아요. 그리고 거기 중대장 이번에 진급심사 들어가는데 이런 일 터지면 앞 길 망쳐요.”
“......”
그말을 들으며 찬수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러네요. 유 선생님, 그냥 넘어가죠? 어차피 자기들도 애들 실려갈 정도로 때렸으면 앞으로는 조심하겠죠.”
일반외과 박경수 중위도 보좌관의 의견에 가세했다.
박경수 중위의 말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보좌관이 말했다.
“그리고... 솔직이 그게 구타 흔적이라는 증거가 없잖습니까? 그 병사만 구타라고 주장하지 구타당했다는 증거는 없잖습니까? 구타당해야만 뼈가 부러지는 것도 아니고... 안 그래? 정형외과 군의관?”
“예? ...예, 그렇습니.다.”
“......”
두 군의관을 제외한 다른 군의관들은 이 상황을 보며 그저 기막혀 할 뿐이었다.
“골절 흔적은...”
“아, 그 참. 정형외과 군의관도 구타당해야만 뼈가 부러지는건 아니라잖아요.”
“......”
그 사이에서 정오석 중위는 눈치를 보고 있었고, 박경수 중위는 완전히 어느 쪽에 설지 결정한 것 같았다.
동동~
[전달해 드렸어. 내일이나 모레쯤 답해주신대.]
[고마워.]
[그게 뭐 대수라고. 그럼 수고해~♡]
"여자친구예요?"
옆에 있던 박경수 중위가 물어봤다.
"......"
찬수는 별 말을 하지 않은채 박경수 중위를 쳐다봤다. 아침에 있었던 일은 깨끗이 잊은듯 평소처럼 능글맞은 태도로 일관하고 있었다.
"에이~ 소문 다 났던데요. 주말에 여자친구가 면회 왔다면서요. 그것도 미~인~"
"......"
"거기다 외박하셨다면서요?"
역시 예상대로 소문이 퍼져있었다. 주말사이에 의무대 전부에 퍼진걸까... 생각이 들었다.
"외과반장님... 어떻게 된거죠? 여자친구가 왔었다면서요."
복도에서 마주친 서나래 중위의 반응을 보니 확실했다. 누가 들을까봐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저 반응으로 봐서 보미는 어떤 상황인지 찬수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아..."
다시 한 번 주변을 의식하고는 서나래 중위가 말했다.
"보미와 사귀는 것 아니었나요?"
"......"
그제서야 찬수는 보미와 자신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섹스도 몇 차례 했지만, 나은처럼 사랑하는 여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효진씨처럼 섹스파트너같은 관계였는지... 아니, 찬수는 효진씨를 단순하게 섹스 파트너로 분류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효진씨는 남들 눈에는 섹스파트너라 불리울 관계였지만, 정신적으로 힘들때 자기를 위로해주고 아껴주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없었을때 무너져버린 정신에 동생을 덮치려 들기도 했으니까
보미와의 관계는 임미혜 간호사때처럼 어중간한 관계로 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미를 섹스파트너는 커녕 자신의 성욕 해소 상대로 보고있는 것은 아닐까... 찬수는 마음이 복잡했다. 보미가 원해서 이루어진 섹스였다고는 해도 자신이 어떻게 그녀를 받아들이고 있는가 고민했다.
"......"
"보미, 상처받기 쉬운 아이예요. 여자친구가 있으시다면..."
찬수는 적어도 서나래 중위애게는 보미와 자신이 비밀연애중인 사이로 보이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쨌든 지금은 오해부터 푸는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저... 주말에 온 사람은 제 동생이었는데요."
"동생이요?"
"네, 훈련 끝나고 워터파크에서 보신 적 있으시죠?"
"아, 그때..."
"예."
"그럼 여자친구라고 했던건..."
"장난이죠."
"장난이요?"
"예, 가끔씩 제 여자친구라면서 자기 소개를 하거든요."
"......"
서나래 중위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찬수를 봤다. 동생은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그런 장난을 치고 찬수가 당황하는 것을 즐겼었다.
"그래도 아직 제 아내라며 장난치지는 않았어요."
몇 년 전 일본의 온천 료칸에서 동생이 투숙객들에게 어떻게 말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찬수로서는 동생을 감싸주려고 한 말이었지만 서나래 중위는 아직도 어이 없어하는 표정이었다.
"동생분 장난에 이제 달관하신 것 같습니다."
한 밤의 군의관실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던 교육장교 최중위가 말했다. 찬수와 최중위가 오늘의 당직이었다. 아직도 행정과와 별관의 보급과에는 전군 재물 조사 때문에 담당 계원들이 작업중이었기에 최중위는 군의관실로 도망치듯 왔다.
"뭐... 이제는 그러려니해서요."
주말에 동생의 장난으로 벌어진 오해는 서나래 중위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일단 서나래 중위가 보미에게 말했고, 군의관실에서의 잡담중 이야기해서 적어도 간부들은 대충 알고 있는 상태였다.
"외과반장님."
커피를 마시며 잡담하던 최중위가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저희 대장님하고 보좌관님이 75중대장 선배입니다. 그래서 더 감싸주려는 것 같습니다."
뜬금없이
"... 그런가요."
"행보관님이랑 다른 간부들도 그쪽에 붙는 것 같습니다."
"......"
"아무래도 지휘관을 거스르기 어렵겠죠."
결국 조직 사회는 대부분 비슷한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교육장교님은요?"
"저요?"
"예..."
"양심이야 당연히 외과반장님편이지요. 현실은 눈치보고 조용히 있는게 고작이지만요."
"그렇군요."
"그래도 반장님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시면 아마 대장님이 어쩌지는 못할겁니다. 특히 헌병대를 통한다면요."
"예?"
"이번에 군에서 자살 예방 종합시스템이라는 것을 구축하기로 했거든요. 자살 원인중 구타도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쉽게는 못넘어갈겁니다. 다만..."
"다만...?"
"겪어봐서 아시겠지만, 저희 대장님 속 좁잖습니까."
"......"
"아마 남은 기간동안 불편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그리고?"
"증거 자료가 있다면 조심하십시오."
"......"
"적어도 부대안에 있는 자료만이라도 인멸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행보관님이 주축이고 거기에... 아니요."
역시 그날 필름을 빼돌리려 한 것이 그것인듯했다. 하지만, 교육장교의 말을 보면 행보관 이외에도 행동에 가담한 사람이 있는듯했다.
찬수의 머릿속에 그날 새벽이 떠올랐다.
"그러십니까... 주무십시오..."
그때는 별 생각을 않았지만, 샤워실과 방사선 필름이 보관된 방사선실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그때 그곳에 있었던 것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 아니요."
의심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했다.
-=-=-=-=-=-=-=-=-=-=-=
* 등장 인물, 단체명, 지명은 실제가 아닙니다.
* 소라넷에만 연재중입니다. 허가되지 않은 복사, 변형, 도용을 금지합니다.
"개인의 저작물은 형식은 물론 인터넷,오프라인 여부를 불문하고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됩니다. 현행법상 저작물을 창작한 자에게는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저작권이 발생하며, 타인이 당해 저작물을 임의로 인터넷상에 게재하는 것은 복제권 및 전송권 침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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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법에서는 연방저작권법(Federal Copyright Act.)에 의거. 이의 침해시 저작권 침해자는 저작권 침해 행위와 저작권 침해로 얻은 실제 이익에 대해 피해보상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각 침해건에 대해 200$~15만$의 피해 보상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발생하는 원저작자의 변호사 선임비용과 재판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피해보상과 별도로 징역형이 부가될 수 있습니다."
* 좀 더 길게 대치상황을 만들고 싶은데 그러면 가뜩이나 섹스씬도 부족한 소설에서 섹스씬의 비중이 떨어질듯해 2부는 되도록 다음 편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 88사단 의무대의 배치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ㅁ형태의 2층 건물과 그 뒤의 별관으로 되어 있습니다.
<1층>
행정과-행정과-행정과-화장실-샤워실-세탁실(환자용)-계단-방사선실-방사선 필름실-환자실
대장실-치과실-진료실1-진료실2-진료실3- 현관 -약제실-군의관실-환자실
<2층>
분대형 침대 내무반1-병사용 화장실-계단-교육실-분대형 침대 내무반(미사용)
분대형 침대 내무반2-분대형 침대 내무반3-분대형 침대 내무반4
<별관>
창고-출입구-보급과
* 왜 사단의무대에 중위 군의관이 들어왔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신분이 많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의무대장의 막장 소리가 나올만한 군의관 퍼주기때문이었습니다. 덕분에 3연대와 5연대는 대대 의무실에도 대위급 군의관이 배치된 곳이 있습니다.
* 88사단의 구성은 조금 특이해서 휘하 4개 연대중 2개 연대(3연대, 5연대)는 완편이고, 2개 연대(7연대, 8연대)는 예비군을 확충받는 감편입니다. 작계상 전방의 **사단과 **사단의 백업을 맡고 동원 예비군이 소집되는 D *까지는 2개 연대가 백업을 하고 거기에 동원예비군으로 편성된 2개 연대가 붙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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