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빨유]미니를 입으면 빨리 걷게 되는 이유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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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를 입으면 빨리 걷게 되는 이유 (미빨유)



안녕하세요..?(이렇게 시작하면 되나?)


음...
처음부터 거창하게 소설을 쓰려고 한 것은 아니었구요. 학교 교양수업 시간에 팀 프로젝트 중에 하나였습니다.


물론 문학 프로젝트는 아니었구요. 심리학 교양과목이었습니다.

팀 프로젝트를 저를 포함해서 여자 3명이서 준비를 했었는데, 저는 간호학과, 한명은 문화인류학과 언니, 한명은 심리학과 언니였어요.

소위 Mental disease라고 하는 여러 정신학적, 심리학적 장애 중 하나를 골라서 그 사람이 되어서 하루를 산다면 혹은, 그 사람의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어떨지에 대한 주제였습니다.


저희들끼리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준비하는 도중에 저희들은 피피티를 이용한 발표만으로는 밋밋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을 할지 엄청 고민고민하다가 주말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머리도 식힐겸 해서 나갔었는데, 우연히도 강남에 있는 한 xx클럽에서 심리학과 언니와 마주쳤습니다.

둘이서 엄청 놀랐었죠.

둘이 그날 재밌게 놀고 각자 원나잇을 하러 파트너랑 헤어지고 난 후, 다음주 수업에서 그 언니가 저희에게 심리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자의 시각으로 야설을 한 번 써볼까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저희는 물론 동의를 했구요.



그날로 저희가 알고 있는 모든 배경지식(스키마라고 하던데..맞나요?)을 총동원해서 밑그림을 그리고 한 명의 여주인공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언니들은 주인공의 외모는 막내(저..;;) 모습을 본따야 한다고 우기고 저는 피팅모델 알바하는 심리학과 언니를 반영해야한다고 주장하다가 어찌어찌해서 적절히 섞이게 되었구요.


기말에 있는 프로젝트 발표날에 저희가 쓴 야설을 프린트해서 교수에게 제출하고 야설의 일부를 발표 마지막에 읽어주면서 한 학기 동안의 프로젝트는 끝이 났습니다.

물론 저희 셋 모두 다 남학생 뿐만 아니라 여학생에게도 열렬한 환호(?)를 받았고, 그 과목의 성적도 좋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학기가 끝나고 나서도 저는 그 야설에 집착(?)이 갔습니다.

제가 좀 더 그 인물의 과거를 설명해 개연성을 더 넣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배운 생물학, 간호학지식과 함께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심리학, 인류학, 문학까지 범위를 넓혀서 제가 써보고 싶었던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같이 수업들었던 언니들에게 말해 그 소설 제가 더 써봐도 괜찮겠느냐고 했고 언니들은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습니다.



여러 작가님들의 여러 수작들 처럼 엄청 잘 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끄적여 놓았던 50페이지가 넘는 시놉시스들을 제가 읽어봐도 직접 정사(!!!)가 그려져 있는 그런 야한 내용들은 많이 없어서 지루해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심리적 장애를 안고 있는(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다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이 세상과 부딪히면서 하는 생각들, 개개인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과 심리의 변화들,

그 중에서 야한 생각을 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써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주말에는 가끔씩 원나잇을 하며, 프로젝트에 야설을 쓰는 저희와 같은 야한 여자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어서 부족하나마 도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모든 소설이 그렇듯이 100%의 허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험이 담뿍 묻어나는 부분이 분명히 있으며, 잠깐 앞에서 설명했듯 주인공의 외형도 저희를 닮게 그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에 제출했던 소설과 달리 이번에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언니 2명과 어떤 남자와 몇 분동안 섹스를 했는지도 셰어 하는 정말 친한 저의 친구, 총 4명의 경험이 담기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을 여러분이 찾아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시작해 볼게요^^





[미빨유]미니를 입으면 빨리 걷게 되는 이유.





1.
두통이 오면 항상 헬멧을 쓴 것 처럼 그 녀석은 내 머리 전체를 답답하게 감싸안아 버린다.






2.
지끈거리는 옆머리를 손목 안쪽으로 꾹 누르며 눈을 뜬다.

/에휴.../

어제도 안경 아저씨가 화낼만한 행동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이제 나한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안경 아저씨 뿐인데.../

일어나기가 너무나 싫지만 일어나야하고, 또 가서 듣는 시늉이라도 해 드려야 된다.
눈꼽이 꼈는지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 주위가 가시 돋은 양 까칠까칠하다.

잠깐 머뭇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여의치가 않다는 걸 느끼자 주먹을 쥔 검지손가락 두번째 마디에 침을 묻혀서 눈을 부비적부비적 거린다.






3.
손목까지만 잘린 채 허공에 매달려있는 손.





4.
오래되었지만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그날의 기억처럼...

난 얼른 손을 침대로 다시 떨어뜨리고 누가 봐도 대자로 누워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 파묻혀 천장만 뚫어져라 노려본다.






5.
천장에 붙어 터질 듯이 빨간 배를 하고 있는 모기 한 마리.
쳇.






6.
잠깐의 시샘 짜증 섞인 시선을 모기에게 내주었다가 벽에 걸려 있는 무소음 벽시계에 눈길이 갔다. 10시 50분!

/아..이런../

/매주 화요일 열한시 삼십분 상담이잖아, 그러게 어제 왜 그랬냐?/

/아, 몰라몰라몰라!/

머리 속에서 두 개의 내가 싸우느라 더 어지러운 느낌이 들자, 힘들게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다. 그 순간.
머리가 한 번 더 핑 돌더니 위에서는 경련이 일어난다.

심연의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거억"소리가 귀에 들림과 동시에 손이 입으로 간다.

그에 맞춰 반사적으로 내 몸은 정확히 다섯 걸음 떨어져 있는 화장실의 변기로 향한다.

또 한번의 살아있음을 시큼하고 역겨운 나의 속내를 드러내보이며 깨닫는다.

/아...코 따가워~! 힝../







7.
오늘은 반년마다 한 번씩 있는 채혈 검사도 있는 날이라 안경 아저씨가 늦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날이다.

/이씨 몰라 그냥 늦지 뭐../

졸지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샤워기에 몸을 맡기는 날이 되어버렸다.

난 주섬주섬 입고 있던 등쪽이 앞쪽보다 길어 엉덩이 부분을 덮고 있는 긴 긴팔 브이넥 티셔츠를 빨래통에 넣어두고 화장실로 조심조심 들어갔다.

오른손으로 샤워기를 잡고 눈을 질끈 감자 얼굴에 따뜻한 물줄기가 쏘아져온다.







8.
[늦었군요 수아씨]

[어서와요 수아양]

[오늘 웬일로 예뻐보여요 수아씨]

/아, 네.../

역시 오래되었지만 적응하기가 어려운, "아는 체 하는" 사람들의 복도를 지나치며 나도 모르게 오른쪽 입꼬리만 올라가는 느낌을 깨닫는다.

어느새 상담실 문 앞에 서 있었다.

[똑똑]

흠칫. 한참을 손을 들었다 내렸다 반복하다 결국엔 두드리고는 그 소리에 내가 오히려 놀란다.

[들어와요]


안경 아저씨다.







9.
[응? 오늘 샤워 했니?]

/아 이 아저씨는 하여튼.. 눈썰미 좋은건 알아줘야돼/

상담실에 들어서자마자 물어보는 안경 아저씨다.

흔한 가족사진 하나 없이 자기만큼 나이 들어보이는 리트리버 한 마리와 함께 찍은 사진이 끼워져 있는 액자만 하나 덩그러니 올려져 있는 책상과, 후줄근한 셔츠에 무릎이 튀어나온 낡은 바지는 여전하고, 흰 머리가 반 이상을 차지하는 안경 아저씨.

한쪽 벽 중앙에는 실험용 흰쥐 두 마리가 몸을 부비대고 있는 사진이 든 액자하나와 다른 쪽 벽 중앙에는 빼빼마른 아저씨가 매달려 있는 십자가 하나, 그외 나머지 공간에는 책이 아무렇게나 꽂혀있는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도 훈훈한 느낌을 주는 안경 아저씨 한 명으로 인해 답답하지는 않은 방.


입고 있던 흰 가운을 벗어서 의자에 걸쳐 놓으면서 내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았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물을 무진장 무서워 하는 녀석이 샤워를 다 하고 오고... 또 술 마셨구나... 휴...]

/아씨... 중얼거릴 거면 안 들리게 하든가... 다 들리게 중얼거리고 있어../

조그만 응접 쇼파에 앉으면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이제 그래도 좀 적응이 되나보다. 샤워도 하고. 넌 모르겠지만 샤워하는 횟수도 늘고 있단 걸 아니?]

일부러 나는 귀찮은 듯이 소파에 깊숙히 등을 집어넣고 뮤트 시켜놓은 헤드폰의 볼륨을 높이고 눈을 감는다.







10.
인간은 희귀병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다. -신의 퀴즈 중-







11.
눈을 떴다.

안경 아저씨는 없고 소파 앞 탁자에는 죽 같은 것이 조그만 밥공기에 들어있고 그 옆에는 메모지가 놓여있다.

"아저씨 점심 먹고 올게, 참나 어린 애도 아니고..."

/점점점이 뭐야. 이 아저씨가!/

방금까지 내 귓가에서 내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세레나데를 불러주던 남자의 목소리가 순간 멀어지더니
멀리서 나에게 대화하는 것 같이 속삭이는 소리의 헤드폰을 목일 듯한 부분에 건다.


/또 분명히 내가 눈 감고 있을 때 들리든 말든 바보 같이 안부 묻고 했겠지? 아 짜증나../

하지만 가슴 안으로 울렁울렁 조그만 물결이 치고 그 안으로 모든 감정이 다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뭉클함.

변함없는 안경 아저씨의 마음 씀씀이.
"어린 애도 아니고"가 아니라 어린 애처럼 잘 잔다는 말이니까...







12.
12살 이후, 난 여러 이유로 잠을 잘 자지 못했다.






13.
[밥.. 아니 죽 먹었어?]

멋쩍은 듯이 "밥"이란 대사를 슬며시 감추고 점심을 먹었는지 물어보는 안경 아저씨.

/의사라면서 점심 먹이고 채혈할 생각인가? 멍청이../

[응? 죽 하나도 안 먹었네? ... 아..! 맞다! 오늘 채혈하는 날이지? 이 간호사! 여기 채혈 좀 준비해줘요]

걱정스러운 표정과 속상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안경아저씨는 내 어이없다는 표정을 읽었는지 잠시 머뭇거리다 내 눈빛의 의미를 읽은 듯 했다.

앞서 내가 들어올 때 인사했던 간호사 언니가 또 해맑은 표정으로 스테인리스 박스를 가지고 들어왔다.
조그마한 마시멜로 처럼 생긴 흰색 동그란 알콜솜 몇 개와 갈색 빛의 요오드팅크 솜 몇 개, 그리고...
독감 예방 주사가 기억난다.

눈을 찔끔 감고 주사바늘을 절대 보지 못했던 아이였다.

여전히 지금도.. 주사바늘을 보지 못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어릴 적에는 무서워서 못 봤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





14.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 선생님이랑 상담 좀 할래?]

간호사 언니가 내 피를 담고 바늘이 들어간 곳을 손으로 누르지 못하는 나를 위해 넓은 대일 밴드를 붙이고 고무밴드로 감은 후,
차박차박 신발 소리를 내며 안경아저씨의 방에서 나가자 안경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걸었다.

/조 선생님? 정말 오랫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네.../

눈이 커지는 느낌이다.

[그래.. 저번주 주말에 귀국하셨어. 너 보고 싶어하시더라. 검사 키트에 넣어서 돌리면, 두세시간은 족히 걸릴 테니 건너가봐. 옆방이 조 선생님 방이야]
귀찮은 듯이 일어나는 내 등을 마구 떠미는 안경 아저씨다.






15.
[똑똑똑]

대신 문 두드려 주고 문 까지 열어주는 안경 아저씨.

[조 선생? 수아 왔다. 조 선생 수아 보고 싶었지? 허허허]

[어머?! 수아야! 반가워. 계속 더 예뻐지는 거 아니야? 어머어머! 이 피부 좀 봐! 부럽다 얘!]

조 선생님의 호들갑은 여전하다. 이게 조 선생님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손등의 혹도 크기가 작아진 것 같고... 나도 에그로박테리아 좀 발라볼까? 깔깔]

조그만 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 오른손을 유심히 쳐다본 후,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빛에 자기 손을 들어보며 혼잣말을 하다 아차 싶은 표정으로 내 얼굴을 보더니 멋쩍은 듯이 또다시 깔깔 거리면서 내게 말한다.

[깔깔깔... 수아 너 주위에서 이렇게 멋지네, 예쁘네라고 하니까 너도 널 보는 눈이 달라지지 않니?]

/아.. 네...뭐......나도 한 명의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다라는 거... 알게 해주셨잖아요... 단지 이 세상은 예쁘다라는 수식어를 내면에 쓰지는 않지만요.../








1200자 조금 넘겼어요...
감사합니다.

사진 작가 등록하고 1년 정도 눈팅만 하다가 소설을 써서 올리게 될 줄은 몰랐네요^^
읽어주신 여러분 모두 주말 잘 보내세요...


P.S
올리고 나서 읽어보니 정말 형편 없네요ㅠㅠ
다음번 부터는 좀 더 매끄럽게 다듬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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