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남매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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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비야설은 그때 그때 수위에 따라 구분해둡니다.
소설보면서 딸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비야설을 달아둡니다.
본래는 야설이 될 예정인 2부였지만, 분량상 3부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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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남매 02

"너 요새 기분 좋아보인다?"
"어 그래?"

밤늦게 학원을 마치고 친구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그렇게 티내고 다녔던 것 같진 않은데 내 기분을 알아차린 친구가 놀라웠다.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이내 환한 웃음으로 그것을 긍정해주었다.
그렇다. 요즘 나의 기분은 꽤 좋다.

얼마전 나의 친오빠는 입막음을 위해 나를 강간하려 했다.
하지만 나는 오빠를 잘 구슬려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고
이윽고 집에 들어오신 부모님을 통하여
평소에 쌓인 원한을 모두 되갚아줄 수 있었던 것이다.

"너네 오빠는 요즘 꽤 우울해보이던데."
"아. 그거?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그럴껄?"

원래는 그냥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 까지만 부모님께 이르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오빠가 저지른 강간미수에 대해서도 어떻게든 처벌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오빠의 여자친구 지갑에 성교육 시간에 받았던 콘돔을 껴두었다.

뜬금없이 어머니로부터 걸레로 매도당한 오빠의 여자친구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그 덕분에 아버지로부터 골프채를 전달해드리기에 적절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
오빠는 요즘도 아빠에게 맞은 곳이 시퍼렇다.

"그럼 내일보자."
"조심해서 잘 들어가."

곧 이내 우리는 서로의 집을 향해 헤어졌다.
혼자 어두운 길을 걷고 있노라니 행복한 기분도 조금은 가라앉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나의 부모님께 오빠의 강간미수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부모님을 믿을 수 없었다.

나는 급속히 몰려드는 짜증에 애꿎은 철쭉덤불들을 부러뜨리며 화풀이를 했다.

사실 오빠는 초범이 아니었다.
나조차도 잊어버리고 있었던... 아니 항상 잊으려고 했었던 그 사건이
내가 오빠를 줄기차게 미워하는 이유 중 하나이자 우리 남매사이의 본질이었다.
요즘 들어 그 기억이 내 머리속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그 날은 마침 내가 성교육을 받은 날이기도 했다.
"좁고 어두운 길로 다니면 안돼요."
"낮선 사람이 몸을 만지면 싫다고 소리를 질러야 해요. 알았죠?"
"혹시 나쁜일이 있었다면 부모님께 꼭 말씀드려야 해요. 엄마아빠는 우리편이랍니다."

성교육 강사는 생물시간 마냥 보기 어려운 흑백의 해부도에서
어떻게 아이가 생기는 지에 대한 생물학적인 설명이 끝난 후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몇 가지 사항들을 강조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런 일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애초에 좁고 어두운길로 다니지도 않을뿐더러 낮선사람은 매우 경계하는 성격이었다.
부모님의 말에 의하면 그런 사건을 당할 만한 여자아이는 따로 있었다.
하지만 나는 술이나 담배, 일진, 남자친구와는 거리가 먼 모범생이었다.
나름 그런 점에 대해서는 우쭐한 마음도 있었던 것이다.

집에 돌아오자 아직 부모님은 안 돌아오셨고 오빠가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나는 평소처럼 오빠쪽으로 다가가 오빠가 하는 게임을 옆에서 구경하려 했다.
그 때 당시만해도 우리는 싸울때도 많았지만 그렇게 나쁜 사이는 아니었다.
집에 돌아와서 학원을 갈때까지 오빠 무릎에 앉아서
게임 속에 들어있는 신기한 세상을 구경하는 건 나에게도 즐거운 일이었다.

"오빠 뭐해?"
"야 너는 노크도 모르냐?"

그 날은 평소와 달리 오빠가 인기척이 느껴자 컴퓨터를 후다닥 끄기 시작했다.
그 때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100% 야동이었을 것 같다.
나는 갑자기 짜증섞인 성질을 내는 오빠한테 내심 토라져 그냥 내 방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오빠는 능구렁이처럼 내 방으로 기어들어와 살짝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너 삐졌냐?"
"삐진거 아니거든."
"근데 얼굴이 왜 그래."
"몰라."

오빠는 내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나는 못이기는 척하면서 그것을 받아 펴보았다.
그것은 우리 남매사이에 통용되는 암묵적인 화해의 제스쳐였다.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을 품고 손을 열어보자 거기에는 반지가 있었다.

"예쁘지. 이거 내가 오늘 뽑기에서 뽑은거야."

뽑기에서 나오는 싸구려 반지.
하지만 그 당시 내 또래에게 그건 최고의 악세사리 였다.
서운한 감정은 일시에 모두 날아가고 나는 오빠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와 이거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 완전 예뻐. 고마워. 고마워."

오빠는 이내 특유의 잘난척쟁이같은 표정을 지으며 내 찬사에 흡족해했다.
나는 꺄-꺄- 거리며 반지를 꼈다 뺏다하면서 반지가 주는 영롱함에 빠져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싸웠다 화해했다를 반복하는 여느 남매와 다를께 없었다.

하지만 오빠는 마치 "너도 밥먹었냐?" 같은 느낌으로 매우 가볍게,
한편으로는 매우 묘한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나는 오빠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질문을 꺼냈던건지 지금도 궁금하다.

"근데 너도 잠지에 털났냐?"

그 때의 나는 그 날 배운 성교육이 내가 아는 성지식의 전부였다.
내가 아는 성범죄자는 좁고 어두운 골목길에 나타나는 수상한 사람뿐이었다.
그러니 오빠의 말에 약간은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최대한 정직하게 대답해주었디.

"몰라. 나 그런거 신경안써."

나도 성에 아주 관심이 없던건 아니었기에 순간적으로 호기심이 팟 하고 솟아오르긴 했지만
곧 그 호기심은 오빠에 대한 불편하고 이상한 감정으로 바뀌었다.

"한 번만 봐보자. 나도 내꺼 보여줄꼐."
"오빠 왜 그래?"

오빠는 집요하게, 때로는 애원하는 것 처럼 나에게 끈질지게 내 것을 보여달라고 했다.
나는 이론과 실제의 괴리감에 미묘한 혼란을 겪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무서운 얼굴이었다면 나는 울며불며 난리를 쳤을 것이다.

하지만 오빠의 얼굴은 평소와 전혀 다를 께 없는 평소의 착한 얼굴이었다.
내가 그날 성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아무거리낌없이 응했을 정도로.
낮선 사람이 내 몸을 만지는 것에 대해서 소리를 질러야 하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가장 친한 사람이 내 몸을 보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좋은건지?

내 잠시동안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건지 오빠는 배시시 웃으면서 내 치마에 손을 넣었다.
팬티를 누르는 손의 감촉에 온 몸의 닭살이 돋아 올랐다.
이것만큼은 성교육을 떠나 본능적으로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 이런거 싫어! 하지마. 하지말라고!"

나는 성교육 시간에서 배운대로 다소 거칠게 싫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성교육시간에 배우면서도 내심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다.
내가 싫다고 해서 상대방이 그걸 들어준다면 그건 애초에 범죄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이미 범죄자가 상대방 말을 들어줄 리는 없는 것이다.

"너 오빠보는 눈초리가 그게 뭐야?"

오히려 상대방을 화나게 할뿐이다.
범죄자를 화나게 해 두들겨 맞다가 당하면 피해자고,
범죄자에게 맞지 않고 순순히 당하면 피해자가 아니다
그때에는 막연하게 마녀사냥 속 재판 같다고 생각했던 교육은 곧 나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조용히 해, 조용히 하란 말이야!"
오빠가 반항하는 나를 보며 당황한 나머지 시끄럽게 구는 나를 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정말 나를 조용하게 만들기 위해 입을 막는 수준이었지만 폭력은 사람을 흥분상태로 빠져들게 한다.
오빠는 곧 이성을 잃고 내가 조용해질때까지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성교육 비디오를 볼때는 그래도 나는 계속 나의 고고함을 지키면서 반항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지금 생각해도 열받을 정도로 너무 쉽고 빠르게 조용해졌다.
나는 더 맞기 싫어서 오빠가 내 몸을 살펴보는 걸 허락한 것이었다.

울고 있는 나를 보자 오빠는 살짝 마음이 약해졌는지 내 눈물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호기심에 대해서 포기한 것도 아니었다.

"보기만 할꺼야. 끝나면 맛있는거 사줄께."
"오빠..."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 응? 알았지?"

나는 이미 더 이상 싫다고 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냥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랬다.
이내 내 치마는 들어올려져 감추고 있던 속살과 팬티를 오빠의 시야에 진상했다.
오빠는 호기심으로 가득찬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하고 있었다.
마치 자기가 지금 관찰하려는 게 여동생의 몸이 아니라 공룡 화석이라고 해도 믿을것 같은 얼굴이었다.

오빠는 팬티마저 내리고 내 것에 얼굴을 들이 밀었다.
오빠는 키득키득거리며 뭔가 저질스러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그 곳에 차가운 손가락의 느낌이 느껴졌다.
나는 다시 한 번 소름을 느끼면서 오빠에게 항의했다.

"오빠 보기만하기로 했잖아. 이제 그만해."
"안보이는 부분이 있어서 그래 잠깐만 있어봐."

만약 그대로 더 진행이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도 하기 싫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순간 어머니가 집앞에 도착해 도어락을 풀기 시작하셨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온몸의 힘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오빠는 뒤늦게서야 나에게 이르면 죽인다는 제스쳐를 보냈지만
나는 이미 어머니의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기대하고 있었다.

"얘들아 학원 안 가고 지금 뭐하니? 학원 늦었잖니!"
"엄마..엄마아...!"

어머니께 달려가려던 나를 오빠가 내 손을 꼭 붙잡았다.

"엄마. 지금 동생 데리고 학원 빨리 갈께.."

오빠는 내 손을 붙들고 얼른 어머니를 피해 집 밖으로 나가려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내 내 엉클어진 차림새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낀 듯 했다.

"너 뺨이 왜 그러니. 누구한테 맞았어?"
"오빠가 때렸어. 오빠가 막 나한테..."
"얘가 오늘 학원 빠지려고 해서 그런거야!"

울먹이며 모든 것을 털어놓으려는 내 말을 오빠가 잽싸게 가로?다.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내 그것을 납득한 듯 했다.
부모님이 일하느라 바쁘실때 나를 돌보는 건 언제나 오빠의 몫이었으니까.

"그래 니가 오빠니까 그래도 동생을 챙기는구나. 자 얼른 가라. 늦겠다."
"엄마!"
"너는 몇살인데 아직도 자꾸 학원에 빠지고 그래? 커서 뭐 되려고!"

학원을 몰래 빠지려는 나를 오빠가 데려다 준적은 몇번인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그런 것이 전혀 아니었다.
그 당시의 나는 내가 당한 일을 말로 정확하게 전달할 수가 없었다.

"오빠가 나한테 이랬어. 이랬다구!"

나는 필사적으로 내 몸을 쓰다듬는 시늉을 ?다.
실제로 오빠가 내 몸을 이렇게 쓰다듬지는 않았지만
차마 치마에 손을 넣는 행위는 할 수 없었다.
나는 내가 겪은 일을 축소해서 전달할 수 밖에 없었다.

"아냐 엄마. 얘 지금 학원 가기 싫어서 뻥치는 거야."

오빠는 다급하게 설명을 붙였다.
하지만 어머니의 얼굴은 싸늘했다.
나는 내가 성교육 시간 비디오에서 보았던 따뜻한 어머니를 기대했다.
비디오 속의 어머니는 나쁜 일을 겪은 아이를 안아주고 눈물을 닦아주고 토닥여 주었다.
말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용기라면서 아이를 지지해주었다.



하지만 그 싸늘한 표정은 오빠가 아닌 나를 향해 있었다.
내가 그 것을 알아차린것은 날카로운 감각이 내 얼굴에 닿은 순간이었다.

"너 같은 나쁜 딸 둬서 정말 싫다. 너는 어떻게 학원가기 싫다고 오빠를 짐승으로 만드니?"
"...엄마?"

나를 꼭 붙잡고 있었던 오빠조차도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나 그런 더러운 거짓말하는 아이는 꼴보기도 싫어. 얼른 학원이나 가."
"엄마 그런거 아니야. 날 믿어줘!"

내 뺨의 얼얼한 감각이 가시기도 전에 어머니는 내 앞에 없었다.
어머니는 나를 경멸하는 눈초리로 바라보시곤 그냥 부억으로 쌩하니 가버리셨을 뿐이다.

어... 이게 아닌데?
내가 잘못한 건가?
나는...

나는 나를 잡아끄는 오빠에 의해 집 밖으로 나오는 순간에서야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오빠는 다시 평상시의 착하고 다정한 오빠로 돌아와 있었다.

"야 미안하다. 화풀어. 응?"
"..."
"학원도 내가 오늘은 선생님한테 너 아팠다고 얘기해줄께. 어디라도 놀고와."
"..."
"나는 너도 좋아할 줄 알았어.. 그래서.."

평상시에는 좋아보였던 그 모습이 너무 가증스러웠다.
그 때를 기점으로 내 안에서 나랑 친구 같은 오빠는 죽고 없었다.
나는 스스로 내 눈물을 닦고 오빠의 손을 홱 뿌리친 채 그대로 학원으로 갔다.

계속 나에게 말을 걸려는 오빠의 얼굴을 향해 화해의 상징이었던 반지를 빼서 던져버렸다.
집에 가서도 같이 찍은 사진 속 사진을 모두 도려내어버렸고
같이 만든 물건이나 숙제들은 모두 오빠 책상위에 던져놓았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겉으로는 언제나 처럼 똑같았다.
온가족이 TV를 보다가 뉴스에서 성폭력 이야기가 나오면
아버지는 "저런 새끼는 죽여야 돼. 의 새끼들. 너도 모르는 사람 조심해라" 하면서 열을 올리셨고
어머니는 "너무 안 됐다. 어떻게 저런 일을 당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하면서 나에 대한건 잊어버린 듯 했다.
부모님에게 있어 성폭행 피해자나 가해자나 그런건 다른 세상 이야기이고 자신들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단지 감정을 배설할 수 있는 이 세상에서 제일 죽일놈과 가장 불쌍한 년의 이야기였을 뿐이다.

"그러게 어떻게 인간이 저런 짓을 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나도 내가 겪은 것을 나도 잊어버린 척 시치미를 떼며 연기했다.
마음 속에서는 "나도 벌써 힘든 일 겪었어."라고 외쳤지만
단 한 번도 그걸 입밖에 내는 일은 없었다.

오빠 역시 한동안은 나에게 죄인처럼 살았지만 결국 본래 성격을 오래 죽일 수는 없었다.
남매는 반드시 언젠가는 싸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화해하는 것이 남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화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영원한 무시와 싸움만의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난 이번의 불꽃쇼에 대해 정말 상쾌한 것이다.
그 개새끼가 다시 한번 나를 건드리려고 했었던 건 오싹하지만
결국 나는 오빠보다 성격도 좋고 모범적이고 머리도 좋다는 것을,
부모님께 더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몸소 증명해보였다.

"하하하하하."

나도 모르게 기분좋은, 하지만 어딘가 저열한 느낌의 웃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조금 웃고 멈추려고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도저히 멈출수가 없었다.
나는 승리감에 도취하면서도 내가 웃고 싶은건지 울고 싶은건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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