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군의관의 1년 - 외전 - 단편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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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월 17일 동교호텔 웨딩홀
"오빠 신촌으로 가자."
지선의 결혼식이 끝나고 함께 나오면서 동생이 말했다.
"... 신촌? 옷은?"
나온김에 동생의 옷을 사주기로 한 찬수였다.
"옷 가게들도 많으니까 거기서 사면 되지."
"그런가..."
"오랜만에 오빠랑 밖에서 데이트하고 싶거든."
찬수의 팔짱을 끼며 동생이 이끌었다.
2004년 1월 17일 신촌
근처 쇼핑몰에 차를 세워놓고 두 사람은 근처 여대 앞으로 갔다. 그냥 쇼핑몰에서 해결하려고 했지만, 동생이 찬수를 끌고 길로 나왔다.
"오빠, 참 눈치없다."
"뭐가?"
"오랜만에 나왔는데 옷만 사서 들어가자는거야?"
"그럼?"
"그러니까 오빠가 연애를 못..."
"..."
"미안."
오늘이 어떤 날이었는지를 생각한 동생은 순간적으로 실수했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입을 다물었다.
"..."
"..."
찬수는 아무 말 없이 앞을 보고 있었다. 동생은 그런 찬수의 옆 얼굴을 보고는 아무 말도 못했다.
한동안 말 없이 길 양쪽에 늘어선 옷가게 사이를 걷던 찬수는 어느 가게쪽을 가리켰다.
"어때?"
"응..."
"어머 예쁘네~"
갈아입고 나온 동생을 보고 옷가게 점원이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점원은 쉬지않고 호들갑을 떨머 말을 이었다.
"여자친구분이 글래머라서 옷태가 사네~"
"... 저"
"글래머러스해서 좋네. 봐요 이렇게 가슴부분하고 엉덩이쪽도 맵시가 살죠."
"... 우리 오빠예요."
"그러니까 남자친구는 좋겠네. 이렇게 여자친구가..."
"... 친오빠예요."
"네?"
"남자친구가 아니라 친오빠예요."
거침없던 태도는 어디가고 조심스럽게 동생이 말했다.
"어머. 그래서 두 분이 닮은거구나~ 난 또 찰떡 커플이라 닮은건줄 알았죠~ 동생 데리고 옷 사주러 나오고 정말 좋은 오빠를 뒀네~"
점원은 능청스럽게 말을 돌렸다.
점원의 말을 들으면서 찬수는 자신과 동생이 별로 닮지 않은 것 같은데 어디가 닮았다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예... 오빠 좋은 사람인데..."
아까의 말실수때문 기가 죽은 동생은 소심해져있었다. 그런 동생에게 닮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은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찬수는 입을 다물었다.
"예쁘네."
분위기를 바꿔보려 찬수가 말했다. 아직 겨울이지만, 하얀 블라우스를 받쳐입은 동생의 하늘색 원피스 차림은 어울려보였다. 반년 사이에 갑자기 키가 크기 시작한 동생이라 이 옷도 언제 입기 어려운 길이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 정말?"
"그러게 오빠분 말처럼 너무 잘 어울려요. 이거로 하세요."
"고마워 오빠."
옷가게를 나오면서 옷이 담긴 쇼핑백을 품에 안은 동생이 말했다.
"... 뭐가?"
"예쁜 옷 사줘서."
"됐어."
"오래간만에 밖에 데리고 나와줬고..."
"그게 뭘..."
퇴원한 이후로 동생은 집과 학교만 오가는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레슨과 콩쿨, 입시 준비로 바빴고, 어릴때부터 발레만 해오면서 친구 관계도 발레 위주였던 동생으로서는 본의아니게 친구들과 멀어지게 된 것이었다. 많이 돌아다니기 불편한 것도 있었고, 친구들과 같이 있기 힘들어진 동생은 어울릴 곳을 찾지 못해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왔다. 자기 입으로는 입시 준비하려고 집에 바로 들어온 것이라고 했지만...
"치... 나도 오빠 뭐라도 사줘야겠다."
"고등학생이 무슨..."
"흥이네요."
방금전까지 기죽어있던 동생이 기세 좋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어떻게 여긴 남자 옷 파는데가 이렇게 없냐?"
20분 정도 큰길과 골목길을 돌아다녔지만, 이렇다할만한 남성복 가게를 찾지 못하자 동생이 말했다.
"여대 앞이잖아."
찬수는 대수롭지 않은듯이 말했다.
"그래도 그렇지.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어디가서 좀 쉬자."
동생의 발이 신경 쓰인 찬수가 말했다.
"어우~ 짐승!"
눈을 흘기며 동생이 말했다.
"응?"
"쉬어가자며."
"응."
"저기서 쉬려고?"
"응?"
동생의 시선이 향한 곳은 모텔이었다. 찬수는 왜 이런곳에 이런게 있는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대놓고 밝히냐?"
"ㅇ!..."
동생의 핀잔에 순간 당황해 소리지르려다 길 한복판이라는 생각에 가까스로 소리를 낮췄다.
"시험 스트레스가 그렇게 컸어요~?"
"야..."
"시험 때문에 지난주까지 아무리 참았어도 그렇지. 고등학생을 모텔에 데리고 가게?"
"제발..."
동생의 연속되는 멘트에 끌려가고 있었다.
"진짜 그런 생각한거야? 귀까지 빨개지네~"
"하아... 어디 커피숍이라도 가서 쉬자."
"어우~ 그럼 그렇다고 미리 말을 하지~"
살짝 혀를 내밀고 동생의 장난은 일단 여기서 멈췄다.
"오빠,"
한겨울이지만 파르페를 먹고 있던 동생이 말을 꺼냈다.
"응."
"드라이브 하자."
"응? 집에 가야지."
"집에는 아무도 없잖아. 빨리 들어가서 뭐하게? 오랜만에 우리..."
"글쎄... 그냥 쉴래... 못 잔 잠 좀 잘래."
그저 집에 들어가 눈이라도 붙일까 막연한 생각이었다. 국시(의사 국가고시) 준비로 쌓인 피로도 아직 남은 느낌이었다.
"시험 끝나고 한동안 쉬지?"
"응."
"여행가자."
"응?"
"나도 방학이니까 바람 좀 쐴래,"
“...”
"엄마랑 아빠도 같이 가면 좋고 아니면 우리 둘이라도 가자."
"..."
"인턴 레지던트 하면 시간도 없다며 그러니까 그전에 다녀와야지 언제 다녀오겠어. 나도 원하는데 가려면 이제 재수해야될거고."
공부를 안한 것은 아니지만, 실기를 치룰 수 없게 된 동생은 예체능계가 아닌 인문계 고등학생들과 입시 경쟁을 치러야했다. 실기를 합친다면 분명... 수능점수는 예상대로였고 동생은 재수를 결심했다.
"너, 혹시 신촌에 오자고 한게..."
이 근처 대학교의 무용과도 한국에서 발레 전공으로는 이름 있는 곳중 하나였다. 이제야 생각이 여기에 미친 자신의 둔감함이 미안해졌다.
"아니야. 그냥 아까 거기서 가까운 곳이잖아. 가까운데가 여기말고 생각 안나서 그래."
동생은 스푼을 그대로 입에 문채로 창밖을 봤다.
“어디로 여행갈지 생각한 곳은 있고?”
“몰디브!”
“무슨 신혼여행이냐?”
“괌!”
“...”
찬수는 시큰둥하게 동생을 쳐다봤다. 괌은 가고 싶지 않았다. 지선의 신혼 여행지인 괌이라면 자칫 마주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와이!”
“멀어...”
그런 찬수의 생각은 몰랐던 동생은 다른 곳을 대기 시작했다.
“그럼 영국.”
“거긴 안 머냐...”
“그럼 호주.”
“...”
“그럼 일본.”
“...”
“... 그렇게 귀찮냐? 그럼 제주도.”
“그래...”
부모님도 시간내기가 어떨지 알 수 없었고, 찬수 본인도 그리 멀리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2004년 1월 17일 방포1동 미래애 아파트
“너희끼리 다녀와야겠구나.”
동생의 여행가자는 말을 전한 찬수에게 부모님의 답은 너무나 간단했다.
“이번에 회의가 있어서 힘들겠구나.”
아버지는 펌의 휘하 변호사들과 어떤 사건의 검토와 회의가 있다고 했다. 아버지의 성격상 어떤 사건인지 말할 리가 없어 찬수는 큰 의뢰인에 대한 것이라고 짐작 할 뿐이었다.
“그렇게 갑자기는 힘들 것 같구나.”
어머니쪽도 외래와 당직 일정을 갑자기 바꾸기 곤란하다며 거절했다.
“예...”
가족 여행을 가본 것이 언제였는지 싶었다. 이제 찬수도 동생도 나이가 들어 가족여행은 불편한 기분도 있었지만, 가끔은 가족이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이 부러웠다.
“그리고, 기왕 가는 것. 제주도보다는 일본으로 다녀오는게 어떠니? 너도 이제 시간 없을거고...”
같이 갈 수 없다는 말에 실망한 기색이 역역한 동생을 보며 어머니는 말을 이었다.
“할 수 있을 때 추억 하나라도 남기는게 좋겠지.”
“...”
“...”
남매는 서로 얼굴을 잠간 쳐다봤다. 그럴 경우도 생각했지만, 정말 단 둘이 가는 여행에 대해 서로 부담스런 기분도 들었다.
“네 동생 잘 챙겨서 다녀오거라.”
“예...”
2004년 1월 26일 김포국제공항
“같이 가!”
“빨리와.”
수하물을 붙이고 못먹은 아침을 먹는다며 밥집에 가면서 이렇게 되었다. 찬수는 이미 본과시절에 병원 실습을 도는 동안 빨리 먹는게 몸에 배이기 시작해 큰 무리가 없었지만, 동생은 시간이 다소 걸렸고 결국 출국 심사 시간이 빠듯하게 자리에 일어났다.
“어쩌지 오빠. 미안해”
“이제 키도 170이 다되면서 걷는 속도는 150일 때 랑 똑같냐?”
동생이 아직 교통사고의 영향으로 빨리 못걷는걸 알기에 일부러 장난삼아 구박을 했다.
“흥. 걸음 느려서 미안하네요.”
예상대로 동생은 찬수의 구박을 받아치느라 미안한 감정이 조금 희석되었다.
“여권을 보여주시겠어요? 예, 유나은님. 항공권도 보여주시겠어요?”
찬수의 옆 심사대에서 동생도 공항 직원에게 신분증을 보여주고 수속을 밟기 시작했다.
-=-=-=-=-=-=-=-=-=-=-=
* 등장 인물, 단체명, 지명은 실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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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저작물은 형식은 물론 인터넷,오프라인 여부를 불문하고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됩니다. 현행법상 저작물을 창작한 자에게는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저작권이 발생하며, 타인이 당해 저작물을 임의로 인터넷상에 게재하는 것은 복제권 및 전송권 침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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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법에서는 연방저작권법(Federal Copyright Act.)에 의거. 이의 침해시 저작권 침해자는 저작권 침해 행위와 저작권 침해로 얻은 실제 이익에 대해 피해보상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각 침해건에 대해 200$~15만$의 피해 보상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발생하는 원저작자의 변호사 선임비용과 재판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피해보상과 별도로 징역형이 부가될 수 있습니다."
* 그간 소식이 격조하였습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도용 사건으로 쓸 마음도 희미해져 갔지만 습관처럼 생각날때마다 조금씩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찬수의 여동생 이름은 간간이 단서를 두고 계속 넘어갔고 나은에 대한 묘사도 있었지만 이번에 이야기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원래 간만의 글은 다른 캐릭터의 과거사를 쓰려했지만 차마 쓰기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 이번에는 찬수와 동생이 유사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넣으려 하였으나 결국 이번에도 차마 쓰지 못하였습니다. 어느 독자분이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야설이나 쓰는 주제에 고상한 척 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조금은 유념하겠습니다.
* 훈련소가 너무 오랜 일이 된 기분이어서 신병 교육대 분위기를 만드느라 3부는 아직 도입밖에 못한 상태입니다. 참조할만한 서적이 있을지요?
"오빠 신촌으로 가자."
지선의 결혼식이 끝나고 함께 나오면서 동생이 말했다.
"... 신촌? 옷은?"
나온김에 동생의 옷을 사주기로 한 찬수였다.
"옷 가게들도 많으니까 거기서 사면 되지."
"그런가..."
"오랜만에 오빠랑 밖에서 데이트하고 싶거든."
찬수의 팔짱을 끼며 동생이 이끌었다.
2004년 1월 17일 신촌
근처 쇼핑몰에 차를 세워놓고 두 사람은 근처 여대 앞으로 갔다. 그냥 쇼핑몰에서 해결하려고 했지만, 동생이 찬수를 끌고 길로 나왔다.
"오빠, 참 눈치없다."
"뭐가?"
"오랜만에 나왔는데 옷만 사서 들어가자는거야?"
"그럼?"
"그러니까 오빠가 연애를 못..."
"..."
"미안."
오늘이 어떤 날이었는지를 생각한 동생은 순간적으로 실수했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입을 다물었다.
"..."
"..."
찬수는 아무 말 없이 앞을 보고 있었다. 동생은 그런 찬수의 옆 얼굴을 보고는 아무 말도 못했다.
한동안 말 없이 길 양쪽에 늘어선 옷가게 사이를 걷던 찬수는 어느 가게쪽을 가리켰다.
"어때?"
"응..."
"어머 예쁘네~"
갈아입고 나온 동생을 보고 옷가게 점원이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점원은 쉬지않고 호들갑을 떨머 말을 이었다.
"여자친구분이 글래머라서 옷태가 사네~"
"... 저"
"글래머러스해서 좋네. 봐요 이렇게 가슴부분하고 엉덩이쪽도 맵시가 살죠."
"... 우리 오빠예요."
"그러니까 남자친구는 좋겠네. 이렇게 여자친구가..."
"... 친오빠예요."
"네?"
"남자친구가 아니라 친오빠예요."
거침없던 태도는 어디가고 조심스럽게 동생이 말했다.
"어머. 그래서 두 분이 닮은거구나~ 난 또 찰떡 커플이라 닮은건줄 알았죠~ 동생 데리고 옷 사주러 나오고 정말 좋은 오빠를 뒀네~"
점원은 능청스럽게 말을 돌렸다.
점원의 말을 들으면서 찬수는 자신과 동생이 별로 닮지 않은 것 같은데 어디가 닮았다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예... 오빠 좋은 사람인데..."
아까의 말실수때문 기가 죽은 동생은 소심해져있었다. 그런 동생에게 닮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은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찬수는 입을 다물었다.
"예쁘네."
분위기를 바꿔보려 찬수가 말했다. 아직 겨울이지만, 하얀 블라우스를 받쳐입은 동생의 하늘색 원피스 차림은 어울려보였다. 반년 사이에 갑자기 키가 크기 시작한 동생이라 이 옷도 언제 입기 어려운 길이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 정말?"
"그러게 오빠분 말처럼 너무 잘 어울려요. 이거로 하세요."
"고마워 오빠."
옷가게를 나오면서 옷이 담긴 쇼핑백을 품에 안은 동생이 말했다.
"... 뭐가?"
"예쁜 옷 사줘서."
"됐어."
"오래간만에 밖에 데리고 나와줬고..."
"그게 뭘..."
퇴원한 이후로 동생은 집과 학교만 오가는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레슨과 콩쿨, 입시 준비로 바빴고, 어릴때부터 발레만 해오면서 친구 관계도 발레 위주였던 동생으로서는 본의아니게 친구들과 멀어지게 된 것이었다. 많이 돌아다니기 불편한 것도 있었고, 친구들과 같이 있기 힘들어진 동생은 어울릴 곳을 찾지 못해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왔다. 자기 입으로는 입시 준비하려고 집에 바로 들어온 것이라고 했지만...
"치... 나도 오빠 뭐라도 사줘야겠다."
"고등학생이 무슨..."
"흥이네요."
방금전까지 기죽어있던 동생이 기세 좋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어떻게 여긴 남자 옷 파는데가 이렇게 없냐?"
20분 정도 큰길과 골목길을 돌아다녔지만, 이렇다할만한 남성복 가게를 찾지 못하자 동생이 말했다.
"여대 앞이잖아."
찬수는 대수롭지 않은듯이 말했다.
"그래도 그렇지.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어디가서 좀 쉬자."
동생의 발이 신경 쓰인 찬수가 말했다.
"어우~ 짐승!"
눈을 흘기며 동생이 말했다.
"응?"
"쉬어가자며."
"응."
"저기서 쉬려고?"
"응?"
동생의 시선이 향한 곳은 모텔이었다. 찬수는 왜 이런곳에 이런게 있는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대놓고 밝히냐?"
"ㅇ!..."
동생의 핀잔에 순간 당황해 소리지르려다 길 한복판이라는 생각에 가까스로 소리를 낮췄다.
"시험 스트레스가 그렇게 컸어요~?"
"야..."
"시험 때문에 지난주까지 아무리 참았어도 그렇지. 고등학생을 모텔에 데리고 가게?"
"제발..."
동생의 연속되는 멘트에 끌려가고 있었다.
"진짜 그런 생각한거야? 귀까지 빨개지네~"
"하아... 어디 커피숍이라도 가서 쉬자."
"어우~ 그럼 그렇다고 미리 말을 하지~"
살짝 혀를 내밀고 동생의 장난은 일단 여기서 멈췄다.
"오빠,"
한겨울이지만 파르페를 먹고 있던 동생이 말을 꺼냈다.
"응."
"드라이브 하자."
"응? 집에 가야지."
"집에는 아무도 없잖아. 빨리 들어가서 뭐하게? 오랜만에 우리..."
"글쎄... 그냥 쉴래... 못 잔 잠 좀 잘래."
그저 집에 들어가 눈이라도 붙일까 막연한 생각이었다. 국시(의사 국가고시) 준비로 쌓인 피로도 아직 남은 느낌이었다.
"시험 끝나고 한동안 쉬지?"
"응."
"여행가자."
"응?"
"나도 방학이니까 바람 좀 쐴래,"
“...”
"엄마랑 아빠도 같이 가면 좋고 아니면 우리 둘이라도 가자."
"..."
"인턴 레지던트 하면 시간도 없다며 그러니까 그전에 다녀와야지 언제 다녀오겠어. 나도 원하는데 가려면 이제 재수해야될거고."
공부를 안한 것은 아니지만, 실기를 치룰 수 없게 된 동생은 예체능계가 아닌 인문계 고등학생들과 입시 경쟁을 치러야했다. 실기를 합친다면 분명... 수능점수는 예상대로였고 동생은 재수를 결심했다.
"너, 혹시 신촌에 오자고 한게..."
이 근처 대학교의 무용과도 한국에서 발레 전공으로는 이름 있는 곳중 하나였다. 이제야 생각이 여기에 미친 자신의 둔감함이 미안해졌다.
"아니야. 그냥 아까 거기서 가까운 곳이잖아. 가까운데가 여기말고 생각 안나서 그래."
동생은 스푼을 그대로 입에 문채로 창밖을 봤다.
“어디로 여행갈지 생각한 곳은 있고?”
“몰디브!”
“무슨 신혼여행이냐?”
“괌!”
“...”
찬수는 시큰둥하게 동생을 쳐다봤다. 괌은 가고 싶지 않았다. 지선의 신혼 여행지인 괌이라면 자칫 마주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와이!”
“멀어...”
그런 찬수의 생각은 몰랐던 동생은 다른 곳을 대기 시작했다.
“그럼 영국.”
“거긴 안 머냐...”
“그럼 호주.”
“...”
“그럼 일본.”
“...”
“... 그렇게 귀찮냐? 그럼 제주도.”
“그래...”
부모님도 시간내기가 어떨지 알 수 없었고, 찬수 본인도 그리 멀리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2004년 1월 17일 방포1동 미래애 아파트
“너희끼리 다녀와야겠구나.”
동생의 여행가자는 말을 전한 찬수에게 부모님의 답은 너무나 간단했다.
“이번에 회의가 있어서 힘들겠구나.”
아버지는 펌의 휘하 변호사들과 어떤 사건의 검토와 회의가 있다고 했다. 아버지의 성격상 어떤 사건인지 말할 리가 없어 찬수는 큰 의뢰인에 대한 것이라고 짐작 할 뿐이었다.
“그렇게 갑자기는 힘들 것 같구나.”
어머니쪽도 외래와 당직 일정을 갑자기 바꾸기 곤란하다며 거절했다.
“예...”
가족 여행을 가본 것이 언제였는지 싶었다. 이제 찬수도 동생도 나이가 들어 가족여행은 불편한 기분도 있었지만, 가끔은 가족이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이 부러웠다.
“그리고, 기왕 가는 것. 제주도보다는 일본으로 다녀오는게 어떠니? 너도 이제 시간 없을거고...”
같이 갈 수 없다는 말에 실망한 기색이 역역한 동생을 보며 어머니는 말을 이었다.
“할 수 있을 때 추억 하나라도 남기는게 좋겠지.”
“...”
“...”
남매는 서로 얼굴을 잠간 쳐다봤다. 그럴 경우도 생각했지만, 정말 단 둘이 가는 여행에 대해 서로 부담스런 기분도 들었다.
“네 동생 잘 챙겨서 다녀오거라.”
“예...”
2004년 1월 26일 김포국제공항
“같이 가!”
“빨리와.”
수하물을 붙이고 못먹은 아침을 먹는다며 밥집에 가면서 이렇게 되었다. 찬수는 이미 본과시절에 병원 실습을 도는 동안 빨리 먹는게 몸에 배이기 시작해 큰 무리가 없었지만, 동생은 시간이 다소 걸렸고 결국 출국 심사 시간이 빠듯하게 자리에 일어났다.
“어쩌지 오빠. 미안해”
“이제 키도 170이 다되면서 걷는 속도는 150일 때 랑 똑같냐?”
동생이 아직 교통사고의 영향으로 빨리 못걷는걸 알기에 일부러 장난삼아 구박을 했다.
“흥. 걸음 느려서 미안하네요.”
예상대로 동생은 찬수의 구박을 받아치느라 미안한 감정이 조금 희석되었다.
“여권을 보여주시겠어요? 예, 유나은님. 항공권도 보여주시겠어요?”
찬수의 옆 심사대에서 동생도 공항 직원에게 신분증을 보여주고 수속을 밟기 시작했다.
-=-=-=-=-=-=-=-=-=-=-=
* 등장 인물, 단체명, 지명은 실제가 아닙니다.
* 소라넷에만 연재중입니다. 허가되지 않은 복사, 변형, 도용을 금지합니다.
"개인의 저작물은 형식은 물론 인터넷,오프라인 여부를 불문하고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됩니다. 현행법상 저작물을 창작한 자에게는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저작권이 발생하며, 타인이 당해 저작물을 임의로 인터넷상에 게재하는 것은 복제권 및 전송권 침해가 됩니다.
또한 저작물의 내용을 임의로 변경한 경우에는 2차 저작물 작성권 침해에 해당될 수 있으며, 저작물의 형식이나 제호 등을 임의로 변경한 경우에는 저작인격권 침해도 성립될 수 있습니다."
"미국법에서는 연방저작권법(Federal Copyright Act.)에 의거. 이의 침해시 저작권 침해자는 저작권 침해 행위와 저작권 침해로 얻은 실제 이익에 대해 피해보상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각 침해건에 대해 200$~15만$의 피해 보상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발생하는 원저작자의 변호사 선임비용과 재판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피해보상과 별도로 징역형이 부가될 수 있습니다."
* 그간 소식이 격조하였습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도용 사건으로 쓸 마음도 희미해져 갔지만 습관처럼 생각날때마다 조금씩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찬수의 여동생 이름은 간간이 단서를 두고 계속 넘어갔고 나은에 대한 묘사도 있었지만 이번에 이야기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원래 간만의 글은 다른 캐릭터의 과거사를 쓰려했지만 차마 쓰기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 이번에는 찬수와 동생이 유사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넣으려 하였으나 결국 이번에도 차마 쓰지 못하였습니다. 어느 독자분이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야설이나 쓰는 주제에 고상한 척 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조금은 유념하겠습니다.
* 훈련소가 너무 오랜 일이 된 기분이어서 신병 교육대 분위기를 만드느라 3부는 아직 도입밖에 못한 상태입니다. 참조할만한 서적이 있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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