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 1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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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바이러스
박봉구 외
박봉근 중령(43) 사단참모 통신
이영은(41) 변호사
10부 타는 목마름
“뽀뽀해주고 싶어”
해맑은 살을 드러낸 어깨와 얼굴이 아래로 보인다. 아름답다 라기 보다는 이젠 중년으로 기우는 농염함이 살짝 배어있는 여자.
얼굴을 남자의 사타구니에 밀어 넣으며 루즈를 칠하지 않은 연한 입술을 벌려 반은 일어난 물건을 희롱하듯 핥는다.
“음......,”
남자는 두 다리에 힘을 주며 손바닥으로 여자의 머리를 감싼다. 얕게 깔린 향기가 코에 스친다. 창포향인가? 고향 방죽의 물은 항상 안정과 고요를 주었다. 그 속에 피어나는 창포 역시 차분함을 주었다. 창포가 지면 분홍, 하양의 연꽃이 뒤를 따랐다. 꽃대를 세우고 진흙의 정수를 품어 올리는 연꽃은 화려함보다는 오히려 숙연함을 주었다. 물이 흐려도 꽃은 아름답게 피어올랐다.
아! 이런 부드러운 입맞춤은 항상 좋았다. 처음엔 싫다고 뒤로 빼기도 했지만 얼마 전부터는 스스로 손으로 애무하다가 빨았다. 매콤한 혀의 감촉은 남자의 잠자는 신경을 일으켜 세웠다. 스프링처럼 불끈 솟아난 물건을 입에서 빼어내고 여자의 배 위로 올라탔다. 물컹, 연못의 물결이 하나 둘 커지다 거센 회오리가 된다.
“하! 하!”
아래 허리를 활처럼 희며 여자는 눈을 감는다. 마지막 절정이 타오르기 직전이다. 이런 뜨거운 불길은 전에 없이 강하게 여자의 온 몸을 태웠다. 숨을 몰아쉬며 남자의 등을 감아쥔다.
“더, 더요. 조금만 더.”
남자는 이미 사정을 했는지 얼굴을 여자의 귀엣머리에 대고 입술로 땀을 적시고 있다. 오늘 이렇게 갈증 난 육체가 마른 땅을 적시는 빗줄기가 된 것은 아마 몇 달은 넘었을 것이다. 나도 무던하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약속을 떠올렸다.
조금 있으면 그러니까 지금 시간에서 두어 시간 뒤면 모임에 나가야 한다.
이번 모임은 사실 큰 의미가 없는 그렇고 그런 자리일거라고 하면서도 그렇지 아닐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전화 속 목소리는 쾌 다급하게 그를 찾았고 수화기를 대자마자 자신을 확인한 그는 긴 말하지 않겠다며 단도직입 바로 거기서 만나자는 것이다. 오늘은 모처럼 만의 비근이었다. 전방에서 근무한 박 중령은 아이들 교육 때문에 조금 큰 도시인 이곳 춘천에 집을 하나 더 마련했다.
“아니 그대로 가만......”
아내의 목소리엔 갈증이 아직 적셔지지 않은 다급함이 배어났다. 올 해로 서른아홉인 아내는 제법 풍만한 몸매를 무너뜨리지 않고 여직 간직하고 있다. 아이를 둘이나 낳고 키운 아내지만 타고난 탓인지 아니면 군인의 아내가 뚱뚱하면 남들이 흉본다고 그런지 몸을 가다듬은 탓일 지도 모른다.
“아......, 사랑해요”
두 다리를 꽉 끼우며 몸을 부르르 떨던 아내는 그제야 흙먼지 이는 땅에 소나기가 내린 듯 손을 풀고 그의 짧은 머리를 만진다.
“당신도 이제 보니 많이 늙었네요? 이 흰머리 좀 봐.”
“당신도 가까이 보니 똑 같았는데 뭘”
박 중령은 두툼한 손가락 사이로 아내의 머릿결을 슬어본다. 땀이 젖은 머리에서 풍기는 아내의 향기는 상큼한 처녀의 것이라기보다는 살림을 챙겨야하는 삶의 향기가 묻어났다.
젖은 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하며 큰 검정콩 같은 젖꼭지를 쥐자 아내는 가벼운 신음을 뱉으며 눈을 또 감았다. 긴 속눈썹 아래로 파르르 떠는 물결이 있어났다. 아내는 유두가 민감하다. 특히 뒤에서 가슴을 팔로 감으며 젖가슴을 살살 만져주면 콧소리를 내며 좋아했다. 늘어지지 않은 유방은 과일처럼 가슴 윗부분에 동그라니 맺혀 있다.
“근데 오늘 약속 있으시댔잖아요?”
“응, 지금 나가면 될 것 같아. 별일은 아니고 동기 녀석이 자꾸 보자고 해서”
동기는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한동안 못 보다가 대위 시절 2군 사령부의 예하 사단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었다. 50사단인 후방 사단에 근무한 둘은 마치 휴가철처럼 자주 시내에 나가 술도 마시고 그랬었다. 전방에서만 근무한지 거의 5,6년이 되어서야 맛본 꿀맛 같은 시절이었다. 그 후 다시 전근 명령을 받아 둘은 헤어지고 여태까지 자주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바로 엊그제 금요일 전화를 건 것이다.
“여 박 중령, 요즘 어떻게 지내나?”
마치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대뜸 묻던 그다. 걸걸한 목소리는 둥근 그의 얼굴을 얼른 떠올리게 했다.
“뭐라고 할까, 그냥 그렇다고 할까 심란하다고 할까, 어떻게 대답을 해줄까 김 중령!”
“글쎄 나하고 느낀 게 똑같지 않을까 한데....... 한번 만나지”
말을 길게 끊었다 짧게 ‘만나자’고만 하고는 전화를 끊은 그다. 보안에 몸에 밴 그답게 많은 말은 직접 얼굴을 보고 말하겠다는 것이리. 사실 요즘엔 전화도 믿을 수 없었다. 누군가 듣고 있을 거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비밀은 비밀로 존재하지 않은 세상이다. 그런데도 비밀들이 떠돌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했다. 아마 비밀로 인정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별일 아니겠지. 그저 쓴 소주 한잔 나누자는 거겠지.’
“그럼 다녀올 게. 그리고 내일 새벽 부대에 들어가야 되니까 준비 좀 해줘. 알지?”
“알았어요. 마음 푹 놓으시고 모처럼 만난 친구와 회포나 맘껏 풀고 오세요.”
준비라고 해봐야 뻔하다. 위스키 두 세병하고 예전에 읽었다는 위인전 몇 권 가방에 넣으면 다될 준비다. 위인전은 왜 그리 읽은 지 모를 일이다. 나폴레옹과 이 순신 같은 위인전뿐만 아니라 요즘엔 20세기 한국사니 조선실록 같은 것을 읽기도 했다. 그런 것들을 가방에 넣으면 가득 찼다. 새벽이면 운전병이 오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니지만 금년 들어서는 얼굴이 부쩍 야위어 보이기도 했다. 하나 있는 동생이 속을 썩여서는 아닌, 그 무엇인가가 있는 듯 했다. 동생일이야 잊고 산지 벌써 몇 년이다. 진작 내놓은 동생은 남처럼 지내고 있다.
‘그 무슨 조사위원횐가 뭔가 때문이 아닐까?’
양 은경은 남편이 나간 현관을 보며 어깨가 많이 줄어든 것이 그것 때문이 아닐까 했다. 갑자기 작년부터 군에서 죽은 병사들이 어떻게 해서 죽었는지 알아야 된다며 애꿎은 장교들만 달달 볶고 있었다. 그때마다 남편 얼굴이 안쓰러웠지만 ‘난 괜찮아, 내가 없을 때 일어난 일이야. 내가 있을 때 일어난 일라고 해도 난 결백하거든. 내 부하 누구하나 개죽음으로 몰아넣지는 않을 거야.’ 별일 아니란 듯 웃음으로 넘겼다. 그런데 떠도는 애기들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무슨 사령관을 불러다 취재하고 기무사령관까지 불러다 조사하겠다고 한 것을 보면....... 남편은 너무 작아 보였다.
박 봉근 중령, 올해로 군에 들어선지 근 20년이 되가는 그는 그렇게 큰 빛을 보지는 못했다. 쿤 빛이라고 해봐야 국방부나 합동참모부 따위에 근무 한 번 해보고 연줄을 잡아 쑥쑥 승진하는 것이겠지만 그에게는 남의 일이다. 그런 것보다는 땅을 헤집고 부하들과 능선을 달리며 적을 섬멸하는 것이 더 좋았다. 적? 그는 ‘적’을 생각하자 쓴웃음이 나왔다. 지금은 적이 누구인지 모른다. 처음 군을 택하고 전방의 매서운 찬바람을 온 몸으로 맞이할 때는 적이 분명 존재했다. 그 적은 바로 건너편 광야 너머로 보이는 저들이었다. 같은 얼굴 모양에 통역이 없이도 말이 통하는 그들이지만 적은 적이었다. 50년 전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 상처를 그만 아물어버리자고, 수술실로 꿰맨 채로 덮어버리자고 하더니 끝내 적이 되지 않았다. 이젠 적이 없다. 아니면 저 우주 너머에 숨어 있는 외계인이 우리 적일지도 모르지. 훗, 쓴웃음을 자꾸 흘리며 밤하늘을 올려본다. 별이 어깨의 계급장처럼 내리 누르자 쏟아지는 별빛을 피하며 약속 장소인 허름한 음식점으로 들어섰다.
거리를 뒤덮은 안개가 홀 안 까지 가득 차 보인다. 이곳은 호반이 생기고 난후 안개가 자주 끼었다. 그때마다 군인답게 이렇게 안개가 낀 날 침입하면 좋을 거란 엉뚱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안개가 아니라 고기가 구워지며 내는 매캐한 연기였다. 벌써 한 잔씩 걸친 모습이다.
“봉근이.....,”
김 중령은 다짜고짜 이름을 불렀다. 이 놈은 항상 이렇다. 넉살이 좋다고나 할까? 큰 목소리에 비해 얼굴 표정은 그늘이 져 보인다. 정말 무슨 일이 있나? 요즘엔 자고나면 흉흉한 소문이 떠돌아 마음들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래, 잘 지내나? 오랜 만이군”
박 중령은 김 일태 중령을 아는 채 손을 흔들어보이곤 빈자리에 앉았다. 그때서야 그가 혼자가 아니란 걸 알고는 누구? 라는 표정으로 눈짓을 보내자
“생각이 같은 사람들”
“처음 뵙겠습니다. 난 반 일균입니다. 직업은 없지만 신의 목소리로 먹고삽니다. 허허”
김 일태가 간단히 소개하자 목사라며 인사를 건넨 사람과 눈인사를 하자 그 옆에 사복차림의 남자가 김 중령의 말에 덧붙이며 자기소개를 했다.
“생각이 같은 사람이란 건 뜻을 같이한다는 거고 뜻을 같이 한다는 건 길이 같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전 이 태극이란 사람입니다. 이 분은 신의 음성으로 양식을 삼지만 전 인간의 목소리로 먹고 산다고나 할까요? 맞나 모르겠습니다만.”
얕은 웃음으로 말을 마치며 술잔을 든다. 무거운 음성 탓에 잔꾀를 부리는 사람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들의 만남을 축하하며, 아니 우리의 목마른 갈증을 누군가 적셔주기를 바라며”
‘챙!’ 네 개의 잔이 부딪히며 투명한 소주는 갈증을 적셔주듯 목을 타고 흘렀다.
“근데 김 일태, 한 가지만 묻자.”
술이 몇 순배 돌자 박 중령은 주위를 흘끔거리다 아무도 없자 친구이며 동료인 김 일태 중령에게 칼로 배 듯 물었다.
“뜻이 같다니 길이 같다니 하는 말이 뭐야?”
“응, 그거 별거 아냐. 너도 나 좋아하지? 나를 왜 좋아하니. 인물이 뛰어나서 가문이 좋아서, 아니지? 조국을 사랑하고 이 땅을 미워하지 않은 뜨거운 열정이 있어서 좋아한 거 아닌가? 나 역시 너, 이 중령을 그래서 좋아한 거고”
‘그래서만은 아닌데......’
“다만 요즘 돌아가는 판국이 영 마음에 안 들어. 조국이란 말 민족이란 말 뭔가 허전해.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까마귀 같다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아. 너는 안 그러냐?”
속으론 동감을 했지만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은 채 김 일태에게 더 말을 하라는 표정을 보냈다.
“요즘 목이 타 죽겠다. 물을 마셔도 가셔지지 않은 갈증이야. 타는 듯이 목구멍을 파고든 갈증은......,”
“잠깐만이요”
인간의 목소리로 먹고 산다는 어려보인 남자가 말을 제지하며 이었다. 인간의 목소리가 내내 궁금했지만 귀를 내주었다.
“지금 김 중령님이 말한 갈증은 혼자만의 갈증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갈증에 쌓여있습니다. 그 갈증은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입니다. 어둠이 내리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벌레도 아니고 무덤 속에 누워있다 피를 빨러 나오는 좀비도 아닙니다. 그 갈증은 내가 너를 모르고 네가 나를 모르고, 내가 너를 미워하고 네가 나를 미워하는 갈등 같은 것이죠. 얼마 전 누군가 여러분들의 명예를 깎아내린 적이 있었죠? 정말 그렇습니까? 독재시절 좋은 열매를 따서 먹었습니까?”
‘...............’
“바로 그겁니다. 우리들의 갈증이란 바로 그런 갈등입니다. 나 아니면 아무도 아니고 네가 없으면 내가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 하는 것. 더러운 것들입니다.”
맞아, 라고 고개들을 끄덕이자 신의 목소리로 먹고 산다는 목사도 거들었다.
“이렇게 가면 끝입니다. 하느님은 하늘에 있지 지상에 있는 게 아닙니다. 지상의 낙원이라고 민중들을 기만하는 저들의 속셈,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고 큰 소리를 내지만 결국은 서로를 증오하다 죽어가지 않겠습니까?”
“근데 그들이란 누구요?”
박 봉근 중령은 이들이 말끝마다 ‘그들, 그들’ 하자 대충 눈치를 챘으면서도 짐짓 물었다.
“아, 그거요. 그들은 바로 형님들에게서 적을 뺏어간 작자들이죠. 이 땅을 송두리째 그들이 저들에게 주려고 합니다. 누가 막겠습니까? 형님들이......, 하하하. 어렵죠. 그래서 이렇게 술이나 마시는 겁니다. 갈증을 적셔주는 술”
이 태극이라고 소개한 젊은 남자가 잔을 채우며 크게 비웠다.
사실 혼란스러웠다. 어느 정도 공감을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면 자꾸 약해지는 자신이었다. 녹색의 군복은 그 색답게 자연을 닮아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아닐 것인가.
“어이 박. 언제 시간을 좀 내줘. 김 소장님 알지? 지금 7사단에 근무하는 김 양근 소장님 말이야. 그 분하고 몇몇 분이 만나기로 했는데 너도 나와. 그날은 아마 선배들이 많이 나올 거야. 안부도 묻고 얼굴도 보고 좋잖아? 자, 자, 너무 취하면 안 되니까 자리를 옮기자고. 어디 시원한 맥주집이나 가 갈증을 더 가시게 해주자고”
박 중령은 술기운이 강하게 치고 올라오자 가슴에 힘을 주며 눈을 들었다. 3월인데도 이른 낮은 무더웠다. 더위가 한풀 가자 찬바람으로 하늘은 밝았다. 도시의 불빛 탓도 있지만 별이 무성했다. 부대에서 바라다 본 하늘과 다를 게 없었다. 이 땅을 비추는 별빛이다. 누가 뭐라 해도 아름다운 이 땅이다. 어머니의 젖줄 같은 산과 강이다. 이 젖줄을 지키는 사람이 바로 내가 아닌가, 하늘의 별은 곱게 흐르기 시작했다.
서울. 용산경찰서. 밤이 됐는데도 사무실의 불빛이 환하다. 5층 건물의 왼쪽 입구로 부부가 들어서는 모습이다. 1층 복도를 따라가다 안쪽 깊이 있는 형사과의 문을 들어선다. 역시 불빛이 밝다. 오늘도 날밤을 까야 하나, 하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최근 들어, 아니 언제나 그랬지만 강력범죄는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특히 용산서는 요즘 골치를 썩고 있었다. 이태원과 한남동 일대를 휩쓰는 그 놈들 때문이다. 그 놈들, 이란 것은 대충 한 놈은 아닐 거란 추측에서 그놈들이라고 한 것이다. 몇 놈인지는 모르지만 이태원과 한남동 일대를 쓸고 다니면서 미군을 습격하고 특히 여군은 그냥 두지 않은 게 문제였다. 폭행은 물론 강간까지 일삼았다. 처음엔 백마에 굶주린 별 들, 하며 웃었지만 갈수록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문제는 내국인이라면 간단하겠지만 미국인이라 컸다. 국가와 국가간 문제로 비화되고 있었다. 가뜩이나 껄끄러운 판에 이런 일까지 터지니까 골치를 썩이고 있던 판이었다. 빨리들 나가!, 과장이 소리칠 때 마침 부부가 들어섰다. 깔끔한 차림의 중년부부다.
“또 오셨습니까? 자주 오시지 않아도 되는데......,”
실망의 빛을 보인 여인은 막 울려는 목소리다. 남자가 여인을 감쌌다.
“우리도 알아는 보고 있지만 관할이 달라서, 야 그거 어떻게 됐어?”
짜증 섞인 목소리가 역력하다. 가뜩이나 골치 아픈데 집나간 다 큰 처녀를 찾아달라는 이 부부의 간청은 욕심으로까지 보였다. 물론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이런 생각을 갖기는 하지만 어린아이도 아니고 상황판단 능력이 있는 성인을 이 바쁠 때 경찰이 찾아줄 수 있을까?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애는 가출이나 할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 청주도 가봤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다는 대답 뿐 접수만 받아두고 기다리라고 하니 이것 참”
유경의 부모는 처음엔 믿겨지지 않았다. 청주에서 자취를 하며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처음 몇 주는 어디 여행이라도 갔나 했다. 그래도 연락이 끊기자 부랴부랴 청주로 내려가 뒤졌다. 어디에고 없었다. 하늘로 사라지거나 땅으로 꺼진 것처럼 종적이 묘연했던 것이다. 작년 9월에 가출인 신고 접수를 했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도 알아보고만 있다는 회신이다. 오늘 이렇게 들린 것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서다. 딸 친구인 은혜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대학 4학년이 될 때까지 무사했던 딸이 갑자기 사라지니 부모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가뭄으로 갈라진 대지에 먼지가 휭휭 일고 있었다.
“더 기다려 보시죠? 무슨 일이야 있겠습니까. 전산망으로 계속 찾아보고 있으니까 어디엔가 있으면 틀림없이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저희를 믿으시고........”
머리가 벗어진 과장은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은 얼굴이다. 이런 시간이라도 아껴서 그놈들을 잡으려는 마음이다. 요즘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걸핏하면 집을 나가고 애인과 눈 맞아도 나가고, 돈 벌겠다고 나가고 그는 속으로 혀를 차며 부부를 밖으로 안내했다.
“혹시 죽지는 않았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흑”
유경의 어머니는 끝내 참던 눈물을 터트렸다. 한번 터진 울음은 쉬 멈춰지지 않았다. 남자도 자꾸 눈을 훔쳤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세상이 흉흉해도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저희가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 댁에 가셔서 기다리시죠.”
죽었으면 시체라도 있을 것 아니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했다. 부패한 시체가 간혹 발견되기도 하지만 아직 비슷한 시체는 나오지 않았다.
“야 이 새끼들아, 이것 봐. 이거 뭔지 알지? 이 푸른 색깔이 아름다운, 우리들을 인간답게 만들어 줄 바로 돈이란 거다.”
“우와, 냄새 좀 맡아보자. 창자가 비비 꼬인다 꼬여.”
큰 가방의 자크를 열자 만 원 권 지폐들이 꾸러미로 묶여 있다 손과 손으로 흩날렸다. 푸른 잎이 셋에게 축복처럼, 타는 논을 적시는 단비처럼 내리고 있었다.
큼직한 가방을 들고 봉구가 세차장에 들어설 때부터 둘은 환호성이었다. 은행으로 수금 간다는 말을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둘이었다.
“이거 괜찮은 장사네 그래. 모두 얼마야. 몇 천은 되겠는데........”
춘식은 다발을 들어 묵직한 느낌을 즐기며 얼굴에 비볐다. 빳빳한 신권이 주는 향기가 코에 산뜻했다. 며칠 전 돌려보낸 그년의 냄새가 담겨있는 듯 했다. 풋풋함.
“너희는 뭐 할 거냐? 난 이 도시를 떠나고 싶은데.......,”
봉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유석은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은지 입을 다물었다. 춘식은 생각이 있었다. 구두 가게를 하나 내는 게 꿈이었다. 은은한 가죽냄새 가득한 매장에서 여자들의 맨발을 만지며 느끼고 싶었다. 여성용 구두전문점. 그러나 말은 하지 않았다.
“몇 번 더 하면 재벌이 따로 없겠다. 봉구야. 우리 또 한탕 하자”
헤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던 유석도 돈을 만지니 좋은 가 보다. 씹도 좋지만 역시 돈이 좋긴 좋았다. 통통한 그년의 몸을 올라타 뿌리를 박을 때의 짜릿함이 아랫도리를 스쳤다.
“그래서 내 말이 그거야. 돈도 벌고 재미도 보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일했다고 칭찬 받고, 그렇지? 오늘밤 당장 나가자고, 어때?”
“오늘? 좋다 나가자. 이 기쁨을 세상에 널리 퍼트리자, 오케이!”
봉구와 유석이 맞장구를 치는 그 시간에도 해는 머뭇거리지 않고 세차장에 어둠을 가져왔다. 어둠은 축제의 불꽃을 돋보이게 하는 것. 적어도 셋에게는 그랬다. 지금은 불꽃놀이를 하기에 너무 좋은 시간. 좆을 세우며 어둔 하늘을 긋는 오줌줄기를 키득거리며 보던 셋은 스멀스멀 가슴이 간지러웠다. 좆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그것을 막으려는 봉구, 유석이나 그런 둘을 쳐다본 춘식도 마찬가지였다. 머리 속에 발가벗은 여체가 떠오르자 목마름이 독하게 찾아왔다. 살갗이 거뭇해지며 근육이 팽창되었다. 봉구의 주먹에서는 으드득, 뼈가 튕겼다.
어둔 거리. 세 청년의 빠른 걸음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청주의 고급주택가로 그들을 옮겨 놓았다. 빠른 걸음이 마치 먹이를 찾는 늑대다. 눈까지 푸르게 빛났다. 얼굴은 냉기가 흘렀다. 그래서 입을 열고 후, 불면 사람마저 얼어붙게 만들 것 같다.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셋은 벽에 붙었다. 지나가던 도둑고양이가 겁을 먹고 울며 담을 탔다.
고급승용차가 편안한 엔진을 자랑하며 넓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방범초소를 지나 세 번째 집 앞에 멈춰 그 편안한 엔진을 끄자 그것을 신호로 검은 그림자가 날랐다. 도어를 열고 닫을 틈도 없었다. 오늘은 단지 이 영은 변호사에게 또 다른 날 일뿐이었다. 딸이 학교를 마친 시간과 자신이 사무실을 나선 시간이 같아 항상 오는 길에 데리고 올 뿐, 오늘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 8시면 집에 도착해 씻고 저녁을 먹고 TV를 보거나 과일을 먹으며 오늘 하루를 깔깔거리며 애기하다보면 남편이 들어설 것이다. 평일엔 보통 그랬다. 다만 오늘만 다를 뿐이었다.
뒷좌석에 던져진 그녀는 숨을 죽이며 딸을 끌어안았다. 겁이 가득한 딸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소리를 치면 된다고, 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냐고 자신도 가끔 피해자에게 묻곤 했다. 사무실을 찾아온 피해 여성 중에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눈물을 흘리곤 했다. 그놈을 꼭 콩밥을 먹게 하겠다는 여자들을 볼 때마다 동정의 눈길보단 어쩌면 경멸의 시선을 주었는지도 몰랐다. 얼마나 처신을 그랬으면 남자들이 껄떡댔을까, 아마 그런 얼굴이었을 것이다. 성폭행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움직이는 바늘에 실을 꿰겠는가? 생각해보라. 그래서 여자들이 문제인 거다. 남자의 친절에 속고, 돈 많아 보이는 사기에 속거나 설마 나를? 하는 착각들 때문인 거다. 적어도 조금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을 한 이 변호사다. 손목시계는 8시를 넘어 30분이 되었다. 휴대폰은 이미 이들이 가져갔다. 전원까지 꺼버린 이들은 뒷좌석으로 밀어 넣고 칼로 위협했다. 무서운 얼굴이 처음엔 가면을 쓴 것처럼 보였다. 특히 뱀눈을 한 남자는 마주보기가 두려웠다. 작은 눈에서 쏟아진 빛은 벌어진 입을 다물게 하지도 못했다. 목을 누르는 칼보다 더 무서웠다. 시꺼먼 천으로 만든 봉지를 머리에 씌웠다. 딸도 마찬가지로 봉지를 씌우곤 머리를 양 다리 사이에 넣게 했다. 두 손은 등 뒤로 돌려 끈 같은 것으로 묶었다.
검정색 에코우스는 번화가와 단지를 지나 외곽으로 빠르게 달렸다. 목적지는 두 시간 전 떠났던 바로 그 세차장. 엔진이 멎어도 꼼짝 않고 있는 그녀의 머리를 톡톡 치며.
“고개를 들어. 너도. 너흰 우리를 못 보지만 우린 너희를 보고 있어. 그게 무슨 말인지 알지? 까불지 말란 말이야. 까불면 그 어둠 속 같은 깊은 땅 속으로 보내줄 테니까. 알간?”
“네........., 네.........”
봉지 속으로 가느다란 대답. 딸도 덜덜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봉지에 가려진 눈이 볼수 있는 것은 이들 말대로 어둠이었다. 교복을 입고 있는 딸은 치마 밑으로 드러난 다리며 상의로 볼록한 가슴마저 성숙해 보였다. 춘식의 눈은 어김없이 살색의 스타킹에 머물렀다. 바지 앞을 문지르며 소녀의 어머니를 건드렸다.
“일어나. 너부터.”
어깨를 잡은 손에서 강단이 느껴졌다. 힘이 무척 셌다. 쉽게 어깨를 잡아끌자 썩은 풀이 빠지듯 밖으로 꺼내졌다. 이들의 행동은 거칠었다. 여자라고 부드럽게 대해주는 매너 따위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두 째치고 어떤 봉변을 당할 것인가 아득하기만 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몰랐다. 봉지에 가린 얼굴로는 알 수 없었다.
자신들을 끌고 어디론가 들어간 듯 문소리가 들렸다. 외진 곳인지 멀리서 경적 소리가 들렸다.
“앉아, 거기.”
딱딱한 나무의자에 둘이 앉자 차가운 음성이 이어졌다. 아마 그 뱀눈을 한 남자이리라.
“네년은 우리에게 빚이 있어.”
대뜸 상소리다. 그런데 빚이라니. 이 변호사는 순간 얼마 전 패소를 했던 사건이 떠올랐다. 준비를 많이 했다고는 하지만 검사의 날카로운 질문을 피하지 못했다. 원고가 오히려 피고가 돼버린 그날의 그 법정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밝은 투피스차림의 여인은 화사해보였다. 귀티가 흘러넘친 몸가짐이 여유가 있어 보였다. 무릎 아래를 살짝 가린 스커트는 의자에 앉자 무릎 위로 말아 올라가며 허벅지를 조금 내보였다. 다리를 한 쪽으로 모아 앉는 모습이 얼굴을 가린 저 검은 봉지만 없다면 영락없이 법정에 앉아 있는 듯 했다. 연노랑의 투피스는 노란 꽃 봉우리를 터트리는 개나리였다. 가슴이 크게 움직이는 걸로 봐 겁먹은 듯 했다. 커피색 스타킹의 다리는 중년의 나이답지 않게 날씬했다. 날씬한 다리는 곱게 뻗어가다 고동색 구두에 멈췄다. 굽이 낮은 펌프스다. 위로 드러난 발등은 살이 통통했다. 유석은 잠깐이었지만 멀리서 봤던 얼굴도 아름다웠다는 생각을 하며 아랫도리가 근질거려 미칠 지경이 되었다. 바지가 부풀자 아예 벗어버린 유석이다. 팬티까지 벗어던지자 거대한 물건이 스프링처럼 튀어 나왔다. 그것을 본 봉구도 따라서 옷을 벗었다. 홀딱 벗은 둘의 하체는 발기한 좆이 건들거렸다. 귀두가 벗겨진 좆은 피가 몰려서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지 빨갛게 보였다. 마치 큰 나무토막에 붉은 칠을 한 것 같다.
“빚은 얼마 안돼. 1억이야. 1억을 내놓으면 여기 이렇게 발발 떨고 있는 니 년 딸은 손대지 않겠어. 아니면 니 년 딸이 보는 앞에서 질퍽하게 놀거나 니 년이 보는 앞에서 이 야들한 것을 데리고 놀던지, 어때?”
숨이 막혔다. 바위가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물에 잠겨가며 마지막 숨을 쉬는 자신이 보이기도 했다. 1억? 큰 돈이다.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래도 딸아이만은 험한 꼴을 피해주고 싶었다. 묶인 손이 아파왔다.
“그, 그러겠어요. 돈을 드리겠어요. 그러니........”
유석은 이미 좆을 건들거리며 투피스 차림 화사한 여자의 뒤에서 목덜미를 핥고 있었다. 소스라친 목소리. 어깨를 움츠리며 혀를 피하던 여인은 비명을 질렀다. 덩달아 딸년도 울음소리다. 아랑곳 하지 않으며 가위로 검정 봉지를 오렸다. 차가운 금속성이 얼굴을 소름끼치게 했다. 눈과 코 부위만 남겨 놓고 귀와 입이 드러났다. 작은 귀는 솜털이 송송한 귓볼과 귓구멍을 드러냈다. 목덜미를 핥던 혀가 이젠 귓볼을 간질였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질퍽한 혀는 귓구멍을 쑤시고 들어섰다. 너무나 이상한 느낌, 이 느낌은 자신을 비루한 것으로 만들었다. 보이지 않은 누군가의 혀는 이 변호사에게 참기 어려운 경멸을 주려는 듯 침 묻은 혀로 귓구멍을 연신 후볐다.
“졸깃한 게 아주 맛있어. 아래 구멍도 이렇게 맛있을까? 이 뜨거움, 이 부드러움. 이 작고 귀여운 구멍. 흐흐흐 더 넣어줄까? 아주 깊숙이 뇌까지 닿게?”
역겨운 숨소리엔 헉헉댄 비릿한 내음이 배었다. 혀를 뺐지만 이번엔 귀 가까이 입을 대고 말을 뱉었다. 머리가 윙 하니 울렸다.
“다음은 이 예쁜 입술. 좆대가리를 기다리는 이 입술을 맛볼까? 분홍색 입술을 더듬으며 내 혀를 넣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좆을 빨듯 자근자근 빨아야 돼. 영 파이면 니 딸년에게 대신 빨게 할 테니까. 야들한 입술도 좋거든”
‘윽!’ 그녀는 얼굴을 돌렸다. 비릿한 냄새는 도저히 참기 어려웠다. 말을 할 때마다 입가에 닿는 뜨거운 바람도 싫었다.
“안 되겠는데....... 야, 저 년 좀 손 봐줘”
유석은 여유의 몸짓으로 춘식에게 턱짓을 했다.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소녀 역시 살색스타킹의 두 다리를 모으고 있었다. 통통한 다리다. 하양과 빨강이 어우러진 운동화를 벗기고 싶었던 춘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 말만 잘 들으면 아무 일 없어. 너가 잘 해야지 저기 있는 네 엄마도 괜찮을 거야. 자, 착한 아이 일어나 의자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지 않겠니?”
조용한 음성은 소녀를 일어나게 하고 의자에 올라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위협이 없는 편안한 목소리는 소녀를 얼굴을 반대로 하고 무릎을 꿇게 했다. 춘식은 소녀의 둔부를 보며 앉았다. 치마로 가려진 둔부는 그리 크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동그란 게 보기 좋았다. 운동화를 벗기자 스타킹에 쌓인 발바닥이 먹음직스럽게 피어났다. 춘식은 또 그날처럼 피가 들끓었다. 역류하는 물길이 소용돌이를 쳤다. 땀내음이 진득한 운동화를 들어 깊이 들이킨 그는 손을 뻗었다. 물큰한 살. 따뜻함. 식욕을 돋우는 향료를 골고루 뿌려놓은 듯한 음식이 그를 당겼다. 유석은 여자의 입을 벌리고 혀를 넣고 있다. 딸아이 대신 자신이 당하는 게 더 나을 거란 생각일 것이다. 이를 악물었지만 강한 혀는 앞니를 열고 입안으로 개선장군처럼 들어섰다. 깨물면, 더 큰 고통이 올 것이란 생각에 이를 벌리고 남자에게 맡겼다. 썩은 냄새. 자신이 그렇게 썩고 있는 듯 했다.
작고 갸름한 발바닥을 손가락으로 그으며 왼손으로 치마를 들친 춘식이다. 허벅지까지 스타킹의 살색과 어울린 피부는 그 위로 하얀 속살이다. 하얀 속살처럼 하얀 팬티는 꽃이 몇 송이 피어있다. 파란꽃과 하얀 팬티가 조화를 이루며 춘식을 흥분시켰다. 얼굴을 발바닥에 대고 따뜻함을 맛본다. 이 향기. 운동화의 고무 향과 소녀의 땀내음은 욕정의 체취다. 치마를 다시 내리고 엉덩이를 들게 했다. 통통한 종아리가 끝없는 선로처럼 펼쳐졌다. 이 선로를 따라 영원히 가고 싶은 춘식이다. 입술로 스타킹 속 종아리를 물며 무릎까지 오르다 오른쪽 종아리로 옮겨 발끝까지 핥았다. 뒤꿈치는 동그란 조약돌이다. 맑은 물에 잠긴 조약돌을 꺼내들 듯 뒤꿈치를 잡고 만지작거린다. 오물거린 발가락도 귀엽기 그지없다. 쪽, 소리가 나도록 큰 엄지를 빤다. 어른의 그것보단 작았지만 입안에 담고 돌돌 말기에 그만이다. 저 쪽에 앉아있는 저 여자의 발가락도 혀로 살살 감아주고 싶었다. 유석이 끝나면 그때부터 할 수 있을 것이다. 저 잘 빠진 다리를 쓰다듬으며 내 좆은 촉촉한 입을 넘나들 것이다. 침이 스타킹을 적신다. 가위를 들어 스타킹의 재봉선을 자른 춘식은 보드라운 맨발을 다 먹어버릴 듯 빨아댔다. 깨끗한 살이 빨 때마다 진한 분홍빛을 띄웠다. 잔 티 하나 없는 청결한 발바닥을 골고루 핥아도 겁에 질린 소녀는 손이 묶인 그대로 있었다. 엄마의 가벼운 신음 소리가 들리면 가끔 몸을 뒤틀 뿐.
유석은 침으로 번들거린 좆을 꺼냈다. 불빛에 반사된 침이 고기비늘처럼 반짝거렸다. 너무 커진 좆이다. 한 손으로 쥔 그것은 큼직한 몽둥이로 변해있었다. 작은 유리병 속 공룡이 물을 먹고 커지듯 유석의 물건은 여자의 침을 먹으며 저렇게 커진 것 같다. 폭발 직전의 좆을 만지작거린 그는 여자의 상의를 쓰다듬었다.
“사람들은 정이 없다고 하지. 나눔이 없으니까 정이 없다는 거야. 가슴을 닫고 살면 정이 없어지는 거거든. 이제 우리 가슴을 열자고. 이렇게 가슴을 가리고 살면 따뜻한 정이 오갈 데 없이 사라져버리지. 자, 내가 벗겨주지”
화사한 상의의 단추를 풀고 어깨 너머로 젖혔다. 가벼운 몸부림을 해보지만 딸 아이 쪽 부스럭거린 소리에 혹시나 한 마음으로 크게 저항을 하진 못했다. 블라우스는 하얀색이다. 마저 단추를 푸르고 뒤로 젖혔다. 블라우스와 같은 색의 브라가 유방을 감싸고 있다. 여자 뒤에 선 유석은 연인이 안듯 손으로 두 유방을 거머쥐었다. 풍만한 젖통은 브라 속에 숨어 숨을 쉴 때마다 오르락내리락 했다. 후크가 풀렸다. 가슴에 있는 후크를 풀자 두 쪽으로 갈리며 하얀 유방이 출렁거렸다. 젖꼭지는 시커먼 포도알이다. 암소의 두 눈동자처럼 무슨 일인가 하며 깜박거렸다.
“이제 정을 나누는 거야. 우리가 사는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는 사랑을 나누어야 해. 이 가슴에 들어 있는 사랑을 우리에게 단비처럼 내려주었으면 좋겠어.”
“그만......... 하세요.”
더듬거린 말은 울음으로 끝났다. 봉지 속의 눈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입가에 고이다 가슴으로 떨어졌다.
“따뜻한 눈물이로군. 단비를 마신 느낌이야.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어. 내가 다 마셔줄 테니까. 이 젖통에 든 우유며 이 안에 있는 생명수까지 다 마셔주지”
유석은 상체를 기울여 젖가슴에 흐른 눈물을 쪽쪽 빨았다. 손가락으로 젖가슴을 건드리곤 이내 아랫배 밑으로 손을 뻗었다.
“흑! 다 드릴 게요. 잘못 했어요. 보내줘요.”
힘이 들어 있지 않은 작은 음성이다. 모욕으로 얼룩진 말이다. 울면서 띄엄띄엄 말을 한 것이 마치 단어를 나열한 듯하다. 딸아이가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걱정도 있는 듯 하다. 만약 욕을 당한다면 엄마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남편 역시 어떨까? 두려움이 앞섰다. 이 영은은 그것이 두려웠다. 돈보다도.......
자신의 두 발목을 누군가 잡았다. 춘식이다. 교복 차림의 소녀는 아직도 의자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엉덩이를 내려 종아리에 올려놓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 소녀의 뒷모습을 보자 봉구 역시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저 아래에서부터 뜨거운 그 무엇이 옴 몸을 감싸 안았다. 용암이 지면을 뚫으려고 약한 지반을 찾고 있는 것처럼 봉구도 그것이 필요했다.
“조용히 있으면 네 엄마는 무사해. 여기로 올 때 그대로 다시 집으로 갈 수 있어. 빨리 집에 가고 싶지? 그럼, 그럼, 내일 학교도 가야하고. 그러니까 입을 열면 안 돼. 어떤 소리도 새나오지 않게 다물고 있어야 돼. 알았지? 네 엄마를 생각해서”
조용한 음성은 이 영은에게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발목이 들려지고 구두가 벗겨지고 스타킹이 팬티까지 벗겨지고 있어 다른 무엇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젠 당했구나, 하는 절망감뿐이었다. 아랫도리가 허전해졌다. 치마만 입었지 그 속은 다 발가벗겨졌다. 다리를 들어올리고 의자 옆으로 벌렸다. 의자에 두 발을 얹고 무릎을 벌린 자세다. 정면에서 봤다면 그 흉측한 꼴에 얼굴을 들지 못했을 것이다. 봉지에 가려진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검은 숲이 벌어진 틈은 붉은 꽃이 막 피어났다. 그 붉은 꽃을 헤치며 낮선 이물질이 들어섰다. 굵직한 손가락이다. 하체 가까이 남자가 느껴졌다. 뜨거운 숨이다. 유방은 손이 가는대로 모양이 바뀌었다. 주물럭거릴 때마다 출렁출렁 물결이 인 유방은 유두를 세우며 유석의 입으로 들어갔다. 딱딱하게 굳은 젖꼭지를 이빨로 깨물며 젖을 먹은 어린아이처럼 쭉쭉 빨았다.
‘음.......,’ 여자는 순간 낮은 신음을 냈다. 다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손길과 그곳을 들락날락한 손가락은 유두를 딱딱하게 만들고 유륜을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자신도 모르게 하체를 비틀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들의 손은 인간의 그것이 아닌 본능에 충실한 동물의 그것이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이 어딘지 찾아다니는 탐지계였다. 발가락을 빨 때는 등골이 짜릿했다. 그녀는 사실 남편이 발을 만져주면 좋아했다. 입으로 키스를 해주면 더 흥분이 되곤 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뚜껑을 열고 작은 클리토리스를 정성스럽게 애무해주면 털처럼 붕 뜨기도 했다. 춘식은 집게손가락에 질퍽한 애액이 묻어나자 코로 향기를 맡았다. 향기는 그의 이빨을 세웠다. 잇몸이 간지럽기 시작했다. 참기 어려운 흥분. 자라는 강아지가 물건을 씹듯 발가락을 잘게 깨물었다. 의자 위에 놓은 발가락은 길쭉했다. 자연색인 발톱이 정갈했다. 안으로 휜 발을 들어 부드러운 살을 눈으로 즐겼다. 동그란 뒤꿈치, 스타킹 올을 넓히며 반질반질한 뒤꿈치를 물었다. 굳은 살 하나 없는 살집이다. 피부를 벗겨낼 정도로 이빨로 깨물며 핥았다. 가죽향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물어뜯고 싶은 욕망이 들었지만 눌렀다. 지금은 그래선 안 되기 때문이다. 손가락을 꺼낸 구멍은 아직도 벌렁거리며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종아리, 허벅지를 핥은 혀가 그 숲을 헤집었다. 긴 혀를 밀어 넣자 여자는 허리를 비비 꼬며 머리를 젖혔다. 소리는 내지 않았다.
“알았지?”
봉구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치마를 들쳤다. 앙증맞은 팬티를 아래로 벗겨내도 소녀는 입을 벌리지 않았다. 엄마를 위한 소녀의 마음에서다.
발기한 봉구의 물건도 컸다. 크기만이 아니라 길이도 길었다. 틀림없이 소녀의 샅을 찢고 말 것이다. 작은 두 봉우리. 하얀색의 봉우리는 눈 덮인 산이다. 두 갈래 사이에 대고 문질렀다. 소녀는 소름이 끼쳤지만 이를 악물었다. 액체가 쏟아졌다. 봉구는 정액을 손에 묻혀 갈래 사이에 발랐다. 바르면서 항문 안에까지 집어넣었다. 밀집한 주름을 벌리고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차츰 움직임이 좋아지자 꼴릴 대로 꼴린 대가리를 속으로 넣기 시작했다.
박봉구 외
박봉근 중령(43) 사단참모 통신
이영은(41) 변호사
10부 타는 목마름
“뽀뽀해주고 싶어”
해맑은 살을 드러낸 어깨와 얼굴이 아래로 보인다. 아름답다 라기 보다는 이젠 중년으로 기우는 농염함이 살짝 배어있는 여자.
얼굴을 남자의 사타구니에 밀어 넣으며 루즈를 칠하지 않은 연한 입술을 벌려 반은 일어난 물건을 희롱하듯 핥는다.
“음......,”
남자는 두 다리에 힘을 주며 손바닥으로 여자의 머리를 감싼다. 얕게 깔린 향기가 코에 스친다. 창포향인가? 고향 방죽의 물은 항상 안정과 고요를 주었다. 그 속에 피어나는 창포 역시 차분함을 주었다. 창포가 지면 분홍, 하양의 연꽃이 뒤를 따랐다. 꽃대를 세우고 진흙의 정수를 품어 올리는 연꽃은 화려함보다는 오히려 숙연함을 주었다. 물이 흐려도 꽃은 아름답게 피어올랐다.
아! 이런 부드러운 입맞춤은 항상 좋았다. 처음엔 싫다고 뒤로 빼기도 했지만 얼마 전부터는 스스로 손으로 애무하다가 빨았다. 매콤한 혀의 감촉은 남자의 잠자는 신경을 일으켜 세웠다. 스프링처럼 불끈 솟아난 물건을 입에서 빼어내고 여자의 배 위로 올라탔다. 물컹, 연못의 물결이 하나 둘 커지다 거센 회오리가 된다.
“하! 하!”
아래 허리를 활처럼 희며 여자는 눈을 감는다. 마지막 절정이 타오르기 직전이다. 이런 뜨거운 불길은 전에 없이 강하게 여자의 온 몸을 태웠다. 숨을 몰아쉬며 남자의 등을 감아쥔다.
“더, 더요. 조금만 더.”
남자는 이미 사정을 했는지 얼굴을 여자의 귀엣머리에 대고 입술로 땀을 적시고 있다. 오늘 이렇게 갈증 난 육체가 마른 땅을 적시는 빗줄기가 된 것은 아마 몇 달은 넘었을 것이다. 나도 무던하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약속을 떠올렸다.
조금 있으면 그러니까 지금 시간에서 두어 시간 뒤면 모임에 나가야 한다.
이번 모임은 사실 큰 의미가 없는 그렇고 그런 자리일거라고 하면서도 그렇지 아닐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전화 속 목소리는 쾌 다급하게 그를 찾았고 수화기를 대자마자 자신을 확인한 그는 긴 말하지 않겠다며 단도직입 바로 거기서 만나자는 것이다. 오늘은 모처럼 만의 비근이었다. 전방에서 근무한 박 중령은 아이들 교육 때문에 조금 큰 도시인 이곳 춘천에 집을 하나 더 마련했다.
“아니 그대로 가만......”
아내의 목소리엔 갈증이 아직 적셔지지 않은 다급함이 배어났다. 올 해로 서른아홉인 아내는 제법 풍만한 몸매를 무너뜨리지 않고 여직 간직하고 있다. 아이를 둘이나 낳고 키운 아내지만 타고난 탓인지 아니면 군인의 아내가 뚱뚱하면 남들이 흉본다고 그런지 몸을 가다듬은 탓일 지도 모른다.
“아......, 사랑해요”
두 다리를 꽉 끼우며 몸을 부르르 떨던 아내는 그제야 흙먼지 이는 땅에 소나기가 내린 듯 손을 풀고 그의 짧은 머리를 만진다.
“당신도 이제 보니 많이 늙었네요? 이 흰머리 좀 봐.”
“당신도 가까이 보니 똑 같았는데 뭘”
박 중령은 두툼한 손가락 사이로 아내의 머릿결을 슬어본다. 땀이 젖은 머리에서 풍기는 아내의 향기는 상큼한 처녀의 것이라기보다는 살림을 챙겨야하는 삶의 향기가 묻어났다.
젖은 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하며 큰 검정콩 같은 젖꼭지를 쥐자 아내는 가벼운 신음을 뱉으며 눈을 또 감았다. 긴 속눈썹 아래로 파르르 떠는 물결이 있어났다. 아내는 유두가 민감하다. 특히 뒤에서 가슴을 팔로 감으며 젖가슴을 살살 만져주면 콧소리를 내며 좋아했다. 늘어지지 않은 유방은 과일처럼 가슴 윗부분에 동그라니 맺혀 있다.
“근데 오늘 약속 있으시댔잖아요?”
“응, 지금 나가면 될 것 같아. 별일은 아니고 동기 녀석이 자꾸 보자고 해서”
동기는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한동안 못 보다가 대위 시절 2군 사령부의 예하 사단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었다. 50사단인 후방 사단에 근무한 둘은 마치 휴가철처럼 자주 시내에 나가 술도 마시고 그랬었다. 전방에서만 근무한지 거의 5,6년이 되어서야 맛본 꿀맛 같은 시절이었다. 그 후 다시 전근 명령을 받아 둘은 헤어지고 여태까지 자주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바로 엊그제 금요일 전화를 건 것이다.
“여 박 중령, 요즘 어떻게 지내나?”
마치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대뜸 묻던 그다. 걸걸한 목소리는 둥근 그의 얼굴을 얼른 떠올리게 했다.
“뭐라고 할까, 그냥 그렇다고 할까 심란하다고 할까, 어떻게 대답을 해줄까 김 중령!”
“글쎄 나하고 느낀 게 똑같지 않을까 한데....... 한번 만나지”
말을 길게 끊었다 짧게 ‘만나자’고만 하고는 전화를 끊은 그다. 보안에 몸에 밴 그답게 많은 말은 직접 얼굴을 보고 말하겠다는 것이리. 사실 요즘엔 전화도 믿을 수 없었다. 누군가 듣고 있을 거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비밀은 비밀로 존재하지 않은 세상이다. 그런데도 비밀들이 떠돌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했다. 아마 비밀로 인정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별일 아니겠지. 그저 쓴 소주 한잔 나누자는 거겠지.’
“그럼 다녀올 게. 그리고 내일 새벽 부대에 들어가야 되니까 준비 좀 해줘. 알지?”
“알았어요. 마음 푹 놓으시고 모처럼 만난 친구와 회포나 맘껏 풀고 오세요.”
준비라고 해봐야 뻔하다. 위스키 두 세병하고 예전에 읽었다는 위인전 몇 권 가방에 넣으면 다될 준비다. 위인전은 왜 그리 읽은 지 모를 일이다. 나폴레옹과 이 순신 같은 위인전뿐만 아니라 요즘엔 20세기 한국사니 조선실록 같은 것을 읽기도 했다. 그런 것들을 가방에 넣으면 가득 찼다. 새벽이면 운전병이 오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니지만 금년 들어서는 얼굴이 부쩍 야위어 보이기도 했다. 하나 있는 동생이 속을 썩여서는 아닌, 그 무엇인가가 있는 듯 했다. 동생일이야 잊고 산지 벌써 몇 년이다. 진작 내놓은 동생은 남처럼 지내고 있다.
‘그 무슨 조사위원횐가 뭔가 때문이 아닐까?’
양 은경은 남편이 나간 현관을 보며 어깨가 많이 줄어든 것이 그것 때문이 아닐까 했다. 갑자기 작년부터 군에서 죽은 병사들이 어떻게 해서 죽었는지 알아야 된다며 애꿎은 장교들만 달달 볶고 있었다. 그때마다 남편 얼굴이 안쓰러웠지만 ‘난 괜찮아, 내가 없을 때 일어난 일이야. 내가 있을 때 일어난 일라고 해도 난 결백하거든. 내 부하 누구하나 개죽음으로 몰아넣지는 않을 거야.’ 별일 아니란 듯 웃음으로 넘겼다. 그런데 떠도는 애기들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무슨 사령관을 불러다 취재하고 기무사령관까지 불러다 조사하겠다고 한 것을 보면....... 남편은 너무 작아 보였다.
박 봉근 중령, 올해로 군에 들어선지 근 20년이 되가는 그는 그렇게 큰 빛을 보지는 못했다. 쿤 빛이라고 해봐야 국방부나 합동참모부 따위에 근무 한 번 해보고 연줄을 잡아 쑥쑥 승진하는 것이겠지만 그에게는 남의 일이다. 그런 것보다는 땅을 헤집고 부하들과 능선을 달리며 적을 섬멸하는 것이 더 좋았다. 적? 그는 ‘적’을 생각하자 쓴웃음이 나왔다. 지금은 적이 누구인지 모른다. 처음 군을 택하고 전방의 매서운 찬바람을 온 몸으로 맞이할 때는 적이 분명 존재했다. 그 적은 바로 건너편 광야 너머로 보이는 저들이었다. 같은 얼굴 모양에 통역이 없이도 말이 통하는 그들이지만 적은 적이었다. 50년 전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 상처를 그만 아물어버리자고, 수술실로 꿰맨 채로 덮어버리자고 하더니 끝내 적이 되지 않았다. 이젠 적이 없다. 아니면 저 우주 너머에 숨어 있는 외계인이 우리 적일지도 모르지. 훗, 쓴웃음을 자꾸 흘리며 밤하늘을 올려본다. 별이 어깨의 계급장처럼 내리 누르자 쏟아지는 별빛을 피하며 약속 장소인 허름한 음식점으로 들어섰다.
거리를 뒤덮은 안개가 홀 안 까지 가득 차 보인다. 이곳은 호반이 생기고 난후 안개가 자주 끼었다. 그때마다 군인답게 이렇게 안개가 낀 날 침입하면 좋을 거란 엉뚱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안개가 아니라 고기가 구워지며 내는 매캐한 연기였다. 벌써 한 잔씩 걸친 모습이다.
“봉근이.....,”
김 중령은 다짜고짜 이름을 불렀다. 이 놈은 항상 이렇다. 넉살이 좋다고나 할까? 큰 목소리에 비해 얼굴 표정은 그늘이 져 보인다. 정말 무슨 일이 있나? 요즘엔 자고나면 흉흉한 소문이 떠돌아 마음들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래, 잘 지내나? 오랜 만이군”
박 중령은 김 일태 중령을 아는 채 손을 흔들어보이곤 빈자리에 앉았다. 그때서야 그가 혼자가 아니란 걸 알고는 누구? 라는 표정으로 눈짓을 보내자
“생각이 같은 사람들”
“처음 뵙겠습니다. 난 반 일균입니다. 직업은 없지만 신의 목소리로 먹고삽니다. 허허”
김 일태가 간단히 소개하자 목사라며 인사를 건넨 사람과 눈인사를 하자 그 옆에 사복차림의 남자가 김 중령의 말에 덧붙이며 자기소개를 했다.
“생각이 같은 사람이란 건 뜻을 같이한다는 거고 뜻을 같이 한다는 건 길이 같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전 이 태극이란 사람입니다. 이 분은 신의 음성으로 양식을 삼지만 전 인간의 목소리로 먹고 산다고나 할까요? 맞나 모르겠습니다만.”
얕은 웃음으로 말을 마치며 술잔을 든다. 무거운 음성 탓에 잔꾀를 부리는 사람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들의 만남을 축하하며, 아니 우리의 목마른 갈증을 누군가 적셔주기를 바라며”
‘챙!’ 네 개의 잔이 부딪히며 투명한 소주는 갈증을 적셔주듯 목을 타고 흘렀다.
“근데 김 일태, 한 가지만 묻자.”
술이 몇 순배 돌자 박 중령은 주위를 흘끔거리다 아무도 없자 친구이며 동료인 김 일태 중령에게 칼로 배 듯 물었다.
“뜻이 같다니 길이 같다니 하는 말이 뭐야?”
“응, 그거 별거 아냐. 너도 나 좋아하지? 나를 왜 좋아하니. 인물이 뛰어나서 가문이 좋아서, 아니지? 조국을 사랑하고 이 땅을 미워하지 않은 뜨거운 열정이 있어서 좋아한 거 아닌가? 나 역시 너, 이 중령을 그래서 좋아한 거고”
‘그래서만은 아닌데......’
“다만 요즘 돌아가는 판국이 영 마음에 안 들어. 조국이란 말 민족이란 말 뭔가 허전해.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까마귀 같다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아. 너는 안 그러냐?”
속으론 동감을 했지만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은 채 김 일태에게 더 말을 하라는 표정을 보냈다.
“요즘 목이 타 죽겠다. 물을 마셔도 가셔지지 않은 갈증이야. 타는 듯이 목구멍을 파고든 갈증은......,”
“잠깐만이요”
인간의 목소리로 먹고 산다는 어려보인 남자가 말을 제지하며 이었다. 인간의 목소리가 내내 궁금했지만 귀를 내주었다.
“지금 김 중령님이 말한 갈증은 혼자만의 갈증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갈증에 쌓여있습니다. 그 갈증은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입니다. 어둠이 내리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벌레도 아니고 무덤 속에 누워있다 피를 빨러 나오는 좀비도 아닙니다. 그 갈증은 내가 너를 모르고 네가 나를 모르고, 내가 너를 미워하고 네가 나를 미워하는 갈등 같은 것이죠. 얼마 전 누군가 여러분들의 명예를 깎아내린 적이 있었죠? 정말 그렇습니까? 독재시절 좋은 열매를 따서 먹었습니까?”
‘...............’
“바로 그겁니다. 우리들의 갈증이란 바로 그런 갈등입니다. 나 아니면 아무도 아니고 네가 없으면 내가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 하는 것. 더러운 것들입니다.”
맞아, 라고 고개들을 끄덕이자 신의 목소리로 먹고 산다는 목사도 거들었다.
“이렇게 가면 끝입니다. 하느님은 하늘에 있지 지상에 있는 게 아닙니다. 지상의 낙원이라고 민중들을 기만하는 저들의 속셈,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고 큰 소리를 내지만 결국은 서로를 증오하다 죽어가지 않겠습니까?”
“근데 그들이란 누구요?”
박 봉근 중령은 이들이 말끝마다 ‘그들, 그들’ 하자 대충 눈치를 챘으면서도 짐짓 물었다.
“아, 그거요. 그들은 바로 형님들에게서 적을 뺏어간 작자들이죠. 이 땅을 송두리째 그들이 저들에게 주려고 합니다. 누가 막겠습니까? 형님들이......, 하하하. 어렵죠. 그래서 이렇게 술이나 마시는 겁니다. 갈증을 적셔주는 술”
이 태극이라고 소개한 젊은 남자가 잔을 채우며 크게 비웠다.
사실 혼란스러웠다. 어느 정도 공감을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면 자꾸 약해지는 자신이었다. 녹색의 군복은 그 색답게 자연을 닮아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아닐 것인가.
“어이 박. 언제 시간을 좀 내줘. 김 소장님 알지? 지금 7사단에 근무하는 김 양근 소장님 말이야. 그 분하고 몇몇 분이 만나기로 했는데 너도 나와. 그날은 아마 선배들이 많이 나올 거야. 안부도 묻고 얼굴도 보고 좋잖아? 자, 자, 너무 취하면 안 되니까 자리를 옮기자고. 어디 시원한 맥주집이나 가 갈증을 더 가시게 해주자고”
박 중령은 술기운이 강하게 치고 올라오자 가슴에 힘을 주며 눈을 들었다. 3월인데도 이른 낮은 무더웠다. 더위가 한풀 가자 찬바람으로 하늘은 밝았다. 도시의 불빛 탓도 있지만 별이 무성했다. 부대에서 바라다 본 하늘과 다를 게 없었다. 이 땅을 비추는 별빛이다. 누가 뭐라 해도 아름다운 이 땅이다. 어머니의 젖줄 같은 산과 강이다. 이 젖줄을 지키는 사람이 바로 내가 아닌가, 하늘의 별은 곱게 흐르기 시작했다.
서울. 용산경찰서. 밤이 됐는데도 사무실의 불빛이 환하다. 5층 건물의 왼쪽 입구로 부부가 들어서는 모습이다. 1층 복도를 따라가다 안쪽 깊이 있는 형사과의 문을 들어선다. 역시 불빛이 밝다. 오늘도 날밤을 까야 하나, 하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최근 들어, 아니 언제나 그랬지만 강력범죄는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특히 용산서는 요즘 골치를 썩고 있었다. 이태원과 한남동 일대를 휩쓰는 그 놈들 때문이다. 그 놈들, 이란 것은 대충 한 놈은 아닐 거란 추측에서 그놈들이라고 한 것이다. 몇 놈인지는 모르지만 이태원과 한남동 일대를 쓸고 다니면서 미군을 습격하고 특히 여군은 그냥 두지 않은 게 문제였다. 폭행은 물론 강간까지 일삼았다. 처음엔 백마에 굶주린 별 들, 하며 웃었지만 갈수록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문제는 내국인이라면 간단하겠지만 미국인이라 컸다. 국가와 국가간 문제로 비화되고 있었다. 가뜩이나 껄끄러운 판에 이런 일까지 터지니까 골치를 썩이고 있던 판이었다. 빨리들 나가!, 과장이 소리칠 때 마침 부부가 들어섰다. 깔끔한 차림의 중년부부다.
“또 오셨습니까? 자주 오시지 않아도 되는데......,”
실망의 빛을 보인 여인은 막 울려는 목소리다. 남자가 여인을 감쌌다.
“우리도 알아는 보고 있지만 관할이 달라서, 야 그거 어떻게 됐어?”
짜증 섞인 목소리가 역력하다. 가뜩이나 골치 아픈데 집나간 다 큰 처녀를 찾아달라는 이 부부의 간청은 욕심으로까지 보였다. 물론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이런 생각을 갖기는 하지만 어린아이도 아니고 상황판단 능력이 있는 성인을 이 바쁠 때 경찰이 찾아줄 수 있을까?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애는 가출이나 할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 청주도 가봤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다는 대답 뿐 접수만 받아두고 기다리라고 하니 이것 참”
유경의 부모는 처음엔 믿겨지지 않았다. 청주에서 자취를 하며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처음 몇 주는 어디 여행이라도 갔나 했다. 그래도 연락이 끊기자 부랴부랴 청주로 내려가 뒤졌다. 어디에고 없었다. 하늘로 사라지거나 땅으로 꺼진 것처럼 종적이 묘연했던 것이다. 작년 9월에 가출인 신고 접수를 했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도 알아보고만 있다는 회신이다. 오늘 이렇게 들린 것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서다. 딸 친구인 은혜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대학 4학년이 될 때까지 무사했던 딸이 갑자기 사라지니 부모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가뭄으로 갈라진 대지에 먼지가 휭휭 일고 있었다.
“더 기다려 보시죠? 무슨 일이야 있겠습니까. 전산망으로 계속 찾아보고 있으니까 어디엔가 있으면 틀림없이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저희를 믿으시고........”
머리가 벗어진 과장은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은 얼굴이다. 이런 시간이라도 아껴서 그놈들을 잡으려는 마음이다. 요즘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걸핏하면 집을 나가고 애인과 눈 맞아도 나가고, 돈 벌겠다고 나가고 그는 속으로 혀를 차며 부부를 밖으로 안내했다.
“혹시 죽지는 않았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흑”
유경의 어머니는 끝내 참던 눈물을 터트렸다. 한번 터진 울음은 쉬 멈춰지지 않았다. 남자도 자꾸 눈을 훔쳤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세상이 흉흉해도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저희가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 댁에 가셔서 기다리시죠.”
죽었으면 시체라도 있을 것 아니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했다. 부패한 시체가 간혹 발견되기도 하지만 아직 비슷한 시체는 나오지 않았다.
“야 이 새끼들아, 이것 봐. 이거 뭔지 알지? 이 푸른 색깔이 아름다운, 우리들을 인간답게 만들어 줄 바로 돈이란 거다.”
“우와, 냄새 좀 맡아보자. 창자가 비비 꼬인다 꼬여.”
큰 가방의 자크를 열자 만 원 권 지폐들이 꾸러미로 묶여 있다 손과 손으로 흩날렸다. 푸른 잎이 셋에게 축복처럼, 타는 논을 적시는 단비처럼 내리고 있었다.
큼직한 가방을 들고 봉구가 세차장에 들어설 때부터 둘은 환호성이었다. 은행으로 수금 간다는 말을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둘이었다.
“이거 괜찮은 장사네 그래. 모두 얼마야. 몇 천은 되겠는데........”
춘식은 다발을 들어 묵직한 느낌을 즐기며 얼굴에 비볐다. 빳빳한 신권이 주는 향기가 코에 산뜻했다. 며칠 전 돌려보낸 그년의 냄새가 담겨있는 듯 했다. 풋풋함.
“너희는 뭐 할 거냐? 난 이 도시를 떠나고 싶은데.......,”
봉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유석은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은지 입을 다물었다. 춘식은 생각이 있었다. 구두 가게를 하나 내는 게 꿈이었다. 은은한 가죽냄새 가득한 매장에서 여자들의 맨발을 만지며 느끼고 싶었다. 여성용 구두전문점. 그러나 말은 하지 않았다.
“몇 번 더 하면 재벌이 따로 없겠다. 봉구야. 우리 또 한탕 하자”
헤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던 유석도 돈을 만지니 좋은 가 보다. 씹도 좋지만 역시 돈이 좋긴 좋았다. 통통한 그년의 몸을 올라타 뿌리를 박을 때의 짜릿함이 아랫도리를 스쳤다.
“그래서 내 말이 그거야. 돈도 벌고 재미도 보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일했다고 칭찬 받고, 그렇지? 오늘밤 당장 나가자고, 어때?”
“오늘? 좋다 나가자. 이 기쁨을 세상에 널리 퍼트리자, 오케이!”
봉구와 유석이 맞장구를 치는 그 시간에도 해는 머뭇거리지 않고 세차장에 어둠을 가져왔다. 어둠은 축제의 불꽃을 돋보이게 하는 것. 적어도 셋에게는 그랬다. 지금은 불꽃놀이를 하기에 너무 좋은 시간. 좆을 세우며 어둔 하늘을 긋는 오줌줄기를 키득거리며 보던 셋은 스멀스멀 가슴이 간지러웠다. 좆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그것을 막으려는 봉구, 유석이나 그런 둘을 쳐다본 춘식도 마찬가지였다. 머리 속에 발가벗은 여체가 떠오르자 목마름이 독하게 찾아왔다. 살갗이 거뭇해지며 근육이 팽창되었다. 봉구의 주먹에서는 으드득, 뼈가 튕겼다.
어둔 거리. 세 청년의 빠른 걸음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청주의 고급주택가로 그들을 옮겨 놓았다. 빠른 걸음이 마치 먹이를 찾는 늑대다. 눈까지 푸르게 빛났다. 얼굴은 냉기가 흘렀다. 그래서 입을 열고 후, 불면 사람마저 얼어붙게 만들 것 같다.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셋은 벽에 붙었다. 지나가던 도둑고양이가 겁을 먹고 울며 담을 탔다.
고급승용차가 편안한 엔진을 자랑하며 넓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방범초소를 지나 세 번째 집 앞에 멈춰 그 편안한 엔진을 끄자 그것을 신호로 검은 그림자가 날랐다. 도어를 열고 닫을 틈도 없었다. 오늘은 단지 이 영은 변호사에게 또 다른 날 일뿐이었다. 딸이 학교를 마친 시간과 자신이 사무실을 나선 시간이 같아 항상 오는 길에 데리고 올 뿐, 오늘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 8시면 집에 도착해 씻고 저녁을 먹고 TV를 보거나 과일을 먹으며 오늘 하루를 깔깔거리며 애기하다보면 남편이 들어설 것이다. 평일엔 보통 그랬다. 다만 오늘만 다를 뿐이었다.
뒷좌석에 던져진 그녀는 숨을 죽이며 딸을 끌어안았다. 겁이 가득한 딸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소리를 치면 된다고, 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냐고 자신도 가끔 피해자에게 묻곤 했다. 사무실을 찾아온 피해 여성 중에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눈물을 흘리곤 했다. 그놈을 꼭 콩밥을 먹게 하겠다는 여자들을 볼 때마다 동정의 눈길보단 어쩌면 경멸의 시선을 주었는지도 몰랐다. 얼마나 처신을 그랬으면 남자들이 껄떡댔을까, 아마 그런 얼굴이었을 것이다. 성폭행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움직이는 바늘에 실을 꿰겠는가? 생각해보라. 그래서 여자들이 문제인 거다. 남자의 친절에 속고, 돈 많아 보이는 사기에 속거나 설마 나를? 하는 착각들 때문인 거다. 적어도 조금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을 한 이 변호사다. 손목시계는 8시를 넘어 30분이 되었다. 휴대폰은 이미 이들이 가져갔다. 전원까지 꺼버린 이들은 뒷좌석으로 밀어 넣고 칼로 위협했다. 무서운 얼굴이 처음엔 가면을 쓴 것처럼 보였다. 특히 뱀눈을 한 남자는 마주보기가 두려웠다. 작은 눈에서 쏟아진 빛은 벌어진 입을 다물게 하지도 못했다. 목을 누르는 칼보다 더 무서웠다. 시꺼먼 천으로 만든 봉지를 머리에 씌웠다. 딸도 마찬가지로 봉지를 씌우곤 머리를 양 다리 사이에 넣게 했다. 두 손은 등 뒤로 돌려 끈 같은 것으로 묶었다.
검정색 에코우스는 번화가와 단지를 지나 외곽으로 빠르게 달렸다. 목적지는 두 시간 전 떠났던 바로 그 세차장. 엔진이 멎어도 꼼짝 않고 있는 그녀의 머리를 톡톡 치며.
“고개를 들어. 너도. 너흰 우리를 못 보지만 우린 너희를 보고 있어. 그게 무슨 말인지 알지? 까불지 말란 말이야. 까불면 그 어둠 속 같은 깊은 땅 속으로 보내줄 테니까. 알간?”
“네........., 네.........”
봉지 속으로 가느다란 대답. 딸도 덜덜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봉지에 가려진 눈이 볼수 있는 것은 이들 말대로 어둠이었다. 교복을 입고 있는 딸은 치마 밑으로 드러난 다리며 상의로 볼록한 가슴마저 성숙해 보였다. 춘식의 눈은 어김없이 살색의 스타킹에 머물렀다. 바지 앞을 문지르며 소녀의 어머니를 건드렸다.
“일어나. 너부터.”
어깨를 잡은 손에서 강단이 느껴졌다. 힘이 무척 셌다. 쉽게 어깨를 잡아끌자 썩은 풀이 빠지듯 밖으로 꺼내졌다. 이들의 행동은 거칠었다. 여자라고 부드럽게 대해주는 매너 따위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두 째치고 어떤 봉변을 당할 것인가 아득하기만 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몰랐다. 봉지에 가린 얼굴로는 알 수 없었다.
자신들을 끌고 어디론가 들어간 듯 문소리가 들렸다. 외진 곳인지 멀리서 경적 소리가 들렸다.
“앉아, 거기.”
딱딱한 나무의자에 둘이 앉자 차가운 음성이 이어졌다. 아마 그 뱀눈을 한 남자이리라.
“네년은 우리에게 빚이 있어.”
대뜸 상소리다. 그런데 빚이라니. 이 변호사는 순간 얼마 전 패소를 했던 사건이 떠올랐다. 준비를 많이 했다고는 하지만 검사의 날카로운 질문을 피하지 못했다. 원고가 오히려 피고가 돼버린 그날의 그 법정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밝은 투피스차림의 여인은 화사해보였다. 귀티가 흘러넘친 몸가짐이 여유가 있어 보였다. 무릎 아래를 살짝 가린 스커트는 의자에 앉자 무릎 위로 말아 올라가며 허벅지를 조금 내보였다. 다리를 한 쪽으로 모아 앉는 모습이 얼굴을 가린 저 검은 봉지만 없다면 영락없이 법정에 앉아 있는 듯 했다. 연노랑의 투피스는 노란 꽃 봉우리를 터트리는 개나리였다. 가슴이 크게 움직이는 걸로 봐 겁먹은 듯 했다. 커피색 스타킹의 다리는 중년의 나이답지 않게 날씬했다. 날씬한 다리는 곱게 뻗어가다 고동색 구두에 멈췄다. 굽이 낮은 펌프스다. 위로 드러난 발등은 살이 통통했다. 유석은 잠깐이었지만 멀리서 봤던 얼굴도 아름다웠다는 생각을 하며 아랫도리가 근질거려 미칠 지경이 되었다. 바지가 부풀자 아예 벗어버린 유석이다. 팬티까지 벗어던지자 거대한 물건이 스프링처럼 튀어 나왔다. 그것을 본 봉구도 따라서 옷을 벗었다. 홀딱 벗은 둘의 하체는 발기한 좆이 건들거렸다. 귀두가 벗겨진 좆은 피가 몰려서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지 빨갛게 보였다. 마치 큰 나무토막에 붉은 칠을 한 것 같다.
“빚은 얼마 안돼. 1억이야. 1억을 내놓으면 여기 이렇게 발발 떨고 있는 니 년 딸은 손대지 않겠어. 아니면 니 년 딸이 보는 앞에서 질퍽하게 놀거나 니 년이 보는 앞에서 이 야들한 것을 데리고 놀던지, 어때?”
숨이 막혔다. 바위가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물에 잠겨가며 마지막 숨을 쉬는 자신이 보이기도 했다. 1억? 큰 돈이다.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래도 딸아이만은 험한 꼴을 피해주고 싶었다. 묶인 손이 아파왔다.
“그, 그러겠어요. 돈을 드리겠어요. 그러니........”
유석은 이미 좆을 건들거리며 투피스 차림 화사한 여자의 뒤에서 목덜미를 핥고 있었다. 소스라친 목소리. 어깨를 움츠리며 혀를 피하던 여인은 비명을 질렀다. 덩달아 딸년도 울음소리다. 아랑곳 하지 않으며 가위로 검정 봉지를 오렸다. 차가운 금속성이 얼굴을 소름끼치게 했다. 눈과 코 부위만 남겨 놓고 귀와 입이 드러났다. 작은 귀는 솜털이 송송한 귓볼과 귓구멍을 드러냈다. 목덜미를 핥던 혀가 이젠 귓볼을 간질였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질퍽한 혀는 귓구멍을 쑤시고 들어섰다. 너무나 이상한 느낌, 이 느낌은 자신을 비루한 것으로 만들었다. 보이지 않은 누군가의 혀는 이 변호사에게 참기 어려운 경멸을 주려는 듯 침 묻은 혀로 귓구멍을 연신 후볐다.
“졸깃한 게 아주 맛있어. 아래 구멍도 이렇게 맛있을까? 이 뜨거움, 이 부드러움. 이 작고 귀여운 구멍. 흐흐흐 더 넣어줄까? 아주 깊숙이 뇌까지 닿게?”
역겨운 숨소리엔 헉헉댄 비릿한 내음이 배었다. 혀를 뺐지만 이번엔 귀 가까이 입을 대고 말을 뱉었다. 머리가 윙 하니 울렸다.
“다음은 이 예쁜 입술. 좆대가리를 기다리는 이 입술을 맛볼까? 분홍색 입술을 더듬으며 내 혀를 넣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좆을 빨듯 자근자근 빨아야 돼. 영 파이면 니 딸년에게 대신 빨게 할 테니까. 야들한 입술도 좋거든”
‘윽!’ 그녀는 얼굴을 돌렸다. 비릿한 냄새는 도저히 참기 어려웠다. 말을 할 때마다 입가에 닿는 뜨거운 바람도 싫었다.
“안 되겠는데....... 야, 저 년 좀 손 봐줘”
유석은 여유의 몸짓으로 춘식에게 턱짓을 했다.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소녀 역시 살색스타킹의 두 다리를 모으고 있었다. 통통한 다리다. 하양과 빨강이 어우러진 운동화를 벗기고 싶었던 춘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 말만 잘 들으면 아무 일 없어. 너가 잘 해야지 저기 있는 네 엄마도 괜찮을 거야. 자, 착한 아이 일어나 의자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지 않겠니?”
조용한 음성은 소녀를 일어나게 하고 의자에 올라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위협이 없는 편안한 목소리는 소녀를 얼굴을 반대로 하고 무릎을 꿇게 했다. 춘식은 소녀의 둔부를 보며 앉았다. 치마로 가려진 둔부는 그리 크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동그란 게 보기 좋았다. 운동화를 벗기자 스타킹에 쌓인 발바닥이 먹음직스럽게 피어났다. 춘식은 또 그날처럼 피가 들끓었다. 역류하는 물길이 소용돌이를 쳤다. 땀내음이 진득한 운동화를 들어 깊이 들이킨 그는 손을 뻗었다. 물큰한 살. 따뜻함. 식욕을 돋우는 향료를 골고루 뿌려놓은 듯한 음식이 그를 당겼다. 유석은 여자의 입을 벌리고 혀를 넣고 있다. 딸아이 대신 자신이 당하는 게 더 나을 거란 생각일 것이다. 이를 악물었지만 강한 혀는 앞니를 열고 입안으로 개선장군처럼 들어섰다. 깨물면, 더 큰 고통이 올 것이란 생각에 이를 벌리고 남자에게 맡겼다. 썩은 냄새. 자신이 그렇게 썩고 있는 듯 했다.
작고 갸름한 발바닥을 손가락으로 그으며 왼손으로 치마를 들친 춘식이다. 허벅지까지 스타킹의 살색과 어울린 피부는 그 위로 하얀 속살이다. 하얀 속살처럼 하얀 팬티는 꽃이 몇 송이 피어있다. 파란꽃과 하얀 팬티가 조화를 이루며 춘식을 흥분시켰다. 얼굴을 발바닥에 대고 따뜻함을 맛본다. 이 향기. 운동화의 고무 향과 소녀의 땀내음은 욕정의 체취다. 치마를 다시 내리고 엉덩이를 들게 했다. 통통한 종아리가 끝없는 선로처럼 펼쳐졌다. 이 선로를 따라 영원히 가고 싶은 춘식이다. 입술로 스타킹 속 종아리를 물며 무릎까지 오르다 오른쪽 종아리로 옮겨 발끝까지 핥았다. 뒤꿈치는 동그란 조약돌이다. 맑은 물에 잠긴 조약돌을 꺼내들 듯 뒤꿈치를 잡고 만지작거린다. 오물거린 발가락도 귀엽기 그지없다. 쪽, 소리가 나도록 큰 엄지를 빤다. 어른의 그것보단 작았지만 입안에 담고 돌돌 말기에 그만이다. 저 쪽에 앉아있는 저 여자의 발가락도 혀로 살살 감아주고 싶었다. 유석이 끝나면 그때부터 할 수 있을 것이다. 저 잘 빠진 다리를 쓰다듬으며 내 좆은 촉촉한 입을 넘나들 것이다. 침이 스타킹을 적신다. 가위를 들어 스타킹의 재봉선을 자른 춘식은 보드라운 맨발을 다 먹어버릴 듯 빨아댔다. 깨끗한 살이 빨 때마다 진한 분홍빛을 띄웠다. 잔 티 하나 없는 청결한 발바닥을 골고루 핥아도 겁에 질린 소녀는 손이 묶인 그대로 있었다. 엄마의 가벼운 신음 소리가 들리면 가끔 몸을 뒤틀 뿐.
유석은 침으로 번들거린 좆을 꺼냈다. 불빛에 반사된 침이 고기비늘처럼 반짝거렸다. 너무 커진 좆이다. 한 손으로 쥔 그것은 큼직한 몽둥이로 변해있었다. 작은 유리병 속 공룡이 물을 먹고 커지듯 유석의 물건은 여자의 침을 먹으며 저렇게 커진 것 같다. 폭발 직전의 좆을 만지작거린 그는 여자의 상의를 쓰다듬었다.
“사람들은 정이 없다고 하지. 나눔이 없으니까 정이 없다는 거야. 가슴을 닫고 살면 정이 없어지는 거거든. 이제 우리 가슴을 열자고. 이렇게 가슴을 가리고 살면 따뜻한 정이 오갈 데 없이 사라져버리지. 자, 내가 벗겨주지”
화사한 상의의 단추를 풀고 어깨 너머로 젖혔다. 가벼운 몸부림을 해보지만 딸 아이 쪽 부스럭거린 소리에 혹시나 한 마음으로 크게 저항을 하진 못했다. 블라우스는 하얀색이다. 마저 단추를 푸르고 뒤로 젖혔다. 블라우스와 같은 색의 브라가 유방을 감싸고 있다. 여자 뒤에 선 유석은 연인이 안듯 손으로 두 유방을 거머쥐었다. 풍만한 젖통은 브라 속에 숨어 숨을 쉴 때마다 오르락내리락 했다. 후크가 풀렸다. 가슴에 있는 후크를 풀자 두 쪽으로 갈리며 하얀 유방이 출렁거렸다. 젖꼭지는 시커먼 포도알이다. 암소의 두 눈동자처럼 무슨 일인가 하며 깜박거렸다.
“이제 정을 나누는 거야. 우리가 사는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는 사랑을 나누어야 해. 이 가슴에 들어 있는 사랑을 우리에게 단비처럼 내려주었으면 좋겠어.”
“그만......... 하세요.”
더듬거린 말은 울음으로 끝났다. 봉지 속의 눈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입가에 고이다 가슴으로 떨어졌다.
“따뜻한 눈물이로군. 단비를 마신 느낌이야.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어. 내가 다 마셔줄 테니까. 이 젖통에 든 우유며 이 안에 있는 생명수까지 다 마셔주지”
유석은 상체를 기울여 젖가슴에 흐른 눈물을 쪽쪽 빨았다. 손가락으로 젖가슴을 건드리곤 이내 아랫배 밑으로 손을 뻗었다.
“흑! 다 드릴 게요. 잘못 했어요. 보내줘요.”
힘이 들어 있지 않은 작은 음성이다. 모욕으로 얼룩진 말이다. 울면서 띄엄띄엄 말을 한 것이 마치 단어를 나열한 듯하다. 딸아이가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걱정도 있는 듯 하다. 만약 욕을 당한다면 엄마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남편 역시 어떨까? 두려움이 앞섰다. 이 영은은 그것이 두려웠다. 돈보다도.......
자신의 두 발목을 누군가 잡았다. 춘식이다. 교복 차림의 소녀는 아직도 의자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엉덩이를 내려 종아리에 올려놓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 소녀의 뒷모습을 보자 봉구 역시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저 아래에서부터 뜨거운 그 무엇이 옴 몸을 감싸 안았다. 용암이 지면을 뚫으려고 약한 지반을 찾고 있는 것처럼 봉구도 그것이 필요했다.
“조용히 있으면 네 엄마는 무사해. 여기로 올 때 그대로 다시 집으로 갈 수 있어. 빨리 집에 가고 싶지? 그럼, 그럼, 내일 학교도 가야하고. 그러니까 입을 열면 안 돼. 어떤 소리도 새나오지 않게 다물고 있어야 돼. 알았지? 네 엄마를 생각해서”
조용한 음성은 이 영은에게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발목이 들려지고 구두가 벗겨지고 스타킹이 팬티까지 벗겨지고 있어 다른 무엇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젠 당했구나, 하는 절망감뿐이었다. 아랫도리가 허전해졌다. 치마만 입었지 그 속은 다 발가벗겨졌다. 다리를 들어올리고 의자 옆으로 벌렸다. 의자에 두 발을 얹고 무릎을 벌린 자세다. 정면에서 봤다면 그 흉측한 꼴에 얼굴을 들지 못했을 것이다. 봉지에 가려진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검은 숲이 벌어진 틈은 붉은 꽃이 막 피어났다. 그 붉은 꽃을 헤치며 낮선 이물질이 들어섰다. 굵직한 손가락이다. 하체 가까이 남자가 느껴졌다. 뜨거운 숨이다. 유방은 손이 가는대로 모양이 바뀌었다. 주물럭거릴 때마다 출렁출렁 물결이 인 유방은 유두를 세우며 유석의 입으로 들어갔다. 딱딱하게 굳은 젖꼭지를 이빨로 깨물며 젖을 먹은 어린아이처럼 쭉쭉 빨았다.
‘음.......,’ 여자는 순간 낮은 신음을 냈다. 다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손길과 그곳을 들락날락한 손가락은 유두를 딱딱하게 만들고 유륜을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자신도 모르게 하체를 비틀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들의 손은 인간의 그것이 아닌 본능에 충실한 동물의 그것이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이 어딘지 찾아다니는 탐지계였다. 발가락을 빨 때는 등골이 짜릿했다. 그녀는 사실 남편이 발을 만져주면 좋아했다. 입으로 키스를 해주면 더 흥분이 되곤 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뚜껑을 열고 작은 클리토리스를 정성스럽게 애무해주면 털처럼 붕 뜨기도 했다. 춘식은 집게손가락에 질퍽한 애액이 묻어나자 코로 향기를 맡았다. 향기는 그의 이빨을 세웠다. 잇몸이 간지럽기 시작했다. 참기 어려운 흥분. 자라는 강아지가 물건을 씹듯 발가락을 잘게 깨물었다. 의자 위에 놓은 발가락은 길쭉했다. 자연색인 발톱이 정갈했다. 안으로 휜 발을 들어 부드러운 살을 눈으로 즐겼다. 동그란 뒤꿈치, 스타킹 올을 넓히며 반질반질한 뒤꿈치를 물었다. 굳은 살 하나 없는 살집이다. 피부를 벗겨낼 정도로 이빨로 깨물며 핥았다. 가죽향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물어뜯고 싶은 욕망이 들었지만 눌렀다. 지금은 그래선 안 되기 때문이다. 손가락을 꺼낸 구멍은 아직도 벌렁거리며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종아리, 허벅지를 핥은 혀가 그 숲을 헤집었다. 긴 혀를 밀어 넣자 여자는 허리를 비비 꼬며 머리를 젖혔다. 소리는 내지 않았다.
“알았지?”
봉구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치마를 들쳤다. 앙증맞은 팬티를 아래로 벗겨내도 소녀는 입을 벌리지 않았다. 엄마를 위한 소녀의 마음에서다.
발기한 봉구의 물건도 컸다. 크기만이 아니라 길이도 길었다. 틀림없이 소녀의 샅을 찢고 말 것이다. 작은 두 봉우리. 하얀색의 봉우리는 눈 덮인 산이다. 두 갈래 사이에 대고 문질렀다. 소녀는 소름이 끼쳤지만 이를 악물었다. 액체가 쏟아졌다. 봉구는 정액을 손에 묻혀 갈래 사이에 발랐다. 바르면서 항문 안에까지 집어넣었다. 밀집한 주름을 벌리고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차츰 움직임이 좋아지자 꼴릴 대로 꼴린 대가리를 속으로 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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