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동물(肉食動物:욕망의 덫) - 1부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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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동물(肉食動物:욕망의 덫)

육식동물(肉食動物)





- 욕망의 덫-





[소설속 등장하는 스포츠 토토 규정 혹은 월드컵 실제 경기 일정은 현실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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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밀린 카드값을 돌려막기 한 이유로 카드값 변제일이 다가오자 걱정이 태산같았던

승희에게 우연히 월드컵 예선 첫경기 결과를 알려주는 문자가 온다.

하지만 단순한 스팸문자로 치부해 버린 승희, 별 생각없이 사내 월드컵 경기

결과 맞추기 내기에 그 스코어를 적어 넣긴 했지만, 별 기대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때마침 장대리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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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희씨 당첨됐는데 몰랐나보네 내가 괜히 전화했구만 크크크 이거 뭐 충성스런 최초의 제보자에게 쫌 떼어줘도 돼~~ 흐흐흐”

“뭔 당첨이요! 자꾸 스무고개 하듯이 말하지 말고 딱 말해요!”

“어? 정말 몰랐나보네 오늘 축구! 한국이 그리스 2:0으로 발랐잖아!! 하하하 세상이 난리도 아닌데 이거 참... 답답하구만 지금 당장 TV틀어서 뉴스 좀 봐 뉴스 좀!!!”

“예? 그럼...”

“그래... 이거 2:0이면 한번 걸어볼만한 스코어인데 어찌 한놈도 없누...아휴... 내가 5:0 말고 2:0에 걸었으면 승희씨랑 딱 반땅인데!!! 됐어 승희씨 혼자 60만원”





서대리 때문에 몰려왔던 두통이 씻은 듯 사라진 승희였다. 승희는 이 놀라운 얘기에 화들짝 놀라 전화기를 귀에 바짝 가져다 대고 물었다.





“저... 정말이예요? 장대리님 지금 장난치는거 아니죠? 나 지금 집이라 TV틀면 대번에 딱 답나와요!!”

“그으럼!! 2:0 서승희씨 딱 혼자야!! 아우 아까워! 암튼 당첨된거 축하하고! 혼자 다 먹지말고 낼 사무실에서 간식이라도 쏘는거야 알았지? 흐흐흐 술 쏘면 더 좋고!!! 내가 승희씨 월급계좌로 바로 쏴줄게 조금 이따가 확인해봐!!”





승희의 눈 앞으로 만원짜리 60장이 휙 하니 지나간다. 사실 엄청나게 큰 돈은 아니지만 60만원이라면 평범한 직장인에겐 정말 요긴한 금액이다. 게다가 말 그대로 꽁돈이 아닌가!

승희는 이게 왠 횡재냐 싶어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왔다.





‘그래 가지고 싶었던 랑콤 아이크림 세트를 하나 살까? 아니야 그럼 또 돈을 좀 보태야 되는데... 아쉬운대로 트루릴리젼 청바지를 이 참에 하나 질러? 와 그래도 돈이 남네... 히히히 어차피 꽁돈은 빨리 써야 좋다더라... 카드값은 나중에 생각하고 당장 백화점이라도 갈까?’





갖가지 즐거운 상상이 승희의 머릿속에서 분주히 흘러간다. 승희는 당장 TV를 틀어 대한민국의 2:0 승리를 알리는 뉴스를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확인한다.









[2012년 6월 13일 일요일 오전]



모처럼 승희는 아침 일찍 일어나자 마자 재빨리 화장에 몰두한다. 백화점을 가든, 아울렛을 가든... 일단 기깔나게 꾸며야 이 기쁨을 더 즐겁게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승희의 지론이었다.

그렇게 승희는 화장을 끝내자마자 백화점에 들렀다. 장대리가 모처럼 일처리를 빨리 해준 덕분에 통장엔 이미 60만원이란 돈이 들어와 있었다. 물론 겨우 반나절의 백화점 쇼핑은 승희에게 들어온 꽁돈 60만원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거기에 새로 산 하이힐에 어울릴만한 원피스를 사겠다며 용기있게 카드로 긁어버린 40만원을 포함하면 도합 1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빡빡한 직장생활의 스트레스와 앞으로 닥쳐올 카드값에 대한 걱정을 잊고자 카드를 긁는다는 승희의 마음속 변명은 진실로 터무니 없었다. 승희 스스로도 미친짓이라고 생각하지만 꽁돈이 생긴데다 이번시즌 신상으로 들어온 하이힐과 옷, 그리고 화장품을 몇 개 고르니 100만원이란 돈은 마치 마술처럼 승희의 품에서 사라져 버렸다.





“어유 미친년 어유 미친년... 이거 다시 가져가서 환불해 달라고 할까? 아이참!! 화장품은 개봉해서 반품 안해줄건데... 옷이라도 가져갈까? 난 몰라... 정신 빠진년!!! 하이힐은 무슨 깡으로 신고 온거니? 반품도 안되게!! 어휴!!! 이러다가 돈 때문에 사채없자들한테 팔려가는거 아냐!! 요즘 장기적출이니 뭐니 말도 많던데...”





항상 모든일은 다 끝난뒤에야 비로서 후회가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승희가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대책없이 긍정적인 성격이 한 몫을 했다.





“아니 뭐 벌써 카드값 밀린게 얼만데... 까짓 40만원이야...뭐 어때? 60은 어차피 꽁돈이잖아! 꽁돈은 빨리 써버려야지 안그럼 재수 옴 붙는다구!!”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로 곧 모든 일을 잊고 새로 산 화장품을 찍어 발라보는 승희, 그녀는 때마침 걸려온 친구의 전화를 받자마자 인근의 클럽으로 향한다. 오늘 산 신상 하이힐과 원피스도 자랑하고, 모처럼의 행운에 대한 자축도 할 생각이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그것이 바로 서승희의 어처구니 없는 생활 신조였다.











[2012년 6월 16일 수요일 오전]



주말이 지나가고 또 다른 한주가 다가왔다. 카드값의 공포는 스멀스멀 밀려오고 있었고, 승희는 혹시나 카드가 정지되는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인터넷 쇼핑몰의 장바구니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있었다.





‘정지 되기전에 지를까? 어휴... 저건 꼭 사야되는데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란 말야!!’





발을 동동구르는 승희... 한주의 절반이 벌써 흘러갔고 날짜는 벌써 16일 수요일이었다. 승희의 카드 결제일은 20일... 겨우 4일 남아있었다. 승희는 이미 살짝 초조해져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돌려막을 카드는커녕 한도가 모두 오버되었고, 추가적인 신규발급도 어려웠다. 월급 가불 신청을 한다는건 회사 방침상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고, 승희가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고 찰떡같이 믿고 계신 지방의 부모님들께 손을 벌린다는건 더 불가능했다.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인 승희의 아버지는 만약 승희가 또 돈을 흥청망청 쓰며 카드로 빚잔치를 하고 있는 줄 알게 되면 당장 인천으로 올라와 승희의 머리를 다 깍아 버릴 것이다.



그때...

승희에게 두 번째 문자가 전송됐다.





‘스포츠 토토 한국 대 아르헨티나 전반 2:1 후반 4:1 한국 패배 반드시 확인해 보시오!!“





문자를 확인하는 승희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비록 흔하디 흔한 2:0 승리였지만, 그것을 정확히 맞춰 승희가 거금 60만원을 손에 쥐게 해준 바로 그 문자였다. 비록 지난번과는 달리 1:4 패배라는 조금 확률 낮은 스코어가 승희를 약간 불안하게 하긴 했지만 아르헨티나가 꽤나 강한 팀이란 것 정도는 부족한 승희의 축구지식으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갑니다!!! 뭐냐!!! 5만원빵!!! 한국 대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대 한국!!! 자자자 선택지 돌아갑니다!! 히히히!”





장대리의 장난스러운 액션과 함께 또 다시 승부를 적어내는 종이가 돌려졌다. 승희는 지난번과 달리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르헨티나의 4:1 승리를 적어냈다.





“아!!! 승희씨 실망인데!!! 4:1이라니!! 지난번에 돈 땄다고 이거 너무 돈 퍼주는거 아냐?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우리 대한민국이 지난번에 그리스 놈들을 2:0으로 쌈빡하게 박살냈다는 사실을 벌써 잊어버렸단 말이야? 하하하하 이거 내가 승희씨한테만 살짜쿵 살짜쿵 알려주는 바로 바로 바로 나의 특급비밀인데!!! 나는 여기 봐 한국 2:1에 걸었어... 이게 이게... 아르헨티나가 아무리 강해도 우리 태극전사들이 나서면 그냥 박살이 난다니까!!! 하하하”

“됐어요 저는 그냥 4:1 아르헨티나 승 할래요”

“이런 이런 이런!! 매!국!노! 파렴치한 천하의 아르헨티나인 같으니라구!!! 승희씨 정말 이럴거야? 차라리 한국 4:1에 걸라구!!! 자 여러분 대~~ 한 민국 짝짝짝 짝짝”

“됐다구요 저는!!”

“그래 그래! 승희씨는 지난번에 육십만원 벌었는데 이럴 때 기부 좀 해야지!! 자 그럼 김과장님은 어디에 거시겠습니까!! 제가 엄정하고 공정하게 추천을 해드린다면 한국 35:1!!! 하하하하”





장대리의 터무니없는 농담에 사무실 사람들이 모두 웃는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신이 났는지 대머리 김과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한마디 거든다.





“예끼 이 사람!! 하하하하 장난이지만 내가 거기에 돈을 걸고 한국이 제발 좀 그렇게 이겨줬으면 속이 다 시원하겠군.. 하하하”

“그럼요 그럼요! 35:1 한국 승리!!! 이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허정무 감독이 제가 개발한 전술을 싹 쓰기만 하면!! 무조건 이건 뭐 무조건 가능합니다.

“도대체 자네가 개발한 전술이란게 뭔데?”

“4-4-2, 3-5-2 이제는 모두 진부합니다. 제가 개발한 새로운 전술!!! 8-8-4 전술입니다. 이 전술로 말씀을 드릴 것 같으면, 일단 상대 편보다 두배로 많은 선수가 뛴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공격수가 4, 미드필더가 8, 수비수가 8 하하하하 저는 골키퍼는 한 4명 정도 투입할 생각입니다”





장대리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껌뻑거린다. 3초후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터져나오고, 김과장 역시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말한다.





“예끼 이 친구!! 하하하하 그렇게 해서 질 팀이 어딨어!!”

“제가 조만간에 피파에 정식으로 제소를 해서 한국 팀만 제가 개발한 8-8-4 전술을 쓸 수 있도록 강력히 건의를 할 계획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장님 35:1 한국 승리 배팅하시겠습니까?”

“하하하하... 난 3:2 아르헨티나... 흠... 메시가 있잖아...”

“아... 과장님... 매국... 아니 과장님의 극 현실 주의가 나는 싫어요~ 자 일단 적고 보시죠!!”





장대리가 종이를 들고 바람처럼 김과장을 향해 나풀나풀 뛰어간다. 장대리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일견 불안감이 들 법도 했지만, 승희의 표정은 굳건했다. 단순히 잘 못 온 문자일수도 있고 운좋게 그리스 전 딱 한번 맞춘것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승희의 마음속엔 이상하리만치 강한 확신이 생겼다. 왠지 꼭 4:1로 아르헨티나가 이길것만 같은...

어떻게 보면 그것은 카드 결제일이 코 앞에 다가와 곤경에 처한 승희씨가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과도 같은 확신이었다. 비록 썩은 동아줄일망정 그런 확신조차 없다면 제아무리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승희라도 어디론가 도망쳐 버렸을지 몰랐다.





“카드값이 벌써 1200만원... 어휴.. 한도 초과네 한도초과...”





승희의 표정이 금새 몹시 어두웠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반전의 묘수는 단 하나뿐이었다.

월드컵 예산 2차전 아르헨티나의 4:1 승리





‘아 맞다!! 문자에 나온 스포츠 토토? 아 이거 진짜... 모... 모험을 해야하나!!!’





승희는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스포츠 토토에 대해 검색을 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스포츠 경기의 승패 스코어를 알아 맞히는 게임이었다. 돈을 배팅하고 맞추면 그에 따른 배당을 배팅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합법적인 도박이었다. 승희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목전까지 다가온 카드값 변제일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승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다소 비현실적인 방안이지만, 승희는 이상하게 자신감이 생겼다.





“이판 사판이다!!! 큰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한번 해보지 뭐!!”





평소 답지 않게 과감한 결심을 한 승희, 그녀는 괴 문자를 통해 시작된 이 한가닥의 행운에 모든 것을 걸기로 마음 먹었다.





“저... 저기... 승희씨!!”





승희가 딴생각을 하는 사이 찰거머리 서대리가 어느새 다가와 은근한 눈길로 승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요!”





안그래도 차가운 표정의 승희에게서 찬바람이 쌩쌩 분다.





“아 저기... 어머니 편찮으신건 괜찮아? 그리고 승희 두통은?”

“아 됐다니까요 울 엄마 이제 괜찮으시다고 하고 내 두통은 그냥 생기는 두통이 아니고 서대리님만 보면 생기는 두통이예요 제발 좀 그러지 마세요”

“아... 난 그저...”

“용건 없으면 좀 가주세요”

“아... 아니... 저기 그게... 시간 있으면... 아...”

“뭐예요 도대체!! 됐다구요!”



승희는 이 박력없는 남자가 싫었다. 얼굴이 잘난것도 아니요, 키가 훤출한 것도 아닌데다 학벌도 고졸에다, 옷도 후줄근했다. 가진건 성실뿐이라는 이 남자와 만나면 승희의 앞날은 볼 것도 없이 뻔했다. 비록 점쟁이는 아니지만 승희의 머릿속에 서대리와 교제하는 자신의 운명이 영화처럼 펼쳐졌다. 평범한 전셋집에서 남편이 벌어오는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겨우겨우 풀칠하며 사는 지독히 비루한 삶...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 달라고 할때마다 여기저기 돈을 꾸러다니고, 백화점은커녕 시장에서 산 옷을 입으며, 평생 애들 뒷바라지나 하는 인생... 바로 승희가 지켜본 어머니의 인생이었다.

평생 공무원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오신 아버지, 그 아버지 밑에서 자라온 승희는 근검해지기보다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더 컸다. 승희에게 엄마는 답답한 사람이고, 같은 여자로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승희는 그런 삶을 부정하고, 경멸했다. 이미 인간 서승희는 그런 삶에 만족할 수 있는 소박하고 알뜰한 여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카드값에 고민하고 백화점에서 쇼핑하기를 즐겨하는 된장녀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그녀와 서대리는 물과 불의 관계처럼 절대 이루어질수가 없는 사이였다.





“아주 내가 만만해보이나? 어디서 들이대 들이대길...”





승희는 머리를 긁적이며 사무실 저편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서대리에게 눈을 흘겼다. 고개를 푹 숙이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가는 서대리의 모습에 한번쯤 안타까움을 느낄법도 한데, 이렇게 쌀쌀맞게 굴어도 며칠이 지나면 금새 또 다가와 승희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던 서대리의 지난 전례 때문인지, 승희는 더 냉정하고 잔인하게 말했어야 한다고 투덜거릴뿐이었다.





“이... 돈으로 정말 한번 해볼까?”





승희의 책상 서랍에는 사무실 비품 구입비로 지출해야 할 돈 10만원이 있었다. 아무리 된장녀에 사치가 심해도, 그저 평범한 여자인 승희에게 공금횡령이란 단 한번도 상상해 본적이 없는 일이었다. 승희에게 그런일은 TV 뉴스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고, 그녀에겐 그럴만한 배포도 없었다. 하지만 그 금액이 겨우 단 돈 10만원에 불과했고, 그것은 승희의 평소 백화점 1회분 쇼핑금액의 1/10이나 될까싶은 작은 액수였기에, 뜻밖의 일탈임에도 불구하고 승희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래! 겨우 10만원인데 뭐... 여차하면 다음달 월급에서 까면 되지... 누가 물어보면 그냥 실수라고 해버리면 그만이야... 아니면 이래저래해서 잃어버렸다고 눈물이나 펑펑 흘리면서 쑈라도 해버리지 뭐... 막말로 핸드백에 넣고 가다가 날치기라도 당했다고 하면, 누가 나한테 뭐라하겠어! 겨우 10만원이야! 이런걸로 해고도 안당하고,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구! 통장잔고도 이미 0이고... 카드값은 곧 빠져나가!!! 정신차리자 서승희!!!”





작은 금액과 자신에게 닥친 위기라는 두가지 요소가 동반되자, 승희는 주변을 살핀 후 슬그머니 그 돈을 주머니에 넣고 회사 옆 은행으로 갔다. 승희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 단 돈 10만원이지만, 이것도 공금횡령이고 범죄라는 생각에 자신의 곁을 스쳐지나가는 은행 청원경찰의 제복만 보고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두근거리고 무서운 생각이 들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승희는 자신이 미리 스포츠 토토에 만들어 놓은 가상계좌쪽으로 그 돈을 입금한다.





“자... 제발... 제발... 이제 나한테 남은건 이거 하나 뿐이다 제발!!! 하느님 아버지 부처님 예수님 암튼 다... 제발!!!”





승희가 핸드폰을 한참동안 만지작 거리다 결국 현금 자동인출기의 이체 승인 버튼을 누른다.





‘스포츠 토토 한국 대 아르헨티나 전반 2:1 후반 4:1 한국 패배 반드시 확인해 보시오!!“





몇 번을 다시 확인해도 괴문자의 내용은 변함이 없었다. 지난번 그리스전도 전반 후반 그 세부 스코어까지 정확히 맞춘 신통방통한 문자가 그녀의 확신을 더 굳건히 한다.





‘그래... 뭐더라...예전에 인터넷 보니까 이탈리아인지 어딘지에서 승부조작인지 뭔지 그런게 있었다더라... 아마 월드컵도 승부조작을 해서 도박을 하는데... 그 놈들이 실수로 내게 문자를 잘 못 보낸 걸수도 있어... 그래...침착하자 서승희!! 이게 정말이면... 대박나는거야!!! 믿어야 돼 믿자 믿어!! 안되면 뭐 어때 그래봤자 그냥 10만원만 날리는 거야!!어차피 승희 니 카드값 1200이야... 10만원정도 더 늘어난다고 죽지 않아!!’





승희의 손이 떨려왔다. 현재 상황을 보니 한국의 4:1 패배를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뭐 메시니 테베즈니... 아르헨티나에 대단한 선수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리스전을 이긴 탓인지 한국이 이긴다는 쪽에 배팅한 사람도 많았고, 혹 아르헨티나가 이긴다는 쪽에 건 사람들도 박빙의 승부를 예상하거나 안정적으로 2:1, 3:1 정도까지만 있을뿐 4:1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승희처럼 4:1에 배팅한 사람들 중에도 전반 2:1에 후반 4:1로 배팅한 이는 더 적었다. 승희의 가슴이 콩닥콩닥 떨려왔다. 겨우 10만원이지만 사실 이 배팅은 승희에게 인생을 건 도박에 다름없었다.







[2012년 6월 17일 목요일 오후 8:30분]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직원들과 함께 회사인근 호프집에서 경기를 관전하는 승희, 다들 열광적인 분위기로 응원에 매진하고 있었지만,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오직 승희만큼은 대~한민국으로 시작하는 응원구호를 외치는 것보다, 경기의 결과에 더 촉각을 곤두세운 채 스코어 보드에 집중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한국 대 아르헨티나전 전반 17분]





“아아악!!! 이게 뭐야!!!”

“박주영 개새끼!!!”





사람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어이없는 박주영의 자책골...

스코어는 1:0 어처구니없는 실책성 플레이에 호프집 안의 모든 사람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사람... 시원한 맥주를 양껏 들이키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숨기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서승희였다.





‘그래!!! 그래!!! 1:0!!! 좋다!!! 그래!!! 이거야!!! 시작이 상콤하네!!’





환호가 터져나오리만치 상쾌한 승희였지만, 혹시라도 이런 속마음이 들킬까 시원한 맥주잔에 얼굴을 쳐박는다.





“승희씨 같이 한잔해!!! 아 나도 속이타네 진짜!!!”





김과장과 장대리등 다른 직원들이 분통터진 표정으로 승희를 바라보며 잔을 맞딱뜨린다. 그들의 찡그린 표정과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애써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승희의 표정이 사뭇 대조적이다. 하지만 사람들 모두 경기에 집중한 나머지 승희의 표정을 주의깊게 보는 이는 없었다.





[한국 대 아르헨티나전 전반 33분]



‘주춤 주춤... 아르헨티나 곤잘로의 슛!!!’



“아아아아!!!”



사람들의 표정이 또 다시 아쉬움으로 물들었다.

스코어는 어느새 2:0, 아쉬워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여전히 단 한 명! 승희의 표정만이 차곡차곡 밀려오는 환희로 들떠 있었다. 경기는 착착 괴문자가 예언한대로 흘러가고 있었고, 승희는 자신의 스포츠 토토 배팅 점수와 배당이 프린트 된 종이를 연신 어루만지며 쾌감에 젖어 들어갔다.





‘이래서 사람들이 도박을 하는구나... 누가 만져주지도 않았는데... 보짓물이 질질 흘를꺼 같애... 이겨라 아르헨티나!!!’





전반이 다 끝나갈 무렵...

이젠 여타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승희의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승희는 전반 2:1 후반 4:1의 아르헨티나 승리에 돈을 배팅했다. 하지만 전반이 다 끝나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점수는 여전히 2:0으로 아르헨티나가 앞석 있었다. 만약 이대로 끝이 난다면 애써 공금횡령까지 해서 배팅한 승희의 노력이 모두 날아가 버리고 만다. 단순히 10만원만 날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곧 밀어닥칠 카드값에 대한 공포도 공포이거니와 승희의 모든 희망마저 차가운 맥주거품처럼 사라진다.

승희는 간절하게 소망했다. 그 순간만큼은 호프집 안 그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한국의 만회골을 바라고 또 바랬다. 누가 뭐래도 승희의 배팅대로 경기 전반은 무조건 2:1로 끝나야만 했다.





“아~ 이거 과장님 전반은 그냥 2:0으로 끝날 공산이 높죠?”

“그렇지... 저거봐 아르헨티나도 수비를 강화하고 안나오잖아”





장대리와 김과장이 마치 축구 전문가라도 되는 양주저리주저리 떠든다. 승희는 두 사람을 한번 흘겨보며 외쳤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포기하면 안돼요!!!”





여태껏 시큰둥하던 승희가 갑자기 응원에 열을 올리자 함께 있던 직원들이 다소 놀란 눈치이지만, 월드컵이란 것이 워낙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구석이 있기에, 다들 승희의 때 늦은 응원에 동참한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하지만 그런 승희의 간절한 응원에도 불구하고, 야속하게도 전반전 45분이 모두 흘러가버렸다. 이제 남은건 얼마 안되는 전반 추가시간... 승희의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







[한국 대 아르헨티나전 전반 추가시간 1분]



‘패스가 들어갑니다 좋아요 좋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어요 빨리 들어가 합니다 이청용 달려갑니다 슛!!!’’





승희는 눈을 감았다. 차마 볼수가 없었다.





전반 1분... 눈을 감고 기도하고 있는 승희의 주변에서 함성소리가 터져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청룡!!!!!!!!!!”

“꺄아아아아아아!!!”





눈을 뜬 승희... 침울했던 호프집 안이 어느새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어 있었다.

전반 추가시간 1분... 공격형 미드필더 이청룡의 만회골이 드디어 터진 것이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모든 이들이 대한민국을 외쳤고, 직원들이고 모르는 손님이고 간에 다들 하나가 되어 얼싸안고, 추가시간에 극적으로 터진 이청룡의 만회골에 환호했다. 이번엔 승희 역시 터져나오는 웃음과 환희를 감추지 않고 열렬히 환호한다. 오죽했으면 승희의 근처에 서 있던 서대리가 엉겁결에 승희를 얼싸안고 포옹하는 행운(?)을 누릴 정도였다.





“와!!!! 이청룡 최고!!! 아...진짜... 나 눈물날 것 같애...”

“승희씨가 축구 이렇게 좋아했는지 몰랐네... 하하하 자 마시자구 마셔!!!”





승희의 괴성에 가까운 환호에 직원들이 놀랄정도였다. 잠깐 포옹까지 한 쑥맥 서대리는 얼굴까지 빨개져 맥주만 들이켰고, 승희는 이런 기분 좋은 순간에 서대리와 얼싸안은 것 정도가 뭐 대수랴 하는 심정으로 장대리와 함께 기분 좋게 맥주를 들이킨다.







[한국 대 아르헨티나전 후반전]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후반 시작을 알리는 휘슬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더 커졌다.





‘자 이제... 아르헨티나 애들이 좀... 넣으면...’





“이거 이거... 점수 잘 안나겠는데요? 보세요 전반에도 우리 박주영이 자책골 안 넣었으면 그래봐야 1:1이라구요! 메시도 전담 마크가 붙으니까 꼼짝을 못하고!! 하하하하 제가 말 안했습니까? 바르셀로나 미드필더들이 메시 다 업어 키운거라니까요! 국대에선 아무것도 아니예요 패스가 들어가야 메시도 뛰죠!! 제가 장담합니다 이대로 한국이 동점 골 넣어서 2:2 무승부 아니면 한국 3:2승리!!! 자 뭐해요 다들 대한민국!!”





장대리가 썰을 풀기 시작하고, 승희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실제로 경기는 장대리의 호언장담대로 전반 30분이 지났음에도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엄청난 선수라는 메시는 뭐가 그렇게 잘 안풀리는지 골을 넣지 못하고 있었고... 경기는 여전히 답보상태였다. 아직도 2골이나 더 들어가야 안심을 할 수 있는 승희는 다시 애가 탄다.





[한국 대 아르헨티나전 후반 31분]



“곤잘로 선수... 다시 한번 슛!!!”



“아아아악!!! 흐아아!!”

“아아압!!”



사람들의 비명에 가까운 탄식이 터져나왔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3:1...

후반 31분 곤잘로 히구안의 2번째 골이자 아르헨티나의 3번째 골이 터졌다.

이제 승희는 주변의 시선조차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대 놓고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웃고 있었다.





“이봐 서승희씨! 웃음이 나오냐!! 어휴!!! 승희씨 미쳤어?”

“아...아니...그...그게...이제부터 이기면 되죠!! 저도 어이가 없어서 웃는거예요 어이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가슴이 콩닥콩닥 뛰며, 대한민국 선수가 골을 넣기라도 한 것처럼 기쁜 승희였다. 승희는 두 주먹을 불끈쥐며... 마지막 한골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겨우 4분후...





[한국 대 아르헨티나전 후반 35분]



후반 35분... 곤잘로 히구안의 쏜살같은 슛이 한국팀의 골망을 갈랐다. 곤잘로의 헤트트릭이자 아르헨티나의 네 번째골, 이 통한의 4번째 골이 들어가자 호프집 안은 더 이상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직 침울한 눈빛과 절망적인 한숨소리만이 그득했다.





“와아아아아!!!!”



“뭐야 저여자!!”





사람들이 승희를 보며 손가락질 했다. 터져나오는 기쁨에 승희는 본인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손을 치켜들며 환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의 차가운 눈빛과 질시따위는 승희에게 보이지 않았다. 오직 TV화면에서 띄워주고 있는 4:1이란 스코어만이 그녀의 두눈에 가득했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르는 전율을 억지로 참아내며 겨우겨우 자리에 앉은 그녀는 재빨리 자리를 떴다. 오늘 경기의 최종배당이 얼마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다.





“와아... 아.... 배당률 507.5배... 오... 오천만원!!!!”





승희의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고작 10만원을 배팅했는데... 세금을 제외하고 그녀가 받을 수 있는 돈만 무려 사천삼백만원에 달했다. 승희는 이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컴퓨터 화면을 부여잡고 한참동안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카드값을 제외하고도 3100만원... 하아...하아...”





승희의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숨이 가빠졌다.

자신의 일년치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 돈을 단 한번에 번 것이다. 그것도 겨우 단돈 10만원으로...





“하하하하핫!! 하하하하하하하하!”





마치 미친여자처럼 승희는 그렇게 한참동안을 세상이 떠나갈 듯이 웃어댔다.

그리고 웃음이 멈추자마자 승희는 친구에게 연락을 해 약속을 잡았다. 큰 돈을 손에 쥐었지만 아직 돈이 입금되려면 시간이 필요한 듯 했고, 그녀의 카드들은 한도초과되어 쓸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너 이년... 정말이지? 곧 바로 돈 주는거지?”

“그래 걱정하지마 내일이면 삼천만원 들어올거 있어!!”

“그래 그럼 오늘은 정말 내가 쏜다!!”





승희는 비싼 양주를 시켰다. 나이트클럽에 가도 늘 맥주에 기본안주를 시키는 승희였다. 양주는 남자들이 있는 테이블에 부킹갈때만 한잔씩 마셨을 뿐이다. 승희는 평소 마시지 못했던 값비싼 양주를 두병이나 시켜 연거푸 들이 마신 후, 그날 나이트에서 최고로 근사한 남자를 꼬셔 모텔로 향했다.





“야... 너 장난아닌데?”

“시끄러... 빨리...”





승희가 모텔문이 열리자마자 남자의 겉옷을 거칠게 벗겼고, 남자는 적극적인 승희의 모습에 조금 당황한 듯 했지만, 싫지 않은 듯 재빨리 옷을 벗으며 승희의 목덜미와 쇄골을 핥아댔다.





“흐으읍... 하아”





승희는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며 남자의 성기를 부여잡았다. 다행히 클럽에서 춤추며 몸을 가져다 댔을 때 슬쩍 확인한 것처럼 튼실하고 딱딱한 무언가가 잔뜩 성이 난채 솟아 있었다.





“빨리 넣어줘...”

“벌써? 애무도 안하고?”

“필요없어... 나 이미 잔뜩 젖어서 질질 흘를꺼 같애!”





이미 승희의 음부는 질펀하게 젖어있었다. 남자의 성기를 부여잡기 전부터 승희는 젖어 있었다. 거액의 돈에, 카드값을 다 해결했다는 후련함에, 그리고 확실하진 않지만 또 한번 날아올지 모를 의문의 괴 문자에 대한 기대감이 그녀를 이미 절정까지 몰고갔다.





“와... 너 진짜 잘 느끼나부다”

“시끄럽고 빨리 넣어줘!!”

“나야 좋지 흐흐흐”

“아니 침대말고 여기서 빨리!!”





승희가 웃으며 벽쪽으로 몸을 돌리며 허리를 숙였다. 애액으로 질펀한 승희의 보지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사내는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이게 왠 떡이냐는 표정으로 발목에 걸려있는 자신의 바지를 발로 차서 멀리 떨쳐내더니 곧바로 승희의 보지속으로 진입한다.





“하아악!!! 흐읍”





남성의 성기는 이미 흥분할대로 흥분한 승희의 보지속에 불을 지폈고, 승희의 애액은 마치 순도 높은 휘발유처럼 활활 타올랐다.





“흐으응!! 하아 하아! 아아아아!!!”

“너 진짜... 하아... 대단하다... 하아...”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

“씨발 좆나게 쪼여주네... 썅년... 와... 죽인다 너”





승희의 보지가 남자의 성기를 꽉꽉 조여댔다. 오늘 느낀 성공의 희열이 그녀의 보지속으로 스며들어 강렬한 자극으로 변한 것이다. 승희의 보지속 주름들은 그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인 것 마냥 사내의 음경에 흡착되어 꿈틀거렸고, 사내는 생전 느껴본적없는 강렬한 자극에 금방이라도 사정할 듯 헐떡거린다.





“하아악...!!!”

“안돼 밖에다 싸 이 새끼야!!!”

“흐윽... 알았어... 흑...”





승희의 강렬한 자극은 이 건장한 사내를 3분도 못돼 사정하게 만들만큼 강력했고, 사내는 창피를 무릎쓰고 승희의 등에 거칠게 정액을 흩뿌려댔다.





“후우우우... 너 진짜.. 너 진짜... 대단하다... 나 이런건 처음이야”

“조루새끼..”

“야 아니야 내가 원래 엄청한다구... 나도 진짜 신기하다니까!”

“시끄러... 이리와봐”

“어? 어!!!”





승희는 남자가 요구하지도 않는데, 정액으로 번들거리는 남자의 귀두에 입을 가져다 댄다.

자신의 애액이 정액과 뒤섞여 미묘한 빛깔을 띄고 있었지만, 오늘의 승희에겐 덴마크산 요거트 소스처럼 달콤해 보일 따름이었다. 밤꽃향의 비릿한 액체가 승희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질 내벽이 요동치며 조여올때와는 전혀 다른 강력한 흡입력이 사내의 음경 전체를 지배하고, 가장 예민한 귀두 인근은 승희의 혀가 마중나와 원을 굴리며 핥아갔다.





“아... 잘 빤다 너...후우우우 진짜로...”





승희의 혀가 뱀처럼 연신 사내의 자지를 휘감았다. 본격적인 뜨거운 밤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승희의 환희가 사내에게 전염되었는지 사내의 고개가 뒤로 젖혀진다.





“야 너... 왜 이렇게... 하아”





식욕은 곧 성욕이라 했던가? 사내의 음낭위로 승희의 입에서 흘러나온 타액들이 맺혀, 금방이라도 바닥에 떨어질 듯 반짝거린다. 승희의 혀는 능수 능란한 연주자처럼 악기가 낼 수 있는 모든 음역대를 고루 섭렵한다. 커다란 귀두, 힘줄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다시 발기한 음경, 바짝 오그라든 음낭까지... 경험많은 승희의 연주는 거침이 없었다.





“나 못 참겠다... 하자! 서른살 넘고서 이렇게 싸고 나서 바로 선적이 없는데... 너 진짜 굉장하다.”

“빨리 넣어줘... 나도 죽을꺼 같애...”





승희가 재빨리 침대위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사내의 자지를 빠는 것만으로도 이미 흥분해 있는 승희의 보지 속살이 오늘따라 유독 더 빨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미리 말하지만 나 진짜 조루 아닌데... 너가 너무..”

“시끄럽고 빨리... 박아줘... 세게... 부숴버릴 듯 세게 넣어줘!!”





사내에게 애원하듯 소리치는 승희의 표정이 절박해 보였다. 아마 사내는 오늘 밤 몇 번이고 승희에게 시달릴 것이다.





“그래 너... 넣는다!”

“흐읍!!”





사내의 귀두가 살짜기 승희의 보지 입구로 디밀어졌을 뿐인데도 승희의 교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참을 수 없는 흥분 상태에 돌입한 승희였기에, 아주 작은 터치만으로도 무한한 쾌감이 흘러나왔다.





“하아악... 아아... 아아... 세게 박아줘... 부숴버릴 듯이!!!”

“간다...”

‘철퍽! 철퍽! 철퍽!!’





찰진 소리가 모텔방 안을 가득 채웠다. 모텔이 떠나갈 듯 신음성을 질러대는 승희, 그 모든 것이 제가 잘난 탓인줄 착각하는 부킹남이 말한다.





“내 자지가 그렇게 좋아?”

“아아... 아아... 하아”

“내가 박아주니까 좋냐구?”

“아아... 시끄럽고 어서... 더 세게...”

“아... 진짜... 너 혹시 마약이라도 했냐? 왜 이렇게 느껴?”

“마약은.. 하아.. 개뿔.. 아아...아아...”





지금의 섹스는 승희에게 있어 오늘 성공의 전리품과 같았다. 상대가 누구였든 승희는 지금처럼 흥분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부킹남이건 누구에게건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잔소리 말고 씨발 빨리 쑤시기나 해!!! 흐응...”

“아... 그래...”

“아아! 아아!! 아아...”





그렇게 뜨거운 밤은 깊어만 갔다.







[2012년 6월 21일 월요일]



승희의 아침에 활력이 넘쳤다. 아침 출근길 햇살도 너무 따사롭고 행복했으며, 회사로 가는 길도 마냥 가볍기만 했다.





“아... 이게 누구야!!! 월드컵 승부사 서승희씨 아냐!!! 자 받아 60만원!! 꼬룸한 김과장님이 이제야 돈을 줬지 뭐야 금요일날 딱 줬어야 하는데 이제 줘서 미안해!! 그나저나 참 신기해... 어떻게 그렇게 딱딱 맞추지? 그것도 연속으로 두 번씩이나!!! 이거~이거 수상해! 수상해!! 무슨 신내림이라도 받은거 아니야? 흐흐흐 승희씨 신기 때문에 무서워 죽겠어!! 어휴! 으슬으슬~ 하하하”





장대리가 승희에게 또 60만원을 주고 간다. 얼마전까진 큰돈이라고 여겨질 금액이었지만, 이제 승희에게 돈 60만원은 껌값이나 다름 없었다. 금요일 오후에 거금 4,300만원이 곧바로 승희의 계좌에 입금 됐다. 물론 카드사에서 여지없이 1,200만원을 곧바로 수거해가긴 했지만, 승희의 목을 죄여오던 카드값이 모두 해결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천만원이 넘는 돈이 통장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소멸된 카드연체료보다, 통장 잔고에 찍혀있는 2,000만원이란 숫자보다 승희를 더 흥분시키는 것은 다름아닌 간밤에 온 문자였다.





‘한국 대 나이지리아전 전반 1:1 후반 2:2 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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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은 연재가 힘들 듯 해서 미리 올립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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