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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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뢰와 배신은 한순간 이라니까.


술을 많이 먹은 다음 날 아침은 늘 일어나기 힘들고 온몸이 나른한 법이다.
역시 어제의 술이 과했던 탓일까? 아니면 소주를 마시다가 맥주를 마신탓일까?
여러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면 배는 더 머리가 아프기 마련이다.
그래도 오늘은 그다지 머리가 아프거나 속이 쓰리진 않다. 다만 훨씬 더 나른한 기분이라는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그래도 이정도면 행사때 조금 오버해서 술마신것 치곤 괜찮은 편이다.
더군다나 오늘은 나른하면서 왠지 포근하다.
시끄럽게 알람시간을 알리는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으며 오늘은 조금 더 자도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따뜻하고 포근한 기분.
핸드폰의 알람을 끄고 나서야 알게된 것은 평소와는 다르게 따뜻하다는 것.
옆으로 누워 자고 있다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등이 따스하다는건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였다.
그리고 팔위에 얹혀져 있는 남의 팔.
등뒤의 느낌은 이제 따뜻함만을 지나 안락하다는 느낌을 준다.
푹신푹신하며 마치 엄마 품에 안겨져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물론 확실히 누군가에게 안겨져 있다는것은 맞는 말이지만 말이다.

따뜻한 기분. 포근한 기분. 나름함에 또다시 잠에 빠져든다.

고등학교와 다르게 대학교에만 있는 제도로는 재수강이란 제도가 있다. 성적이 않좋았을때 다시 그 수업을 들어서 새로운 성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
신입생 환영회때 이후로 다시 가희와 유선이 만나게 된것을 그 제도의 덕분이였다.
강의실의 저 멀리 있어도 확실히 눈에 띄는 존재, 그것은 언제나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는 유선이다.
반면에 가희는 신입생 환영회때의 도발적인 모습은 어디 갔는지 그저 수수한 모습이다.
자신의 자취방에서 재운 유선조차도 못알아 볼 정도로 달랐고 먼저 말을 걸은것은 가희였다.

"선배! 이 수업 들으시는 거에요?"

멀리서 봐서 못알아 본다 해도 얼굴을 마주대하면 알아볼 수 밖에 없는 법.
유선은 괜시리 얼굴이 빨게지며 대답한다.

"으..응. 작년에 성적이 제대로 안나왔거든."

"어! 선 배 목에.."

유선은 황급히 목을 가린다.

"어? 목이 왜?"

꽤 시일이 지났것만 아직도 붉은 기운이 약하게 남아있다.

"흐음....남자친구가?"

"아니야! 피부가 약해서..."

허둥지둥 변명을 둘러대는 유선은 그 붉은 기운의 원인을 잘 모르는듯 하다.
하기사 성性과는 담을 쌓고 사는 유선이 그 의미를 알아차리기를 기대하는것 조차가 문제일지도 모른다.

"어. 자꾸 그런게 생기기 시작하면 몸에 막 퍼질텐데?! 안되겠어요! 언제 저희 집에와서 관리 한번 받으세요!
저번에 보니까 화장품도 거의 없던데. 얼굴도 푸석푸석한거 같고. 관리는 하고 있는거에요?"

아무리 까칠한 성격의 유선이라도 후배 앞에선, 특히 적극적인 사람 앞에선 힘을 못 쓴다.
아무리 자신의 여성성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지만 신체 변화, 그러니까 피부거 거칠어진다거나 하는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신경쓰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아니야. 요즘 건조해서 그런거지. 겨울지나면 괜찮아져."

신경씀과 동시에 부정해버리는 것은 그녀의 특징이다.

"저희 집에 노는게 싫어서 그런거죠?"

여자의 눈물엔 천하장사도 넘어가기 마련이다. 특히 쳐진 눈에 고여있는 눈물은 더 큰효과를 발휘한다.
그게 남자든 여자든, 뭐, 유선은 어느쪽에도 한정짓기에 어려운 정신세계를 가졌기는 하다.
여자 이면서 여성성性을 거부 하면서, 그렇다고 남자는 아닌.
어쨌든 가희의 눈물이 유선에게 통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가희의 눈물이 누구나 넘겨버릴 힘을 가진건지 아니면 유선 혼자 넘어가 버린건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물론 가희의 눈물이 진심을 담은것은 아니고 단지 제스춰에 불과했지만.

"야한 영화도 구해봤어요."

가희의 소근 거림에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유선은 괜시리 아닌척을 한다.

"에이. 별로 관심없어."

"보면 달라진 거에요."

가희는 키득 키득 웃으며 소근소근 말을 잇는다.

"남자만 나와요."


학교 앞의 하숙 혹은 자취집은 나름의 평가를 메기게 된다.
저쪽 골목은 좀 안 좋고 이쪽 골목을 좋다느니. 이 골목은 여자가 살기에는 좀 않좋고 어느 골목이 좋다느니.
가희의 집은 그 골목 중에서도 제일 선호하는 - 즉 비싼 - 골목이였다.
하숙방같은 허접한 합판의 칸막이도 아니고 콘크리트 벽에 프로젝터로 홈시어터를 구축해논 그녀의 방은 자취방이라고 하기에는 꽤나 화려했다. 넓은 책상에 냉장고, 홈시어터까지. 이정도 살림이면 대학가 자취방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니까. 밖에서는 언제나 터프한 유선의 방이 밖과는 다르게 꽤나 소녀 취향인것과 달리 가희의 방은 조금 삭막한 분위기다.
실용적이라고 할까?
직선적인 디자인에 모노톤의 가구는 감성보다는 기능적인것을 더 추구하는 느낌이다.

"자취방에 쇼파라니. 쇼파에 앉아서 티비 보는것도 오랜만이네."

오랜만에 집에 온듯한 편안한 분위기에 유선은 왠지 눕고 싶어졌다
가희는 냉장고에서 마실것과 과자들을 꺼내 쇼파 앞의 테이블에 차리기 시작한다.
컴퓨터와 프로젝터를 키고는 영화볼 준비를 하며 창문에 블라인드를 쳐 햇빛을 막는다.

"와인 좋아하세요?"

잔에 담긴 차갑운 와인은 향긋한 향을 낸다.
그리고 달콤한 맛이 혀끝에 맴돌아 행복한 느낌을 준다.

영화가 시작되고 방안에는 달콤한 와인 향에 이어 체리향이 풍기기 시작한다.
커다란 화면으로 보는 키스신은 와인의 달콤한 맛 만큼이나 달콤함 기분이다.
그리고 베드신으로 넘어가는 화면에, 그리고 귓속으로 들어오는 소리에 마치 심장이 귓가에서 뛰는것 같다.

"와인을 너무 많이 마셨나봐."

화면이 전환 되고 나서야 자신이 가희의 손을 꼭잡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가희는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화면만 보고 있었고, 왠지 지금 손을 빼면 안될것 같은 생각이 들어버렸다.

두번째 베드신에서는 훨씬 더 자극적인 화면이 나오기 시작한다.

꿀꺽.

자기도 모르게 침이 넘어가며 왠지 야릇한 느낌이다.
아스라히 체리향이 느껴진다. 꼭잡은 가희의 손은 무척이나 뜨겁고 손을 통해서 심장박동이 전해져 온다.
그리곤 천천히 유선에게 기울어져 강한 체리향을 풍긴다.
옆구리에서 배로, 그리고 다시 다리로 간지러운 따뜻함이 이동한다.
심장은 영화 소리가 안들릴 정도로 시끄럽게 쿵쾅거린다.
가희의 다른 손은 유선의 손을 놓고는 유선의 등을 타고 오르기 시작한다.
척추를 타고 간지러운 감각이 올라가자 등받이에서 등을 떼며 "흡"하는 소리와 함께 짧은 숨을 들이마신다.
브레지어 끈을 넘고 잠시 서성 거리던 간지러움은 다시 아래로 내려간다.
호흡을 멈추고 있던 유선은 그제서야 긴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아!"

유선의 입에서 작은 비명이 터져나온다.
맨살에서 느끼는 가희의 따뜻한 손은 옷위로 느껴지던 것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그리고 짜릿하다. 가희의 손이 춤을 출때마다 빳빳하게 긴장된 유선의 몸은 조금씩 춤을 춘다.
자꾸만 침을 삼키면서도 갈증이 난다.
머리속은 엉망이 되서 아무런 사고도 할 수 없고 단지 가희의 손놀림에만 모든 신경이 곤두 서 있다.
또다른 손이 유선의 무릎에서 다리로 다시 올라오고, 벨트를 풀기 위해 거친 움직임을 일으킨다.

섹스.

갑자기 떠오른 한마디가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은 던진것 처럼 머리속에 퍼진다.
정지된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고 긴장이 한순간에 풀려버린다.

"내가 지금 뭐하는거지?"

영화 속에서는 여전히 남자끼리의 애무가 한창이다.
스크린 속에는 두명의 남자, 스크린 밖에는 두명의 여자가 있고 두 그룹 모두 섹스를 위해 전희를 즐기고 있다.

"즐기고 있다?"

갑자기 땀이 다 식어버리기라도 한듯 오한이 들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영화속의 남자들이 갑자기 징그럽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조금 전까지는 따뜻하고 부드러웠던 가희의 손길도
마치 몸위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왜 그래요. 더 기분좋게 해줄게요."

유선을 바라보는 가희의 얼굴은 더이상 순진한 얼굴로 보이지 않는다.
독한 담배 냄새로 머리가 아파온다.
이러기 위해서 자신을 데려왔단 말인가?

짝!

"사람 잘 못 봤어."

황급히 옷을 추스리곤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린다.


가희는 쇼파의 스위치를 당겨 등받이를 넘겨버린다.
쇼파에서 모양을 바꾼 침대에 누워선 빨갛게 달아오른 뺨을 쓰다듬으며 담배에 불을 붙인다.
스크린 안에선 애무를 하던 남자가 다른 남자를 칼로 찌르는 장면이 나온다.

"신뢰와 배신은 한순간 이라니까."

리모컨을 들어 소리를 꺼버린다. 어차피 그녀에게 남자끼리의 행위를 보는것은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유선을 불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불러와서는 너무나 열심히 보는 유선을 위해서 보고 있었던것뿐.
왼손을 들어 올려다 보며 담배 연기를 뿜어낸다.
만져지는 것 같지만 결코 잡을수 없는 연기처럼. 그녀의 몸의 감촉이 아스라히 느껴지는것 같다.
처음 기타를 사면 탁한 소리를 내듯이 그녀의 몸은 뻣뻣했고, 처음 만든 악기마냥 강한 새것 냄새가 났다.

갖고싶다.

그녀의 숨소리는 영화에서 나오는 소리와는 달리 진실되었고 그녀의 희미한 떨림은 영화속의 절정에 달한 몸부림보다도 요염해다.

가희의 손은 자신의 가슴을 움겨쥐며 유선의 가슴을 상상한다.
풍만한 하진 않지만.
아니, 작은 편이지만 누구에게도 내준적 없는 자그마한 가슴이 더욱 섹시하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한손은 바지의 버클을 끌르고 속옷 안으로 내려간다. 그녀의 몸을 생각하는 것 만으로, 그녀를 만졌던 촉감을 기억해 내는 것 만으로 이미 가희의 다리 사이는 애액으로 흘러넘친다.
그녀를 다루듯 부르럽게. 어루만지고 쓰다듬는다.

"하아.."

가희의 입에서 얕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풀어 헤져진 가슴을 강하게 움겨쥔다.

그녀를 갖고 싶다!

검지와 중지가 음부로 들어가 그 안의 주름을 훑어내며 자극적인 포인트를 더듬는다.

"아흑!"

손가락은 더욱 빨라지고 가학적이다 싶을 정도로 유두를 꼬집어 당긴다.

"아아-ㄱ"

숨을 쉴수가 없다.
한차례. 두차례 작은 경렬을 일으키고 그제서야 호흡이 돌아온다.

"..하아..하아.."

방안에 다시 체리향이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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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아직 리플이나 추천수는 적지만 3000이라는 조회수는 굉장히 기분이 좋네요
hapellion님이 원하시는 대로 이 글은 sm을 지향하는 소설입니다.
근데 과연 잘 쓸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서 로멘스가 되버릴지도 모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쓰기시작한 것이니 가볍게 생각하고 쓸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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