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가족 - 1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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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이 열리는 금요일. 엄마는 아주 많이 긴장한 표정으로 아침부터 욕조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더니, 점심을 먹고 오이를 썰어 안방으로 올라가기 전에 엄마가 먼저 나를 소파에 앉히고 내 허벅지에 앉아 보지에 자지를 넣었다. 좆믈을 받고 나서도 긴장이 풀리지 않은 얼굴로 안방에 올라간 엄마를 놔두고 가까운 몰에 가서 엄마에게 줄 장미꽃다발을 사가지고 왔다. 엄마가 나와 함께 프롬에 가는 것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내 방에 있으면서 반지를 꺼내어 보며 프롬에서 돌아와 어떻게 엄마에게 반지를 끼워주며 나와 결혼해달라고 말할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다섯 시가 넘어 내가 입을 턱시도를 다려서 거실로 내려온 엄마는 마치 프롬에 가기로 한 것을 후회하는 듯한 표정으로 내 시선을 피하며 머뭇거리더니 저녁을 간단하게 일찍 먹자고 했다.
가볍게 떨리는 손으로 그릇을 꺼내고 저녁을 준비한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식탁에 앉아 계속 내 눈길을 피하며 음식을 먹지 않고 수저를 들고만 있었다. 내가 설거지를 하려고 식탁을 치우고 나서야 굳게 얼어붙은 엄마가 한숨을 크게 내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언제 출발해야 해요?”
혹시라도 엄마가 안가겠다고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고 있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일곱 시 반쯤에요.”
엄마는 또 한참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이 없었다.
“......괜히 간다고 했나봐요....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갈 데가 아닌데.......당신 망신만 시킬 것 같아서......”
“쓸데없는 말씀 하지 말고 이제 준비하세요. 졸업식때 제 친구들이 다 부러워 하면서 당신이랑 애프터파티에 와달라고 부탁하던데......”
내 말을 듣고 고개를 살짝 든 엄마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정말요?”
‘네. 빨리 가요. 당신이 제일 예쁠거에요.“
엄마가 무릎의 두 손을 꼭 쥐더니 나를 보고 방긋 웃으며 일어섰다.
“............네.”
엄마가 안방으로 올라가고 나서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아 걱정하다가 일곱 시 쯤에 올라가 보려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구두를 닦아놓은 다음에 거실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턱시도로 갈아입었다. 일곱 시 반이 다 되었는데도 엄마가 내려오지 않아 시계를 보며 엄마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다가 안되겠어서 안방에 올라가려고 소파에서 일어서는 데 안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의 몸에 ㅤㅊㅘㄱ 감겨 하늘거리는 은회색 드레스자락이 먼저 보이고 시원하게 드러난 어깨위에 악간 창백해 보이는 얼굴에 우아하게 색조화장을 하고 머리를 뒤통수위로 둥글게 모아 묶은 엄마가 긴장한 표정으로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엄마가 너무 예뻐서 자지를 벌떡이며 꽃다발을 들고 계단앞으로 가 엄마에게 건네주고 나서 화장이 지워지지 않게 가볍게 키스하자 엄마가 나를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어때요?”
나는 엄마의 핸드백을 받은 다음에 허리에 팔을 감고 볼기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면 차고로 엄마를 이끌었다.
“너무 예뻐요.”
프롬이 열리는 시내 호텔에 도착하여 대연회장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엄마가 핸드백을 꼭 쥐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숨을 크게 한 번 내 쉬고는 나와 팔짱을 끼고 연회장에 들어섰다.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이 이상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은 엄마의 몸매와 얼굴을 부러워하는 눈길이고 여자들은 엄마의 옷차림을 ㅤㅎㅜㅌ어보며 질투하는 눈길이어서 엄마는 곧 긴장을 풀고 밝은 표정으로 나에게 안겨 춤을 추며 파티를 즐겼다. 열한 시가 다 되어 학교안에 소문이 났던 대로 무대 한 가운데서 남학생이 무릎을 꿇고 청혼하고 상대여학생이 눈물을 글썽이며 청혼을 받아들이자 모든 사람이 축하의 박수를 뜨겁게 보냈다. 그들이 키스하는 것을 보며 박수를 치고 내 손을 꼭 잡는 엄마의 얼굴에 부러움이 가득했다.
열한 시가 넘어가며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해서 우리도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네 애프터파티에 오라는 여러 초대를 웃으면서 거절하고 엄마와 함께 호텔에서 나왔다. 엄마를 조수석에 앉히고 시동을 걸어 주차장에서 나오며 엄마의 손을 잡아 키스하면서 물었다.
“어땠어요?”
엄마는 나롤 돌아보며 환하게 웃었다.
“재미있었어요.....호호호....아까 그 사람은 미리 준비했나봐요?”
나는 얇은 드레스위로 엄마의 허벅지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누구요?”
엄마의 목소리가 부러움으로 낮게 가라앉았다.
“그 청혼한 사람...........여자가 좋아서 죽으려고 하던데......후우으.......”
나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엄마의 허벅지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집에 돌아가 어떻게 엄마에게 반지를 끼워줄 지를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엄마가 샴페인을 준비해 두었다며 주방에 간 사이에 내 방에 가서 반지함을 주머니에 넣고 거실로 돌아와 엄마가 건네주는 샴페인 병을 열고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엄마와 샴페인을 따라 한 모금 마시고 난 다음에 엄마 손을 꼭 잡고 있으면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차라리 프롬연회장에서 청혼할 것을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며 입안이 타들어갔다. 아무 말도 없이 엷은 미소를 띄우고 고개를 살포시 숙이고 있는 엄마를 보며 조바심으로 온 몸의 신경이 바짝 서서 머뭇거리는데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저기요.....엄마......”
내가 아주 오랜만에 엄마라고 부르자 엄마가 공포가 담긴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지만 너무 긴장하고 있어 그런 것을 눈치챌 겨를이 없었다.
“엄마......그동안 많이 생각해 왔는데요......”
엄마앞에 무릎꿇고 앉아서 손을 꼭 잡은 채 엄마의 눈을 바라보며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저와.........결혼해 주세요.........”
그리고 주머니에서 반지함을 꺼내 엄마에게 열어 보였다. 엄마가 놀라움으로 눈동자가 찻잔만큼 커져서 나와 반지를 번갈아 보며 아무 말이 없자 엄마가 거절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가슴이 쿵쾅쿵쾅뛰며 온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아주 오랫동안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나와 반지를 바라보고 있던 엄마가 갑자기 내 손을 꼭 잡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네!!!!!.....”
내 청혼을 받아들이는 엄마의 대답을 듣자 기쁨으로 심장이 멎는 듯 하며 너무나 흥분되어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있으면서 엄마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바라보다가 떨리는 손으로 엄마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 엄마옆에 앉아 입술에 따뜻하게 키스했다.
한참동안 손가락을 쫙 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반짝이는 반지를 바라보던 엄마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말했다.
“저도 당신께 드릴 말씀이 있어요.”
“뭔데요?”
엄마는 부끄러움 때문인지 약간 발개진 얼굴을 살짝 숙였다가 가벼운 미소를 띈 얼굴을 들어 다시 내 눈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저....아기 가진 것....같아요.....”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지만 엄마에게서 직접 말을 들으니 너무나 기뻐서 순간적으로 숨이 콱 막히며 눈앞이 아찔해졌다.
“저..정말요?!!!!!!!!”
엄마는 내 품에 안기며 속삭였다.
“네......두 달 째 생리가 없어요.”
기쁨과 흥분으로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자..잠깐만요...저 이.임신테스트기...사올께요!!!”
엄마는 환한 미소를 띄우고 내 가슴에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제가 사다 놓았어요,.......”
“그.그럼 빨리 해..해봐요!!”
엄마와 함께 이층의 우리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마치 하늘까지 닿는 계단인 듯이 길게 느껴졌다. 방문을 닫고 조바심으로 방안을 두리번거리자 엄마가 화장대 맨 밑의 서랍에서 분홍색 종이곽을 꺼내어 나에게 건네줬다. 침대에 나란히 걸터앉아 종이곽을 뜯으려고 했지만 긴장으로 입이 바짝 마르면서 손이 너무 떨려 포장을 뜯을 수 없었다.
“호호호...이리 주세요. 제가 뜯을게요.”
내가 끼워 준 반지가 반짝이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엄마가 종이를 뜯고 안에서 하얀 비닐에 길다랗게 포장된 임신테스트기를 꺼내는 것을 보며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것이 느껴졌다. 비닐포장을 뜯고 임신테스트기를 손에 든 엄마가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잠깐 기다리세요. 저 화장실에 가서요.”
욕실문을 닫고 들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흥분과 긴장으로 숨이 콱콱 막히고 심장소리가 점점 더 크게 온 몸을 울렸다. 욕실문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엄마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이 몇천년의 시간이 걸린 것 같았다. 변기의 물내리는 소리가 나고도 엄마가 나오지 않아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서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가려는 데, 엄마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욕실문을 열고 나와서 내 곁에 앉아서 아무 말없이 나에게 임신테스트기를 건네주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임신테스트기를 받아 엄마와 침대에 나란히 앉은 채 숨을 삼키며 임신테스트기를 내려다 보자 서서히 파란색 줄이 두 개 드러나서 점점 더 선명해졌다.
엄마와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었을 때 만큼의 커다란 기쁨에 숨이 콱 막혀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엄마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얼굴 가득히 미소를 띄었다.
“당신 아기에요.”
나는 임신테스트기를 내려놓고 떨리는 손으로 엄마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아뇨.....우리 아기에요.”
엄마는 우리 아기라는 말을 듣고 갑자기 눈에 기쁨의 눈물이 가득 고이면서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네....우리 아기요.”
한참동안 기쁨으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이 엄마를 꼭 껴안고만 있었다.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고 나서야 포옹을 풀고 환하게 빛나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 보는 엄마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아주 오랫동안 침대에 마주앉아 사랑을 확인하는 애무를 나누다가 살펴보니 아직 턱시도와 프롬드레스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어머 우리 아직 옷도 안갈아 입고 있었네....화장 좀 다시 하고요.....”
엄마는 잠시 망설이듯이 머뭇거리더니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 나에게 건네주었다.
“당신 앞에서 웨딩드레스 입고 받고 싶어요.”
엄마와 키스를 나누고 엄마가 화장을 다시 하고 웨딩드레스로 갈아입게 거실로 내려와 탁자의 샴페인 잔을 비우자 그동안 쌓였던 긴장감이 쭉 풀리면서 마치 이 세상 전부가 내 것인 듯이 온 몸이 기분좋게 나른해졌다. 엄마와 내가 나누어 낄 반지를 내려다보며 엄마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내려오기를 기다려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오랫동안 기다린 다음에 안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눈처럼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얼굴을 면사포로 가린 엄마가 오후에 내가 선물한 꽃다발을 들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자 마침내 우리가 엄마와 아들이 아니라 부부가 된다는 기쁨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비록 우리가 온 세상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올릴 수는 없지만, 엄마 손가락에 그냥 반지를 끼워 줄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본 것처럼 서로의 사랑을 맹세하는 말을 나누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계단 밑에서 엄마의 손을 잡고 거실 가운데에 오자 엄마가 걸음을 멈추고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다소곳이 숙였다. 엄마의 손을 맞잡고 서서 흥분된 가슴을 진정시키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나 윤성훈은 차지연을 아내로 맞아 평생 사랑하고 아낄 것을 맹세합니다.”
엄마는 고개를 들고 면사포 너머로 환하게 빛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내가 엄마와의 사랑을 맹세하는 말을 듣고는 기쁨의 눈물을 살짝 비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차지연은 윤성훈을 남편으로 맞아 평생 사랑하고 모실 것을 맹세합니다.”
떨리는 손으로 엄마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자 엄마도 어깨를 떨면서 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무 기쁘고 흥분되어 엄마의 손을 꼭 잡고 가만히 서 있으니 엄마가 방긋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당신 아내에게 키스해 주셔야지요.”
면사포를 걷어 올려 엄마의 얼굴을 드러내고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하자 엄마가 살포시 눈을 감고 내 키스를 받았다.
“고마와요, 여보.”
엄마는 키스를 풀고 눈물이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얼굴 가득히 미소지었다.
“당신 저한테 처음으로 여보라고 하셨어요.”
나는 엄마의 손등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당신은 제 아내이고 우리 아기의 엄마잖아요.”
엄마는 내 목에 팔을 두르고 입술에 키스한 다음에 말했다.
“당신의 좋은 아내가 되고 우리 아기의 좋은 엄마가 될게요.”
“저도 당신의 좋은 남편이 되고 우리 아기의 좋은 아빠가 될게요.”
우리는 엄마와 아들이 아니라 아내와 남편으로서의 첫날밤을 보내기 위해 우리 방으로 올라갔다.
다음날 아침에 창이 어스름하여 눈을 뜨니 엄마는 아직도 내 품에 안겨서 소록소록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엄마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고 우리 아기가 자라고 있는 아랫배를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엄마가 깨지 않게 조용히 침대에서 빠져나와 거실로 내려왔다. 주방에서 물을 한 잔 따라 마시고 거실 창가에 서서 새소리를 들으며 마당너머 숲위로 해가 뜨려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데, 언제 일어났는지 곱게 화장하고 한복을 단아하게 입은 엄마가 내려와서 내 옆에 서서 새색시처럼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 엄마와 키스를 나누고 허리에 팔을 감으며 고개를 들자 건너편 숲에서 새들이 날아가는 날개짓 소리가 들리고 나무위로 솟아오른 밝은 해가 우리에게 환한 햇살을 내비췄다. 아내와 나, 그리고 우리 아기. 우리는 더 이상 기러기가족이 아니다.
가볍게 떨리는 손으로 그릇을 꺼내고 저녁을 준비한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식탁에 앉아 계속 내 눈길을 피하며 음식을 먹지 않고 수저를 들고만 있었다. 내가 설거지를 하려고 식탁을 치우고 나서야 굳게 얼어붙은 엄마가 한숨을 크게 내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언제 출발해야 해요?”
혹시라도 엄마가 안가겠다고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고 있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일곱 시 반쯤에요.”
엄마는 또 한참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이 없었다.
“......괜히 간다고 했나봐요....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갈 데가 아닌데.......당신 망신만 시킬 것 같아서......”
“쓸데없는 말씀 하지 말고 이제 준비하세요. 졸업식때 제 친구들이 다 부러워 하면서 당신이랑 애프터파티에 와달라고 부탁하던데......”
내 말을 듣고 고개를 살짝 든 엄마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정말요?”
‘네. 빨리 가요. 당신이 제일 예쁠거에요.“
엄마가 무릎의 두 손을 꼭 쥐더니 나를 보고 방긋 웃으며 일어섰다.
“............네.”
엄마가 안방으로 올라가고 나서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아 걱정하다가 일곱 시 쯤에 올라가 보려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구두를 닦아놓은 다음에 거실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턱시도로 갈아입었다. 일곱 시 반이 다 되었는데도 엄마가 내려오지 않아 시계를 보며 엄마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다가 안되겠어서 안방에 올라가려고 소파에서 일어서는 데 안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의 몸에 ㅤㅊㅘㄱ 감겨 하늘거리는 은회색 드레스자락이 먼저 보이고 시원하게 드러난 어깨위에 악간 창백해 보이는 얼굴에 우아하게 색조화장을 하고 머리를 뒤통수위로 둥글게 모아 묶은 엄마가 긴장한 표정으로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엄마가 너무 예뻐서 자지를 벌떡이며 꽃다발을 들고 계단앞으로 가 엄마에게 건네주고 나서 화장이 지워지지 않게 가볍게 키스하자 엄마가 나를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어때요?”
나는 엄마의 핸드백을 받은 다음에 허리에 팔을 감고 볼기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면 차고로 엄마를 이끌었다.
“너무 예뻐요.”
프롬이 열리는 시내 호텔에 도착하여 대연회장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엄마가 핸드백을 꼭 쥐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숨을 크게 한 번 내 쉬고는 나와 팔짱을 끼고 연회장에 들어섰다.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이 이상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은 엄마의 몸매와 얼굴을 부러워하는 눈길이고 여자들은 엄마의 옷차림을 ㅤㅎㅜㅌ어보며 질투하는 눈길이어서 엄마는 곧 긴장을 풀고 밝은 표정으로 나에게 안겨 춤을 추며 파티를 즐겼다. 열한 시가 다 되어 학교안에 소문이 났던 대로 무대 한 가운데서 남학생이 무릎을 꿇고 청혼하고 상대여학생이 눈물을 글썽이며 청혼을 받아들이자 모든 사람이 축하의 박수를 뜨겁게 보냈다. 그들이 키스하는 것을 보며 박수를 치고 내 손을 꼭 잡는 엄마의 얼굴에 부러움이 가득했다.
열한 시가 넘어가며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해서 우리도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네 애프터파티에 오라는 여러 초대를 웃으면서 거절하고 엄마와 함께 호텔에서 나왔다. 엄마를 조수석에 앉히고 시동을 걸어 주차장에서 나오며 엄마의 손을 잡아 키스하면서 물었다.
“어땠어요?”
엄마는 나롤 돌아보며 환하게 웃었다.
“재미있었어요.....호호호....아까 그 사람은 미리 준비했나봐요?”
나는 얇은 드레스위로 엄마의 허벅지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누구요?”
엄마의 목소리가 부러움으로 낮게 가라앉았다.
“그 청혼한 사람...........여자가 좋아서 죽으려고 하던데......후우으.......”
나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엄마의 허벅지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집에 돌아가 어떻게 엄마에게 반지를 끼워줄 지를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엄마가 샴페인을 준비해 두었다며 주방에 간 사이에 내 방에 가서 반지함을 주머니에 넣고 거실로 돌아와 엄마가 건네주는 샴페인 병을 열고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엄마와 샴페인을 따라 한 모금 마시고 난 다음에 엄마 손을 꼭 잡고 있으면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차라리 프롬연회장에서 청혼할 것을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며 입안이 타들어갔다. 아무 말도 없이 엷은 미소를 띄우고 고개를 살포시 숙이고 있는 엄마를 보며 조바심으로 온 몸의 신경이 바짝 서서 머뭇거리는데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저기요.....엄마......”
내가 아주 오랜만에 엄마라고 부르자 엄마가 공포가 담긴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지만 너무 긴장하고 있어 그런 것을 눈치챌 겨를이 없었다.
“엄마......그동안 많이 생각해 왔는데요......”
엄마앞에 무릎꿇고 앉아서 손을 꼭 잡은 채 엄마의 눈을 바라보며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저와.........결혼해 주세요.........”
그리고 주머니에서 반지함을 꺼내 엄마에게 열어 보였다. 엄마가 놀라움으로 눈동자가 찻잔만큼 커져서 나와 반지를 번갈아 보며 아무 말이 없자 엄마가 거절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가슴이 쿵쾅쿵쾅뛰며 온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아주 오랫동안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나와 반지를 바라보고 있던 엄마가 갑자기 내 손을 꼭 잡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네!!!!!.....”
내 청혼을 받아들이는 엄마의 대답을 듣자 기쁨으로 심장이 멎는 듯 하며 너무나 흥분되어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있으면서 엄마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바라보다가 떨리는 손으로 엄마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 엄마옆에 앉아 입술에 따뜻하게 키스했다.
한참동안 손가락을 쫙 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반짝이는 반지를 바라보던 엄마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말했다.
“저도 당신께 드릴 말씀이 있어요.”
“뭔데요?”
엄마는 부끄러움 때문인지 약간 발개진 얼굴을 살짝 숙였다가 가벼운 미소를 띈 얼굴을 들어 다시 내 눈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저....아기 가진 것....같아요.....”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지만 엄마에게서 직접 말을 들으니 너무나 기뻐서 순간적으로 숨이 콱 막히며 눈앞이 아찔해졌다.
“저..정말요?!!!!!!!!”
엄마는 내 품에 안기며 속삭였다.
“네......두 달 째 생리가 없어요.”
기쁨과 흥분으로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자..잠깐만요...저 이.임신테스트기...사올께요!!!”
엄마는 환한 미소를 띄우고 내 가슴에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제가 사다 놓았어요,.......”
“그.그럼 빨리 해..해봐요!!”
엄마와 함께 이층의 우리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마치 하늘까지 닿는 계단인 듯이 길게 느껴졌다. 방문을 닫고 조바심으로 방안을 두리번거리자 엄마가 화장대 맨 밑의 서랍에서 분홍색 종이곽을 꺼내어 나에게 건네줬다. 침대에 나란히 걸터앉아 종이곽을 뜯으려고 했지만 긴장으로 입이 바짝 마르면서 손이 너무 떨려 포장을 뜯을 수 없었다.
“호호호...이리 주세요. 제가 뜯을게요.”
내가 끼워 준 반지가 반짝이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엄마가 종이를 뜯고 안에서 하얀 비닐에 길다랗게 포장된 임신테스트기를 꺼내는 것을 보며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것이 느껴졌다. 비닐포장을 뜯고 임신테스트기를 손에 든 엄마가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잠깐 기다리세요. 저 화장실에 가서요.”
욕실문을 닫고 들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흥분과 긴장으로 숨이 콱콱 막히고 심장소리가 점점 더 크게 온 몸을 울렸다. 욕실문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엄마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이 몇천년의 시간이 걸린 것 같았다. 변기의 물내리는 소리가 나고도 엄마가 나오지 않아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서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가려는 데, 엄마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욕실문을 열고 나와서 내 곁에 앉아서 아무 말없이 나에게 임신테스트기를 건네주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임신테스트기를 받아 엄마와 침대에 나란히 앉은 채 숨을 삼키며 임신테스트기를 내려다 보자 서서히 파란색 줄이 두 개 드러나서 점점 더 선명해졌다.
엄마와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었을 때 만큼의 커다란 기쁨에 숨이 콱 막혀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엄마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얼굴 가득히 미소를 띄었다.
“당신 아기에요.”
나는 임신테스트기를 내려놓고 떨리는 손으로 엄마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아뇨.....우리 아기에요.”
엄마는 우리 아기라는 말을 듣고 갑자기 눈에 기쁨의 눈물이 가득 고이면서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네....우리 아기요.”
한참동안 기쁨으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이 엄마를 꼭 껴안고만 있었다.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고 나서야 포옹을 풀고 환하게 빛나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 보는 엄마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아주 오랫동안 침대에 마주앉아 사랑을 확인하는 애무를 나누다가 살펴보니 아직 턱시도와 프롬드레스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어머 우리 아직 옷도 안갈아 입고 있었네....화장 좀 다시 하고요.....”
엄마는 잠시 망설이듯이 머뭇거리더니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 나에게 건네주었다.
“당신 앞에서 웨딩드레스 입고 받고 싶어요.”
엄마와 키스를 나누고 엄마가 화장을 다시 하고 웨딩드레스로 갈아입게 거실로 내려와 탁자의 샴페인 잔을 비우자 그동안 쌓였던 긴장감이 쭉 풀리면서 마치 이 세상 전부가 내 것인 듯이 온 몸이 기분좋게 나른해졌다. 엄마와 내가 나누어 낄 반지를 내려다보며 엄마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내려오기를 기다려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오랫동안 기다린 다음에 안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눈처럼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얼굴을 면사포로 가린 엄마가 오후에 내가 선물한 꽃다발을 들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자 마침내 우리가 엄마와 아들이 아니라 부부가 된다는 기쁨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비록 우리가 온 세상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올릴 수는 없지만, 엄마 손가락에 그냥 반지를 끼워 줄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본 것처럼 서로의 사랑을 맹세하는 말을 나누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계단 밑에서 엄마의 손을 잡고 거실 가운데에 오자 엄마가 걸음을 멈추고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다소곳이 숙였다. 엄마의 손을 맞잡고 서서 흥분된 가슴을 진정시키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나 윤성훈은 차지연을 아내로 맞아 평생 사랑하고 아낄 것을 맹세합니다.”
엄마는 고개를 들고 면사포 너머로 환하게 빛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내가 엄마와의 사랑을 맹세하는 말을 듣고는 기쁨의 눈물을 살짝 비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차지연은 윤성훈을 남편으로 맞아 평생 사랑하고 모실 것을 맹세합니다.”
떨리는 손으로 엄마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자 엄마도 어깨를 떨면서 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무 기쁘고 흥분되어 엄마의 손을 꼭 잡고 가만히 서 있으니 엄마가 방긋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당신 아내에게 키스해 주셔야지요.”
면사포를 걷어 올려 엄마의 얼굴을 드러내고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하자 엄마가 살포시 눈을 감고 내 키스를 받았다.
“고마와요, 여보.”
엄마는 키스를 풀고 눈물이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얼굴 가득히 미소지었다.
“당신 저한테 처음으로 여보라고 하셨어요.”
나는 엄마의 손등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당신은 제 아내이고 우리 아기의 엄마잖아요.”
엄마는 내 목에 팔을 두르고 입술에 키스한 다음에 말했다.
“당신의 좋은 아내가 되고 우리 아기의 좋은 엄마가 될게요.”
“저도 당신의 좋은 남편이 되고 우리 아기의 좋은 아빠가 될게요.”
우리는 엄마와 아들이 아니라 아내와 남편으로서의 첫날밤을 보내기 위해 우리 방으로 올라갔다.
다음날 아침에 창이 어스름하여 눈을 뜨니 엄마는 아직도 내 품에 안겨서 소록소록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엄마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고 우리 아기가 자라고 있는 아랫배를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엄마가 깨지 않게 조용히 침대에서 빠져나와 거실로 내려왔다. 주방에서 물을 한 잔 따라 마시고 거실 창가에 서서 새소리를 들으며 마당너머 숲위로 해가 뜨려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데, 언제 일어났는지 곱게 화장하고 한복을 단아하게 입은 엄마가 내려와서 내 옆에 서서 새색시처럼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 엄마와 키스를 나누고 허리에 팔을 감으며 고개를 들자 건너편 숲에서 새들이 날아가는 날개짓 소리가 들리고 나무위로 솟아오른 밝은 해가 우리에게 환한 햇살을 내비췄다. 아내와 나, 그리고 우리 아기. 우리는 더 이상 기러기가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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