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affair 리뉴얼 -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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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후기------------------------------------------------
원래는 엠티의 모습이 한 부로 되 있었는데 리뉴얼하면서 분량이 늘어나 2편으로 나눠 올리게 되었습니다.
리뉴얼이 쉬울 것으로 봤는데 하다보니 한부를 새로 쓰는 것 만큼의 시간이 들어가게 되는군요.
초기에 썼던 글이다 보니 수정할 게 한두가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다음 화는 금일 내로 수정되서 올려질 것 같습니다.
그럼 즐감 되시길 바랍니다.
김동률 출발: http://www.youtube.com/watch?v=pEm_CB1ku3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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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출발
드디어 대학생활의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입니다.
한껏 멋을 내고 가고 싶었지만 꽃샘추위 때문이지 아직 2월의 날씨는 춥기만 했습니다.
나오려던 발길을 뒤로 물러 두터운 더플코트를 껴입고서야 집을 나서게 됩니다.
앞으로 4년 동안 생활하게 될 캠퍼스로 가는 이 길이 무척이나 설레기만 했습니다.
더군다나 희연누나와 같은 학교니 앞으로 더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지어지게 됩니다.
학교 앞에 도착하니 OT라서 그런지 교문에서부터 새내기 티가 줄줄 나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마다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애를 쓴 흔적이 보이지만 아직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모습들이었습니다.
전에 면접을 보러 와보긴 했지만 고등학교 때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 때문에 오늘 있을 행사장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간신히 길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사범대학에 도착을 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챙겨온 프린트를 펴서 행사 장소를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흠.... 세미나실이 어디람.... 좀 자세하게 써놓던가...’
다시 한 번 길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어째 죄다 여학생들만 지나가는 통에 쉽게 다가가 말을 붙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누군가 저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저기, 무슨 과시죠?”
“아...넵 영어교육과 인데요..”
“여긴 교직원실이랑 연구동이 있는 곳이거든요. 나가셔서 반대편 건물 1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저도 지금 가는 길이니 같이 가시죠..”
재학생인지 그녀는 드넓은 교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가 안내해 주는 길을 따라가며 본능적으로 곁눈질로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게 됩니다.
‘흠 상당히 지적으로 생겼네.’
간단한 정장풍의 투피스 차림의 그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느려지며 자연스럽게 그녀의 뒤태를 쳐다봅니다.
비록 바지를 입고 있지만 자신은 분명 여성임을 알려주려는 듯 튀어 올라있는 엉덩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다리가 교차 될 때 마다 잠시 바지에 묻어났다 사라지는 엉덩이의 윤곽이 저의 눈을 자꾸만 머무르게만 하고 있었습니다.
“다 왔네요. 이 길로 쭉 가셔서 좌측으로 도시면 세미나실이 나올 거에요”
잠시 동안 엉덩이 감상에 빠져 있는 사이 어느새 도착을 했나 봅니다.
순간 뒤로 돌아보는 바람에 훔쳐보던 걸 들킬 뻔 했지만 다행히 그녀는 인지하지 못했나 봅니다.
“아마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에요. 그럼 이만..”
“아... 네... 감사합니다.”
짧은 인사말을 뒤로하고 그녀는 자신의 목적지로 금세 사라져 버립니다.
지영이와의 빈번한 스킨쉽으로 여자의 몸을 알게 되고부터는 저도 모르게 여자들 몸을 은근슬쩍 구경하는 버릇이 생겨버린 것 같습니다.
그녀가 알려준 길대로 따라가다 보니 쉽게 오늘의 행사장인 세미나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복도 끝에 다다르자 벌써부터 웅성거리는 소리와 각양각색의 화장품 냄새와 향수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코너를 돌아 세미나실 입구에 도착하자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세미나실 앞에는 각 과별로 가판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앞에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은 제각각 무엇인가를 받아들고는 세미나실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영어교육과 펫말이 보이는 줄에 서서 잠시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키가 큰 편이던 제 모습이 사람들 눈에 띄어서인지 이쪽 저쪽 저를 쳐다보는 눈빛이 느껴집니다.
뒷자리에서 손을 자신의 머리 위로 올려 저와 키를 대보고는 깔깔대며 웃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동물원에 갇힌 한 마리의 기린이라도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남자들만 있는 사이에선 키 덕분에 제법 여학생들의 이목을 끌어서 우월감 같은 게 있어서 좋았는데 지금 이곳,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홀로 남들의 시선을 받는 건 왠지 모르게 스트레스로만 다가와 집니다.
빨리 제 차례가 와서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고만 싶었습니다.
앞에 서 있던 사람이 들어가며 드디어 제 차례가 왔습니다.
용지에서 제 학번과 이름을 발견하게 되니 묘한 기분이 듭니다.
확인란에 서명을 하자 투명한 포장지에 쌓여있지만 확연하게 드러나는 노란색의 정체불명 옷가지와 노란색의 명찰을 제게 건네줍니다.
세미나실 안으로 들어서며 포장지부터 뜯어 옷을 확인합니다.
옷을 펼쳐들자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등판과 가슴 쪽에 선명하게 과 이름이 새겨진 샛노란 후드티였습니다.
명찰 또한 샛노란 색으로 새내기란 커다란 글귀와 학번 제 이름이 써져 있었습니다.
‘아나... 무슨 유치원생도 아니고 노란색이 뭐야 노란색이... 이건 뭐 병아리라는 건가..’
티를 확인하고 세미나실 안쪽으로 들어서자 밖 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들은 무리별로 같은 색상의 후드티를 손에 들고 모여 있었습니다.
노란색의 무리들은 확실히 어린 티가 나는 게 신입생임을 알 수 있었고 후드티의 색상이 어두워질수록 고학년이란 것을 쉽게 알 수가 있었습니다.
어디에 앉아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대부분의 노란색들은 죄다 앞줄에 앉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 무리로 들어가 앉기가 창피했습니다.
최대한 뒷자리로 해서 구석에 앉으니 곧바로 누군가 제 자리로 다가옵니다.
그리곤 제 손에 들린 명찰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 우리과 신입생이구나. 신입생들은 모두 앞에 앉게 되어 있거든. 너도 저기 가운데 줄 앞으로 가서 앉아”
‘아니 무슨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열과 오를 맞혀 앉아야 하나...’
말이 입 앞까지 튀어나왔지만 어쩔 수 없이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야만 했습니다.
한국에 들어 온지 얼마 안 되었던 고등학생 시절 선배들 앞에서 따박따박 말대꾸 했다가 싸가지가 없다고 찍혀서 고생한 적이 있었기에 선배로 보이는 그 사람 말을 그냥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전 노란색 병아리들 무리에 섞여 앉게 되었습니다.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니 수컷 병아리들 보단 암컷 병아리들의 수가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뒤쪽에 앉아 있는 선배들로 보이는 무리들도 남자보단 여자들이 더 많아 보였습니다.
확실히 희연누나가 말한 대로 여성 비율이 높은 것 같았습니다.
비록 저와는 한 마디 말을 섞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고 이중 저와 친분을 쌓게 될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우선은 꽃밭이란 생각에 그저 기분이 좋았습니다.
노란색 무리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 되고 있었습니다.
화장을 고치고 있는지 거울을 꺼내 들여다보고 있는 여자들. 벌써부터 친해졌는지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여자들도 보입니다.
반면 남자들은 대부분 어색함에 그저 침묵하며 이리 저리 눈을 돌리고 있거나 그것마저 불편했는지 아니면 정말 피곤해서였는지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주변에서 웅성웅성 거리고 있는 걸 감안하면 아마도 전자가 맞을 것 같았습니다.
저 또한 조용히 자리를 보전한 채 조심스럽게 눈을 굴려 주변을 살펴보고만 있었습니다.
뭐 아직까지 그렇게 눈에 띄는 미인은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슬슬 무료해지려하자 안내방송과 함께 OT행사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뭔 놈의 감투가 그리도 많은지 행사의 대부분은 소개인사와 환영인사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단상에 있는 사람들과는 별개로 저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주변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몇몇 사람들과는 눈이 마주쳐서 가볍게 눈인사를 주고받으며 그럭저럭 오전시간은 지나갔습니다.
정오가 되자 배달된 도시락을 과별로 나눠주었습니다.
다수의 모르는 사람들과 밀폐된 세미나실에서 앉아서 먹으려니 갑갑한 생각이 들어 건물 밖으로 도시락을 들고 나왔습니다.
고학년으로 보이는 무리들은 이미 볕 좋은 근처 자리를 차지한 채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둘러 봐도 근처는 딱히 앉아서 먹을 곳이 마땅찮아 조금 더 멀리 나가봤습니다.
잠시 본관 입구 쪽으로 걸어 나가다 보니 멀지않은 곳에 빈 벤치가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때 누군가 제 뒤를 따라오는 느낌이 들어서 자리를 뺏길까 싶어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빨리 가져갔습니다.
벤치에 도착하자마자 앉으려고 보니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흥건한 물기 때문에 아무도 이 자리엔 앉질 않았나 봅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차에 누군가 휴지로 벤치의 물기를 닦아 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좀 전에 저를 뒤따라 왔던 그 인물인 것 같았습니다.
명찰을 보니 같은과 동기녀석입니다.
동기 녀석 덕에 자리를 옮기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며 가볍게 서로 인사를 나눴습니다.
"반갑다 난 박기범이라고 해."
소처럼 커다랗고 순진한 눈에 진한 쌍꺼풀. 머리카락은 원래부터가 곱슬머리인지 꼬불꼬불 한 게 숱은 엄청 많아서 머리가 좀 커보였고 면도를 하고 온 것 같은데 벌써부터 거무스름하게 턱 주변에 피어오르기 시작한 수염과 두껍고 긴 구레나룻 때문인지 외모에서 아랍인 필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허나 펑퍼짐한 힙합식의 바지를 허리춤까지 올려 입은 모습은 꼭 아저씨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습니다.
"어 난 임지섭."
박기범. 식사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기범이는 재수로 이번에 간신히 대기 순위에 있다가 입학했다고 합니다.
굳이 그런 말까지는 하지 않아도 될 텐데 꽤나 순수하고 순진한 것 같았습니다.
그다지 사회의 떼가 묻지 않은 사람 같아 보여서 왠지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았습니다.
첫날부터 친구가 생긴 거 같아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순간 한쪽에서 활기찬 발걸음 소리와 함께 아우라를 발산하며 누군가 저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눈이 부셔 제대로 구분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아우라 때문이라기 보단 햇빛 때문에 눈이 부셔 볼 수 없었던 것이지만 점차 아우라 걷혀지면서 어렴풋이 보여 지는 옷차림에 그 발걸음의 주인공이 여성인 것을 가늠할 수가 있었습니다.
발걸음이 가까워질수록 주변의 다른 발걸음들 또한 분주하게 따라 붙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점차 옷차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흰색바탕에 분홍색의 꽃무늬가 인상적인 핏한 상의에 스키니한 청바지.
단촐한 의상임에도 맵시와 여성미가 살아있는 곡선이 제 눈을 고정시켜 버리게 만들었습니다.
바람에 긴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며 그녀가 저희쪽으로 계속해서 걸어오고 있습니다.
좀 전까지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던 기범이 녀석도 어느새 입을 떡 벌린 채 저희쪽으로 다가오는 여자를 예의주시 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뒤 저와 눈이 마주친 그녀가 살짝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에이 씨... 희연누나잖아..’
그 대상이 희연누나란 사실에 저도 모르게 장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평소 희연누나의 몸매가 좋은 건 이미 전부터 알고 있었고 만나면 몰래몰래 훔쳐보기까지 했지만 이렇게 수수한 캐쥬얼한 옷차림마저 완벽하게 소화할 줄은 몰랐었습니다.
더군다나 절 넋 놓고 바라보게 만들었던 대상이 희연누나였다는 것에 부정하고만 싶었던 불편한 진실이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허나 그런 생각도 잠시. 제 속에선 또 다른 생각이 떠올라 저를 묘하게 흔들고 있었습니다.
‘설마... 어제 채팅으로 OT를 간다고 했더니 나를 보려고 여기까지 온 건가’
어느새 눈앞에 도착한 희연누나가 제 옆자리를 파고 들어와 앉으려고 합니다.
희연누나의 엉덩이가 팔에 닿으며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 맙니다.
희연누난 그런 저의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엉덩이로 제 몸을 기어이 밀쳐내며 좁은 자리에 앉아 버렸습니다.
희연누나를 보게 되어 마음은 무척이나 반갑고 좋았지만 내색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좀 전에 움찔하던 제 모습을 들키진 않았을까 해서 퉁명스런 말투가 튀어나와 버립니다.
“아 누나 좁은데 꼭 그렇게 앉아야 돼?~~~~”
희연누나는 제 말투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입니다.
“야 도시락 바닥에 둔거 들고 먹으면 되지~~· 좁아,,, 좀만 더 옆으로 가봐 불편하잖아~~”
그러고 보니 지금 계속 희연누나의 엉덩이와 제 엉덩이가 맞닿아 있었습니다.
바지의 가운데가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순식간에 불룩하게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희연 누나는 남의 사정도 모른 채 좁다며 자꾸 엉덩이를 비벼대며 자리를 넓혀 가려고만 합니다.
결국 도시락을 다리 위에 올려 발기되버린 자지를 가립니다.
도시락이 놓여 있던 자리로 옮겨 앉으며 희연누나와의 접촉은 끝이 났지만 발기되버린 자지는 쉽게 죽을 생각이 없는 듯합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반면 희연누나는 저와의 신체적 접촉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나 봅니다.
무슨 여자가 이렇게 부끄러움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마음과는 달리 좀 전에 닿았던 누나의 엉덩이 감촉이 자꾸만 뇌리를 스칩니다.
기범이는 방금 전 누나의 거침없는 행동 때문인지 아니면 볼록해진 제 텐트를 보기라도 한 것 때문인지 저와 누나를 계속해서 번갈아 쳐다보고만 있습니다.
저 순진무구해 보이는 기범이 녀석이 저를 쳐다보며 음흉하게 웃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녀석이 본 것 같습니다.
이러다간 희연누나도 눈치를 챌 것만 같았습니다.
시선을 돌리기 위해 급하게 어떤 말이라도 꺼내야 했습니다.
"누나 그런데 어쩐 일이야? "
다행히 녀석의 시선이 희연누나에게로 쏠립니다.
"어쩐 일은, 예대쪽도 오늘이 OT잖아~ 혹시나 해서 와봤더니 아직 식사중이네 호호호"
얘기를 하고 있는 희연 누나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 봤습니다.
다시 봐도 간편한 캐쥬얼 차림임에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한때 긴 생머리에 흰 티셔츠 그리고 청바지만 입어도 잘 어울리는 여자가 로망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오늘의 희연이 누나는 그 여자가 바로 나라는 듯 가장 무난한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으며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희연누나의 미소 한방으로 주위가 순간 고요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기범이는 자신의 앞에 있는 희연누나가 마냥 신기한지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그저 희연누나를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누나네는 OT 어디로 가? 우리는 충주로 간다는데.."
"아... 그래? 우리는 강원도 속초로 가는데.. 아쉬운데 이거....."
희연누나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 나왔지만 아쉬움이 저만큼이나 할까요,, 속초면 지영이 까지 보고 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아쉬운 맘을 뒤로하고 마저 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순간 불편한 시선에 주변을 둘러보니 아까까지는 보지 못했던 많은 남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 쪽을 보고는 소곤소곤 대는 게 아무래도 희연누나 때문에 첫날부터 원치 않는 이목을 집중시킨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인기가 많은 누난데...’
역시나 잠시라도 괜한 김칫국물을 마셨던 건 아니가란 생각에 이내 의기소침해지고 맙니다.
"누나 인기 엄청 많은데,, 우리과 선배들도 있는 것 같고.. 다들 누나보러 온 건가 봐.."
말을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질투심이 솟구쳐 오릅니다.
비록 제 여자친구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와 친한 누나인데..다른 남자들이 희연누나를 훑어보고 있는 것만 같아 은연중에 속내가 들어나 버렸습니다.
질투어린 시선으로 주변을 가리키자 희연누나는 귀엽다는 듯 제 머리를 쓰다듬어 옵니다.
"호호호. 귀엽다 너.. 지금 질투하는 거지? 그렇지?"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싶어서 온 건지 아니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보여주려고 온 것인지 저를 놀리 듯 웃고 있는 희연누나가 마냥 야속하게만 느껴졌지만 희연누나의 미소 한방에 제 머리 속은 금세 백지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가봐야겠다. 가서 술 마시는 거 조심하구!! 내가 알려준 거 알지? 끝나고 집에 오면 연락해 같이 식사라도 하게~"
누나가 간다는 말에 벌써부터 서운함이 밀려옵니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으려 입안에 밥을 우겨넣고 고개만 끄덕여 주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또 다시 제 머리를 쓰다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희연누나는 저를 동생으로 대하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저를 이성으로 여겼다면 아까와 같은 거침없는 행동과 동생 대하듯 이렇게 머리를 쓰다듬지는 않을 테니 말이죠.
누나의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점차 발걸음이 멀어져 갑니다.
이내 숙이고 있던 머리를 들어 어느새 희미해져가는 뒷자락을 눈으로 쫓고만 있습니다.
기범이 녀석이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저에게 누나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습니다. 순진한 녀석이 한눈에 반해버리기라도 한 것 같습니다.
"그냥 동네 아는 누나다, 죽이지?"
"야~ 진짜 천사가 한명 오는 줄 알았다. 와우~~~ 진짜 웃는 순간 숨이 턱 막히더라니까"
녀석도 누나의 미소에 꿈벅 넘어갔나 봅니다.
남자들에게 있어 예쁜 여자에 대한 반응은 다 비슷한 가 봅니다.
아마도 여기 있는 다른 남자들도 희연누나에 대한 반응은 똑같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상대로 희연누나 때문에 별로 친하고 싶지 않은 남자선배들이 갑자기 제 주변에 모여들었습니다.
결국 편안한 식사는 되지 못했습니다.
선배들의 집요한 질문에 어쩔 수 없이 대답만 늘어놓아야 했습니다.
“같은 동네 사는 누나에요 그냥... ”
가볍게 둘러 대고는 급하게 그 자리를 빠져나와야만 했지만 선배들에게서 여러 가지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희연누나가 우리학교 예대 퀸카 중 한 명이고 같은 교양수업을 들으려고 정정기간 중 그 교양수업에 유독 남자들이 엄청 몰렸다는 얘기까지.
허나 제 귀를 쫑긋 세웠던 얘기는 따로 있었습니다.
무수히 많은 남자들이 고백을 했지만 번번히 딱지를 맞았을 정도로 희연누나는 도도하다고 눈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시나 희연누나와는 그저 얼굴 보는 사이 정도로만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딱 일 것 같습니다.
좋아한다고 고백하다 차일 위험도 있을 뿐더러 설사 사귀게 된다고 하더라도 누나를 쳐다보는 남자들의 시선 때문에 사귀다 스트레스만 엄청 쌓일 것 같았습니다.
역시나 희연누나는 범접하기엔 조금 버거운 여자인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오후 식사가 끝나고 OT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습니다.
어느새 기범이와 전 단짝이라도 된 듯 뒤로 가서 한 자리씩을 나눠 앉았습니다.
희연누나가 다녀간 뒤로 남자선배들에게 시달려서 인지 자리에 앉자마자 피곤함에 눈을 감아 버립니다.
잠시 뒤 앞쪽의 자리에 누군가 앉는 소리가 들려 눈을 뜨니 등받이에 외투가 걸리며 명찰이 눈에 들어옵니다.
보아하니 앞에 앉은 두 명은 이희선이란 이름의 2학년 과대와 신주희라는 저희 동기인 것 같습니다.
바로 건너편으로도 여자선배들이 있어 그야 말로 버스 안은 꽃집과도 같았습니다.
남자 선배들로 인한 피로감이 여자선배들의 향긋한 향기에 눈 녹듯 녹아버리는 것 같습니다.
영어 교육과를 선택한 게 정말 ‘베스트 초이스’ 였단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렇게 좋은 성비를 가지고 있어서 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 뒷자리에 있던 남자선배들이 귀찮을 정도로 희연누나와의 관계나 연락처를 물어오고 있습니다.
저도 남자지만 참으로 한심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입니다.
연락처를 본인에게 직접 묻던지 왜 저에게 묻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잿밥에만 관심을 보이는 남자선배들과는 달리 여자선배들은 여정동안 꽤나 진지하게 대학생활과 OT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특히 앞에 앉아 있는 이희선이라는 2학년 과대는 사무적인 어투로 시종일관 옆에 앉은 신주희라는 동기에게 조목조목 얘기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 목소리에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궁금해졌습니다.
등받이에 걸러있는 외투를 괜히 잡아 올렸습니다.
당겨지는 외투에 앞쪽에서 반응이 옵니다.
선배라는 말이 입에 붙지 않아서 그런지 쉽게 나오지가 않습니다.
“저기요...외투가 떨어지려고 해서,,,,,,,,,,,,,,,,,어!!!”
뒤돌아보는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저도 모르게 손을 올려 지칭하게 되 버렸습니다.
아까 길 안내를 해줬던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
단발머리에 은테 안경. 오늘 입은 옷의 스타일을 제외하고서라도 꽤나 지적인 이미지의 그녀였습니다.
하지만 지적인 여자라도 선배라는 자리는 상하개념을 탑재하게 해주나 봅니다.
“저기요가 뭐니... 선배 또는 선배님이라고 해....”
“네?...아 네... 서.. 선배....님?”
어수룩한 대답 때문일까 옆에 앉아 있던 신주희란 동기여자애가 웃음보가 터져버렸는지 입을 막고 웃고만 있습니다.
그녀의 웃음이 그리 달갑게 그녀지지 않아 그녀를 쳐다보고 있자 제 눈빛을 의식했는지 이내 억지로 웃음을 참는 모습입니다.
“미안... 그냥 좀 웃음이 나서 크크크크”
또 다시 웃음보가 터진 그녀는 한참이 지나 후에야 진정이 되었는지 자리에서 뒤돌아 앉아 말을 걸어옵니다.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얘기를 하는데 자꾸만 그녀의 입술에 눈길이 가게됩니다.
오리처럼 도톰하고 살짝 벌어진 입술이 꽤나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고딩때 이미 성 경험이 있던 친구들 중에 한 놈이 여자 보지는 입술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 주희의 입술이 꼭 그렇게 보였습니다.
말을 할 때면 움직여지는 주희의 입술에 자꾸만 보지가 떠올라 결국에 시선을 일부러 다른 곳으로 돌리고 말았습니다.
주희는 긴 생머리에 컬을 넣어서 그런지 또래보단 성숙해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젖살이 빠지지 않아서 인지 볼 살이 제법 통통한 게 어린티를 숨길 수는 없었습니다.
둥그스름한 눈매는 여인으로서의 섹시함보단 귀엽다는 쪽이 더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옷을 유행하는 힙합식으로 헐렁하게 입어서 그런지 몸매는 제대로 확인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희의 매력은 입술과 웃음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웃을 때면 눈꼬리가 약간 처지면서 동그랗던 눈이 초승달 눈이 되어 무척이나 귀여웠지만 입술을 볼 때면 정 반대의 섹시한 매력이 풍기는게 참 묘한 인상이었습니다.
의상 스타일만 잘 바꾼다면 꽤나 여성스러워 보일 소지가 다분해 보였습니다.
어느덧 목적지에 근접했는지 창문 너머로 시원하게 탁 트인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바다가 주는 그런 광활함과는 달랐지만 ‘육지속의 바다’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호수구경에 빠져있는 사이 버스가 멈추며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려옵니다.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각 조별 인원이 정해졌습니다.
OT에서 조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고 희선선배가 말해주었지만 낯선 사람들과 있기에는 부담스러웠습니다.
배정표를 확인해 보니 다행스럽게도 희선선배가 같은 조에 속해 있었습니다.
이어서 남자들과 여자들의 숙소 배정이 이어졌습니다.
생각보다 남자선배들이 많이 오지 않아서인지 남자들의 숙소가 훨씬 작은 방으로 배정이 되었습니다.
숙소 배정이 끝나자 리조트 내의 세미나실에 모여서 교수진의 인사와 함께 학년대표, 과 학생회 간부들의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이어서 신입생들의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습니다.
조별로 나가서 진행이 되었는데 처음과는 달리 저희 조의 순서가 다가오니 긴장감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자기소개는 각자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선배들의 간단한 질문들로 이어졌습니다.
이내 제 차례가 다가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올해 청주에 있는 00고를 졸업한 신입생 임지섭이라고 합니다. 고2때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때문에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편입니다. 앞으로 선배님들과 동기들과 좋은 인연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소개가 끝나자 역시나 예상대로 사적인 질문들이 나오고 시작했습니다.
"키가 상당히 커보이는데 얼만가요?"
"여자 친구가 있습니까?"
"예대 퀸카랑은 어떤 사인가요??"
대략 예상된 질문들이었지만 희연누나와의 관계를 또다시 캐묻는 놈들도 있었습니다.
희연누나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엔 주위의 교수진들과 학생들이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너무 개인적인 질문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대답이 가능한 질문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키는 187이구. 그리고 가장 관심이 많으신 예대 퀸카는 말이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냥 아는 동네 누나입니다."
나름 예의를 다해서 답변을 해주고 간신히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소희 명문대라고 해서 꽤나 수준 높은 질문이 있을 것 같았는데 명문대나 지방대나 대학생은 거기서 거기인 듯 했습니다..
기대 이하의 자기소개 시간과 조별 장기자랑 시간이 끝나고 나자 커다란 방에 모여서 술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시작은 통과의례와도 같은 사발식 부터였습니다.
커다란 사발 하나가 들어옵니다.
얼핏 보니 아까 세면장에서 봤던 세숫대하 같았습니다.
알아보는 사람이 저만은 아닌 듯 인상이 점점 구겨져 갑니다.
잠시 후 사발 안은 막걸리와 소주, 맥주로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어느 정도 술로 사발이 채워지자 선배들은 기다렸다는 듯 온갖 잡동사니를 사발 안으로 집어넣기 시작합니다.
먹다 남은 과자부터 누군가가 신었다 벗어 놓은 것으로 보이는 양말과 이미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휴지등이 사발 안에서 한 동안 휘저어지다 빠져 나옵니다.
여기저기서 탄성과 아우성이 들려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닌 듯 했습니다.
“아오~~ 시발 나는 저거 못 먹어! 절대 키키키키”
“야 저걸로 되겠어!! 저쪽 방가서 파랑 야채도 다 가져와~~”
결국 사발안이 오물로 가득차고 나서야 제조가 끝이 났습니다.
“내 너희들 건강을 생각해서 야채까지 넣어줬다 키키키키키”
‘저런 씨발......’
튀어 나오려는 욕을 간신히 뒤로 물렸습니다.
“저쪽부터 마시면서 요 끝까지 돌아가되 마시기 전에 큰 소리로 자기 소개하면서 끝으로 감사히 먹겠다고 하면 된다. 알겠지?”
“아 그리고 노파심에서 얘기하는데 안 먹고 뺑끼 쓰면 나머지 너희 동기들이 힘들어 진다 알겠지?”
반대쪽에서부터 사발이 옮겨와 지고 있습니다.
온갖 역한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재수 없는 사람은 입안에 파나 흐물흐물 해진 안주들이 입안에 걸려 나왔습니다.
보기만 해도 역해서 토가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꾸역꾸역 동기들이 먹어나가고 있습니다.
어느덧 제 차례가 왔고 제 뒤로 남은 사람은 별로 없어서 웬만하면 남자들이 해결을 해야 벌주가 내려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야~~~너는 좀 먹게 생겼네.. 남아있는 애들이 대부분 여자니 니가 소화좀 시켜야 된다~~ 동기 사랑이 나라 사랑이다 알겠지?”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마음을 다잡아 보았습니다.
사발안을 보니 채소랑 안주들이 동동 떠다니고 술 색깔은 엄청나게 탁해보였습니다.
냄새만으로도 벌써부터 속안은 메스껍고 헛구역질이 날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동기들의 간절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그녀들의 눈빛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저는 남은 양의 절반을 목안으로 들이 삼켰습니다.
건더기가 목에 걸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눈을 감고 될 수 있는 한 많이 입안으로 삼켜버렸습니다..
“쭉 쭉쭉 쭉쭉~~ 그래 솰아 있네 솰아 있어~~”
응원소리에 저도 모르게 힘이 나서 목표량을 넘겼습니다.
사발에서 입을 떼곤 옆 사람에게 건네주는데 속이 울렁울렁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입안에 남겨져 있는 건더기들이 침 삼킴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남아 있던 건더기들까지는 차마 넘기질 못하고 입안에 담아두고만 있었습니다.
뭔가가 입 주변을 계속해서 걸리적거리고 있는서 불편했지만 건더기들을 입안에 남겨두고 있는게 혹시라도 눈에 띌까 싶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제 옆으로 다가오더니 제 입술에 달라붙어 간질이던 이물질을 쭈욱 잡아 당겨버렸습니다.
입속에서 한 줄기 파뿌리가 끄집어져 나왔습니다.
주변에서 역한 반응이 들려옵니다.
"아후 드러워 진짜.. 어우 쏠린다 쏠려.."
자신들은 더럽다고 하면서 우리한테 이런 걸 먹이다니 분명 나쁜 놈들임에 틀림없습니다.
고개를 돌려 제 입술에 붙어 있던 파를 떼어 내준 은인을 쳐다봤습니다.
2학년 과대 희선 선배였습니다.
다른 선배들과는 달리 사발식이 유쾌하지 않은지 불만스런 표정이 가득했습니다.
남의 입속에 있던 파뿌리를 손에 들고는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습니다.
다른 선배들이였다면 기어코 먹였을 것인데 희선 선배의 포스에 다른 선배들도 딱히 아무런 제지 없이 그냥 넘어가졌습니다.
한편 사발에 남아있던 술들은 나머지 동기들에 의해 다행스럽게도 미량씩이나마 비워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꽤나 많은 양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기범이 앞에는 제가 마신 양 만큼의 술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기범이 녀석은 비위가 강한지 제자리서 표정변화 없이 나머지 술을 그대로 비워버렸습니다..
사발식이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입안에 들어있는 건더기들을 모두 뱉어버리고 수차례나 입안을 헹구고 나서야 화장실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입안에서 나오는 트림은 정말 악취가 진동할 정도로 역했습니다.
아무래도 막걸리 때문에 이 냄새가 더 진한 거 같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신고식과는 다르게 이후의 술자리는 자유스런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초반엔 같은 조의 사람들끼리 술을 마시다 시간이 갈수록 조의 개념은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주로 후배들이 선배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는 인사를 하며 술을 받아먹는 분위기였습니다..
“야 임지섭이. 그 술잔 내려놓고 내 잔으로 받어~”
희연누나 덕분?인지 남자선배들이 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허나 이런 술자리에서는 결코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쉴 새 없이 제 이름이 불리는 곳으로 가서 술을 받아먹어야만 했습니다.
선배들 중에는 제가 들고 온 빈 잔에 술을 따라주고는 다시 자기가 먹던 술잔까지 건네서 따라주는 주도면밀한 인물들도 있었지만, 결국 꾸역꾸역 참고 받아먹은 덕에 무사히 지나 갈 수가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어 누군가와 친분을 쌓는다는 건 확실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등학생 때보단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선배들과의 친분을 쌓기 위해 이쪽저쪽 인사를 다니며 정말 많은 양의 술을 받아먹어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첫인상이 굉장히 중요한 자리였기에 제 능력보다 많은 양의 술을 받아먹어서인지 서서히 몸속에서 마신 술이 억류를 하려고 했습니다.
희연누나의 말대로 눈치껏 뺏어야 하는데 주위의 부추김과 호기에 전 금세 취하고 말았습니다.
메스꺼움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서야 했습니다.
평소처럼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지만 그래서 간신히 화장실까진 도착을 하였습니다.
역류하는 술을 도로 뱉어내면 조금은 술이 깰 것만 같았습니다.
굳게 닫힌 문에 노크를 했습니다.
제길... 오늘 따라 화장실이 만원입니다.
잠시 동안 기다려 보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릴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좀 떨어져 있는 작은 방까지 억지로 참으며 가야했습니다.
화장실의 불은 켜져 있었지만 문고리가 돌아가는 것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올려오려고 아우성치는 내용물들을 더는 담아 둘 수가 없어 급하게 문을 열어 재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려던 찰나 저는 그만 자리에서 멈춰 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눈앞에 놀란 눈을 한 채 입을 벌리고 있는 희선 선배의 얼굴이 보입니다.
저 역시 너무 놀란 나머지 역류하려던 내용물들이 도로 들어가졌습니다.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흐르며 놀란 눈이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합니다.
희선 선배의 손에 휴지 조각이 들려 있습니다.
선배의 바지가 무릎 아래 걸려 있고 무릎 위까지 팬티가 내려와 있습니다.
선배의 엉덩이는 변기에서 살짝 떨어진 채 들려있었고 그 엉덩이 사이에 선배의 손이 위치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소변을 보고 보지 주변을 휴지로 닦고 있는 중인 것 같았습니다.
빨리 문을 닫고 나와야 하는 게 맞았지만 너무 놀라고 취한 상태라 흐리멍덩히 희선선배를 그저 쳐다보고만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아래로 눈이 쏠리기 시작합니다.
선배의 무릎에 걸쳐진 무척이나 순결해 보이는 흰색의 팬티가 눈에 들어옵니다.
제법 진하게 나 있는 음모와, 둥그스름하게 굴곡진 새하얀 하복부, 엉거주춤한 자세 때문인지 옷을 입고 있을 때 보다 더 풍만해 보이는 엉덩이와 골반, 거기다 은밀하게 보여 지는 둔턱까지...
짧은 순간 제 눈에 선배의 하반신이 적나라하게 스캔이 되었습니다.
희선선배도 당황되긴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급하게 엉거주춤한 자세를 곧추세우곤 손으로 자신의 보지를 가린 채 뒤로 돌아 서서는 자신의 팬티를 치켜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눈 가리고 아웅’ 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히려 선배가 뒤로 도는 바람에 선명하게 선배의 뒤태가 제 눈에 들어와졌습니다.
군살 없이 업이 되 있는 풍만한 엉덩이, 희고 매끈하게 뻗은 허벅지 그리고 허벅지와 엉덩이 사이에 있는 선배의 보지까지 제 눈에 모조리 각인이 되 버렸습니다.
술에 취해 숨이 고루지 못했던 저는 그 모습에 숨이 턱턱 막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희선선배는 정장식의 바지까지 급하게 올리고 나서야 저를 쏘아보고는 밀치듯이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나 버린 일이라 저는 어찌 해야 좋을지 몰랐습니다.
짧은 시간에 선배를 따라 나가 사과라도 해야 하나 생각했지만 분명 화장실의 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저를 나가라고 소리 지르지도 않았습니다.
저에게도 잘 못이 있지만 분명 선배에게도 잘못이 있었습니다.
들어가 있던 내용물이 다시금 역류를 시작합니다.
좀 전까지 희선선배가 앉아있던 변기를 부여잡고 꾸역꾸역 피자를 생산해 내고 있었습니다.
우엑~~~~우엑~~~~~
저의 구토 소리에 나가려던 발소리가 도로 제 쪽으로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희선 선배가 나가려다 다시 제 쪽으로 오는 게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구토를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우으으헥~~~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려했지만 몰려나오는 알콜에 그저 고개를 변기에 처박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손으로 등을 두드리며 문지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나올 것 같지 않았는데 재차 많은 양의 건더기와 알콜이 쏟아져 나옵니다.
희선선배가 보고 있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창피했지만 그 어떠한 것도 생리적인 현상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미 나올 건 다 나와 버렸는지 이제는 더 이상 구역질이 나지 않았습니다.
희선선배는 물이 촉촉하게 적셔진 손수건을 접어 저에게 건넸습니다.
손수건으로 입 주변을 닦아 내자 건더기가 따라 나왔습니다.
"아오 씨발, 진짜 이런 망신도 개망신이 어딨어.. 진짜, 첫날부터 아주 제대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구나"
창피함에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했지만 희선선배도 저랑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신의 소변보는 모습을 후배에게 보이고 말았으니 저보다 훨씬 더 충격이 컸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선선배는 끝까지 절 부축하여 화장실 밖으로 데리고 나왔습니다.
그리곤 어디선가 물을 구해와 저에게 건네주고 있습니다.
확실히 저보단 술자리 경험이 많아서인지 희선선배는 제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아는 것 같았습니다.
좀 전 상황이 걱정이 되었지만 선배는 어느새 냉정을 되찾은 것인지 아무렇지도 않게 저를 대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선배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쪽은 저였습니다.
선배의 치부를 봤다는 느낌과 내 치부를 보여줬다는 느낌에 가뜩이나 취해서 빨개져 있던 얼굴은 더욱 더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잠시 뒤 저를 찾아 작은 방에까지 남자선배들이 들이 닥쳤습니다.
“이 쉐키 벌써부터 안 먹으려고 머리 쓰네...”
또다시 저에게 술을 먹이려고 하나 봅니다.
하지만 희선 선배가 남자선배들을 막아섭니다.
"얘 지금 구토 하고 난리니까 얘한테 아무도 술 먹이지 말고 그냥 쉬게 둬"
쪽팔리게 제가 피자 만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에라이 차라리 정신줄을 놔버렸으면 창피함도 없었을 것을....’
희선선배가 남자선배들을 데리고 큰 방으로 건너가고 있습니다.
창피하긴 했지만 희선선배 덕에 더 이상의 술은 억지로 마시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구토를 해서였을까 잠시 쉬고 있으니 거짓말처럼 정신이 멀쩡하게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몸속에 들어갔던 알콜을 거의 다 빼내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다시 큰 방으로 건너갔다간 다른 선배들에게 붙들려 또 다시 술을 마셔야 할 것만 같아 정신도 차릴 겸 바람도 쐴 겸 건물 밖 공터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터에는 우리 과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과 사람들까지도 나와서 저마다 담배를 꼬나물고 있었습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 나왔는데 메케한 담배연기만이 진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비흡연자였던 저는 금세 담배연기에 머리가 아파오고 기침이 나서 그곳에 서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리조트 입구에 있는 벤치까지 가서야 잠시 쉴 수가 있었습니다.
원래는 엠티의 모습이 한 부로 되 있었는데 리뉴얼하면서 분량이 늘어나 2편으로 나눠 올리게 되었습니다.
리뉴얼이 쉬울 것으로 봤는데 하다보니 한부를 새로 쓰는 것 만큼의 시간이 들어가게 되는군요.
초기에 썼던 글이다 보니 수정할 게 한두가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다음 화는 금일 내로 수정되서 올려질 것 같습니다.
그럼 즐감 되시길 바랍니다.
김동률 출발: http://www.youtube.com/watch?v=pEm_CB1ku3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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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출발
드디어 대학생활의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입니다.
한껏 멋을 내고 가고 싶었지만 꽃샘추위 때문이지 아직 2월의 날씨는 춥기만 했습니다.
나오려던 발길을 뒤로 물러 두터운 더플코트를 껴입고서야 집을 나서게 됩니다.
앞으로 4년 동안 생활하게 될 캠퍼스로 가는 이 길이 무척이나 설레기만 했습니다.
더군다나 희연누나와 같은 학교니 앞으로 더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지어지게 됩니다.
학교 앞에 도착하니 OT라서 그런지 교문에서부터 새내기 티가 줄줄 나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마다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애를 쓴 흔적이 보이지만 아직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모습들이었습니다.
전에 면접을 보러 와보긴 했지만 고등학교 때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 때문에 오늘 있을 행사장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간신히 길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사범대학에 도착을 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챙겨온 프린트를 펴서 행사 장소를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흠.... 세미나실이 어디람.... 좀 자세하게 써놓던가...’
다시 한 번 길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어째 죄다 여학생들만 지나가는 통에 쉽게 다가가 말을 붙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누군가 저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저기, 무슨 과시죠?”
“아...넵 영어교육과 인데요..”
“여긴 교직원실이랑 연구동이 있는 곳이거든요. 나가셔서 반대편 건물 1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저도 지금 가는 길이니 같이 가시죠..”
재학생인지 그녀는 드넓은 교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가 안내해 주는 길을 따라가며 본능적으로 곁눈질로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게 됩니다.
‘흠 상당히 지적으로 생겼네.’
간단한 정장풍의 투피스 차림의 그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느려지며 자연스럽게 그녀의 뒤태를 쳐다봅니다.
비록 바지를 입고 있지만 자신은 분명 여성임을 알려주려는 듯 튀어 올라있는 엉덩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다리가 교차 될 때 마다 잠시 바지에 묻어났다 사라지는 엉덩이의 윤곽이 저의 눈을 자꾸만 머무르게만 하고 있었습니다.
“다 왔네요. 이 길로 쭉 가셔서 좌측으로 도시면 세미나실이 나올 거에요”
잠시 동안 엉덩이 감상에 빠져 있는 사이 어느새 도착을 했나 봅니다.
순간 뒤로 돌아보는 바람에 훔쳐보던 걸 들킬 뻔 했지만 다행히 그녀는 인지하지 못했나 봅니다.
“아마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에요. 그럼 이만..”
“아... 네... 감사합니다.”
짧은 인사말을 뒤로하고 그녀는 자신의 목적지로 금세 사라져 버립니다.
지영이와의 빈번한 스킨쉽으로 여자의 몸을 알게 되고부터는 저도 모르게 여자들 몸을 은근슬쩍 구경하는 버릇이 생겨버린 것 같습니다.
그녀가 알려준 길대로 따라가다 보니 쉽게 오늘의 행사장인 세미나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복도 끝에 다다르자 벌써부터 웅성거리는 소리와 각양각색의 화장품 냄새와 향수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코너를 돌아 세미나실 입구에 도착하자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세미나실 앞에는 각 과별로 가판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앞에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은 제각각 무엇인가를 받아들고는 세미나실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영어교육과 펫말이 보이는 줄에 서서 잠시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키가 큰 편이던 제 모습이 사람들 눈에 띄어서인지 이쪽 저쪽 저를 쳐다보는 눈빛이 느껴집니다.
뒷자리에서 손을 자신의 머리 위로 올려 저와 키를 대보고는 깔깔대며 웃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동물원에 갇힌 한 마리의 기린이라도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남자들만 있는 사이에선 키 덕분에 제법 여학생들의 이목을 끌어서 우월감 같은 게 있어서 좋았는데 지금 이곳,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홀로 남들의 시선을 받는 건 왠지 모르게 스트레스로만 다가와 집니다.
빨리 제 차례가 와서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고만 싶었습니다.
앞에 서 있던 사람이 들어가며 드디어 제 차례가 왔습니다.
용지에서 제 학번과 이름을 발견하게 되니 묘한 기분이 듭니다.
확인란에 서명을 하자 투명한 포장지에 쌓여있지만 확연하게 드러나는 노란색의 정체불명 옷가지와 노란색의 명찰을 제게 건네줍니다.
세미나실 안으로 들어서며 포장지부터 뜯어 옷을 확인합니다.
옷을 펼쳐들자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등판과 가슴 쪽에 선명하게 과 이름이 새겨진 샛노란 후드티였습니다.
명찰 또한 샛노란 색으로 새내기란 커다란 글귀와 학번 제 이름이 써져 있었습니다.
‘아나... 무슨 유치원생도 아니고 노란색이 뭐야 노란색이... 이건 뭐 병아리라는 건가..’
티를 확인하고 세미나실 안쪽으로 들어서자 밖 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들은 무리별로 같은 색상의 후드티를 손에 들고 모여 있었습니다.
노란색의 무리들은 확실히 어린 티가 나는 게 신입생임을 알 수 있었고 후드티의 색상이 어두워질수록 고학년이란 것을 쉽게 알 수가 있었습니다.
어디에 앉아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대부분의 노란색들은 죄다 앞줄에 앉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 무리로 들어가 앉기가 창피했습니다.
최대한 뒷자리로 해서 구석에 앉으니 곧바로 누군가 제 자리로 다가옵니다.
그리곤 제 손에 들린 명찰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 우리과 신입생이구나. 신입생들은 모두 앞에 앉게 되어 있거든. 너도 저기 가운데 줄 앞으로 가서 앉아”
‘아니 무슨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열과 오를 맞혀 앉아야 하나...’
말이 입 앞까지 튀어나왔지만 어쩔 수 없이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야만 했습니다.
한국에 들어 온지 얼마 안 되었던 고등학생 시절 선배들 앞에서 따박따박 말대꾸 했다가 싸가지가 없다고 찍혀서 고생한 적이 있었기에 선배로 보이는 그 사람 말을 그냥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전 노란색 병아리들 무리에 섞여 앉게 되었습니다.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니 수컷 병아리들 보단 암컷 병아리들의 수가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뒤쪽에 앉아 있는 선배들로 보이는 무리들도 남자보단 여자들이 더 많아 보였습니다.
확실히 희연누나가 말한 대로 여성 비율이 높은 것 같았습니다.
비록 저와는 한 마디 말을 섞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고 이중 저와 친분을 쌓게 될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우선은 꽃밭이란 생각에 그저 기분이 좋았습니다.
노란색 무리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 되고 있었습니다.
화장을 고치고 있는지 거울을 꺼내 들여다보고 있는 여자들. 벌써부터 친해졌는지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여자들도 보입니다.
반면 남자들은 대부분 어색함에 그저 침묵하며 이리 저리 눈을 돌리고 있거나 그것마저 불편했는지 아니면 정말 피곤해서였는지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주변에서 웅성웅성 거리고 있는 걸 감안하면 아마도 전자가 맞을 것 같았습니다.
저 또한 조용히 자리를 보전한 채 조심스럽게 눈을 굴려 주변을 살펴보고만 있었습니다.
뭐 아직까지 그렇게 눈에 띄는 미인은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슬슬 무료해지려하자 안내방송과 함께 OT행사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뭔 놈의 감투가 그리도 많은지 행사의 대부분은 소개인사와 환영인사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단상에 있는 사람들과는 별개로 저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주변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몇몇 사람들과는 눈이 마주쳐서 가볍게 눈인사를 주고받으며 그럭저럭 오전시간은 지나갔습니다.
정오가 되자 배달된 도시락을 과별로 나눠주었습니다.
다수의 모르는 사람들과 밀폐된 세미나실에서 앉아서 먹으려니 갑갑한 생각이 들어 건물 밖으로 도시락을 들고 나왔습니다.
고학년으로 보이는 무리들은 이미 볕 좋은 근처 자리를 차지한 채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둘러 봐도 근처는 딱히 앉아서 먹을 곳이 마땅찮아 조금 더 멀리 나가봤습니다.
잠시 본관 입구 쪽으로 걸어 나가다 보니 멀지않은 곳에 빈 벤치가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때 누군가 제 뒤를 따라오는 느낌이 들어서 자리를 뺏길까 싶어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빨리 가져갔습니다.
벤치에 도착하자마자 앉으려고 보니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흥건한 물기 때문에 아무도 이 자리엔 앉질 않았나 봅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차에 누군가 휴지로 벤치의 물기를 닦아 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좀 전에 저를 뒤따라 왔던 그 인물인 것 같았습니다.
명찰을 보니 같은과 동기녀석입니다.
동기 녀석 덕에 자리를 옮기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며 가볍게 서로 인사를 나눴습니다.
"반갑다 난 박기범이라고 해."
소처럼 커다랗고 순진한 눈에 진한 쌍꺼풀. 머리카락은 원래부터가 곱슬머리인지 꼬불꼬불 한 게 숱은 엄청 많아서 머리가 좀 커보였고 면도를 하고 온 것 같은데 벌써부터 거무스름하게 턱 주변에 피어오르기 시작한 수염과 두껍고 긴 구레나룻 때문인지 외모에서 아랍인 필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허나 펑퍼짐한 힙합식의 바지를 허리춤까지 올려 입은 모습은 꼭 아저씨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습니다.
"어 난 임지섭."
박기범. 식사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기범이는 재수로 이번에 간신히 대기 순위에 있다가 입학했다고 합니다.
굳이 그런 말까지는 하지 않아도 될 텐데 꽤나 순수하고 순진한 것 같았습니다.
그다지 사회의 떼가 묻지 않은 사람 같아 보여서 왠지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았습니다.
첫날부터 친구가 생긴 거 같아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순간 한쪽에서 활기찬 발걸음 소리와 함께 아우라를 발산하며 누군가 저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눈이 부셔 제대로 구분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아우라 때문이라기 보단 햇빛 때문에 눈이 부셔 볼 수 없었던 것이지만 점차 아우라 걷혀지면서 어렴풋이 보여 지는 옷차림에 그 발걸음의 주인공이 여성인 것을 가늠할 수가 있었습니다.
발걸음이 가까워질수록 주변의 다른 발걸음들 또한 분주하게 따라 붙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점차 옷차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흰색바탕에 분홍색의 꽃무늬가 인상적인 핏한 상의에 스키니한 청바지.
단촐한 의상임에도 맵시와 여성미가 살아있는 곡선이 제 눈을 고정시켜 버리게 만들었습니다.
바람에 긴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며 그녀가 저희쪽으로 계속해서 걸어오고 있습니다.
좀 전까지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던 기범이 녀석도 어느새 입을 떡 벌린 채 저희쪽으로 다가오는 여자를 예의주시 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뒤 저와 눈이 마주친 그녀가 살짝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에이 씨... 희연누나잖아..’
그 대상이 희연누나란 사실에 저도 모르게 장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평소 희연누나의 몸매가 좋은 건 이미 전부터 알고 있었고 만나면 몰래몰래 훔쳐보기까지 했지만 이렇게 수수한 캐쥬얼한 옷차림마저 완벽하게 소화할 줄은 몰랐었습니다.
더군다나 절 넋 놓고 바라보게 만들었던 대상이 희연누나였다는 것에 부정하고만 싶었던 불편한 진실이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허나 그런 생각도 잠시. 제 속에선 또 다른 생각이 떠올라 저를 묘하게 흔들고 있었습니다.
‘설마... 어제 채팅으로 OT를 간다고 했더니 나를 보려고 여기까지 온 건가’
어느새 눈앞에 도착한 희연누나가 제 옆자리를 파고 들어와 앉으려고 합니다.
희연누나의 엉덩이가 팔에 닿으며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 맙니다.
희연누난 그런 저의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엉덩이로 제 몸을 기어이 밀쳐내며 좁은 자리에 앉아 버렸습니다.
희연누나를 보게 되어 마음은 무척이나 반갑고 좋았지만 내색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좀 전에 움찔하던 제 모습을 들키진 않았을까 해서 퉁명스런 말투가 튀어나와 버립니다.
“아 누나 좁은데 꼭 그렇게 앉아야 돼?~~~~”
희연누나는 제 말투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입니다.
“야 도시락 바닥에 둔거 들고 먹으면 되지~~· 좁아,,, 좀만 더 옆으로 가봐 불편하잖아~~”
그러고 보니 지금 계속 희연누나의 엉덩이와 제 엉덩이가 맞닿아 있었습니다.
바지의 가운데가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순식간에 불룩하게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희연 누나는 남의 사정도 모른 채 좁다며 자꾸 엉덩이를 비벼대며 자리를 넓혀 가려고만 합니다.
결국 도시락을 다리 위에 올려 발기되버린 자지를 가립니다.
도시락이 놓여 있던 자리로 옮겨 앉으며 희연누나와의 접촉은 끝이 났지만 발기되버린 자지는 쉽게 죽을 생각이 없는 듯합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반면 희연누나는 저와의 신체적 접촉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나 봅니다.
무슨 여자가 이렇게 부끄러움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마음과는 달리 좀 전에 닿았던 누나의 엉덩이 감촉이 자꾸만 뇌리를 스칩니다.
기범이는 방금 전 누나의 거침없는 행동 때문인지 아니면 볼록해진 제 텐트를 보기라도 한 것 때문인지 저와 누나를 계속해서 번갈아 쳐다보고만 있습니다.
저 순진무구해 보이는 기범이 녀석이 저를 쳐다보며 음흉하게 웃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녀석이 본 것 같습니다.
이러다간 희연누나도 눈치를 챌 것만 같았습니다.
시선을 돌리기 위해 급하게 어떤 말이라도 꺼내야 했습니다.
"누나 그런데 어쩐 일이야? "
다행히 녀석의 시선이 희연누나에게로 쏠립니다.
"어쩐 일은, 예대쪽도 오늘이 OT잖아~ 혹시나 해서 와봤더니 아직 식사중이네 호호호"
얘기를 하고 있는 희연 누나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 봤습니다.
다시 봐도 간편한 캐쥬얼 차림임에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한때 긴 생머리에 흰 티셔츠 그리고 청바지만 입어도 잘 어울리는 여자가 로망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오늘의 희연이 누나는 그 여자가 바로 나라는 듯 가장 무난한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으며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희연누나의 미소 한방으로 주위가 순간 고요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기범이는 자신의 앞에 있는 희연누나가 마냥 신기한지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그저 희연누나를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누나네는 OT 어디로 가? 우리는 충주로 간다는데.."
"아... 그래? 우리는 강원도 속초로 가는데.. 아쉬운데 이거....."
희연누나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 나왔지만 아쉬움이 저만큼이나 할까요,, 속초면 지영이 까지 보고 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아쉬운 맘을 뒤로하고 마저 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순간 불편한 시선에 주변을 둘러보니 아까까지는 보지 못했던 많은 남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 쪽을 보고는 소곤소곤 대는 게 아무래도 희연누나 때문에 첫날부터 원치 않는 이목을 집중시킨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인기가 많은 누난데...’
역시나 잠시라도 괜한 김칫국물을 마셨던 건 아니가란 생각에 이내 의기소침해지고 맙니다.
"누나 인기 엄청 많은데,, 우리과 선배들도 있는 것 같고.. 다들 누나보러 온 건가 봐.."
말을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질투심이 솟구쳐 오릅니다.
비록 제 여자친구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와 친한 누나인데..다른 남자들이 희연누나를 훑어보고 있는 것만 같아 은연중에 속내가 들어나 버렸습니다.
질투어린 시선으로 주변을 가리키자 희연누나는 귀엽다는 듯 제 머리를 쓰다듬어 옵니다.
"호호호. 귀엽다 너.. 지금 질투하는 거지? 그렇지?"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싶어서 온 건지 아니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보여주려고 온 것인지 저를 놀리 듯 웃고 있는 희연누나가 마냥 야속하게만 느껴졌지만 희연누나의 미소 한방에 제 머리 속은 금세 백지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가봐야겠다. 가서 술 마시는 거 조심하구!! 내가 알려준 거 알지? 끝나고 집에 오면 연락해 같이 식사라도 하게~"
누나가 간다는 말에 벌써부터 서운함이 밀려옵니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으려 입안에 밥을 우겨넣고 고개만 끄덕여 주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또 다시 제 머리를 쓰다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희연누나는 저를 동생으로 대하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저를 이성으로 여겼다면 아까와 같은 거침없는 행동과 동생 대하듯 이렇게 머리를 쓰다듬지는 않을 테니 말이죠.
누나의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점차 발걸음이 멀어져 갑니다.
이내 숙이고 있던 머리를 들어 어느새 희미해져가는 뒷자락을 눈으로 쫓고만 있습니다.
기범이 녀석이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저에게 누나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습니다. 순진한 녀석이 한눈에 반해버리기라도 한 것 같습니다.
"그냥 동네 아는 누나다, 죽이지?"
"야~ 진짜 천사가 한명 오는 줄 알았다. 와우~~~ 진짜 웃는 순간 숨이 턱 막히더라니까"
녀석도 누나의 미소에 꿈벅 넘어갔나 봅니다.
남자들에게 있어 예쁜 여자에 대한 반응은 다 비슷한 가 봅니다.
아마도 여기 있는 다른 남자들도 희연누나에 대한 반응은 똑같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상대로 희연누나 때문에 별로 친하고 싶지 않은 남자선배들이 갑자기 제 주변에 모여들었습니다.
결국 편안한 식사는 되지 못했습니다.
선배들의 집요한 질문에 어쩔 수 없이 대답만 늘어놓아야 했습니다.
“같은 동네 사는 누나에요 그냥... ”
가볍게 둘러 대고는 급하게 그 자리를 빠져나와야만 했지만 선배들에게서 여러 가지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희연누나가 우리학교 예대 퀸카 중 한 명이고 같은 교양수업을 들으려고 정정기간 중 그 교양수업에 유독 남자들이 엄청 몰렸다는 얘기까지.
허나 제 귀를 쫑긋 세웠던 얘기는 따로 있었습니다.
무수히 많은 남자들이 고백을 했지만 번번히 딱지를 맞았을 정도로 희연누나는 도도하다고 눈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시나 희연누나와는 그저 얼굴 보는 사이 정도로만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딱 일 것 같습니다.
좋아한다고 고백하다 차일 위험도 있을 뿐더러 설사 사귀게 된다고 하더라도 누나를 쳐다보는 남자들의 시선 때문에 사귀다 스트레스만 엄청 쌓일 것 같았습니다.
역시나 희연누나는 범접하기엔 조금 버거운 여자인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오후 식사가 끝나고 OT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습니다.
어느새 기범이와 전 단짝이라도 된 듯 뒤로 가서 한 자리씩을 나눠 앉았습니다.
희연누나가 다녀간 뒤로 남자선배들에게 시달려서 인지 자리에 앉자마자 피곤함에 눈을 감아 버립니다.
잠시 뒤 앞쪽의 자리에 누군가 앉는 소리가 들려 눈을 뜨니 등받이에 외투가 걸리며 명찰이 눈에 들어옵니다.
보아하니 앞에 앉은 두 명은 이희선이란 이름의 2학년 과대와 신주희라는 저희 동기인 것 같습니다.
바로 건너편으로도 여자선배들이 있어 그야 말로 버스 안은 꽃집과도 같았습니다.
남자 선배들로 인한 피로감이 여자선배들의 향긋한 향기에 눈 녹듯 녹아버리는 것 같습니다.
영어 교육과를 선택한 게 정말 ‘베스트 초이스’ 였단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렇게 좋은 성비를 가지고 있어서 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 뒷자리에 있던 남자선배들이 귀찮을 정도로 희연누나와의 관계나 연락처를 물어오고 있습니다.
저도 남자지만 참으로 한심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입니다.
연락처를 본인에게 직접 묻던지 왜 저에게 묻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잿밥에만 관심을 보이는 남자선배들과는 달리 여자선배들은 여정동안 꽤나 진지하게 대학생활과 OT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특히 앞에 앉아 있는 이희선이라는 2학년 과대는 사무적인 어투로 시종일관 옆에 앉은 신주희라는 동기에게 조목조목 얘기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 목소리에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궁금해졌습니다.
등받이에 걸러있는 외투를 괜히 잡아 올렸습니다.
당겨지는 외투에 앞쪽에서 반응이 옵니다.
선배라는 말이 입에 붙지 않아서 그런지 쉽게 나오지가 않습니다.
“저기요...외투가 떨어지려고 해서,,,,,,,,,,,,,,,,,어!!!”
뒤돌아보는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저도 모르게 손을 올려 지칭하게 되 버렸습니다.
아까 길 안내를 해줬던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
단발머리에 은테 안경. 오늘 입은 옷의 스타일을 제외하고서라도 꽤나 지적인 이미지의 그녀였습니다.
하지만 지적인 여자라도 선배라는 자리는 상하개념을 탑재하게 해주나 봅니다.
“저기요가 뭐니... 선배 또는 선배님이라고 해....”
“네?...아 네... 서.. 선배....님?”
어수룩한 대답 때문일까 옆에 앉아 있던 신주희란 동기여자애가 웃음보가 터져버렸는지 입을 막고 웃고만 있습니다.
그녀의 웃음이 그리 달갑게 그녀지지 않아 그녀를 쳐다보고 있자 제 눈빛을 의식했는지 이내 억지로 웃음을 참는 모습입니다.
“미안... 그냥 좀 웃음이 나서 크크크크”
또 다시 웃음보가 터진 그녀는 한참이 지나 후에야 진정이 되었는지 자리에서 뒤돌아 앉아 말을 걸어옵니다.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얘기를 하는데 자꾸만 그녀의 입술에 눈길이 가게됩니다.
오리처럼 도톰하고 살짝 벌어진 입술이 꽤나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고딩때 이미 성 경험이 있던 친구들 중에 한 놈이 여자 보지는 입술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 주희의 입술이 꼭 그렇게 보였습니다.
말을 할 때면 움직여지는 주희의 입술에 자꾸만 보지가 떠올라 결국에 시선을 일부러 다른 곳으로 돌리고 말았습니다.
주희는 긴 생머리에 컬을 넣어서 그런지 또래보단 성숙해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젖살이 빠지지 않아서 인지 볼 살이 제법 통통한 게 어린티를 숨길 수는 없었습니다.
둥그스름한 눈매는 여인으로서의 섹시함보단 귀엽다는 쪽이 더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옷을 유행하는 힙합식으로 헐렁하게 입어서 그런지 몸매는 제대로 확인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희의 매력은 입술과 웃음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웃을 때면 눈꼬리가 약간 처지면서 동그랗던 눈이 초승달 눈이 되어 무척이나 귀여웠지만 입술을 볼 때면 정 반대의 섹시한 매력이 풍기는게 참 묘한 인상이었습니다.
의상 스타일만 잘 바꾼다면 꽤나 여성스러워 보일 소지가 다분해 보였습니다.
어느덧 목적지에 근접했는지 창문 너머로 시원하게 탁 트인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바다가 주는 그런 광활함과는 달랐지만 ‘육지속의 바다’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호수구경에 빠져있는 사이 버스가 멈추며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려옵니다.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각 조별 인원이 정해졌습니다.
OT에서 조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고 희선선배가 말해주었지만 낯선 사람들과 있기에는 부담스러웠습니다.
배정표를 확인해 보니 다행스럽게도 희선선배가 같은 조에 속해 있었습니다.
이어서 남자들과 여자들의 숙소 배정이 이어졌습니다.
생각보다 남자선배들이 많이 오지 않아서인지 남자들의 숙소가 훨씬 작은 방으로 배정이 되었습니다.
숙소 배정이 끝나자 리조트 내의 세미나실에 모여서 교수진의 인사와 함께 학년대표, 과 학생회 간부들의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이어서 신입생들의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습니다.
조별로 나가서 진행이 되었는데 처음과는 달리 저희 조의 순서가 다가오니 긴장감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자기소개는 각자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선배들의 간단한 질문들로 이어졌습니다.
이내 제 차례가 다가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올해 청주에 있는 00고를 졸업한 신입생 임지섭이라고 합니다. 고2때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때문에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편입니다. 앞으로 선배님들과 동기들과 좋은 인연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소개가 끝나자 역시나 예상대로 사적인 질문들이 나오고 시작했습니다.
"키가 상당히 커보이는데 얼만가요?"
"여자 친구가 있습니까?"
"예대 퀸카랑은 어떤 사인가요??"
대략 예상된 질문들이었지만 희연누나와의 관계를 또다시 캐묻는 놈들도 있었습니다.
희연누나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엔 주위의 교수진들과 학생들이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너무 개인적인 질문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대답이 가능한 질문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키는 187이구. 그리고 가장 관심이 많으신 예대 퀸카는 말이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냥 아는 동네 누나입니다."
나름 예의를 다해서 답변을 해주고 간신히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소희 명문대라고 해서 꽤나 수준 높은 질문이 있을 것 같았는데 명문대나 지방대나 대학생은 거기서 거기인 듯 했습니다..
기대 이하의 자기소개 시간과 조별 장기자랑 시간이 끝나고 나자 커다란 방에 모여서 술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시작은 통과의례와도 같은 사발식 부터였습니다.
커다란 사발 하나가 들어옵니다.
얼핏 보니 아까 세면장에서 봤던 세숫대하 같았습니다.
알아보는 사람이 저만은 아닌 듯 인상이 점점 구겨져 갑니다.
잠시 후 사발 안은 막걸리와 소주, 맥주로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어느 정도 술로 사발이 채워지자 선배들은 기다렸다는 듯 온갖 잡동사니를 사발 안으로 집어넣기 시작합니다.
먹다 남은 과자부터 누군가가 신었다 벗어 놓은 것으로 보이는 양말과 이미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휴지등이 사발 안에서 한 동안 휘저어지다 빠져 나옵니다.
여기저기서 탄성과 아우성이 들려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닌 듯 했습니다.
“아오~~ 시발 나는 저거 못 먹어! 절대 키키키키”
“야 저걸로 되겠어!! 저쪽 방가서 파랑 야채도 다 가져와~~”
결국 사발안이 오물로 가득차고 나서야 제조가 끝이 났습니다.
“내 너희들 건강을 생각해서 야채까지 넣어줬다 키키키키키”
‘저런 씨발......’
튀어 나오려는 욕을 간신히 뒤로 물렸습니다.
“저쪽부터 마시면서 요 끝까지 돌아가되 마시기 전에 큰 소리로 자기 소개하면서 끝으로 감사히 먹겠다고 하면 된다. 알겠지?”
“아 그리고 노파심에서 얘기하는데 안 먹고 뺑끼 쓰면 나머지 너희 동기들이 힘들어 진다 알겠지?”
반대쪽에서부터 사발이 옮겨와 지고 있습니다.
온갖 역한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재수 없는 사람은 입안에 파나 흐물흐물 해진 안주들이 입안에 걸려 나왔습니다.
보기만 해도 역해서 토가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꾸역꾸역 동기들이 먹어나가고 있습니다.
어느덧 제 차례가 왔고 제 뒤로 남은 사람은 별로 없어서 웬만하면 남자들이 해결을 해야 벌주가 내려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야~~~너는 좀 먹게 생겼네.. 남아있는 애들이 대부분 여자니 니가 소화좀 시켜야 된다~~ 동기 사랑이 나라 사랑이다 알겠지?”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마음을 다잡아 보았습니다.
사발안을 보니 채소랑 안주들이 동동 떠다니고 술 색깔은 엄청나게 탁해보였습니다.
냄새만으로도 벌써부터 속안은 메스껍고 헛구역질이 날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동기들의 간절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그녀들의 눈빛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저는 남은 양의 절반을 목안으로 들이 삼켰습니다.
건더기가 목에 걸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눈을 감고 될 수 있는 한 많이 입안으로 삼켜버렸습니다..
“쭉 쭉쭉 쭉쭉~~ 그래 솰아 있네 솰아 있어~~”
응원소리에 저도 모르게 힘이 나서 목표량을 넘겼습니다.
사발에서 입을 떼곤 옆 사람에게 건네주는데 속이 울렁울렁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입안에 남겨져 있는 건더기들이 침 삼킴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남아 있던 건더기들까지는 차마 넘기질 못하고 입안에 담아두고만 있었습니다.
뭔가가 입 주변을 계속해서 걸리적거리고 있는서 불편했지만 건더기들을 입안에 남겨두고 있는게 혹시라도 눈에 띌까 싶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제 옆으로 다가오더니 제 입술에 달라붙어 간질이던 이물질을 쭈욱 잡아 당겨버렸습니다.
입속에서 한 줄기 파뿌리가 끄집어져 나왔습니다.
주변에서 역한 반응이 들려옵니다.
"아후 드러워 진짜.. 어우 쏠린다 쏠려.."
자신들은 더럽다고 하면서 우리한테 이런 걸 먹이다니 분명 나쁜 놈들임에 틀림없습니다.
고개를 돌려 제 입술에 붙어 있던 파를 떼어 내준 은인을 쳐다봤습니다.
2학년 과대 희선 선배였습니다.
다른 선배들과는 달리 사발식이 유쾌하지 않은지 불만스런 표정이 가득했습니다.
남의 입속에 있던 파뿌리를 손에 들고는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습니다.
다른 선배들이였다면 기어코 먹였을 것인데 희선 선배의 포스에 다른 선배들도 딱히 아무런 제지 없이 그냥 넘어가졌습니다.
한편 사발에 남아있던 술들은 나머지 동기들에 의해 다행스럽게도 미량씩이나마 비워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꽤나 많은 양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기범이 앞에는 제가 마신 양 만큼의 술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기범이 녀석은 비위가 강한지 제자리서 표정변화 없이 나머지 술을 그대로 비워버렸습니다..
사발식이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입안에 들어있는 건더기들을 모두 뱉어버리고 수차례나 입안을 헹구고 나서야 화장실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입안에서 나오는 트림은 정말 악취가 진동할 정도로 역했습니다.
아무래도 막걸리 때문에 이 냄새가 더 진한 거 같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신고식과는 다르게 이후의 술자리는 자유스런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초반엔 같은 조의 사람들끼리 술을 마시다 시간이 갈수록 조의 개념은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주로 후배들이 선배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는 인사를 하며 술을 받아먹는 분위기였습니다..
“야 임지섭이. 그 술잔 내려놓고 내 잔으로 받어~”
희연누나 덕분?인지 남자선배들이 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허나 이런 술자리에서는 결코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쉴 새 없이 제 이름이 불리는 곳으로 가서 술을 받아먹어야만 했습니다.
선배들 중에는 제가 들고 온 빈 잔에 술을 따라주고는 다시 자기가 먹던 술잔까지 건네서 따라주는 주도면밀한 인물들도 있었지만, 결국 꾸역꾸역 참고 받아먹은 덕에 무사히 지나 갈 수가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어 누군가와 친분을 쌓는다는 건 확실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등학생 때보단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선배들과의 친분을 쌓기 위해 이쪽저쪽 인사를 다니며 정말 많은 양의 술을 받아먹어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첫인상이 굉장히 중요한 자리였기에 제 능력보다 많은 양의 술을 받아먹어서인지 서서히 몸속에서 마신 술이 억류를 하려고 했습니다.
희연누나의 말대로 눈치껏 뺏어야 하는데 주위의 부추김과 호기에 전 금세 취하고 말았습니다.
메스꺼움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서야 했습니다.
평소처럼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지만 그래서 간신히 화장실까진 도착을 하였습니다.
역류하는 술을 도로 뱉어내면 조금은 술이 깰 것만 같았습니다.
굳게 닫힌 문에 노크를 했습니다.
제길... 오늘 따라 화장실이 만원입니다.
잠시 동안 기다려 보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릴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좀 떨어져 있는 작은 방까지 억지로 참으며 가야했습니다.
화장실의 불은 켜져 있었지만 문고리가 돌아가는 것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올려오려고 아우성치는 내용물들을 더는 담아 둘 수가 없어 급하게 문을 열어 재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려던 찰나 저는 그만 자리에서 멈춰 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눈앞에 놀란 눈을 한 채 입을 벌리고 있는 희선 선배의 얼굴이 보입니다.
저 역시 너무 놀란 나머지 역류하려던 내용물들이 도로 들어가졌습니다.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흐르며 놀란 눈이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합니다.
희선 선배의 손에 휴지 조각이 들려 있습니다.
선배의 바지가 무릎 아래 걸려 있고 무릎 위까지 팬티가 내려와 있습니다.
선배의 엉덩이는 변기에서 살짝 떨어진 채 들려있었고 그 엉덩이 사이에 선배의 손이 위치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소변을 보고 보지 주변을 휴지로 닦고 있는 중인 것 같았습니다.
빨리 문을 닫고 나와야 하는 게 맞았지만 너무 놀라고 취한 상태라 흐리멍덩히 희선선배를 그저 쳐다보고만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아래로 눈이 쏠리기 시작합니다.
선배의 무릎에 걸쳐진 무척이나 순결해 보이는 흰색의 팬티가 눈에 들어옵니다.
제법 진하게 나 있는 음모와, 둥그스름하게 굴곡진 새하얀 하복부, 엉거주춤한 자세 때문인지 옷을 입고 있을 때 보다 더 풍만해 보이는 엉덩이와 골반, 거기다 은밀하게 보여 지는 둔턱까지...
짧은 순간 제 눈에 선배의 하반신이 적나라하게 스캔이 되었습니다.
희선선배도 당황되긴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급하게 엉거주춤한 자세를 곧추세우곤 손으로 자신의 보지를 가린 채 뒤로 돌아 서서는 자신의 팬티를 치켜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눈 가리고 아웅’ 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히려 선배가 뒤로 도는 바람에 선명하게 선배의 뒤태가 제 눈에 들어와졌습니다.
군살 없이 업이 되 있는 풍만한 엉덩이, 희고 매끈하게 뻗은 허벅지 그리고 허벅지와 엉덩이 사이에 있는 선배의 보지까지 제 눈에 모조리 각인이 되 버렸습니다.
술에 취해 숨이 고루지 못했던 저는 그 모습에 숨이 턱턱 막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희선선배는 정장식의 바지까지 급하게 올리고 나서야 저를 쏘아보고는 밀치듯이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나 버린 일이라 저는 어찌 해야 좋을지 몰랐습니다.
짧은 시간에 선배를 따라 나가 사과라도 해야 하나 생각했지만 분명 화장실의 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저를 나가라고 소리 지르지도 않았습니다.
저에게도 잘 못이 있지만 분명 선배에게도 잘못이 있었습니다.
들어가 있던 내용물이 다시금 역류를 시작합니다.
좀 전까지 희선선배가 앉아있던 변기를 부여잡고 꾸역꾸역 피자를 생산해 내고 있었습니다.
우엑~~~~우엑~~~~~
저의 구토 소리에 나가려던 발소리가 도로 제 쪽으로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희선 선배가 나가려다 다시 제 쪽으로 오는 게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구토를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우으으헥~~~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려했지만 몰려나오는 알콜에 그저 고개를 변기에 처박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손으로 등을 두드리며 문지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나올 것 같지 않았는데 재차 많은 양의 건더기와 알콜이 쏟아져 나옵니다.
희선선배가 보고 있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창피했지만 그 어떠한 것도 생리적인 현상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미 나올 건 다 나와 버렸는지 이제는 더 이상 구역질이 나지 않았습니다.
희선선배는 물이 촉촉하게 적셔진 손수건을 접어 저에게 건넸습니다.
손수건으로 입 주변을 닦아 내자 건더기가 따라 나왔습니다.
"아오 씨발, 진짜 이런 망신도 개망신이 어딨어.. 진짜, 첫날부터 아주 제대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구나"
창피함에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했지만 희선선배도 저랑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신의 소변보는 모습을 후배에게 보이고 말았으니 저보다 훨씬 더 충격이 컸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선선배는 끝까지 절 부축하여 화장실 밖으로 데리고 나왔습니다.
그리곤 어디선가 물을 구해와 저에게 건네주고 있습니다.
확실히 저보단 술자리 경험이 많아서인지 희선선배는 제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아는 것 같았습니다.
좀 전 상황이 걱정이 되었지만 선배는 어느새 냉정을 되찾은 것인지 아무렇지도 않게 저를 대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선배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쪽은 저였습니다.
선배의 치부를 봤다는 느낌과 내 치부를 보여줬다는 느낌에 가뜩이나 취해서 빨개져 있던 얼굴은 더욱 더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잠시 뒤 저를 찾아 작은 방에까지 남자선배들이 들이 닥쳤습니다.
“이 쉐키 벌써부터 안 먹으려고 머리 쓰네...”
또다시 저에게 술을 먹이려고 하나 봅니다.
하지만 희선 선배가 남자선배들을 막아섭니다.
"얘 지금 구토 하고 난리니까 얘한테 아무도 술 먹이지 말고 그냥 쉬게 둬"
쪽팔리게 제가 피자 만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에라이 차라리 정신줄을 놔버렸으면 창피함도 없었을 것을....’
희선선배가 남자선배들을 데리고 큰 방으로 건너가고 있습니다.
창피하긴 했지만 희선선배 덕에 더 이상의 술은 억지로 마시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구토를 해서였을까 잠시 쉬고 있으니 거짓말처럼 정신이 멀쩡하게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몸속에 들어갔던 알콜을 거의 다 빼내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다시 큰 방으로 건너갔다간 다른 선배들에게 붙들려 또 다시 술을 마셔야 할 것만 같아 정신도 차릴 겸 바람도 쐴 겸 건물 밖 공터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터에는 우리 과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과 사람들까지도 나와서 저마다 담배를 꼬나물고 있었습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 나왔는데 메케한 담배연기만이 진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비흡연자였던 저는 금세 담배연기에 머리가 아파오고 기침이 나서 그곳에 서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리조트 입구에 있는 벤치까지 가서야 잠시 쉴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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