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꽃 - 1부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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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재호는 서울 역 앞 백림빌딩으로 출근했다.

주말 동안 받지 못한 국내외 정보를 모두 훑어 본 재호는
그에 맞는 후속 조치를 내리고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 잠시 커피 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 들리는 노크 소리.
" 똑똑"
" 들어 와"

문을 열고 들어선 사람은 혜림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라고 보낸 백호팀의 팀장이었다.
"금요일 밤과 주말 아침에 보고 하려고 했던 사항입니다.
검토해 보시고 다음 지시 바랍니다."
" 그래 놓고 나가"

재호는 보고서를 대략 훑어 보고는 뜻모를 웃음을 머금었다.
“ 펨돔과 펨섭이라. 흠, 세계적인 탑모델 헬렌의 주인인 여자 서혜림이라...
그리고 그녀가 찾아간 클럽 루시퍼는 에셈 전문이고...“

루시퍼클럽이 위치한 빌딩의 1층을 긴급히 점령하다시피 하여
백호들이 도청한 수현과 여왕의 플과 대화 내용을 확인한 재호는 묘한 호기심을 느꼈다.

“ 여왕은 일본으로 떠나니 서혜림의 관심사는 한수현이라는 펨섭이라고 봐야 하는데....
이미 헬렌, 스즈키라는 펨섭이 있는 상태에서 또 다른 펨섭을 구하는 건가?

더군다나 혜림이라는 여자는 미국에서 입국한 지 한 달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입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루시퍼 실장에게 한수현이 오면 연락하라고 부탁을 했다?

그럼 서혜림은 미국에 있을 때부터 루시퍼클럽을 알고 있었고 한수현도 알았다는 건가?
뭔가 미심쩍은데.....누군가 혜림에게 루시퍼클럽과 한수현의 조사를 의뢰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봐야할 것 같은데....
해구름측의 누군가가 아닐까?"

글로벌 셀폰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올가미 작전이라는 한 판 전쟁을 앞두고
밤늦게 찾아갈 만큼 혜림에게 한수현이라는 인물이 중요한 건가?
아님 단순한 성향에 대한 호기심인가?
그리고 클럽을 나온 후 밤늦게 찾아간 곳이 소공동 엔젤호텔이라.....음 뭔가 있어 “

재호는 즉시 백호팀장을 불렀다.
" 서혜림, 한수현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도록.
내 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서혜림이라는 여자는 한수현에게 접근할 것이다.
아니 이미 접근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루시퍼클럽에 대해서도 낱낱이 조사하도록."
" 예 보스,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백림에서 업무 지시를 마친 재호가 s그룹 감찰실에 들어선 건 오전 11시
감찰실 직원들과 물고기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세밀한 회의를 주관한 재호가 늦은 점심을 먹고 서초동으로 향했다.
서초동 법원, 검찰청 인근의 한 빌딩에 주차한 재호가 승강기를 타고 어딘가로 향했다.

로펌 태평양
10년전만 하더라도 국내 20위권에도 들지 못하던 로펌이었지만
지금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여 1위 자리까지 넘보는 대형로펌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른 바 청와대 배째라 사건으로 유명한 한 인물이 합세하고 그를 따르는 법조계의 선후배들이 모여 들어
욱일승천의 기세로 하루가 다르게 크는 곳이었다.

" 어서 오십시오. 약속이 되어 있으십니까?"
" s그룹 감찰실이오."
" 예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비서실의 안내를 받아 대표변호사실로 들어간 재호를 맞이하는 건 60을 바라보는 온화한 인상의 백발의 신사였다.
" 어서 오세요. 이재호 감찰실장.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로펌 태평양의 대표를 맡고 있는 장영후 변호사입니다."
" 안녕하십니까? 이재호입니다."

두 사람은 좌정하여 은은한 향을 풍기는 작설차를 마시며 대화를 시작했다.
" s그룹 비서실로부터 대략적인 얘기는 들었습니다.
이번에 미국측과 대대적인 소송전을 벌일 거라고요."
" 예 그래서 한국에서의 소송을 귀사에서 맡아 주시길 의뢰하고자 왔습니다."

" 허허 그래요? 잘 아시겠지만 전 이 회사를 30년 가까이 대표로 맡으며 꾸려 왔지만
능력 부족으로 크게 키우지 못했어요. 최근 수년간 부쩍 성장한 건 한수인 전지검장 덕이지요."

" 알고 있습니다. 검찰 사상 최연소 중수부장, 지검장을 지낸 촉망 받던 미래의 검찰총장 1순위 후보자 한수인을
집권당과 경제계가 합세해서 제거했지요.
당시 청와대에서 정권실세가 연루된 비리수사에 압력을 넣자 대놓고 배째라고 했다던 강골 검사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 예, 그 때 그 사건이 s그룹의 정관계 실세 로비 사건이었지요.
청와대 비서실의 절반이 경질되거나 감옥에 가고 여당 국회의원 몇 명도 잡혀 가거나 공천 탈락의 빌미가 되었구요.
물론 s그룹도 직격탄을 맞아 비서실장과 그 라인의 중역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지요."

" 오래 고인 물을 새로운 물로 바꾸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회장님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십니다."
" 그런가요? 이회장님은 역시 배포가 남다르군요.
주말에 이번 소송 변호 의뢰를 받고 어제 한수인 검사, 아니지 이젠 변호사지요.
한변호사와 점심을 하면서 의견을 물어 봤지요.
한변호사는 소송의 성격을 보고 의뢰 여부를 결정하자고 하더군요.
사적으로는 손아래 매제지만 워낙 한고집 하는지라.
부창부수라고 한변호사와 한이불 덮고 사는 제 철없는 여동생도 한 고집해요...허허"
"......."

" 소송과 관련된 자료부터 넘겨 줄 수 있을까요?
무리한 부탁이지만 우리 입장은 그게 마지노선입니다."
" 알겠습니다.
즉시 넘겨 드릴테니 검토 하시고 의뢰 받아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 역시 듣던대로 시원시원하군요.
기업 비밀이라 외부로 넘겨 주기 꺼려질텐데 ..."
"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의뢰인의 비밀이야 당연히 지키실 텐데요.
그리고 s그룹이 태평양의 최대 실세팀에게 지은 죄가 있는데 그 정도 성의는 보여 드려야지요.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자료를 넘겨 드리겠습니다."

" 자료를 받는대로 밤을 새서라도 검토하고 의뢰 여부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 예 부디 좋은 인연이 되기를 바랍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대표 변호사실에서도 s그룹을 피고로 하는 소송대리인 계약에 서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나타나 계약을 하는 원고측 대리인은 김광호였다.

" 잘 부탁드립니다. 대표님.
소송은 두 달 정도의 치밀한 준비 기간을 거쳐 전세계에서 동시에 진행될 것입니다."

" 오래 동안 궁금했는데 이렇게 뵙게 되는군요.
위원회에서도 촉망 받는 수재라고 하던니 오늘 보니 허언이 아니군요."

" 과찬이십니다. 준비 기간 동안은 제 대리인이 귀사와 협력을 하게 될 겁니다.
전 두달 후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고요."
"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좋은 인연이 되기를 바랍니다."
재호와 광호가 소송을 위해 초겨울 날씨에도 분주하게 쫒아 다니고 있을 때 s그룹의 이회장은 아무도 모르게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경기도 양평 근처의 한적한 별장
배산임수의 그림 같은 곳에 자리한 저택에는 최고급 승용차 몇 대와 경호원들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이회장이 차에서 내리자 미리 와 있던 검은색 승용차에서도 누군가 내리더니 반가운 인사를 건네 왔다.


“ 오랜만입니다. 이회장님. 건강은 어떻습니까?”
“ 그만그만 합니다. 몇 해 전에 암수술 받은 이후로는 영 기운이 처져요.
구회장님은 좋아 보이십니다.”

“ 저야 아직 회장님보다 한참 아래 연배니까요.
몸관리 잘 하셔야지요. 자 들어 갑시다.”

잠시 후 별장 거실에 앉은 두 사람은 따뜻한 다기의 온기를 느끼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 어쩐 일로 저를 보자고 했습니까?“
“ 음.......좀 심각한 문제가 생겨서요.”

“ 전자 통신 쪽입니까? s그룹과 트윈 그룹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 예, 짐작하신대로 미국에서 전쟁을 걸어 왔습니다.”

“ 어떻게 하시려고요.”
“ 정면대응입니다.”

“ 승산은요? 트윈측에서는 뭘 도와 드릴까요?”
“ 이대로만 유지해 주시면 됩니다.
우리편도 저쪽 편도 안 드시는 게 도와 주는 겁니다.
이미 통신은 4세대로 넘어 가는 과도기입니다.
이번 소송만 잘 견디면 4세대에서는 트윈측이 통신의 주도권을 잡을 겁니다.
이미 국내 시장은 그렇게 흘러 가잖습니까?“

“ 알겠습니다. 회사 중역들과 대책 회의를 하고 책임자를 선정해서 단일 창구로 연락 주고 받도록 하겠습니다.”
“ 여기 필요한 자료입니다. 참고 하시기를....”

이 회장이 이동용저장장치를 건네자 구회장은 조용히 받아 든다.
“ 이번 일도 감찰팀에서 한 겁니까?”
“ 예, 덕분에 조기 대응이 가능해졌습니다.”“ 부럽습니다. 백림이 감찰팀을 뒤에서 맡아 주니 얼마나 든든합니까?”

“ 앞으로도 필요한 정보나 자료는 제가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 종종 부탁드립니다. 아마 현대의 정회장님도 학수고대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만...”
“ 그 쪽은 아직 시간이 좀 있습니다.
토요타 자동차 건드린 지 얼마 안 되니 그나마 숨 좀 쉬겠지요.
조만간 만나면 알려 드릴 겁니다.“

대화를 마친 두 회장이 돌아 가자 적막함이 가득한 별장에 누군가가 들어서더니 다기를 수거해 갔다.
그리고 주방에서 차주전자를 깨더니 엄지 손톱만한 금속칩을 주방 창문을 열고 누군가에게 건네 주었다.


논현동 혜림의 집.
수현은 벌써 며칠 째 퇴근 후엔 혜림의 집에 들러 혜림을 만나고 있었다.

수현은 혜림과 대화를 할 때마다 그 박학함과 폭넓은 지식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혜림도 수현이 의외로 역사를 비롯한 다방면에 깊은 지식이 있음을 알고 속으로는 놀라고 있었다.

혜림의 발 밑에는 미모의 두 여자가 레즈플을 즐기고 있었다.
개목줄을 차고 자신의 발 밑에서 서로의 성감대와 보지를 핥고 빨면서 헐떡이는
두 암캐를 보며 혜림은 새삼스럽게 정복감을 느꼈다.

“ 하흑..스즈키.더 세게”
“ 언니 너무 좋아요..아흐...스즈키 죽어요”

한참을 그렇게 서로를 탐하던 암캐들은 동시에 절정에 이르며 몸을 떨었다.
“ 누렁이 내일 회사에 가서 며칠 휴가를 신청하고 여행 준비하도록.
오늘밤은 여기서 자고 간다고 집에 알리고.“

“ 예 알겠습니다.”
“ 휴가 사유는 VIP 투자유치를 위한 국내관광이라고 해.
내가 지금 회사 대표이사에게 국내관광 가이드로 한수현을 부탁한다고 먼저 전화할 테니까.
휴가 도중에도 휴가 마치고도 추가 투자할테니 회사에 휴가 신청하면서 그렇게 얘기해도 좋아.“
“ 감사합니다.”

“ 그래 오늘 밤은 누렁이 에셈 경험 듣는 것으로 하지.
둘 다 씻고 쉬고들 있어.”
혜림의 말이 떨어지자 스즈키는 욕실로 들어 갔고 수현은 휴대폰으로 집에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멀지 않은 이웃인 서장관집에서 묵는다는 걸 얘기하고
회사에는 vip고객의 국내 관광 동행을 위해 내일부터 휴가를 원한다는 휴가 신청을 하고 있었다.



논현동 혜림의 집
스즈키가 차린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한 수현

다시 벌거벗고 목줄을 찬 채 혜림의 앞에 꿇어 앉은 수현은 담담히 에셈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또래보다 조숙한 중학교 때부터 인터넷을 통해 어느 정도 자신의 성향을 알고 있던 수현은
대학 신입생때 만난 핸섬한 복학생 선배와 사귀면서 본격적인 에셈의 길로 들어섰다.

잘 생긴 얼굴에 친절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가학적인 성향을 가졌던 그 선배는
수현을 자신의 가학적 성향을 실험하는 도구로 삼아 길들였고 그걸 사랑이라 생각한 수현은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순순히 들어주고 헌신적으로 복종하였다.

사회 진출이 수현보다 빨랐던 그가 방송국에 취직을 했고
얼마 후 같은 방송국의 아나운서와 사귀면서 이별을 하게 되었다.

그 후 수현은 연극동아리도 그만 두고 악착같이 공부에 매달렸고
그 결과 대한민국 최고 명문 중 하나인 연어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현재 근무중인 외국계 기업인 에이스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할 수 있었다.

물론 공부를 할 때 같은 과 선배와 가벼운 교제를 하며 서로 힘을 주는 물같은 연애를 하기도 했다.
부모님들은 수현이 대학에서 공부를 계속해서 교수를 하길 바랐지만
수현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더 큰 무대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보고 싶었다.

사회 진출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현은 두번째 에셈을 하게 되었다.
올캐 언니의 소개로 투자 상담차 자신을 찾은 사십대 초반의 대기업 간부에게서
강한 돔의 성향을 느꼈고 그 역시 수현이 섭임을 알고 스스럼없이 수현을 거둬 들였다.

그가 바로 루시퍼였다. 에셈머 사이에서는 유명한 멜돔이었다.
그리고 수현은 그에게 철저한 예속과 복종을 다짐하며 비천한 메조섭으로서의 성향을 마음껏 발산하였다.

현재 수현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은 오로지 그와의 에셈을 위한 밀회 장소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입한 것이었다.
부모님에게는 회사 근처에서 좀 더 집중해서 업무를 익히며 충실한 사회인이 되고 싶다고 졸라서 겨우 구입한
암캐로서의 수현의 조교를 위한 보금자리였다.

2년여의 시간이 흘렀을 때 루시퍼는 해외지사 파견 근무를 위해 동유럽으로 떠나야 했고 수현을 자유롭게 놓아 주었다.
수현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했지만 루시퍼는 수현에게 언제든 좋은 남자나 주인을 만나면 떠나도 좋다고 했다.

그리고는 수현의 성향을 채워 줄 펨돔여왕을 소개해 주었고 수현은 여왕을 만나 구속과 예종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 할 수 있었다.
형부의 소개로 남친을 만나 결혼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남친 모친의 속물 근성에 질려 버린 수현은 혼수 문제를 핑계 삼아 헤어진 것이었다.

수현의 얘기를 듣던 혜림이 말했다.
" 스캇은 언제부터 하게 되었냐?"
" 두번째 에셈 관계가 끝난 후 술김에 하게 되었습니다."

" 자세히 얘기해 봐라."
" 퇴근 후 친구들과 술 한 잔 하고 집에 돌아와 달아 오른 몸을 주체할 수 없어 혼자서 개목줄 차고 도그플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소변을 보려고 화장실로 갔고 소변을 보던 중 그만 배변을 조금 하게 되었습니다.
순간적으로 그래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그 자세에서 배변을 했고 그 다음에는 입으로 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별 냄새는 없었고 그냥 씁쓰럼한 맛이었습니다."

" 그건 술에 취해서 후각 능력이 많이 저하되어 그런 것 같군"
" 그 후로는 조금씩 스캇을 혼자서 해 보았고 어느 날 펨돔 여왕에게 그 사실을 얘기했더니 관장플과 스캇플을 추가해 주시더군요."
" 그랬구나. 스스로 똥개로 진화라. 누렁이 대단한데. 역시 내가 보는 눈이 있어. 후후"
" 감사합니다. "

" 그럼 전주인하고는 연락이 거의 없겠네."
" 아닙니다. 주로 메일로 가끔 연락을 했습니다. 최근 여왕님이 떠나신 걸 알고는 조만간 대리인을 보내 주겠다고 했습니다."

" 전주인에게도 메일 보내고 혹 그 대리인 만나면 확실하게 의사를 전달하도록..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고,"
" 예 알겠습니다."

“자 오늘은 이만 자고 내일부터 누렁이 조교를 위한 여행을 떠나 볼까?”
“감사합니다. 천한 똥개를 위해 귀한 시간을 내 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많은 걸 경험하고 깨닫게 될 거야.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 오면 나를 주인님으로 부르고 모시게 해 주마.”
“감사합니다.”

“ 명심해라. 나는 아무 개새끼나 받아 들이지 않는다는 걸.
명품견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판명되면 가차없이 버린다는 걸”
“ 명심하겠습니다.”

“ 오늘은 내 침대 밑에서 스즈키와 같이 자도록.”
말을 마친 혜림이 옷을 벗더니 침대 위에 올라가 누었다.
팔등신의 탄력 넘치는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며 잠 든 혜림을 바라 보며
수현은 스즈키가 깔아 놓은 자신의 자리로 기어 가 새우처럼 쪼그리고 누웠다.
목에는 여전히 개목줄이 채워져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수현은 새벽같이 일어나 논현동 본가에 들러 여행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부모님께는 교포 출신 서장관 조카의 국내 관광 가이드를 맡게 되어 며칠 서울을 떠난다고 말씀드리고는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로 향했다.

그리고는 회사 지하 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승용차에 짐을 실어 놓고 회사로 올라갔다.
회사에 출근하자 책상위에 메모가 있었다.

" 이사님 호출, 출근 즉시 내방 요망’
수현이 이사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서자 두 사람이 보였다.
직속 상관인 이사가 대표이사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 이사님, 무슨 일이신지...”
말이 끝나지도 않아 이사가 말을 자르며 끼어 들었다.

“ 휴가를 쓰고 싶다고...?”
“ 예 서혜림 고객님께서 오래 동안 미국에서 살아 한국 관광을 하고 싶다고 해서요.
투자 유치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어제 긴급히 회사에 전화로 휴가를 신청했습니다.”

“ 서혜림씨가 사장님에게 전화를 해서 특별히 부탁을 했어요.
며칠 국내 관광을 하고 싶은데 동행하면서 말벗해 줄 가이드 추천해 달라면서 수현씨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더군.”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던 대표이사는 웃음을 짓더니 수현에게 말했다.
“ 관광 가이드를 하려면 역사에 대한 지식이 상당해야 하는데 그건 한수현 팀장이 회사에서 최고 아닌가?
동양사나 서양사는 물론 한국사에 야사까지 널리 알지 .
왠만한 성씨의 족보 정도는 그냥 줄즐 외우는 실력인데...
그래서 내가 서혜림 고객에게 아주 최고의 가이드가 될 거라고 자랑을 좀 했지.”

“ 과찬이십니다. 사장님”
“ 아냐. 사학과 교수인 내 친구도 왠만한 사학 전공자보다 낫다고 하던데.”

“ 휴가가 아니라 출장을 다녀 오는 것으로 처리를 하지.
출장비도 지급할 테니 고객에게 신세 지지 말고 수현씨가 비용으로 처리 하도록 해.”

“ 선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사장님 ”
“ 그래 몇시에 출발하는 건가?”

“ 열시에 회사 앞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서혜림 고객이 외제 밴 차량을 가지고 있어 그걸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출장 기간 동안 업무는 내가 알아서 다른 팀원들에게 분장하도록 하겠네.”

수현이 이사실을 나와 자리에 앉아 업무를 마무리 하고 여행을 떠나려고 분주할 때
혜림은 논현동에서 스즈키와 함께 여의도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미행하는 차량이 멀찍이서 따라 붙고 있었다.

“ 아 헬렌 지금 공항으로 가는 거야? 그래 몸조심 하고 연말이나 연초에 미국에서 봐.”
“ 예 혜림. 덕분에 한국 여행 즐거웠어요.”

“ 그래 블랙조 형제는 공항 갔다가 경주 보문 힐튼호텔로 내려 오라고 전해.”
“ 경주 보문 힐튼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혜림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 나야.”
“ 주인님 접니다. 식사는?”

“ 용건 말해. 식사는 마누라가 챙기는 거야.개가 챙기는 게 아니라고...”
“ 죄송합니다. 주인님. 한수현 데리고 경주로 가려고 합니다.”

“ 그래. 잘하고 와. 몇 명 불러야겠네. 음 경주면 사극 촬영하는 곳 아닌가?”
“ 맞습니다. 거기 현장에서도 연예인 개들 몇 마리 부를 생각입니다.”

“ 그래 실수 없도록 하고.”

광호와 통화를 마친 혜림은 스즈키를 향해 말했다.
“ 스즈키 경주 가 본 적 있나?”
“ 예 몇 번 가 본 적 있습니다. 고대와 현대가 조화를 이룬 곳이라고 할까요?
왕릉과 유적 사이로 도시를 이룬 곳이거든요”

“ 기대되는군. 낮에는 관광을 밤에는 똥개 훈련을 시키면 되겠지.”

여의도 에이스인베스트먼트 투자부
미모의 한 여성이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들어선 인사팀장은 vip전담 팀에게 그녀를 소개했다.
“ 자 모두 주목해 주세요. 새로 vip팀에 해외사원 특채로 입사한 신입사원입니다. 환영해 주세요.”
“ 안녕하십니까? 신입사원 최수정입니다. 여러 선배님들의 많은 지도와 아낌없는 애정을 바랍니다.”

“ 애정을 바란다고? 편달이 아니고...”

누군가 짖궂게 말꼬리를 잡자 최수정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 편달은 채찍으로 때리는 거라서 사양합니다. 수정은 채찍을 맞으면 깨어지니까요.
저는 애정을 듬뿍 받기를 바랍니다.”

책상위를 정리하며 여행 준비를 하던 수현은 맹랑한 신입사원 수정을 보며 특별한 인상을 받았다.
‘ 아주 맹랑하네. 저 나이 또래에 편달이라는 말을 가지고 당돌하게 대답도 할 줄 알고...’

순간 수현과 수정의 눈이 마주 쳤고 수정의 눈빛이 반짝 빛나고 있었다.
‘ 흐흐 저기 있구나. 한수현 드디어 만났군 ’

수현은 자신을 유심히 쳐다 보는 수정에게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여행용 짐을 챙기기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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