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욕의 세계 (野慾世界) -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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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물어봐.”
은경은 해원이 돌강을 위해 성상납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차마 말하지 못했다. 건네받았던 돌강의 폰을 꺼내 해원에게 전화하자 하독이 그 전화를 받았다.
“오검사 한테서 온 전화야.”
오검사라는 말에 엎드려 초점을 잃었던 해원의 눈은 정신이 돌아왔다. 하독은 스피커폰을 눌러 그녀 앞에 놓았고, 화벽은 배려하듯 속도를 늦추면서도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해원의 엉덩이를 잡아당겨 자신의 페니스를 그녀의 질 안에 넣는 피스톤운동을 아주 천천히 반복할 뿐이었다. 그것이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여기는 듯 했다.
“해… 해원아.”
스마트폰 스피커로 들려오는 돌강의 목소리에 핏기 없던 해원의 입술은 더 바짝 타들어갔다.
“으응…….”
그녀의 목소리는 힘없이 기어들어갔다. 자신을 범하는 사내들도 지금 이 순간 통화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니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뭐, 뭐해?”
돌강의 목소리도 힘이 없었다.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그의 두 볼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이 앞을 가려 창문너머 해원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지만, 그녀가 다른 남자와 성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기에 어쩌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 저, 저기 나중에…….”
“며칠 동안… 연락 안 되서 걱정 했어…… 무슨 일 있었어?”
“그, 그게…….”
해원은 가빠오는 숨과 슬픔을 참기 힘들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해원아.”
“…….”
“사랑해.”
돌강이 더는 못 보겠다는 듯 돌아서서 통화를 끊었다. 무엇을 확인하려했던 통화였는지 목적조차 잃어버렸다. 곧 옆방과 연결된 스피커를 통해 해원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자 은경은 차단스위치를 누르고 미닫이문을 닫았다.
해원이 돌강과의 통화 후 슬픔에 몸부림치자 화벽이 그녀를 통제하기 위해 뒤에서 안으며 앞으로 엎어졌다.
“쉬, 금방 끝날 거야.”
화벽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는 상체만 일으켜 자신의 발기된 페니스를 다시 그녀의 질 안에 넣고 왕복운동을 했다. 해원의 엉덩이가 출렁될 만큼 빠르고 거친 행위였다. 얼마안가 화벽은 절정에 도달했고 거친 숨을 토해내며 테이블위에서 내려왔다. 그럼에도 해원은 여전히 꼼짝 않고 엎어져 온몸을 들썩이면서 흐느꼈다. 그녀의 엉덩이 주변은 물론이고 테이블 위는 애액과 정액등의 여러 가지 분비물들로 뒤섞여 끈적대면서도 흥건해보였다.
“강간당했냐? 니가 원해서 해놓고는 왜 울어?”
담터가 눈물로 불어터진 해원의 뺨을 가볍게 툭툭 쳤다. 자신이 원해서 했다는 그에 말에 그녀의 가슴은 미어지듯 아파왔다.
“이번에는 관장을 할 거야. 아까처럼 엉덩이 내밀고 엎드려.”
유리관 주사기와 관장약을 꺼내면서 담터가 말했다.
“싫어요, 관장은 싫어요…… 제발, 이제 그만해주세요.”
관장이라는 말에 해원이 서러운 눈빛으로 담터에게 애원했다.
“싫으면 지금이라도 나가. 우리가 원해서 하는 거 아니야. 니가 원해서 하는 거지.”
뒤에서 지켜보던 하독이 금테안경을 수건으로 닦으면서 매몰차게 말했다. 닦여진 안경을 쓰면서 얼마 있지도 않은 귀 주변 머리카락을 매만지더니, 담뱃진으로 누렇게 된 보기흉한 뻐드렁니를 내보이며 미소 지었다. 누가 봐도 눈살 찌푸리게 되는 혐오스런 인상이었다. 앞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대머리와 깊게 패인 굵은 주름살로 인해 실제나이보다 10년 더 늙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하독은 펭귄처럼 뒤뚱거리듯 걸어가 해원의 엉덩이근육을 움켜잡았다.
“그만할까?”
금테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의 짐승 같은 눈에 음흉함과 비웃음이 가득했다.
“도대체…… 어디까지 해야 만족할건가요?”
슬픔에 북받친 해원이 쏘아대듯 물었다.
“좋아. 관장까지만하기로 선을 긋지. 이제 됐지?”
하독은 두꺼운 입술꼬리를 올리며 해원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 그의 탁한 음성은 악마의 목소리 같았고, 그녀는 진저리치면서도 슬픔을 삭여야했다. 해원이 몸을 일으켜 이전처럼 무릎 꿇고 엎드리는 자세를 취하자 담터가 재떨이를 털었다. 검은색 둥근 사기재질로 500ml 의 물을 부울 공간이 있어보였다. 그는 재떨이에 따뜻한 정수 물과 글리세린을 5:5 로 섞고 관장약을 넣은 다음 주사기로 빨아 당겼다. 물과 글리세린 혼합만으로도 직장을 자극해 관장이 가능했지만 좀 더 나은 효과를 위해 관장약을 추가한 것이다.
“자, 들어간다.”
담터는 해원의 엉덩이를 젖혀 항문에 주사기 머리를 꽂았다.
“흐읍!”
그녀의 신음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주사기에 들어있는 관장 액이 압착되면서 항문을 통해 직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흐으…….”
해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창백해졌다. 담터는 같은 방식으로 총 1리터 에 달하는 관장 액을 그녀의 항문 안에 넣은 후에야 만족했다.
“이거 보여?”
엎드려 신음하고 있는 해원의 눈앞에 하독이 이번엔 호두알 크기의 플라스틱 캡슐을 꺼내 보였다.
“이 안에 니가 원하는 원본 동영상 마이크로카드가 들어있어. 약속을 했으니 나도 지키는 거야.”
하독은 캡슐에 윤활 크림을 듬뿍 바른 후, 그녀의 항문 안으로 밀어 넣으려했다. 하지만 억지로 넣으려 해도 좀처럼 들어가지 않았다.
“아흐흑! 잠깐만이요.”
해원이 몸을 뒤틀어 거부했다. 애초 손가락 굵기도 고통스러운데 캡슐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오늘 처음 항문을 확장시켜서 고통스럽긴 하겠지만 괄약근 힘을 풀면 충분히 들어가.”
하독의 말투는 결연했고 해원은 어쩔 수 없이 괄약근의 힘을 풀어 그가 항문에 넣어주는 캡슐을 받아 들여야만 했다.
“하으으으윽!”
항문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과 함께 캡슐을 먹어 삼켰다. 그러면서 직장에 들어차 있는 관장액이 쏟아져 나갈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왔다.
“좋아, 약속은 서로 지켰으니 이제 두 번 다시 볼일 없어. 복도 끝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에 올라가면 양동이랑 옷이 있을 거야.”
말을 끝낸 하독이 룸 문을 열었다.
“나가.”
“자, 잠깐만이요.”
지금의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는지 해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우리가 보는 앞에서 대변을 쏟아내고 싶어? 그래도 여자인데 은밀한 곳에 가서 싸야지.”
하독이 쉰 음성으로 큭큭 웃었다.
“부탁이니 옷은 주세요.”
해원은 알몸으로 나갈 수 없다며 매달려 애원했지만 그녀를 보는 하독의 눈빛은 차가웠다. 결국 담터가 ?아내듯 그녀를 밖으로 몰아내고 문을 닫았다.
“안돼요. 제발!”
알몸으로 쫓겨난 해원은 조명이 환한 복도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바람에 몸을 가늘게 떨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반들거리는 차가운 대리석바닥을 맨발로 걸어 복도 끝까지 가려했지만, 배변의 고통으로 인해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대변이 항문을 밀고 나올 것처럼 괄약근을 압박했다. 복도 대리석위에 배변을 한다는 건 그녀로써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고, 혹여 지금의 모습을 누가 볼까봐 달아나 숨고 싶었다.
해원은 안쪽 허벅지를 바짝 붙이고 발을 살짝 벌린 안짱걸음으로 앙금앙금 힘겹게 복도 끝에 도착했다. 아직까지는 인기척이 없었다. 그녀는 비상문을 열고 계단으로 향했다. 동작인식센서가 작동하면서 천장 등이 켜졌다. 3층까지 룸살롱이었고 7층까지는 호텔이었다. 현재 2층에 있었기 때문에 옥상까지 가려면 비상계단으로 6층을 올라가야하는 상황이었다. 옥상까지 참을 수 있을지 자신은 없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해내야했다. 그녀는 철로 된 계단손잡이에 몸을 기대어 천천히 발을 뗐다.
“하아…….”
절반쯤 오르자 해원은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힘들어했다.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고 눈이 반쯤 풀린 상태였다. 무엇보다 항문에서 느껴지는 배변의 자극을 괄약근 힘으로 막는 게 너무도 힘든 고역이었다.
“흐으읍!”
항문을 뚫고 대변이 쏟아져 나오려 할 때마다 해원은 아랫입술을 깨물고 엉덩이 근육을 바짝 조이며 신음했다. ‘하으으…… 할 수 있어.’ 그녀는 스스로 독려하면서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후들거리는 다리를 움직여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아… 하악…….”
해원이 계단을 기다시피하며 마지막 옥상 층에 다다랐을 때, 숨이 목까지 차올라 호흡하기 힘든 상태였다.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면서 한 계단 한 계단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지금까지 참아낸 게 기적일 정도로 조금만 방심해도 배변이 터져 나오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런데 그때, 아래쪽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비상계단 전등이 켜지고 사내 세 명이 나와 뭔가 심각한 얘기를 했다. 해원은 숨을 죽이고 몸을 바짝 움츠렸다. 다행히 그들에게 발각되지 않은 듯 했다. 문제는 배변을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어차피 일어나서 옥상 문만 열고 나가면 되는 상황이라 잘만하면 들키지 않겠다는 생각에, 그녀는 최대한 조용히 몸을 일으켜 옥상 문손잡이를 돌렸다. 하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천붕지괴 같은 상황이었다.
“이봐요! 거기서 뭐하는 겁니까?”
사내들이 해원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해원의 가슴은 철렁하면서 곤두박질쳤다.
“여자가 옷을 다 벗고 있어.”
사내들이 알몸인 해원에게 다가왔다.
“오… 오지 마요!”
해원은 심한 낭패감을 느끼며 몸을 구석진 곳으로 돌려 쪼그려 앉았다.
“혹시, 무슨 봉변을 당한 겁니까?”
사내 하나가 걱정하는 말투로 해원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이런 곳에 여자가 알몸으로 있다는 것에 대한 그가 추측할 수 있는 최대한이었다.
“제, 제발… 누구에게도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요.”
해원은 벌겋게 상기된 얼굴을 도리질하며 힘겹게 부탁했다. 생리적 고통은 이미 한계에 달하여 위기일발의 순간을 맞고 있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기력을 쥐어 짜냈다. 사내들 앞에서 대변을 쏟아내는 비참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저희가 도와줄게요.”
걱정하던 사내가 옷을 벗어 덮어주려고 했다.
“보지 말아요. 제발…… 하윽!”
순간, 여태껏 힘들게 참아왔던 괄약근이 풀어지면서 그녀의 항문이 열렸다.
“아악!”
비상계단을 울리는 해원의 자지러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퍽’ 하는 둔탁한 작렬 음이 들려왔다. 꽉 막혔던 항문에서 캡슐이 대포처럼 터져 나가는 소리였다. 플라스틱 캡슐은 벽에 맞은 후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졌고, 그녀는 캡슐이 계단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발작에 가까운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하얀 목덜미가 힘껏 뒤로 젖혀지면서 땀방울이 공중에 흩날렸다. 야릇한 쾌감과 함께 보내오는 쾌변의 신호였다.
“아아악!”
다시 비통한 절규와 함께 ‘퍼억’ 하는 소리를 내며 황금빛 대변 덩어리가 허공으로 날아갔고, 그것을 시작으로 ‘뿌지지직… 뿌우웅… 뿌직’ 하는 민망한 소리가 항문에서 울려 퍼졌다.
“아악! 제발… 보지 말아요!”
낯선 사내들 앞에서 알몸으로 더러운 대변을 쏟아내는 적나라한 모습이 극도로 수치스러웠지만,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뿜어져 나가는 황금빛 배변 덩어리를 어떻게 막을 수가 없었다.
“흐으으으…….”
알몸으로 쪼그려 앉은 해원의 매끄러운 엉덩이가 부르르 떨리면서 마지막 대변을 쏟아냈다.
“아, 씨발 변태년! 어디서 더럽게 똥을 싸고 지랄이야!”
대변 덩어리들로 난장판이 된 계단에서 사내들이 상스러운 욕설을 퍼 부어댔다. 해원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이고 엉엉 울었다.
“어우 냄새. 토할 거 같다. 가자.”
사내들이 문을 닫고 호텔로 들어가자 혼자 남겨진 해원은 쪼그려 앉아 더 구슬프게 흐느꼈다. 자신의 몰골이 너무나 비참하고 참혹해서였다. 그럼에도 무한정 슬퍼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눈물을 훔치고 일어나야만했다. 자신이 쏟아낸 대변을 피해 계단 가장자리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디며 캡슐을 찾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다행이 1층 구석진 곳에 캡슐이 보이자 그녀는 서둘러 그것을 집어 열었다.
“처음부터 캡슐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남자 목소리에 놀라 시선을 돌려 바라보니 강화벽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캡슐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하독이 또 속였고 해원은 바보처럼 당한 것이다.
“옷 입어.”
화벽이 해원에게 옷만 던지고 뒤돌아 가버렸다. 그가 건넨 옷은 남성용 체육복 상하의였다.
● ○ ● ○ ●
코발트 블루색의 아우디 A6 차량이 면목동 5층 건물 옆 주차장에 멈춰 섰다. 광이 나는 새 차였고 내부는 결벽증이라 할 만큼 깔끔했다. 배연화는 운전하는 동안 신었던 샌들을 하이힐로 바꿔 신었다. 커리어 우먼 스타일의 명품 미니스커트 정장을 입고 차에서 내리는 그녀의 모습은 세련되고 당당했다.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세상을 내려다보는 자신감이 그녀에게 있었다. 고개 들어 올려다본 5층 건물에 산부인과, 소아과, 산후조리원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주변을 좀 더 둘러보다가 건물 1층 산부인과로 들어간다.
산부인과는 화이트 톤으로 밝게 탁 트인 느낌이었고, 산모들을 위해 크고 푹신해 보이는 소파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할 만큼 서비스에 최적화된 인테리어였다.
“아직 진료시간 전인데 어떻게 오셨어요?”
간호조무사 소나리가 접수대에서 방긋 웃으며 연화를 맞이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듯 앳돼 보이는 귀여운 얼굴이었다.
“차갑대 원장님 뵈러왔습니다.”
“혹시, 배연화 의사선생님이신가요?”
나리는 이미 새 의사선생이 온다는 말을 원장한테 들은 터였다.
“네.”
“잘 오셨습니다. 그린 산부인과에서 접수 일을 맞고 있는 소나리라고 합니다.”
주변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씩씩하고 밝은 목소리였다. 평소 차가운 표정의 연화조차도 온화한 눈빛으로 바뀌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뒤에서 인기척을 느껴 돌아보니 덥수룩한 머리에 수염이 듬성듬성 난 중년의 사내가 들어왔다. 꾀죄죄한 옷차림을 하고 반쯤감긴 눈꺼풀이 막 잠에서 깬 모습이었다.
“임조무사. 간호사들한테 전해서 수술실 어레인지 해.”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선생님. 이쪽은 새로 오신 배선생님입니다.”
나리의 말에 김후치는 의외라는 듯 연화를 몇 번이나 위아래로 훑어봤다. 아무리 봐도 의사라고하기엔 너무 잘 갖춰진 외모였다.
“아…… 그래요. 저는 마취담당 김후치입니다. 마침 잘됐네요. 분만실 진통산모 씨섹 들어가야 하니 준비해주세요.”
제왕절개(C/S)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수술실은 간호사들에 의해 준비가 완료되고 연화 또한 손 소독 후 수술가운, 모자, 마스크, 장갑을 착용했다. 산모는 수술대위에 누워 배만 풍선처럼 맨살을 드러낸 채 상체와 하체를 파란 천으로 가리고 있었다. 산모가 수면마취에 들어간 것을 마취담당 후치가 확인해주자 원장 차갑대가 메스를 들고 붉은색 포비돈 요오드가 칠해진 산모의 배를 갈랐다. 태아가 산모의 자궁하부에서 꺼내져 탯줄이 잘리기까지 2분도 걸리지 않는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이었다.
“수처 가능하죠?”
“네.”
갑대는 봉합을 연화에게 맡기고 수술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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