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욕의 세계 (野慾世界)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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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맞닥뜨린 충격적인 남녀의 정사모습에 돌강은 시선을 어찌할 줄 몰라 난감해했다. 물론, 알몸으로 남자한테 다리 벌리고 매달린 여자가 자신의 애인 해원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식의 섹파티가 이미 여러 번 있었기에 단순히 성접대녀 라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거기 앉아. 놀랐지? 우검사가 먼저 시작했어.”
하독은 돌강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권하면서 우담터에게 눈짓했다. 반대편 자리에는 강화벽이 석연치 않은 표정이었고 이미 술을 꽤 마신듯했다. 평소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성격이었기에 이상하긴 했지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아…… 오검사 왔어? 후우…….”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담터가 고개를 빼꼼 내밀어 아는 척했다. 해원은 행여 들킬까봐 그의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깊게 묻었다.
“네.”
어색한 표정으로 돌강이 대답했다.
“후…… 이년 완전 명기야…… 안아볼래? 하아…….”
담터의 호흡이 더욱 거칠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오로지 완력으로 여자를 들어 안고 성교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의 두껍고 긴 페니스가 그녀의 질 안에서 피스톤 운동을 했고,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민망하게 울려댔다. 사랑하는 남자가 보는 앞에서 해원은 무기력하게 페니스를 질 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은 미친 듯 쿵쾅거렸지만 그것이 성교 때문인지 들키지 않으려는 마음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아,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돌강은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슬쩍 바라본 여자의 벗은 뒷모습에 잠시나마 매료되었다. 잘록한 허리에서 매끄러운 등줄기로 이어지는 유려한 곡선이 아름다워서였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라는 생각이 잠시 스치고 지나갔다.
“아참, 오검사. 사귀는 여자가 있다고 했지. 듣기로는 굉장한 미인이라고 하던데…….”
‘털썩’ 하고 담터가 소파에 앉는 바람에 하독은 하던 말을 멈추고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담터는 고개 숙인 해원에게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키스했다. 곧 그의 혀가 그녀의 입속을 가득 채웠다. 그가 전하는 뜨거운 키스와 숨결이 그녀를 당황케 했지만 거부하지 못하고 힘겹게 신음했다. 담터는 해원을 안은 채로 상체를 일으킨 후 한손으로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양쪽 젖꼭지를 번갈아가며 힘차게 빨아댔다.
“하으…….”
해원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새어나오자 담터는 단단해진 그녀의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유방을 움켜잡았다. 그녀의 유두는 유륜이 확대되면서 부풀어 올랐고, 끝이 단단해지면서 터질 듯 꼿꼿하게 일어나 농염해 보였다. 그것은 자극에 대한 육체의 정직한 반응이었지만 보이고 싶지 않은 수치였다. 게다가 다리 벌린 채 올라타 있는 해원의 뒷모습은 외설적이었는데, 벌어진 그녀의 엉덩이 골짜기 사이로 그의 페니스가 전봇대처럼 꽂혀있는 게 적나라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담터는 육중한 해원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잡고 들어 올렸다 놓기를 반복하며 변태적인 쾌락의 주문을 외웠다. ‘보라! 오돌강. 니가 사랑하는 여자가 나한테 범해지고 있다. 니가 보는 앞에서 알몸으로 나와 헐떡이며 섹스를 하고 있다.’
“아무튼, 프러포즈는 했나? 요즘 여자들은 그거 안 해주면 심통 내.”
하독은 말을 이으며 잔에 위스키를 따라 돌강에게 건넸다.
“아, 네…… 조만간 결혼날짜 잡을 겁니다.”
돌강은 정사 모습을 잠시 넋 놓고 바라보다 하독이 주는 위스키 잔을 받아 마셨다.
“그래? 이런 경사가 있나. 그럼 미인 제수씨 우리한테 소개 시켜줘야지.”
“곧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돌강의 말을 옆에서 들은 해원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왜 마음아파?]
울상인 해원에게 담터가 귀엣말로 속삭여 물었지만 그녀는 입을 굳게 다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지금이라도 니 애인 품에 안길래?]
해원은 왈칵 눈물을 쏟으며 고개 저었다.
[좋아. 그런 의지로 함께 천국을 향해 달리는 거야. 이제부터 니가 말을 타듯 허리를 흔들어.]
담터의 말에 해원은 고개를 깊숙이 숙인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심술 난 표정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 하고 내리쳤다.
[달려!]
그제야 해원은 말을 타듯 허리를 천천히 움직였고 그녀의 질 안에 박혀있던 담터의 단단한 페니스가 다시금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해원이 스스로 허리를 움직여 담터의 페니스를 받아들이는 것은 몸서리처지도록 싫은 행위였지만 이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녀의 슬픔과는 달리 등은 활처럼 휘어지면서 엉덩이가 관능적인 자태로 들썩거렸다.
“좋아. 기대하지. 그리고 자네에 대한 내사는 종식됐어. 아마도 오해가 있었나봐.”
돌강을 바라보는 하독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후아! 애인이 이렇게 몸 바쳐서 성 접대를 하는데…… 당연히 내사 종식이지. 안 그래? 하아…….]
[우우…….]
담터의 잔인한 말은 서슬 시퍼런 칼날이 되어 해원의 가슴을 난도질했다. 그녀의 상아빛 볼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그 뺨을 타고 눈물이 연신 흘러내렸다. 그럼에도 그녀는 달아나고픈 심정에 허리를 더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윤활유를 머금은 뜨거운 페니스가 질 안에서 왕복운동을 하듯 그녀의 작은 입술에서도 가쁜 숨이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하아… 하아…….]
담터와 해원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친 숨을 토해내며 뜨겁게 하나가 되어갔다.
“부장님 감사합니다.”
돌강은 바로 옆에서 그들에게 능욕당하는 여자가 해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하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더 빨리!]
담터는 해원의 엉덩이를 불이 나게 때리면서 재촉했다. 돌강에게 해원이 절정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변태 심리가 작용하고 있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원은 온몸을 땀으로 적시며 거세게 허리를 움직였다. 벌겋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에 젖은 머리카락이 몇 가닥 붙으면서 숨을 토해내는 모습이 요염해보였다. 이윽고 발끝에서 전해지는 야릇한 전율이 육체의 미로를 탐닉하며 헤매다가 쾌락의 뇌관을 건드렸다.
“끄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담터는 절정에 도달했다. 혈관이 툭툭 튀어나와있는 근육질의 페니스가 해원의 자궁입구까지 깊숙이 박혀서 정액을 뿜어댔다. 순간, 형언할 수 없는 기이한 쾌락의 오르가즘이 그의 전신을 타고 퍼져나갔다.
“흐으으으으…….”
해원은 흐느끼며 신음을 토해내다 담터가 절정에 도달하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그의 품에 안겼다. 굴욕과 수치심이 북받쳐 밀려오면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담터는 그런 해원을 꽉 끌어안으며 돌강을 향해 씩 웃었다. 마치 통쾌한 복수라도 한 듯 묘한 쾌감이 담터를 짜릿하게 흥분시켰다.
“뭘 감사씩이나…… 죄가 없으니 결백이 밝혀진 거지.”
지켜보던 하독이 돌강을 향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결혼을 앞둔 새신랑에게 이런 자리는 좀 불편할겁니다.”
술에 취해 아무 말 없던 화벽이 그제야 한마디 했다.
“그래, 아무래도 그렇지? 오검사 얼굴 봤으니 됐어. 그만 들어 가봐. 다음에 기회 있으면 좋은 시간 함께하자.”
“네, 부장님.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돌강이 하독에게 인사하고 룸 밖으로 나가자 해원은 그제야 가슴을 움켜잡고 서럽게 울었다. 담터는 우는 그녀를 들어 안아 테이블위에 뉘었다.
“강과장님 안하실건가요?”
담터가 술에 취해있는 과장검사 강화벽에게 물었다. 화벽은 고개 저으며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기운 빠진 얼굴로 옷을 모두 벗었다. 창백한 피부에 피골이 상접한 듯 앙상한 뼈가 드러나 보이는 체구였다. 마치 좀비가 움직이는 몸짓으로 테이블위에 올라 해원에게 다가갔다. 자신을 범하러 다가오는 화벽을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수년간 해원이 알고 있던 화벽은 남을 배려해주고, 불의를 보면 화내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가슴 따뜻하고, 예의바른 착한남자였다. 그런데 그녀가 범해지는 것을 지켜보는 방관자로도 모자라 가해자가 되려하고 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화벽의 목소리는 내려앉아 침울했다. 그는 차마 얼굴을 보고 하지 못하겠다는 듯 시선을 외면하며 해원에게 뒤돌아 엎드리는 자세를 취하도록 요구했다. 마치 암말이 종마를 기다리는 모양새였다. 화벽은 힘없이 늘어진 페니스를 해원의 엉덩이 골짜기 사이에 문질러댔고 자극받은 페니스는 서서히 부풀어 올라 단단해졌다. 해원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
● ○ ● ○ ●
룸을 나온 돌강의 시선에 멀리서 담배를 피우는 박은경의 옆모습이 보였다. 사치스런 밍크코트에 붉은색 실크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동양 미인형의 농염한 얼굴이었지만 황금색 단발머리를 해서인지 이국적인 느낌이었다. 벽에 기대어 있던 은경이 고개 돌려 돌강을 바라봤다.
“너 애들 스폰서 시켜?”
대뜸 물어보는 돌강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은경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피던 담배를 휴대용 재떨이 안에 비벼 껐다.
“검찰이 너희 기획사 조사 중이야.”
“검찰이 그런 거 가르쳐주면 불법 아닌가?”
그의 심각한 표정과는 달리 그녀는 여유가 있었다.
“박은경!”
“진지 먹은 표정 하지 마.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뭐, 애들이 스스로 각자 스폰서를 갖겠다고 하는 건 우리도 어쩌지 못해.”
“그걸 말이라고 해?”
불만 가득 찬 목소리로 돌강이 언성을 높였다.
“스폰서의 주체가 지하독, 강화벽, 우담터 검사면 어떡할래?”
눈살을 찌푸리며 은경이 걱정스럽게 반문했다.
“뭐?”
“스마트폰 줘봐.”
놀란 그의 얼굴과는 달리 그녀의 태도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
“어서.”
의아함을 뒤로하고 돌강은 일단 자신의 스마트폰을 은경에게 건넸다.
“그 방에서 나와 놓고 모른척하기는…… 따라와.”
은경은 굽어진 복도를 지나 구석에 있는 작은 방으로 돌강을 인도했다.
“여기는…….”
공간적 계산에 의해 돌강은 이곳이 어디인지 짐작 할 수 있었다.
“비밀의 방.”
“설마…….”
“그래, 네가 방금 나온 룸을 볼 수 있는 곳이지.”
은경이 열쇠를 꺼내 잠겨있는 방문을 열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긴 방이었다. 아니, 방이라기보다는 통로 같았고 돌강의 머릿속 계산 대로면 뒤로 돌아 들어가는 옆방이었다. 왜 이런 통로방이 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지부장이 옆방에서 모른다는 것이, 은경이 방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들어간 통로방 벽면에는 커다란 미닫이문이 있었고 자물쇠가 달려있었다. 이번에도 은경이 열쇠를 꺼내 자물쇠를 따고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었다. 그러자 경찰 취조실 유리처럼 옆방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옆방에는 거울이 있고 그곳에선 반대편 통로 방을 볼 수 없는 매직미러 구조였다.
돌강이 바라보는 옆방 테이블 위에 해원이 알몸으로 무릎 꿇은 자세로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화벽이 뒤에서 마치 짐승이 교미하듯 후배위로 성교를 하는 충격적인 모습이 보였다.
“해… 해원이가…… 왜… 왜, 저기에?”
놀란 돌강의 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딱 굳어버렸다. 심리적 충격이 컸는지 그의 입술과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보는바와 같이 저들에게 성상납중이야.”
은경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차가운 말투였다.
“그… 그럴 리가…… 마… 말도 안 돼.”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듯 돌강은 단호히 고개 저었다. 불쾌한 현기증이 일고 메스꺼움으로 속이 울렁거렸다.
“며칠 전 해원이 나한테 지부장과의 만남을 부탁했어. 그때는 단순한 청탁정도로만 여겼는데 아니었던 거야.”
“거짓말!”
돌강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날카롭게 소리치며 유리창을 주먹으로 쳤다. 그러나 이중강화유리에 방음장치가 잘되어있어 옆방에서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옆방에서 일어나는, 남녀의 성교로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헐떡이는 숨소리만 마이크를 통해 통로방 스피커로 들려올 뿐이었다.
“다 죽여 버리겠어!”
“다시 들어가게?”
광분한 돌강이 옆방으로 가려하자 은경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전 해원은 너를 모른척하고 우검사와 몸을 섞었어. 왜 그랬을까? 네가 지금 저 방에 들어간들 뭐가 달라질까? 해원의 성상납만 물거품이 되는 거야.”
돌강은 미처 깨닫지 못한 방금 전 옆방에서의 일들이 떠올랐다. 우담터 검사와 정사를 나누는 여자의 뒷모습이 어쩐지 낯익다 했더니 해원이었던 것이다. 자신은 몰랐지만 해원은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자신이 보는 앞에서 다른 남자와 벌거벗고 살을 섞으며 정을 통했다. 결혼을 약속하고 어찌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믿기지 않는 현실에 돌강이 극도로 격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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