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정(慾 情)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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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눈을 몇번 깜빡거리더니 차에서 내린 그녀가 말없이 회센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가 나와 술을 마시겠다는 의사표시는 하지 않았지만 난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검정색이고 그다지 굽이 높지 않은 구두를 신고 있었지만 걸을 때마다 또각 또각 소리가 들릴 정도로 힘을 주며 걸었는데 그 걸음걸이에서 자신감 같은 게 묻어 나오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양반집 규수를 수행하던 종놈이 된 기분으로 조용히 그녀의 뒤를 쫒아가 맞은 편 자리에 앉은 나는 그녀에게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주인 아줌마에게 광어회와 소주를 주문했다.

그리고 나서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가게 안을 둘러보는 그녀를 정면에서 바라 보았는데 밝은 곳에서 본 그녀는 단발머리에 하얀 얼굴, 커다란 눈망울과 오똑한 코를 가진 미인이었고 짙은 갈색 코트와 함께 정장 형식의 검정색 바지, 하얀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너무 깔끔한게 흠이라면 흠일정도로, 다가서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나이는 대략 20대 후반 정도로 보였지만 함부로 대하기는 어려워서 여자들에게 툭툭 던지는 말투를 잘 구사하는 나도 술이 오면 마시면서 이야기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하지만 소주와 간단한 안주거리가 오자 그녀는 내가 술을 따라주기도 전에 술병을 잡더니 소주잔에 술을 채운 뒤 조용히 입으로 가져 갔다. 난 멋쩍어서 그녀가 내려 놓은 술병을 가져와서 내 잔을 채우고 한잔을 마셨는데 내가 병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그녀는 자신의 술잔을 채웠다. 그녀와 나는 별다른 안주도 먹지 않고 소주 한 병을 비웠고 난 두 병을 더 주문했다.

술이 오자 그녀와 나는 서로 각자의 소주병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난 술을 마시고 스끼다시로 나온 안주를 먹었지만 그녀는 술을 마실 뿐 젖가락을 집지도 않았는데 각자의 병이 반으로 줄어들 무렵 회가 나왔고 난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광어회 좀 드셔보세요. 빈속에 먹으면 빨리 취해요."
"..."

말없이 날 잠깐 바라본 그녀가 젖가락으로 회를 집더니 와사비가 섞인 장에 묻혀서 입으로 가져갔다. 그녀는 날 무시했지만 난 이 어정쩡한 관계를 즐기고 있었다. 아주 도도해 보이는 여자와 심야에 술을 마시게 됐다. 하지만 이 여자는 남자 때문에 분노했으며 상처를 받은 듯 하고 억지로라도 술을 먹이고 싶은 판국에 자기가 알아서 빠른 속도로 술을 마시고 있다. 난 속으로 알콜로 인한 그녀의 무장 해제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아주 높은 사람과 합석을 하게 되서 쩔쩔매고 어려워 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그녀가 말을 했다.
"아저씨. 아까 그렇게 남의 집 훔쳐보면 경범죄라는 거 알아요?"
"아 그런가요. 몰랐어요."
"원래 상습범 아니예요? 야심한 밤에 골목길 돌아다니다가 이집 저집 훔쳐보는 게 취미죠?"
"아닙니다. 정말 처음이예요."

경범죄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빈집에 들어가서 잠복하는 행위는 경범죄 항목에 있지만 훔쳐보는 것만 가지고는 처벌할 수 없다. 그녀는 날 너무 얕잡아 보고 있었다. IMF 시절 김대중 정부는 경찰관을 많이 늘린 적이 있었는데 당시 난 경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2년 넘게 시골 파출소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었고 당시 뜻하지 않은 일로 그만두게 되었지만 그쪽 방면의 지식은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 추궁하는 듯한 그녀의 말투는 내가 모를 것으로 지레 넘겨 짚고 겁을 주려는 것일 수도 있으니 난 그냥 시치미를 떼고 모르는 척 했다.
"앞으로 그런 행동 하지 마세요! 남의 사생활이 그렇게 궁금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억울합니다. 전 그냥 지갑을 잃어버리고 혹시나 그 곳에서 흘리지 않았나 찾으러 갔다가..."

그녀는 소주 1병 가량을 빠른 시간에 비우고도 별다르게 얼굴 색이 변하지 않은 채 나를 몰아 세우면서 주도권을 쥐려 하고 있었다. 어차피 난 그녀와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쥐고 싶은 생각도 없었으니 하자는 대로 할 생각이었지만... 내가 가장 찾고 싶은 실마리는 그녀와 그 남자와의 관계였다. 대놓고 물어보기는 그래서 그냥 술을 마시면서 시간을 끌고 있었는데 그녀가 잠시 핸드폰을 확인하거나 다른 곳에 시선을 주면 난 소주를 마시는 척 하면서 물잔에다가 붇곤 했다. 내 예상보다 그녀가 술이 세니 내가 먼저 취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얕은 술수를 쓸 수 밖에 없었다. 곧 내 앞에 놓인 술병이 다 비었고 난 한병을 다시 주문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소주 병안에 소주가 4분의 1쯤 남을 무렵부터 눈에 띄게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무언가 혼자서 중얼거리기도 하고 미간을 찡그러뜨리기도 했다. 난 슬며시 소주병을 들어 내 잔을 채운 후 병을 든 채 그녀에게 말했다.
"뭐 안좋은 일이 있으셨나봐요. 한 잔 드시죠."
"안 좋은 일이요? 지레 넘겨 짚지 마세요. 아저씨가 저를 언제 봤다고..."
"아니요.. 그냥.. 아까 신문을 찢으시길래.. 죄송합니다."

내가 사과를 하자 그녀는 자신의 술잔을 비우더니 내게 술을 받았다. 그녀가 술이 얼마나 센편인지 모르지만 거의 빈속으로 빠르게 술을 마셨기 때문에 취기가 올라오는 듯 보였다. 난 소주를 입에 털어 넣고 나서 물을 마시는 척 물잔 안에다 술을 비워버리거나 입만 축이고 남은 술을 바닥에 버리기도 하면서 그녀가 더 취하기를 기다렸다. 술버릇이야 천차만별이겠지만 알콜은 분명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고 내면에 있는 다른 모습을 끌어 낼 수 있게 만들곤 한다.

그녀가 자신의 술병을 다 비웠을 무렵에 난 그녀의 혼잣말을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개자식. 강원도로 옮기면 나아질 줄 알았더니.."

강원도? 이 여자가 강원도에서 왔을 수도 있겠구나! 뭘 옮겼단 이야기지? 그녀는 오른 손으로 턱을 고인 채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아랫 입술을 깨물면서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에게 하는 말은 아니지만 난 그녀의 마음 속에 다시 분노가 차오르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카운터 위에 5각형으로 생긴 시계가 자정을 가르키고 있었고 난 그녀에게 다시 소주를 따랐다. 어느 새 테이블 위에 소주 4병이 비워졌고 난 다시 술을 주문하며 그녀의 표정을 살폈는데 시키든지 안시키든지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고 머리 속은 그녀석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는 듯 했다.

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귀티가 나고 당당하게 보이는 이 여자가 왜 그 녀석이 오피스텔의 현관 앞으로 나왔을 때
도망치듯 뒤돌아 섰을까? 무언가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그 남자와 어떤 관계인지 물어봐야 하는 데 가만히 놔두면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위험을 자초할 수도 없고 난감했다. 같은 자리에 합석해서 술을 마시고 있지만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이다. 혹시 그녀는 김유미와도 관계가 있을까? 그래서 돌아서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김유미와 그녀는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내가 40년 가까운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강간에 대한 욕구를 현실로 만들고 싶어서 움직인 건 이번이 두번째다. 김유미는 아름답다거나 예쁘다고만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표현이 부족해 보이는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듣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상냥한 목소리, 청순해 보이는 얼굴은 풍만한 가슴과 둔부로 이어지는 굴곡있는 몸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그런 부조화는 나로 하여금 무언가를 확인하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불러 일으켰다. 얌전한 고양이의 타락을 보고 싶었고 그녀가 교성을 내뱉으며 내 배아래에서 신음하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몇 시간 전 김유미의 구멍을 드나들던 그 녀석이 생각났다. 녀석의 어깨 밑으로 이어지는 아주 자연스러운 알통과 팔뚝은 전문적인 운동선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두꺼웠고 뚜렷한 근육질의 가슴은 섹시한 남성미를 발산하고 있었다. 내 머리 속으로 전송된 그 놈의 얼굴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모범생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얼굴은 하얗고 눈망울이 커서 착해 보이는, 여자의 말을 아주 잘 들을 것 같은 모범생. 결국 난 그녀의 다른 모습을 확인하기는 했지만 그 순간에 기쁨보다는 상실감을 더 크게 느꼈다. 내가 주무르고 싶던 그녀의 가슴과 둔부는 다른 녀석의 손에 의해 뭉게지고 있었으며 그녀의 눈동자가 촛점을 잃게 만들고 입을 벌리고 환락의 소리를 내뱉게 만든 것은 너무도 단단해보였던 그 녀석의 물건 이었으니...

그 장면들이 머리 속에 떠오르자 내 바지속에 물건이 발기했다. 난 내 앞에 있는 여자를 슬며시 쳐다 봤다. 그녀의 얼굴은 이제 발그스레 올라와 있었고 가끔씩 혼자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아저씨. 나하고 술마시자고 한 이유가 뭐예요? 설마.. 날.. 어떻게 해보려고..."
"예? 무슨 말씀 이신지?..
제가 오늘 시간이 좀 있어서 그러지않아도 술 한잔 하고 들어가려던 참에 아까보니 화가 나신 것 같아서 무심코 던진 말이예요. 그리고 .. "
"뭐요?"

그녀의 말투는 차갑고 퉁명스러웠다.
"잘해봐야 저하고 띠 동갑 정도로 밖에 안보이는 데요. 제가 아무리 염치가 없어도... 후후후.."

난 나지막히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냥 삐딱거리는 분위기 만들지 말고 조용히 술이나 마시자는 의미였으나 그녀는 그냥 넘어가지 않고 또 딴지를 걸었다.
"띠 동갑이요? 아저씨가 무슨 띠인데요?"
"소띠요. 73년생."
"나이 차이도 몇살 안나는구먼 어린애 취급 하시기는.. 보면 볼수록 수상한 아저씨네.. 직업이 뭐예요?"

이름은 묻지 않았으나 나이, 직업 다음엔 뭘까? 몇년 몇월 몇일에 뭐했어? 이런 걸 묻지 않을까? 어투가 꼭 조서를 받는 것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회사에 다닙니다. 중소기업이요.. 00전자라고 00산단에 있는 회사인데요. 그냥 평범한 직장인 이예요. 나쁜 사람 아닙니다."
"..."

그녀가 무언가를 더 말하려다 말고 소주 한 잔을 더 입에 붇더니 병을 찾는 지 두리번 거린다. 난 내 앞에 놓여있던 술병을 들어 그녀의 잔을 채웠다. 이후에도 난 그녀 앞에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 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술만 마시고 있었다. 그녀가 조금만 더 취하면 기회가 생길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슨 꼬투리라도 잡혀서 파장이 나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였는데 그녀는 혼자서라도 술을 마시고 싶은 상황이었을 것이고 여자 혼자 어디가서 술을 마시는 건 좀 어색하니까 내가 앉아 있는 게 약간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주기를 바랬다.

동상이몽..
난 정말 어두운 곳을 헤메다 바라보게 된 실날같은 빛줄기 하나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냥 줄리는 만무할 지 모르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쉽게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머슴도 남자이고 안방 아씨도 여자라면 시공을 초월한 곳에서 한번쯤은 부둥켜 안고 뒹굴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그렇게 20여분의 시간이 흘러 갔다. 그녀는 내게 나가자는 말도, 집에 가겠다는 말도, 나보고 가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술에 취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난 국물을 좀 달라고 했고 소주 한 병을 더 주문했다. 주인 아주머니가 미역국을 가져오자 난 그녀 앞쪽으로 놓았다. 그녀는 잠깐 시선을 주더니 이내 화장실에 가려는 듯 일어섰다. 핸드백을 챙겨 들고 두리번 거리더니 화장실 표지가 있는 곳을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많이 취한 것처럼 보였는데 난 카운터 쪽으로 가서 술 값을 현금으로 계산한 후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은 좁았으며 여자화장실과 남자화장실이 분리되어 있었는데 홀에 손님이 없는 상태라 난 별로 개의치 않고 여자 화장실 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세면대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볼일을 보고 있는 중 같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 가서 바닥으로 몸을 숙여서 바라보니 왼쪽 칸에 그녀의 구두가 보였다. 오바이트를 하거나 쓰러져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조용히 몸을 돌려 나왔다. 옆 칸에 들어가서 변기를 밟고 올라서거나 가까이 가서 올려다 보면 무언가 더 보일 것 같기는 했으나 아직 그녀가 술에 만취했는 지 확실치가 않아서 너무 위험하다. 걸리면 아까 남의 집 창문을 엿 보다 들킨 것 까지 더해서 완전히 상습범으로 몰릴 것이다.

난 자리로 돌아와서 앉아서 그녀를 기다렸다. 자리에는 소주 빈병이 5개가 놓여져 있었는데 그 중 반은 내가 마신 것이 아니었다. 이 곳에 들어온지 2시간이 채 되지 않았고 안주도 거의 먹지 않은 상태,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다해서 열마디의 대화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주량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순간적으로 취기가 올라올 수도 있고 필름이 끊길 가능성도 다분히 있다.

5분쯤 지날 무렵 난 다시 화장실로 갔다. 조용하다. 난 카운터로 가 주인아줌마에게 여자친구가 취해서 화장실에 간지 꽤 오래됐는데 확인 좀 해달라고 말했다. 주인 아줌마가 화장실 칸 밖에서 노크를 했으나 조용하다. 여자 화장실 밖에 서 있던 나를 주인 아줌마가 불렀다.
" 안에 있는 것 같은데 문은 잠겨 있고 어떻게 해요?.. 참.. 별일이 다 있네.."
" 제가 한번 볼께요."
난 옆 칸으로 들어가 좌변기를 살짝 밟고 위에서 내려다 보았다. 내 예상대로 그녀는 앉은 채로 잠이 들어 있었다.
옷을 그대로 입은 상태인 걸 보면 문을 잠그고 볼 일을 본 후 일어나서 옷을 입은 후에 다시 변기에 앉은 것 같았다. 난 칸막이 문을 뛰어 넘어서 문을 열었다. 그때까지 그녀는 잠이 깊이 들었는지 움직이지 않았고 난 그녀의 팔을 내 어깨에 두르게 한채 일어섰다.
" 아가씨가 너무 취했나보네.. 웬일이래.."
" 죄송한데.. 업을 수 있게 좀 도와주실래요?"

주인 아줌마의 도움으로 난 그녀를 업었다. 그녀의 새하얀 셔츠 안에 봉긋한 가슴이 내 등을 눌렀는데 아직도 그녀는 늘어져 있었다. 양 손으로 엉덩이를 받치고 회센터를 나서서 도로에 세워져 있는 차를 향해 걸어갔다. 뒷 자석에 그녀를 눕힌 후에 운전석으로 가서 시동을 건 후 근처에 있는 무인텔로 향했다.

상당히 급한 속도로 차를 몰았다. 무인텔에 있는 객실로 들어갈 때까지 그녀가 깨버리면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요즈음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어서 인지 가슴 속이 무언가 꽉 막힌 기분이 들었는데 이런 횡재를 하다니. 혹시 뒷자석의 저 여자도 혹시 의식이 있는 데도 누군가의 품에 안기고 싶어서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긴 척 하는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룻밤 인연으로 생각하기엔 그런 대로 난 봐줄만 하다. 내 얼굴은 심지가 굳어 보이는 데다가 나쁜 사람같은 인상은 풍기지 않는다. 그리고 키 182cm, 몸무게 78kg에다 아직 뱃살이 나오지 않아서 얼핏 봐서는 30대 초반으로 보는 경우도 많은데 그녀는 몇 마디 말속에서 계속 날 몰아 세웠으나 그건 술을 마시기 전부터 미심쩍은 눈으로 날 보고 있었기 때문이고 내가 별다른 실수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놈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맞바람으로, 스치는 인연으로 내게 안길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이윽고 근처에 있는 무인텔의 빈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그녀를 옆에 낀 채로 계단을 겨우 올라 자판기에 만원 짜리를 두 장 넣었더니 문이 열린다. 들어가서 침대에 그녀를 눕히고 나니 등에 땀이 흘러 내렸다. 저 여자 정도면
20층 까지 업고 올라가라고 해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겨우 2층 올라오는 게 왜 이리 힘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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